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나는 비교적 낙관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다.
개인적인 빈곤과 고통은 겪어볼만큼 겪었으면서도, 사실은 이런 낙관이 나를 지탱케 한 힘이었다.
요즘은 가끔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체제나 제도의 벽보다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더 강고한 탐욕과 아집의 벽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온 몸으로 노래한 시인의 절규가 있었다.
민주주의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이 독재의 벽을 허물었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벽은 물신에 지배되는 탐욕과 각자도생의 이기주의 그리고 확증편향에 지배되는 집단적 아집이다.
이 벽을 허물지 않으면 지금의 제도와 체제는 결국 공멸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에 목말라하는가?’
이 시대가 묻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목말라하는 것보다 좀 더 근원적이고 어렵다.
참된 행복과 자유 그리고 사랑과 협동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희망이 커질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어제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에 다녀왔다.
새 우물을 파기에는 아직 여리디 여리다.
그래도 우물을 판다.
사랑과 자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먼저 우물을 판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우물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