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최재목 (지은이),이우진 (옮긴이)정병규에디션2016-03-25
정가
50,000원
전근대 시기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양명학을 다룬다.
양명학을 비교사상사라는 시점에서 ‘동아시아’를 무대로 고찰하는 거시적 방법을 동원한다. ‘양명학의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양명학’이 아니라 여럿의 양명학을 보게 될 것이다. ‘중심-주변’, ‘정통-이단’의 이분법을 떠나 있으며, 중국-한국-일본을 등가로 보고, 각 지역 이 어떻게 각각의 독자적인 시야 속에서 양명학을 이해하고자 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포괄하는 유학 즉 신유학의 근본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바로 신유학자들의 고민이었던‘주체[吾心]와 대상[物]과의 합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명학이 주자학의 도달점을 기초로 해서 그 전개가 가능했음을 검토한다. 다음으로 왕양명 사상이 지닌 두 측면(적극적/소극적)을 밝히고, 이 두 측면을 ‘분 석의 칼’로 삼아, 동아시아 3국의 주요 양명학자들의 사유를 ‘치양지론.만물일체론.인욕론.권도론.삼교일치론’을 비교. 설명하였다.
책이 다루는 주요 인물들은 먼저 중국은 왕양명을 필두로 하여 왕기王畿.왕간王艮.나여 방羅汝芳.양여원梁汝元.이지李贄 등을, 다음으로 한국은 허균許筠.최명길崔鳴吉.장유張維.정제두鄭齊斗 등을, 마지 막으로 일본은 나카에 토쥬中江藤樹.쿠마자와 반잔熊澤蕃山.오시오 츄사이大鹽中齋 등을 다루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명대 중기에서 말기까지.조선중기.에도시대 초기에서부터 중기까지 검토한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제1부 양명학의 성립과 사상적 특질
제1장 양명학의 성립
제2장 양명학의 사상적 특질
제3장 양명학 분열의 기점과 그 양상
제2부 치양지론의 전개
제1장 중국: 현성양지론 전개
1. 왕기-현성양지론
2. 왕간-명철보신론
3. 나여방-적자지심론
4. 이지-동심론
제2장 한국:양지체용론의 전개와 현성양지론의 굴절
1. 최명길-양지개오론과 공부론
2. 정제두-양지체용론 수립과 현성양지론 비판
제3장 일본:현성양지론의 수용과 심화
1. 나카에 도쥬-현성양지론의 수용
2. 오시오 츄사이-치양지의 귀태허론적 이해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3부 만물일체론의 전개
제1장 왕양명의 만물일체론
1. 경세 중심의 행위적 만물일체론
2. 수양 중심의 반성적 만물일체론
제2장 중국:경세 중심 만물일체론 전개
1. 왕간-공생으로서의 만물일체론
2. 왕간-구세의 사명과 실천
제3장 한국:수양 중심 만물일체론 전개
1. 최명길-자기수양 중심의 만물일체론
2. 정제두-자기수양의 심화에 따른 정적 만물일체론
제4장 일본:‘현실적 장’ 중심의 경세적 만물일체론
1. 나카에 도쥬-‘태허’와 그 현실 구체의 장
2. 오시오 츄사이-태허의 내면화
제5장 비교론적 고찰
제4부 인욕론의 전개
제1장 중국:사욕긍정론의 전개
1. 양여원-과욕론
2. 이지-사.사욕의 긍정
제2장 한국:사욕긍정론의 굴절
1. 허균-사욕긍정론
2. 정제두-무사무욕론과 사욕긍정론 비판
제3장 일본:무욕론의 전개
1. 나카에 도쥬-범심의 초극
2. 오시오 츄사이-무욕론 전개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5부 권도론의 전개
제1장 중국:경의 상대화와 경즉법(사)론
1. 왕기-격법의 부정과 경즉법론
2. 이지-경사일물론
제2장 한국:경의 보완론과 권론의 전개
1. 최명길-지경과 달권
2. 장유-지변과 통변
3. 정제두-경.권 보완론과 명교의 절대화
제3장 일본:시처위론과 권즉도론의 전개
1. 나카에 도쥬-권즉도론과 시처위론
2. 구마자와 반잔-권론의 심화: 인정사(시)변론과 수토론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6부 삼교일치론의 전개
제1장 중국:양지의 허무성 심화와 삼교일치론의 전개
1. 왕기-양지학의 핵심, 삼교일치론
2. 이지-삼교귀유론
제2장 한국:허무의 배제와 삼교일치론의 거부
1. 허균-노불의 심취와 그 비판
2. 정제두-명교의 고수와 노불 비판
제3장 일본:인륜일용의 삼교일치론 전개
제4장 비교론적 고찰
