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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5

알라딘: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은이)서해문집2019

알라딘: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 성악설 vs 성선설, 위대한 사상가 10인이 말하는 인간 본성 이야기  | 제자백가 아카이브 4
임건순 (지은이)
서해문집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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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3,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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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쪽

책소개

제자백가 아카이브 4권. '제자백가의 달인'으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 저자의 신작이다. 전작인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가 제자백가의 '국가론'이었다면 이 책은 제자백가의 '인성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묵자부터 공자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인간은 착하다 악하다, 인간 본성은 이러하다 저러하다, 인간은 이걸 좋아하고 저걸 싫어한다 등등 그들은 정말 ‘인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인간에 대해 어떻게 논했는지 살펴보면서, 그들 각자의 인간관을 비교·대조해보며 무엇이 다르고 비슷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통찰해본다. 나아가 이들이 주장하는 수양론과 규범의 실천 문제까지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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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네버엔딩 스토리, 제자백가의 인간 이야기

성선설 vs 성악설, 가장 대중적인 인성 논쟁
성악설이 주류다
인성론은 정치적 논쟁이다
인성론 형성의 배경
성악설의 세계와 전개


제1장 묵자, 인간은 변할 수 있다

힘만이 정의인 세상, 의는 이(利)다
최초의 인성론을 전개하다
하느님에 뜻에 물들어라
하느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
정치권력에 대한 호소
계산하는 인간
인간의 자유의지


제2장 상앙, 인간은 자원이다

신념으로 가득 찬 객관주의자
국가의 자원, 인민
농사와 전쟁, 백성의 힘을 짜내라
호오, 좋아함과 싫어함
욕망의 개방
교육을 통한 사회화


제3장 한비자, 인간은 세(勢)에 굴복할 뿐이다

고난의 땅이 낳은 우국지사
시대마다 다른 인간 본성
궁중 사회, 주인과 대리인
인간은 이익이다, 이윤 동기와 사회 발전
상과 벌, 사익을 공익으로
저절로 곧은 화살대는 없다
성인 살해


제4장 노자, 세상은 속이고 빼앗는 인간으로 가득 찬 곳이다

구름 낀 계곡의 철학
할아버지 역사가의 세상과 인간 이야기
세상에 대한 두려움, 경쟁이냐 투쟁이냐
도덕에 대한 부정
자연처럼, 도의 원리대로?
천지불인, 하늘과 땅에 동정심 따위란 없다


제5장 장자, 두 개의 본성과 지옥 같은 마음들

문명 고발의 서, 장자
자연적 본성과 사회적 본성
침대와 식탁이 가장 무섭구나, 욕망의 재구성
마음의 세 모습: 감정, 의지, 이성
지력과 욕망과 마음의 악순환
성심이여, 굳어버린 나의 마음이여
허심, 거짓자아 죽이기
빈방에 빛이 깃든다
성심에서 허심으로, 중요한 건 생명뿐
장자의 거대자아


제6장 순자, 춘추전국시대의 성공학 전도사

공자의 제자, 욕망을 인정하다
성악설의 아이콘
순자와 장자
순자가 생각하는 자연적 본성과 사회적 본성
인간, 무조건 사회적 존재
결핍된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의 변화, 사회화
예로써 욕망을 얻는다
계산하는 이성
인간의 감정
의식도 예, 음악도 예
화성기위 그리고 스승과 학문
성공학 전도사


제7장 맹자, 지식인 독재를 꿈꾼 유일한 성선설론자

모두 까기 인형
본능과 본질
측은지심 그리고 도덕천
사단, 네 가지 도덕의 싹
대체와 소체
생각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니
자기긍정의 능동성과 개인의 책임
왕도정치
대장부, 맹자의 이상적 인격상
맹자와 장자
맹자 인성론의 비판 1
맹자 인성론의 비판 2


제8장 손자, 인간에겐 상황과 조건만 있을 뿐

성선과 성악의 프레임을 넘어서, 전쟁터의 인간 이야기
심리학, 조직, 지도자
세(勢), 사기
두 개의 이기심
곽지분리, 땅을 나누고 이익을 나누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 심리는 변한다
지도자심리학


