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특별하게 다시 읽기
- 심광섭 저, <초월자의 감각>
<초월자의 감각>의 제목에 대해서 심교수님은 이렇게 밝힌다.
"예술신학을 공부하면서 감각적인 성경 읽기를 시도해왔다. 시편은 오감이 죽은 대상을 우상이라 말한다. 깨어 있으란 말씀은 감각이 깨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오감이 깨어 있을 때 가장 총명하다. 살아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볼 때 다채롭고 싱그럽다. 감각의 섬세함을 통해 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까지 볼 수 있다. 예수께서 주신 사랑하라는 두 계명은 모든 감각을 가지고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읽는 것이 최선이겠다."
기실 불교의 <반야심경>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 하여, 감각되어 수용되고 표상되고 식별되는 것들은 본래 실체가 아니라 비어있다고 경계하는데, 심교수님은 오히려 이와는 거꾸로 진행하여 성서 본문을 다시 읽는 작업을 해놓은 것이다.
물론 '초월자'와 '감각'이라는 상반된 단어를 제목으로 병치시켜서 새롭고 대담한 신학적 전략을 꾀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지점이다!
모든 예술이나 장르는 어떠한 관념이나 추상적 이론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매체(매개)를 통해 먼저 인간의 감각과 감성에 호소하고, 이 경로를 통해 사유와 정서를 나누게 한다. 이 방법이 이른바 '형상화'라고 칭해지는 것이다.
신학의 형상화, 혹은 복음의 형상화! 아마 이 책을 간단히 평하자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듯 심교수님의 필생의 작업인 예술신학 또는 신학적 미학은 신앙과 신학을 다양한 매개를 통해 보다 풍요롭게 나누는 방법론을 지닌다.
그 일환으로 이 저작 <초월자의 감각>은 교회력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자취를 밟아 가는 과정에 있어, 인상적인 그림에 국내외의 시들이 동원되어 있다. 가령 램브란트, 한스 멤링, 프라 안젤리코, 빈센트 반 고흐 등의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고, 이성복, 정현종, 이해인, 본회퍼 등의 시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적절한 문맥에 신학자와 철학자들의 명구가 인용되어 있다.
가히 그리스도인을 위한, 종횡무진하는 풍성한 교양덩어리이다!
오늘 하루 종일 탐독을 하는데, 같은 성서 본문을 묵상하더라도, 이 책의 순서와 구성에 따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막연했던 성서적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책종이 위로 오롯이 부양하고, 인용된 시구에 따라 성서 구절을 함께 견주니 새삼 보지 못했던 행간 의미가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