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0

미들마치 1 : 알라딘 미들마치 1 조지 엘리엇 2024- Middlemarch

미들마치 1 : 알라딘
미들마치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6
조지 엘리엇 (지은이),이미애 (옮긴이)민음사2024-01-15원제 : Middle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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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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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1
미들마치 2



책소개
영문학사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Middlemarch)』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미들마치』는 빅토리아 시대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욕망, 나아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본성의 명암을 포괄적으로 고찰한 대작이다.

가상의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각 사회 계층을 대변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결혼, 종교, 선거권,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같은 주제들을 둘러싼 풍부한 담론과 극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전개하는 『미들마치』는 그 주제들의 방대함과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세밀한 필치로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새긴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풍경화라는 찬사를 받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미들마치』를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훌륭한 영국 소설 중 하나”라고 평했다. 울프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전의 로맨스 소설들과는 달리 『미들마치』가 결혼을 다양한 역학 관계가 작용하는 사회 심리학적 결단으로 그린 것에 주목했다. 『미들마치』의 뼈대는 세 커플의 결혼 이야기다. 여기서 결혼은 지적 열망이 가득했던 어린 신부에게 우울증의 나락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질병 치료의 혁신을 추구했던 젊은이를 비참한 빚쟁이로 전락시키는가 하면, 상속받을 재산만 믿고 허랑한 생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철부지 청년을 견실한 농부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조지 엘리엇은 다채로운 인물들의 내면, 욕망과 선택의 동기, 갈등의 양상을 깊이 파고들어 인간 경험의 사실적인 태피스트리를 빼어나게 직조해 냈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심리적 위기와 고뇌에 대한 공감력, 사회적 규범이 낳은 모순과 위선에 대한 조지 엘리엇의 통찰은 놀랍다.


