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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망중한담 2016 2 25 2221
음양의 세계
목욕탕이야기
목욕탕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왼손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오른 손바닥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더라. 이
돌멩이만 옮기면 세상이 다 끝날 텐데 이것을 옮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라고 했다. 나는 그 손바닥의 돌을
집어서 다른 손바닥으로 옮겨버렸다.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것이 종교적 진리인가?
종교가 존재하는 의미가 인간의 어떠한 기적을 과시하고 어떠한 신적인 세계를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논리이다.
종교적 진리는 이적을 행함에 있지 않다. 종교가 건강한 상식으로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인간을 독려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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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2/10
불씨잡변
정도전의 불교비판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의 저서 불씨잡변(佛氏雜辯)은 불교의 잡스러운 것을 변별해서 비판한다는 책이다.
※불씨잡변 정도전이 지은 불교비판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살해되기 3개월 전에 요동정벌 준비로 바쁜 와중에 완성한 최후의 유작.
불씨윤회지변(佛氏輪廻之辯)
'불씨잡변'의 제1장 '불씨윤회지변'에서 윤회설을 비판했다.
윤회는 인도어로 Samsara, 영어로 Transmigration이다.(중국어 輪廻)
윤회설에서는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다.
輪廻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body-mind dualism), 영혼불멸론(靈魂不滅論 the immortality of the soul)을 전제
로 한다. 즉,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썩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천당에 한 번 가면 그곳에 계속 사는데 비해 불교의 윤회는 그곳에서 다시 살아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동일하게 사후세계(死後世界 afterlife)와 영혼불멸(靈魂不滅 immortality of soul)을 인정한다.
기독교는 희랍어를, 불교는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데, 둘 다 동일한 인도유러피언(Indo-European) 어군(語群)의
언어 문화권이다. 그러나 유교문명은 전혀 이질적인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에서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물(水)이 생명(Life)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근대인
들의 세계관에 있어서 윤회의 주체는 영혼이 아닌 물이다.
천(天) 복야(覆也) 지(地) 재야(載也) 즉 하늘은 덮는 것이고 땅은 만물을 싣는다. (중용 中庸)
이것은 마치 하늘인 남자가 비를, 즉 정액을 내려, 땅인 여자의 자궁에 생명을 잉태케 한다. 우주를 천지의 교감으로
보았던 것이다.
고대인의 유기체적 우주관은 항상 인간의 생식과정과 비유된다.
주역(周易)에서 천(天) 건(乾) 양(陽) 혼(魂)→기의 무형적 상태, 지(地) 곤(坤) 음(陰) 백(魄)→기의 유형적 상태로 말
한다.
하늘(天) 건괘(乾) 양(陽) 혼(魂)
땅(地) 곤괘(坤) 음(陰) 백(魄)
동양 사람이 말하는 하늘은 기(氣)의 무형적 상태, 즉 무형(無形)이고 땅은 기(氣)의 유형적 상태, 즉 유형(有形)으로
생각했다.
하늘(天) 기의 무형적 상태 無形
땅(地) 기의 유형적 상태 有形
無形은 비존재(非存在)가 아니다. 단지 우리 감관에 포착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기의 충만함이다.
無形은 기의 입자가 미세하고(細), 有形은 기의 입자가 굵다(粗).
주역(周易) 계사(繫辭)
형이상자위지도(形而上者謂之道)
형이상자를 도라 하고 무형인 것, 초월적 세계를 말하며
형이하자위지기(形而下者謂之器)
형이하자를 기라 하여 구체적 사물의 형태. 유형인 것, 감성적 세계를 말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3/10
형이상자와 형이하자는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형(形)이 있고 나서 위에 있는 것을 상(上)이라하고 아래 있는
것을 하(下)일 할 뿐이다.
형이상자=도(道)=하늘=무형
형이하자=기(器)= 땅 =유형 이 양자는 모두 形이고 氣이다.
형이상자와 형이하자가 잘 섞여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형이상자와 형이하자, 말하자면 하늘과 땅이 잘 배합되어 있는 존재이다.
