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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진치가 불교에서의 판단기준이며, 해탈을 위해 탐진치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 수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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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의원이 "피할 수 없는 성폭행은 즐겨라."라는 경악스런 얘기를 했다고. 이 기사를 포스팅하면서 어떤 분이 말씀하시기를, 인도는 힌두문화이고 힌두교는 불교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런데 기독교나 성리학과 달리 불교는 보편적 기준이 없는 회의주의, 상대주의라서 그렇다고.. 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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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돌아가신지 몇 달 안 되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던 제자들이 모였다. 서로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한 번 맞춰 보자고. 그래서 부처님 제자들 중 기억력이 좋다는 500여명이 선발되어 몇 주동안 밤낮으로 각자의 기억을 얘기했다. "이런 날 이런 장소에 이런 사람이 와서 부처님께 이런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그러면 그 500여명이 서로 맞다 아니다 이러면서 검증하여 확인된 내용을 그 수천 명이 외우며 구전하다가 후에 문자로 기록된 것이 '경장' (Dhamma: 맛지마 니까야, 디가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쿠다카 디까야)과 수행자 단체 내에서의 규율인 '율장' (Vinaya). 이런 결집이 아마도 3차까지는 역사적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것 같은데, 2차, 3차 가면서 오류의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고, 그러나 1차 결집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암송에 사용된 Pali어의 경우 운율이 엄격하기 때문에 단어 하나를 바꿔치기 해도 전체 시스템에서 어긋나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나므로 문자로 기록하는 것보다 이렇게 수천 수만 명이 암송하는 방법이 더 정확한 보존법이라고. 문자로 기록하면 어떤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조작한 후 원본은 태워버리면 그만이니. 그리고 부처님은 생전에도 제자들에게 이거 설명해 봐라, 저거 설명해 봐라, 시키시곤 했다. 당신의 가르침이 혹시라도 와전될까봐 무척 신경쓰셨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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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초기불교'의 특징은, 제사라든가 108배 같은 종교적 형식이 없으며 '타력구원'/'구세주'의 개념도 전무하다는 것. 연못에 바위를 던져놓고 기도한다고 해서 그 바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듯이, 인과는 자연법칙이기에 神들뿐 아니라 神보다 우월한 부처님조차 누구를 구원해 주고 죄를 사해 주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내가 운동한다고 해서 내 자식의 몸이 건강해지지는 않는 것처럼, 각자 스스로 수행해서 자력으로 구원 (윤회로부터의 해방. 추상적이고 신비적인 '깨달음'이 아님)해야 한다는 것. 부처님이 중생을 돕는 방법은 오직 해탈하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남긴 것뿐. 그런데 인간은 '기도하고 제사만 지내면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를 원한다. 마치 공부 안 하고도 대학합격하는 방법을 원하는 그런 종류의 '사행심'이 바로 인류 역사에서 종교라는 것이 이렇게 번창해 온 이유일 텐데, 그런 건 아예 불가능하다 (a). 사실 부처님도 당신의 해탈 후 가르침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셨다. 가르쳐 봤자 이해할 만한 존재가 윤회계에 거의 없다고 보셨기에. 그러니 윤회계에서도 수준이 낮은 축에 드는 인간들에겐 부처님의 가르침은 실천은 고사하고 이해조차 너무나 어려운 일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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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a)와 (b)의 이 두 배경/필요에서 생겨난 '전형적인 종교'가 바로 대승불교이며, 브라만교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신들은 '대승' (큰 수레. '자비로운' 보살이 중생도 함께 극락으로 데려간다는 의미)이라 부르고 초기경전을 이어받은 수행자들은 '소승' (작은 수레. 혼자 수행해서 혼자만 해탈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이라는 폄하의 의미)이라 불렀을 뿐 아니라, 자기들 나름의 경전을 썼는데, 그러면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라는 문장을 가져다 썼다. 즉, 초기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라는 문장은 글자 그대로 이해해야 하지만, 대승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라는 문장은 "이건 사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부처님의 이름/권위를 무단도용하겠다."로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시작부터 이렇듯 지적정직성이 결여된 대승의 경전들만을 동북아에선 읽어 왔다. (어느 면으로 보든 이 5종 니까야는 다른 전형적인 종교들의 경전들보다는 차라리 맑스의 "자본론" 같은 철학서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초기경전이 한글로 완역된 건 겨우 2~30년밖에 안 되는 일인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니까야의 한 버젼인 '아함경'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아함경은 공부하지 않는 것이 한국 불교의 '전통'이어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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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인도에서 들어온 외래문화가 받아들여지려면 중국의 토착문화에 동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조선이 숭유억불 정책을 취했듯 중국에서도 왕조에 따라 불교를 억압하기도 했으며, 그래서 중국 전통인 유교나 특히 도교와 친화적인 종파만 살아남았고 (채식도 여기서 유래), 그 중국의 불교를 한국은 받아들인 것. 그러니 우리가 흔히 '불교'라 여기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분별은 더더욱 하지 않는 것이 수행'이라는 식의 내용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무관하다. (이런 오해가 가능해 보이는 부분들이 초기경전에도 나오기는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아라한에만 국한되는 얘기. 즉, 탐진치를 모두 버렸기에 더이상 분별할 필요가 없어서 분별을 안 하는 것. 그렇다고 아라한이 된 사람들이 그 후엔 방탕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옳음' 안에 머무른다. 