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

알라딘: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이인우 2016 절판

알라딘: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이인우 (지은이)책세상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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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쪽

책소개

변화무쌍한 세상의 평가에도 흔들림 없이 치열하게 인간을 고민하고 소신대로 살았던 사상가이자 스승인 공자. 이 책은 '이생'이라 불리는 사람이 현대에서 춘추말기 중국으로 돌아가 유랑 중인 공자 일행의 짐꾼이 되어 그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는 소설의 스토리텔링 형식이다.

이생이 직접 목격한 주유천하 시절과 주요 제자들과의 토론, 공자 사상의 요체를 다룬 1부, 청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공자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 2부로 구성되었다. 이 밖에 공자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사료인 사마천의 《사기》〈공자세가〉 전문과 공자와 노자가 만나고 사상을 교류한 흔적을 추적한 내용이 각각 부록과 별록으로 실려, 공자라는 인물과 그의 시대, 사상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무엇이 공자의 삶을 한결같이 이끌었는지, 공자에게 인간과 세상은 어떤 의미였는지, 무엇이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가치를 그에게 부여했는지 소설 속 화자인 이생을 통해 2500년 전 공자의 행적을 더듬어간다. 저자 이인우는 기자 특유의 시각과 객관적인 태도에 소설 형식을 빌린 역사적 상상력으로 현재성을 더한다. 이 서술방식은 유가에 관련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공자 사상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하게 해준다.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 공자, 위대한 사상의 시작

1부 군자의 길 : 하늘을 배워 천명에 이르리라

1장 유랑하는 군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세상을 품는다는 것 / 궁핍에 맞서다 / 군자는 진실로 궁한 자이니 / 이것이 운명이라면 / 즐거운 가난, 겸손한 부귀 /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지도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 인생은 정직한 것이다 / 나루터는 어디인가

2장 선의의 길을 함께한 사람들
자공, 가장 귀한 그릇 / 재여를 위한 변명 / 안연, 누항의 구도자 / 자로의 용기에 대하여

2부 위대한 실패자 : 삶이 하나의 사상이 된 사람

1장 잠룡의 시절
격랑의 시대 / 뜻이 천하를 덮을 만하다면 / 대망을 품고 망명을 결행하다 / 학당을 열고 시대를 예비하다

2장 천도는 무엇으로 지킬 것인가
선비가 벼슬을 얻고자 할 때 / 역사를 두려워하라 / 권력자를 전율케 하다

이야기를 마치며 : 세속의 꿈, 영원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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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016년 4월 23일자 '책꽂이'



저자 및 역자소개
이인우 (지은이)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2022년까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대학교 ‘시라카와 시즈카 기념 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저술한 책으로는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2024)를 비롯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한겨레 10년의 이야기》(공저, 1998),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2016), 《서울 백년 가게》(2019), 《음식천국 노회찬》(2021) 등이 있다.

최근작 : <[큰글자책]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음식천국 노회찬> … 총 10종 (모두보기)
이인우(지은이)의 말

“기자로서 명사들을 취재할 기회가 많았다. 그중 50여 명의 인사들과 진행한 와이드 인터뷰가 인상 깊다. 삶의 이력이 저마다인 그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조력자助力者의 존재다. 조력자란 누군가에게는 종교일 수 있고 사람일 수 있으며, 혹은 우연한 사건이나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는 존재’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조력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다. 인간 사회에서 한 사람의 행로는 대체로 그런 계기들로 바뀌어간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바로《논어》가 조력자였다. 《논어》를 읽으면서 나는 공자와 그 제자들이 내어준 어깨 위에서 자신과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 고마운 조력의 산물이다.”

출판사 소개

최근작 : <자유론>,<[북토크] <나는 소유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에디 북토크>,<나는 소유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등 총 416종
대표분야 : 고전 6위 (브랜드 지수 516,686점), 과학소설(SF) 7위 (브랜드 지수 110,668점), 철학 일반 12위 (브랜드 지수 70,81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공자에게 길을 묻다 인생을 묻다 세상을 묻다”
소설로 읽는 공자 입문서

“누군가 내게 공자를 직접 관찰한 사람으로서 공자의 됨됨이를 요약해달라면, 나는 ‘죄송하지만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기도 하지만, 공자라는 사람과 사상의 전체 상은 늘 앞에 우뚝 서 있어 따라가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넓고 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겨우 한마디 해보라고 한다면…, 그는 다만 ‘허물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늘 거기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함이 흐르는 세월 속에 희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뚜렷해지는 것은 그가 이 지상의 모든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기꺼이 벗이자 동지이자 스승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논어》는 공자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글이다. 사서四書의 하나이자 시대를 초월한 가치의 보고인《논어》는 공자 사후 제자들이 스승의 언행이나 그와의 문답을 기록한 저작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옛 문헌이다. 하지만 그 형식이 제각각 단편적이어서 수많은 등장인물과 춘추전국시대라는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공자의 인간상이나 그 사상을 가늠할 직접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시대적·사회적 요구와 연구자들의 시각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과 독법이 존재해왔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쓴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이생’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논어》를 독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독자들이 공자와 그의 시대에 감정을 이입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저자 이인우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과 객관적인 태도에 소설 형식을 빌린 역사적 상상력으로 현재성을 더한다. 현대인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공자의 시대로 떨어지게 된 인물 이생은 동아시아를 지배한 공자 사상을 외경하는 현대인의 시선과 공자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친밀한 관찰자의 시선을 두루 활용하며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 공자와 제자들이 처한 상황과 주고받은 문답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해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이를 통해 무엇이 공자의 삶을 한결같이 이끌었는지, 공자에게 인간과 세상은 어떤 의미였는지, 무엇이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가치를 그에게 부여했는지 2500년 전 공자의 행적을 함께 추적하게 한다.
특히 위대한 사상가 공자라는 빛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에도 주목하면서 이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인간다운 세상을 이루고자 했지만 늘 실패의 연속이었던 공자의 삶을 내면에서부터 역사적 문맥에 이르기까지 오롯이 담아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화석화된 위대한 성인으로서가 아니라 지극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책은 이생이 직접 목격한 주유천하 시절과 주요 제자들과의 토론, 공자 사상의 요체를 다룬 1부, 청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공자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 2부로 구성되었다. 이 밖에 공자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사료인 사마천의 《사기》〈공자세가〉 전문과 공자와 노자가 만나고 사상을 교류한 흔적을 추적한 내용이 각각 부록과 별록으로 실려, 공자라는 인물과 그의 시대, 사상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이생’이라는 화자를 통해 저자가 독자와 나누고 싶었던 공자는 “변화무쌍한 세상의 평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신대로 살아온 사상가이자,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동지이자 스승”이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공자의《논어》 앞에 우리 모두는 소설 속 이생일 수도 있겠다. 공자의 시대만큼이나 난세를 살아가는 고단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기꺼이 벗이자 동지이며 스승이 되어준 공자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여기에서 연유한다.