인간생명
하늘 혼 형이상자
+ + +
땅 백 형이하자
혼백(魂魄)
인간의 존재는 하늘 쪽인 혼과 땅 쪽인 백이 만날 때 비롯되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유형적인 부분은 백
이고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무형적인 존재는 혼이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인간 관념은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1/4>
우리가 정신(精神)이라는 말을 쓰는데,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현대 한국어는 한자를 빌리고 있어도 서양어의
번역일 뿐이다. 현대 한국어의 정신은 Soul, Mind, Spirit일 뿐이다. 한자의 원뜻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정(精)=쌀. 즉 우주의 생명력이 우리 몸의 하초(下焦)에 저장된 것.
땅이 쌀이 되었다. 쌀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의 근원, 정자(精子)가 된다는 것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력을 내는 것처럼 내 몸의 정자도 생명력을
낸다고 믿은 것이다. 쌀은 우리 몸에서 유형적인 존재인즉, 백(魄)에 해당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4/10
신은 아주 미세하고, 우리가 신적이라는 것은 혼(魂)적이고 하늘적이라는 것이다. 신(神)=하늘=혼
정(精)= 땅 =백
한문의 언어는 음양론적으로 간결하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 요점을 깨닫지 못하고 신비함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
에서 벗어나야 한다.
귀신(鬼神) 또한 서양의 고스트(Ghost)가 아니다. 그것은 음양론적으로 해석되는 우리 고유의 세계관의 소산이다.
귀신(鬼神)
귀(鬼)=귀(歸 돌아간다)=땅으로 돌아간다. 신(神)=신(伸 펼친다)=하늘로 펼친다.
귀신이라는 말 또한 음양론적으로 따져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육신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귀(鬼)라
했고, 혼은 하늘로 펼쳐간다고 봐서 신(神)이라 하여 귀신이라 했다.
인간의 영혼(형이상자)은 신체(형이하자)와 분리될 수 없다.
영혼은 초월적 실체(Supernatural Entity)일 수가 없다. 그것은 몸의 일부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천지 전체가 하나의 형의 세계이고, 하나의 기의 세계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동양인에게는 이 천지 바깥에 천당이 있을 수 없다. 천지(天地)의 밖에는 어떠한 초월적 실체도 상정(想定)할 수 없
다. 천당도 신(神 God)도 천지내적 존재일 뿐이다.
죽음이란 혼과 백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죽은 뒤에 육신은 백(魄)이므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도 백이다. 혼(魂)은 육신을 떠난다. 늙는다는 것은 백이 노쇠
해짐에 따라서 혼도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급사하는 경우 혼은 절별(絶別)했다가 액귀(厄鬼)가 되는 것이
다. 액귀란 불의의 죽음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영혼을 말한다.
"혼이 났다."라는 말은 혼이 잠깐 나갔다 돌아 온 것이다. 급사(急死)의 경우는 백이 급작스럽게 완전히 망가져서 혼
이 돌아오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백을 찾지 못하는 혼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굿은 진혼(鎭魂), 위혼(慰魂)의 의미가 있다. 즉 혼이 서서히 백을 떠나게 하는 것이 진
혼이다.
동양사상, 즉 중국적인 세계관에서는 혼과 백은 하늘과 땅으로 각기 돌아갈 뿐, 초자연적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
니다. 즉,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지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백(魄), 즉 육체는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는데, 혼(魂)은 하늘로 흩어지는 것이다. 육체는 땅에 묻혀서
썩어 가고 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해지다가 소멸된다.
단지, 혼은 영활(靈猾)하므로 스스로 존재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어서 소멸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주를 모셔두고 사대봉사(四代奉祀) 하는 제례가 생긴 것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하면 4대는 120년이 된다. 동양
의 합리적인 사상에서는 4대의 봉사를 받으면 혼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대봉사를 받고 있는 동안은 가족의 일
원으로 간주되고 봉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윤회설과 같이 생명이 태어날 때 원래 혼의 모습이 딴 개체(魄)로 갈 수가 있겠는가? 우리 동양 사상의 천지
대자연의 생생지덕(生生之德)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천지는 끊임없이 기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이다. 여기서 동일
한 영혼의 지속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윤회설 비판에서 정도전은 "어떻게 인간의 아이덴티티(Identity 동질성)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황
당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했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의하면 공중에 혼이 흩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계
속 떠다니면 수천수만 명의 혼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억겁(億劫)년을 윤회하게 되면 공중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니 교통순경이라도 세워두어야만 할 것인데, 그런 이치가 어디 있는가?