목차
프렐류드 7
1부 브룩 양 11
2부 노인과 청년 209
3부 죽음을 기다리며 383
4부 세 가지 사랑의 문제 535


책속에서


P. 8후세에 태어난 테레사들은 자신들의 열렬한 영혼에 지식으로 작용할 일관된 사회적 믿음과 규율을 찾을 수 없었다. 그네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에 이끌리거나 여자들의 평범한 갈망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전자는 방종하다는 비난을 받았고, 후자는 일탈이라고 매도되었다.
P. 19현명한 후커가 가련하게 실수를 저질러 결혼하지 않도록 구해 줄 수 있는 시절에 자신이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그를 받아들였을 거라고 믿었다. 혹은 실명한 존 밀턴이나 다른 위대한 남자를 받아들였을 테고, 그들의 기묘한 습성을 참아 내며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잘 모르겠다고 말할 때도 “네, 그렇고말고... 더보기
P. 50우리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일 테니까. 파스칼과 결혼하는 것과 같겠지. 위대한 사람들이 진실을 보아 온 빛으로 나도 진실을 보게 될 거야. 그러면 내가 나이 들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겠지.
P. 87도러시아는 너무나 어린아이 같았고, 매우 영리하다는 평판이 있기는 했지만 어떤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너무나 어리석었다. 예컨대 바로 지금처럼, 비유적으로 말해서 캐소본 씨의 발밑에 몸을 던지고 그가 청교도의 교황이라도 되는 양 그의 멋없는 구두끈에 입을 맞춘 이 경우에도 그러했다. 그녀는 캐소본 씨가 그녀에게 걸맞은 좋은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도록 일깨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캐소본 씨에게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될지를 염려하며 자문했을 뿐이다. 접기
P. 103그러나 그녀가 천박한 부자들에 대해 느낀 감정은 가히 종교적 증오심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들은 소매가를 높이 매겨서 돈을 벌었을 테고, 캐드월레이더 부인은 목사관에 현물로 공급되지 않는 물건을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실 때 그런 사람들을 계획에 넣지 않으셨다. 게다가 그들의 억양은 귀를 따갑게 했다. 그런 극악무도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도시는 저급한 코미디에 지나지 않았고, 점잖은 우주를 설계할 때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캐드월레이더 부인을 가혹하게 비판하고 싶은 숙녀가 있다면 자신의 아름다운 관점은 얼마나 포용력이 넓은지 살펴보고, 그 관점이 영광스럽게도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을 수용하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접기
P. 106~107남자건 여자건 우리 인간은 아침 식사와 정찬 시간 사이에 수많은 실망감을 삼키곤 한다. 눈물을 참고 약간 핏기가 사라진 입술로 누군가 묻는 말에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자존심이 우리를 돕는다. 우리가 입은 상처를 숨기라고 촉구할 때의 자존심은 나쁘지 않다.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니.
P. 233여자들이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게 여기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고 사람들이 늘 상상하는 것은 젊은 아가씨의 인생에서 가장 불쾌한 일 가운데 하나일 거야. 난 적어도 그런 것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내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날 사랑한다고 상상할 만큼 터무니없는 허영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P. 332어쩌면 우리 몸은 그 많은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모든 평범한 인간의 삶을 예리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면 풀잎이 자라는 소리와 다람쥐의 심장 박동을 듣는 것과 같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정적의 건너편에서 포효하는 소리에 놀라 죽고 말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우리 중 가장 민감한 사람도 둔감함으로 귀를 잘 틀어막고 살아간다. 접기
P. 334우리는 처음에 아는 것은 거의 없고 믿음은 많은 상태로 시작했다가 때로는 결국 아는 것은 많고 믿음은 거의 없는 상태로 끝나게 된다.
P. 428메리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게으르고 경박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내게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듯이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는데,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너는 그런 경멸을 당하며 견딜 수 있어? 유용한 일이 많은 세상에서 어떻게 아무 쓸모도 없는 상태를 견딜 수 있니? 게다가 네게는 좋은 점이 아주 많잖아, 프레드.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을 텐데.”
“네가 바라는 거라면 무슨 일이든 노력하겠어, 메리.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준다면.”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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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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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로, 1819년 영국 워릭셔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병약했던 탓에 어려서부터 여러 기숙학교를 돌며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정통 기독교인 복음주의를 포기하고 보편적 인간성에 입각한 비국교도 교리를 택했다. 1854년 급진적 자유사상가인 유부남 조지 헨리 루이스와의 동거로 런던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루이스의 격려에 힘입어 서른일곱 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만, 1878년 루이스의 사망과 더불어 그녀의 작품 활동은 끝났다. 엘리엇은 예술의 위대한 기능은 ‘공감을 확대하고 개인적 운명의 경계를 넘어 경험을 증폭하고 다른 인간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비평가 F. R. 리비스가 역설했듯, 엘리엇의 심리적 사실주의 미학은 삶에 대한 진지한 윤리적 감수성의 결실이고, 이런 미학을 통해 엘리엇은 19세기 영국 소설을 도덕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진지한 장르로 발전시켰다. 엘리엇은 이십여 년의 집필 기간 동안 슈트라우스의 『예수의 생애』와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을 번역했고, 《웨스트민스터 리뷰》의 부편집인으로서 많은 에세이를 발표했다. 1857년 세 편의 단편을 모은 『성직 생활의 단면들』을 조지 엘리엇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한 뒤, 대표작 『미들마치』와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을 비롯해 『애덤 비드』, 『사일러스 마너』, 『로몰라』, 『급진주의자 펠릭스 홀트』, 『다니엘 데론다』 등의 장편 소설과 『스페인 집시』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1880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접기

최근작 : <미들마치 2>,<미들마치 1>,<노벨라33 세트 - 전33권 (활판인쇄 양장 1천 세트 한정판)> … 총 1603종 (모두보기)

이미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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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국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등대로』, 제인 오스틴의 『엠마』, 『설득』,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미들마치』, J.R.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 『햄의 농부 가일스』, 『톰 봄바딜의 모험』, 『큰 우튼의 대장장이』, 『로버랜덤』, 『나무와 이파리』, 캐서린 맥일웨인의 『J.R.R. 톨킨: 가운데땅의 창조자』,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등이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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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분야 : 고전 1위 (브랜드 지수 6,433,830점), 일본소설 3위 (브랜드 지수 883,019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4위 (브랜드 지수 1,294,57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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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로맨스 소설이 비워둔 결혼 전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빅토리아 시대를 총체적으로 담아낸 최고의 풍경화

“수많은 이야기의 도달점이었던 결혼은
아담과 하와에게 그랬듯이 지금도 위대한 시작이다.”

타임 선정 역대 가장 사랑받은 소설 10위
가디언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00권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소설

▶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영국 소설 중 하나.” ─ 버지니아 울프

영문학사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 1819~1880)의 『미들마치(Middlemarch)』(1870~1871)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436.437번)으로 출간되었다. 『미들마치』는 빅토리아 시대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욕망, 나아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본성의 명암을 포괄적으로 고찰한 대작이다. 가상의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각 사회 계층을 대변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결혼, 종교, 선거권,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같은 주제들을 둘러싼 풍부한 담론과 극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전개하는 『미들마치』는 그 주제들의 방대함과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세밀한 필치로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새긴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풍경화라는 찬사를 받는다.

