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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수지행자 【실상사 약사여래 천일기도- 나옹선사발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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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행자

1tSponshiuoSreSd  ·

【실상사 약사여래 천일기도】

10/18 오늘은 100+20일차입니다.



📷법문 : 보리심은 지혜와 자비의 실천



실상사 사부대중들이 <아침을 여는 법석>에서 합송하는 <참회와 발원> 2권



📷발원문은 도법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나옹선사발원문>입니다.



** 순례자 도법스님의 맑고 기운찬 음성으로 듣습니다.



📷발원(나옹선사 발원문)



원하오니

제가 언제 어디에서나

반야바라밀의 길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양극단의 길을 버리고

파사현정의 길인 중도의 길을 가신

저 본사세존의 용맹스러운 지혜여.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자신의 참모습이

인드라망존재인 본래붓다임을 참되게 알고

그 앎을 삶으로 완성하신

저 노사나부처님의 큰 깨달음이여.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붓다처럼 참되게 알고

그 길을 잘 안내하는

저 문수보살의 큰 지혜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붓다처럼 참되게 알고

그 앎을 참되게 실찬하는

저 보현보살의 큰 행원으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붓다처럼 참되게 알고

그 앎으로 피눈물의 현장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바치는

저 지장보살의 큰 원력으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순간순간 붓다처럼 참되게 알고

그 앎으로 외롭고 슬픈 이를 보살피는

저 관음보살의 큰 자비로

시방세계 온갖 삶의 현장에서

뭇생명들을 평화롭게 하리니



내 이름 듣는 이, 나쁜 길에 빠지지 않고

내 모습 보는 이, 해탈 얻으소서.

세세생생토록

이와 같은 전법교화활동 생활화로

마침내 붓다와 중생

차별 없는 삶, 차별 없는 세상 이루리다.



원컨대 정법을 수호하는 선신이시여

항상 저희의 전법교화활동 옹호하여

어려운 곳에서도 어려움 없이

저희의 큰 서원 원만성취하게 하옵소서

******

https://www.youtube.com/watch?v=ZB74B2PVetI





이 메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 천일기도를 함께 해보세요. 깨달음의 삶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멋진 법보시입니다.



#기후위기_코로나시대 #어떻게_살_것인가 #실상사 #약사여래_천일기도 #한몸_한생명 #생명평화 #도법스님



Comments

수지행자

오랫만에 생명평화탁발순례 사진을 꺼내봅니다. 벌써 이리도 시간이 흘렀네요. 그때 했던 이야기들과 지금 이야기들이 다르지 않습니다. 2600여년전 인도에 태어났던 부처님 그분의 말씀도 그렇지요. 깨달음의 삶을 일상으로 완성한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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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선사 발원문



願我世世生生處 (원아세세생생처) 바라오니, 이 내 몸이 세세생생 날 적마다

常於般若不退轉 (상어반야불퇴전) 반야지혜 좋은 인연 물러가지 아니하여

如彼本師勇猛智 (여피본사용맹지) 우리 본사 세존처럼 용맹하신 뜻 세우고,

如彼舍那大覺果 (여피사나대각과) 비로자나불과 같이 등정각을 이룬 뒤에

如彼文殊大智慧 (여피문수대지혜) 문수사리 보살처럼 깊고 밝은 큰 지혜와

如彼普賢廣大行 (여피보현광대행) 보현보살 본을 받아 크고 넓은 행원으로,

如彼地藏無變身 (여피지장무변신) 넓고 넓어 가이없는 지장보살 몸과 같이

如彼觀音三二應 (여피관음삼이응) 천수천안 관음보살 삼십이응 몸을 나퉈

十方世界無不現 (시방세계무불현) 시방삼세 넓은 세계 두루 돌아다니면서,

普令衆生入無爲 (보령중생입무위) 모든 중생 제도하여 열반법에 들게 할제

文我名者免三途 (문아명자면삼도)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나쁜 고통 벗어나고,

見我形者得解脫 (견아형자득해탈) 내 모양을 보는 이는 생사번뇌 해탈하고,

如是敎化恒沙劫 (여시교화항사겁) 억천만년 지나면서 이와 같이 교화하여

畢境無佛及衆生 (필경무불급중생) 부처님도 중생들도 아주 차별 없어지다.

願諸天龍八部衆 (원제천룡팔부중) 원하노니, 용과 하늘 여덟 종류 신중들이

爲我擁護不離身 (위아옹호불리신) 이 내몸을 옹호하여 잠시라도 뜨지 말고,

於諸難處無諸難 (어제난처무제난) 어려운 일 당하여도 아무 걱정 없게 하며

如是大願能成就 (여시대원능성취) 이와 같은 큰 서원을 이루도록 하여지다.