釋氏却謂人死爲鬼(석씨각위인사위귀) 鬼復爲人(귀복위인) 如此(여차), 則天地之間常只是許多人來來去去(칙천지지
간상지시허다인내내거거)
'석씨각'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귀신은 다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천지간에는 항상 혼이 넘
쳐나고 억겁년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5/10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내 영혼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곧 아집이요, 잘못된 고집이요, 잘못된 기대이
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천지, 우주 밖에는 어떤 존재도 허락되지 않는다. 동양의 천지론적 우주관에서는 천지 밖의 어
떠한 존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천지(Heaven and Earth)가 곧 신(God)이다. 즉 천당을 설정해도 이 천지 안에 설정해
야 한다. 하느님을 말해도 이 산천초목 안에서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과연 불교의 윤회론을 믿겠는가? 아니면 정도
전의 천지간의 생생지도(生生之道)를 믿겠는가? 오늘날 불교비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天地間如烘爐(천지간여홍로) 雖生物(수생물) 皆鎖鑠已盡(개쇄삭이진) 安有已散者復合(안유이산자복합) 而已往者
復來乎(이이왕자복래호)
천지간은 거대한 용광로와 같아 만물을 생하기도 하지만 모든 만물을 녹여 없애기도 한다. 어떻게 하여 흩어진 것
이 다시 똑 같이 합쳐지고 이미 떠난 것이 다시 돌아 올 수 있겠는가?
今且驗之吾身(금차험지오신) 一呼一吸之間(일호일흡지간) 氣一出焉(기일출언) 謂之一息(위지일식) 其呼而出者(기
호이출자) 非吸而入之也(비흡이입지야)
지금 내 몸으로 실험을 해보겠는데, 한번 숨을 들이 키고 한번 내품으면, 기가 한번 나간다. 이것을 일식(一息)이라
한다. 내 뱉었던 그것이 다시 흡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영혼의 윤회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그의 실험은 과학적이다. 인간의 윤회론은 이런 수준의 것이며
불가능하지 않느냐?
然則人之氣息(연칙인지기식) 亦生生不窮(역생생불궁) 往者過來者續之理可見也(왕자과래자속지리가견야)
그러한 즉 인간의 氣息은 역시 생기고 또 궁함이 없이 생기고, 가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또 이어진다는 이치를 볼
수 있다.
동일자(同一者)의 지속은 천지생성(Becoming)의 법칙에 어긋난다. 천지라는 공적인 장에 대한 믿음이 조
선왕조혁명의 성립근거였다.
이것은 정도전의 불교비판인 동시에 정치철학이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 준비 중인 그 와중에도 이 글을 썼다. 그는
당대의 위대한 정치가요 철학자였으며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다. 당대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6/10
생각해봐야 한다.
外面驗之外物(외면험지외물) 凡草木自根而幹而枝而葉而華實(범초목자근이간이지이엽이화실) 一氣通過( 일기통
과)
산천초목에서 이것을 시험해보자! 모든 초목은 뿌리로부터 시작하여 둥치로, 가지로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해서 일
기(一氣)가 통과한다.
當春夏時(당추하시) 其氣滋至而華葉暢茂(기기자지이화엽창무) 至秋冬(지추동) 其氣收斂而華葉衰落(기기수렴이화
엽쇠락) 至明年春夏(지명년춘하) 又復暢茂(우복창무) 非已落之葉(비이락지엽) 返本歸源而復生也(반본귀원이복생
야)
봄이 되고 여름에 이르면 그 기는 자양분이 극에 이르러 꽃과 잎들이 무성해 진다. 가을과 겨울에 이르면, 그 기를
수렴하여 꽃과 잎은 쇠락했다가, 명년 봄과 여름이 되면 또 다시 잎은 무성해진다. 어떻게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잎
이 원래로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에 떨어졌던 잎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엉터리 거짓말이다.
又井中之水(우정중지수) 朝朝而汲之(조조이급지) 爂飮食者(표음식자) 火煮而盡之(화자이진지) 濯衣服者(탁의복
자), 日曝而乾之(일폭이건지) 泯然無跡(민연무적)
또 우물속의 물도 매일 아침 길러내고, 음식을 만들고, 불에 삶아 끄려 물을 없애고, 의복을 세탁하는 사람이 그것
을 햇볕에 쪼여 말려, 물의 흔적도 살아지고 마는데
而井中泉(이정중천) 源源而出(원원이출) 無有窮盡(무유궁진) 非已汲水之水(비이급수지수) 返其故處而復生也(반기
고처이복생야)
우물속의 샘물은 끊임없이 솟아나서 다함이 없다. 그런데, 어찌 이미 길러낸 물이 옛 곳에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
는 말인가?