제9장 오기, 동기부여의 화신

심리 활용의 달인, 병사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지휘와 통솔, 공동체에 대한 애정
보상이 사람을 움직인다
차별적 성과급제와 국가유공자제도
군대 편제의 원칙
군중심리학, 사회심리학
인문학적 사고의 결정체
상황적 귀인과 기질적 귀인


제10장 공자, 인간을 새롭게 발견한 혁명가

자기 지배자, 주체로서의 인간
필부의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
기(己), 자기 지배에서 세상의 변화로
다시 해석하는 극기복례
공자 등장의 가장 큰 의의
유가의 인간학: 관계적 자아, 전승하는 자아


에필로그 / 주 / 참고문헌

===
책속에서
첫문장
묵자는 이가 이, 즉 의로움이 이익이라고 말했습니다.
P. 113
“묵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저울질하는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에, 겸애의 정치가 자신에게 이로우니 겸애의 세상 만들기에 동참할 거라고 보았습니다. (…) 인간은 이익 주체이니 계산할 줄 압니다. 저울질할 줄 압니다. 이로우면 취하고 아니면 버리고, 그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묵자는 이야기를 할 때 ‘이것이 옳기도 하지만 이롭기도 하다’면서 설득합니다. ‘내 말대로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옳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롭기도 하다. 너에게 득이 될 것이니 따르려무나’라고 설득하는데, 인간의 ‘계산하는 이성’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득이 되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따질 줄 안다고 보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묵자는 “만약……”이라고 하면서 이야기하고 설득할 때가 많았습니다.”
(‘묵자,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중에서)  접기


P. 139~140
“백성의 호오(好惡)를 잘 살피면 백성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내걸어서 통치자가 싫어하는 것을 금지하고, 좋아하는 것을 수단으로 유인하고 권하면 됩니다. 상앙에게 인간은 호오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상앙은 백성의 호오를 아주 철저히 활용해서 백성을 모두 농사와 전투로 몰아갔습니다. (…) 인간이 좋아하고 달려드는 것에는 부(富)와 귀(貴)가 있는데, 그것들을 오직 농사와 전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인간이 바라고 좋아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와 길을 국가가 독점하고 장악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백성의 힘이 농사와 전쟁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겁니다.”
(‘상앙, 인간은 자원이다’ 중에서)  접기


P. 154~155
“본성이라고 하면 흔히 고정되거나 결정된 인간의 성향.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엄밀히 말해 한비자는 그런 의미의 본성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 풍년이 들어 식량이 넉넉하면 지나가는 나그네도 배불리 먹일 수 있지만,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하면 형제에게도 쌀 한 톨 나눠주기 싫은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정해져 있거나 바꿀 수 없는 인간 본성은 없습니다. 그저 인간을 둘러싼 상황이 있을 뿐입니다. (…) 한때는 어진 자를 존중하고 지혜로운 자의 말을 들었으나 지금은 힘 있는 자가 최고인 시대입니다. 그래서 한비자는 옛날처럼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과거 성인들이 다스렸던 방법인 예치나 덕치 등을 생각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안으로도 싸우고 밖으로도 싸우는 시대니까요. (…) 그리하여 인간은 시대 상황에 맞게 악하게 변했다는 것이지요.”
(‘한비자, 인간은 세(勢)에 굴복할 뿐이다’ 중에서)  접기


