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이 왜 이런 것까지 할까 - 생활클럽치바그룹의 도전
오자와 쇼지 (지은이),조유성 (옮긴이)한살림(도서출판)2022




































미리보기
책소개
사람과 자연이 소중한 사회를 목표로 생활클럽치바그룹은 1976년에 탄생한 생활클럽 생활협동조합치바의 먹거리 안전, 환경 보전, 육아, 지역 복지 등의 활동·사업을 모체로 하고, 당사자인 한사람 한사람이 담당자가 되어 지역에 다양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사회적 양호, 빈곤 대책, 취업 지원, 재생 가능 에너지의 추진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누구나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사회 문제 해결과 커뮤니티 재생에 그룹 전체에서 임하고 있다.
생활클럽치바그룹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듯이 ‘생활클럽치바그룹의 도전’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다 담지 못한 땀과 눈물의 이야기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생협활동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그 틀을 깨고 나가 지역 속에서 어떤 것까지 하고 있는지를, 둥그렇게 모여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기회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1부 -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사회 인프라
1. 생활클럽치바그룹협의회
2. 생활협동조합과 생활클럽의 역사
2부 - 지역사회를 지지하는 치바그룹네트워크
1. ‘모두의 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생협
2. 합성세제 추방운동에서 ‘마을 만들기’로 멈추지 않는 꿈
3. 지역사회의 염원을 담아 성장한 종합복지법인
4. 다종다양한 사업으로 주민주체의 마을 만들기
5. 아동양호시설·유아원·자립원조홈의 아동 지원
6. 누구나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
7. NPO활동을 지탱하는 중간지원NPO
8.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고용되지 않는 노동’을 지원
9. ‘누구나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 만들기’를 세계 속으로
3부 - SDGs를 넘어서 : 생활클럽치바그룹의 지향점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
치바그룹의 다음 스텝 ‘사회적연대경제’
치바그룹의 틀을 깨는 ‘츠나가루경제포럼’
부록
접기
책속에서
P. 21 조직의 규모는 커졌어도, 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건 지역사회,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 만들기’라는 치바그룹의 운동 방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서 바로, 나에게 살기 좋은 마을은 분명 누구나 살기 좋은 마을일 것이란 지향을 발견한다. 더구나 생활클럽에는 폐쇄적인 외골수 운동에 ... 더보기
P. 70 생활클럽의 기본방침은 ‘원하는 물품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 만든다’라는 것이다. 많은 종류의 자체 개발 소비재도 이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왔다. 여기에는 항상 ‘생산자와 함께’라는 의지와 태도가 담겨 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는 조합원들의 힘만으로는 만들 수 없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소비재를 함께 만들어가는 생산자의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기
P. 101 생활클럽은 전국적으로 먹을거리·에너지·복지 문제에 맞서서 가능한 한 자급·순환하고자 하지요. 이를 구체적으로 ‘FEC 자급권 구상’이라 하여 지역별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지개 거리에서는 그중에서도 복지 분야의 활동 비중이 가장 높아요. 먹을거리와 에너지 문제는 전국의 생활클럽 그룹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특히 저희는 복지 분야 활동이 활발하지요. 이건 그만큼 지역에 복지 분야의 중차대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해요. 접기
P. 105 기본적으로 우리가 꽉 붙들고 있는 건, 협동조합 정신이에요. 협동조합의 일곱 번째 원칙인 ‘커뮤니티에의 관여’가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지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고요.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생활클럽 내부에서 만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하고 연계하며, 때로는 의지하는 관계를 맺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다’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한다’라는 관점인거지요. 접기