“군자는 길 위에서 꿈을 꾸고 길 위에서 죽는다”
공자, 위대한 사상의 시작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아래로 사람을 배워 위로 천명에 이르고자 했을 뿐이다.
하늘만은 이런 나를 알아주시리라. _《논어》 〈헌문〉 37장

중국 고대 역사가 사마천이 공자를 ‘지극한 성인’이라고 추대한 지 2천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20세기 저명한 중국사가인 미국의 헬리 글래스너 크릴은 “2500년 전 중국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일생처럼 인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예도 없을 것이다”라며 서구 세계에 공자의 진면목을 전했다. 사마천과 크릴이 시공과 문명의 차이를 초월해 공감한 것은 “공자 사상의 위대한 휴머니즘”이다. 그들은 공자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성의 본질을 이해했으며,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최초의 사상가”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공자는 한미한 가문에서 태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했다. 그의 말처럼 하늘을 원망하지도, 사람을 탓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쉼 없이 배워서 천리에 통달하려고 한 일생이었다. 그는 먼저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덕목들을 인간성에서 이끌어내 함양하고자 했다. 그는 “위정자는 덕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하며, 백성은 올바른 도리로 교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배자 또는 지도자는 반드시 도덕과 예의를 갖추어야 하며, 다스림을 받는 백성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단순한 개인적 수양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 속으로 들어가 계급을 초월하여 도덕 중심의 인간관과 사회관을 형성했다.
하지만 인과 예에 기반을 둔 공자의 덕치주의는 간계와 무력을 앞세운 당시 정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공자는 자신의 정치가 참주는 물론 임금한테도 배척받고 있음을 느끼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나라와 임금을 찾아 망명길에 올랐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이상을 펼치려고 했으나 공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었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장기간 굶주림에 시달리는 곤경에 처할 때도 그는 자신이 세상에 쓰이기를 원했다. 주유열국周遊列國은 14년간 계속됐으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자는 떠돌이 망명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자는 끝까지 문명의 계승자를 자임하며 이상적인 인간과 나라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공자는 자신이 발딛고 선 혼탁한 시대를 자신의 이상으로 개혁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의 이상은 한 사람의 추구로 실현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었다. 이생의 표현대로, 그는 그가 살던 시대에 비해 지나치게 미래의 사람이었고, 그의 시대는 그의 이상이 실현되기에는 아직도 먼 과거였다.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회의와 좌절의 고비를 맞닥뜨려 돌파해내고 “마음에 흔들림 없는” 불혹을 지나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공자는 일찍이 스스로 세운 뜻을, 고단한 외국생활에서 얻은 성찰과 모색을 통해 삶의 좌표로 거듭 확인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결코 현실을 떠나는 법이 없었던 공자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고 이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인간’이자, 자기 시대의 모순 속에서 자기 사상의 씨앗을 발현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한 ‘지극한 성인’이었다. 온갖 고생을 견뎌내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각고면려刻苦勉勵와 실제로 몸소 행하는 실천궁행實踐躬行을 통해 마침내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정신을 인류의 자산으로 남겼다.
수많은 문제와 부조리로 가득한 이 시대에,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공자의 지혜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로, 안연, 자공, 재여…”
공자와 선의의 길을 함께한 사람들

윗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구에게는 믿음직하며
아랫사람을 품어주는 사람이고자 한다. _《논어》 〈공야장〉 25장

일찍이 공자는 “육포 한 꾸러미를 들고 오는 정도의 예를 갖춘다면 모두 가르치겠다”고 했다. 공자의 계급을 초월한 교육 방침은 신분의 굴레에 묶여 있던 많은 젊은이들을 자극해 학문의 길로 이끌었다. 유가가 제자백가諸子百家 중에서 사상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교육에는 신분의 차별이 없다는 시대를 앞선 공자의 혁신적 교육관이 큰 몫을 했다.
특히 공자가 14년 동안 이상을 찾아 여러 나라를 유랑할 때 스승과 함께 풍찬노숙하며 간난신고를 겪었던 자로子路, 안연顔淵, 자공子貢, 재여宰予 등 열 명의 제자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특히 학덕이 뛰어난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으로 기억된다. 만년의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시서예악의 전적들을 정리하고 노나라 역사서 《춘추春秋》를 찬술하며 위대한 고도古道를 후세에 전했다. 공자는 망명에서 돌아온 후 5년여를 더 살다가 일흔셋의 나이에 수많은 제자들의 애통 속에 고향인 곡부 근처 언덕에 묻혔다. 개혁가로선 실패한 삶이었으나, 교사로서는 행복한 죽음이었다.
이 최후의 20년을 같이한 자로, 안연, 자공, 재여 등의 제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공자의 분신이었다. 그들도 자신의 시대를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선의善意를 다 바친 사람들이었다. 정치 수완이 뛰어나고 부유하나 군자가 되기에는 모자란 자로, 역사에서는 공자 문하의 이단아로 낙인찍혔지만 알고 보면 선구적 개혁가의 모습을 지닌 재여, 가난한 가운데 즐거워하는 진정한 학인學人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연, 거리의 무뢰한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의협심 강한 자로… 그들은 스승과 더불어 풍찬노숙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사상의 정수를 가다듬으며 후세의 동아시아인들이 경외하는 이상적 인간의 원형질을 빚어냈다. 그들이 비바람 속에 걷던 광야의 길 위에서 지금 우리가 사색하고 행위하는 사상과 도덕, 정의와 용기, 인간성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씨앗들이 뿌려졌다.