P. 190
“백성은 나라가 정해놓은 틀과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화를 쟁취하기 위해 다투고 경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이 악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방법이 바로 무위(無爲)입니다. (…) 정치권력의 불간섭 또는 최소 간섭을 말한 노자, 정말 간섭하지 않고 백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사람들이 무지무욕해서 싸우지 않고 순박하게 살 것이라고 보았을까요? (…) 세상은 늘 쟁탈의 공간이고 투쟁의 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투쟁의 공간에 사는 인간은 욕망과 욕심에 가득 차 있고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갖은 꾀를 궁리하는데, 욕망도 세상을 어지럽히지만 욕망을 위한 꾀도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현명한 자는 꾀가 많고 계산적 이성이 발달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높이 사면 다른 사람도 꾀가 많아져 세상이 더욱 어지러워져 불상현(不尙賢)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같은 성악설론자이지만 순자·묵자·한비자·상앙 등과 노자의 차이가 보입니다. 순자·묵자·한비자·상앙은 인간에게 욕망이 있고 그 욕망 때문에 혼란과 무질서가 오지만, 인간에게는 계산하고 따지는 이성도 있기에 선해지거나 규범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노자는 저들과 달리 욕망에서 파생된 이성이 인간 세상을 더 어지럽힌다고 보았습니다.”
(‘노자, 세상은 속이고 빼앗는 인간으로 가득 찬 곳이다’ 중에서)  접기


P. 207~209
“물가에 와서 배 아플 때까지 물을 마시는 두더지가 있겠습니까? 장자가 보기에 본디 인간은 그렇게 스스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구하며 자족하면서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것이 자연적 본성의 인간입니다. 하지만 사회와 문명과 제도가 인간을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고 늘 비자연적 본성으로 살게 한답니다. 그래서 배터지게, 아니 배가 찢어지게 먹는다는데 제발 그렇게 부추기지 말라고 외치는 겁니다. (…) 왜 이렇게 인간 마음이 재물욕·권력욕·공명심으로 가득 차서 갈등하고 싸우고 도적질하게 될까요? 정치권력과 사회 때문입니다. 사회가 자꾸 (…) 뭔가를 갖춰라, 가져라, 쟁취해라,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 주문하며 경쟁하게 하니 인간 마음이 지옥이 됐답니다. 타고난 본성대로 살면 그만인데, 자꾸 문명이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다투게 해서 망가졌다고 합니다. 제1 본성인 자연적 본성은 좋은데 제2 본성인 사회적 본성은 좋지 못합니다. 제2 본성을 이루는 욕망이 마음에 가득 차서 그렇습니다.”
(‘장자, 두 개의 본성과 지옥 같은 마음들’ 중에서)  접기


=====
저자 및 역자소개
임건순 (지은이)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란 책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동양철학자로서, 제자백가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좋아 세상 제일가는 제자백가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그 꿈을 현실화해가는 중이라 자부하는 젊은이다. 인문학은 ‘통찰력을 위한 무한열정이다’라고 정의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제자백가 철학, 동양사상을 말하고 저술하고 강연하는 게 아니라, 제자백가와 동양철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통찰의 근육을 가지도록 도우려 하고 있다.
제자백가 중 법가와 병가의 냉철함과 이성을 좋아하기에 법가와 병가의 지혜를 눈빛 초롱초롱한 ... 더보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한비자, 법과 정치의 필연성에 대하여>,<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 총 3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책소개

최초로 인성론을 펼친 묵자부터
인간을 새롭게 발견한 혁명가 공자까지
‘인간 본성’에 대한 네버엔딩 스토리

인간이란 무엇인가? : ‘인간 본성’이라는 창을 통해 제자백가 다시 읽기
제자백가의 달인,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의 신작.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의 후속작으로, 이번에는 ‘인간 본성’이라는 창을 통해 제자백가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전작이 제자백가의 국가론이었다면, 이 책은 제자백가의 인성론인 셈이다.

묵자부터 공자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인간은 착하다 악하다, 인간 본성은 이러하다 저러하다, 인간은 이걸 좋아하고 저걸 싫어한다 등등 그들은 정말 ‘인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인간에 대해 어떻게 논했는지 살펴보면서, 그들 각자의 인간관을 비교·대조해보며 무엇이 다르고 비슷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통찰해본다. 나아가 이들이 주장하는 수양론과 규범의 실천 문제까지도 짚어본다.

사실 모든 사상은 인간 이야기다. 이 책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인간 이야기를 통해, 그들 사상의 기초와 뼈대를 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남긴 인류 공통의 자산인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 단순히 지식이 아닌 지혜의 문까지 가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쉽고, 재밌고,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하다!


