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후의 철학
시노하라 마사타케 (지은이), 최승현 (옮긴이) 이비 2023-10-04
정가
22,000원
356쪽
책소개
인간 이후를 묻는다는 것은 인간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소멸한 이후에도 존재할 세계이자 인간 이전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사유를 의미한다. <인간 이후의 철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버려지고 흔적으로서 남겨졌던 사물들이 지구 규모의 사물로 인간 세계에 침입하기 시작한 시대에 인간을 일부로 삼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기 위해 현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개념과 사유를 가져오고 건축, 사진, 연극 등 예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세계에 대한 감각을 끌어내고 인간 중심적인 근대적 세계 설정을 넘어 인간의 조건을 새롭게 사유하기 위한 철학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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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세계의 종말?
인간을 벗어난 세계 / 인류세의 주거 가능성 문제 / 장소와 지하 세계 /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 세계의 타자성과 취약함 / 정해진 것 없는 채로 살아간다 / 미래의 폐허
제2장 세계 형성의 원리:가브리엘과 메이야수
언어와 세계 / 공공권이라는 세계상 / 공공권의 외부로 / 우리가 선 지점을 묻는다 / 장소에 관한 물음 / 우리를 벗어난 세계 / 세계의 흔적 / 잔해로서의 삶 / 세계의 감촉
제3장 인간에게서 해방된 세계:티머시 모턴
인간적 척도를 넘어선 시공간 / 형태 없는 형태 / 존재의 불안 / 존재의 취약함, 장소에 관한 물음으로 / 인간의 척도를 벗어난다 / 인간적 척도로부터 해방된 사물의 세계 /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의 세계로부터 인간의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 세계 붕괴와 내적 공간의 왜곡
제4장 인간 이후의 철학:그레이엄 하먼
공공권을 멀리 벗어나 / 감각적 매질의 객체성 / 감각적 매질에서의 상호작용 / 감각적 매질의 심층성 / 상호사물성의 공간으로서의 감각적 매질 / 상호사물성의 공간에서의 흔적 / 심층세계에서 쉬다
제5장 인간의 각성:가라타니 고진
교토부립식물원에서 / 가리타니 고진의 ‘시차’ / 시차에서의 세계 / 칸트의 물자체 / 비인간적인 것의 드러남 / 디지털한 일상 세계와 황폐한 현실 세계 / 시차와 두 세계상
제6장 지하 세계로:프레드 모튼
음향과 매끄러운 공간 / 기계화와 해방 / 지하 공동 세계
제7장 새로운 인간의 조건:아렌트에서 차크라바르티로
인류세에서 인간의 조건을 둘러싼 아렌트의 사고가 가진 의의와 한계 / 인간 조건의 근본적 변화 / 인간 세계와 지구 규모 사물의 충돌과 인간 세계의 불안정화 / 지구 규모 사물 세계의 일부인 인간 세계 / 인간 존재의 이중성
에필로그
후기
미주
참고 문헌
옮긴이 후기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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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9
인간 이후를 묻는다는 것이 인간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세계의 변용과 더불어 인간의 존재 방식 또한 바뀜을 인정하고 그런 가운데 인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는 뜻이다.
P.37
세계의 타자성, 기묘함은 일상적 행위에 따른 인간 세계에 매몰되는 한 느낄 수 없다. 지진이나 해일 혹은 거대한 태풍 같은 인간적 척도를 넘어선 사태를 맞아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에 위태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일상 의식과 관련된 세계가 인간적 척도를 넘어선 거대한 것의 일부에 불과함을 느낀다.
P.71
우리는 평소 이 세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사회나 문화 같은 영역에서 살고 생각하고 토론하는데, 이때 어떤 가치관, 이데올로기, 관점 등에 입각해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을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P.100
세계의 감촉, 그것은 내가 없었을 때 생겨나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감촉은 내가 없어질 미래에도 흔적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감옥에 갇힌 채 텔레비전화되고 SNS화되어 평탄하고 공허한 공공권의 논의에 불과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사람은 이를 느낄 수 없다.
나의 주된 관심은 다음과 같다. 변화하고, 붕괴하고, 종언을 맞게 될 세계에서 이를 느끼는 가운데 생활을 이어 갈 장소를 대체 어디서 구할 것인가? 나는 이 물음과 더불어 공공권에서 유지해 온 세계상을 대체할 새로운 세계 형성의 원리를 탐구하고자 한다. 사물의 흔적에 대한 감촉이 그 실마리가 될 것이다. 언어의 감옥 밖으로 나가 음향이나 냄새와 같은 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P.175
인간에 앞서 존재하는 세계의 물질성, 사물성, 음향성, 객관성을 강조하고 세계 설정에 관한 사유를 시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세계를 파악하는 일. 인간의 삶, 인간의 경험 형식을 규정하고 좌우하는 것으로서 세계를 사고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과제이다.
