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교리 현존 최고본 〈동경대전〉 세상에 나왔다 : 충청 : 전국 : 뉴스 : 한겨레
동학 교리 현존 최고본 〈동경대전〉 세상에 나왔다
등록 :2021-10-28
송인걸 기자 사진
송인걸 기자
1880년 초본 수정한 1883년 계미중춘판 목판본
북접 접주 김은경 후손 충남역사문화연구원 기탁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의 표지와 책머리.
“세상에 나오면 (너희가) 위험해지니 열지 마라. 좋은 세상이 오거든 공개하여라.”
충남 천안지역 동학의 우두머리 북접 접주 김은경은 충남 천원군 목천면 집에 항아리를 파묻고는 후손들에게 “항아리를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후손들은 이 당부를 오랫동안 지켰다.
집안의 판도라 상자였던 이 항아리는 1990년대 후손 김찬암이 열었다. 이중으로 된 항아리의 안에는 동학 경전이 들어 있었다. 〈동경대전〉 계미중춘판(계미년 봄 간행본), 〈용담유사〉 필사본 등 동학 관련 경전과 대한제국 학부에서 발간한 역사교과서인 <동국역사> 등 이었다.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은 2000년께 발견됐다는 소식이 동학 연구자들 사이에 전해졌으나 소장자 쪽이 공개를 꺼려 실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아리에서 나온 〈동경대전〉 계미중춘판 등 동학 관련 유물이 발견된지 20여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 4월 김찬암씨의 손자인 김진관씨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기탁해 모습을 드러냈다.
〈동경대전〉 계미중춘판 간기, 왼쪽에 후손 김찬암이 쓴 주소, 오른쪽에 계미년 봄에 북접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조한필)은 11월3일 연구원 강당에서 〈동경대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계미중춘판 수탁식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수탁식에는 소장자 김진관씨, 양승조 충남지사, 기탁을 주선한 김종식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장, 이용길 천안역사문화연구회 회장 등이 참석한다.
겉표지를 포함해 90쪽인 이 경전은 서문에서 ‘1880년 간행한 〈동경대전〉 초판을 수정하고 빠진 내용을 보완해 1883년 간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지난 5월부터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 박맹수 원광대 총장,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 등 학계의 대표적인 동학 연구자들과 서지학자 손계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이 이 경전을 분석해 진본 임을 확인했다.
이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항아리를 묻은 김은경은 천안지역 동학의 우두머리인 북접 접주 출신으로, 이 목판본은 그의 집인 충남 천원군 목천면 한천(현재 천안시 동남구 동면 죽계리 450번지)에서 간행됐다. 이 경전은 최제우의 동학사상과 그가 지은 시 등 문집이 한문으로 담겼다.
동학 연구자와 서지학자 등 전문가들이 지난 5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을 감정하고 있다.
연구원 쪽은 “이 책은 논학문(동학을 논한 경문)에서 서학과 동학의 다른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한문으로 간행된 것은 최제우가 유학자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동경대전〉 경진판(1880년)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 이번에 공개된 계미중춘판을 현존하는 〈동경대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다음 달 30일 연구원에서 이 경전의 문화재적 가치와 의의를 논하는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이상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경대전〉계미중춘판은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 책을 간행하는데 사용한 나무활자가 상용되던 것인지, 별도로 제작한 것인지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충남의 동학혁명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시·군에 산재한 동학 사료를 모아 학술대회를 열고 누구나 역사적 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학 관련 개설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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