결론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개념어 찾아보기. 문헌.도서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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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재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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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청년기를 보냈다.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현재까지 시를 꾸준히 써 오고 있다.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도중 일본으로 건너가 츠쿠바 대학원 철학사상연구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방문학자·객원 연구원으로서 하버드 대학, 도쿄 대학, 레이던 대학, 베이징 대학에서 연구했다. 현재 영남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하고, 농사도 지으며, 대충 제멋대로 별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다. 닉네임은 돌구乭九, 돌돌乭乭, 목이木耳 등을 쓴다. 한국양명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은 동양철학 중에서 양명학과 동아시아사상사이다. 동양 밖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보다 객관적인 눈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2011년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으로 가서 연구년을 보냈다. 이때 틈틈이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사색한 것들을 기록하여 [교수신문]에 2년간 연재했는데,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는 그 원고 내용을 다듬고 보완한 것이다. 유럽 곳곳을 유랑하며 얻은 영감, 인문적 아이디어와 상상 속에서 여러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의 글과 작품들이 서로 대화하며 다채롭게 얼굴을 드러낸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틈틈이 그린 그림, 딱 100자로 된 시들이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즐거움과 깊은 사유의 여운을 전해준다.
저서로 『동아시아의 양명학』, 『나의 유교 읽기』, 『멀고도 낯선 동양』, 『쉽게 읽는 퇴계의 성학십도』, 『내 마음이 등불이다―왕양명의 삶과 사상』, 『늪―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노자』, 『퇴계심학과 왕양명』, 『東亞陽明學的展開』, 『사이間에서 놀다遊』 ,『시를 그리고 그림을 쓰다』, 『잠들지 마라 잊혀져간다』,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언덕의 시학』, 『상상의 불교학』, 『톨스토이가 번역한 노자 도덕경』 등이 있고, 공역서로 『왕양명선생실기』, 『미의 법문』, 『근대라는 아포리아』 등이 있다. 시집 『점에서 만난 타인들』, 『기다리는 꿈』,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길은 가끔 산으로도 접어든다』, 『가슴에서 뜨거웠다면 모두 희망이다』, 『잠들지 마라 잊혀져 간다』, 『해피만다라』,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해방후 울릉도·독도 조사 및 사건관련 자료해제 Ⅱ>,<울릉도·독도로 건너간 거문도·초도 사람들>,<스무 살, 나답게 산다는 것> … 총 63종 (모두보기)
이우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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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왕양명 공부론의 교육학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Korean Edcuation : Thought, System and Content』 등이 있고, 역서로는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야누시 코르차크 : 정의를 위한 교육』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신유학의 아동교육(1~2)」, 「Changes in the image of the ideal teacher in Korea」 등이 있다.
최근작 : <하와일록>,<독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일제강점기, 저항과 계몽의 교육사상가들>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 양명학은
각각의 독특한 장場을 지니고 있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한마디로 기존 양명학 연구를 획기적으로 뛰어 넘고 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양명학을 비교사상사라는 시점에서‘동아시아’를 무대로 고찰하는 거시적 방법을 동원한다. ‘양명학의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양명학’이 아니라 여럿의 양명학을 보게 될 것이다.