P. 165 생활클럽 자체가 설립 이래 줄곧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온 생협이지요. 바람의 마을이 노인복지사업만을 운영했다면 아마 활동이 그다지 재밌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의 염원을 생각해 봤을 때에 요청 받은 것은 노인복지 문제만이 아니었지요. 보육, 장애인 등 특정 주제 지원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고요. 바람의 마을은 그때그때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응해가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법인이자 운동체이지 않을까 해요. 접기
P. 171 서로돌봄클럽을 지지하는 모임이 조직되었을 때, 지역과의 교류를 제대로 실현해 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활동 희망자들이 꼭 관련 강좌를 수강하도록 한 후 단체에 연결하는 활동을 시작했지요. 바람의 마을이 점차 여러 지역에 시설을 만들어 나간 배경도 있어서, 이 흐름에 발맞추어 자원활동가 연결도 치바현 전체로 확장해왔어요. 접기
P. 234 워커즈 콜렉티브는 약간의 지혜와 조금의 돈으로 뭉친 집단이라 할 수 있어요. 지혜와 돈이 충분한 사람들은 그걸 활용하면 되겠지만, 힘이 없더라도 다 함께 지혜와 돈을 모으는 것으로 해볼 수 있는 게 있지요. 워커즈 콜렉티브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또한 민주적 관리의결권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 자발적으로 열려 있는 조합원 제도,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이라고 하는, 협동조합을 규정하는 원칙이 워커즈 콜렉티브에도 적용되어 있죠. 접기
P. 264 바람직한 시민사회 상의 하나로 대안 세계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영역이야말로 사회적연대경제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어요. 세계화에 대항하는 반세계화라는 형태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이면서 인간다움을 중시하는 ‘다른 방식의’ 세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운동이 각지에서 합류해서, 앞으로 다가 올 사회에 대해 논의하고 실험하는 게 사회적연대경제운동의 상이라 해도 좋겠지요.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오자와 쇼지 (小澤祥司)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환경저널리스트이자 과학저술가로 환경문제, 생물다양성, 자연에너지, 지속가능한 사회, 농업, 바이오매스 자원 활용, 의학 및 건강 등을 주제로 한 책을 펴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송사리가 사라지는 날 자연의 재생을 지향하며』, 『에너지를 다시 선택하다』, 『우울도 비만도 장내 세균에게 물어라!』, 『일본에서 제일 요구가 많은 소비자들 비상식을 상식으로 계속 바꾸는 생활클럽 비전』 등이 있다.
최근작 : <생협이 왜 이런 것까지 할까> … 총 2종 (모두보기)
조유성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일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에 재직하며 치바사회적연대경제연구소, 아웃컴평가, SDGs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시민참여형 복지 실현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전공하였으며, 육아공동체 참여, 생협조합원의 돌봄서비스 제공 등을 주제로 연구하였다. 공저로 『협동의 대화』가 있다.
최근작 : <협동의 대화>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생협의 틀을 깨고 나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분투기
사회 참여와 지원을 중심으로
주민 주체의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연대경제 실현
1965년에 도쿄 세타가야에서 태어난 생활클럽은 대체 어떤 조직일까? 생활클럽치바가 생협 본연의 활동을 넘어서 지역사회를 향한 활동을 확장한 계기는 무엇일까?
어떤 시스템이 있길래 활동하는 조합원을 계속해서 배출하고, 끊임없이 운동을 이어가는 걸까?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일까? 폐쇄적인 생협 운동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조직의 한계를 이해하면서 유연함을 바탕으로 조직 밖으로 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펼쳐가는 걸까?