윤회라는 거짓말에서 깨여나야 한다. 생생지도의 산천초목에 우리가 참여해서 우리의 문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도전이 '주역'의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고려왕조의 정체성(停滯性:Stagnation)
에 대한 비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든 개체가 나라고 하는 개체의 지속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적 천지라는 사회전체가 끊임없
이 생생, 샘에서 물이 쏟는 것처럼 끊임없이 재화가 생산되고, 물류가 유통되고, 끊임없이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는
시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삼봉은 이러한 경제철학을 '주역'의 생생지덕(生生之德)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전의 철학은 단순히 불교비판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불교는 정도전의 비판만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이 있다.
불교적 세계관의 윤회라고 하는 것은 인도문명의 독특한 상황에서 성립한 세계관이며 윤리적 요청에 의한 형이상학
적, 신화적인 구성(Mythical Construction)이다.
신화적 구성을 사실의 체계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신화를 신화로서 해석할 때 오히려 신화의 의미가 들어
난다.
종교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신화적 체계를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종교가 인간을 기만하고 인간을 우매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불교의 윤회설은 인도의 갈마(鞨磨 karma 카르마) 즉, 업(業)과 같은 것으로써 행위와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윤회
라는 것은 윤리적인 요청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선업(善業)을 쌓으면 선과(善果 즐거운 결과)가 오고 악업(惡業)을
지으면 고과(苦果 괴로운 결과)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세상에서 보면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더 잘 사는 경우가 있다. 이
런 (카르마의) 원칙이 우리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다.
이 괴리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전생의 업보이며 지금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과가 온다고 한 것이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7/10
인도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 윤리적 인과(業 karma)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인간을 독려하고 끊임없
이 선행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윤회 이상으로 좋은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3/4>
인도문명에서 윤회설은 인륜적 요청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본다.
즉, 불교의 윤회는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윤리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왜 천당이 필요한가? 네가 비록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고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훗날 하늘나
라에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다. 천당도 현실적 인간의 선업
(善業)에 대한 보장 때문에 있는 것이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신(God)은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요청(Postulation)에 의해서 만들
어진 것'이라고 했다. 칸트의 사상은 위대한 사상이나 서양 종교에서는 그렇게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동양인의 세계관에는 윤회나 천당이 필요 없다.
동양의 윤리적 보상은 어디서 받느냐?
우리의 보상은 현실에서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받아야 한
다.
나의 존재는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도 있고, 내 제자도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당했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이 내 진실을 알았다면 누가 이 역사를 왜곡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태여 형이상학적인 천당이니 윤회니 하는 이런 요사스런 것을 만들지 않더라도 영원히 역사에 대한 믿음
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우리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삼봉 정도전에게는 이러한 확신이 있었지만 위화도회군 이전에는 불교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고려조의
지식인은 모두 불교신자였으며, 종교와 정치가 서로 엉켜 있었던 시대였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 이후부터 불교비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불교를 비판하지 않으면 새로운 왕조는 탄생할 수 없고, 여태까지 고려왕조를 유지해왔던 불교사상은 이미 썩었는
데, 썩은 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 민족에 있어서도 우리 삶을 뒤돌아보면서 20세기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8/10
잘 못 살았다면, 너무도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는 가차 없이 비판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정신문화의 뿌리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명의 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비판이며, 종교는 우리의 건강한 상식에서 비판 받지 않으면
그 종교는 금방 썩어 버린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비판을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종교에 대해서 비판하고 감시하여야만 한다. 시민단체들이 정치인들만 감시할 것이 아니라, 더 썩
고, 이 사회의 정신적 뿌리를 좀먹고 있는 종교의 무서운 해악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눈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내 강의를 더 많이 듣는 것으로 안다. 다음 시간 계속해서 정도전이 불교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
는가를 공부하기로 하자. 이러한 비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어서 유교적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망중한담 2016 3 3 2152
술(酒)과 인과(因果)
윤회라는 것은 것은 불교가 생기기 전부터 인도인들이 가지고 있던 그들의 고유한 세계관이다.
