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베리의 ‘위대한 과업(The Great Work)’을 읽기 시작했다.
배곳 바람과 물 연수원 강대인 원장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이 책 서문에 있는 문장이다.
“미래의 운명은 결정적으로 인간과 지구가 얼마나 가까워지는가에 달려 있다. 대학은 우리를 생존력 있는 미래로 인도하는 제도 중의 하나로, 인간의 노력을 좌우하는 모든 지적 작업을 가르치는 특별한 장소이다”
이 글을 읽으며 오랫 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생각이 떠오른다.
어떤 과업도 그 동력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추진할 일꾼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식민지 해방운동을 위해서 먼저 착수하는 것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군관학교’나 ‘정치학교’를 만들어서, 해방전쟁이나 운동의 장교(將校)를 양성한다.
지금 우리는 문명 전환이라는 인류적 과제 앞에 서 있다.
이 대과업을 수행하고 추진할 젊은 일꾼들을 배출하는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운동의 동력을 얻기 위해 가장 증요한 일의 하나다.
내가 익산 시민이 되고 나서 이 도시의 미래를 그려볼 때, 익산이 지닌 보물을 생각하게 된다.
상당한 저력을 갖춘 새로운 시민운동과 새로운 정치운동, 그리고 지방의 명문대학인 ‘원광대학교’다.
지금 우리는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고, 특히 출산율 저하로 지방 대학이 가장 큰 위기를 만나고 있다.
나는 대학도 살고 지방도 살 수 있는 좋은 밑천을 익산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세계적인 대학,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문명의 중심도시(메카)로 되는 것이다.
출발은 ‘대학’이 될 수 있다.
원광대학교 안에 ‘새 문명 대학’(더 적합한 명칭을 생각할 수 있다)이라는 단과대학을 창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충분한 일자리 수요(需要)도 있고, 아마도 이론이나 실천 면에서 준비된 교수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상당한 규모의 생활협동조합들이 발전해 있다. 생협을 비롯해 앞으로 발전할 협동조합들, 마을 운동,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기후 운동, 환경생태운동 등 새로운 문명과 관련되는 분야들이 젊은 일꾼들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운동체 안에서 대학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도 많았지만, 실제로 그 실행이 만만치 않았다.
역시 이미 있는 체계와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 전환의 과정으로 탄생하는 익산시정부(市政府)와 원광대학교가 손을 잡으면 된다.
원광대학교의 건학(建學) 이념과도 통하는 일이다.
도시도 살고 대학도 사는 윈윈(win win)의 길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하는 차기 익산 시정부(市政府)와 시의회(市議會) 그리고 원광대학교가 익산을 나라의 모델 도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성장하는데 ‘대학(大學)’의 창설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발상(發想)에 주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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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2 d ·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을 읽고 있다.
①
”내가 열한살쯤 되었을 때일 것이다.
5월 말 이른 오후 이사한 새집이 있는 언덕을 어슬렁거리다가 샛강 건너 편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들판은 온통 하얀 백합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마술 같은 찰나의 경험은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는 그 어떤 경험보다도 더욱 심오한 그 무엇을 내 삶에 안겨주었다.
단지 백합꽃만이 아니라 귀뚜라미의 노래, 멀리 펼쳐진 삼림지대, 그리고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그러했다“
② “이 초원을 자연순환 체계 내에서 보존하고 향상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선(善)이다. 반대로 이 초원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선이 아니다. 내 삶의 시작은 이렇듯 단순하다.
이 초원의 자연적 변화 과정을 잘 유지시키는 경제학이 있다면 그 경제학은 선이다. 그러나 이 초원이 매년 봄 스스로를 소생시키고 귀뚜라미가 노래하게 하고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도록 놔두지 않는 경제학이 있다면 그것은 선이 아니다. 정치, 교육, 종교도 마찬가지다.“
③ “우주를 근본적으로 축제(祝祭)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주가 모든 존재 자체를 축제로 인식하는 틀 속에서, 인간은 자기 인식의 특별한 양식 안에서 그 자체를 축하하고 우주 자신의 신비한 기원을 축하하는 바로 그 맥락에 있는 존재이다.
지구는 실로 다양한 구성체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살아가는 마술적인 행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운동은 또한 신성한 방식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祝祭로 완성된다)“
올해 내 지적(知的) 작업은 ‘논어를 연찬하다’는 책 저술과 그 때 그 때 보고 싶은 책 독서를 병행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위의 토마스 베리의 글들이 논어의 다음 내용과 겹쳐보인다.
“①시(詩)로 일어나고, ②예(禮)로 서며, ③악(樂;축제)으로 이룬다.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토마스 베리의 산문은 그 자체로 시적 감흥이 충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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