‘중심-주변’, ‘정통-이단’의 이분법을 떠나 있으며, 중국-한국-일본을 등가로 보고, 각 지역 이 어떻게 각각의 독자적인 시야 속에서 양명학을 이해하고자 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학계의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를 조망한 학술서이나, 동아시아 지성사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그 지성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한.중.일 각 지역의 사람들이 양명학을 매개로 자신들의 ‘장場’을 어떻게 자각하고 형성하고 있는지를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세심하고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뚜웨이밍杜維明 .하버드 대학 엔칭연구소 교수
저자는 ‘양명학의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한다’는 것을 과제로 하여, 한.중.일 삼국의 입장을 등가等價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곧 ‘중심과 주변’,‘정통과 이단’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연구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동아시아 유학사상사를 구상할 수 있다. 바로 그 구상에 있어서 이 책은 선구가 될 것이다.......코지마 야스노리小島康敬 .일본 ICU교수
이 책은 동아시아 양명학 연구에 있어 혁신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양명학이라는 동아시아의 보편성과 한.중.일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공평하고도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동시에 한.중.일 양명학의 표면만을 비추는 역사 기술에 그치지 않고, 양명학자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에토스와 파토스를 밝히고 있다......치엔밍錢明.중국 저장성浙江省 국제양명학연구센터 주임 교수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어떤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말하면, 고향보다 타지에서 각광을 받아온 책이자 역수입된 인문학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양명학을 공 부하는 옮긴이조차도 이 책을 번역하기 전까지 그 존재 여부를 몰랐으니까요. 반면 이 책에 대한 외국의 평가와 인식은 상당 하다고 할 수 있죠. 이 책은 2006년 일본의 저명 출판사 페리칸사ぺりかん社에서 출판되었는데, 일본의 국제기독교 대학ICU 아시아문화연구소장이었던 코지마 야스노리小島康敬 교수는 이렇게 서평을 하였습니다. “동아시아 유학사상사의 구상이 기대되는 오늘 날, 이 책이 그 선구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만큼 이 책은 일본학계에 상당한 반향 을 일으킨 것이죠. 현재 일본의 유수 대학과 대학원에서 이 책이 교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출간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데 도 일본에서 양명학 학술도서로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2011년에는 대만대 학출판사臺灣大學出版中心에서‘동아유학연구총서東亞儒學硏究叢’의 11번째 책『동아양명학적전개東亞陽明學的展開』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특히 그 번역을 중국의 절강성 국제양명학연구센터 소장인 치엔 밍錢明 교수가 했다는 것은 이 책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2015년에는 구미歐美의 유수한 출판사로부터 영어로 번역.출 간하자고한 제안에 저자는 이 책의 영어판을 한국어로 번역된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곧 일본, 중국, 구미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책인데 정작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로 수출되었다가 다시 역수입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외국에서 주목받아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 특징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다루는 ‘연구 대상의 폭’과‘방법론적 차별성’인데요.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가 다루고 있는 연구대상의 폭은 상당히 넓습니다. 바로 전근대 시기의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양명학인데요.‘동아유학연구총서東亞儒學硏究叢’를 기획한 우광吳光 절강성 사회과학원 교수는 “양명학이 동아시아 3국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한국과의 비교 연구가 매우 부족했다”면서, 이 책이 그 총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실 동아시아 양명학을 비교함에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중.일’ 양명학 비교연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곧 ’중 국이든 일본이든 간에 한.중 이나 한.일 양명학 비교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명학 비교 연구도 많지 않지만, 있다고 해도 한.중 양명학 비교 연구만이 적게나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러한 상황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양명학을 비교한 저자의 책은 주목받기에 충분한 요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방법론적인 특성’인데요. 이는 이 책에 대해 뚜 웨이밍 교수, 코지마 야스노리 교수, 치엔 밍 교수 모두 가 똑같이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동아시아 유학사를 보면 대체로 중국을 중심에 놓고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사상을 흡수한 주변으로 파악하여 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중국의 사상이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죠. 하지만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한.중.일 삼국의 입장을 등가等價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중.일 각 지역의 사람들이 양명학 을 매개로 자신들의 ‘장場’을 어떻게 자각하고 형성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중.일 양명학의 표면만을 비추는 역사 기술에만 그치지 않고, 각 국의 양명학자들 내면으로 들어가 그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를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한.중.일 각 지역의 양명학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서, 그러한 독자적 양명학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읽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론적인 혁신성이 많은 주목을 이끌어냈다고 생각됩니다.
