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학회, 신도 150만 '남묘호렌게쿄'
[3.1절 기획]한국의 일본신흥종교②
2007년 03월 01일 (목) 00:00:00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흔히 ‘남묘호렌게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국제창가학회(SGI)는 일본의 신흥종교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해 활동하는 단체일 뿐만 아니라 일본 내 신흥종교 중에서도 최대의 세력을 갖고 있는 종단이다. 또한 ‘일본판 통일교’라 불릴 만큼 일본 내에서 사회적 비난과 공격을 받고 있는 일본불교 창가학회는 현재 한국에 약 150만 명의 신도 수를 자랑하고 있다(한국SGI측 통계).
창가학회 신도들이 외우는 제목인 ‘남묘호렌게쿄’는 ‘남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남무’는 ‘나무’라는 인도 범어로 ‘귀의하겠습니다’라는 의미이고, ‘묘법연화경’은 ‘법화경’이라는 경전의 이름이므로 ‘남묘호렌게쿄’는 “법화경에 귀의하겠습니다”라는 뜻이다.
창가학회 회원들은 스스로를 유일한 참된 불교도로 여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종교만이 지구상에서 단 하나의 참된 종교라고 믿고 있다. 신도들은 ‘샤쿠부쿠’라는 전도훈련으로 자신들의 종교를 세계에 전파하며 다른 모든 신앙 또한 자신들의 종교로 통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소위 ‘그릇된 신앙’이라고 부르는 타종교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창가학회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들 창가학회 신도들의 포교활동은 광선유포(廣宣流布), 절복운동(折伏運動)으로 불리는데 ‘전 세계에 베푼 본존을 남을 위해 회향하고, 나아가 적을 부숴 굴복 시킨다’는 뜻이다.
창가학회의 시작
▲ 왼쪽부터 창가학회 1대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2대회장 도다 조세이, 3대회장 이케다 다이사쿠
일본의 니치렌(日蓮, 1222~1282)이라는 승려가 만든 불교종파 일련종(법화계)으로부터 많은 신흥종교가 만들어졌다. 니치렌은 불교의 경전들 중 법화경(法華經)만을 최고의 경전으로 인정했으며, 그 경전의 가르침만이 진리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 일련종의 종지를 니치고(日興)가 계승하여 1913년 후지山 대석사(大石寺)에서 일련정종(日蓮正宗)을 개파하였다. 일련정종은 니치렌이 1280년 10월 12일 먹물에 혼(魂)을 적셔 남목(楠木) 널빤지에 ‘남무묘법련화경(南無妙法蓮華經)’이라 썼다는 본존(本尊)을 섬긴다. 즉 ‘남묘호렌게쿄’를 봉창하면 누구나 강한 생명력과 지혜를 갖게 되며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후지산 대석사의 판자 본존을 매일 약 1만여 명의 참배객들이 찾고 있다.
▲ 2차세계대전 당시 한 일본군이 남무호렌게쿄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있다.
이 일련정종에 1928년 입교해 교육연구단체 ‘창가교육학회’에 관여했던 마키구치 쓰네사브로(牧口常三郞, 창가학회 1대 회장)가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창가학회 2대 회장)와 함께 1930년 “우리들의 현실을 괴롭게 하는 원인 즉 전생의 업(業)을 단절하고 현세에 이익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선 대석사의 판자본존에 귀의하는 것”이라며 창가학회를 창립했다. 니치렌을 창시자로 받드는 많은 불교 종파들 중에 오직 자신들만이 정통이라고 주장한 창가학회는 그러나 ‘남묘호렌게쿄’라고 제목(題目)을 외면 행복하게 되어 어떤 병도 치료되고, 대석사의 본존을 거역하면 벌을 받는다고 믿는 신앙은 일련정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40년 일본 정부가 일본의 모든 종교를 신도교 하나로 단일화 하려는 정책을 폈을 때 유일하게 이 단체만이 신사참배를 거부했으며 21명의 신도들이 모두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체포되었다. 이후 신도교로 전향한 19명은 석방되었고, 마키구치 초대회장은 옥중에서 사망, 제2대 회장인 도다만이 1945년 풀려나 학회를 재건하고, 제3대 회장에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가 취임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천하를 쥐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창가학회 3대 회장 이케다 다이사쿠는 1977년 <불교사관을 말한다>에서 자신은 생불(生佛)이며, “창가학회 회원들은 불(佛)의 진실한 사자(使者)”라고 주장했다. 또, “왕법(王法) 즉, 정치와 불법(佛法)이 일체화 될 때 평화와 행복이 실현된다”며 1964년 공명당(公明黨)을 창당해 일본 사회적으로 “창가학회는 종교단체의 모습을 넘어선 이케다의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정치수단이요 영리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명당은 현재 고이즈미가 소속된 일본 정치 우익과의 연정으로 일본의 공동여당이다.