“2500년 전 미지의 과거로 떨어진 이생
이상을 찾아 열국을 주유하던 공자와 조우하다”
공자 《논어》를 읽는 새로운 시도

“나는 졸지에 미지의 과거에 떨어져 낯선 시간, 낯선 공간을 떠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을 찾아 열국을 주유하던 공자와 조우하여 그 일행의 짐꾼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 동행하는 동안 나는 미래에서 막연히 알던 공자라는 사람과 그 제자들의 이상을 향한 열정과 선의에 대한 믿음을 교감했다. 그때 가슴을 파고들었던 벅찬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도리가 없다. (…) 아! 나, 이생은 비록 짐을 나르고 교실을 청소하는 어눌한 이방인에 불과하나, 먼 미래로부터 불려 온 것은 한 위대한 사람의 생애를 증거하라는 소명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에 나는 감히 스스로 보고 들은 바를 기록하려 한다. 부디 이 죽간들이 만고풍상을 견뎌내어 인간 공자의 꿈과 뜻이 온 누리에 퍼지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공자의 언행을 모은 글 《논어》는 기본적으로 공자가 그의 제자들이나 각국의 제후와 가신들, 평범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이므로, 이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춘추전국시대가 난세였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수많은 나라들이 흥하고 망하며 수많은 인물들이 담합하고 배신하는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이생의 시각과 목소리를 동원함으로써 25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단숨에 현재성을 획득한다. 독자들은 공자라는 인물에게서 몰락한 귀족의 후예로서 가난하고 보잘것없었던 청년, 가르침을 받고자 몰려드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명망 높은 교사, 정치적 문제로 망명하듯 떠난 제나라의 거대한 국제도시 임치에서 시서예악에 감탄하는 예교 전문가,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능력을 발휘하는 행정가, 세습귀족들의 특권을 해체하려 한 개혁가, 그리고 결국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이상주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논어》의 배경이 되는 주요 장면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주나라 왕실보다 그 제후국들의 세력이 훨씬 비대해지고 제후보다 가신의 권세가 막강해진 상황이 구체적인 인물들의 활약상을 통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전개되며, 노나라 궁정과 삼환씨 가문의 갈등, 공자의 이상과 그가 도모한 개혁, 각국의 패권다툼 속에서 부침을 겪고 유랑하는 공자의 삶이 그 맥락 속에서 펼쳐진다. 주나라 경왕의 사후 적자인 동왕과 서자인 서왕의 대립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맞물려 노자의 삶의 궤적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상상력은 무엇보다 독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독자들 역시 음모와 책략이 난무하는 정치 현실을 생생하게 절감하고, 공자의 문답을 직접 지켜본 제자들의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받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가공의 인물을 화자로 설정하여 공자의 삶과 사상을 전달하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구성으로 역사와 철학, 문학을 결합한 새로운 지평을 모색한다. 주로 《사기》〈공자세가〉, 《공자가어》, 《춘추좌씨전》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삼고,《논어》를 테마로 《맹자》《예기》《노자》 등의 철학적 사유를 함께 숙고한다. 철저하게 원문을 토대로 하여 소설적으로 각색하고, 주석을 통해 본문에 인용된 주요 원문의 아우라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연구자에 따라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된 여러 의견을 함께 다뤄주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택했다. 이처럼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태도는 상상력을 입힌 1인칭 화자의 제한된 시점을 뛰어넘어 《논어》와 관련된 역사적 . 사상적 맥락을 두루 고찰하게 해준다.

왜 21세기 공자인가

2000여 년 전 중국의 사마천은 〈공자세가〉를 쓰기 위해 공자의 묘당을 찾아가 그가 차지하고 있는 문명사적 위치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묘당을 배회하며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는 경모의 심회를 역사에 남겼다. 20세기 일본 사람 시라카와 시즈카는 대만의 공자 묘당을 찾아가 “고개를 숙인 채 묘당을 배회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자신의 심회를 《공자전》의 결어로 삼고 있다. 그 밖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이 역사의 뒤안길에서 같은 심정으로 공자의 묘역을 배회했으리라. 나 또한 언젠가 나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감히 선인들의 심회를 따르고 싶다. 2500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속에 면면히 이어져온 문명과 전통을 새삼 확인하면서. 또한 그 문명과 전통이라는 것이 도대체 21세기에 무슨 의미를 갖느냐는 후생들의 질문 앞에 많은 동아시아인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 서 있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공자가 죽은 후 2500년이 지나는 동안, 동아시아에서 공자 사상은 정치와 종교를 지배하는 가장 큰 권력이 되었다. 그러나 유가는 묵가와 도가 등과 경쟁하면서 때로 부당하게 윤색되었고, 권력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채택되며 부패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는 근대화를 가로막는 주적으로 매도되거나 낡은 가치체계로 폄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택한 서술방식은 유가에 관련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공자 사상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하게 해준다.
해설을 쓴 이남곡은 세계의 모순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모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거론하면서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며, 특히 아시아인들이 공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혜로서 공자의 사상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현대의 시각으로 보았을 뿐, 그 난세의 인간 공자가 2500년이 지나서야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상과 이상을 품고 어떻게 고군분투했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점이 그동안 공자의 사상이 왜곡된 이유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왜곡에서 벗어나고자 한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의 공자 읽기는 공자 사상의 본질이 현대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아주 귀중한 길잡이가 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진보와 보수를 가로지르는 통시적이고 동시적인 소통이 필요한 이 시대 또한 공자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과 살아가기의 덕목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 공자가 제시한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이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즉 인간다운 세상을 위한 기본 축이다. 독자는 현재 시점에 맞게 풀어낸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를 통해 온갖 불통과 삶의 불안을 헤쳐 나가는 공자의 올곧음과 삶의 기본을 다시금 발견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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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공자가 뭐길래? 하고 들어갔다가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기분이다 재미지고 또 감동적이다 내가 공자의 제자가 된듯 ^^그의 음악이 들린다
박영미 2016-05-2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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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뛰어남

