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7

[직격 인터뷰] 김영희 묻고 요한 갈퉁 답하다 "북한 붕괴보다 붕괴론이 먼저 무너질 것" | Daum 뉴스

[직격 인터뷰] 김영희 묻고 요한 갈퉁 답하다 "북한 붕괴보다 붕괴론이 먼저 무너질 것" | Daum 뉴스

[직격 인터뷰] 김영희 묻고 요한 갈퉁 답하다 "북한 붕괴보다 붕괴론이 먼저 무너질 것"북한은 공산주의라기 이전에효 바탕의 유교원리주의 국가유교 유사점 활용해 대화해야한반도 분쟁은 북·미 간 분쟁중앙일보|김영희.박종근
입력 16.06.17. 00:47 (수정 16.06.17. 06:33)
제주 롯데호텔 정원에서 요한 갈퉁 박사와 김영희 대기자가 대담하고 있다. 갈퉁 박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지금의 통일정책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제주 롯데호텔 정원에서 요한 갈퉁 박사와 김영희 대기자가 대담하고 있다. 갈퉁 박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지금의 통일정책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수학자로 출발한 노르웨이 출신 평화연구가 요한 갈퉁 박사는 ‘평화학(Paxology)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자신을 평화학의 할아버지쯤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전쟁을 중재하고 97권의 단독 저서를 냈으며, 1600건의 평화 관련 논문을 썼다. 이재봉원광대 교수와 공저로 『한국 : 통일에의 험난한 길(Korea : The Twisting Roads to Unification)』을 내기도 했다.
그가 지난 5월 제주 평화포럼에 참석했을 때 대담하고 정원에서 따로 대화를 나눴으며 e메일로 보충 질의를 교환했다. 그는 자신은 반미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발언은 한·미 동맹에 익숙한 우리 기준으로는 반미로 들린다. 오바마를 거짓말쟁이(Liar)라고 부르는 것은 근세까지의 유럽에서라면 결투의 대상이다. 분쟁의 현장을 그렇게 많이 누빈 사람치고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관념적이다.
Q : 김영희(이하 김)=갈퉁 박사께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분쟁을 중재하고 학문적으로도 연구를 하셨는데 모든 분쟁의 원인에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A : 요한 갈퉁(이하 갈퉁)=나는 이걸 원하고 당신은 저걸 원하는 식의 양립할 수 없는 목표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고 북한은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은 남한의 붕괴를 바라고 남한은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같이. 양립할 수 없는 목표가 갈등의 공통 요소인데 목표가 상반되면 태도는 증오, 행동은 폭력으로 나타납니다.
Q : 김=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영구평화론』이라는 작은 책에서 공화국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사께서는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평화』라는 저서에서 민주국가들을 호전적인 나라들의 맨 윗자리에 올렸습니다. 칸트의 진단이 오늘날에는 통하지 않습니까?
A : 갈퉁=칸트 얘기 해서 고맙고 범죄자 마키아벨리 얘기 안 해서 고마워요. 칸트는 철학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공화정은 왕정의 반대인데 왕정이라고 다 호전적이지 않고 공화정이라고 다 민주적이지 않아요. 또 하나 칸트가 잘못 생각한 것은 무역 상대국을 파괴하는 것은 제 나라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칸트는 무역은 공정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어요.
Q : 김=박사께서는 같은 책에서 민주국가일수록 그 나라 지도자와 국민들은 독선적이고 그들이 독선적일수록 호전적이라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가령 민주국가인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더 호전적이라야 하는데요?
A : 갈퉁=미국은 신의 선택을 받은 국가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지난 1000년 동안 일어난 전쟁을 보면 미국, 이스라엘, 영국, 터키 순으로 전쟁을 많이 했어요. 그 나라들의 공통점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같이 아브라함의 종교를 믿는 나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세 나라 중 미국, 이스라엘, 영국은 기독교국가 아닙니까.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선민의식이 강해요.