상당한 분량의 책인데 그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이 책은 ‘주자학과 양명학을 포괄하는 유학’즉‘신유학Neo-Confucianism의 근본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은 바 로 신유학자들의 고민이었던‘주체[吾心]와 대상[物]과의 합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명학이 주자학의 도달점을 기초로 해서 그 전개가 가능했음을 검토합니다. 다음으로 왕양명 사상이 지닌 두 측면(적극적/소극적)을 밝히고, 이 두 측면을 ‘분 석의 칼’로 삼아, 동아시아 3국의 주요 양명학자들의 사유를 ‘치양지론.만물일체론.인욕론.권도론.삼교일치론’을 비교. 설명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다루는 주요 인물들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중국은 왕양명을 필두로 하여 왕기王畿.왕간王艮.나여 방羅汝芳.양여원梁汝元.이지李贄 등을, 다음으로 한국은 허균許筠.최명길崔鳴吉.장유張維.정제두鄭齊斗 등을, 마지 막으로 일본은 나카에 토쥬中江藤樹.쿠마자와 반잔熊澤蕃山.오시오 츄사이大鹽中齋 등을 다루었습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명대 중기에서 말기까지.조선중기.에도시대 초기에서부터 중기까지 검토한 것입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한국인 저자의 책인데 다른 한국 학자가 번역을 하게 되었다.
어떠한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
2006년 이후 저자, 최재목 교수는 이 책을 스스로 번역하면서 새로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양명학 관련 개별연구가 진행되면서 이것을 기존의 골격 속에다 보완해 넣는 작업의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보완 작업의 결과 원래의 책이 제3의 다른 책으로 변모할 것은 아닌지, 새로 쓰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은지 등등의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새로 대폭 보완을 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이 늘어가는 감에 따라 번역은 미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학회에서 역자, 이우진 박사를 만나게 되었고, 역자의 박사학위논문 내용을 이야기하던 중 번역자는 아직 모르고 있었던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한글 번역을 제안하였습니다. 역자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일본판을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판을 참고하여 2년 이상 번역한 결과 이 책, 한국어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이 완성된 것입니다. 저자와 역자는 수많은 논의를 거쳐, 일본어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에 담지 못했던 저자의 새로운 연구들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출판된 이 책은 기존의 원서原書에 일본어판을 보완한 새로 탄생한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이 우리 한국 사회나 학계에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의 출간이 지니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학문의 자생성 혹은 자주성’ 부분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학계는 ‘수입 담론’이나 ‘수입된 방법론methodology’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곧 학문의 자생성이 아직도 미약한 상황으로, ‘우리의 관점과 방법론’을 통해 구체적인 학문 탐구가 시행되지 못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이제까지의 중국이나 일본의 동양학 연구방식을 탈피하고 독자적인 방법론을 통해 동아시아 양명학을 접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학문방법론이 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우리 학문도 자생성을 충분히 지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 첫 번째 의미와 연결이 되는데, 이 책은 동아시아 지성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한국의 지성사나 그 방법론이 결코 변두리에 위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동아시아 지성사 연구의 특징은 중국 사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사상은 중심에 있는 중국 사상을 수입하여 활용하는 주변 사상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이 각각의 독특한 장場을 지니고 있고, 이 장場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사상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성사는 중국 사상을 수입하였다고 할지라도 ‘한국이라는 독특한 장場’에 의해 구축된 ‘우리 자체의 독자성을 지닌 사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국 지성사나 우리의 지성사나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이지, 어느 것이 중심이고 주변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에 위축당한 우리들은 학술수준마저도 여전히 일본에 뒤처지는 것이라 생각해 온 경향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일본학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한국의 학술수준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 책은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의 외교.문화적 관계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일정량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중.일 삼국이 각각의 독특한 장場이 있다고 할 때, 동아시아 삼국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각각의 장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일의 장場이 무엇인지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외교.문화적 갈등상황에서 대응해야 할지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일본은 신화와 역사,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혼동하고 있습니다.『고사기古事記』와『일본서기日本書紀』와 같은 게 그런 것이죠. 거기에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항상 허점을 노리고 있으며 집요하게 그걸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도와 같은 영토문제의 경우에 있어서 무엇보다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이 지닌 이러한 ‘인식의 장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곧 그들이 역사와 팩트로 착각하고 있는 신화와 픽션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들이 지닌 집요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의 틈을 보여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출간 이후 어떠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
먼저 이 한글판을 축약하여 구미歐美권에서 영역본으로 출간할 생각이고, 다음으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 이후의 동아시아 양명학 즉 ‘근.현 대 동아시아 양명학’ 에 관한 연구서를 집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자와 역자가 작년부터 해왔고 앞으로 계속 해나갈 중요 작업이 있습니다. 약 10년 정도의 기한을 잡고 계속적으로 작업할 생각입니다.
