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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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여름 연찬을 다녀오다/
어제(7/12)부터 오늘까지 지리산 실상사에서 7월 여름 연찬이 있었다.
이번 연찬은 내부 연찬으로 하고, ‘새로운 정부에서 문명 전환을 위한 정치 전환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두 사람의 발화를 시작으로 진행했다.
특히 이번 연찬에서는 그동안 지리산 연찬에서 지속적인 테마로 다루고 제시해 왔던 ‘문명 전환’, ‘정치 전환’, 또는 ‘생명운동’ 등이 일반 시민들, 특히 생활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관념적인 인식으로만 머물고 있다는 한계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문명 전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문명 전환의 당위와 전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이 방향과 차원을 함께 바꾸는 것이라면, 문명 전환이란 현존 문명과 이에 바탕한 삶의 방식으로는 인류라는 종 자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생명계 전체의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자각의 공유와 함께, 이에 대한 새로운 문명을 생태문명 또는 생명문명이라고 했을 때, 이 문명의 구체적 내용과 이를 위한 실천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전환의 장’을 삶의 현장에서부터 구축하기 위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정치 전환이나 새로운 정부에 대한 정책 제안 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지적에 함께 공감했다.
가령 ‘생명이냐 죽음이냐, 생명이 우선이다. 함께 사는 길이 정답이다.’ 등 보다 분명한 슬로건으로 ‘생명과 생존의 자립적 토대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부터 구체적인 전환 방안을 대중적인 이해와 요구에 바탕하여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명운동 또한 그 정의와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하고, 그 전망에 대한 공유 작업도 이제는 대중화되어야만 그것이 정치적 전환 과제로도 실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런 문제 인식과 성찰은 그동안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성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생각들을 주고받으면서 이른바 ‘생명운동 진영’ 또는 ‘생명운동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왔던 지난 4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의 소회와 겹쳐, 나도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게 되었다.
한살림운동, 가톨릭농민회 생명공동체운동, 우리 밀 살리기 운동,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 귀농운동, 생명평화결사운동, 생명평화물결모임, 생명평화 은빛순례단, 지리산 연찬과 문명전환 지리산 정치학교까지, 이른바 ‘생명과 전환’이란 화두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이런 운동의 방식과 내용 또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이 운동의 중심은 결국 ‘생명에 대한 연민’이 그 바탕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왔다.
지금 우리 모두가 죽임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죽어가는 내가 죽어가는 당신에 대한 연민, 그것이 생명운동,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의 바탕이자 동력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재인식과 자각이다.
이런 사실이 새삼스레 더 깊게 다가온 것은, 아마도 이번 몽골 생태영성순례에서의 체험 때문일 것이라 싶다.
생명살림의 자립적 토대 구축과 함께, 생명살림의 지구적 연대를 다시 생각한다.
이것만이 주류 문명의 붕괴와 소멸 이후에 새로운 생태문명의 그 토대를 구축하는 길이라 싶기 때문이다.
지리산 연찬이 이러한 길을 열어가는 여러 마중물 역할의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어머니 지리산 품에서 생명을 연찬하다’가 당분간, 아니 오랫도록 지리산 연찬이 내건 슬로건이 될 것이다.
그런 설렘으로 지리산 연찬이 계속 이어지기를 마음 모은다.
지리산 실상사 ‘선재의 집’에서 1박 2일 동안 새로운 문명을 꿈꾸는 도반들과 서로의 이야기에 깊게 귀 기울이며 함께할 수 있음이 무엇보다 고맙고 행복했다.
해탈교를 지나 천왕문 곁의 연지에는 이제 막 백련이 피어나고 있었다.
천왕봉을 마주하며 피어 있는 하얀 연꽃의 자태가 더없이 해맑고 아름답다.
새로운 문명과 그 세계는 이런 모습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꿈 또한 가슴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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