대승불교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선불교(禪 佛敎)는 윤회조차 인간 사고의 유희로 간주할 수 있다. 윤회의 현실이 곧
열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생사즉열반 生死卽涅槃)
꼭 삼봉 정도전의 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불교의 원래 교리는 윤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동양인들은 기(氣)라는 것을 가지고 세계를 설명한다.
청탁수박(淸濁秀薄)
(氣)가 맑고(淸) 탁하고(濁) 빼어나고(秀) 천박하다(薄) 유교는 이렇게 기의 편차로 '차별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머리가 나쁜 학생과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학생 사이에는 기의 차이가 있다. 나 도올은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서 호를 '돌-도올'이라 지었다.
유교는 인간이나 만물의 차별을 기의 편차로 설명하고 있다. 윤리적 업보의 결과로 간주하지 않는다.
'주역(周易)'에
건도변화(乾道變化) 각성정명(各性定命)
하늘의 길이 변하여 각각의 성(性)과 명(命)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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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https://hablife.tistory.com/314 2/10
선유왈(先儒曰) 천도무심이보만물(天道無心而普萬物)
(그렇지만) 하늘의 도는 (특정한) 의도가 없이 만물을 두루 덮고 있다.
정도전은 이 차별의 세계가 인간의 업의 결과로 빚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교(儒敎)와 도가(道家)에서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 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자연 自然)을 본받는다(스스
로 그러할 뿐이다.
동양의 도는 서양의 하느님에 해당된다. 도(道)란 스스로 그렇게 될 뿐, 인과응보에 의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이때
의 자연을 영어의 Nature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동양적 세계관 속의 자연은 명사가 아니라 '스스로 그러하다'는 술
부적(述部的) 상태이다.
도(道)는 서양의 God에 해당되지만, '스스로 그러한 것'을 본받는 것이다. '스스로 그러한'
도의 세계는 인과응보로 설명될 수 없다.
음양의 세계는 결정론적 법칙(Determination Law)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응보의 법칙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정도전 불교비판의 핵심은 결정론 비판에 있다. 인간의 삶이 운명이나 업보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인도문명에서는 왜 윤회사상이 생겼는가?
인도에는 카스트제도(혈통, 결혼, 직업으로 규정되는 고정적 사회계층)라는 것이 있다. 이 제도는 아주 복잡하고 엄
격하다. 부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왕족, 군인), 바이샤(상인), 수드라(장인, 노예)의 4계층이 있다. 불가촉천민(U
ntouchable Human) 수드라(노예)보다도 더 하층의 천민.
이 사람들은 장사도 못한다. 그들이 만졌던 것은 다른 사람이 만지지 않고 사지 않는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들의 지
위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했다.
카스트제도를 정당화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윤회적 세계관이다.
"수드라(노예, 천민)의 신분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前生)의 업보 때문이니까 너는 그 운명에 따라 순응하면서 살아
라."
카스트의 결정론적 숙명을 정당화하는데 윤회나 업보의 이론이 사용되었다.
원래의 불교의 출발은 인과응보(因果應報)적 개념을 뒤엎는데 있었다. 싯다르타(悉達多 실달다)의 혁명은 윤
회의 숙명론을 거부하고 인간의 능동적인 계(戒), 정(定), 혜(慧)를 강조하였다. 집(執)은 멸(滅)될 수 있고, 멸(滅)하
는 데는 방법(道)이 있다.
윤회설은 불교의 핵심적 이론이 아니라 아주 통속화된 이론이다. 인도 불교의 타락한 모습을 우리는 받아들인 것이
다. 동양문화권에 이 타락한 모습이 들어와서 불교가 백성들을 종교적으로 협박하고 위협하는데 인과응보의 이론이
쓰였다.
고려왕조에서도 '너희들이 당하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업보 때문인 것이니 다 순응하고 받아들여라.'라고 했다. 고
려 때의 혹독한 농민 수탈, 소작료로 10분의 9를 수탈하면서도 '이것은 업보이므로 참고 살아라'고 했다. 불교의 이
업보론은 민중의 봉기나 혁명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데 이용되었던 것이다.
정삼봉은 불교가 이렇게 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불교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는데, 그가 전라도 나주에 귀양
갔을 때 나주 소재동(消災洞 현재 소재동 표지비가 건립되어 있다.)의 황연(黃延)의 집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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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귀양 중 나주 사람들의 인심에 대하여 말하기를
거인순박무외모(居人淳朴無外慕) 역전위업(力田爲業) 연기우야(延其尤也)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순박하고 바깥으로 부러워하는 것 없이 살고, 힘들여 밭을 가는 것으로써 생업으로 하였으
며 (황)연(延)이라는 사람도 그러한 면에서 특출한, 전통적인 농부였다.
