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9

Kang-nam 코로나 이후의 한국 종교

(1) Facebook
Kang-nam Oh · 
코로나 이후의 한국 종교


오늘 오후 한국종교학회 추계대회 Zoom 모임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회의 전체 주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종교>라는 것이어서, 주제에 따라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일단을 펼쳤습니다.  30분 정도 이야기한 것인데 중요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보겠습니다.
===
들어가면서 

1.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도 탈종교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 비종교인이 60%)
2. 탈종교화 현상 중 특징적인 것은 젊은이들과 교육수준이 높은 이들 사이에서 종교를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것.
3. 이런 탈종교화 현상이 코로나 사태로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종교에 더욱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4. 코로나 이후의 종교적 변화 네 가지를 들면 1) 사상적 변화, 2) 윤리적 변화, 3) 종교아닌 종교의 등장, 4) 종교의 심층화

I. 사상적 변화

1. 기복 신앙이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신이라든가 기타 초자연적인 힘에 매달려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2. 인과응보 사상이 힘을 잃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윤리적으로 선한 사람이냐 악한 사람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잘 믿는 사람이든 안 믿는 사람이든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똑 같다.
인과응보 사상이 희박해지면 사후 상벌 사상도 흔들릴 것이다.  달라이 라마도 극락/지옥 같은 불교의 가르침을 “넘어야 할 대상”이라 한다. 기독교에서도 마커스 보그 같은 신학자는 “천국/지옥 기독교”는 인습종교에서나 주장하던 것으로 새로 등장하는 기독교에서는 “변화(transformation)”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

3. 이런 사상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신관(神觀)의 변화를 가져온다.  선한 신이 어찌 이런 병이 창궐하도록 하느냐, 왜 자기를 믿고 찬양하기 위해 성전에 모인 사람들이 코로나에 더 걸리도록하느냐 하는 등의 의문.  결국 종래까지의 유신론은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다.(demise of theism)”.  유신론 대신 신의 초월과 내재를 동시에 강조하는 범재신론(panentheism)이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절대적인 존재의 내재(內在)에 눈을 돌려 내 속에 있는 신성, 불성, 인성, 도가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II. 윤리적 변화

1.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본 원인이 자연 파괴에 기인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성경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하는 신의 명령을 편리한대로 믿고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라 보기에 이제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은 Jeremy Rifkin이 지적한 것처럼 “보호하고 보살피라”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될 것이다. 
 슈바이처 박사가 “생명경외”를 외쳤지만 동학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가 경천, 경인과 함께 경물(敬物)을 가르친다.  동식물과 무생물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가르침은 오늘 절실히 요청되는 생각.

2.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교회나 성당이나 사찰에 함께 모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  이런 것을 계기로 기계적으로 정해진 형식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종교 의식에 참여하던 것을 일단 중지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이런 의식이나 행동양식이 무엇을 뜻하는가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성직자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어느 특정 정치집단을 옹호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독립적 사고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III. 종교아닌 종교

1. 미국의 종교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에서 21세기에 바람직한 정신적 자세는 전통 종교에서 떠나 우주에 편만한 신비에 경탄하고 경외심을 갖는 것이라 하고 이를 “Aweism(경외주의)”라고 하였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Aha!를 연발하는 Ahaism이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2. 이것이 “종교아닌 종교”라고 했지만 사실 이런 것이 어느 의미에서 진정한 종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자가 아인슈타인.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감정은 신비적 감정이다.  여기에 모든 예술과 참 과학의 씨앗이 들어 있다.  이런 느낌을 모르는 사람, 경탄할 줄 모르고 두려움 속에 사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이런 느낌이 바로 참된 종교적 정서의 핵심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로지 이런 의미에서만, 나는 나 스스로를 심오한 종교적 인간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IV. 심층을 찾아

1.  많은 사람들이 종래까지의 재래 종교에서 떠나 심층 종교에서 참된 의미의 종교적 요구가 충족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표층종교와 심층종교의 차이 – 전에 많이 논의했기에 생략)
2. 심층을 찾으면 1) 나 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다.  2) 이분법적 배타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다.  3) 문자주의에서 해방됨으로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과 평화가 가능해진다.

나가면서

 탈종교 현상이라 했지만 종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종류의 종교가 없어지고 어느 종류의 종교가 새로 대두되는가 하는 문제.  없어지는 종교는 표층종교, 등장하는 종교는 심층종교. (지금은 IQ(지능지수)나 EQ(감성지수)만이 아니라 SQ(영성지수)를 논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이렇게 심층종교로 심화되는 과정이 더욱 신속해지고,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종교의 깊이가 줄 수 있는 평화와 시원함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기되는 문제가 많지만 그 때문에 사랑과 자비가 더욱 편만한 사회가 앞당겨진다면 그야말로 코로나 팬데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져다 줄 한 가지 축복일 수 있다는 예상 반, 기대반으로 기다려 본다.
===
30 comments
Gokin Moo-Young
옮겨두고 찬찬히 다시 보겠습니다.
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