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신(精氣神)
사람이 살아있으려면, 육체가 있어야 하고, 영혼 또는 정신이 있어야 하며, 인체의 작동이 있어야 합니다. 동양의학에서는 육체, 정신 그리고 인체를 작동하게 하는 힘, 이 3가지를 사람의 생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체를 작동하게 하는 힘을 동양의학에서는 <氣>라고 해요.
혹시 <단전>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도교의 양생술에서 사용하는 용어이지요. 도교에서는 인체를 상, 중, 하로 나누지요. 그리고 상은 神, 중은 氣, 하는 精으로 보지요. 그것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영(靈)과 기(氣)와 질(質)로 보기도 하지요.
이러한 정기신에 대한 개념은 동양의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양의학에서도 정은 물질적인 것이고, 기는 생명활동의 에너지 또는 힘 등이며, 신은 정신적 차원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精)은 음식물을 섭취해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그것이 영양분이 되고 나아가 생명의 엑기스가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 생명의 엑기스를 사람들은 <정수(精粹)>라고 불러요. 이 <精>이란 한자를 풀어 보면 <맑은 쌀>이지요. 그런데 쌀을 나타내는 한자 <米>를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그것은 무엇인가가 사방팔방에서 모이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요. 즉 <精>은 음식물을 통하여 섭취한 영양분 가운데 맑은 엑기스만 모은 것이예요. 바로 이 엑기스가 정력(精力)으로 나타나지요.
한편 이 정수는 정액, 난자, 경혈 등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사람들은 그래서 그것을 <정혈(精血)>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정혈은 종족번식에도 사용되지요.
한편 이 정혈이 생체 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승화하면 기가 되어요. 이 기가 바로 생명의 에너지이지요. 그런데 <氣>라는 한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조금 전에 말했던 쌀 미(米)가 있네요. 아 이것도 무엇인가 사방팔방에서 모인 것이네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디에서 모인 것일까요? 궁금하시죠?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 받은 것입니다. 한자 <氣>자를 이루는 윗 부분의 부수는 <구름기운 기>자예요(블로그의 한자에는 이 기자가 없네요. 그래서 부득이 한글로 적었습니다). 즉 <기>는 구름의 기운을 모아놓은 것이에요. 이것을 조금 넓혀서 생각하면 <氣>는 하늘에서 주는 생명의 에너지예요. 사람들은 이 생명의 에너지를 <원기(元氣)>라고 불러요. 이 원기가 바로 혈을 돌게 하고 오장육부를 작동시키며 우리의 인체를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나지요.
그리고 이 기가 뇌세포에 작용을 하면서 신(神)으로 승화를 해요. 이 <神>이라는 한자도 한번 파자를 해볼까요? 먼저 <神>자를 이루는 앞 부분은 여러분 도 잘 아는 <보일 시>자예요. 그리고 귓 부분의 <申>은 <펼 신>이예요. 그렇다면 <神>은 무엇인가를 보이도록 펼쳐 놓았다는 의미이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앞서 살펴본 <보일 시(示)>는 <제사상>을 나타내는 것이예요.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낼 때 제물 즉 희생을 올려놓는 곳이예요. 그러니까 <神>은 하늘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받는 그 무엇이예요. 그리고 이 <神>이 <精>과 만나서 작동을 하지요. 우리는 그것을 <정신(精神)>이라고 불러요. 이 정신은 무형의 것이지만 우리가 온갖 생각을 하게 하고, 사유를 하게 하고 기억을 하게 하고 나아가 지혜를 발하게도 하지요.
동앵의학에서는 기가 모이면 살아 있는 것이고 기가 흩어지면 죽은 것으로 보아요. 즉 삶과 죽음은 기에 있지요. 이 <기>와 <신>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이예요. 이 기와 신 그리고 정은 왕쇠를 보여요. 왕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지요. 왕하면 활력이 넘치고 쇠하면 모든 기능의 작동이 약화되어요.
장개빈(張介賓)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오장의 精이란, 우리가 앞서 말한 음식이 영양분 가운데서도 엑기스를 말해요. 이 정기신은 상호 작용을 해요. 신을 많이 소비하면 기가 허하고, 결국은 정이 말라버려요. 또 정이 없으면 신도 기도 작동을 못해요. 그리고 정이 아무리 많아도 기가 없으면 인체가 작동을 하지 않고 신도 작동을 못해요.
우리 인체는 바로 이 정기신을 통하여 작동하는데, 그것이 과다하거나 부족할 때 인체에 어떤 현상이나 증상 또는 징후로 나타나요. 그러한 현상이나 증상 또는 징후를 읽는 것을 바로 망진이라고 해요.
다음 망진 포스팅에서는 몇 회에 걸쳐서 정(精)과 기(氣) 그리고 신(神) 등을 망진의 차원에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