바로 양명학의 기본 텍스트인『왕양명전집』을 우리말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현재「왕양명연보」를 시작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접기
주자학과 양명학을 포괄하는 유학 즉 신유학의 근본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바로 신유학자들의 고민이었던‘주체[吾心]와 대상[物]과의 합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명학이 주자학의 도달점을 기초로 해서 그 전개가 가능했음을 검토한다. 다음으로 왕양명 사상이 지닌 두 측면(적극적/소극적)을 밝히고, 이 두 측면을 ‘분 석의 칼’로 삼아, 동아시아 3국의 주요 양명학자들의 사유를 ‘치양지론.만물일체론.인욕론.권도론.삼교일치론’을 비교. 설명하였다.
책이 다루는 주요 인물들은 먼저 중국은 왕양명을 필두로 하여 왕기王畿.왕간王艮.나여 방羅汝芳.양여원梁汝元.이지李贄 등을, 다음으로 한국은 허균許筠.최명길崔鳴吉.장유張維.정제두鄭齊斗 등을, 마지 막으로 일본은 나카에 토쥬中江藤樹.쿠마자와 반잔熊澤蕃山.오시오 츄사이大鹽中齋 등을 다루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명대 중기에서 말기까지.조선중기.에도시대 초기에서부터 중기까지 검토한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제1부 양명학의 성립과 사상적 특질
제1장 양명학의 성립
제2장 양명학의 사상적 특질
제3장 양명학 분열의 기점과 그 양상
제2부 치양지론의 전개
제1장 중국: 현성양지론 전개
1. 왕기-현성양지론
2. 왕간-명철보신론
3. 나여방-적자지심론
4. 이지-동심론
제2장 한국:양지체용론의 전개와 현성양지론의 굴절
1. 최명길-양지개오론과 공부론
2. 정제두-양지체용론 수립과 현성양지론 비판
제3장 일본:현성양지론의 수용과 심화
1. 나카에 도쥬-현성양지론의 수용
2. 오시오 츄사이-치양지의 귀태허론적 이해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3부 만물일체론의 전개
제1장 왕양명의 만물일체론
1. 경세 중심의 행위적 만물일체론
2. 수양 중심의 반성적 만물일체론
제2장 중국:경세 중심 만물일체론 전개
1. 왕간-공생으로서의 만물일체론
2. 왕간-구세의 사명과 실천
제3장 한국:수양 중심 만물일체론 전개
1. 최명길-자기수양 중심의 만물일체론
2. 정제두-자기수양의 심화에 따른 정적 만물일체론
제4장 일본:‘현실적 장’ 중심의 경세적 만물일체론
1. 나카에 도쥬-‘태허’와 그 현실 구체의 장
2. 오시오 츄사이-태허의 내면화
제5장 비교론적 고찰
제4부 인욕론의 전개
제1장 중국:사욕긍정론의 전개
1. 양여원-과욕론
2. 이지-사.사욕의 긍정
제2장 한국:사욕긍정론의 굴절
1. 허균-사욕긍정론
2. 정제두-무사무욕론과 사욕긍정론 비판
제3장 일본:무욕론의 전개
1. 나카에 도쥬-범심의 초극
2. 오시오 츄사이-무욕론 전개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5부 권도론의 전개
제1장 중국:경의 상대화와 경즉법(사)론
1. 왕기-격법의 부정과 경즉법론
2. 이지-경사일물론
제2장 한국:경의 보완론과 권론의 전개
1. 최명길-지경과 달권
2. 장유-지변과 통변
3. 정제두-경.권 보완론과 명교의 절대화
제3장 일본:시처위론과 권즉도론의 전개
1. 나카에 도쥬-권즉도론과 시처위론
2. 구마자와 반잔-권론의 심화: 인정사(시)변론과 수토론
제4장 비교론적 고찰
제6부 삼교일치론의 전개
제1장 중국:양지의 허무성 심화와 삼교일치론의 전개
1. 왕기-양지학의 핵심, 삼교일치론
2. 이지-삼교귀유론
제2장 한국:허무의 배제와 삼교일치론의 거부
1. 허균-노불의 심취와 그 비판
2. 정제두-명교의 고수와 노불 비판
제3장 일본:인륜일용의 삼교일치론 전개
제4장 비교론적 고찰
결론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개념어 찾아보기. 문헌.도서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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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재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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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청년기를 보냈다.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현재까지 시를 꾸준히 써 오고 있다.