공자의 위대함은 그 사상을 실천하고자했던 그의 삶에 있다 이책의 뛰어남은 그것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inheritz 2016-05-2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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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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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리뷰 (1)

종이책 사람, 스승, 공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a***s | 2016-05-17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8642882

동양철학은 어렵다. 논어와 맹자 번역본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한자도 복잡해 보이거니와 함축적인 문장 안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가진 건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와 <담론>을 읽으면서이다. 또한, 팡차오후이의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문구들에서도 동양고전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끼며 꼭 한 번은 제대로 익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책은 수많은 동양고전 중 공자의 말을 담은 <논어>를 바탕으로 공자의 삶을 회고록 내지는 평전처럼 서술한 책이다. 따라서 논어 속에 나오는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이야기 식으로 읽으니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말랑말랑한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스승,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공자를 조금 더 깊이 알게되었다는 기쁨이 컸다.

내게 공자는 <망명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길래 수없이 고생을 하면서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나라를 다스릴 군주를 찾아 헤매었단 말인가. 마음 먹기에 따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었을 사람이 사서 고생을 하다니. 공자의 위대한 철학과 신념을 넘어 인간 공자의 모습, 그리고 제자들과의 아름다운 대화를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반가웠다.




제자들을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지만 곡식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곤궁했을 때,

"군자가 이처럼 궁지에 빠져도 되는 겁니까?" 라는 자로의 물음에

"군자는 원래 궁하다. 소인은 궁하면 흐트러진다." 라고 할 수 있는 이 사람의 경지는 어디인가. 스스로 군자의 모습으로 살다간 이 사람을 알면 알수록 더 존경하게 된다. 비록 공자가 후대에 미화되어 과장되게 표현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자는 성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위대한 가르침을 남겼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한없이 제자를 사랑하고 각 제자의 성정과 재능에 따라 맞춤형교육을 한 참스승로서의 면모가 내게는 더 깊이 와닿았다. 자로, 안회, 자공 이 세 사람의 제자 이야기는 진정한 사제동행이 무엇인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제자를 먼저 보내는 스승의 마음은 어떠할까...자로의 처참한 죽음에 슬퍼하며 젓갈을 모두 치워버리거나, 안회의 죽음에 깊이 슬퍼할 때의 공자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싹이 나고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가 하면, 꽃을 피우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하지...." 라고 한 그 한 마디 말에 그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




나는 꽤 사랑과 인정에 목말랐었는데 공자는 일찍이 그 굴레를 벗어났나보다.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그 이상향에 아마도 나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콜버그 도덕성 발달단계에 따르면 최종 6단계가 스스로 양심에 따라 보편적 도덕윤리를 정하고 따르는 단계인데 이와도 통하지 않을까.) 하지만 계속 꿈꾸기는 할 것이다. 공자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들을 깊이 새기면서.



"군자가 남을 부리고 이끄는 위치에 있을 때 해서는 안 될 행동은 다음과 같으니라. 첫째,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엄벌하는 것 (잔학), 둘째, 일을 실행함에 있어 경계할 점을 일러주지 않고 성공만 요구하는 것(횡포), 셋째, 지시는 늦게 하고 일의 달성은 사납게 독촉하는 것(도둑질),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놓고 온갖 생색을 내며 주는 것 "

논어 속에서의 공자, 사기 속에서의 공자, 노자와 공자의 연결고리를 소개해놓아서 다양한 시각에서 공자를 만날 수 있엇지만 역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스승으로서와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면모를 더 깊이 알게 된 것이다. (다만 챕터끼리 너무 독립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아주 살짝 아쉬움? ^^*)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스승이 될 수 있을지.

(이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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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 더 절실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6-05-17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8641881

2000년 여름에 방송국에서 기획한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계기로 중국 산둥성을 다녀온 적이 있다. 산둥성 곡부는 공자의 고향으로 공자의 묘가 자리하고 있었은데,'공림'이란 숲을 지나 공자의 묘를 보았던 오래 전 기억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되살아났다. 공자가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이며 유교의 창시자라는 것과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옛 문헌인 <논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과는 달리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공자(551~479 B.C)가 세상을 떠난 지 2500여 년 뒤에 태어난 이생.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공원 그네에 누워 잠시 잠이 들었다가 춘추시대 말엽의 중국에서 깨어났다. 이런 행운이 있을까? 열국을 주유하던 공자 일행과 만나 짐꾼으로 같이 다니며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이상을 향한 열정과 선의에 대한 믿음을 교감하게 된다. 우리는 이생을 통하여 공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1부에서는 큰 뜻을 품고 나아간 관직생활에서 실패하고 망명길에 오른 후 펼쳐지는 그의 행적들을 쫒고 있다. 공자의 나이 55세.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 14년간 여러나라를 떠돌며 주고 받는 문답들을 통해,공자의 사람됨과 그의 학문의 깊이,사상들을 이생의 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장년기의 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공부만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전념한 줄 알았는데 새나라 건설이라는 원대한 이상을 위해 벼슬길로 나아가야할 때를 기다렸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활인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뜻을 봉황과 하도에 비춰 문명의 계승자로 확신하기도 했다는 대목에선 학자로서만 알고 있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뜻밖의 수확도 얻었다. 공자는 노나라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7년동안 제나라에서 망명에 가까운 유학 생활을 하고 43세의 나이에 노나라로 돌아와 학문에 정진하며 교사로서의 길을 걷는다. 그동안 끊임없이 영향력있는 정치가들에게서 러브 콜을 받지만, 51세라는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노나라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 정치 참여의 궁극적 목표는 인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었지만, 5년만에 망명길에 오르면서 그의 짧은 정치 인생은 끝이 나버렸다. 망명생활을 끝내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는 교사로서 가장 왕성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정치력은 없지만 이상이 큰 사람으로서 자신의 시대에는 이루지 못한 이상이 결국 진나라 중국 통일에 힘 입어 제도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수천년동안 그의 사상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이생은 우리에게 보여 준다.

