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4

진실에 대한 희롱과 폭력: 검찰의 고발사주,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을 중심으로 박 재 순

(3) Facebook

Jaesoon Park
3 h  · 
진실에 대한 희롱과 폭력: 검찰의 고발사주,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을 중심으로
주필 박 재 순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은 ‘갈’, ‘갈림’(바뀜)이다. 가을은 푸른 잎이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거죽(육체)이 속알(정신)로 갈리는(바뀌는) 때다. 겨울은 ‘겨를’(여유, 한가한 시간)이다. 겨울에는 겨를을 얻어 쉬며 새 삶을 기다리고 준비한다. 여름은 열매가 열리는 ‘열음’의 계절이고 가을은 열매가 속으로 익어가는 때다. 생명의 속알을 품고 죽음 같은 겨울잠을 자고 난 씨알만이 눈부신 생명의 ‘봄’을 볼 것이다.

우리 말 참과 거짓은 생명철학을 담고 있다. 거짓은 거즛(거죽)에서 온 말인데 거죽에 매인 것을 뜻한다. 참은 속알이 차오르는 ‘알 참’, 성숙을 뜻한다. 거짓(껍질)과 참(알맹이)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으면서 맞서 있다. 껍질(거죽)은 알맹이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가리고 숨기고 억누르기도 한다. 알맹이는 거죽(껍질)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한다. 알맹이가 자라는 동안 껍질은 알맹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지만 알맹이가 다 자라면 껍질은 쪼개지고 벗겨져야 한다.
씨알이 새 생명을 싹틔우려면 껍질은 흙 속에서 깨지고 썩고 죽어야 한다. 속알(참)을 알려면 거죽을 뚫어보아야 한다. 거죽이 속알을 가리고 억누를 때는 서슴없이 거죽을 벗기고 찢고 깨트려야 한다. 씨알은 언제나 거죽, 거짓을 뚫고 속알, 참을 볼 줄 알아야 한다.

1 진실에 대하여

인간 사회에서 진실은 언제나 거짓에 둘러싸여 있으며 거짓에 의해서 억눌리고 짓밟히고 희롱당하며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거짓과 표면을 볼 뿐 진실과 속 알맹이를 보기 어렵다. 거짓과 표면은 번쩍이고 속 알맹이 진실은 거짓 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거짓에 홀려서 진실을 보지 못할 뿐이다. 진실은 언제나 있고 인간은 진실을 보고 느끼고 알고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감성과 지성과 영성을 가진 존재다.

진실은 언제나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것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존재(우주)의 숭고함, 아름다움, 신비를 드러낸다. 그 숭고함과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끼고 아는 나의 마음(맑은 지성과 거룩한 영성)은 고결함과 거룩함을 알고 느끼고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다.

물질, 생명, 정신의 모든 존재와 사실은 저마다 존재의 깊이와 뜻,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은 하늘과 인간뿐 아니라 사물과 생물도 경외하라는 뜻에서 경물(敬物)을 말하였다. 자연 만물과 생명과 정신이 만들어가는 역사와 사회의 모든 사실은 저마다 깊은 사연과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사회와 우주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한번 일어난 사실은 돌이킬 수 없고 바뀔 수 없다. 어떤 사실이든 그것은 우주 자연과 함께 인간과 신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지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사실이 ‘신의 발자취’라고 하였다. 모래알, 물방울, 쓰레기 조각 하나도 사회, 지구 생태계, 우주 전체가 협동하고 협력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은 정직과 진실을 최고의 덕목과 가치로 보았다. 이들에게 정직과 성실은 한갓 덕목과 가치를 넘어서 하늘, 하나님처럼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이었다. ‘중용(中庸)’에서도 성실은 하늘의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도산은 꿈에서라도 성실을 잃었으면 통회하라고 하였고 남강은 하나님을 정의롭고 올곧은 신으로 여겼다. 이들에게 정직과 진실, 성실은 신성하고 우주적인 하늘의 일이다. 정직과 진실의 심정과 자세로 살았던 이들은 자연환경과 사회환경, 사물과 주변을 아름답고 깨끗하고 바르고 질서 있게 만들었다. 이들은 사물과 환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면 인간 자신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된다고 보았다. 다석 유영모에 따르면 물체는 물질의 주체다. 물체 속에는 거시기와 머사니가 있어서. 무한한 깊이와 값이 있고 전체와 이어지는 뜻과 보람이 있다고 하였다. 유영모는 인간의 본성을 곧음으로 보았다.