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도중 일본으로 건너가 츠쿠바 대학원 철학사상연구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방문학자·객원 연구원으로서 하버드 대학, 도쿄 대학, 레이던 대학, 베이징 대학에서 연구했다. 현재 영남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하고, 농사도 지으며, 대충 제멋대로 별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다. 닉네임은 돌구乭九, 돌돌乭乭, 목이木耳 등을 쓴다. 한국양명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은 동양철학 중에서 양명학과 동아시아사상사이다. 동양 밖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보다 객관적인 눈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2011년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으로 가서 연구년을 보냈다. 이때 틈틈이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사색한 것들을 기록하여 [교수신문]에 2년간 연재했는데,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는 그 원고 내용을 다듬고 보완한 것이다. 유럽 곳곳을 유랑하며 얻은 영감, 인문적 아이디어와 상상 속에서 여러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의 글과 작품들이 서로 대화하며 다채롭게 얼굴을 드러낸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틈틈이 그린 그림, 딱 100자로 된 시들이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즐거움과 깊은 사유의 여운을 전해준다.
저서로 『동아시아의 양명학』, 『나의 유교 읽기』, 『멀고도 낯선 동양』, 『쉽게 읽는 퇴계의 성학십도』, 『내 마음이 등불이다―왕양명의 삶과 사상』, 『늪―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노자』, 『퇴계심학과 왕양명』, 『東亞陽明學的展開』, 『사이間에서 놀다遊』 ,『시를 그리고 그림을 쓰다』, 『잠들지 마라 잊혀져간다』,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언덕의 시학』, 『상상의 불교학』, 『톨스토이가 번역한 노자 도덕경』 등이 있고, 공역서로 『왕양명선생실기』, 『미의 법문』, 『근대라는 아포리아』 등이 있다. 시집 『점에서 만난 타인들』, 『기다리는 꿈』,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길은 가끔 산으로도 접어든다』, 『가슴에서 뜨거웠다면 모두 희망이다』, 『잠들지 마라 잊혀져 간다』, 『해피만다라』,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해방후 울릉도·독도 조사 및 사건관련 자료해제 Ⅱ>,<울릉도·독도로 건너간 거문도·초도 사람들>,<스무 살, 나답게 산다는 것> … 총 63종 (모두보기)
이우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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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왕양명 공부론의 교육학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Korean Edcuation : Thought, System and Content』 등이 있고, 역서로는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야누시 코르차크 : 정의를 위한 교육』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신유학의 아동교육(1~2)」, 「Changes in the image of the ideal teacher in Korea」 등이 있다.
최근작 : <하와일록>,<독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일제강점기, 저항과 계몽의 교육사상가들>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 양명학은
각각의 독특한 장場을 지니고 있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한마디로 기존 양명학 연구를 획기적으로 뛰어 넘고 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양명학을 비교사상사라는 시점에서‘동아시아’를 무대로 고찰하는 거시적 방법을 동원한다. ‘양명학의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양명학’이 아니라 여럿의 양명학을 보게 될 것이다.