■ 누가 누구와, 왜 결혼하는가?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일 테니까. 파스칼과 결혼하는 것과
같겠지. 위대한 사람들이 진실을 보아 온 빛으로 나도 진실을 보게 될 거야.”

버지니아 울프는 『미들마치』를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훌륭한 영국 소설 중 하나”라고 평했다. 울프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전의 로맨스 소설들과는 달리 『미들마치』가 결혼을 다양한 역학 관계가 작용하는 사회 심리학적 결단으로 그린 것에 주목했다. 『미들마치』의 뼈대는 세 커플의 결혼 이야기다. 여기서 결혼은 지적 열망이 가득했던 어린 신부에게 우울증의 나락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질병 치료의 혁신을 추구했던 젊은이를 비참한 빚쟁이로 전락시키는가 하면, 상속받을 재산만 믿고 허랑한 생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철부지 청년을 견실한 농부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조지 엘리엇은 다채로운 인물들의 내면, 욕망과 선택의 동기, 갈등의 양상을 깊이 파고들어 인간 경험의 사실적인 태피스트리를 빼어나게 직조해 냈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심리적 위기와 고뇌에 대한 공감력, 사회적 규범이 낳은 모순과 위선에 대한 조지 엘리엇의 통찰은 놀랍다.
주인공 도러시아 브룩은 당대의 사회 규범 또는 제도적 제약 때문에 여자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학문적 성취를 노학자와의 결혼으로 대체하려 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네, 그렇고말고요!”라고 대답하는 상냥하고 잘생기기만 한 남자는 그녀에게 감동적인 애인이 될 수 없었다. “참으로 기쁜 결혼이란 아버지 같은 남편이 아내가 원한다면 히브리어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1권 19쪽)고 믿었다.
하지만 도러시아가 추앙했던 에드워드 캐소본 목사는 학자로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일 뿐만 아니라 반려자로서도 이기적이고 옹졸하다. 그는 도러시아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아내로 삼을 수 있었던 여자 중에 그녀가 가장 결점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결혼했다. 그랬기 때문에 도러시아는 그에게 곧 대단히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러나 젊은 여자는 예상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존재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녀는 그를 간호했고, 책을 읽어 주었고, 그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차렸고, 그의 감정 상태를 염려했다. 그러나 그를 판단하고 있으며, 아내로서의 헌신은 그녀의 불신―이와 더불어 남편과 남의 행위를 전반적 상황의 한 부분으로 너무나 명료하게 파악하는 비교 능력―을 회개하고 속죄하려는 것이라는 확신이 남편의 마음에 스며들었던 것이다. (1권 694쪽)

어린 아내에 대한 자격지심에 아내와 친분을 나누는 윌 래디슬로의 불륜까지 상상했던 캐소본은 만약 자신이 죽고 나서 도러시아가 윌과 재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유산은 상속받지 못하도록 유언장까지 고친다.
터시어스 리드게이트는 혁신적인 의술로 의학계를 진보시키겠다는 높은 이상을 품고 미들마치에 온다. 그는 남편을 존경하고 스스로를 아름다운 장식처럼 꾸밀 줄 아는 아내를 원하며 로저먼드 빈시에게서 그런 여자를 찾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미들마치의 답답한 중산층 집단에서 벗어나 귀족 계층으로 상승할 기회만을 갈망하던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가 준남작의 조카라는 사실에 매력을 느낄 뿐이다. 이 커플은 애초에 상대의 내밀한 욕구를 알지 못한 채 자기 소망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그에 따른 오해와 갈등만 키워가고, 결국 그들의 결혼은 ‘재앙’이 되고 만다.
허상이 부서진 뒤 결혼은 어떻게 지속되는가? 리드게이트는 자기 선택에 대해 책임지려 애쓰고 상대에 대한 연민을 배우기도 하지만 실패한 인생에 대한 자조적 의식에 짓눌리고 만다. 도러시아는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기를 기대하며 스물일곱 살 연상의 현학적인 목사를 남편으로 선택했던 것이 세상에 대한 무지와 자신의 헛된 욕망에서 빚어진 비극이었음을 깨닫지만,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그의 감정과 내밀한 고통을 이해하려 애쓴다.
한편 어린 시절의 소꿉동무였던 프레드 빈시와 메리 가스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가진 것이 없고,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는 인물들이지만, 상대에 대한 허상이나 자기기만 없이 계층적 차이나 편견을 극복하며 관계를 일구어 간다. 프레드는 매력적이지만 재정 관념이 없는 무책임한 청년이고, 메리 가스는 존경받는 토지 중개인의 딸이다. 프레드는 메리를 줄곧 짝사랑하고, 현명한 메리는 프레드를 좋아하면서도 무모한 행동으로 늘 빈곤을 겪는 그의 자질에 의구심을 품는다. 메리는 프레드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레드는 메리 가족의 반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메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노력한다.