發願已歸命禮三寶 (발원이귀명례삼보) 발원하며 삼보님께 귀명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 시아 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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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



나옹 선사(懶翁禪師,1320~1376)는 공민왕의 왕사이며 고려 말기의 고승으로 휘는 혜근(慧勤), 호는 나옹(懶翁), 본 이름은 원혜(元慧)이다. 속성은 아(牙)씨인데 고려 말 예주부(지금의 경북 영덕군 창수면 갈천리)에서 출생하였다.



고려말 고승으로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출가해 공덕산 묘적암(妙寂庵)의 요연(了然)선사에게서 득도했다. 1348년(충목왕 4) 원나라에 가서 연경(燕京)의 고려사찰인 법원사(法源寺)에서 인도 승려 지공(指空)의 가르침을 받았다.



선사는 견문을 더욱 넓히기 위해 중국 각지를 편력하며, 특히 평산 처림(平山處林)과 천암 원장(千巖元長)에게서 달마(達磨)로부터 내려오는 선(禪)의 요체를 배워 체득했다.



그는 원나라 유학을 했고, 인도의 고승 지공(指空)스님의 제자로서 인도불교를 한국불교로 승화시킨 역사적 인물로서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 절터가 있는데 경주의 황룡사 절터보다 규모가 큰 우리나라 최대의 사찰로 중창했고, 조선 태조 왕사로서 한양천도의 주요 인물인 무학대사는 그의 제자였다.



나옹, 지공, 무학, 세분의 부도와 비석이 회암사터의 뒤쪽에 현존하고 있는데, 비석은 조선왕조 유학사상의 지주였던 목은 이색이 찬하여 지금도 비문이 남아있다.



그 출생지 부근에 장륙사라는 조그만 사찰이 있는데 고려 공민왕때 건물과 건물 내벽에 그의 초상화가 남아있습니다. 그가 입적한 남한강변 여주 신륵사에도 사리를 봉안한 부도와 비문이 남아 있다.



나옹선사 시편집

(懶翁禪師 詩)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見我無語居 - 청산견아무어거

蒼空視吾無埃生 - 창공시오무애생

貪慾離脫怒抛棄 - 탐욕이탈노포기

水如風居歸天命 - 수여풍거귀천명

나옹 [奈翁] 은 ‘나폴레옹’의 음역어이다. 견, 시(見,視) 대신 요아(要我)라고도 한다. 요무애이무석혜(聊無愛而無惜兮) -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라고도 한다. 거귀천명(居歸天命) 대신 이종아(而終我)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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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석의 발원문 세계

21. 나옹선사의 발원

고명석
승인 2019.11.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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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같은 믿음과 무쇠 원력, 차별 없는 대자비심”

친구 죽음 겪으며 큰 의문 품고
삶의 모든 고통 여의고자 발심
부처님 칭송 받던 스님이 인가
화두뿐 아니라 칭명염불도 강조

‘행선축원’을 지은 나옹선사는 강월헌에 머물렀다 해서 강월존자라고도 불린다. 여강을 굽어보고 있는 강월헌과 탑.

새벽 산사의 아침 예불시간에 빠짐없이 들려오는 발원문이 있다. 바로 ‘행선축원(行禪祝願)’이다. 참선하는 이가 발원을 올리는 내용이다. 
  • 선을 닦는 수행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 갈 것인지
  • 나라와 세상의 평화와 온 생명을 구제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기울일 것인지 
그 마음가짐이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온다. 그 서두를 들어보자.

“아침저녁 향과 등불 부처님 전 올리옵고/
삼보 전에 귀의하여 공경예배 하옵나니//

우리나라 태평하고 온갖 재앙 소멸되며/
온 세계 평화롭고 부처님 법 이뤄지이다.”

행선축원의 ‘발원문’은 고려 말의 뛰어난 선승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이 지은 것이다. 그는 강월헌(江月軒)에 머물렀다 해서 강월존자라고도 불린다. 강월이란 강에 비친 달이다. “강 위에 달 밝고 솔 사이 바람 맑으니”라는 ‘증도가’의 노래도 있듯이, 그것은 마음에 비친 붓다의 모습이 아닐런가? 붓다의 참모습은 텅 비어 찾을 길 없지만 물 속 달처럼 부르면 벌써 달처럼 비쳐온다. 그에게는 ‘나옹화상어록(懶翁和尙語錄)’ 1권과 마음, 무상, 산사와 자연의 정경, 수행 등을 노래한 ‘가송(歌頌)’ 1권이 전한다.