이 책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기존의 틀을 허물고, 폭넓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나가는 생협 출신 사람들의 분투기이다. 각 단체를 이끄는 리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여러 실천 사례가 제시되고 있는데, 활동 성과만 다룬 게 아니라 조합원의 고령화와 자원활동 조합원 감소, 수탁사업의 고용 지속,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운동 동력 약화, 코로나 사회 이후의 활동 등 공감할 수 있는 고민지점도 담겨 있다. 그 가운데에 생협의 사회적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생협운동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질문을 받아들고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꿈꿔본다. 생협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며 주민이 중심이 되는 마을을 일구어가는 친구들,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뛰며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치바그룹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접기
공감순

사례와 인터뷰를 인용해서 생활클럽 치바그룹이라는 일본의 한 협동조합 운동의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일본의 복지정책에서 생협이 갖는 위상이 상당한데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생협들이 어떻게 인프라를 구축해왔는가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
아신 2022-09-13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1)
리뷰쓰기
공감순

[마이리뷰] 생협이 왜 이런 것까지 할까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2006년에 제시한 생협의 복지 비전 -2020년도 생활클럽치바그룹협의회 행동 방침-생활클럽치바그룹협의회(설립순)
호호 2023-07-11 공감(0)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페이퍼
전체 (2)
페이퍼 쓰기
좋아요순

11월 말 어느 추운 날
완벽주의자
또 누군가에게 '완벽주의자'라는 얘길 들었다. 지역의 중요한 행사를 준비하는 기획회의에서 경험이 많아서 사람들을 척 보고 그 사람의 성향을 통찰력으로 파악하는 분을 만났다. 그날 회의에 어느 분이 못 나와서 사전에 합의된 준비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서 몇몇 분들이 평소 그 분이 좀 미덥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 통찰력 있는 분이 그날 못 나온 사람을 딱 한 마디로 설명했는데, 다들 그 말에 동의하고 수긍했다. "타고난 에너지가 적은 사람으로 소소한 일들을 잘 해내지만, 좀 큰 일이 주어지면 소화하기 어렵다." 정확한 표현이나 단어는 다를 수 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더니 그 통찰력 있는 분이 그 자리에 계신 다른 선배 한 분을 향해서도 딱 한 마디를 했는데, 그 표현에 대해서도 다들 딱 맞는 설명이라고 동의했다. 그 분의 표현이 짧으면서도 딱 적절하다고 느껴 다들 놀라워했다. 경험이 많은 것에 대해 타로 카드나 아로마 카드 등으로 상담도 하고 계시다고 했다.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그 분은 나중에 나에게도 한 말씀 하셨는데, 그게 바로 저 완벽주의자 라는 단어였다.
일하면서 늘 들어왔던 말이고, 나도 잘 알고 있는 점이다. 가끔은 득이 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득보다는 실이 될 때가 더 많은 성향이다. 평소 생활은 썩 그렇지 못한데, 일을 할 때면 늘 저 완벽주의자 기질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잘 살리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니, 자연히 저 기질을 좀 고쳤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곤 한다. 저 선생님이 말씀하신 의미도 좋은 뜻과 그렇지 못한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말투로 깨닫는다.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이 원한다고 그리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 못 고치고 그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개 좋지 않은 쪽으로 결과가 나올 때는 일이 내 기준으로 완벽하게 될 때까지 계속 손을 댄 다거나(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는 적당히 괜찮다고 여겨도 나는 성에 차지 않는 경우), 아니면 어떤 완벽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하는 경우다. 반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때도 있다. 대개 짧은 시간에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다. 몇 해전 친한 친구와 같이 어느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회의를 했을 때, 내가 회의를 진행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본 친구가 깜짝 놀랐다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보좌관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 등 한 20여명이 참여한 회의였는데,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분들이 자꾸 논점을 흐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면 내가 바로 잡아주고, 발언들 중간중간에 핵심을 정리해주고, 거의 두 시간이 넘는 회의를 마칠 때 참여한 분들의 발언을 전부 정리하고 요약해서 공유했었다. 회의를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 별도로 기록을 해두지 않았음에도 각 발언자들의 순서와 발언의 요지를 머리 속에 잘 담아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사무실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간이 회의록을 폰으로 만들어서 공유까지 했었다. 당시 그 친구는 내가 일할 때 그 정도로 집중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랍다고 했다.