나주(羅州)란 곳은 淳朴無外慕(순박무외모) 力田爲業(역전위업), 즉 이 고장 사람들은 순박하고 다른 곳을 부러워하
지 않으며 농사에 힘쓰고 업으로 삼았다. 그래서 지금도 나주 사람들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고장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 '술과 인과' 1/4>
가선양(家善釀) 연우희음(延又喜飮) 매주숙(每酒熟) 선필상여(先必觴予) 객지(客至) 미상불치주(未嘗不置酒) 일구
익공(日久益恭)
그 사람은 술을 잘 빚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매번 술이 익게 되면 반드시 먼저 나(정도전)에게 술잔을 들고 찾아
왔다. 손님이 오기만 하면 술을 내어놓지 않는 때가 없으며, 사람들은 오래 사귈수록 더욱 공손해졌다. 지금도 나주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일제 시대에는 술 빚는 것을 밀주로 불법화시키고 양조 釀造를 전매화 專賣化하여 우리 민족을 수탈했다. 해방 후
에도 이 법을 풀지 않고 양조업자들을 보호했었다.
유김성길자파식자(有金成吉者頗識字) 기제성천능담소(其弟成天能談笑) 개역선음(皆亦善飮) 형제동거(兄弟同居)
동네에 김성길 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글을 꽤 알고 있었다. 그의 동생 성천(成天)은 담소를 잘하는 재능이 있었는
데, 두 사람도 술 마시기를 좋아했으며 형제가 한 집에 살았다.
유서안길자노위승왈안심(有徐安吉者老爲僧曰安心) 고비장면(高鼻長面) 용의궤괴(容儀詭怪) 범방언리화(凡方言俚
話) 향정여항지사(鄕井閭巷之事) 무불기(無不記)
서안길 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늙어서 중이 되고 호는 안심(安心)이라 했다. 코가 높고 얼굴은 길어 생긴 것이
궤괴(詭怪)했다. 온갖 방언과 이화(俚話)는 물론 항간에 떠도는 소문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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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김천부자(有金千富者) 조송자(曺松者) 기음역성길(其飮亦成吉) 연지유야(延之流也) 일종여유(日從予遊) 매득시
토물(每得時土物) 필지주장이래(必持酒漿而來) 진환내거(盡歡乃去)
김천부와 조송이라는 자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성길(成吉)과 연(延)처럼 술을 잘 마셨다. 날마다 나에게 놀러 오고
토산물이 생길 때마다 반드시 술을 가지고 와서 끝까지 놀다가 갔다.
여한일구(予寒一裘) 서일갈(暑一葛) 조침안기(早寢晏起) 흥거무구(興居無拘), 음식유의(飮食惟意) 금이지절이이견
자비지(今以至切而易見者比之)
나는 추울 때면 갓 옷 한 벌로 살고, 더울 때는 갈포 하나로 살면서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즐겁게 사는데 거
침이 없었고, 먹고 마시는 것을 뜻대로 할 수 있었다. 지금 가장 절실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써 비유하고자 한
다.
정도전은 천민들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연스럽고 인간답게 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불교의 인과론을 부정
을 술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酒之爲物也(주지위물야), 麴糵之多寡(국얼지다과), 瓷甕之生熟(자옹지생숙), 日時之寒熱久近(일시지한열구근), 適
相當(적상당), 則其味爲甚旨(즉기미위심지)
술의 물건 됨은 누룩과 고두밥의 많고 적음과 옹기가 성긴 것이냐 밀도가 높은 것이냐, 술을 빚는 시기가 추은 때
냐 더운 때냐, 빚은 후 오래 두었느냐 짧게 두었느냐 등등,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질 적에 그 술 맛이 매우 좋다.
조박(糟粕)=술지게미.