인성론은 정치적 논쟁이다!
인성론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전제한다.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고립된 진공 속의 인간을 상정하지 않고, 사회를 이루어 살며 타인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전제한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몸서리치던 춘추전국시대는 인간을 둘러싼 사회라는 울타리가 크게 변화하던 시점이다.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였던 씨족공동체가 급속히 해체되면서 종법과 예, 덕이라고 하는 기존 규범이 무력화되고, 열국(列國)이 국력 경쟁을 벌이면서 부국강병과 광토중민(廣土衆民)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요구되던 때였다. 이렇듯 커다란 위기와 변화가 몰아치던 극단적인 유동성의 시대에 백가쟁명을 벌이던 사상가들은 눈을 부릅뜬 채 현실을 관찰하고, 난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성론은 정치적 논쟁이었다고 단언한다. 즉 제자백가의 인성론은 인간에 대한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나 심리학적 접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강한 나라를 만들까? 질서 잡힌 사회를 만들까? 국가 생산력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백성의 실정을 잘 파악하면 잘 다스릴 수 있으니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야 한다. 즉 백성을 잘 다스리고 통제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간 성향에 대한 관찰을 잘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치, 통치, 행정의 수요 때문에 인성론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자백가의 인성론은 피지배층으로서의 백성, 민중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 즉 ‘민성론’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성악설 vs 성선설, ‘성악설이 주류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성선설과 성악설은 사실 가장 대중적인 철학 논쟁일 것이다. 흔히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이라고 꼽으면서 성선설과 성악설을 대등하게(또는 성선설이 주류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단연코 ‘성악설이 주류’라고 주장한다. 맹자 한 사람(또는 공자를 포함해서 둘)을 제외하고 제자백가 사상은 모두 성악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교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성악설에 대한 조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정작 맹자의 인간관이나 맹자 고유의 문제의식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겸애(兼愛)의 사상가인 묵자도 최초로 인간 일반에 대한 인성론을 펼치면서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니 어떻게든 정치권력으로 인간 사회의 혼란스러움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비자나 상앙 같은 법가, 노자와 장자 같은 도가, 그리고 병법가인 손자와 오기 등도 인간은 내버려두면 욕망과 이기심으로 인해 집단과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니, 외재적 기준과 규범으로 인간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묵자의 영향을 받은 순자도, 또 맹자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고자도 모두 성악설을 주장했다.

힘만이 정의인 세상에서 이로움[利]이 곧 의(義)라며 인간을 ‘이익 욕망을 충족해야 하는 존재’로 본 묵자, 인간을 ‘국가의 자원’으로 보고 합리적인 상벌(賞罰)과 법치와 교육을 통해 부국강병을 꿈꾼 상앙, 인간을 불신하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이윤 동기를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공익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한비자, 세상은 속이고 빼앗는 인간으로 가득한 곳이며 도덕과 윤리가 강조될수록 더욱 혼란하고 무질서해질 것이라고 본 노자, 인간이 타고난 자연적 본성대로 살지 못하고 문명이나 제도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본성대로 살게 되기에 마음은 지옥 같고 세상은 아비규환이라는 장자, 성악설의 아이콘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고 사회화를 통한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인정한 성공학 전도사 순자, 인간은 누구나 씨앗으로서 타고난 선한 본성을 완성해가야 하는 도덕의 주체임을 강조하며 왕도정치와 지식인 독재를 꿈꾼 맹자, 성선과 성악의 프레임을 넘어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은 조직심리학의 대가 손자, 보상과 인센티브로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 동기부여의 화신 오기, 인간을 새롭게 발견하여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인간’을 분명히 한 인본주의 혁명가 공자…. 이제,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눈에 비친 다채로운 인간 본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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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임건순

알라딘: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 상황을 읽고 변화를 만드는 힘과 지혜
임건순 (지은이)시대의창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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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100자평(1)리뷰(2)

책소개
“세勢를 아십니까?” 이 질문에 당신은 무엇이라고 답할까. 권세, 대세, 판세, 기세, 정세…. ‘세’가 쓰인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생각나면서도 명확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알듯하면서도 정리하여 말하기는 어려운 개념, 하지만 일상에서 분명히 자주 사용하는 개념 ‘세’. 이 책은 최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젊은 동양철학자로 왕성한 집필 활동 중인 저자 임건순이 ‘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동양 고전을 두루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 동아시아인의 삶과 세계관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한 것이다.