일각에선,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종교의 수장인 이케다 다이사쿠가 한국계라는 의혹 때문에 더욱 많은 비판을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케다는 현재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창가학회는 토교의 신주쿠에 본부를 두고 있다.
▲ 국제창가학회(SGI)의 현 3대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 부부. 이들의 평전이 최근 중앙일보시사미이어와 한겨레출판사에서 잇달아 출간됐다.
창가학회는 왜색종교
창가학회는 대석사의 본존인 만다라를 놓고 남묘호렌게쿄를 많이 외우면 인간이 행복하게 되고 어떤 질병도 치료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일본의 신학자 모리야마 사도시 목사는 <일본의 신흥종교와 민족종교>에서 창가학회의 이 같은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한다.
그 증거로 창가학회의 2대 회장인 도다가 1대 회장 마키구치를 위하여 1만 번 제목을 부르고, 200만 번에 도달하려는 1944년 11월 18일 마키구치가 수가모구치소에서 옥사했다는 것이다. 또, 2대 회장인 도다도 1958년 4월 1일 후지산 대석사(大石寺)에서 4억 엔을 들여 만든 대궁전의 낙성식에 참석, 강연 후 넘어져서 일본대학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 창가학회의 신앙대상인 본존. 창가학회 회원들은 이 본존을 제단삼아 제목(남묘호렌게쿄)을 외면 모든 불행을 물리친다고 믿는다.(사진: SBS 그것이알고싶다)
그러나 여전히 창가학회 신도들은 본존(고혼존, Gohonzon)을 각 개인이 예배할 때 제단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법화경>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의 이름을 담은 검은 나무상자로, 개인이 당하는 화복은 이 고혼존을 취급하는 정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창가학회의 본존 숭배에 대해서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에서 2005년 8월 27일 “본존 안에는 일본의 개국신인 천조대신과 한반도 가야를 침공했던 일본의 장수 팔번대보살의 이름이 함께 들어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본존에는 일본의 개국신인 천조대신과 일본장수 발번대보살의 이름도 있다.(사진: SBS 그것이알고싶다)
창가학회는 反기독교적
모리야마 목사는 또 일본 내 최대의 反기독교 세력으로 주저 없이 창가학회를 손꼽는다. 1950년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창가학회 2대 회장인 도다는 “비로소 광선유포의 때가 왔다”며 전국의 회원들을 군대 조직화하고 타 종교를 맹공격하기 시작했다. 1960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창가학회의 3대 회장이 된 이케다 다이사쿠는 “일본이 일련정종을 국교로 하고 다른 종교는 다 사교로 박멸하고 전 아시아를 일본이 통일할 때 미, 소 양대 진영도 누르고 왕불명합(王佛冥合)의 불교정치를 전 세계에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창가학회의 反기독교적 공격행위는 이때 일본에서 발행된 <절복교전(折伏敎典)>의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첫째, 창가학회는 그리스도의 동정녀탄생을 비판한다.
“어떠한 표현을 해도 처녀 잉태는 과학의 법칙에 반한다. 남자 없이 처녀가 잉태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 사실을 메우기 위해 ‘신이 순결한 처녀의 육체를 빌려서’라고 운운하고 있으나 어떤 여성이라 해도 순결한 특징과 동시에 순결과 정반대의 추악한 일면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 마리아는 보통 일반 여성이었다··· 위에 기술한 남녀가 관계해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 옛 사람들의 소박한 선입관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다”(<절복교전> p.337).
둘째, 창가학회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이 죽은 다음 부활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원칙이다. 더구나 이것을 증명하는 충분한 증거를 기독교는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최후의 승천’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육체를 소유하고 있으면 확실히 공기보다 무거울 것이고 무거운 몸이 공기 속을 올라간다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반대된다. 이것을 진리라고 믿고 있으면 모든 법칙은 부정되어야 한다”(<절복교전> p.338).
