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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4

박정미 - 아주 오래 된 의문

박정미 - 아주 오래 된 의문

박정미

231104
  · 
아주 오래 된 의문

 세상에 쓸 데 없는 이상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사춘기시절이 주로 그러한데, 내 인생에서는 대학 신입생시절 운동권 주변을 맴돌면서부터였다. 
자의식이 강했던 나는 처음 정면으로 마주한 사회와의 접합면에서 하염없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자아의 한계를 돌파하려다가 튕겨나오고, 다시 들이대다 상처입고 내면으로 침잠하곤 했다. 
나 자신도 구체화할 수 없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의문의 구렁텅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때 제기된 어둡고 무거운 실뭉치같은 의문에서 실마리를 찾아 질문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응답해가는 과정이 바로 내 인생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 몸을 돌보지 않는 무질서한 생활과 유물론철학을 학습하면서 생긴 신경증으로 학교를 휴학하고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소화시키지 못하는 철학이 몸으로 표현되었는지, 몸이 음식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반년 후 학교로 돌아왔지만 원래부터 약했던 몸은 그 후로도 내 발목을 잡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생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산다.

내 의식에 들러붙어 활력을 빨아먹던 유물론 철학과 결별하게 된 것은 나이 마흔도 넘어셔였다. 아빠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이다. 
 아빠와의 영원한 이별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인터넷서점 검색란에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떠오르는 책은 다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혼의 존재와 카르마로 작동되는 자아의 진보와 불멸과 환생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사상을 수용하게 됐다. 수용이라기 보다는 재확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유물론을 학습하기 전에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왔으니까.  

지금도 그 불교-인도철학의 핵심사상은 내 존재를 떠받치는 기반으로 살아있다(물론 불교는 불멸의 영혼을 부정하고 생을 거치며 언젠가 해체되어야 할 생명의 파동으로 이해한다.). 나는 언젠가는 돌아가신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뵐 수 있음에 안도했다. 이 때가 내 인생의 한 문제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말하고 행동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한 켠에 서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쪽이었는데 대학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촌놈대학교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서울대 콤플렉스를 가진 시골마을 남자수재들이 대부분이었던 학교라서 더 그랬다. 

그 중의 몇몇 특별한 개성들은 호기심과 관심을 끌었는데, 동문들의 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지금도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추적하여 확인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인간은 술에 취하기만 하면 5,18을 이야기하며 울고 남북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고통을 절절이 불고 하던 운동권 남학생이었다. 나는 사회현실과 역사에 대한 그 격정의 토로와 뜨거운 민족애에 반은 감동하면서도 반은 미심쩍어했는데, 결국 환멸을 느끼고 절연했다. 

지금도 그 인간은 그렇게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면서 요란하게 살아가고 있더라.

대학시절 받은 큰 문제 중의 하나가 그렇게 거대하고 추상적인 것을 쉽사리 말하는 인간들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인간의 영적 진화의 잣대는 사랑과 자비라고 한다. 그러면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을,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열 사람을, 열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민족과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 더 사랑에 가까운 진화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큰 사랑을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왜 개별적 관계에서는 그토록 거짓되고 망령되이 행동할 수 있을까. 왜 그들은 그토록 쉽사리 민족애와 조국애를 입 밖에 꺼낼 수 있는 것인가. 왜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고 의심과 환멸만 느끼는 것인가.

 며칠 전 시월의 마지막날, 모교 주변을 자전거로 도는데 문득 내 마음 속에 해답을 물고 떠오른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지, 인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다. 사랑은 추상적인 인류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웃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

 사랑이 땀과 냄새와 눈빛을 가진 개별적인간을 벗어나면 그것은 사랑의 경계를 넘어간다. 민족애는 민족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민족을 위한다는 자각에서 나오는 명예감정을 지칭한다. 명예감정이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명예감정은 인간 내면에서 가장 훌륭한 감정 중 하나라고 본다. 다만 잣대가 사랑이라면 그 사랑의 범주에 민족애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족애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고통과 연민과 책임의 감정뿐만 아니라 민족에 반대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증오까지도 아우른다. 사랑에 분노와 증오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 시절 운동권으로 젊은 학생들을 이끌었던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드높은 명예감정에서 비롯된 바가 컸다. 당시만 해도 대학생은 사회의 엘리트로서 민중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강조되었다. 이젠 어른이 되었다는 초조함, 역사적 소명의식의 깨어남, 혜택받는 계층으로서의 부채의식이 그들을 내몰았다. 

 하지만 꼭 그런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어서 어디에나 있는 새끼악마는 여기에도 끼어들곤 했다. 새끼악마는 구체적 인간에 대한 사랑도, 드높은 명예감정도 아닌 권력욕의 발로로 운동권에 또아리를 틀었다.

 무지개처럼 마음도 칸막이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스펙트럼을 형성해서 번지듯 넘어간다. 사랑의 감정 옆에 명예감정이 있다면 권력욕은 멀리 떨어져 겹쳐지지 않는 곳에 있다. 명예감정은 사랑의 입장에서 보면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가치지만 권력욕은 사랑과는 대척점을 이루는 사랑의 적이다.