‘세’는 기미와 잠재력을 포함한 조건과 상황이라는 외부 환경을 읽고 인간의 생명력과 정신력을 최대로 끌어내 주도권과 권위를 확보하는 행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동양철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손자병법》부터 불후의 미학 이론을 담고 있는 《구세》까지, 정치철학을 시작으로 풍수지리에 이르기까지, 문학‧서예‧그림과 《주역》 64괘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을 ‘상선약수上善若水’,‘상옥추제上屋抽梯’ 등 익숙한 고사성어에 대한 색다른 뜻풀이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동아시아의 철학과 미학의 본질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이자 재미있는 비급祕笈이다.

저자는 《한비자》, 《도덕경》, 《맹자》 등의 고전뿐 아니라 예술과 무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세’를 살핀다.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친절한 예시와 서술로 철학과 미학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신세계 전반의 핵심을 개괄한다.


목차


프롤로그
_한 젊은 동쪽 현자의 노래

1장 세, 또 하나의 열쇠
1.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
2. 우리말 속의 세

2장 세의 본질
3. 조건과 상황
4. 기미와 잠재력
5. 병법, 세의 기원
6. 주도권
7. 생명력
8. 정신력
9. 권력과 권위

3장 세의 철학
10. 손자와 세1: 세가 전제하는 세계관
11. 손자와 세2: 외적인 형태와 꼴
12. 손자와 세3: 전략적 사고
13. 영웅과 현자
14. 승리의 제1원칙
15. 한비자와 세
16. 망세
17. 유가의 세
18. 세와 인
19. 노자와 세

4장 세의 미학
20. 풍수와 세1: 좋은 조건의 땅
21. 풍수와 세2: 산과 물과 혈과 용
22. 풍수와 세3: 모든 사물은 상이 있다
23. 세와 용
24. 그림과 세1: 쉬지 않고 계속 창조한다
25. 그림과 세2: 천지 만물의 생생한 기운
26. 서예와 세1: 자연과 음양
27. 서예와 세2: 불후의 미학 이론
28. 시와 세1: 천하의 명구
29. 시와 세2 : 줄이고 덜어내기
30. 시와 세3: 대구와 시안
31. 주역과 세 1: 괘사와 효사
32. 주역과 세2: 진실한 마음과 강한 의지
33. 주역과 세3: 늘 시작하고 변화한다

