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1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Korea is a philosophy. — Steemit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Korea is a philosophy. — Steemit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Korea is a philosophy.

tsjoe (47) in kr • 지난달


안녕하세요. tsjoe입니다. 오늘은 최근 재밌게 읽은 책 한권을 소개하겠습니다.



"남자들은 밤에 술을 마시며 어머니, 어머니하며 울부짖는다." 내용 중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귀절입니다.

저자인 오구라 기조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에서 8년 간 한국철학을 연구한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입니다. 일본에서도 NHK에서 한국어 강좌를 진행했고, 한국과 관련한 저서를 여러권 출간했습니다.

저자는 성리 주자학을 근간으로 한국인의 심리를 리(理)와 기(氣)로 나눕니다.

리의 세계의 한국인은 이론적이고, 냉철하며 수직 위계적이며, 기의 한국인은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폭력적이며 동시에 다감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흔히 리의 인간과 기의 인간을 나누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리와 기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나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맞추는 저자의 논리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직관적으로 보이는 타자화된 '우리' 모습의 또렷함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밌는 책입니다.

이 책은 한국인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의도가 아니라 유교의 근간인 성리학 그중 주자 성리학의 이기불분으로 한국인을 분석합니다.

누구나가 마찬가지겠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리기의 전장로서의 가마솥 같은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면 블랙코메디 같은 자신과 사회의 모습에 맞아 맞아 박수 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리학 관점에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책인데,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감안하며 읽어 보면 재밌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간 추론했던 우리 사회의 퍼즐을 이 책으로 많은 부분 짜맞춰 넣을 수 있었습습니다.

저작 내 몇몇 귀절을 나열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적'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현대 일본은 '도덕 지향성 국가'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과 결정적인 차이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이 도덕적이고 일본인이 부도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우리야말로 도덕적인 민족이고 일본인은 부도덕적인 민족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인이 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 지향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

유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삐뚤어진 것, 삐뚤어진 마음인데, 이는 강렬한 반항 정신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한국인은 삐뚤어진 것에는 올곧은 것으로 맞서고, 올곧은 것을 상대할 때에는 올곧음으로 겨룬다.

상대방보다 자신이 올곧으면 상대방의 정신적 주인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상대방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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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한'이라는 정서가 있는 것은 유명하다.

중략
단순한 원한이 아니라 거기에는 동경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동경인가? 바로 '리'를 체현하고 싶다는 동경이다. '리'의 체현자는 '님'이기 때문에, '한'이란 '님'으로 상승하고 싶은 끝없는 동경이다.

중략

'한'은 상승에 대한 동경임과 동시에 그 동경이 어떠한 장애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슬픔, 억울함, 아픔, 맺힘, 고통의 느낌이기도 하다. 사장님이 된다, 박사님이 된다, 선생님이 된다와 같이 갖가지 '님'이 되려고 한국인은 맹렬하게 분투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질이나 환경 탓으로 어떻게 해도 상승할 수 없는, '리'를 체현할 수 없는, '님'이 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한국인은 '아이고!'라며 한탄한다. 한국인이 말하는 '한'이란 바로 이런 때 작동하는 정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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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첫인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웃는 얼굴로 말을 주고받아도 눈은 매처럼 예리하게 빛나며 상대의 '리'의 많고 적음을 평가하고 있다. 상대의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이, 지위, 학력, 가문, 고향, 부 등을 측정하여 총계를 산출해 낸다.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주저 없이 직접 묻는다. 한국인과 처음 대면했을 때 개인적인 데이터를 내놓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리'의 많고 적음을 모르고서는 상대에게 안심하고 말을 건네는 것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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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한국에서 전형적인 '기'의 존재로 여겨져 왔다. 어머니는 수평적 질서의 유지자이다. 그녀는 용서하고 긍정한다. 낮의 '리'의 세계(수직적 억압의 세계)에 억눌려 있던 남자들은, 밤에 술을 마시면서 "어머니, 어머니!"라고 울부짖는다.
80년대 까지는 밤거리에서 취한 남자들이 다 죽어 가는 매미처럼 울면서 나뒹굴곤 했다. 환상 속의 어머니는 수평적인 힘으로 그들을 치유하고, 치유받은 그들은 다음날 아침 다시 <직장='리'의 격전장>에 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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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있는 자야말로 존경받을 만하다. 왜냐하면 뿌리란 '리'의 근원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뿌리'에 대한 '한'은 거대하다. 그것은 커다란 상처이다. 왜인가?

우선은 일본 때문이다. 일본의 뿌리는 한국이다. 고로 반드시 일본인은 한국인을 존경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일본인은 한국인이 문화를 전달해 준 고마움을 잊고, 역으로 한국에 대해서 모독을 일삼고 있다. 이것이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상처이다.

또 하나는 중국 때문이다. 한국인이 뿌리로 열거하는 것의 대부분이 한자나 유교, 도자기나 차와 같이, 실제로는 중국에 뿌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민 중 하나는 중국이라는 보편과 일본이라는 특수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다. 특수에 맞서서는 보편을 무기 삼아 능수능란하게 나오고, 보편에 맞서서는 그 보편의 정수를 손안에 쥐고 순도를 가지고 싸운다. 이것이 종래의 전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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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일본을 증오한다"는 감정과는 별개이다. 일본을 증오하는 감정을 "증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리'로서 당위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일본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감정=기>이지만, 일본을 반대하고 멸시하는 것은 <논리=리>인 것이다.

'반일감정'은 실은 이미 감정이 아니라 '리'이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체현되고 있는가에 의해서 모든 한국인은 수직적으로 서열이 매겨진다. "일본인에 대해 반항심이 없다니, 한국인이 아니다." 이 말이 매스컴, 학교, 지역사회, 가정 등 모든 장소에서 반복된다.

중략

반일이라는 '리'가 '한국인'이라는 환상 공동체를 만든다. 그리고 그 '리'에 의문을 던지려고 하는 인간은 '한국인'이라는 공동체에서 배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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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역사를 중시하지 않는 나라이다" 한국인의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과거를 도덕지향적으로 재해석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미래를 당위적으로 창조하려고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올바른 지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역사를 중시하는가? 한국인은 당연히 긍정할 것이다. 확실히 한국인은 역사에 집착하고 첨예한 역사의식으로 몸을 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거를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도덕지향적으로 재구축하고, 춘추 필법에 의해 훼예포폄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유교적 의미에서 역사를 중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거부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일절 인정하지 않고, 주자학의 동기주의와 도덕지향성을 가지고 "그래, 그것들이 우리나라 근대화를 추진했다고 해도, 그것은 일본이 조선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본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다"라고 반론하는 것이다. 여기서 역사적 사실은 소홀히 되고 동기와 도덕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면 일본인은 역사를 중시하지 않지만, 일본에서 보면 한국인도 역시 역사를 중시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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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가 90년대 중심이라 조금 의아했는데, 이 책은 놀랍게도 1998년에 출간되어 당시 일본 내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책입니다. 20년간 번역 출간을 지속 시도했으나 최근에야 출간 되었습니다.
kr-book 이라는 태그로 책 좋아하시는 분들의 소모임을 확장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의사 주시면 한분두분 모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