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노자 도덕경> 초간본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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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Favourites · 21toS dsecpoFebrSidunarnsfy 2Sloro0nhrfe1da8 · Seoul, South Korea ·


언젠가 지방을 다녀오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노자 도덕경> 초간본을 하나 샀습니다. 초간본에 대해서는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평소 눈에 띄지 않다가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초간본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찬찬히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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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초간본은 1993년 호북성 곽점 초묘에서 출토되었습니다. 그래서 곽점본이라고도 합니다. 초간본은 그동안 발견된 노자 판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480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하상공본이나 왕필본은 기원후 200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1973년에 출토된 백서본도 기원전 200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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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본 것이지만, 결론적으로 노자 초간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노자를 뒤엎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점을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노자는 인의를 부정하는 내용이었다면, 1993년 발견된 초간본 노자는 인의를 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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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기존의 노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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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인하지 않다(天地不仁).
성인도 인하지 않다(聖人不仁).
현인을 숭상하지 마라(不尙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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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자 초간본에는 위와 같은 구절들이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구절은 차이를 더욱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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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도가 폐하여지니 인의가 생겼다(大道廢有仁義).
[초간] 대도가 폐하여지면 어찌 인의가 생기겠는가(大道廢有仁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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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자 하나로 글이 확 달라졌습니다. 왕필본의 노자는 인의를 대도가 없어지고 나온 부산물로 보았고, 초간본은 인의를 대도와 함께 등장하는 덕목으로 본 것입니다. 글자 하나 차이로 노자의 성격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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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노자가 맞을까요? 과연 인의는 부정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의는 필요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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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때 법가사상가로 유명한 승상 이사가 조작한 것에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유학을 폐함에 있어서 인의를 담은 내용을 가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요. 
정말 이사가 조작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노자가 이렇게 이질적으로 변한 것이 맞다면, 분서갱유가 어떤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초간본이 정식으로 출토되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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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명한 철학자인 고려대 김충렬 교수라는 분이 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스승입니다. 자신의 책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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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자들이 이 새로운 출토자료(초간본)를 보지 못해 자기의 잘못된 학설을 고치지 못하고 죽어갔는데, 나는 살아서 그 잘못을 수정하고 미비했던 학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는 '행복한 학자'라고 스스로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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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느 판본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같은 후학의 입장에서도 노자의 진면목을 고민해볼 기회를 가진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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