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뻔뻔한 기독교인들의 뺨을 치다
최창민 승인 2010.01.11
인간의 탐욕 경고, 자연과 공존 등 기독교적 메시지 전해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최근작 `아바타`가 화려한 CG와 함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3D 블록버스터 ‘아바타’의 돌풍이 거세다. 개봉 20여일 만에 누적 관객수 800만을 돌파했다. 전 세계 흥행 수익도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바타의 흥행 요인은 단연 3D로 제작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현실감 넘치는 외계 생태계의 구현이다. 그러나 또 다른 요인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미국식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적 태도다. 이와 함께 곳곳에 기독교적 요소가 숨어있다. 영화 `아바타`에 담긴 기독교적 메시지를 더듬어봤다.
미지의 세계 `판도라`로의 초대
미래 어느 날, 에너지 고갈 상황에 놓인 지구. 인간들은 4.4광년 떨어진 ‘판도라’라고 불리는 행성에서 ‘언옵티늄’을 채굴하기 위해 이 별에 사는 원주민 나비족과 접촉한다. 독성을 지닌 대기 등 특별한 환경에서 사는 나비족. 그들은 인간들이 오기 전까지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 종교를 가진 판도라 행성의 유일한 지적 존재였다. ‘사헤일루’라는 촉수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나비족과 소통하기 위해 인간들은 DNA 결합시켜 만든 하이브리드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킨다.
하반신 마비인 주인공 제이크는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에 침투해 그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제이크는 나비족과 생활하며 여전사 네이티리의 도움으로 거대한 익룡 ‘이크란’과 교감에 성공해 전사로 인정받는다. 이후 제이크는 점점 나비족의 삶의 방식과 그들이 추구해온 가치에 공감하며 동화돼 간다.
이후 그들이 영혼의 나무를 버리고 이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인간들은 나비족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주민을 쫓아낼 계획을 세운다. 이를 알게 된 제이크는 판도라 행성의 전설의 새를 타고 ‘토루크 막토’가 돼 나비족은 물론, 다른 종족들을 규합해 인류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이 전쟁에서 인간들은 각종 무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무차별적인 살상을 자행한다.
그러나 인간들의 잔인한 파괴가 계속되자 유기적으로 교감해온 판도라 행성의 거대 동물들 까지 전쟁에 동참하면서 전세는 역전된다. 결국 인간들의 이기심과 제국주의적 태도, 환경 파괴 등의 죄악이 자원 고갈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구로 다시 쫓겨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바타, 예수의 성육신 모티브 차용
‘아바타’에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종교적 색채가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기독교적 모티브가 적용된 것이다. 먼저 ‘아바타(Avatar)’라는 용어의 어원은 힌두어로, ‘지상에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현대에는 종교적, 철학적 용어로 쓰이지만 흔히 온라인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가상 캐릭터를 가리킨다. 즉 아바타는 현실과 가상의 매개물로써 현존하는 대상의 의지를 반영해 사이버 공간에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인간의 의지로 움직이는 외계생명체의 탈을 쓴 형태로 묘사된다. 아바타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온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모티브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제이크가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영혼의 나무 씨앗들이 온 몸을 감싼다. 네이티리는 “이건 에이와의 계시”라며 그를 부족으로 데리고 간다. 이는 “요한이 또 증거하여 가로되 내가 보매 성령이 비둘기같이 하늘로서 내려와서 그의 위에 머물렀더라”(요1:32)라는 성경 구절에서 세례요한이 예수를 알아보는 장면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기독교적 용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나비족의 ‘나비’(Navi)라는 용어는 히브리어로 ‘예언자’, 즉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비족이 신을 부르는 이름은 ‘에이와’는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부르던 이름 ‘여호와’, ‘야훼’와 발음이 유사하다. 판도라 행성의 자기장에 의해 공중에 떠있는 산의 이름도 ‘할렐루야’다.
또 제이크가 나비족의 전설 속의 새 토르쿠를 타고 ‘토르쿠 막토’가 되는 장면이 있다. 이를 통해 제이크는 전설의 영웅이 돼 신뢰를 얻고, 나비족들에게 판도라 행성을 구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모든 부족에게 전달하라고 명령한다. 이는 구약을 통해 예언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성취된 것과 십자가를 통한 구원, 이를 전하는 사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아바타에는 반기독교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비족이 ‘영혼의 나무’를 숭배하는 모습과 자연을 신격화 시키는 것, 무언가에 홀린 듯이 행해지는 집단적인 종교의식 등은 토테미즘을 연상시킨다. 판도라의 신 ‘에이와’에 대한 묘사나 집단 주술 행위도 기독교인들에게는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에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존재한다.
자연과의 공존이 `하나님의 뜻`
영화에서 판도라 행성은 원초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아마존과 같은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곳 원주민 나비족은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거대한 키와 큰 귀, 자연과 교감하는 꼬리를 가진 나비족은 자연과 공존을 넘어 교감하고 혼연일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허덕이는 지구와 대비를 이룬다.
제이크는 미국식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영웅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이크의 활약이 아닌 판도라 행성의 신 ‘에이와’의 도움이었다고 묘사됨으로써 영화는 자연과의 공존이 ‘신의 뜻’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또 인간들의 제국주의적 태도를 비판한다. 한편에서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문화 속에 살면서 학교를 짓고 영어를 가르치고, 의학과 과학기술을 전수한다. 미개한 문명을 가진 나비족을 이른바 ‘계몽’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판도라 행성에 매장된 1kg당 2천만 달러에 달하는 광물 ‘언옵티움’을 채굴하기 위한 탐욕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총과 칼로 그들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신대륙 발견 이후 골드러쉬, 미국의 서부 개척사에서 인디언을 하던 태도 등과 일맥상통한다.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리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나비족과 “나무는 나무일 뿐”이라며 포탄을 쏟아놓는 인간은 처음부터 공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I see you”(나는 당신을 봅니다).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열과 전쟁이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됐으며, 교감과 공존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개봉된 할리우드 대작 `디스트릭트9`, `2012` 등도 인간의 탐욕과 잔인함, 죄악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이자 기독교 철학자 C.S.루이스는 “인류가 그들의 죄를 다른 곳에 퍼트리기 위해 지구를 떠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말한 바 있다.
영화 ‘아바타’는 최첨단 CG를 동원해 인간의 죄악성을 꼬집고 있다. 태초의 자연의 모습, 공존의 삶을 보여주며,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왜곡해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해온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한 2천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자연 재해가 ‘하나님의 경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회가 환경 파괴에 대한 신학적 대응을 통해 환경 선교에 눈을 떠야 한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반신 마비된 인간 제이크가 나비족 아바타를 선택하는 마지막 장면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는 오만하고 뻔뻔한 인간에게 가하는 일침이다. 영화는 기독교인들에게 구원이 무엇인지, 어디가 천국인지 묻고 있다. 환경 파괴를 눈 감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