糟糠之妻(조강지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糟糠之妻不下堂(조강지처불하당) 貧賤之交不可忘(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는 내치면 안 되고 빈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된다.<후한서 後漢書>
약얼다칙미감(若糱多則味甘) 국다칙미고(麴多則味苦) 수다칙미담(水多則味淡) 수여국얼적상당(水與麴糵適相當)
이자옹지생숙(而瓷甕之生熟) 일시지한열구근(日時之寒熱久近) 상위이불상합(相違而不相合) 즉주지미유변언(則酒
之味有變焉)
만약에 찐 밥이 많으면 맛이 달고 누룩이 많으면 맛이 쓰고 물이 많으면 맛이 싱겁다. 물과 누룩과 찐 밥의 양이 서
로 적당하고, 옹기의 생숙(구운 정도)가 어떤가. 술을 빚은 시기의 일기가 추운지 더운지 오래 두었는지 짧게 두었
는지 이런 것들이 서로 어울려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 술 맛은 완전히 변해버린다.
삼봉은 하물며 좋은 술이 되는 데도 수 많은 변수가 있는데 결정론적인 인과업보론(因果業報論)은 잘못 된 것이라고
예를 들어 비판 것이다.
나의 불행한 현실이 나타난 것에는 수 많은 함수가 작용했을 것인데, 이것들을 따져보지도 않고 전생의 업보라고 단
정하는 것은 미친 생각인 것이다.
모든 복합적인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술 맛이 적당하게 되는 것 처럼 불행의 원인을 따져보지도 않고 업보로 단정
해서는 안 된다는 삼봉의 사고는 매우 과학적이다.
삼봉은 술을 비유로 들어 인과응보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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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술과 인과' 2/4>
此喩雖賤近鄙俚(차유수천근비리), 亦可謂明日盡矣(역가위명일진의)
나의 이런 비유는 비록 천하고 비속한 것 같지만 참으로 명료하고 잘못됨이 없는 정확한 비유다.
정삼봉은 이론적 구성을 해서 소재동(유배지)에서 느낀 생생한 삶의 체험을 이런 어마어마한 이론을 혁파하는데 쓰
고 있다.
삶의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학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所謂陰陽五行之氣(소위음양오행지기) 相推迭運(상추질운) 參差不齊(참차부제) 而人物之萬變生焉(이인물지
만변생언) 其理亦猶是也(기리역유시야)
소위 음양오행의 氣라는 것은 서로 밀고 서로 엇갈리면서 운행해 가는데, 그렇게 제멋대로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는
데 따라서 사람과 만물의 모든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그 이치 또한 옳지 않는가?
이 말은 과학적인 사고를 강조한 것이다.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은 너무도 우연적인 요소가 많고, 복합적으로 얽혀있
는 것이므로 모든 요소를 살피고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방금운화(方今運化) 현재의 당면한 천지의 변화.
삼봉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법칙을 규명하자, 즉 현실만 해도 고민하고 분석할 것이 많으므로 전생까지 분
석하는 것은 말자고 했다.(여기에 삼봉의 처절한 현실주의가 있는 것이다)
聖人說敎(성인설교) 使學者變化氣質(사학자변화기질) 至於聖賢(지어성현)
(성인이 나타나서) 가르침을 준다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과응보를 가르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기질을 배우게
하여 성현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변화기질(變化氣質) 유교에 있어서 교육의 당위성의 근거
유교의 매우 중요한 논리다. 위성지학(爲聖之學)이란 '기질을 변화시켜 성인이 되는 배움'이라는 뜻인 바, 이는 인
간을 어떻게 변화시켜 성인을 만드는 가에 관한 명제인 것으로써 동양사상의 핵심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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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다닐 때 읽은 칸트(Kant)의 저서는 어려웠지만 꼭 읽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우리 때는 콤프렉스(Co
mplex)가 많아서 죽어라고 읽었다. 그리고 칸트나 플라톤(Plato)은 나와 관계가 없는 아주 대단한 학자로만 생각했
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면서 충격을 받은 것이
있는데, 중국, 당시의 대만에 갔었는데, 대만 교수들은 대륙의 사방에서 온 사람으로 대가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강
의를 할 때 이태백의 이야기, 주자 이야기를 해도 자기 친구처럼 이야기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주자처럼 될 수
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들은 주자를 자기 전통화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국에 가니까, 하바드의 대석학들이 칸트를 비판하고, 자기가 칸트 보다 나은 것처럼 강의를 했다. 그때 "아! 저 사
람이 칸트 보다 나은 사람이구나!"하고 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변화이다. 대가들 밑에
서 공부를 하면서 "이 세상의 성인이나 대단한 철학자들보다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다.
