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심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 오마이뉴스
스토리텔링은 심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서평] <은유와 마음>
16.12.13 16:38l최종 업데이트 16.12.13 16:38l
임윤수
나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눈에서 가장 가깝지만 눈썹을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보기야 봤지만 직접 본 게 아닙니다. 사진에서 보고 거울을 통해서 봤을 뿐입니다. 그러니 온전히 내 입장에서 본 게 아니라 남의 눈에 비추는 모습으로만 봤을 뿐입니다.
뜨기만 하면 만물잡상이 다 보이는 눈이건만,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내 눈과 눈썹은 보지 못하고 있으니 세상은 요지경이고 이해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눈썹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 또한 그렇습니다. 내 몸뚱이에 담고 있는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내 생각대로 제어되지도 않는 게 마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거울로 보면 왼쪽과 오른쪽이 바꿔 보입니다. 왼쪽을 왼쪽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좀 번거롭긴 하지만 거울에 비춘 모습을 다시 한 번 거울에 비추도록 해 보면 가능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본다는 건 난제이지만 비추고 또 비추는, 은유를 통해 들여다보면 가능합니다.
몸에 난 생채기는 눈에 보이니 치료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생채기는 보이지 않으니 치료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몸에 든 멍 또한 옷만 걷어 올리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든 멍은 옷을 벗기고, 살 거죽을 거둔다 해도 보이지 않으니 어렵고 어렵습니다.
멍들고 생채기 난 마음 치유법 <은유와 마음>
▲ <은유와 마음> / 지은이 명법 / 펴낸곳 불광출판 / 2016년 11월 30일 / 값 14,000원
ⓒ 불광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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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마음>(지은이 명법, 펴낸곳 불광출판)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채기 나고 멍든 마음, 심리적 문제를 볼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거꾸로 보이는 상을 다시 한 번 더 거울에 비추면 바로 보이듯, 은유를 통해 멍든 마음도 똑바로 보고, 생채기 난 이유도 직시해가며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보이면 진단할 수 있고, 느끼면 치유할 수 있는 게 보편적 사실입니다. 책에서는 스토리텔링, 은유이야기가 갖는 기능과 능력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은유이야기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마음을 드러내게 하고, 마음에 작용하고, 마음을 치유하게 하는지를 심리학을 주제로 하고 있는 문헌적 자료들을 근거로 설명(고찰)합니다.
물고기가 물을 볼 수 없듯이 우리는 이야기가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실제 상황을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다. 이야기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간다. 우리는 이야기 없이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 -35쪽
스토리텔링 치료는 이야기나 동화, 비유 등을 사용하며 이야기에 담긴 치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사자가 내담자의 문제 상황과 유사한 이야기를 골라서 들려주기도 하고 내담자의 상황에 맞춰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78쪽
책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음을 보고, 마음을 치유한 사례, 임상보고서 같은 사례들도 여러 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은지는 자신을 온실 속 잡초로 은유합니다. 은지는 잡초는 '쓸모없는 풀'이라는 부정적인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을 동해 '잡초'는 생명력이 강할 뿐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쁘고 소중하며 유익하고 희망찬 것들이라는 걸 알게 되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지 사례는 또 다른 비전으로 이어집니다.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심리 문제 해결에 도움되나
책에서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심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심리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첫째는, 억압된 감정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은유가 자신의 문제를 관조하는 여유와 거리를 주어 고착된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셋째, 은유스토리텔링이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넷째, 은유가 무의식 차원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의식 영역의 확장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통찰과,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행동의 변화까지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섯째로는, 은유가 내면의 근원적 힘을 이끌어내어 창의적이며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며, 여섯째, 이야기를 하면서 두려움과 부끄러움 등 감추고 싶었던 감정을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안도감을 받기 때문이며, 일곱째, 의사소통이 개선되기 때문이고, 여덟째, 신념체계가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눈썹을 보지 못하듯 마음 또한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자 사실입니다. 눈썹을 보기위해 손거울을 마련하듯, 어떤 마음을 보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비춰 보며 읽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은유와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려 줄 이 책, <은유와 마음>을 일독하길 손거울 같은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은유와 마음> / 지은이 명법 / 펴낸곳 불광출판 / 2016년 11월 30일 / 값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