‘중심-주변’, ‘정통-이단’의 이분법을 떠나 있으며, 중국-한국-일본을 등가로 보고, 각 지역 이 어떻게 각각의 독자적인 시야 속에서 양명학을 이해하고자 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학계의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를 조망한 학술서이나, 동아시아 지성사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그 지성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한.중.일 각 지역의 사람들이 양명학을 매개로 자신들의 ‘장場’을 어떻게 자각하고 형성하고 있는지를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세심하고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뚜웨이밍杜維明 .하버드 대학 엔칭연구소 교수
저자는 ‘양명학의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한다’는 것을 과제로 하여, 한.중.일 삼국의 입장을 등가等價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곧 ‘중심과 주변’,‘정통과 이단’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연구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동아시아 유학사상사를 구상할 수 있다. 바로 그 구상에 있어서 이 책은 선구가 될 것이다.......코지마 야스노리小島康敬 .일본 ICU교수
이 책은 동아시아 양명학 연구에 있어 혁신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양명학이라는 동아시아의 보편성과 한.중.일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공평하고도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동시에 한.중.일 양명학의 표면만을 비추는 역사 기술에 그치지 않고, 양명학자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에토스와 파토스를 밝히고 있다......치엔밍錢明.중국 저장성浙江省 국제양명학연구센터 주임 교수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어떤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말하면, 고향보다 타지에서 각광을 받아온 책이자 역수입된 인문학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양명학을 공 부하는 옮긴이조차도 이 책을 번역하기 전까지 그 존재 여부를 몰랐으니까요. 반면 이 책에 대한 외국의 평가와 인식은 상당 하다고 할 수 있죠. 이 책은 2006년 일본의 저명 출판사 페리칸사ぺりかん社에서 출판되었는데, 일본의 국제기독교 대학ICU 아시아문화연구소장이었던 코지마 야스노리小島康敬 교수는 이렇게 서평을 하였습니다. “동아시아 유학사상사의 구상이 기대되는 오늘 날, 이 책이 그 선구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만큼 이 책은 일본학계에 상당한 반향 을 일으킨 것이죠. 현재 일본의 유수 대학과 대학원에서 이 책이 교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출간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데 도 일본에서 양명학 학술도서로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2011년에는 대만대 학출판사臺灣大學出版中心에서‘동아유학연구총서東亞儒學硏究叢’의 11번째 책『동아양명학적전개東亞陽明學的展開』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특히 그 번역을 중국의 절강성 국제양명학연구센터 소장인 치엔 밍錢明 교수가 했다는 것은 이 책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2015년에는 구미歐美의 유수한 출판사로부터 영어로 번역.출 간하자고한 제안에 저자는 이 책의 영어판을 한국어로 번역된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곧 일본, 중국, 구미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책인데 정작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로 수출되었다가 다시 역수입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외국에서 주목받아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 특징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다루는 ‘연구 대상의 폭’과‘방법론적 차별성’인데요.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가 다루고 있는 연구대상의 폭은 상당히 넓습니다. 바로 전근대 시기의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양명학인데요.‘동아유학연구총서東亞儒學硏究叢’를 기획한 우광吳光 절강성 사회과학원 교수는 “양명학이 동아시아 3국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한국과의 비교 연구가 매우 부족했다”면서, 이 책이 그 총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실 동아시아 양명학을 비교함에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중.일’ 양명학 비교연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곧 ’중 국이든 일본이든 간에 한.중 이나 한.일 양명학 비교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명학 비교 연구도 많지 않지만, 있다고 해도 한.중 양명학 비교 연구만이 적게나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러한 상황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양명학을 비교한 저자의 책은 주목받기에 충분한 요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방법론적인 특성’인데요. 이는 이 책에 대해 뚜 웨이밍 교수, 코지마 야스노리 교수, 치엔 밍 교수 모두 가 똑같이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동아시아 유학사를 보면 대체로 중국을 중심에 놓고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사상을 흡수한 주변으로 파악하여 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중국의 사상이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죠. 하지만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는 한.중.일 삼국의 입장을 등가等價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중.일 각 지역의 사람들이 양명학 을 매개로 자신들의 ‘장場’을 어떻게 자각하고 형성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중.일 양명학의 표면만을 비추는 역사 기술에만 그치지 않고, 각 국의 양명학자들 내면으로 들어가 그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를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한.중.일 각 지역의 양명학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서, 그러한 독자적 양명학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읽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론적인 혁신성이 많은 주목을 이끌어냈다고 생각됩니다.
상당한 분량의 책인데 그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이 책은 ‘주자학과 양명학을 포괄하는 유학’즉‘신유학Neo-Confucianism의 근본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은 바 로 신유학자들의 고민이었던‘주체[吾心]와 대상[物]과의 합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명학이 주자학의 도달점을 기초로 해서 그 전개가 가능했음을 검토합니다. 다음으로 왕양명 사상이 지닌 두 측면(적극적/소극적)을 밝히고, 이 두 측면을 ‘분 석의 칼’로 삼아, 동아시아 3국의 주요 양명학자들의 사유를 ‘치양지론.만물일체론.인욕론.권도론.삼교일치론’을 비교. 설명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다루는 주요 인물들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중국은 왕양명을 필두로 하여 왕기王畿.왕간王艮.나여 방羅汝芳.양여원梁汝元.이지李贄 등을, 다음으로 한국은 허균許筠.최명길崔鳴吉.장유張維.정제두鄭齊斗 등을, 마지 막으로 일본은 나카에 토쥬中江藤樹.쿠마자와 반잔熊澤蕃山.오시오 츄사이大鹽中齋 등을 다루었습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명대 중기에서 말기까지.조선중기.에도시대 초기에서부터 중기까지 검토한 것입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한국인 저자의 책인데 다른 한국 학자가 번역을 하게 되었다.