메리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게으르고 경박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내게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듯이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는데,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너는 그런 경멸을 당하며 견딜 수 있어? 유용한 일이 많은 세상에서 어떻게 아무 쓸모도 없는 상태를 견딜 수 있니? 게다가 네게는 좋은 점이 아주 많잖아, 프레드.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을 텐데.”
“네가 바라는 거라면 무슨 일이든 노력하겠어, 메리.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준다면.” (1권 428쪽)

『미들마치』에서 한 인물의 이야기는 다른 인물의 이야기와 여러 갈래로 교차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 촘촘한 이야기 구조와 전지적 화자의 방백 같은 내러티브 기법을 통해 조지 엘리엇은 한 지방 도시와 그 주민들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엮어낸다. 조지 엘리엇이 이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한 1860년 말은 영국의 산업화와 제국주의적 기획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엘리엇은 그로부터 40여 년 전, 선거권 개정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철도 부설 사업이 시작되며 가톨릭 해방령으로 종교 논쟁이 가열되고 의회가 해체된 후 총선을 치르면서 귀족에게 제한되어 있던 선거권이 일반 서민에게 확대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변화를 모색하는 에너지가 꿈틀대기 시작하는 소도시 미들마치에 제각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신화의 근원을 연구하면서 정작 당대의 혁신적인 연구 성과에 무지하고 지엽적 확신에 매몰된 에드워드 캐소본 목사, 첫 번째 결혼에서 쓰디쓴 절망을 겪었음에도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유산을 포기하며 또 한 번의 결혼과 새로운 삶을 향해 발을 내딛는 도러시아, 질병의 획기적인 치료를 꿈꾸며 의료 개혁을 추구하는 터시어스 리드게이트, 대학까지 마치고도 성직이 적성에 맞지 않아 갈등하는 프레드 빈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불의도 눈감지 않는 굳건한 메리, 이들은 내적 결함이나 외적 제약으로 좌절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맞춰 도전하며 삶의 궤적을 그려 간다.
조지 엘리엇은 『미들마치』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결혼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는데, 그것은 결혼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복잡한 역학 관계, 사회적 기대가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결과를 탐구할 수 있는 풍부한 맥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

“도러시아를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은 대개 그녀가 ‘좋은 여자’였을 리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좋은 여자라면 첫 번째 남자와도 두 번째 남자와도 결혼하지 않았을 테니까.”