 학생운동을 왜 했는지, 젊어서는 주위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 잘 알 수가 없다. 젊음 자체의 순수한 혈기와 단순성이 욕망조차 신선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어 한 때는 자신과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지만 긴 인생행로에서는 결국 다 드러내고야 만다. 

우리 세대에서는 소련이 멸망하고 북한의 실상이 드러남으로써 학생시절 추종하던 사상과 철학이 오류로 판명났을 때 선명하게 길이 갈렸다. 지천명이라는 나이 쉰도 중반을 넘은 지금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족적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길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욕을 먹으면서까지 고난을 자초하며 길이 끊어진 곳에서 새길을 만들어 걸어갔다. 내면의 명예감정이 길을 밝히고 고상한 인격을 증명해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는 반성적 의식을 내비치기는커녕 자신의 과거를 민주화운동에만 축소 왜곡하여 포장하는데 힘썼다.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윗선에 아부하고 대중선전에 사력을 다해 국회의원이 되고 기관장자리를 꿰찼다. 그가 진실로 원했던 것이 민족과 민중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권력과 사회적 지위였음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2023/09/15

Taechang Kim 柳生真による 최한기의 [은>과 [효>에 관한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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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chang Kim

  · 
昨夜(2023.6.20.火曜日、19:00-21:30)の公共する美学を共にデザインするワークショップでの
柳生真(韓国円光大学)教授による "チェハンギの <恩> と <孝>に関する発題講演を傾聴し、聴講者たちと交わした対話を終えた感想:

1.チェハンギは勿論、日韓中の気学研究史上気と恩あるいは孝との関連で論及したのは前例のない画期的な試みであったということで、先ず評価する.

2. しかし恩は恵と、そして孝は慈と、共に一体として相恩互恵し、親慈子孝するという相互性という多次元的動態として体感 体験体認することが大事である.

3. チェハンギの美学とは、生命開新美学の観点と立場から見れば <報謝の美>ではないか、という気がする.

4. チェハンギと柳宗悦との恩関連繋がりの話があったけれど、ラフカデイオ-
ハーンが日本の美を世界が十分理解していないなかで、日本人以上に高く評価し
世界に知らせようとしてもらったことに感謝し、それをまだ世界が十分知らない

韓国民衆の日常生活から生み出された民衆的生活用品にそれまで認識されなかった独特の美をはっけんし、そこから貴族的芸術美学とはちがう民衆的工芸美学を整理提示することによって世界に知らせることを通じて報恩の実践に献身したという深い結縁を感じるのである. 

天地人三次元相関連動としての地球生態学的認識像は、歴史的状況的条件変化によって刷新を繰り返してきたけれど、恩恵生態学という新たな認識-実践像の整理と提示には大きな思考発展的意義と展望開新的可能性があるのではないだろうか?

生態学と言うけれど、自然生態学が昨今の議論の主流になっているけれど、文化生態学や社会生態学、そして政治生態学や経済生態学等々いろんな専門分野が多元化しているなかで、韓国の一部では地球(生態)政治神学の吸収と波及こそが時代と現状の桎梏から解放される道筋であるかのように談論が続く. 果たしてそれでよいのか?
===
어젯밤(2023.6.20.화요일, 19:00-21:30)의 공공 미학을 함께 디자인하는 워크숍에서
야나이 마코토 교수에 의한 "최한기의 <은>과 <효>에 관한 발제 강연을 듣고, 청강자들과 교제한 대화를 마친 감상:

1. 최한기는 물론, 한일중의 기학연구 사상기와 은 혹은 효와의 관련으로 논의한 것은 전례가 없는 획기적인 시도였다는 것으로, 우선 평가한다.

2. 그러나 은혜는 혜택이고 효는 자와 함께 일체로 상은 호혜하고 친자자 효하는 상호성이라는 다차원적 동태로서 체감체험체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최한기의 미학이란 생명개신미학의 관점과 입장에서 보면 <보사의 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최한기와 야나기 무네요시와의 은관련 연결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라프카데이오-
한이 일본의 아름다움을 세계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본인보다 높은 평가를 했지만.
세상에 알리려고 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세계는 아직 그것을 충분히 알지못한다.

한국 민중의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진 민중적 생활용품에 그동안 인식되지 않았던 독특한 아름다움을 벗어나 거기에서 귀족적 예술미학과는 다른 민중적 공예미학을 정리 제시함으로써 세계에 알리는 것 이를 통해 보은 실천에 헌신했다는 깊은 결연을 느끼는 것이다.

천지인 3차원상 관련 동으로서의 지구 생태학적 인식상은 역사적 상황적 조건 변화에 의해 쇄신을 반복해 왔지만, 혜택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인식-실천상의 정리와 제시에는 큰 사고 발전적 의의와 전망 개신적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태학이라고 말하지만, 자연 생태학이 최근의 논의의 주류가 되고 있지만, 문화 생태학이나 사회 생태학, 그리고 정치 생태학이나 경제 생태학 등 다양한 전문 분야가 다원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의 일부에서는 지구(생태) 정치신학의 흡수와 파급이야말로 시대와 현재의 桎梏에서 해방되는 길인 것처럼 담론이 이어진다. 과연 그것이 좋을까?