셋째, 창가학회는 성경의 무오성을 비판한다.
“그리스도교 중에서 그리스도 자신이 가르친 것은 ‘산상보훈’ 뿐이고 다른 여러 가지의 복음서와 계시록 등 성경의 90%는 제자들의 교의밖에 없다”(<절복교전> p.340).
▲ 창가학회는 사찰과 승려가 없는 대신 회관에서 공동회합을 갖는다. 사진은 SGI구리문화회관과 중랑문화회관 전경
창가학회의 교리
창가학회는 일련정종과 뿌리는 같으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승려와 사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찰이 없는 대신 창가학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회관에 모여 정기적인 회합을 갖는다. 또, 개인적으로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의례를 집행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남묘호렌게쿄를 외우면 운명이 바뀌는데 굳이 축복이나 안수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예배를 인도할 수 있고, 문제해결 수단을 개인이 갖고 있다. 또, 제목을 외우면 내세에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당장 현세에 복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러한 교리를 설명하는 경전으로는 <일연대성인어서전집(日蓮大聖人御書全集)>이 있으며 중심 교리는 ‘십계론(十界論)’으로 대표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지옥계(地獄界): 불구자, 병자, 광인, 걸인, 사교의 승려와 신자들이 가는 곳.
② 아귀계(餓鬼界): 하급노동자 등 주거지까지 생각할 수 없고 다만 하루하루 식량을 위해 일하는 자.
③ 축생계(畜生界): 창기, 불량자, 도둑, 소매치기, 기타 범죄자.
④ 수라계(修羅界): 경마, 경륜, 도박 등을 일삼는 자, 병졸, 경관, 권투선수, 장기, 바둑을 직업으로 하는자.
⑤ 인간계(人間界): 보통 일반적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
⑥ 천계(天界): 큰 부자, 근본 황족, 귀족, 1국을 움직이는 대정치가, 경제가, 위대한 군인
⑦ 성문계(聲聞界): 학자, 연구가, 학생
⑧ 연각계(연각계): 대작곡가, 음악가, 한 가지 예능에 숙달한자, 무엇이나 연구하여 완성한 자
⑨ 보살계(보살계): 넓게 사회를 의롭게 한 자. 예로 에디슨, 왓트, 유가와 히대기 등
⑩ 불계(불계): 일련 대성인, 석가 천대젓불, 전교대사 등
▲ 서울 구로구 구로5동에 소재한 한국SGI 본부건물 전경과 한국SGI가 발행하는 <화광신문>
창가학회의 한국전래
1963년 7월 김종식, 박성보 등 재일교포가 모국 방문을 계기로 포교를 시작했으나, 왜색종교라는 인식이 강해 끊임없는 논란을 낳았다. 문교부는 1964년 1월 종교심의회에서 “창가학회는 일본의 황국적 색채가 농후하며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의 집단으로 우리 국민의 현 처지로는 반국가적 반민족적 집단으로 간주하며 민족의 얼을 흐려놓는 왜색종교”라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1964년 1월 21일 제 6차 국무회의에서는 ‘포교금지결의’를 하고 내무부에 단속을 지시하기도 했는데, 이후 종교탄압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소송으로 승소판결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색 종교의 이미지가 강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문화사업에 힘쓰고 있다.
또한, 창가학회측은 회원국이 190개국이며 회원 수는 6천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홈페이지에서 밝히는 나라들은 79개국뿐이다. 한국의 회원 수도 창가학회 측은 150만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약 120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정기 간행물로는 <경북매일신문>과 주간 <화광신문>, 월간 <법륜>이 있다.
▲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창가학회 선전물. 왜색종교라는 이미지를 축소하기 위해 각종 문화사업에 힘쓰고 있다.
[참고문헌]
SBS TV “그것이알고 싶다” 2005년 8월 27일 방영
<브리태니커대백과사전> 2002
<현대불교>, 1998년 8월호(통권 186호)
<일본의 종교>, 무라카미 시게요시, 예전사, 1993
<일본의 신흥종교와 민족종교>, 모리야마 사도시, 국제신학연구소, 1987
<이케다 다이사쿠, 행동과 궤적> 마에하라 마사유키, 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