함석헌은 물질과 정신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물과 생명의 참되고 지극한 주체, 전체, 진화(자람과 진보, 고양과 초월)가 진선미이고, 하나님의 거룩이다. 사물과 생명은 저마다 저다운 주체의 깊이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진화와 탈바꿈, 혁신과 변화를 지향한다. 씨알 생명은 더 좋고 낫게 나아가는 것이다. 안창호 이승훈 유영모 함석헌은 한결같이 새롭게 솟아올라 나아가려고 하였다. 새롭게 솟아올라 나아가는 것이 생명과 정신의 진리이고 진실이다. 

('씨알의 소리' 2021년 11-12월호 권두언)

Jaesoon Park
17 m  · 
토건비리세력과 검찰 법조세력의 야합

대장동 개발 사건에서 발생한 부정한 불로소득은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 검사, 판사, 변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민간개발업체인 화천대유의 고문들로서 큰 돈을 불로소득으로 받아간 인물들은 박영수 특검, 권순일 대법관, 김수남 검찰총장, 강찬우 수원지검장, 이경재(최순실) 변호사, 원유철 의원 등이며 검사출신으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곽상도의 아들은 그 회사에서 6년 동안 대리로 일하고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아 갔다. 주로 검찰 출신의 인사들이 개발업자들과 이익을 나누어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화천대유의 고문과 자문위원들 이창재, 박영수, 김수남, 이경재, 강찬우, 김기동, 곽상도, 최재경, 권순일 가운데 권순일만 대법관 출신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위 검사 출신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중심과 뿌리는 토건 비리 세력과 정치 사법 특권세력, 특히 검찰세력과의 야합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진실은 토건 비리 세력과 검찰 권력의 야합에서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검찰 권력이 검찰 안에서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고위 판사들과 검사들이 변호사가 되면 전관예우를 받아서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검사와 판사들이 순수하게 정의를 추구하고 실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검찰의 안과 밖에서 이런 특권과 부를 독점적으로 누리는 검사들이 검찰의 권력을 축소하려는 검찰개혁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의 고발 사주 사건은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 역시 개혁에 저항하는 정치세력인 야당과 야합하여 개혁을 저지하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려고 몸부림친 흉악한 범죄다. 이렇게 보면 검찰의 고발 사주 사건과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은 한 몸이며 뿌리와 열매, 안과 밖의 관계를 이룬다. 검찰의 고발 사주가 뿌리이고 근본이며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은 그 가지와 잎이고 열매다. 민주국가와 국민의 자리에서 보면 검찰의 고발 사주 사건이 훨씬 크고 근본적인 범죄 사건이다. 

그런데 국민은 고발 사주 사건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분개한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비리 사건에 분노하고 절망해서는 사태의 깊은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깊은 뿌리와 전체 맥락을 보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불의와 비리를 청산하고 정의롭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어가는 부정과 비리 세력을 근절하려면 먼저 정치 권력과 검찰 권력의 야합을 끊어내고 검찰개혁 사법개혁 정치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의혹을 까발리고 관련된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건의 부정과 비리의 뿌리를 뽑고 부정과 비리를 극복하고 청산할 수 없다. 토건 비리 세력과 그 부정과 비리를 밝히고 처벌할 뿐 아니라 토건 비리 세력과 유착하여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정치 권력과 검찰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