2023/06/30

Philo Kalia 생태인문학 학회 - 기독교 원불교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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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 post
Philo Kalia
11 h

  · 
이 학술대회에 매력을 느껴 남의 집 잔치이지만 30km를 달려 단대 죽전캠퍼스에 갔다.
정문 오른쪽에 위치한 글로컬산학협력관을 단대 캠퍼스 한 바퀴 빙 돌고서야 겨우 찾았다. 
방향치, 길치, 공간 감각능력 부족.
발표가 6개였지만 1, 2분과로 나눠서 발표하는 바람에 3개 밖에 듣지 못했다.


대개 학회에서는 동종 전공자들의 동종교배만이 이뤄지는데
이번에는 과학, 동양철학, 서양철학, 종교사상과 교육까지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했다. 
학문간 대화와 융합이 생태문제, 지구위기, 기후위기를 놓고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를 어찌 한 분야에서 다 말할 수 있다거나 해법을 발견할 수 있으랴.

서성열 선생(농사상연구소)의 “기독교 생태 신학과 농(農)의 신학”이 
무척 신선하고 도전적이었다. “하나님은 농부이시다”는 선언을 신학적으로 사색하고 전개할 수 있는 발표였다.

고은아 선생(대전광역시환경교육센터)의 “생태전환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에서는 
3년 전부터 초등과 중등교육과정이 생태전환교육으로 교과전체가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늘 기성세대와 정치와 (대)기업에 있다.

*학회의 고질적인 문제:
발표시간과 토론시간이 늘 부족하다.
발표문의 밀도 있는 문제의식과 전개 및 해법 제시, 토론자의 그것에 대한 정성어린 비판이 부족하다.
토론문에 발표자의 논문 요약은 안 했으면 좋겠다. 
질의와 비판을 하면서 그 안에서 충분히 발표 내용을 언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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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알라딘: 은혜철학의 발견 이주연 2023구매

알라딘: 은혜철학의 발견
은혜철학의 발견 이주연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5월

2023년 06월 30일에 구매 

은혜철학의 발견 
이주연
(지은이)

모시는사람들2023-05-30































Sales Point : 135

10.0 100자평(0)리뷰(1)

336쪽
책소개
한국 자생종교인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이 새롭게 선언한 사은(四恩)사상, 즉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네 가지 은혜에 관한 철학은 이 우주만물이 본래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으며 그것이 우주 만유의 존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진리 언어임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사은은 우주의 존재론, 그 창조성, 그리고 생명성을 보여주는 핵심 패러다임으로서 생명 근원, 무한 긍정, 평화 공생의 의미를 통해서, 혐오, 소외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기후위기나 인류세 등으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수양과 불공의 겸전을 통해 자기완성을 추구해 나가는 밑바탕의 원력이 됨을 탐구한다. 또한 이 은혜철학으로써 타자와 대화하고 생태학과 대화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읽고, 듣고, 말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목차
, ‘애매한 자들’의 집
2. , 우리의 근원
3. 지구, 생명이자 은혜