『미들마치』는 빅토리아 시대 평범한 한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 개인의 선택이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 또는 사회 구조 자체가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문학적으로 고찰한, 한 시대의 정밀한 초상이자 독창적 탐구이기도 하다. 『미들마치』는 뛰어난 사실주의와 심리적 고찰로도 독보적인데, 등장인물에 대한 낭만적이고 이상화된 전형적 묘사에서 확연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의 차별성과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은 작가 조지 엘리엇의 특별한 환경에 바탕하고 있다. 조지 엘리엇은 여성 작가가 공식적으로 남성 작가와 동등한 인정과 존중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대에 남성적 필명으로 글을 쓴 여성 작가였다. 다시 말해, 『미들마치』는 여성 작가로서 조지 엘리엇의 특수한 조건, 사회적으로 제한된 기회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 작가로서 기울인 지적 단련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조지 엘리엇은 자신의 작품이 문학계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던 만큼 연구와 독서에 열중했으며, 당대의 철학을 깊이 탐구하고 저명한 사상가 및 작가들과 교류했다. 엘리엇은 프랑스 사회학의 창시자 오귀스트 콩트의 인도적 철학이나 스피노자의 윤리학, 포이어바흐의 인간 중심 신학에 대해 잘 알았고 당대 영국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사상에도 공감했다. 존 로크와 에드먼드 버크,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영국의 전통적 자유주의자들은 언론과 사상의 자유뿐 아니라 노예제 철폐를 주장하고 여성 참정권을 옹호하며 영국의 인도 식민지 운영을 비판하는 등 당대로서는 획기적인 개혁을 주장했는데 엘리엇은 진보에 대한 전반적 믿음을 공유했으며 개혁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그들과 맥을 같이한다. 그녀의 문학적 지향과 『미들마치』를 비롯한 그녀의 작품들이 품은 철학적 깊이와 다층적 시각은 동시대의 진보적 사상을 섭렵해 간 집념의 결과이다.
조지 엘리엇은 유부남인 조지 헨리 루이스와 동거하며 사회적인 고립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습적인 결혼 제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사랑, 의무, 관습적 제도의 모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으로 남겼다. 한 개인이 처한 상황을 세밀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특정한 상황에서 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 그런 선택에 이르게 한 심리적 동인은 무엇인가를 파헤치며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성향이나 내밀한 욕구, 선입관이나 편견, 주위 인간들에 대한 태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교한 심리적 사실주의 소설을 구축해 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천박한 부자들에 대해 느낀 감정은 가히 종교적 증오심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들은 소매가를 높이 매겨서 돈을 벌었을 테고, 캐드월레이더 부인은 목사관에 현물로 공급되지 않는 물건을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실 때 그런 사람들을 계획에 넣지 않으셨다. 게다가 그들의 억양은 귀를 따갑게 했다. 그런 극악무도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도시는 저급한 코미디에 지나지 않았고, 점잖은 우주를 설계할 때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캐드월레이더 부인을 가혹하게 비판하고 싶은 숙녀가 있다면 자신의 아름다운 관점은 얼마나 포용력이 넓은지 살펴보고, 그 관점이 영광스럽게도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을 수용하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1권 103쪽)

개인이라는 주체와 외적 사회 환경이라는 객체의 역학 관계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인물 중 하나는 리드게이트다.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원시 세포를 발견하려는 열망과 의료 체계를 개혁하려는 야심을 품고 영국에 돌아와 번잡한 인간관계를 피하기 위해 미들마치에 정착한 그는 처음에 놀라운 의술을 가진 의사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청진기를 사용하여 진찰하고 약을 제공하지 않으며 시신을 해부한다는 소문으로 점점 환자들에게 도외시되면서 금전적 고통을 받는다. 더구나 다른 의사들에게 질시와 분노를 일깨우며 의사 집단에서 소외되고, 불스트로드가 설립한 열병 병원의 관리를 맡으면서 다른 의사들과 반목은 극에 달한다. 열병 병원의 목사를 선출하는 투표 장면은 거미줄처럼 뒤얽힌 여러 이해관계의 갈등과 집단의 압박 및 질곡을 잘 보여준다. 인습적인 관계로 엮여 있고 민간요법이 관행인 소도시의 의료계에서 개혁 추구는 지난한 일이며, 이상주의적 신념은 관행의 벽에 부딪쳐 쉽게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리드게이트의 좌절은 내적 요인에서 기인한 바도 크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열망을 품은 매력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융화를 이루지 못하고 귀족적이고 세속적인 취향으로 인해 경제적 고충을 겪는다. 무엇보다도 결혼을 통해서 쓰라린 좌절을 경험한다.

어떤 신사들은 자신의 위대한 영혼이 실수로 빠져든 우주라는 따분한 덫에 대해 전반적인 불만을 표현함으로써 문학계에서 놀라운 인물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자아와 하찮은 세계를 의식한다면 그 나름의 위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드게이트의 불만은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그것은 사고와 효과적인 행동에서 위대한 존재가 자기 주위에 있는 반면 자신의 자아는 점점 협소해지면서 비참하게 고립된 이기적인 두려움에 빠져들고 그런 두려움을 줄여 줄 사건을 천박하게도 노심초사하며 바라고 있다는 의식이었다. (2권 363쪽)

조지 엘리엇은 로저먼드 빈시나 캐소본 같은 자기중심적 인물을 묘사할 때도 “가엾은” 같은 형용사를 붙여 부르며 그들에 대한 이해심을 독자에게 호소한다. 이런 서술이 자칫 교훈적이거나 설교적이라는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상대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공감을 요구한다고 불평할 때 실은 우리가 그들을 위해 비워 둔 공감의 자리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화자의 지적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에 열렬한 신앙심으로 전도에 열중하지만 부정하게 남의 재산을 가로채고는 하느님의 일을 수행한다고 자신과 세상을 속이는 위선자 불 스트로드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그의 고뇌에 공감은 아니더라도 이해와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작가로서 엘리엇의 강점이고 곧 그녀의 윤리 의식에서 비롯한 탁월한 성취이다.

