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요즘 어떤 책을 보면서 느끼는 소감인데, 전체적인 총론이나 세계나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은데, 각론에 들어가거나 특히 정치적 판단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경우를 느낄 때가 많다. 이런 견해 차이를 넘어 어떤 합의(타협)에 도달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이 요즘 많이 생각된다.
바탕의 총론이나 세계나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경우보다 더 안타까울 때가 많고, 총론이나 바탕이 다르면서도 이해관계로 정치적 판단이나 성향에서 일치하는 경우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특히 관념을 다루고,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 사이에 관념계의 단정(斷定)이 심한 것이 더 그렇다. 이 단정은 특히 빠지기 쉬운 연역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예를 든다면, 지금 우리 현실의 난맥상의 근원을 ‘남북 분단’에서 찾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고, 대단히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분단은 세계정세와 우리공동체의 실상이 만들어낸 하나의 과정이고, 오히려 우리가 겪은 역사에서 찾자면 조선(朝鮮)을 망국으로 이끈 원인들에서 찾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원인에는 원인이 있어서 끝없는 연기(緣起)를 이루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더욱 성찰할 것은 분단(分斷) 이전 조선의 망국(亡國)에 대한 공동체 내적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민족이나 국가를 넘어서는 세계체제가 지금의 열국의 패권경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방향이다. 민족적 동질성보다 체제의 이질성이 이미 더 심화된 남북의 현실에서 통일을 문제해결의 근원으로 보는 인식은 스스로의 상상을 과거의 관념적 인습 속에 가두어 버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오히려 남북 두 국가체제로 평화공존하는 것을 분단체제에 대한 우리 역사공동체의 자주적 대응으로 하는 것이 더 맞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이런 바탕에서 남북이 각각의 처지와 입장에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부 체제를 발전시키는 경쟁을 하는 것이 굳이 민족주의를 취한다해도 더 큰 민족주의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통일이 필요하면 통일하게 될 것이고, 아시아 연방이나 세계 연방으로 나아가게 되면 남북의 상이한 경험들이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태적 재앙으로 인한 인류 공통의 위기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게 하는 결정적 환경으로 될 수 있고, 그 길에서 제대로 된 전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위기 앞에서 여전히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악몽으로 될 것이다.
엊그제 지리산 정치학교에서도 말한 것이지만, 마을 정치(마을운동이나 공동체운동을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정치를 좁은 의미로 가두지 않고 확장하는 것이 정치에 대한 근본적 지평을 변혁하는 것이다)는 평천하(平天下)의 정치다.
서로 다른 국가별 체제나 문화 속에서 인류가 열어가야할 평천하(平天下)의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운동이라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인 정치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로 전환하는 것이 평천하(平天下)의 정치고, 우리 시대 개벽운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꼭 순서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마을 정치가 진화해서 국가 정치가 진화하는 것보다는, 국가 정치의 진화를 거치며 마을 정치가 진화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산관계나 소유관계를 변화시키는 주체는 국가와 시장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을 단위로 이런 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보편적인 목표가 되기 힘들다.
나는 사실 50대의 대부분을 마을 단위로 소유관계와 생산관계를 변혁하는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보편화하기 힘들다는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되었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