제2장 은혜로 읽는 생명평화
1. 지구권, 본래 존재하던 것
2. 생명평화, 범종교적 가치
3. 원불교 기후행동, 생명평화와의 만남

제3장 은혜로 읽는 언어
1. 언어, 종교와의 대화
2. 수사학, 대종경의 안내자
3. 얽힘, 모두의 연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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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1일원과 사은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는 이원론적 프레임의 지양이 우선 요구된다. 소태산의 언어는 이원적이었으나 그 기저에는 본체와 현상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통합성이 일원과 사은으로부터 비롯되는 존재론의 근간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그간 연구자들은 이 통합성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전개해 왔다. 그렇다면 여기에 더하여, 본체와 현상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이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행태를 지양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적 관점을 기반으로 이원론을 지양하는 것은 상대를 타자화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와 차별, 혐오뿐 아니라 인간중심주의로 인하여 초래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접기
P. 52원불교의 신앙고백이자 다짐이라고 할 「일원상 서원문」에서는 원불교의 진리를 받아들여 수행하는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으로, 진급이 되고 은혜는 입을지언정 강급이 되고 해독은 입지 말 것을 권유한다. 천지만물이 본래 은혜의 관계 속에 있지만, 즉 절대은혜로 맺어져 있지만, 이 은(恩)적 관계가 강급과 해독을 낳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즉 혐오·소외·차별 내지는 자연 착취로 인한 환경파괴와 생물대멸종, 바이러스의 역습 등 해독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실천, 즉 불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불공이 따르지 않는 은혜는 실제 은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해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접기
P. 79우주만유는 은혜의 원리에 따라 긴밀하게 얽혀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 지구공동체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이상 ‘배은자의 장난’으로 말미암은 해가 확산될 때에는 본인의 직접적인 행위와 상관 없이 그 영향권 내에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보은과 불공으로 지구 공동체가 배은행의 악업을 씻어내고 보은행의 결과로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은혜철학의 관점이다. 바로 보은과 배은의 분기점에서 나 한사람부터 보은을 선택할 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존재가 보은행에 돌아오도록 함으로써 생명의 위기가 아닌 생명평화의 미래사회가 도래하도록 은혜의 진리를 확산하자는 것이다. 접기
P. 118지구적 차원의 교화와 지덕겸수의 교육은 근대 서구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보편주의에 대한 주체적 대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때 ‘주체적 대응’은 보편주의를 향한 ‘수정과 저지’를 의미할 뿐 아니라 ‘활용’으로서의 대응도 의미한다. 소태산이 『정전』 ‘교법의 총설’에서 “모든 종교의 교지(敎旨)도 이를 통합 활용”할 것을 언급했던 것도, 또는 정산이 원광대학교 제1회 졸업식에서 “그간 배운 바를 국한 없는 큰 사업에 널리 활용”하라 당부했던 것도 이러한 ‘활용’에 따른 주체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접기
P. 149동학·천도교와 원불교 수양학의 특징은 개인적인 수양이 지구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공경과 불공과 통합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심성을 도야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타인이나 타자를 향한 공경과 불공을 실천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자각이자 수양의 지침이다. 이는 동학·천도교와 원불교가 인식하듯 지구 구성원이 ‘은(恩)적 네트워크’, 즉 긴밀한 상호의존적 관계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공경과 불공을 실천함으로써 이 네트워크를 더욱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음을, 이로부터 연대를 실천할 수 있음을 함의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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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불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인생길(사은 사요)과 공부길(삼학 팔조)로 제시되었다. 모든 종교의 취지도 인생길과 공부길을 통합 활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가 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불교는 은혜철학을 근본으로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사은을 천명하며 우리에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고 설파했다. 우주만유를 사은으로 범주화하고 더 나아가서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으로 확충시켜갈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것을 하나하나 먼저 깨치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이주연 교무가 원불교의 핵심교리인 사은에 관해서 공부하며 ‘은혜철학’을 주제로 작성한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은혜철학은 존재의 근원을 ‘얽힘’이라는 실제 삶 속에서 궁구하기 위한 사유의 길이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서 원불교가 현대사회는 물론이요 미래사회에도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할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고시용

생성형 AI, 챗GPT가 던진 충격이 하루하루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겨우 시작일뿐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둘러싸인 인류의 시름이 깊어질수록, 시대의 화두에 대한 소태산의 통찰은 선명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원불교에서 말하는 ‘은혜’에 관한 전면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기후와 평화, 소외와 혐오 등 직면한 문제에 대한 근원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주변은 늘 모순투성이고 불만과 불안이 교차함에도, 읽는 내내 생명 그 자체로 살아 생동하는 은혜로 세상을 느끼며, 즐거운 유위-무위의 보은, 불공의 길로 이끈다.
- 이정민(도하)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




저자 및 역자소개
이주연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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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구이며 우주의 끝은 어디인지가 궁금한 나머지 40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원불교 교무. 삶을 향한 궁금증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가 가르치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북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시기에 접한 철학자들의 영향으로 인해 ‘얽힘’을 주된 고민거리로 삼게 되었다.이후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본격적으로 ‘얽힘의 원불교학’을 탐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구인문학의 시선: 갈래와 쟁점』(공저), 『근현대 한국종교의 생태공공성과 지구학적 해석』(공저), 『지구적 전환 2021』(... 더보기

최근작 : <은혜철학의 발견>,<지구인문학의 시선>,<지구적 전환 2021>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존재를 사유하는 새로운 시선, 우주를 관통하는 자연의 이치
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네 가지 은혜로 얽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은 인간세계의 삶의 질서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사건이지만, 그러한 전환 자체는 사실 인간들의 삶의 질서의 대전환, 특히 그로부터 유래한 인간 시선(視線)의 확장의 결과요 결실이었다. 코페르니쿠스로부터 갈릴레오에 이르기까지 지동설을 확립해 나간 사람들은 천문학적 궁구(窮究) 작업과 아울러 망원경 등 필요한 도구를 발명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하늘의 별을 주시하며 관측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다른 모든 인류 문명, 문화, 사상, 철학의 발달이 그러하듯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일회적인 사건이거나, 일인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그때까지 인류가 일구어 온 성과가 ‘천문학적 천재’의 통찰을 거치며 하나의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사상계에서도 이러한 통찰적인 깨달음이 ‘종교적 천재’에 의하여 일어나곤 한다. 특히 19세기~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한국사회는 차축시대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으로 다수의 ‘종교적, 사상적 천재’들이 잇달아 등장하여 20세기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철학적, 종교적 새 지평을 개창하였다. 이 시기에 제시된 진리의 언어들은 짧게/좁게는 ‘지구촌 형성기’ 다시 말해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서세동점의 제국주의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전 세계를 풍미한 서구 발(發) 인신(人神)론적 종교 사조와 이원론에 입각한 철학 사조 등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적인 종교가 되며, 길게/넓게는 이른바 ‘선천’으로 지칭되는, 지금-여기까지의 인류사가 이룩한 인식의 지평을 한 차원 새롭게 ‘개벽’하는 개벽적 언어로서, 인간문명(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추동하는 철학이 된다.