P.207
세계의 사물성은 보통 의식화되지 않거나 볼 수 없다. 모튼이 지적한 것처럼 서양 철학에서는 지구 규모의 사물을 무시해 왔다. 오랫동안 무시당해 온 지구 규모의 사물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 것인가, 이것을 물어야 한다.
P.214
세계의 실재성이 가진 생생함, 선명함, 강렬함 혹은 평온함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촉각적·음향적 이미지로서 이를 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음악 작품, 언어 작품 나아가 사진이나 회화와 같은 시각 예술, 행위 예술에서 실재적인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이들은 전부 촉각적 언어에 대한 탐구로 향한다.
P.234
풍요로움은 우리가 늘 살아가는 곳,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 미래의 전조를 느끼고 그 존재를 믿는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이자 지구 규모의 것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유감스럽게도 자의식이나 자의적인 이데올로기, 분석이나 일방적 결정을 벗어나는 곳에 존재하는 풍요로움의 영역에 우리가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재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가 많다.
추천글
진태원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인류세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차원의 개방에서만 철학적으로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성숙하게 다뤄질 수 있다. 붕괴의 상상력, 사물적 유령론, 촉각의 언어를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 이 책은 첨예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 또는 철학적 가치가 있다. 인류세의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시노하라 마사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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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인간 이후의 철학>,<인류세의 철학> … 총 17종 (모두보기)
1975년생. 가나가와현 출생. 교토 대학교 인간·환경학 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후 인간·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교토 대학교 종합생존학관(思修館) 특임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문 연구 분야는 철학, 환경 인문학이며, 저서로 《공공 공간의 정치 이론》(人文書院), 《공공 공간을 위해》, 《전(全) 생활론》, 《복수성의 생태학》(이상 以文社), 《살았던 뉴타운》(靑土社), 《인류세의 철학》(人文書院) 등이 있다. 번역서로 마누엘 데란다의 《새로운 사회 철학》, 티머시 모턴의 《자연 없는 생태주의》(以文社)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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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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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박사 과정 수료 후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후기 구조주의 및 사변적 실재론과 교육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공동 저서로 《포스트휴머니즘과 교육학》, 《사유의 새로운 이념들:대안공간의 사상》 등이 있다. 번역서로 《가상사회의 철학:비트코인·VR·탈진실》,《정보사회의 철학:구글·빅데이터·인공 지능》, 《포스트모던 교육사상:일본교육학은 포스트모던을 어떻게 수용했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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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인간의 세계, 인간을 포함하는 세계
기후변화, 지구 가열화, 해수면 상승, 유례없는 가문과 홍수, 대형 산불, 태풍의 거대화 ...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조금씩 붕괴하고 있다는 감각은 우리 시대의 세계상을 돌아보게 한다. 인간이 세계의 중심에 있고 생활 조건을 완전히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 자연과 인간 세계를 분리된 것으로 사고하는 근대적 세계 설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근대적 세계상에 사로잡힌 세계는 자본주의와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 인간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세계, 인간 세계를 일부로 포함하는 세계는 감각되고 있는 것일까?
<인간 이후의 철학>은 우리가 세계 속에서 느끼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이 단순히 우리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있는 장소로서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것을 시작점으로 삼아 장소에서 붕괴와 소멸의 흔적을 읽고, 인간을 척도로 삼아온 시공간의 틀을 비인간적 시공간 속에 있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인간 존재의 조건을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를 검토한다.
인류세와 철학적 사유들
우리의 조건을 인간적 척도를 벗어난 곳에서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인간적 척도를 넘어선 존재로서 지구 규모 사물의 세계에 인간이 개입할 뿐 아니라 그에 침식되고 압도된 상황을 사고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저자는 현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개념과 사유를 읽어가며 인간을 벗어난, 인간을 포함하는 세계를 감각해 나간다. 그렇게 거대한 시공간으로서의 세계를 감각해 나가며 인류세와 현대 철학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 이전의 존재에 관한 세계를 사유하는 마르쿠스 가브리엘,
인간 사고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사유를 시도하는 메이야수,
지구 규모의 거대 사물과 상호사물성의 공간을 사유하는 티머시 모턴,
‘시차’를 통해 세계의 객관성을 말하는 가라타니 고진,
음향적 공간과 인간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지하 세계’를 이야기하는 프레드 모튼
어둡고 은폐된 영역과 감각적 매질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는 그레이엄 하먼
그리고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을 넘어
비인간적 시공간의 틀로 세계를 다시 이해하려는 차크라바르티까지
<인간 이후의 철학>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사유와 개념을 나침반 삼아 나를 넘어선 곳에 있는 세계의 현실성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세계에 대한 감각을 이야기한다.
