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홉스골에서 700km를 달려 다시 야간 열차를 타고 울란바타르에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갈 길이 머니 아침부터 서둔다. 가는 길에 자작나무 숲에서 점심을 해먹고 해거름에 저리거 친구 집에 도착해서 정성껏 마련해준 저녁을 대접 받는다.
마침 오늘이 순례단의 일원인 강달프님의 74번째 생일이다. 미리 연락하여 준비한 케익을 놓고 함께 생일축하를 한다. 강달프님과는 오랜 농민운동 동지이기도 하다. 함께 농민운동을 해온 지가 어느새 50년에 이르는 것 같다. 순례의 길에서 오랜 동지의 생일 축하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곳에서 다시 120km를 넘게 달려가 야간열차에 옮겨탄다. 이 야간열차는 시배리아 횡단열차의 몽골지선이라고 하는데, 침대칸으로만 운행되는 열차이다. 이 열차 편을 이용하면 아침 6시 무렵에 울란바타르 에 도착할 수 있다. 열차의 한 량이 모두 9개의 객실로, 한 객실마다 복층의 침대가 4개씩 있다. 우리 일행이 식사를 담당한 이들을 포함하여 모두 27명이라 기차 한 량 전체를 빌렸다. 오랫만에 타보는 침대열차다. 쉬 잠들지 못한다.
우리가 기차에서 잠자며 가는 사이에 두 분의 버스 기사와 저리거님은 다시 차를 몰고 울란바타르까지 밤새 달려가야 한다. 몹씨 힘들겠지만 그 덕분애 우리는 편히 갈수 있으니 미안하고 고맙다.
아침 역광장에서 간단한 조율의식을 하고 시내의 한국식당에 미리 주문해 놓은 콩나물 북어해장국을 먹는다. 맛이 일품이다. 내 입맛에는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 있는 것 같다.
오늘 오전 일정은 푸른 아시아 몽골 지부 방문이다. 이 일정은 내가 특별히 마련했다. 지부장을 맡고 있는 신기호님은 성공회 신부인데, 신부님과는 20여 년 전 생명평화 특발순례 때 만난 인연으로 그 뒤로도 내왕하는 사이다. 신신부님은 현재 16년 째 몽골 지부장을 맡고 있다. 검게 탄 얼굴이 몽골 현지인보다 더 몽골인 같다. 이 일에 당신의 사제직을 걸고 매일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니 이미 이곳 사람이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리 연락해 두었더니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방문 때는 이곳 센터만이 아니라 식목 현장에도 직접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현재 몽골 사막화 상황과 사막화 방지를 위한 푸른 아시아 몽골지부 활동을 중심으로 설명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막이란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을 말하는데, 사막화란 생명의 땅이 갈수록 불모화되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한다. 현재 몽골의 사막화는 76.9%에 이르는데,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와 몽골의 국내 사정 등과 맞물려 시막화 진행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기온이 1.1도 상승(1940년- 2020년)한 것에 비해 같은 기간에 몽골 기온은 2.25도 상승하고 강수량도 2.3% 감소(1939-2019)하여 현재 몽골 연평균강수량은 250mm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온난화로 인한 이곳 영구동토층의 급격한 소실(63%, 1971년 >29.3%, 2015년)이라고 한다. 영구동토층 소실은 초원의 퇴화로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초원에는 풀이 자라지 못하게 되고 남아있는 오랜 나무들도 고사하여 지금은 음달인 북서면만 간신히 살아있다고 한다.
이런 열악해지는 초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축 사육은 폭증하여 현재 초지가 감당할 수 있는 방목 규모를 이미 3배 이상 초과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캐시미어 생산을 위한 염소는 7배나 증가했는데, 60% 목축업인 이 나라에서 정책 변화 거의 불가능하여 이에 대한 대안이나 다른 산업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푸른아시아는 '전쟁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있다. 그러나 환경난민은 환경의 악화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에 돌아갈 집이 없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품고 '나무를 심고 사람을 심어, 땅을 살려내고 공동체를 복원하여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결의로 마을공동체 중심의 협동조합을 조직하고이를 통해 몽골사막화 방지와 마을 경제활동을 돕고 있다. 그래서 푸른아시아의 모토는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심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20년 간의 이런 활동으로 이제 처음 심었던 어린 묘목들은 숲으로 자랐고 그 숲속에서 이를 통한 마을공동체의 경제적 소득도 증가되고 안정화 된 곳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몽골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유한 킴벌리 활동과 그 뒤 한국 산림청 주도의 한몽 우호의 숲 조성, 서울시민의 숲 등을 바롯한 한국 지자체정부의 활동도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보아온 터라 이 사업은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그 설명을 들으니 우리가 하나의 지구행성에서 공동의 운명체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보다 명확해진다.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는 것이 곧 우리의 생존 토대를 지키고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푸른아시아와 신지부장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와 성원을 보낸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한국과 몽골의 우호 협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몽골에 다시 푸른 숲이 되살아알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무를 심으면 숲이 되고 숲이 우거지면 샘이 솟아날 것임을 믿는다.
-아침의 기도/
-아침에 일어나며(틱낫한)
이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미소짓네.
새로운 스물 네 시간이
내 앞에 놓여 있구나.
순간마다 충실히 살면서
모든 존재를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리라.
아침을 여는 시/
-나무 한 그루로 바다를 낚다/
내가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는 것은
단지 나무 한 그루만 심는 게 아니라는 거야.
내가 심는 나무와
네가 심을 나무 서로 기대어
숲이 된다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그 숲을 심고 있는 거야.
이 나무에 귀 대고 가만히 들어봐.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지.
새소리도 들린다고.
그렇지.
숲이란 단지 나무와 나무만 어울려 사는 게 아닌 건 이 때문이지.
어느새 새들이 깃들고 들꽃들이 피어나고
맞춤한 곳엔 샘도 솟아나지.
맑은 그 샘에 비치는 별들이 보이지.
그 별들이 이 샘에서 태어난 별들이야.
아기별들의 고향이 맑은 샘이거든.
샘의 물길을 이어 개울이 흐르는 거야.
샘이 솟고 개울이 흐르면 어딘가 강에 닿겠지.
그러니까 지금 한그루 나무를 심는 것은 강을 심는 거라고.
어쩌면 바다를 심는 거라고도 하겠지.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게 맞겠군.
한그루 나무를 심는 것은 여기에 바다를 낚아 올리는 거라고.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파도 소리인 것은 이런 까닭이지.
그래, 숲이 이미 바다인거야.
(여류의 노래 5,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