한국 자생종교, 그중에서도 개벽종교로 불리는 일련의 종교들 가운데 비교적 늦은 시기에 창립된 원불교의 교조 소태산은 이 세상 만물이 천지은(天地恩), 부모은(父母恩), 동포은(同胞恩), 법률은(法律恩)의 네 가지[四恩]로 구체화되는 은혜(恩惠)로 서로 얽혀 있으며,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론적인 연결 관계의 본질이 바로 은혜라고 선언하였다. 소태산-원불교 사상의 모든 언어들이 그러하듯이 이 네 가지는 각각 우주 전체의 일부분을 지시하고 대상으로 하는 분절적 언어가 아니라 통합적인 전체의 각 현상적, 현실적 측면을 지시하는 것으로, 넷이면서 곧 하나이고, 하나인 전체의 생동하는 양상을 지시해 주는 말이다.

여기서 통합, 일원, 전체는 원불교의 본질적 측면,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원(一圓)’으로 호명되는 진리 그 자체의 측면이라면, 의미지을 수 없는 일원상이 이 세상에 드러나는 양상이 바로 사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은-은혜철학의 현실적인 의미는 그것이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존재양상임을 깨닫고, 그 본질에 귀의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간사회는 물론 지구전체에 해독을 끼치는 혐오와 소외, 차별과 (자연)착취 등의 삶의 양식을 구원하고 개벽하면서 초월적 진급을 이루어낼 수 있는, 포월(包越)의 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서로를 살리며 은혜로 얽힌 존재입니다
위기의 지구, 벼랑 끝 인류를 구원할 진리입니다

일원-사은의 이러한 관계와 그 원력을 ‘은혜철학’이라고 명명할 때, 일원-사은 철학에의 불공, 일원-사은 철학의 수양은 다시, 오늘날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배은(背恩)의 행위를 씻어내고 보은(報恩)의 공력을 쌓는 보은행으로 나아갈 것을 지시한다. 우선 나 한 사람이, 한 사람부터 보은행의 길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최대한 많은 존재자가 보은행에 돌아오도록 함으로써 은혜가 살아 숨쉬며, 흐르며, 활동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사은철학의 실천적 의미이다. 이렇게 사은철학이 실천의 단계에 접어들면 오늘날, 인간의 배은행의 절정으로써 인류세의 위기, 즉 기후의 위기, 생명의 위기, 지구의 위기는 평화와 화해, 공존의 미래사회로 전환적인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사은철학이 천지-부모-동포-법률로 구체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원불교 수양학의 특징인 공경과 불공과 통합되는 지점이 뚜렷이 보이게 된다. 즉 이 지구 구성원은 천지에서부터 부모와 동포(인간존재만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까지 아울러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나와 먹고-되먹임의 살림 관계 에 있는 모든 존재, 즉 지구 전체)의 ‘은(恩)적 네트워크’, 즉 긴밀한 상호의존적 관계로 이어져 있으며, 나의 보은행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생생활활(生生活活)케 하는 원기(元氣)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산, 물, 호수, 강과 같은, 그동안에는 인간 사회의 배경으로써 인간의 개발과 착취, 소비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자연물, 사물(事物)까지도 인간과 동등(同等)한 권리주체로서, 법률-헌법적인 차원에서 보장하는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조건’으로서의 거주 불능 행성으로 전락할 위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임기응변의 간지(奸智)의 결실이 아니다. 그 말을 증언하고 증거하는 것이 바로 은혜철학이나 동학의 삼경(三敬思想), 물오동포(物吾同胞), 최한기의 활동운화(活動運化) 등의 개념이다. 이는 명백한 ‘탈-인간중심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현대 인류사회에 최신의, 필수의, 필연의 철학이 되고 있는 사상적 맥락이 이미 1세기 전에 우리 사회의 개벽적 조류로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은혜철학은 이러한 ‘비-인간’ ‘탈-인간’의 존재들이 인간과 동등할 뿐만 아니라,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얽혀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이며, 서로가 서로를 살리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설파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위한 인간 역량도, 생명을 위한 생명 역량도 아닌 존재하는 그 자체를 위한 존재 역량을 함께 발달시키”는 관계, 다시 말해 서로-주체의 관계임을 말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위기에 처한 인류가 배우고 때로 익혀야 하는 철학사상이요, 생존전략이며, 활인기계(活人機械)라 할 것이다. 접기


마이리뷰



신선한 책을 만났습니다

세상만물이 은혜로 관계맺고 있음을 얘기하는 저자의 얘기와, 그 은혜 관계를 얽힘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사고가 매우 새롭고 신선합니다. 주변 분들께 읽어봄을 추천해도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idebyside 2023-05-1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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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Philo Kalia *63회 신학독서회 후기 "풍성한 생명과 생명평화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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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 Kalia  *63회 신학독서회 후기
"풍성한 생명과 생명평화무늬"

제2부 “풍성한 생명”은 8장으로 전개되는 바, 제1장은 “현세의 영원한 생명”이다. 신학 책 치고 하느님(3장)보다 생명에 훨씬 더 많은 분량(8장)을 할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간의 생명은 관계적 삶이다. 몰트만은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 제시하여 서술한다. 그러나 제시한 순서와는 반대로 전개한다.
①땅(지구)과의 관계: 땅의 피조물인 인간은 땅과의 공동체로 산다.
②타인과의 관계: 여기서는 특히 자식과 부모로서의 인류의 세대 간의 연결 공동체의 삶을 언급한다.
③하느님: 하느님의 자녀인 인간은 신적인 삶을 산다.
브뤼노 라투르로 대변되는 행위자 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은 관계적 인간론(존재론)을 훨씬 정교하게 확장한다. 이 이론은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사회적이든 자연적이든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호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적 방법적 접근법이다.