별록으로 공자와 노자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주는데,이 부분 또한 흥미진진했다. 노자는 주대에 왕실의 서적을 관리하는 벼슬을 자냈고, 공자가 그를 찾아가 예를 물었다는 고사는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그 인물이 있었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의 족적을 좇아 설화의 숲속을 헤맨 순례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그건 겸손의 말씀이다. 흥미로운 내용을 가득 품고 있는 이 별록도 상당한 재미를 준다.

공자라는 인물을 이렇게 흥미롭게도 만날 수 있구나! 이생이란 인물을 통하여 소설형식으로 쓰여졌기에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공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논어>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가벼울 수 있다. 하지만, 동양고전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에 멀리했던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지싶다. 공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하게 쓰여있지 않지만 그에 대한 꼭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담고 있기에 공자에 대한 전기문이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제자와의 문답 또는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글들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글들도 많았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공자의 가르침을 실제로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진지해진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자로,안연,자공,재여등 그의 제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중에 하나였다. 2500년도 더 지난 사람이,그가 남긴 글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가르침과 감동을 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공자는 옛 것을 배워서 미래에 올바로 사용하자는 진취적인 교육사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도 유용한 것임에 틀림이 없는듯 하다.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 .어떻게 보면 그의 이 사상은 그때보다도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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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큰 뜻을 품은 공자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6-10-13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9007695


공자 하면 《논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까지는 별 생각없이 제목을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는 ‘논어’가 토론하는 말이라는 뜻인가 했다. 공자는 공 선생이고 공 선생은 제자가 물어보면 답을 했다. 오래전부터 한쪽에서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닌가 싶다. 공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책은 처음 본다. 공자보다 공 선생이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공자가 익숙하니 어쩔 수 없으려나. 예전에는 공자가 이름인지 알았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가 ‘~선생’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것을 듣기 전까지 노자, 장자, 맹자, 한비자 라는 이름을 보고 중국에는 자로 끝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했다. ‘~선생’이라는 말을 알아도 잊어버리기도 한다. 공자는 10대부터 창고지기, 목장지기 같은 여러 일을 했다. 서른 살 무렵에 전업교사가 되었다. 중국은 공자가 있던 때뿐 아니라 그 뒤에도 오랫동안 귀족사회였는데, 공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누구든 가르쳤다.

이 책이 소설 형식이라 해서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많이 보는 소설과는 좀 다르다. 지금 사람 이생이 2500년 전으로 가서 공자와 공자 제자와 함께 지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쓴 건 공자를 더 가까이에서 보게 하는 거겠지. 이생이 그때 사람과 말하는 게 조금 나오는데 거리가 느껴진다.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것 같은. 공자가 나오고 이생이 그 시대에 가서 여러 일을 겪는 거라면 진짜 소설이 됐을 테지만, 이건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재현에도 상상이 들어가지만. 2500년 전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보다 먼저 세대 사람이 쓴 자료를 보고 지금 사람이 알기 쉽게 쓴 거다. 많은 사람이 《논어》를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겠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읽기에 아주 쉽지는 않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좀 재미있게 봤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것보다 공자가 하는 말이 맞지만 이상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이런데 2500년 전에는 더하지 않았을지.

언제부턴가 공자 이야기로 책이 많이 나왔다. 《논어》를 쉽게 풀어 쓴 책도 많다. 한때는 공자가 시대에 뒤처진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군자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아도 공자가 한 말이 이 시대에 필요해서 다시 살펴보는 거겠지. 공자 말대로 정치를 하면 백성이 참 살기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들었다. 인과 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덕을 갖추고 세상을 다스린다면. 정치하는 사람이 새겨들으면 좋을 텐데. 보기만 하고 실천은 안 하는 걸지도. 공자가 한 말은 일반 사람도 알면 좋겠지. 지금은 자기 식구와 가까운 사람만 생각하기도 한다. 공자는 더 넓게 생각하라 한다. 충은 강요할 수 없지만, 효는 생각해봐야 한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할 일을 하는 건 지금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말이다. 어떻게 세상이 자신을 알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했다. 이 말 맞는 말이다. 세상이나 남 탓하지 않기. 공자의 사상대로 살면 성인이 될 것 같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중국에는 나이가 많을 때 나랏일을 한 사람도 있다. 일흔이 넘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누구였지. 공자는 일흔셋에 죽었다. 노나라에서 정치개혁을 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공자를 받아들인 곳이 없었나보다. 공자는 그 일을 아쉬워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기르는 데 애썼다. 아니 아쉬움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닐지도. 뜻이 높으면 이루기 힘들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자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그게 전해지는 거니까. 제자가 삼천명에 이르렀다. 공자가 죽은 뒤 사람까지 합치면 숫자는 어마어마하지 않을지. 공자의 뜻이 아주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된 것이 많다고 한다. 과거가 그 가운데 하나라니. 벼슬을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니. 그게 조선에도 전해졌구나.

이번에는 깊이 못 봤지만 언젠가 또 공자와 상관있는 글을 볼 수 있겠지. 보려고 애써야 하는데. 한사람의 사상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게 아무리 높다 해도. 나는 좋은 제자가 못 됐겠다. 공자가 가장 좋아한 제자는 안연인데 일찍 죽었다. 안연은 정치가보다 철학자에 어울린다.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지.

희선

☆―

“제자들아, 기록해두거라.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눈이겠지만,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믿을 것이라곤 마음이겠지만, 사실 마음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란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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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h | 2016-05-18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8643598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이 책은
소설식으로 풀어쓴 공자이야기다.

공자를 보여주는데, 적당히 『논어』에서 몇 구절을 가져다가 공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의 삶을 다각도로 비쳐보면서, 공자를 현시대적인 인물로 되살려 놓았다.

이 책의 특징은 그러한 공자의 삶속에 들어있는 이생이란 사람의 존재다.