에필로그
_우리는 모두 용이다 그리고 하늘이다 297

미주
참고 문헌

접기


책속에서



P. 16저는 ‘세勢’라는 개념을 명쾌하고 간명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세는 도道와 기氣, 인仁 그리고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같은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에 ‘접속’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입니다. 특히 병가兵家의 지혜를 익히고, 동양 미학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것이 ‘세’를 다루는 이 책의 목적입니다.
P. 49손자가 말했습니다. 승리는 세에서 구하는 것이지 인간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간의 영웅적 자질과 용기, 필승의 의지에서 승리를 구해선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조건과 상황에서 구하고 만들어내야 합니다. 영웅이 되려고 한다거나 영웅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장수는 냉철한 이성으로 조건과 상황을 읽는 현자를 가까이하거나 스스로 세를 잘 읽고 활용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합니다. 접기
P. 73우리나라 동양철학 연구는 지나치게 유가 중심이다 보니 병가 연구가 몹시 부실했습니다. 그로 인해 동양학과 동양 미학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도 한계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학계에서 병가에 관한 연구가 늘어야 할 것입니다. 병가의 지혜에 더 많이 접근할수록 다른 동양학과 미학,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지평이 넓어질 것이니까요.
P. 78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비자에게는 거꾸로 ‘정치가 전쟁의 연장’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궁중 사회가 전쟁터라는 겁니다. 군주에게 신하들은 정말 무서운 적군이고요. 그럼 어찌해야겠습니까? 자신만의 우월한 조건을 만들고 자신만의 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P. 102~103기원전부터 병법서를 남긴 우리와 다르게 그들은 병법서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이론과 지혜보다는 영웅주의를 강조하게 되었지요.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것들, 모델화의 틀 안에 넣어 놓고 사고할 수 없었던 돌발 변수들을 영웅들의 기개와 헌신으로 돌파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웅서사시가 발달한 듯싶은데 우리 동양은 영웅서사시가 없습니다. 영웅과 영웅주의가 필요 없기 때문이지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해가면서 전략 전술을 수정하면 그만인데 영웅이 필요할리가요. 우리는 세를 읽고 만들어갈 줄 아는 전략가만 있으면 됩니다. 《손자병법》부터가 영웅을 부정하고 전략가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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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신문 2017년 12월 22일자 '교양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임건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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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란 책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동양철학자로서, 제자백가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좋아 세상 제일가는 제자백가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그 꿈을 현실화해가는 중이라 자부하는 젊은이다. 인문학은 ‘통찰력을 위한 무한열정이다’라고 정의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제자백가 철학, 동양사상을 말하고 저술하고 강연하는 게 아니라, 제자백가와 동양철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통찰의 근육을 가지도록 도우려 하고 있다.
제자백가 중 법가와 병가의 냉철함과 이성을 좋아하기에 법가와 병가의 지혜를 눈빛 초롱초롱한 ... 더보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한비자, 법과 정치의 필연성에 대하여>,<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 총 30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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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아시아의 정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 세
“세勢를 아십니까?” 이 질문에 당신은 무엇이라고 답할까. 권세, 대세, 판세, 기세, 정세…. ‘세’가 쓰인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생각나면서도 명확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알듯하면서도 정리하여 말하기는 어려운 개념, 하지만 일상에서 분명히 자주 사용하는 개념 ‘세’. 이 책은 최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젊은 동양철학자로 왕성한 집필 활동 중인 저자 임건순이 ‘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동양 고전을 두루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 동아시아인의 삶과 세계관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한 것이다.
‘세’는 기미와 잠재력을 포함한 조건과 상황이라는 외부 환경을 읽고 인간의 생명력과 정신력을 최대로 끌어내 주도권과 권위를 확보하는 행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동양철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손자병법》부터 불후의 미학 이론을 담고 있는 《구세》까지, 정치철학을 시작으로 풍수지리에 이르기까지, 문학‧서예‧그림과 《주역》 64괘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을 ‘상선약수上善若水’, ‘상옥추제上屋抽梯’ 등 익숙한 고사성어에 대한 색다른 뜻풀이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동아시아의 철학과 미학의 본질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이자 재미있는 비급祕笈이다. 저자는 《한비자》, 《도덕경》, 《맹자》 등의 고전뿐 아니라 예술과 무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세’를 살핀다.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친절한 예시와 서술로 철학과 미학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신세계 전반의 핵심을 개괄한다.

