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5

김경일 교무의 정전공부산책 1,2,3 원불교신문

김경일 교무의 정전공부산책 1. 정전의 위상 < 정전공부산책 < 교리 < 기사본문 - 원불교신문

김경일 교무의 정전공부산책 1. 정전의 위상
기자명 김경일 교무
입력 2020.10.08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원불교의 소의(所依)경전은 『원불교교전』이다. 교전은 『정전』과 『대종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도 『정전』은 모든 교서 가운데 으뜸가는 경전이며 최고의 법보(法寶)지위에 있다.

정산종사는 『정산종사법어』 경의편 1장에서 “정전은 교리의 원강(元綱)을 밝혀주신 원(元)의 경전이요, 대종경은 그 교리로 만법(萬法)을 통해주신 통의 경전”이라고 해의한 바 있다.

대산종사는 『정전대의』에서 이를 압축하여 『정전』을 원경, 『대종경』을 통경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정전』은 진리와 법의 근간을 담은 원서라면 『대종경』은 『정전』에 대한 해석서인 셈이다. 말씀뿐만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 『정전』을 체현하신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대종경』이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과 행적을 열반 후 후대에 제자들이 기록을 모아 결집한데 비해 『정전』은 대종사가 대각이후 저술한 편편 교서들을 제자들과 직접 공동체 생활에 실행해보면서 오랫동안 연마를 거듭하고 친히 감수해 발간한 점에서 그 의의가 특별하다.

보통 불교에서는 경(經), 론(論), 율(律) 삼장(三藏)을 법보라 하여 불보, 승보와 함께 지고한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중에 경장은 부처님의 언행록으로서 열반 후 제자들에 의해 결집된 것으로 론이나 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보적인 위상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아함경』이나 『금강경』 등이 그 예이다. 그에 비하여 우리 회상은 교조인 대종사가 친히 짓고 직접 감수한 『정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찍이 다른 종교 역사에 찾아보기 어려운 희유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사통오달로 통해주신 『대종경』이 더해져 우리 공부인들의 행복감은 더할 나위가 없다. 대종사는 열반 직전까지 밤이 늦도록 어휘 하나 글자 한자에 까지 심혈을 다하여 감정을 거듭한 후 마침내 인쇄에 부치시고 이렇게 말씀했다고 『대종경』 부촉품 3장에 전해진다.

“때가 급하여 이제 만전을 다하지는 못하였으나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나니, 삼가 받아가져서 말로 배우고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법이 후세 만대에 길이 전하게 하라. 앞으로 세계 사람이 이 법을 알아보고 크게 감격하고 봉대할 사람이 수가 없으리라.”

대종사가 대원정각을 이루고 열반에 들기까지 천만 자비방편을 베풀고 중생제도에 많은 자취를 남겼다. 그 중에도 가장 크고 두드러진 공덕을 꼽는다면 마땅히 ‘정전의 발간’을 꼽고 싶다. 왜냐하면 이 『정전』은 후천개벽의 주세불로서 포부와 경륜을 담아 남김으로써 대도정법이 만세 후대에 전해질 수 있게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만 중생이 중생의 탈을 벗고 성불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은 물론 파란고해 일체 중생에게 낙원생활의 비전을 줬기 때문이다.

『정전』은 새 회상 원불교의 생명줄과도 같다. 모든 교서가 다 불타 없어져도 ‘정전 한권만 있으면 회상을 다시 펼 수 있다’라고 말씀 했다고 한다. 『정전』에 대한 대종사의 자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전』은 나를 건지고 세상을 건지는 구원의 손짓이다. 풍랑 속에 방향을 잃고 갈 곳을 몰라 하는 배들을 인도하는 자비등대와도 같다. 그러나 일제 치하의 탄압과 시국관계로 발간을 보지 못하고 열반에 드니 후진된 도리로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정전』을 마음으로 증득하고 실행으로 체득해 천추만대에 전해야할 책무만이 남을 뿐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0월 09일자]

====
김경일 교무의 정전공부산책 2. 정전에 대한 믿음
기자명 김경일 교무 입력 2020.10.16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옛 경전에 “성인(聖人)이 나시기 전에는 진리가 천지에 있고 성인이 나시면 진리가 성인에게 있으며 성인이 가시면 진리가 경전에 있다”고 했다.

『정전(正典)』은 대종사 깨달음의 시작이요 끝이다. 정전은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주세불(主世佛)로 오신 원각성존(圓覺聖尊) 소태산 대종사의 포부와 경륜서이며 마음공부의 안내판과 같다.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도면이다. 우리 회상의 미래 비전과 꿈은 오롯이 여기에 다 담겨져 있는 셈이다. 대도(大道)에 발원하고 진리 공부에 발심한 사람은 이 정전에 대한 믿음이 확고부동해야 한다.

갓난 아이가 자력이 없으면 어머니 품에 전적으로 의지하듯 부처님과 부처님 법에 의지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눈먼 거북이 망망대해에서 나무토막을 만나 몸을 의지하듯 대도정법(大道正法)을 만난 다행감과 감사함이 충만해야 비로소 참 공부길에 입문할 수 있다. 정전은 대종사가 후래 공부인들을 위하여 돌아오는 시대를 밝게 내다보고 민심을 예측하며 제정한 교리와 수행 방편의 진수를 담고 있다.