이 책에서 이생의 역할은
맨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이생이라는 사람의 존재였다.
현대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공자가 살던 시대로 가게 된 인물, 이생, 과연 그런 존재가 이 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의문이었다.

저자는 굳이 그런 사람을 내세워 공자를 설명하려고 했을까
그런데 읽다가 보니, 점점 이생이 공자를 제대로 보여주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생은 먼저 현대인으로서 공자에 관한 책은 모두 섭렵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전지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러니 공자 시대로 돌아가 어떤 상황을 만날 때에, 그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 책- 공자의 살아 움직이는 실제 현장 - 의 곳곳에 등장한다.

그래서 다만 추측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상황도 이생은 현장감을 살려내, 그 구절을 생기있게 만들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등장하는가, 장면 하나만 인용해 본다.

<이날 강론은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사마천은 공자와 제자들이 각각 따로 문답한 것으로 기록했으나, 실제로는 언덕의 큰 살구나무 아래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둘러 앉은 가운데 이루어졌다. ,,,,장소가 노천인 덕분에 우리 짐꾼들도 뒷줄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47쪽)

“사마천은 공자와 제자들이 각각 따로 문답한 것으로 기록했으나”라는 말은 사마천이 『사기』의 <공자세가>에 『시경』의 <소아>에서 하초불황을 거론하면서 맨 처음에는 자로를, 그 다음에는 자공을, 또 안회를 각각 따로 불러 물어본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는 『사기』의 <공자세가>, 이 책 483-484쪽)

그렇게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현장에 이생을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여 생생한 문답의 분위기와 그 자세한 내용을 전해주는 리포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생의 역할은 고전 속에만 존재하는 공자라는 인물을 현재로 되살려와, 그의 생각을 죽어있는 고전의 형태에서 살아 움직이는 교훈으로 살려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생 덕분에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어록을 기록했다는 『논어』를 읽어가는 식으로 공자를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생을 통하여 독특한 시각으로 공자를 입체적,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또다른 가치

이 책은 단지 공자를 한면으로만 보지 않는다. 공자를 다각도로 보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별록으로 실린 부분 (공자와 노자)은 또다른 가치가 있다,

공자를 제대로 알기 위하여는 공자만 볼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 특히 공자와 비길 수 있는 – 같이 비교를 해야 하는데, 그 누가 그렇게 비교할 만한 적당한 인물일까

저자는 그런 비교의 대상으로 노자를 꼽았다.

그래서 별록으로 ‘공자와 노자’ 항목을 담아 공자의 모습을 다시한번 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부록으로 『사기』의 <공자세가>를 실어놓아, 공자에 대한 사마천의 시각도 같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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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람, 스승, 공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a***s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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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은 어렵다. 논어와 맹자 번역본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한자도 복잡해 보이거니와 함축적인 문장 안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가진 건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와 <담론>을 읽으면서이다. 또한, 팡차오후이의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문구들에서도 동양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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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 더 절실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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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에 방송국에서 기획한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계기로 중국 산둥성을 다녀온 적이 있다. 산둥성 곡부는 공자의 고향으로 공자의 묘가 자리하고 있었은데,'공림'이란 숲을 지나 공자의 묘를 보았던 오래 전 기억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되살아났다. 공자가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이며 유교의 창시자라는 것과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옛 문헌인 <논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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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큰 뜻을 품은 공자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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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하면 《논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까지는 별 생각없이 제목을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는 ‘논어’가 토론하는 말이라는 뜻인가 했다. 공자는 공 선생이고 공 선생은 제자가 물어보면 답을 했다. 오래전부터 한쪽에서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닌가 싶다. 공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책은 처음 본다. 공자보다 공 선생이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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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h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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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이 책은    소설식으로 풀어쓴 공자이야기다. 공자를 보여주는데, 적당히 『논어』에서 몇 구절을 가져다가 공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의 삶을 다각도로 비쳐보면서, 공자를 현시대적인 인물로 되살려 놓았다.   이 책의 특징은 그러한 공자의 삶속에 들어있는 이생이란 사람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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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스토리텔링으로 풀어 쓴 논어
서울경제 박성규 기자2016. 4. 29. 
■이인우 지음, 책세상 펴냄


‘논어’는 공자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글이다. 사서(四書)의 하나이자 시대를 초월한 가치의 보고인 ‘논어’는 공자 사후 제자들이 스승의 언행이나 그와의 문답을 기록한 저작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옛 문헌이다.

하지만 그 형식이 다소 산만하고 단편적이어서 수많은 등장인물과 춘추전국시대라는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공자의 인간상이나 그 사상을 가늠할 직접적인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대적·사회적 요구와 연구자들의 시각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과 독법이 존재해왔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쓴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이생’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논어’를 독해하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독자들이 공자와 그의 시대에 감정을 이입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저자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과 객관적인 태도에 소설 형식을 빌린 역사적 상상력으로 현재성을 더해준다. 현대인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공자의 시대로 떨어지게 된 인물 이생은 동아시아를 지배한 공자 사상을 외경하는 현대인의 시선과 공자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친밀한 관찰자의 시선을 두루 활용하며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 공자와 제자들이 처한 상황과 주고받은 문답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해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1만8,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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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도 없으니, 의(義)로써 개혁하라
문학뉴스 기자명 강현 기자

입력 2024.02.23 

[연재/ 우이위논어(愚以爲論語) 4]

“조수불가여동군鳥獸不可與同群”



이인우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



長沮, 桀溺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
장저, 걸닉우이경. 공자과지, 사자로문진언.

장저와 걸닉이 밭을 갈고 있었다. 공자가 지나가다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를 묻게 하셨다.

長沮曰:“夫執輿者爲誰?” 子路曰:“爲孔丘.” 曰:“是魯孔丘與?” 曰:“是也.” 曰:“是知津矣.”
장저왈:“부집여자위수?” 자로왈:“위공구.” 왈:“시노공구여?” 왈:“시야.” 왈: “시지진의.”

장저가 말했다. “저기 수레 고삐를 잡고 있는 자가 뉘시요?” 자로가 대답했다. “공구이십니다.” “그 노나라 사람 공구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나루터를 알고 있을 거요.”