1.신적인 생명과의 공동체로
이 절의 포인트는 영생이해이다. 영생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기쁘고 슬픈 삶, 사랑받지만 고통도 받는 삶, 행복하면서도 실패한 삶, 그것이 바로 영생의 모습이다.
영원한 생명이란 “끝없는” 생명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가득 찬 생명, 곧 넘치는 생명“(요 10:10)이다. 영원이란 인간적인 생명이 신적인 생명으로 질적 승화를 말하는 것이지, 끝없는 생명 연장은 아니다. 신적인 영생의 한 순간을 체험하는 것은 우리가 현세에서 수년의 생명을 더 사는 것 이상이다. 영생의 현재를 신앙 안에서 맛본다.
”믿는 삶은 영생을 가지고 있다“(요 6:47)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아니할 것이다.”(요 11:25-26)
영생의 이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하나님의 ‘긍정’(Ja)”이다. 하나님의 생명 긍정(Lebens Ja)은 영생의 필요조건이다. 94세, 2020년에 출간된 『나는 영생을 믿는다』에서는 하나님의 생명 긍정을 “우리는 죽는 순간에 부활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풀어 밝힌다.

2.산 자와 죽은 자의 공동체로
몰트만은 이전에 세대간의 연대, 세대간의 계약을 강조하곤 했다. 여기서 그는 특별히 산 자와 죽은자의 연대, 혹은 공동체를 강조한다. 영생의 의미지평을 넓히기 위한 증거로 제시하는 것 같다. 몰트만은 동북아 문화권의 조상숭배(祭禮)를 자세히 적시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조상숭배는 하나의 종교예식인가 아니면 생명과 생명 공동체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하는 당연한 본분인가? 대답은 후자일 것이다. 몰트만은 세대를 이어가며 맺어지는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의 공동체를 강조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산 자들의 미래의 희망일 뿐 아니라 죽은 자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3.지구와의 공동체로

이 부분은 생태계의 위기, 기후 대참사, 지구의 사막화가 확산되는 최근의 경험 속에서 가장 중요하며 그래서 분량도 많다.
이 부분은 목하 생태신학, 지구(가이아)의 신학, 땅의 신학 등으로 논의되고 있다.

①창조의 역사를 근대사관으로 읽는 눈(만물의 영장)에서 생태학의 입장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이때 인간은 하나님의 마지막 피조물이며, 따라서 가장 의존적인 생물체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다른 모든 피조물에 의존해야 하고, 땅과 하늘과 빛을 의존해야 하고, 이 땅의 식물과 짐승 없이는 잠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다른 피조물들은 인간 없이도 살아갈 수 있으며, 그런 사실이 수백만 년의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지구헌장 2000)이다.

②<땅>(지구)의 절대적 중요성이다.
땅은 인간의 지배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위대하고 독특한 피조물이다.
지구는 복잡체계를 지닌 항성으로서 생명을 소생시키고 삶의 공간을 제공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땅은 그 전체로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땅은 생명을 생성해내며 인간은 땅의 피조물이며 인간의 고향이다.
하나님은 땅과 특별한 언약을 맺으셨다. 이스라엘의 종교는 땅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땅의 구속의 비밀을 우주적 그리스도에서 발견한다.
몰트만은 ”하늘나라 가게 해주세요“라는 말로 집약된 전통적인 이원론적 구원론을 거부하면서 나는 죽어서 ”하늘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땅을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하는 여관으로 생각하고 나는 땅에 사는 손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땅은 여관이 아니라 집이며 우리는 땅의 손님이 아니라 땅의 주인이면서 청지기이다. 우주선을 통한 지구로부터의 탈출이나 묵시록적 지구의 파국은 ”생명을 적대시하는 허상이요, 파멸의 영성“일 뿐이다.
“땅아, 너는 열려서 구원의 싹이 나게 하고,
공의가 움돋게 하여라”(사 45:8)
이 땅의 생명에 동참함으로써 우리는 우주적 생명을 맛보게 된다. 땅의 영성을 일깨우는 것은 근대의 자연정복이라는 “힘의 교만”이 아니라 “우주적 겸허”이다. 진정한 자연과학자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상업화하려 하지 않고, 아직은 연구가 끝나지 않은 자연의 비밀 앞에서 놀라며 “우주적 겸허”의 진실을 깨닫는다.
몰트만의 이 부분은 최근 부상하는 지구학 및 인류세의 만남과 그들과의 신학적 대화의 공간을 넓힐 것이다.