지겹게 듣고 있는 저 완벽주의자 소릴 또 들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어쨌거나 버릴 수 없는 기질이라면 잘 활용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숫자 착오 /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의 어려움
며칠 전 퇴근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파주행 좌석 버스를 탔다. 언젠가부터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해 경기도를 오가는 좌석버스들은 입석을 금지하고 좌석이 꽉 차면 승객을 더 태우지 않고 그냥 출발했다. 작년 겨울에는 이것 때문에 추위에 1시간 넘게 서너대의 버스를 그냥 보내고 속수무책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곤 했다. 아이들이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나고 짜증도 났다. 입석으로라도 타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해도 벌금을 맞는다며 매몰차게 출발해버리는 버스 기사님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여유있게 버스를 타려면 무조건 퇴근시간 보다 조금 일찍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유독 겨울에 버스 타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게 내가 기다리는 정류장에 오기 전에 이미 좌석이 다 차서 오면, 기다리는 입장에서 달리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그 정류장 보다 몇 정류장 앞으로 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좌석 버스는 정류장 간격도 길고 퇴근 시간에 그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려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암튼 며칠 전에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작년 겨울 몇 차례 1시간씩 추위에 떨며 버스들 여러 대를 그냥 보내곤 했던 기억이 나서 좀 조마조마했다. 마침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고, 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분주히 버스 정차 위치를 예측해 움직였다. 남은 좌석 수를 정확히 보지 못했으나 몇 좌석이 안 남았을 것이 뻔했기에 무조건 앞쪽에서 타야 한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내 앞에 이미 여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예의 없이 그 사람들을 미쳐내고 버스를 탈 수도 없었다. 정말로 다행히 나까지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고 나서 기사님께서 다음 사람을 제지했다. 딱 내 차례에서 좌석이 다 찬 것이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안심하며 앉을 자리르 찾았는데, 어라! 빈 자리가 없었다. 기사님은 버스를 출발시켰고, 내가 혹시 잘 못 봤나 싶어서 여러 번 전체 좌석을 훑으며 빈 자리를 찾고 있을 때, 내게 얼른 앉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자리가 없어요 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서너번을 둘러봐도 정말 자리가 없었다. 기사님께서 숫자를 착각해 나 한 사람을 더 태운 것이다. 나는 30분 넘게 자동차 전용 도로를 서서 가더라도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 바로 뒷사람이 아니라 나부터 거부 당했다면 이번에도 또 몇 대의 버스를 그냥 보내야 할 상황이 되었을지 모른다. 배차 간격이 긴 이 좌석버스들은 자주 오지도 않아서 한 대를 보내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게 기다린 버스도 좌석이 없다고 또 그냥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운이 좋았던 것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 오르기 직전 정류장에서 딱 한명의 승객이 내렸다. 그 분은 내게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고 친절하게 말씀하시고 내렸다. 나는 감사한 마음을 자리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님도 내가 앉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출발했다.
올 겨울에 몇 번이나 더 그 좌석 버스를 타고 파주를 가야할지 모르지만, 겨울은 이제 시작되었으니, 그때마다 이렇게 가슴을 졸이며 빈 좌석이 있는 버스를 간절히 바라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게 참 경기도민은 어떻게 서울로 출퇴근을 하라는 말인지. 차라리 입석 금지 조치를 풀어주면 좋으련만, 아마도 안전 문제 때문에 내린 그 조치를 쉽게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안에만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경기도의 버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몰랐다. 다행히 전철역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면 그래도 괜찮았지만, 거리가 멀어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거나 특정 좌석 버스 노선 밖에 방법이 없다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버스 회사 입장에서도 이게 참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 그 노선에 탑승객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나만해도 아이들을 보러 파주에 갈 때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낮이나 밤에 버스를 타면 거의 대체로 대여섯 명도 안 되는 승객이 탄 것을 본다. 어떤 경우엔 나 혼자 타고 제2 자유로를 30분 넘게 달리기도 한다.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눌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좀 바뀔까? 뭐든 대안이 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공부모임
지역의 여러 협동조합에서 경영을 책임지거나 조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몇몇 분들이 모여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 영역과 복지 영역이 만나 이 지역에 꼭 필요한데, 아직 잘 구현되지 못한 가치와 활동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였다. 지난 10월 첫 모임을 가졌고, 두 번째 모임은 12월에 예정되어 있다. 다들 정말 바쁜 분들이라 모임 날짜를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12월에는 [래디컬 헬프]를 읽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책은 일찍 공지가 되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구매해도 읽지 못할 것 같아서 미루고 있다가 최근에야 구매했다. 이번 주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최대한 빠르게 1번 읽고, 모임 직전에 중요한 내용들만 다시 읽을 생각이다.