問於桀溺. 桀溺曰:“子爲誰?” 曰:“爲仲由.” 曰:“是魯孔丘之徒與?” 對曰:“然.” 曰:“滔滔者天 下皆是也, 而誰以易之? 且而, 與其從辟人之士也, 豈若從辟世之士哉?” 耰而不輟.
문어걸닉. 걸닉왈:“자위수?” 왈“위중유.” 왈:“시노공구지도여?” 대왈:“연.” 왈:“도도자천하개시야, 이수이역지? 차이, 여기종피인지사야, 개약종피세지사재?” 우이불철.

걸닉에게 물으니 걸닉이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오?” “중유라고 하오.” “저 노나라 공구 의 무리란 말이요?” “그렇소이다.” 그러자 걸닉이 말하였다. “도도히 흘러 가는 세상, 누군 들 바꿀 수 있으리오? 그대는 어째서 사람을 피해 다니는 선비를 따라다니며, 세상을 피하 는 선비를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요?” 그렇게 말하고는 씨앗 덮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子路行以告. 夫子憮然曰:“鳥獸不可與同群,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天下有道, 丘不與易 也.”
자로행이고. 부자무연왈::“조수불가여동군, 오비사인지도여이수여? 천하유도, 구불여역야.”

자로가 돌아와 아뢰었다. 선생님께서 한동안 말없이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새와 짐승과 더불어 함께 살 수 없다. 내가 이 사람의 무리와 더불어 살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살겠느 냐?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미자 편



耦而耕(우이경)-고대에는 두 사람이 쟁기를 사용해 밭을 갈았다. 이것을 우경(耦耕)이라고 한다.
過之(과지)-공자 일행이 초나라에서 채나라로 돌아올 때, 장저와 걸닉이란 은자가 밭을 갈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津(진)-나루, 나루터.
執輿者(집여자)-수레를 모는 사람. 자로가 나루터를 물을 때, 공자는 수레를 짚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滔滔(도도)-도도자(滔滔者)는 물결치는대로 떠가는, 수파축류(随波逐流)하는 세상 사람들을 비유한다.
辟人之士(피인지사)-사람을 피해 숨는 사람, 공자를 암시한다.
辟世之士(피세지사)-사회를 피해 숨는 사람, 장저, 걸닉 자신을 포함한 은사를 가리킨다.
耰(우)-고대의 농구. 땅을 고르거나 씨앗을 덮는 도구.
憮然(무연)-무망, 실망의 뜻이다.
斯人之徒(사인지도)-물결 치는대로 흘러가는 사람들, 즉 뭇세상 사람들을 가리킨다.



(중국 산동성 곡부시의 앙성문. 편액 ‘만인궁장(萬仞宮牆)’은 제자 자공이 공자를 궁궐의 높은 담장에 비유해 우러러본 말이다. 사진=이인우)

이 장면을 드라마처럼 재현하면 이렇다.

장저와 걸닉이 쟁기로 밭갈이를 하고 있고, 그 근처를 공자 일행이 지나가고 있다.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어디인 지 알아보고 오라고 시킨다.

자로가 가서 먼저 장저에게 물었더니 장저가 멀리 공자를 가리키며 되묻는다.

“저기 수레를 짚고 있는 이가 누구요?”
“공구이십니다.”
“그 노나라 사람 공구말이요?”
“그렇습니다.”
“그러시다면, 그는 나루터가 있는 곳을 잘 아실거요.”
자로가 머쓱해져서 다시 걸닉에게 묻자 걸닉이 되묻는다.
“그대는 뉘시오?”
“중유(자로)라고 하오.”
“그 노나라 공구의 제자?”
“그렇소이다.”

“허허, 세상 곳곳이 모두 물결치는대로 흘러가는 사람들로 가득하오. 누군들 그런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오? 그대는 사람을 피해 다니는 사람을 그만 따라다니고, 세상을 피해 사는 사람을 찾아가는게 좋을거요.” 라고 말하고는 밭 가는 일을 계속한다.

자로가 돌아와 있었던 일을 공자에게 전한다. 공자가 이야기를 듣고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동안 아무말이 없다가 이윽고 말한다.

“사람은 새나 짐승과 더불어 무리를 이룰 수 없다. 내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않고 다시 누구와 어울려 살겠는가? 만약 천하에 밝은 질서가 있다면, 나, 공구가 굳이 그것을 바꾸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의 내용은 자못 희극적이다, 한편의 소극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심장하다. 분명, 장저, 걸닉 두 사람은 저잣거리에서 멀리 떨어져서, 자기 노동으로 먹고 살아가는, 자식기력(自食其力)의 은사(隱士)이다. 그들은 공자가 어떤 사람인 지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비웃는 어조로 공자를 풍자한다. “是知津矣”, 즉 “나루터를 알고 있다”는 장저의 말에는 표면적인 의미 말고도 숨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배로 강을 건너는 나루터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공자처럼 박학다식하고, 남을 교도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은 마땅히 어떤 인생행로를 걸어야 하는 지, 그 행로로서의 나루터가 어디인 지 잘 알고 있을 터인데. 하필 나에게 물을 게 뭐 있느냐?, 그런 의미이다. 자로가 그런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걸닉에게 묻는다.

걸닉 역시 나루터가 어디에 있는 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고, 자로에게 “피인지사를 따를 것인가”, “피세지사를 따를 것인가”를 반문하면서 마땅히 후자를 따르라고 말한다. 은자의 삶의 방식이 正道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자는 당연히 걸닉의 관점을 찬성하지 않는다. 공자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은 모두 천하중생의 일원으로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접촉하며 살아가는 존재이지 山林에 들어가 뭇짐승들 무리 속에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공자의 이런 인식은 매우 선진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근대 사상가의 과학적 인식에 매우 가깝게 가 있다. 더욱이 공자는, 천하에 도가 없으니, 오로지 義로써 세상을 개혁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널리 인민에게 베풀며 대중을 구제(博施於民而能濟衆)”(옹야 편)하고 “온 세상을 모든 인민의 것이 되게(天下爲公)”(<예기> ‘예운’) 하는 세상을 목표로 분투한 것이다.

