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8

[한.중.일 전통정원 비교 - 중국 원림, 자연과 인공의 강한 대비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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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전통정원 비교 - 중국 원림, 자연과 인공의 강한 대비


한숲지기

2016. 4. 11.

정원은 일정한 지역을 한정限定하고 그 한정된 장소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실용적이고 심미적으로 순치馴致시킨 공간이다. 한정하고 순치하는 방식이 하나의 보편적인 흐름을 형성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정원 양식이라 부른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전통정원은 지역적으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조성되어 서양의 정원과는 구별되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라마다 서로 구별되는 독창적인 정원 양식을 가지고 있다.
정원은 생활공간이기도 하였지만 사람들과 사람들이 만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의 장이기도 하였다. 정원의 모습이 서로 다름은 각 나라마다 한정하고 순치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원을 형성한 사회경제적이고 문화적인 토양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원을 만들고 이용한 사람들의 자연관과 예술관 그리고 심미 의식 등에 있어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세 나라는 독특한 정원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중국 원림, 자연과 인공의 강한 대비

중국의 원림―중국의 정원은 일반적으로 원림이라고 부른다―은 중국 역사와 함께 오랜 발달과정을 거쳐 왔으며 나라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초기의 원림들은 수렵원의 기능을 갖춘 황제의 원유와 종교적 제의의 기능을 담당한 대臺에서부터 비롯된다. 황제의 유락遊樂 공간은 이후 고관 귀족들에게 모방되고 이것이 다시 사대부 계층에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밟으면서 발전했다. 당송 때에 이르러서는 선종의 영향으로 사대부들의 자연산수를 보고 즐기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러한 자연에 대한 인식과 심미 의식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원림 취향의 변화는 중국 원림의 중요한 흐름인 사대부 문인원의 전통을 이루었다.


수조우의 왕시위엔 - 중국의 원림은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든 가산이나 연못이 원림의 중심부를 구성하고 이 주변에 각종 건물들이 배치되는 구조가 주류를 이룬다.


명대에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계층의 확대로 인하여 사대부 문인들의 전유물 같았던 원림을 부유한 일반인들도 갖고자 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원림 수요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전문적인 조원가들의 등장을 가져와 여러 유명 조원사들이 활동하기도 하였다. 원림의 수는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움이 강조되는 쪽으로 흐르기도 하여 사대부 문인원의 전통이 흐려지기도 하였다. 청대에는 수도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황제의 원림이 발달하였다. 베이징 북서쪽 교외의 유명한 3산 5원과 쳥떠承德의 삐슈샨쮸앙避暑山莊 등은 모두 이 시기에 조성된 황제의 원림들이다.


상하이의 위위엔


중국의 원림은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든 가산이나 연못이 원림의 중심부를 구성하고 이 주변에 각종 건물들이 배치되는 구조를 이룬다. 전체 원림은 담장과 문, 건물과 회랑으로 인해 크고 작은 공간들로 분절되고 이어져 전체의 모습을 절대로 한 번에 드러내지 않는다. 연못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곡선형이지만 건물이 있거나 회랑이 있는 부분은 직선적으로 처리된다. 석가산을 만드는 행위는 뚜오샨?山이라고 불렀는데, 태호석太湖石이나 황석黃石 등을 쌓아 산이나 골짜기, 동굴을 만들고 그 위에 정자를 두기도 하였다. 명대 말에는 뚜오샨의 유형이 이십여 가지나 될 정도로 발전하였는데 이처럼 뚜오샨은 중국 원림을 구별하게 하는 특징적인 요소가 된다. 원림 속에는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식재되고 감상용 경물들이 요소에 배치된다. 바닥은 문양이 있는 전돌이나 옥석玉石으로 포장되었다. 회벽으로 칠해진 담장은 마치 화선지처럼 원림 경관의 배경이 되며 다양한 형태의 창과 문은 담 저편의 경치를 마치 액자에 담듯 포획해 내어 공간의 흥미를 북돋운다.


중국 원림은 담장과 문, 건물과 회랑으로 인해 크고 작은 공간들로 분절되고 이어져 전체의 모습이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추구한 원림은 자연의 산수가 지니고 있는 질서를 원림 속에 훌륭히 재현해 냄으로써 비록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지만 자연이 창조해낸 것(雖由人作, 宛自天開) 같은 원림이었다. 인공적인 작업을 통해 원림을 만들었지만 단순한 자연 형태의 모방이 아니라 자연산수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과 질서를 담아내고자 추구하였다. 그렇지만 커다란 규모와 화려한 장식 그리고 자연스러움 이면에 강하게 버티고 있는 인공적인 힘은 중국 원림이 자연과 인공의 강한 대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글. 이유직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출처.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펴낸 곳. 도서출판 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