2023/05/12

은(恩)으로 혐오 넘어서기 : 지구인문학으로서 원불교학 - 은혜철학 이주연

은(恩)으로 혐오 넘어서기 : 지구인문학으로서 원불교학



은(恩)으로 혐오 넘어서기 : 지구인문학으로서 원불교학Going beyond Hatred by Fourfold Grace : Won-Buddhist studies as Globalogy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2021, vol., no.89, pp. 159-184 (26 pages)


발행기관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분야 :
인문학 >
종교학 > 한국종교 > 원불교학
이주연 /Lee Ju youn 1


1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초록 


이 연구에서는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를 논 의한다. 혐오는 오염으로 인해 자신이 완전무결하지 못하고 낮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무의식적 불안감에서 유발된다. 요즘은 지구화시대의 가속화로 인해 혐오가 더욱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타자의 존엄성을 고 려하지 않았던 제국주의 시대에 새로운 사유법으로 등장했던 타자철학은 타 자의 절대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의 지구화시대에는 바로 지구인문학적 관점이 전 지구적 존재들의 존엄함과 평등성에 주목함으로써 ‘지구적 혐오현 상’의 해법으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구인문학은 토마스 베리의 주장처럼 지구에 매혹될 것을 권유하는데, 
신유물론자들과 포스트휴머니스트들, 그리고 한국의 종교가와 사상가들이 이 지구인문학적 사유법을 제시해왔다. 
특 히 원불교의 은(恩)사상은 모든 존재들의 긴밀한 상호의존관계를 바탕으로 서 로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권장하고 있어, ‘실천학’으로서의 지구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법신불(法身佛)’과 ‘사은(四恩)’에 대한 균형 감 있는 신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이 바로 ‘혐오를 포기케 하는 유토피아’로 우릴 안내할 것이다.


This study discusses what viewpoint is required for going beyond hatred. Hatred is caused by unconscious anxiety that men may become people of low ability who are absolutely perfect due to corruption. Hatred has appeared in more multi-layered and complex forms due to the era of accelerated globalization these days.Philosophy for others that appeared as a new thinking method in the era of imperialism which did not consider others' dignity focused on their absoluteness. And the viewpoint of globalogy plays the role as a solution of 'global abhorrence phenomena' by focusing on dignity and equality of global beings in the present era of globalization. Globalogy recommends people to be fascinated by the earth like Thomas Berry's arguments and new materialists, post humanists, and Korean religionists and thinkers have presented thinking methods from the viewpoint of globalagy. Especially, grace thought is globalogy as practical learning as it recomends people to repay each other's kindness based on all beings' close independent relationship. But one concern is that beliefs balanced between ‘Dharmakāya Buddha’ and ‘Fourfold Grace’ are required. These beliefs will lead people to ‘utopia to make them give up hat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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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지구인문학,
원불교,
은사상,
신유물론,
포스트 휴머니즘

Hatred, Globalogy, Won Buddhism, Grace thought, New materialism, Post hum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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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소개] 한국 자생종교인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이 새롭게 선언한 
  • 사은(四恩)사상, 즉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네 가지 은혜에 관한 철학은 이 우주만물이 본래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으며 
  • 그것이 우주 만유의 존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진리 언어임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 사은은 우주의 존재론, 그 창조성, 그리고 생명성을 보여주는 
  • 핵심 패러다임으로서 생명 근원, 무한 긍정, 평화 공생의 의미를 통해서, 
  • 혐오, 소외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기후위기나 인류세 등으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  수양과 불공의 겸전을 통해 자기완성을 추구해 나가는 밑바탕의 원력이 됨을 탐구한다. 
  • 또한 이 은혜철학으로써 타자와 대화하고 생태학과 대화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읽고, 듣고, 말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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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문학의 시선-갈래와 쟁점
(지구인문학총서 03)
출판사 : 모시는사람들
2022.03.31 ㅣ 256p
 
이 책은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나 그에 따르는 기상이변, 팬데믹이 현실화, 일상화하는 인류세 시대에 즈음하여 지금까지 인류가 안주해 온 ‘인간 중심의 시선’을 지구환경 문제로 확장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하여 ‘지구의 시선’으로 인간과 지구를 들여다보는 지구인문학의 최신 쟁점과 관점을 소개한다. ‘지구인문학’은 인문학의 종결자로서, 디스토피아의 징후를 보이며 다가오는 ‘지구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형성 도상에 있는 지구인문학’을 구체적인 현장에서부터 귀납하여, 그 의미와 지평을 열어내는 책이다.

이 책의 분류
도서정보
목차 및 본문
출판사서평
저자 및 역자 정보
독자서평

[목 차]

제1장 ‘장소’의 지구철학: 세계철학의 신(新)구상 / 박치완 … 15
1. 우리는 ‘어디’에서 학문을 하는가? … 18
2. 제3세계가 중심이 된 지구학의 구성과 그 방법론 … 24
3. 제3세계 지식인들의 연대와 ‘장소감’의 증진이 필요한 이유 … 45

제2장 ‘사이’와 ‘너머’의 지구정치학 / 김석근 … 53
1. 지구인문학과 새로운 사유 … 55
2. 지구와 인간 그리고 인류세(Anthropocene) … 59
3. 지구정치, 지구정치학, 지구공동체 … 66
4. ‘지구정치학’을 향하여(AD TERRA POLITIKA) … 78