누구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
누구든지 공자가 되고 플라톤이 되고 칸트가 될 수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건방져서는 안 되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칸트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칸트 보다 더 훌륭한 사람
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하고, 나는 영원히 칸트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는 천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20세기에서 학문을 하면서 "우리는 선대의 학자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예술가는 피카
소 같은 화가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人皆可以爲堯舜(인개가이위요순) 子服堯之服(자복요지복) 誦堯之言(송요지언) 行堯之行(행요지행) 是堯而已矣(시
요이이의)
사람은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 누구든 요임금 옷을 입고 요임군의 말을 외고, 요임군의 행동을 하면 그가 요임
금이니라. <맹자>
유교적 인간관에는 인도의 카스트적인 고정성이 없다. 그래서 윤회가 불필요하다. 인간을 업보로 구속시키지 않았
다. 누구에게든지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治國者(치국자) 轉衰亡而進治安(전쇠망이진치안)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쇠락하고 망해가는 국운을 전환시키고 편안하게 다스리는 데 힘
써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쇠망해 가는 나라를 전환시켜 흥하게 하는데 인과응보로써 가능할 것이냐라고 역설하고 있다.
정도전은 불교를 비판하지 않고는 고려사회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고려의 사대부들의 사고는 불교
에 물들어 있었다. 그들 세력을 붕괴시키는 데는 무력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도전은 종교를 탄압하
지 않았다. 오직 불씨잡변(佛氏雜辯)이라는 이론으로 불교를 비판하기만 했다.
조선조에 와서 유교가 경직되어 척불숭유(斥佛崇儒)를 하면서 정도전에게 불교탄압의 책임을 돌렸던 것이다. 한 때
부처의 목을 자르는 사건도 있었다. 요즘은 단군 동상의 목을 자르는 자도 있다는데, 모두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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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술과 인과' 3/4>
중용(中庸) 제 22장
可以贊天地之化育(가이찬천지지화육) 則可以與天地參矣(즉가이여천지삼의)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게 되면 (인간이)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된다.
삼(參) 사람(人)이 하늘(天)과 땅(地)과 더불어 셋이 된다. 유교의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y) 사상.
此聖人所以廻陰陽之氣(차성인소이회음양지기) 以致參贊之功者(이치삼찬지공자) 佛氏因果之說(불씨인과지설) 豈
能行於企間哉(기능행어기간재)
성인은 음양지기(陰陽之氣)로 돌려서 삼찬지공(參贊之功)에 이르게 된다. 불교의 인과지설이 그 사이에 어찌 끼어
들 수 있겠는가
삼찬지공(參贊之功) 인간이 천지와 한 몸이 되고 천지의 화육을 돕는 공력. 중용의 22장의 구문을 인용한 삼봉의
인과론 비판 논리.
오늘 강의는 어려웠는데, 강의의 핵심은
모든 상황에 대해서 일인일과(一因一果), 즉 하나의 원인에 하나의 결과가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인일과(多因一果), 즉 우주의 모든 사건(Event)은 다양한 원인의 소산이다. 1대1의 대응은 과학적 사유가 아니다.
우주는 필연(Necessity)과 우연(Chance)의 복합체이다.
우리는 오늘의 사태를 항상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회음양지기(廻陰陽之氣) 즉 우리는 음양의 시간
도 창조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쇠망이진치안(轉衰亡而進治安) 즉 쇠망해가는 나라(Nation in Di
sorder)를 전환시켜 치안이 있는 나라(Nation in Order)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여기서 치안(治安)이란 나라의 안정
의 뜻이 아니고, 나라가 편안하게 다스려짐의 뜻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삶을 운명적으로,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항상 우리는 우리의 현실 속에
서 우리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모든 함수를 분석해서 역사의 목표인 미래를 창조하여야 한다. 쇠망한 나라를 치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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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治安)의 나라로 바꾸고, 자기가 이러한 불행한 상황에 있으면 운명을 극복해서 행복한 운명으로 바꾸고, 지식이 부
족하면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늘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인간됨을, 나의 기질을 변화시켜야 한
다는 것이다.
주자는 '인간은 기질(氣質)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금수'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여러분, 젊은이들이 최고의 사상가요 최고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여러분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을 갖고, 스스로의 기질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스스로의 인간됨을 비하시키지 말고 스스로의 기질을 변화시켜 모든 사람들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해 주기 바랍니다.
<영상 '술과 인과'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