손자, 한비자, 맹자, 노자…, 거장들이 천착한 화두
앞서 보았듯 ‘세’가 쓰인 단어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인간의 삶 속에서 그 개념을 자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자, 한비자, 맹자, 노자 등 동아시아 사상의 거두들은 ‘세’라는 개념에 천착해왔다. ‘세’에 대한 인식은 동아시아 철학의 근원이자 시초인 병가로부터 시작됐다. 《손자병법》에서는 “무한한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조응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외부 상황을 파악하고 만들어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고의 경지, 이른바 선전자의 부전승을 추구하기 위해 ‘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를 적극 계승한 것이 법가였다. 《한비자》에서는 ‘전쟁의 연장인 정치’에서 생존하려면 법과 규칙을 통해 체계를 세워야 하며, 이를 통해 권세가 형성되면 평범한 능력의 사람도 나라를 통치할 수 있고 세상이 편안하다고 했다. 세를 장악할 때 비로소 국가를 건설하고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유가는 이러한 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따르려 하지 않았다. 《맹자》에서는 세상에서 인정받는 세 가지로 세, 나이, 덕이 있지만, 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호연지기를 기를 것을 당부했다. 흐름을 읽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주체성을 포기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것이니 중요하지만 잊어버려야 할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노자에게 있어서 ‘세’란, 《도덕경》이 추구하는 ‘도’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목표였다. 그래서 노자는 하늘과 땅처럼 장구하게 생존을 추구하기 위한, 세를 얻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경구로 제시했다. 사회 속 생존의 방법, 인간과 세계의 관계, 올바른 국가와 정치의 모습, 주체성과 외부 환경의 조화를 성취하는 방법 등 동아시아 철학의 핵심 화두들이 모두 ‘세’를 살피는 속에서 이야기된다. ‘세’가 병가, 법가, 유가, 노자사상을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으로 진입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인 이유다.

변화의 철학, 생명의 미학
정신적인 측면을 포함한 인간과 세계의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을 ‘세’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할 때, 핵심은 ‘변화’에 대한 인식이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의 주역을 영웅이 아닌 전략가로 보고 ‘환호와 칭찬이 없는 승리’를 추구하는 데에는 조건의 변화를 지배하는 통찰력에 관심이 큰 동아시아인의 세계관이 투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에 대한 탐구는 곧 변화의 철학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변화에 대한 통찰과 철학은 아름다움과 편안함에 대한 인식, 동양 미학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동아시아인의 삶과 생명의 풍요로움에 대한 인식은 시‧서‧화의 예술을 통해 표현되었고 풍수지리‧ 《주역》점괘 등을 통해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반영됐다. 위대한 미학 이론서 《구세》에서 서예를 통해 언급했듯, 사태의 흐름을 끊지 않고 변화를 긍정하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개입을 걷어내고 함축을 통해 핵심을 짚는 것에서 이른바 ‘용’의 무쌍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추구한 것이 동아시아의 미학이다. 최종적인 완성을 부정하고 늘 다시 시작하는 창조적 생명력이 곧 미학적 ‘아름다움’이며 철학적 ‘올바름’이다. 동아시아 특유의 철학과 미학을 통합한 세계관은 ‘세’에서 정확히 구현된다. 동양철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미학까지 공부하면서 이 개념에 천착한 까닭이다.

득세의 힘, 취세의 지혜로 만드는 주체적인 삶
조건을 살피고 이에 맞춰 자신의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자칫 ‘단순한 명철보신明哲保身’으로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세를 얻고(得勢), 세를 취하는(取勢)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객관적인 상황을 정확히 타산하고, 이를 변화시켜 자신의 조건을 바꾸어 결국 자신의 삶과 운명을 바꾸는 것이 세를 지배하는 삶이다. 타산 없는 주관적 욕망과 패기 없는 현실 타협의 양극단을 배제하고 득세, 취세를 통해 혁명적 변화를 만드는 주체적인 삶이 세의 본질을 이해한 이의 세계관이고 ‘진정한 명철보신’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여러 가지로 오해받아온 동아시아의 전통적 세계관과 지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언제나 건실한 임건순 선생의 책.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파블로네루다 2018-01-1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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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세‘라는 개념을 활용해 다양한 고전과 예술 작품의 기반이 되는 동양 철학과 미학을 해설한다. 병가, 법가, 유가, 노자 철학부터 풍수, 서예, 그림, 시, 주역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소재를 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본 다음, 재미있었던 사람은 조금 더 심도 있는 동양 사상서를 더 보면 괜찮을 듯. 입문서로 적절하다.
ENergy flow 2017-12-22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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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현실주의 철학



오늘날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을 두고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흔히 조소한다. 그럴 법 한 것이, 동양 고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공자왈 맹자왈'과 같은 유교 사상이 떠오르기 마련이고, 이런 사상들은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동양 철학에서 대세였던 유가 철학은 사람의 모든 행동과 규범을 인의의 규범 아래에 고정하려고 애를 썼고, 인간의 모든 행위를 이러한 인의에 종속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절대주의적인 태도는 급변하는 오늘날의 시세에 걸맞지 않은 부분도 많으며, 역사적으로도 동양 국가들의 근대화에 걸림돌이 돼서 근대 사회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우리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동양 사상이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로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서구의 영향이 커진 오늘날에는 이런 생각이 더욱더 심화됐다. 과연 동양 철학에는 급변하는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론적인 철학 이론이 없는 것일까?