그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는 옆에 앉아서 함께 울었다. 둘이 함께 나누는 치욕이나 그들에게 치욕을 가져온 행위에 대해서 아직은 서로 언급할 수 없었다. 그는 말없이 고백했고, 그녀는 말없이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솔직한 성격이었지만 그럼에도 서로 의식하는 것을 가리킬 말을 피했다. 타오르는 불똥을 피하듯이. 그녀는 “어느 정도나 중상모략이고 잘못된 혐의인가요?”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는 “나는 죄가 없소.”라고 말하지 않았다. (2권 529쪽)

엘리엇이 추구했던 사실주의적 미학에 따르면, 당대의 문학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목가적 풍경이나 영웅적 인물은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으므로 진실이 아니다. 엘리엇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안에서 진실과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물들의 복합적인 심리를 정교하게 그리고자 한다. 1856년 엘리엇은 《웨스트민스터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예술의 위대한 기능”은 바로 “공감을 확대하고 우리의 개인적 운명의 경계를 넘어 경험을 증폭하고 동료 인간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를 확실성이 무너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대안적 가치로 제시한다. 영국 비평가 F. R. 리비스가 역설했듯이 엘리엇의 심리적 사실주의 미학은 삶에 대한 진지한 윤리적 감수성의 결실이고, 이런 미학을 통해 엘리엇은 19세기 영국 소설을 도덕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진지한 장르로 발전시켰다. 엘리엇이 역설한 인간관계의 신성함과 타인에 대한 공감적 태도 및 우애, 평범한 인간의 헌신적 삶에 대한 강조는 19세기 초 낭만주의 시인들의 세계관과 토머스 칼라일의 신념을 연상시키는 바가 크다. 기존의 기독교 중심적인 윤리와 확신이 무너진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유기적 사회와 인간 중심적 가치에서 대안을 발견한 낭만주의 사상은 빅토리아 시대를 관통하며 아름답고 위대한 유산을 남긴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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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남녀 간의 미약한 이끌림이었으나 마무리는 위대한 사랑의 힘인 이야기. 우리가 꿈꾼 그대로의 삶이 아니어서 삶은 더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빅토리아 시대의 조지 엘리엇이 만든 우주 안 청춘들의 결혼 이후의 진짜 어른의 이야기.
blanca 2024-01-29 공감 (3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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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문장들이 좋다.
건수하 2024-05-06 공감 (2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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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좁은 판형을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서 펼쳐보기 힘듭니다.
멋진 책 2024-02-28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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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전부 내 안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 이런 인물들을 창조한 조지 엘리엇에 감탄. 꼼꼼하게 붙어있는 주석 때문에 번역가와 편집자에 또 감동. 두께 때문에 멈칫 한다면 전자책도 고려해봄직 하다. 이북리더기로 틈틈이 읽었더니 드디어 1권 완독, 2권으로 넘어간다.
Laika 2024-02-19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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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aa 2024-03-0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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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ction for 그렇게혜윰님

(100자평에는 밑줄을 추가할 수 없었다…)옮긴 문장 중 맘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건수하 2024-05-08 공감(14)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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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은 없다 : 미들마치 -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다. 빅토리아 시대의 로맨스 소설이라면 <오만과 편견> 같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남녀의 연애와 결혼이 주가 되는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패스하려다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소설 <북과 남>을 읽고 영국의 로맨스 소설은 로맨스만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생각나 구입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를 잘했다. 1,2권 합쳐서 1416쪽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분량이지만, 등장인물이 다양하고 줄거리가 흥미진진해서 걱정보다는 금방 읽었다. (종이책 읽기가 힘들다면 전자책으로 구입해 TTS 기능으로 읽는 걸 추천한다.)