Q : 김=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습니다. 분쟁 중재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박사께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 갈퉁=내가 보기에 북한은 공산국가이기 전에 효(孝)에 바탕을 둔 유교원리주의 국가입니다. 김씨 일족의 권력세습도 그 때문이죠. 남한도 유교국가 아닙니까. 이 심층문화(Deep culture)에서 유사점을 찾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대화를 해야 합니다.
Q : 김=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남 도발도 그들의 유교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A : 갈퉁=북한은 이라크와 리비아를 기억합니다. 두 나라 모두 핵을 버린 뒤 미국의 침공을 받았어요. 그래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Q : 김=그러나 핵·미사일 개발에 국가예산을 쏟아붓는 사이에 경제가 거덜 나고 백성들은 기아에 시달립니다.
A : 갈퉁=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의 분쟁은 남북한 사이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의 분쟁입니다. 미국은 아주 단순한 이유로 북한을 증오해요. 미국은 1812년부터 1953년까지 141년의 기간에 치른 모든 전쟁에서 이겼는데 한국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했어요. 미국은 1801년부터 284회나 남의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했습니다.(갈퉁은 베트남에서 미국의 패배는 언급하지 않았다.)
Q : 김=갈퉁 박사께서는 경제제재가 빈곤층과 노인과 어린이들부터 희생시킨다는 이유로 제재 자체에 반대를 하시는데 제재 없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어떻게 저지합니까?
A : 갈퉁=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왜 그 나라들은 제재하지 않고 북한만 제재합니까. 한(恨)이라는 걸 생각해 봐요. 개를 실컷 두들겨 패면 개는 미쳐서 패는 사람을 물어요. 개를 잘 다루면 바로 효과가 날 것을 장담합니다. 미국이 하느님에게 “제발 북한이 붕괴하게 하소서”라고 기도만 하면 북한은 무너지지 않아요.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해야 합니다. 남한에서 핵무장론이 일어나고 있는데 남한까지 핵무기를 가지면 핵전쟁이 일어나요. 한반도엔 지금 우행(愚行·Stupidity)이 충만합니다. 북한이 어리석은 짓을 더 많이 합니다.
Q : 김=서울과 워싱턴에서 고개를 드는 북한 붕괴론에는 동의하시지 않는다는 말로 들립니다.
A : 갈퉁=북한 붕괴론은 바보 같은 말입니다. 붕괴라는 것이 일어난다면 붕괴론 자체의 붕괴가 먼저 일어납니다.
Q : 김=갈퉁 박사께서는 미국을 공화국과 제국으로 구분해 2020년까지는 미 제국은 멸망한다고 예언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2020년까지는 4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 예언 변함 없습니까?
A : 갈퉁=제국주의가 뭡니까. 식민주의는 자국민을 보내어 남의 나라를 지배하고 그 나라 사람들의 재물을 뺏는 것입니다.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은 달라요. 미국은 피지배국의 엘리트들을 매수해 미국이 원하는 일을 시킵니다. 미국을 대신해 피지배국의 국민들을 죽이기도 하지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중남미를 잃었어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점차 잃어가고 있어요.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을 대신한 살상을 거부합니다. 우크라이나를 보세요. 쿠바와는 57년째 적대해 왔지만 피델 카스트로는 아직도 건재해 11번째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고 있어요. 미 제국은 붕괴한다는 내 예언은 적중하고 있습니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방은 캐나다뿐이잖아요. 오바마는 쿠바에 굴복했어요. 그는 북한의 어리석음에도 굴복할 겁니다.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북·미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Q : 김=트럼프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하겠다고 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이슬람계 이민을 차단하겠다고 해요.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고립주의에 빠지는 것 아닙니까?
A : 갈퉁=그는 많은 선택지(Cards)를 갖고 있어요. 선거 유세 중 그의 발언만 가지고 대통령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그는 전쟁은 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은 그가 하는 발언의 대부분에 반대해요.
Q : 김=군·산·정 복합체(Military-Industrial-Congressional Complex)가 미 제국의 붕괴를 보고만 있을까요?