책은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고민한 저자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철학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눠졌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간의 마음과 의지에 중점을 둔 유가 사상이라고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인간의 의지와 결의보다는 주변의 상황과 가변 하는 시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병가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외면했던 병가 철학의 중심인 '세'를 깊이 있게 고찰하고 있었고, 그러한 세가 동양의 문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도 있게 논하고 있었다.

애초에 전쟁에서 발전한 병가 사상은 극도로 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해야만 했다. 감정만으로 싸움을 했다간 손해가 극심하며 잘못하면 국가가 멸망할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병가는 인간의 의지와 믿음을 믿기보다, 주변의 조건과 주변의 환경을 바탕에서 승리를 찾았다. 주어진 조건과 주어진 환경을 나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싸움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병가의 핵심 철학이고, 그 중심에 세가 있었다. 즉 병가의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세를 얻어놓고 싸움을 걸어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은 노오력만 하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유가의 철학과는 대조적이다.

병가에서 출발한 세라는 개념은 전쟁 철학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갈래로 퍼져 동양 문화의 한 축을 만들었다. 세라는 개념은 도가와 결합하여 황로학이라는 도가 중심의 정치학을 탄생시켰으며, 이러한 사상은 극현실적인 철학인 법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법가의 철학은 군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장인데, 이들은 병가의 세라는 개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세라는 개념은 철학을 넘어 동양의 풍수사상과, 그림, 그리고 시와 서예, 점술서까지 방대하게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세라는 개념은 동양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고, 그런 세의 철학의 현실적인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덕목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어려운 개념을 평이한 설명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이 돋보였으며, 무엇보다도 철학에 국한된 세의 개념을 예술과 문학, 그리고 풍수와 점술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설명하는 해박한 응용력이 돋보였다. 동양학을 조금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하여 색다른 견해를 만날 수 있겠으며, 동양학을 처음 보는 초보자들이라도 친절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글솜씨 때문에 어려운 관념들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책에서 설명하는 '세'의 철학적인 부분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세의 철학을 예술과 문학, 그리고 풍수와 점술에 적용하는 부분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었다. 실제로 나는 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그림과 서예가 가지고 있는 작품 고유의 '세'를 해석하는 저자의 설명이 크게 와닿았고, 동양 예술을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풍수와 점술에 대해 그 안에 내재된 '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그래서 예술인들도 이 책을 통하여 동양 예술을 관통하는 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보다는 현실이다. 의지는 없이 살 수 있어도, 밥을 못 먹고는 살아가지 못한다. 의지와 투지는 밥이 최소한으로 충족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주변의 상황을 보고 맞추는 현실주의적 '세'의 철학이 마음의 의지로 대표되는 '인의'의 철학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를 중점으로 하는 철학의 맹점은 바로 인간성의 부정이다. 병가를 비롯하여 세를 중심으로 다루는 철학들은 인간성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해버린다. 인간이 일을 이루는 데에는 이랬다저랬다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의 마음보다는 주변의 환경과 객관적인 상황에서 요지를 찾는다. 그러나 주변의 환경과 객관적인 상황을 아무리 좋게 조성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때에는 결국 '인간의 노력'이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의 상황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세'를 유리하게 조성함과 동시에, 나의 의지와 마음도 굳건해야 한다. 주변의 조건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포기하지 않는 의지. 이 둘을 쌍두마차로 내어 달린다면 하고자 하는 일에서 결실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세를 믿고 세를 타고 세를 의지하되, 사람을 믿고 사람을 바탕으로 하며, 나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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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군 2018-03-19 공감(3)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