진즉에 대원정각(大圓正覺)을 했으나 후래 중생들이 대도를 수행하고 증득할 수 있는 큰 길을 담아내고자 직접 저작하고 제자들과 오랜 세월 함께 연마하며 친히 감수(監修)한 법보(法寶) 신앙의 결정체다. 정전의 한 법 한 법마다 글자 한자 한자마다에서 주세불의 대자대비를 만날 수 있어야 비로소 법신불일원상의 참 신앙에 입문할 수 있고 참 공부 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종사가 정전을 완정하고 스스로 자평하기를 “앞으로 세계 사람들이 이 법을 알아보고 크게 감격하고 봉대할 사람이 수가 없으리라”자부했다. 열반을 앞두고 교리도(敎理圖)를 발표하면서는 “내 교법의 진수가 모두 여기에 담겨 있건마는 나의 참 뜻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꼬?” 하고 탄식하면서 “대중의 정신이 재색財色에 흐르고 명예와 허식虛飾에 흘러 일심집중이 되지 못함”을 경책하며 “좌우간 큰 결정을 세워서 외길로 나아가야 성공이 있을 것”을 간절히 부촉했다.


모름지기 대도에 뜻을 둔 공부인은 정전과 당대 주법(主法)에 정통 법맥을 연하고 믿음으로서 정진해야 한다. 온통 바쳐 믿으면 온통 얻을 수가 있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재주나 사량으로 자만하고 계교하면 정전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마치 죽은 나무에 거름하듯 결코 공덕이 없을 것이다. 참 믿음이 있는 이는 겸손하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주를 흔쾌히 내려놓고 정전 앞에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자신의 부족을 진실로 고백할 수 있는 신앙인이라야 비로소 정전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부터 법신불의 지혜광명과 대자대비가 내 마음 속 깊이 깃들기 시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 되는 큰 도운(道運)의 때다. 묵은 잎은 떨어지고 새 잎이 돋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이치다. 대종사가 집군성이대성集群聖而大成(모든 성현들을 합하여 크게 이룸)한 주세성자이듯 정전은 모든 종교의 경전을 두루 수렴한 최고의 진리서다. 결복기 교운의 때를 당하여 정전에 신실한 믿음을 바쳐 대도를 꿈꾸는 숨은 재가출가 공부인들을 생각하면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도인이 콩 튀듯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정전은 위대하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을 것이나 정전으로 인해 활불이 세상에 넘치고 새로운 문명세상은 활짝 열릴 것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0월 16일자]
==
정전공부산책 3. 정전의 구성
기자명 김경일 교무 입력 2020.10.21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정전』은 원불교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전이며 으뜸가는 법보로서 그 위상과 믿음의 소중함에 대하여 앞서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정전 구성의 전반에 대하여 살펴봄으로써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이혜를 돕고자 한다.


『정전』은 표지를 넘기면 맨 처음에 법신불 일원상을 원상의 형상으로 모시고 있고 그 다음 개교표어가, 그 다음에는 교리표어가, 그 다음에는 교리도가 차례로 실려 있다. 이후 『정전』 차례가 나오는데 총서(總序)편과 교의(敎義)편 그리고 수행(修行)편 등 3편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제1총서편은 『정전』을 총괄하는 권두언(卷頭言)으로 일종의 서문이고 머리말이다. 총서편은 내용이 길지 않지만 『정전』이 지향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서 교의편과 수행편을 총괄하는 의미가 있다. 총서편은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장에서는 ‘개교의 동기’라는 제목으로 원불교가 왜 회상의 문을 열게 됐는지 그 배경과 동기와 취지가 설명돼 있고, 제2장에서는 ‘교법의 총설’이라는 제목아래 교법의 대강이 어떻게 구성되고 근본정신이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2교의편은 원불교의 핵심 교리를 담고 있는 장이다. 총 7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제1장은 일원상의 진리와 함께 그 신앙과 수행, 일원상 서원문, 일원상 법어, 게송이 실려 있다. 제2장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사은교리가, 제3장은 자력양성 등 사요의 교리가 실려 있다.


제4장은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삼학수행의 방법이, 제5장은 신·분·의·성 등 팔조의 실행법이 실려 있다. 제6장에서는 사은사요와 삼학팔조의 두 교리간 상호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제7장에서는 교리를 사대강령이라는 이름으로 교리정신을 다시 집약하여 정리 설명하고 있다.


수행편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서 교의편에서 말한 일원상과 삼학팔조 사은사요의 구체적 신앙과 수행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1장은 일상수행의 요법, 제2장은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비롯하여 차례로 염불법, 좌선법, 의두요목, 일기법, 무시선법, 참회문, 심고와 기도 계문 솔성요론 고락에 대한 법문 법위등급등을 17장까지 차례로 기술하고 있다.


혹자는 왜 수행편은 있는데 신앙편은 없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설왕설래가 없지 않으나 여기서 수행편의 의미는 신앙과 수행의 실천 또는 실행편이라고 이해하면 가히 착오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금강경과 같은 옛 경전도 대개 서분(序分)이라 하여 도입부의 머리말 부분이 있고 정종분(正宗分)은 교의의 본론, 유통이익분(流通利益分)은 해당 경전을 읽고 전함으로서 얻어지는 이익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는바 『정전』은 훨씬 더 정교한 의도를 담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편성됐음을 알 수 있다.


『정전』은 대종사가 대원정각하신 깨달음으로 돌아오는 후천개벽의 훈수를 조망하고 시대정신과 문명의 흐름을 예측하며 민심의 열림 정도를 측량하고 열반 직전까지 정산종사 등 제자들과 더불어 직접 실행을 통하여 교리와 신앙수행법을 가다듬었다. 어휘 하나, 토씨 하나에까지 심혈을 다했음은 초기 교서와 『정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고 생생한 증언이 남아 있다. 『정전』 구성과 완정에 담긴 대종사님의 한량없는 성은과 대자대비에 감읍할 따름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