이 소설에는 크게 세 커플이 등장한다. 첫 번째 커플은 도러시아 브룩과 윌 래디슬로다. 도러시아는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동생 실리아와 함께 삼촌인 브룩 씨의 집에서 자랐다. 외모 꾸미기를 좋아하고 적당한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목표인 실리아와 달리, 도러시아는 가능한 한 많은 공부를 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한다. 에드워드 캐소본 목사를 보았을 때 도러시아는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캐소본 목사와 결혼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도러시아는 아무리 존경하는 남자라도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더는 존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설상가상으로 도러시아는 캐소본과 함께 로마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캐소본과 친척인 윌 래디슬로를 만나고, 늙고 지루한 캐소본과 달리 젊고 열정적인 래디슬로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도러시아는 이미 결혼한 몸인 데다가 래디슬로는 캐소본과 친척이다. 이혼 자체도 어렵지만, 이혼을 한다고 해도 래디슬로와 맺어지기는 어려울 터. 도러시아는 래디슬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도러시아의 뜻과 반대로 흘러간다.




두 번째 커플은 터시어스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빈시다. 리드게이트는 타 지역 출신의 젊은 의사로, 부와 명예보다는 의학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마을 최고 미녀인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를 보자마자 자신의 신랑감으로 점찍는데,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귀족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는 데다가 타 지역 출신인 그가 자신을 마을에서 데리고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는데, 로저먼드의 짐작과 달리 리드게이트는 귀족 출신도 아니고 이 마을을 떠날 생각도 없다. 실망한 로저먼드는 돈을 펑펑 써대고, 리드게이트는 점점 더 위기에 몰린다.




세 번째 커플은 프레드 빈시와 메리 가스다. 로저먼드의 오빠인 프레드는 부모의 뜻대로 목사가 되기를 거부하고 흥청망청 살다가 메리와의 결혼을 위해 새 사람이 된다. 이 커플은 앞의 두 커플에 비해 비중이 적고, 소설 후반의 전개를 보면 이 커플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불스트로드 씨다. 마을의 은행장 불스트로드 씨는 오랫동안 마을의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존경 받았는데, 사실 그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 부자가 되었고 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뀐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기 때문에 의외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도러시아인데, 그의 대단한 점은 여자는 교육 받을 필요가 없고 얌전히 지내다가 남편 만나서 애 낳고 살면 그만이라는 당대의 사회적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혼을 통해서라도 교육의 기회를 붙잡으려고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등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작가 조지 엘리엇이 도러시아 같은 여성이었다고 하니 더욱 감동적이다.) 남성 캐릭터 중에서는 리드게이트가 도러시아 못지 않게 지적이고 정의감도 투철한데, 그런 그도 결혼 상대를 잘못 고른 바람에 인생이 꼬인 걸 보면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노랫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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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25-01-29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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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1










표지가 참 예쁘다는 생각, 특히나 창밖으로 보여지는 쭉 뻗은 길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싶어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바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이다. 그리고 표지 속 여인의 옷차림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현대소설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데 무려 1870년의 작품이다.

작품을 쓴 조지 엘리엇은 18세기 초에서 이 작품을 쓴 10년 후까지 살았던 인물로 영국문학사에서는 손꼽히는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 『미들마치』라고도 하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시대적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라고 한다.

영국 사회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문화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픽션이되 논픽션적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영국 문학사에서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당시가 더 결혼에 있어서는 더 중요한 화두가 아니였을까 싶다. 여성 인권, 참정권, 재산권 등과 관련해서도 결혼이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텐데 주인공 도러시아 브룩은 당시의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지적인 욕망까지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이를 보상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결혼 생활 속에서 남편인 에드워드 캐소본은 자신의 이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지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또 정신적 성숙함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권위적이기까지 한 캐소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애초에 도러시아와 캐소본이 결혼을 통해 얻고자 한(추구하고자 한 이상) 목표는 너무나 달랐다. 도러시아는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제약 때문에 이룰 수 없었던 학문적 성취를 학자였던 남편을 통해서라도 이루고자 했지만 캐소본에게 있어서 도러시아는 아내로서 가장 적합했을 뿐이다.(결점이 없다는...)

결국 그런 옹졸함은 아내와 윌 래디슬로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상상까지 하게 만들고 자신의 사후 아내의 유산상속을 막기 위한 유언장까지 고치는 결정을 내린다.