아라한이 된다는 자체가 '그름'='탐진치'의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일. 초기불교의 윤리관은 상상초월로 엄격하다. 종교인이 신도들에게 "요즘 사찰/교회가 경제적으로 좀 어렵네요, 허허."라고 말하는 자체도 '도둑질 시도'로 간주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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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one and the same God을 믿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도 서로 다른 종교라고 간주된다. 내 생각에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티벳불교 포함) 사이의 거리는 이 세 유일신 종교들 사이의 거리보다 오히려 더 큰데도 불구하고, 서양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인지 뭔지, 하여간 대승불교의 내용조차 여전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통용된다. (동북아인들이 불교라고 알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이며, 초기경전과 약간 다른 부분들도 있고 많이 다른 부분들도 있으며 180도 정반대인 부분들도 있다.) 당신의 얘기를 무조건 믿지(faith) 말고, 스스로 숙고해 보고, 도반들과 토론도 해 보고, 각자 스스로 삶에 적용하는 실험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확인한 후 믿으라(conviction)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이었는데, 이걸 또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어이없는 수준으로 과장하다 보니 불교라는 건 일관된 가치기준이 아예 없는 양 오해되는 개탄스런 현실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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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누가 불교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그가 설사 스님이나 학자라 하더라도 "이 말씀의 근거가 초기경전 어디에 있는지요?"하고 물어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시기 바란다. (저야 스님도 불교 전공자도 아니고 그래서 오류 가능성이 다분하니, 이 글도 또 공부하면서 정리 차원에서 가끔씩 적어 보는 아래와 같은 글들도 참고만 하십시오. 불교 역사 전체를 간략히 스케치하느라 이 글에서는 생략했지만, 아래의 글들에서는 초기경전의 근거를 일일이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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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오해 #15. 판단, 비판, 논쟁은 상근기는 안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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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 흉내를 잘 낸다고 해서 진짜로 A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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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가 병의 근원이라면 해결은 당연히 Knowledge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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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ṅkhāra'를 '사량'/'분별'로 옮기는 것이 부적확한 번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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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대한 오해 #9. 집착 않는다는 건 거부하거나 내다버린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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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화합!을 원한다면 비판!을 잘 하고 또 잘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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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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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성 스님]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 대승불교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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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묵 스님] 불교 각 종파의 발전과 경전의 성립 역사 간단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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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현 스님] 대승불교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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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현 스님] 인도에서 불교는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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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odhi 스님] 불교 입문 동영상 시리즈 (10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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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hammavuddho 스님] 불교에 대한 잘못된 상식 동영상 시리즈 (5분 x 19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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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Ṭhānissaro 스님의 책은 아래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 받으실 수 있는데, 보통은 Essays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 책을 먼저 읽으시라고 권합니다. "Noble Strategy"와 "Head & Heart Together"를 먼저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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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Ṭhānissaro 스님의 법문을 올리는 유툽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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