이 장은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儒家)와 은자들로 대표되는 도가(道家), 두 사상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의 차이를 매우 정채하게 보여준다.



<노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이다. 주로 잠언편들인 논어 중에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드문 편 중의 하나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자 일행과 은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問津”, 즉 ‘나루터를 묻는다’라는 철학적인 질문이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라는 화두가 되어 오래토록 여운을 남기는 논어 명장면의 하나이다.

鳥獸不可與同群.

고난과 궁핍의 연속에 빠져있으면서도, 척박한 그 현실에 굳건히 발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공자의 처연하면서도 단호한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말이다.

은자들의 생각이 비록 순수할지라도, 그것이 한낱 그 자신의 구원에 그치는 것이라면, 공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람들 속에 있고자 한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의 말을 하며, 사람의 기쁨과 슬픔, 사람의 사랑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살겠다.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서 누구와 더불어 사람다운 세상을 이룩하려는가?’

무연히 허공을 응시하며 새삼 자신의 사명을 다짐하는 공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인우(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

저술·번역가.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한 뒤 한겨레 문화부장, 편집부국장, 제작국장 등을 지냈다. 2016년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2016)를 짓고, 2022년부터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대(立命館大) 객원연구원으로 논어 등 동양고대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음식천국 노회찬』(2021) 『서울백년가게』(2019)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2014),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 한겨레 10년의 이야기』(공저, 199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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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자의 논어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저자 이인우, 출판 책세상
발매 2016.04.20.

공자 :
기원전 551년~479년, 노나라
(지금의 중국 산동성 지역)
곡부 동남쪽에 위치한 창평향 추읍에서 태어남.
10대부터 생계를 도맡아 창고지기, 목장지기등
여러 직업을 가짐.
춘추전국시대, 하루가 멀다하고
힘있는 사람에 의해 패권이 뒤집히는 바람에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대로 피폐해진다.

50대에 이르러 정치에 나서 인으로써 노나라 개혁을
시도했다가 귀족들과 기득권 세력에 막혀 실패하자
망명길에 오름.
무려 14년동안이나 주유열국하며 자신의 이상을
펼치려했으나 실패.
몇 차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노나라에 돌아와
후학양성에 힘쓰고 노나라 역사서 [춘추]를 저술.
7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

책소개

2012년부터 3년동안 [이인우의 논어명장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생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공자의 '인'과 유가사상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가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요근래 공자 및 논어와 공자의 제자들에 관한 책을
몇 권 탐독하면서 공자가 유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를 곁에서 보좌하고
좋은 말씀을 새기고 후대에까지 전해주었던
제자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볍지 않은 내용을 깊이있는 문체로,
쉽게 써내려가서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찬찬히 한 부분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은 줄을 그으면서 읽으라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몇 번이고
되새기며 읽었다.

작가 이인우씨가 참고한 도서
요시카와 고지로 [공자와 논어]
시라카와 시즈카 [공자전]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공자]
사마천의 [사기] 등..

본문 발췌

아래는 본문의 내용 중 내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다.
여기에 옮겨두고 깊이 깊이 새기려 한다.

군자는 늘 용모를 단정히 하고, 표정은 밝은 가운데
진지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지도자의 당당하고 의연함을 보고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엄이 넘치면서도
사납지 않은 모습이다.

남의 덕은 진심으로 격려해주되
덕의 크기를 비교하여
자기를 한계지을 필요는 없다.

올바르게 살고 싶어 하면서도 가난과 낮은 처지를
부끄러워한다면 아직은 조금 부족한 사람이다.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자 정직이며 자기신뢰의 첫 걸음이다.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은 자신을 한계짓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 분명하다.

인생은 정직한 것이다.
속이고도 살아 있는 것은 요행히 모면하고 있을 뿐이다.

본인의 능력이 출중한데도 자기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물으며,
자기가 많이 아는 사람임에도
자기보다 지식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있지만 없는 듯 한걸음 물러서 있고,
내면이 꽉 차 있으면서도 늘 빈듯이 자기를 낮춘다.
모욕을 받아도 모르고 저지른 것이려니 여긴다.

모름지기 군자란 자기의 무능함을 괴로워할 뿐,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보통은 한 권의 책을 집중해서 빨리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냈다.
늘 '어떤 책이건 책은 진리다.' 라는 마음이지만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무르익지 못했을 땐
기본으로 돌아가는 이런 책이 좋은 것 같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빨리 서두르기만 하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태풍에 휩쓸리는 것과
같을 것이므로..

이 한 권의 책으로 공자같은 성현을 알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저 알고자하는 호기심만 일어도
커다란 성과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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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망명객’ 이었던 공자, 인류 스승으로 꼽는 이유는
기사입력 2016-04-23 

이인우 지음/책세상/1만8000원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이인우 지음/책세상/1만8000원

공자는 자신의 이상이 현실정치에서 활용되기를 갈망했다. 그래서 세상을 떠돌았다. 14년간의 ‘주유열국’(周遊列國).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험난한 여정이었으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는 떠돌이 망명객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위대했다. 중국의 고대 역사가 사마천은 공자를 “지극한 성인”이라고 높였고, 20세기 저명한 역사학자인 미국의 헬리 글래스너 크릴은 “2500년 전 중국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일생처럼 인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예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대에는 ‘떠돌이 망명객’에 불과했던 공자가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고단한 생활 속에서 얻은 성찰과 모색을 통해 삶의 지표를 거듭 확인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제, 부조리로 가득한 시대를 살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는 공자의 지혜가 더욱 유효한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공자 사상의 핵심을 설명하고, 청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공자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현대를 살다 공자의 시대로 시간이동을 한 ‘이생’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웠다. 현대인의 시선과 공자를 보좌하는 관찰자의 시선을 두로 활용해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 공자와 제자들이 처한 상황 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은 공자가 “허물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늘 거기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격려한 사람이었다”고 소개한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