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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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 교수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잇다.
전에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몰라서 빼놓고 읽었던 장(章)들을 이번에는 빠짐없이 읽어본다.
‘제7장 회화(繪畵)’을 읽다가 연상되는 생각들이 있어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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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에서 사실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일변하기 시작한 때는 사진기가 발명되고 난 뒤부터이다. 사진기는 1839년 루이 다게르가 최초로 발견하였는데 과학기술을 이용해 실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사진기가 점차 퍼져 나가자 회화는 새로운 길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양 회화사에서 18세기 후기부터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사실성보다는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추상성을 더 강조하는 사조가 등장하게 된 것은 바로 사진의 발견과 무관하지 않다.’‘원근법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15세기 초의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인 브루넬레스키다. 그는 물체는 뒤로 갈수록 수학적인 법칙에 따라 작아지고, 나중에는 결국 한 점이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이전의 그림에서 가로수가 늘어져 있는 길이 지평선 위의 한 점으로 사라지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의 역사를 거슬러가면 최초의 발견자 또는 창안자나 발명자를 만난다.
누워서 원격 리모콘으로 심지어는 말로 해도(아마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아마 생각하는 것만으로 작동할지도 모른다) 불이 켜지는 전기도 처음에 시작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잊혀진다. 누가 발명했는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그 사람이 발견 또는 발명했다고 하지만, 그의 단독 작품이 아니다.
이미 무수한 역사와 노력의 축적들이 그 배경에 있다.
철학이나 문학이나 예술뿐만 아니라 습속이나 제도의 변화도 여러 변수의 종합적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토록 강고하게 보이던 가부장제의 유산인 남아(男兒)로 대(代)를 잇고, 조상에 대한 봉제사(奉祭祀) 문화가 조용히(큰 저항이나 강제나 특정 종교와 무관하게)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았다.
아마 족보를 챙기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옛날 같으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을 대(大) 사변(事變)들이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들이 많다.
지금은 물질도 풍부해지고, 민주주의라는 제도도 발전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부(富)나 권력(權力)에 대한 탐욕이 몇 천년 동안의 강한 관성으로 작동하고 있다.
아마 언젠가는 그런 것조차 기이한 옛 이야기로 들릴 날이 있을까?
다행히 인류가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고, 자유와 행복을 확대하는 길을 갈 수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또 실제로 동물 일반의 자기중심성을 벗어나는 의식의 확장이 위기를 넘어서는 길이기도 하다.
단지 그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과제이긴하지만.
그런데 아직은 너무 견고해보이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참담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토록 강고하던 남아(男兒)로 대(代)를 잇는 습속과 문화가 사라지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부(富)나 권력(權力)보다는 명예욕(名譽慾)은 좀 더 오래갈지 모르지만, 그것마저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의 연관’ 속에서 이런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다.
부, 권력, 명예는 자기중심적인 1차본능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들이다.
이 1차적 본능보다 인간 특유의 2차 본능(숭고지향성, 어떤 사람들은 佛性이라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靈性이라 부르는)이 더 커지는 시대를 ‘모든 것의 연관’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새벽의 독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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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이계표모든 것과의 연관❗연기론적인 사고입니다.👏· Reply · 2 d · Edited이계표전래의 토착적 영성과 서구의 근대적 이성과의 관계를 개벽세상이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Reply · 2 d崔明淑나이 든 사람들에게 2차 본능은 비교적 추구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정말로? 글쎄요. 2차 본능을 추구하려면 상당히 구도자적으로 살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Reply · 2 dNamgok Lee崔明淑 오히려 신세대에게서 자연스럽게 이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결혼이나 가족제도의 변화처럼.· Reply · 2 d崔明淑Namgok Lee 가치전환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겠군요.· Reply · 2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