어떠한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
2006년 이후 저자, 최재목 교수는 이 책을 스스로 번역하면서 새로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양명학 관련 개별연구가 진행되면서 이것을 기존의 골격 속에다 보완해 넣는 작업의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보완 작업의 결과 원래의 책이 제3의 다른 책으로 변모할 것은 아닌지, 새로 쓰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은지 등등의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새로 대폭 보완을 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이 늘어가는 감에 따라 번역은 미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학회에서 역자, 이우진 박사를 만나게 되었고, 역자의 박사학위논문 내용을 이야기하던 중 번역자는 아직 모르고 있었던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한글 번역을 제안하였습니다. 역자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일본판을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판을 참고하여 2년 이상 번역한 결과 이 책, 한국어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이 완성된 것입니다. 저자와 역자는 수많은 논의를 거쳐, 일본어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에 담지 못했던 저자의 새로운 연구들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출판된 이 책은 기존의 원서原書에 일본어판을 보완한 새로 탄생한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이 우리 한국 사회나 학계에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의 출간이 지니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학문의 자생성 혹은 자주성’ 부분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학계는 ‘수입 담론’이나 ‘수입된 방법론methodology’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곧 학문의 자생성이 아직도 미약한 상황으로, ‘우리의 관점과 방법론’을 통해 구체적인 학문 탐구가 시행되지 못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이제까지의 중국이나 일본의 동양학 연구방식을 탈피하고 독자적인 방법론을 통해 동아시아 양명학을 접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학문방법론이 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우리 학문도 자생성을 충분히 지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 첫 번째 의미와 연결이 되는데, 이 책은 동아시아 지성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한국의 지성사나 그 방법론이 결코 변두리에 위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동아시아 지성사 연구의 특징은 중국 사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사상은 중심에 있는 중국 사상을 수입하여 활용하는 주변 사상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이 각각의 독특한 장場을 지니고 있고, 이 장場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사상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성사는 중국 사상을 수입하였다고 할지라도 ‘한국이라는 독특한 장場’에 의해 구축된 ‘우리 자체의 독자성을 지닌 사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국 지성사나 우리의 지성사나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이지, 어느 것이 중심이고 주변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에 위축당한 우리들은 학술수준마저도 여전히 일본에 뒤처지는 것이라 생각해 온 경향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일본학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한국의 학술수준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 책은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의 외교.문화적 관계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일정량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중.일 삼국이 각각의 독특한 장場이 있다고 할 때, 동아시아 삼국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각각의 장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일의 장場이 무엇인지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외교.문화적 갈등상황에서 대응해야 할지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일본은 신화와 역사,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혼동하고 있습니다.『고사기古事記』와『일본서기日本書紀』와 같은 게 그런 것이죠. 거기에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항상 허점을 노리고 있으며 집요하게 그걸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도와 같은 영토문제의 경우에 있어서 무엇보다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이 지닌 이러한 ‘인식의 장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곧 그들이 역사와 팩트로 착각하고 있는 신화와 픽션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들이 지닌 집요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의 틈을 보여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출간 이후 어떠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
먼저 이 한글판을 축약하여 구미歐美권에서 영역본으로 출간할 생각이고, 다음으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 이후의 동아시아 양명학 즉 ‘근.현 대 동아시아 양명학’ 에 관한 연구서를 집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자와 역자가 작년부터 해왔고 앞으로 계속 해나갈 중요 작업이 있습니다. 약 10년 정도의 기한을 잡고 계속적으로 작업할 생각입니다.
바로 양명학의 기본 텍스트인『왕양명전집』을 우리말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현재「왕양명연보」를 시작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