지난 첫 모임에선 [생협이 왜 이런 것까지 할까]라는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었다. 약 2시간 가량의 모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우선 참가자들 모두 지역에서 10년 이상 20년 가까이 활동하신 분들이라 그 내공이 어마어마했다. 한 분 한 분 말씀하실 때마다 배울 점들이 보였다. 책의 내용을 두고 나눈 대화는 많지 않았다. 이 일본의 굉장한 사례를 어떻게 우리 동네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지금 부족한 것과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향이 각자 달랐는데, 그래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긴 시간 같은 사람들을 주로 만나며 약간 틀에 박힌 활동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경각심과 위기감을 갖고 있었디 때문에 이런 공부모임이 무척 반가웠다. 그날 마지막 소감으로 나는 이 자리가 나에게 힐링이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었다.

긴 시간 여유가 없는 삶을 살다보니 꾸준히 나가던 독서모임들도 다 그만두었고, 등산모임도 못 나간지 오래되었다. 늘 나오라는 사람들은 많은데 나는 늘 힘들다. 피곤하다. 죽을 것 같다고 답하며 이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젠 좀 하고 싶었던 것들도 찾아볼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내가 더 즐겁게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내 관심에 맞는 일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 접기
감은빛 2023-11-24 공감 (23) 댓글 (2)
Thanks to
공감
찜하기
숨은책 1063 우애의 경제학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9.15.
숨은책 1063
《우애의 경제학》
가가와 도요히코 글
홍순명 옮김
그물코
2009.2.10.
한자말로는 ‘우애·우정’이라면, 우리말로는 ‘띠앗’입니다. 띠앗이란, 띠를 이루는 씨앗처럼 함께 걸어가는 따스한 사이를 가리킵니다. 가난한 사람이 서로 이웃으로 삼으며 돕는 길을 ‘협동조합·생활협동조합’으로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여기면서 일본에서 첫길을 연 가가와 도요히코 님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두레·품앗이’입니다. ‘생협’이라면 ‘살림두레’로 옮길 만하지요. 이런 얼거리와 줄거리를 다룬 《우애의 경제학》이 2009년에 한글판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못 나올 책이란 없구나 싶고, ‘어깨동무·두레살림·한살림·함살림·숲살림·마을살림’을 일구는 밑거름이 무엇인지 짚는 책을 뭇이웃이 읽을 수 있으면, 우리나라는 한껏 피어날 만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돈을 혼자 쥐기보다는, 돌고도는 ‘돈’으로 나누는 길을 펴자”는 목소리를 밝힌 조그마한 책은 이내 사라집니다. 저는 돈(경제학)을 다룬 책은 아예 안 읽습니다. 숱한 ‘경제경영서’는 ‘돈’을 다룬다기보다 ‘돈쓸이’에 치우친다고 느껴요. ‘나눔살림’이나 ‘나란살림’이 아닌 ‘서울에서 돈굴리기’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더 거머쥐거나 많이 움켜쥐는 돈늪이 아닌, 푸르게 눈뜨는 꽃돈을 살피는 이웃님을 그립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접기
파란놀 2025-09-15 공감 (4) 댓글 (0)
Thanks to
공감
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