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6

대만불교 호스피스, 日불교계도 ‘주목’ < 해외불교 < 종합 < 기사본문 - 현대불교신문

대만불교 호스피스, 日불교계도 ‘주목’ < 해외불교 < 종합 < 기사본문 - 현대불교신문

대만불교 호스피스, 日불교계도 ‘주목’
기자명박영빈 객원기자
입력 2018.08.31

일본임상종교사회, 타이베이에 연수단 파견

대만대학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다이엔 스님. 사진출처=산케이신문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정신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불교정신으로 활동하는 ‘불교호스피스’. 지난 8월 20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불교호스피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대만과 이를 본받으려는 일본 불교계의 현황을 특별 보도했다.

지난 1월 일본 종교계 호스피스협회인 ‘일본임상종교사회’는 부회장 오시타 다이엔(大下大圓) 스님을 인솔로 의료계·종교계 관계자 10인의 연수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다이엔 스님은 “대만은 일찍이 불교호스피스가 발달했고, 이미 선진화됐다. 대만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시찰 의의를 설명했다.

초고령사회 일본, ‘죽음’ 화두
"대만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
대만서 자택방문 호스피스 등
출가자 전문적인 역할 모색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치유돼야 할 고통의 하나로 ‘정신적인 문제’를 공식적으로 꼽은 바 있다. 특히 죽음과 관련된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도 이에 포함된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근간한 호스피스가 발달, 성직자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서도 이에 힘입어 종교계를 중심으로 호스피스가 등장했다. 일본의 경우 종교를 가리지 않는 ‘임상종교사’가, 대만에서는 스님들을 특화시킨 ‘임상불교종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접근법과 그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의 정신적인 케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타이베이의 중심에 자리한 대만대학병원. 6층에 자리 잡은 호스피스 병동에 일본 시찰단이 방문했다. 대만 최고의 대학이 세운 병원으로 공립병원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이곳에는 호스피스 교육을 마친 스님들이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연수단을 안내한 첸칭유(陳慶餘) 명예교수는 “스님들이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의료진들도 불교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환자가 안심하고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불성(佛性)’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같은 병원의 의사 차이자오쑨(蔡兆勳)은 “사람이 죽어가는 시기에 인생의 의의와 가치, 목적을 되돌아보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불교호스피스는 환자를 성장시키는 치유”라고 평가했다.

호스피스 병동을 돌아본 다이엔 스님은 “일본은 인구의 30% 정도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죽음이 많아지는 사회가 도래하기 직전이다. 일본의 불교호스피스 도입은 대만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라고 불교호스피스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서 대만 불교호스피스 단체에서는 새롭게 진행 중인 활동을 소개했다. 자택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해 퇴원한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간호 호스피스다.

지난 2013년 대만대학병원에서 상주하며 충분한 경험을 쌓은 스님들과 간호사들이 독립해 세운 이 호스피스 활동은 지난해까지 209명의 환자를 돌봤다. 방문호스피스로 활동 중인 비구니 종둔(宗惇) 스님은 “종종 심경의 변화로 더 이상의 방문을 거절하는 환자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인욕하는 마음으로 환자분의 마음이 열리길 기다린다”며 호스피스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말했다.

시찰 마지막에 열린 양국 불교호스피스간의 정보교류에서 대만대학병원 차이자오쑨 주임은 “2000년도에 처음 불교호스피스 양성이 시작됐다. 그리스도교 정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구의 호스피스 전통에 불교정신을 도입하는 과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일본 종교계의 호스피스 활동은 2012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종교인들이 모인 것이 발단이 됐다.

양국은 또 “아직 불교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다”며 특히 출가자가 호스피스 활동을 할 경우 겪는 여러 오해를 일소하기 위해 전문적인 역할이 먼저 이해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연수에 참가한 일본의 타마오키 묘유(玉置妙憂) 스님은 “출가 전에 간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스님에게 하는 말과 간호사에게 하는 말은 명확히 그 차이가 있다”며 “타종교나 무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출가자에게 갖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찰에서 양국은 점점 주목받는 불교호스피스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데에 모두 공감하고, “앞으로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자”며 의기투합했다.
환자 사망 후 8시간 동안 염불해주는 조념염불(助念念佛)을 위해 만들어진 병원법당. 
사진출처=산케이신문

박영빈 객원기자 hyunbulnews@hyunbul.com 기자의 다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