또 다른 인물로서 로저먼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리디게이트와의 결혼을 통해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여기에 프레드와 메기는 결혼하려는 것부터 순탄지 않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과 그들의 사회적 지위, 계급, 그리고 그들이 결혼을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고 결혼에 대한 자세나 결혼 이후의 삶 등을 그려내는 작품이라 이런 시대의 삶을 작품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고 이 당시 여성에 대한 인식, 사회와 가정이 추구하고자 한 여성상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미들마치 #조지엘리엇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계문학 #결혼 #편견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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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hbs 2024-05-1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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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 마치1

『미들 마치』​​조지 엘리엇 (지음) | 이미애 (옮김) | 민음사 (펴냄)​​​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왜 버지니아 울프가 이 소설을 그렇게 칭찬했는지, 왜 성인을 위해 쓰인 극히 드문 영국 소설 중의 하나라고 했는지 말이다. 읽어보니 그리고 맥락을 보니 왜 그런 칭송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기존의 여타의 다른 소설과는 접근하는 문법이 다르다. 빅토리아 시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 시절 여성들의 삶이란 어떠한가? 막 피어나려는 데 짓 밝혀야 하는 아마도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머리로는 기존의 관습이 아니... + 더보기
소동맘 2024-05-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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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1,2











조지 엘리엇이란 필명으로 쓴 [미들마치]란 작품에 대해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훌륭한 영국 소설 중 하나"라고 평한 버지니아 울프 말처럼 두 권의 벽돌책에 가까운 작품을 접하면서 일말의 공감이 간다.







가상의 도시 미들마치에서 세 남녀 커플들이 다른 결혼관을 통해 당대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의 생각과 남성과 여성이란 자리에서 바라보는 각기 다른 욕망들과 생각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지적열망을 갖고 있는 도러시아가 나이가 많은 캐소본을 선택했던 결혼조건은 남편을 통한 지적 소망과 그를 돕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배우고 싶어도 많이 배울 수 없었던 그 시대에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었을 결혼이란 선택, 하지만 편협하고 질투에 먼 남편으로 인해 그녀는 실망을 하는 가운데 그가 죽은 후 남긴 유언장으로 인해 분노와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한편 결혼으로 인해 신분상승을 꿈꾼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를 만나면서 행복한 결혼의 꿈을 꾸지만 리드게이트가 빚에 시달리고 의사로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생활에 곤궁이 오자 불화가 일어난다.













또한 프레드 빈시와 메기 가스의 경우도 결혼을 원하는 바는 같지만 프레드의 경우 아버지가 원하는 목사의 길과 이에 반대하며 진정한 일하는 사람이길 원하는 메기 사이에 고민하게 된다.



























엘리엇은 이렇듯 여러 상황에 비춘 결혼양상을 통해 서로 다른 계급과 신분, 미들마치란 고립된 듯 보인 한적한 소도시에서 이방인 취급하듯 여긴 리드게이트나 혼혈이자 유대인인 래디슬로에 대한 차별적인 편견과 시선을 거두지 않는 모습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관념과 통속적인 순종적이고 연약한 여인상을 당연하듯 여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정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생각을 통해 서로 바라보고 제2의 인생출발점을 시작하기까지 곁들여진 그 외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정치적인 이점에 따른 선거제도와 종교, 관습, 통념에 대한 생각들, 여기에 저자의 생각이 담긴 곳곳에 포진된 비유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이처럼 소상하게 펼쳐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커플은 프레드 빈시와 메기 가스다.







계급을 뛰어넘어 '신랑감 길들이기'처럼 프레드 빈시란 인물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시종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보인 메기의 모습은 결혼하기까지 허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진짜 모습과 생각들을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냈다는 점에서 결혼이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이에 반해 로저먼드는 배우자와의 소통을 중시한 것이 아닌 '결혼' 그 자체에서 오는 환상만을 꿈꾼 결과 실망으로 인한 부부 사이의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또한 도러시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래디슬로와 재혼을 결정한 점은 메기와는 또 다른 결혼의 이상처럼 보인 부분이라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이란 이상향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배우자에게 힘이 되는 여인으로 거듭난 점 또한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렇듯 다양한 군상들의 집합소처럼 여길 수 있는 미들마치에서 벌어지는 여러 주제들을 통해 결혼의 이상은 무엇일까에 대한 모습들을 다각적으로 그려냈다.







그 시대나 오늘날이나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대화가 필요하며 용서와 화합에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 여성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펼칠 수없었던 시대에 세 여성들의 행보를 통해 각기 그들의 생각과 함께 떠나본 여행이라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새삼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결혼을 소재로 한 고전작품들을 접해왔지만 이 작품에서 보인 결혼 실사판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과 당대 풍물화처럼 그려진 배경들로 인해 재밌게 읽은 책이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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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노마드 2024-05-1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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