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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기자명 박장미
입력 2018.10.28
늙음의 의미와 가치 사회복지적 측면 :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대한노인회 중앙회 선임이사)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대한노인회 중앙회 선임이사)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인복지의 영역
첫째 빈곤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빈곤하다. 선진국처럼 노령연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공적 부조 범위도 광범위하지 않다. 노후 적정 생활비 251만원이고, 최소 생활비가 177만원인데 응답자의 73%가 최소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급여액이 39만원(2016)으로 하위소득 70%에 해당되어 기초연금을 추가로 받더라도 총 60만원 선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빈곤지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노인이 처한 불평등의 상황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증거이며, 충분하지 않은 개인 자산과 사회서비스 자원, 빠른 경제 성장과 서구이념의 도입 등으로 야기된 문화 충돌은 노인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해서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일자리를 가져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둘째는 노인의 건강이다. 노인 중 만성 질환이 1개가 있다고 응답한 노인이 18.2%, 2개 22.8%, 3개 49.6%로 전체 노인의 90.4%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지니고 있는 복합이환자가 72.2%로 나타났다.
질병치료를 위한 의료비 부담은 노년기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질병의 고통으로 길어진 노년기를 더욱 불행하게 보내는 노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장기간 케어를 필요로 하는 치매, 중풍 등을 앓는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돌봐야하는 수발문제가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족관계의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효개념의 퇴화 등으로 인해 케어인력의 부족, 부양의식의 결여로 노부모 부양기능은 크게 상실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노인학대, 가족해체의 문제를 증가시키는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셋째, 역할의 상실이다. 노인들은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 이외에 자녀들의 독립, 친구들의 사망 등으로 인한 관계의 상실 그리고 경제적 여건과 건강의 악화 등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역할의 상실은 노인 개개인의 자아개념과 사회적 정체감의 혼란을 가져오고, 사회적응상의 곤란을 유발시킨다. 사회학의 현대화이론에 의하면, 노인이 갖고 있는 농경사회 지식과 기술은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고 새로운 기술 분야에 익숙한 젊은이에게 역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무력감(無力感)속에서 노년기의 적절한 역할과 규범을 찾지 못하고 무료하게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넷째, 고독이다. 노인들은 정년퇴직을 한 후 역할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보다는 젊은 세대에 밀려 자신의 인생목표를 상실한 것 같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갖게 된다. 노인들은 고독감과 소외감이 점점 심화되고 사회적 의미를 상실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음을 재촉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복지의 과제
(1) 노인의 의식개혁과 봉사
노인세대는 새로운 의식으로 무장해야한다. 오로지 후배세대인 자식세대를 위한다는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를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사회봉사율은 15% 남짓하고 노인 사회봉사율은 5% 정도이다. 미국국민 사회봉사율 49%에는 한참 못 미친다.
논어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績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하여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가정)은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사회봉사와 착한 일을 후손에게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사회를 더 맑게 아름답게 하는 일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봉사를 한 노인과 봉사를 하지 않는 노인의 삶의 만족도 조사 등에서 그 차이점이 사례로 발표되고 있다.
(2) 소득보장이다.
우리나라 노인 재취업 정책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첫째, 고령자 인재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통계청 통계를 활용하여 학력, 기능, 취업 장소 별 인적카드를 만들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는 사람이 남아돌고, 어느 분야는 인력이 부족한 미스매치(mis match)를 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령자 중 단기적응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 예를 들면, 건강하면서 빈곤한 노인을 위해 재취업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행해야한다. 빈곤하면서 건강이 나쁜 노인을 위해 국민기초수급자에 편입시키거나 그에 상응하는 복지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은 우리나라 노인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획일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직업 영역에 따라 신축성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처럼 연령차별금지(age discrimination)를 함으로써 고용주와 노동자가 능력평가에 따른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노인건강을 위한 제도 개선이다.
우리나라 노인을 위한 의료보장프로그램은 의료보험, 의료급여, 노인건강진단으로 나뉜다. 노인의료는 장기보호와 연계되어 있어 장기요양프로그램도 포함될 수 있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보장을 위한 공적부조제도이다. 노인건강진단프로그램은 질병의 조기발견 및 치료로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하고 노인복지를 도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인에게는 의료욕구가 다른 계층보다 강하다.
(4)노인권익운동이다.
노인의 빈곤문제, 의료보장 등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과 국가와 사회, 자녀세대에게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노인권익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노인권익운동의 목적은 정부나 의회의 정책결정과정에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각종 사회갈등을 중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노인권익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결정변수가 있는데 정치문화, 정책유형, 리더십, 재정력, 구성원의 자의식수준, 이념 지배적인 가치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적절한 영양, 위생∙안전∙오염되지 않은 생활환경, 운동∙휴식 등의 생활양식, 예방적∙치료적∙재활적 의료서비스, 비 의료적인 개인적∙사회적 지지 서비스 등을 요구한다.
(5)장수노인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대 수명은 남자 78세, 여자 84세로 장수국가군(群)에는 들지 못하지만 장수노인이 많은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수명은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사회의 모든 제도 및 시스템과 국민의식은 여전히 80년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선 경험 지원시스템과 정책벤치마킹과 함께 우리국민 욕구에 걸 맞는 맞춤형 고령사회로의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과 기술개발∙지원을 위한 가칭 장수사회복지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를 거점으로 한 R&D 실천 예산과 인력시스템이 투입되어야 한다. 장수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늘의 문제인 고독사, 노인의 사회적 방치, 빈곤에 허덕이는 하류노인(下流老人)의 문제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과 정책 수행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