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금란 목사
승인 2025.06.15
오늘 한 가족이 시설을 만기 퇴소하였다. 퇴소는 했지만, 시설 바로 옆에 월세를 얻어, 이제는 이웃이 되었다. 아들 하나 둔 이분은 시설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기본 생계는 유지할 정도의 준비는 하였다. 이분은 말이 적고 순한 편이며 어린 아들에 대한 애정도 깊다. 그런데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에 자립에는 못 미친다. 당분간은 ‘자립 지원금’이 있어서 먹고는 살겠지만, 자식을 키우려면 일을 더 해야 한다. 좀 걱정이 된다.
이분은 ‘여기가 천국’이라며 영원히 복지시설에 살고 싶다고 했다. 복지시설에서의 생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기에 만만치 않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은 복지시설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운이 나빠서 이런 시설에 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는 복지혜택을 속속들이 받으면서도 복지는 구질구질한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 속에서는 귀족이다.
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이전에 말할 수 없는 어떤 커다란 상처의 흔적이기에 이상하다기보다 가슴 한구석이 짠해 온다.
오늘 나가시는 분도 어떻게든 살겠지, 닥치면 또 해내겠지, 마음이 착한 분이고 오랜 고생을 견뎌나온 생존자인데…. 지적장애가 있는 분도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나름 잘살고 있질 않은가!
‘보호시설'이라는 곳은 이름 그대로 쉼터일 뿐, 오래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힘을 비축했다가 자립을 위해 있는 곳이다. 우리가 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사회나 이웃으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작은 손이나마 내밀어 주어 그들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한 이웃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신성(神性)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은 창조자다. 그러므로 인간도 창조자다.
삶은 끝없는 창조 과정이다. 타인의 의지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살아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인간이다. 관습과 도덕에도 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의지를 지닌 인간, 자신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다.
‘창조’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마음 상태로 마침내 기쁨에 이르는 의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까지야'라거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건 없다.
오늘 이곳을 떠나는 분도 자신이 선택했거나 혹은 자신의 운명인 또 다른 세상에서 창조하는 자신, 자신을 넘어서는 자신을 경험할 것을 믿는다.
바닥을 친 사람은 솟아오르기도 쉽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누구라도 고정된 시선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가 없다.
‘사랑’은 창조를 촉진하고 행동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이 여성에게 이 땅에서 자식을 주셨으리라.
작은 시작을 여는 이 여성도 ‘우리'라는 울타리의 한 무리다. 이 여성의 성장과 함께 우리 또한 성장하고 창조될 것이다.
※가정폭력 긴급전화 010-5346-6933

전국여교역자연합회복지재단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원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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