제3장 ‘공생’의 지구정치신학 / 박일준 … 85
1. 정치신학의 주제로서 지구와 공생 … 87
2. 좌절된 미래와 분노의 정치 … 91
3. 미래 이후 시대의 정치신학: 언더커먼스의 정치신학 … 97
4. 비존재적 집단체(the collective)의 정치적 가능성 … 106
5. (성공)보다 나은 실패(a failing better)로서 정치신학적 투쟁 … 113
6. 지구의 존재 역량을 정치적으로 신학하다 … 122

제4장 ‘은혜’의 지구마음학 / 이주연 … 127
1. 혐오의 시대 … 129
2. 은혜로 혐오 시대 넘어서기 … 136
3. 지구마음학, 그 현장의 소리 … 151

제5장 ‘실학’의 지구기학 / 김봉곤·야규 마코토 … 163
1. ‘세계’에서 ‘지구’로 … 165
2. 최한기의 지구 인식 … 167
3. ??지구전요(地球典要)??와 새로운 지구학 … 176
4. 만물일체(萬物一體)와 ‘천인운화(天人運化)의 효(孝)’ … 184
5. 지구 내 존재 … 194

제6장 ‘미래’의 지구교육학 / 이우진 … 199
1. ‘되기(become)’ 위한 배움 … 201
2. 고귀하지만 결함이 있는 세계시민교육 … 207
3. 여전히 인간 중심적인 생태시민교육 … 217
4.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으로 … 225
에필로그 …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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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서평
지구인문학의 시선으로 인간, 사물, 세계를 논한다

2020년,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큰 홍수가 발생했으며, 2019년부터 시작해 이듬해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 같은 해 터키에는 지진이 일어났고, 한국에선 54일간 장마가 이어진 데다 태풍도 줄줄이 찾아왔으며, 중국에는 폭우로 인한 홍수가 있었다. 모두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 인류를 찾아온 위험들이었다. 묘하게도 같은 해에 지구인문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지구인문학자들이 함께 저술한 이 책, ??지구인문학의 시선??에서 다루는 논점들은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과 만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분야별로 다룬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시선, 서구의 시선으로 살아오며 자본주의를 보편적인 프레임으로 공식화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당면한 팬데믹에 도달하고 말았다. 인류세와 기후위기 현상이 요청하는 것은 기존의 시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구인문학의 시선??에서는 더 이상 인간의 시선이 아닌 ‘지구인문학의 시선’을 상상하고, 탐색한다.

지구인문학자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1장 ‘장소의 지구철학’은 ‘장소의 존재’로서 인간이 지구를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존의 장소로 구성해낼 수 있는 방법을 타진한다. 그 방법이란 다름 아닌 ‘제3세계성, 즉 억압당하고 배제당한 자의 눈으로 지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2장 ‘사이와 너머의 지구정치학’은 명사적 존재로 가득한 인간의 정치와 철학을 넘어, 그 ‘사이’의 존재들에 주목하고, ‘사이 너머’를 사유하는 지구정치학을 구상한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이 국면에서 지구가 보여주는 다양한 양상과 반응이 바로 지구의 정치적 행위임을 재발견한다.
3장 ‘공생의 지구정치신학’은 ‘함께-만들기’ 혹은 ‘공동생산’으로서의 ‘공생’에 주목하여 제도권 정치로부터 정치적 행위 주체성을 부여받지 못한 존재들의 정치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이들의 연대를 꿈꾸는 정치신학을 제안한다.
4장 ‘은혜의 지구마음학’은 ‘은혜’라는 키워드로 카렌 바라드의 ‘모든 존재들의 얽힘’을 재서술하면서 지구상의 모든 존재, 특히 나는 모든 존재로부터 은혜를 입고 있음을 호소한다.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마음 바탕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지구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5장 ‘실학의 지구기학’은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학이 “‘세계’로부터 ‘지구’로의 시선의 전환”을 통해 성립된다, 즉 “인간과 만물이 관계를 지구적 차원에서 사유하는 시도가 일찍이 조선사회에 형성되었음”을 주목한다. 최한기는 ‘만물이 일체로 얽혀 있음’에 주목하면서, 천지를 섬기는 ‘천륜적 효’를 제안한다. 이는 인간의 행위주체성을 지구적으로 확장하는 사유라 할 수 있다.
6장 ‘미래의 지구교육학’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지구교육학’의 지평에서 조망한다. 이는 ‘세계시민교육’과 ‘생태시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생명적 사유’에서 “비생명적 존재들과의 얽힘도 사유할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인류세 시대 인문학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한다

지구위기 문제들을 한국사상과 비서구적 관점에서 사유하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인간과 유럽 중심의 근대인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와 만물까지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시켜, 인간과 지구가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들을 모색한다. 당면한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사유체계를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은 학문 영역뿐 아니라 문화, 정치, 예술, 교육 등의 영역 전반에 널리 공명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인문학 사조들은 인간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 인류세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압도적으로 현상화된 - 지금의 위기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구인문학은 이러한 과제에 적극 응답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우리를 향한 지구인문학의 시선’을 닮아야 한다는 점을 깊이 파고든다. 이것을 통해 문명의 전환을 이룸으로써 지구적 전환 속에 인간의 자리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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