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유영모 선생님,
다석 류영모 선생님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로 저에게도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저는 다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응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질문은 제가 쓴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에서 세계적인 종교인 57명을 다루면서 유영모 함석헌 한국인 2명을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대답은 한국에도 물론 원효, 지눌, 퇴계, 율곡 등 위대한 심층 종교인들이 많지만, 현재 한국에 기복일변도로 흐르는 표층종교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형편이라 이런 대세와 대조를 이루는 종교 사상가로 잘 알려진 두 분을 소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에도 제가 페북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다석학회 회장 정양모 신부님이 하신 말씀을 소개했습니다. 정 신부님은 “인도가 석가를, 중국이 공자를, 그리스가 소크라테스를, 이탈리아가 단테를,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독일이 괴테를, 각각 그 나라의 걸출한 인물로 내세울 수 있다면, 한겨레가 그에 버금가는 인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은 다석 류영모”라고 했습니다.
다석 유영모의 직접적인 제자 박영호 선생님은 다석을 두고 “인류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위에 정양모 신부님이 열거한 세계적인 사상가들은 동양이면 동양사상에, 서양이면 서양사상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유영모 선생님은 동서양 사상과 한국 사상을 총합했다는 의미에서 그 위대성이 더욱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유영모 선생님 전공인 분들이 유영모 사상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하시겠지만 제가 유영모 선생님의 사상 중 가장 흥미로운 것 한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1] 첫째 선생님이 요한복음3:16절을 풀이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하는 말을
일반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셨다고 하는데,
유영모 선생님은 하느님이 그의 씨를 각 사람의 마음에 심으셨다는 뜻으로 풀이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에 있는 신성, 불성, 인성이 하느님이 보낸 독생자인 셈입니다.
2] 그리고 십자가를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이 인간들을 위해 희생하신 것의 상징으로 여기는데,
유영모 선생님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삼재(三才)로 풀어
사람(l)이 땅(-)을 뚫고 하늘(•)을 향해 올라감의 상징이라 본 것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서도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갔으면 우리도 하늘로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왜 예수를 끌어내릴 생각을 하느냐고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함 선생님을 보시고 요한복음17장21절,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하는 말씀을 인용하셨다는 것입니다.
신인(神人) 합일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상 열거한 것들은 세계 종교 심층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영모 선생님은 순수 우리말을 가지고 뜻풀이를 많이 했습니다. 다 알려진 것처럼 ‘기쁨’은 ‘기가 뿜어져 나옴’이고 ‘얼굴’은 ‘얼이 숨은 골’이라 하는 식입니다. 그 외에도 ‘빈탕한데’ ‘가온찍기’ ‘오, 늘~’ 등입니다. 물론 국어학적이나 어원적으로는 맞는지 모르겠지만 연상법적으로 그런 말을 화두로 삼아 더 깊은 뜻을 찾아내는데 아주 유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우스개 소리 하나 하고 싶네요. 저도 옛날 독일어를 배울 때 ‘운명’을 뜻하는 단어 ‘Schicksal’을 ‘식칼’로 운명을 결정하다로 외우고, 그리스말을 배울 때 ‘머리’를 뜻하는 ‘kephale’를 ‘캡 아래’ ‘모자 아래’로 외우고, 산스크리트어를 배울 때 ‘있을 수 없는 상상의 것’을 뜻하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parikalpita’를 ‘파리에는 갈비가 없다’ 식으로 외운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