세계에 대한 감각, 비인간적인 것에 대한 감각
우리는 평소 세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유지하고자하기 때문이다. 공공권에서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한 예로 과학 공동체 속에서 생각하고 논의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주체가 도달 불가능하더라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는 무시되고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공동체에서 유통되는 과학 담론에 입각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이야기되는 무언가에 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세상에 없는 것으로 생각해 버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보 과잉 상태의 공공권은 현실 세계에 관한 감각을 둔화시킨다. 저자는 메이야수의 말을 빌려 공동체의 독재론에서 빠져오는 것이야말로 세계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계는 감각적인 영역이다. 감각적인 영역으로서의 세계는 표상의 언어, 이미지의 표층적 세계와는 다르다. 언어로서의 세계, 공공권의 세계에서는 세계를 다루지 못한다. 생태 위기로 확장된 세계는 공공권과 관계없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공공권을 벗어난 곳에 현실 감각의 근거를 두고 거기에서 또 다른 사고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 이후의 철학>은 인간적 척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인간 세계를 일부로 삼는 비인간적 세계라는 시야를 갖는 것, 그렇게 세계의 타자성, 기묘함, 객관성, 비인간적인 것, 사물의 세계를 감각하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인간적 척도를 의심하는 것. 그중 하나가 세계 속에 은밀하게 들어간 비인간적인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오랫동안 무시당해 온 지구 규모의 사물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 것인가. 이것을 물어야 한다.”
세계를 감각하는 예술, 기계
세계를 파악함에 있어 시각을 기본으로 하는 언어로는 말할 수도 사고할 수도 없는 영역이 세계 안에 있다. 저자는 이것을 인식하고 그 위에서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언어를 창출하는 것 그리고 촉각으로 향하는 새로운 언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예술 작품에 주목한다.
사진에서 ‘원풍경의 층’을 읽고 연극을 통해 사물의 해방과 붕괴의 상상력을, 건축에서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적인 것을 사유하고, 아이폰으로 찍고 만든 예술 작품을 통해 신체를 둘러싼 세계의 탐구를 보는 등 건축, 음악, 사진, 시각 예술,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예로 들고 해석하면서 세계의 실재성, 사물의 세계가 가진 생생함, 선명함, 강렬함 혹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촉각적, 음향적 이미지의 형상을 탐구한다.
또한 세계에 대한 감각을 예술 작품만이 아니라 기계에서도 찾는다. 가라타니 고진의 ‘시차’ 개념을 통해 사진과 녹음기로 세계의 객관성을 설명하고자 했다면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 ‘인간화된 상태에서 기계를 해방시켜 인간 또한 인간화된 세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어서 지금까지 세계를 대상화하고 객관적인, 조작 가능한 사물로 파악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계를 넘어 그 속에서 철학적 언어나 텍스트의 존재와 무관한 세계의 존재함을 느낄 수 있음을, 예술과 함께 기계에서 세계에 대한 감각을 찾는다.
인간의 조건
“표층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인간은 사물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바위와 더불어 쉬는 존재라는 사실도 망각해 버린다.”
현대의 생태적 위기는 자연 세계의 타자성이 완전히 소멸해 버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간 세계와 지구 규모의 사물 세계 사이의 경계가 요동치고 시대, 한편으론 우리는 영화 <메트릭스>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는 디지털 세계에서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런 사태는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을 썼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였을 것이다.
<인간 이후의 철학>이 인간의 척도를 벗어난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이 세계를 감각하려고 하는 이유는 근대적 세계 설정을 넘어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위한 세계 설정을 생각하기 위함이다. 이미 여기 있음에도 느끼지 못한 채 무시되고 있는 것. 인간에게서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 사물의 세계, 지하 세계, 비인간적인 것들 ... 이것들을 감각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이 장소, 이 세계를 온전히 감각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일부로 삼는 살아 있는 세계, 우리는 여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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