A : 갈퉁=미국 스스로 살상을 하는 건 대가가 너무 커요. 남을 시키는 게 부담이 적어요.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은 더는 살상을 계속할 형편이 못 된다는 겁니다. 오바마는 미니핵무기(mini-nukes) 개발을 계속하고 있어요. 오바마는 직업적인 거짓말쟁이에다 위선자예요. 그는 핵군축을 말하면서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듭니다. 세계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요.
Q : 김=오바마가 거짓말쟁이라니, 예를 하나 들어 보십시오.
A : 갈퉁=좋아요. 그는 프라하에서 핵군축을 제안하고 러시아와 재래식무기 감축을 위한 협정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바로 그 주, 또는 한 달 뒤에 현대식 무기를 더 생산하기 위한 예산 15억 달러를 책정했어요. 그 예산은 국방예산이 아니라 에너지부 예산에 슬쩍 숨겨서 책정한 겁니다.
Q : 김=그래도 오바마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건 갈퉁 박사의 모국 노르웨이입니다.
A : 갈퉁=맞습니다. 그러나 그 상은 노벨도 아니고 평화도 아닙니다. 그건 오로지 노르웨이의 정책노선에 맞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정치적인 상일 뿐입니다.
Q : 김=갈퉁 박사의 말씀대로 미 제국이 무너지면 중국이 수퍼파워의 지위를 계승합니까?
A : 갈퉁=중국은 미 제국의 지위를 계승하기에는 너무 오만해서 안 돼요. 중국은 우월감에 도취되고 너무 중화중심적입니다.
Q : 김=오만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미국이 서반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자명한 운명(Manifest destiny)론’, 먼로 독트린, 미국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나라라는 선민의식은 미국인들의 오만의 표상 아닙니까?
A : 갈퉁=맞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오만의 성격이 달라요. 중국은 자신이 다른 모든 나라의 위에 군림한다, 하늘과 땅의 중간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Q : 김=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될 걸로 보십니까?
A : 갈퉁=국민(Nations)의 통일과 국가(States)의 통일을 구별해야 합니다. 국민의 통일은 국경을 개방하고 서로 협력하고 이산가족 상봉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통일은 남북한이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있어요. 김일성은 누가 그 한 사람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구상을 갖고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충고는 남북한 국민 간의 질시와 이기적 습관을 버리고 국민통합을 먼저 이루라는 것입니다. 남북한의 두 국가가 점점 접근하면 한국인의 공동체가 성사되고 언젠가는 한국연합(Korean Union)이라고 부를 만한 체제가 성립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판문점에 남북한 공동 시설을 만들고 비무장지대에 100㎢의 방대한 공원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국가통일만 계속 고집하는 건 문제입니다. 평화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려면 서로 상반된 방식의 통일을 주장하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정책을 버려야 합니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남북한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남북한이 지금의 단계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통일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입니다.
Q : 김=화제를 바꾸겠습니다. 이슬람국가(IS)의 추동력은 뭡니까? 무엇이 세계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IS에 가담하게 만듭니까?
A : 갈퉁=이라크나 시리아는 사소한 문제입니다. 16억5000만 무슬림들은 가톨릭의 바티칸같이 이슬람의 성지 메디나를 갖고 싶은 겁니다. 미국의 동맹인 부패하고 무기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메디나가 상징하는 진정한 이슬람국가 말입니다. 지금같이 무슬림을 계속 죽여나가면 내일 아침에는 1000개의 IS가 생길 겁니다.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협상해야 해요. 나는 절대 반미주의자가 아닙니다. 나와 내 아내는 미국인들을 사랑합니다. 요한 갈퉁은…
1930년 오슬로에서 출생한 수학자·사회학자·정치학자로 20~21세기 평화연구의 선구자. 젊은 시절 양심적인 병역기피로 형무소행을 선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오슬로 부시장이던 아버지가 나치군에 체포되는 것을 목격한 뒤 평화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평화 구축과 분쟁 해결을 개념화해 세계의 유수한 대학에서 평화학을 강의하고 평화연구소를 세워왔다. 그가 쓴 평화에 관한 책은 공저 포함, 무려 160권.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평화』(1996)가 대표작 중 하나다. 재혼한 일본인 부인과 40여 년째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글=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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