나옹선사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선관서령(饍官署令) 벼슬을 지낸 아서구(牙瑞具)이며 어머니는 정(鄭)씨였다. 20세 때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후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의문을 품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냐고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이 무상감에 대한 절망과 슬픔을 안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문경에 있는 공덕산(지금의 사불산) 묘적암 요연(了然)선사에게 출가한다. 나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가사체 노래 ‘서왕가(西往歌)’에 그가 바란 출가의 뜻이 잘 묘사되어 있다.

“나도 한때 속세사람 자식이언만/
무상함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거짓일세//

부모님이 주신 얼굴 죽은 후에 속절없다/
다시 깊이 생각하여 속세의 일 뿌리치고//

부모님께 하직하고 표주박 하나 누더기옷에/
명아주 지팡이로 명산을 찾아 들어//

선지식을 친견하여 이 마음을 밝히고저/
천 개 경전 만 가지 논서 하나하나 탐구하리.”

요연 스님이 물었다. “왜 출가를 하려고 하는가?” 그가 답한다. “괴로움 투성이인 이 삶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입니다. 부디 그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 길을 찾아 나옹은 선지식에게 묻고 자신에게 답하며 수행에 전념한다. 그 수행법은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박탈해 나가는 간화선이었다.

고려 말은 무신정권이 물러간 원나라 지배기다. 불교 또한 쇠잔해 가며 신진 사대부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는 시기였다. 보조국사가 펼친 조계선풍이 가물가물 이어지긴 했지만, 강하진 못했다. 그래서 나옹은 선의 불길을 다시 지펴 불교를 쇄신해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해내고자 한다. 치열한 수행 끝에 양주 회암사에서 깨닫는다.

그는 깨달음을 인가받고자 원나라로 들어간다. 27세 때의 일이다. 그는 청장년기인 10년 동안 원나라에 머물며 당대의 선지식 평산처림(平山處林),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후신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인도승 지공(指空)으로부터 인가를 받는다. 당시 지공선사가 머물렀던 법원사에는 쟁쟁했던 고려 스님들이 많았지만, 나옹만이 특출했고 기개가 뛰어났다. 곧 그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중국의 황제에게도 알려진다. 그는 연경(북경)의 광제사 주지로 발탁되어 개당법회(開堂法會)의 법주가 된다. 그가 강조한 건 어디서건 주체로서 살라는 것이었다. 그 주체는 안의 안에도 없고 밖의 밖에도 없지만, 없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이 자리에서 피어난다. 뜰 앞의 잣나무처럼. 강 위의 달처럼.

나옹은 고려로 돌아온다. 당시는 공민왕이 집정하던 시기였다. 공민왕은 반원정책을 천명하고 신돈을 신뢰하며 개혁정책을 펼쳤다. 태고보우 선사도 당시 왕사로 활약했지만, 신돈에게 밀려나기까지 한다. 불교계 또한 세력 싸움이 거셌던 것이다. 원나라에 쫓겨 홍건적이 고려로 밀려왔다. 공민왕은 나옹에게 신광사 주지를 맡긴다. 신광사 대중들은 홍건적이 절에 들어와 행패를 부릴까 두려워하지만 나옹만이 두려운 빛이 없이 그들을 대한다. 그들의 수뇌가 스님께 침향 한 조각을 올렸을 정도였다.

그의 나이 50세 때 그는 천태종, 화엄종, 조계종 등 교계의 대표가 참여하는 공부선(工夫選)을 주관하여 불교계를 일신하고자 하였다. 이 공부선은 승과(僧科)를 통해 훌륭한 스님을 발탁하는 자리였다. 이 공부선에서 그는 스님들의 안목을 묻는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세상 사람들은 모양을 보면 그 모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모양과 소리를 벗어날 수 있는가?”

그는 공부를 꼭 이루고자 하거든 자신의 본래 성품에 대한 부서지지 않은 믿음과 깨지지 않는 무쇠 같은 원력을 간직하고 화두를 빈틈없이 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존재에 대한 대자비의 실천이었다. 그의 ‘발원문’을 보자.

“저희들이 이와 같이 세세생생 날 적마다/
반야지혜 좋은 인연 물러나지 아니하고//

우리 본사 세존처럼 용맹하신 뜻 세우고/
비로자나 여래같이 큰 깨달음 이뤄지다.//

문수사리 보살처럼 깊고 밝은 큰 지혜와/
보현보살 본을 받아 크고 넓은 행원으로//

넓고 넓어 끝이 없는 지장보살 몸과 같이/
천수천안 관음보살 삼십이응 몸을 나퉈//

시방삼세 넓은 세계 두루 돌아다니면서/
모든 중생 제도하여 열반도에 들게 할제//

내 이름을 듣는 이는 삼악도를 벗어나고/
내 모습을 보는 이는 생사번뇌 해탈하며//

백천만겁 지나면서 이와 같이 교화하여/
부처님도 중생들도 모든 차별 없어지이다.”

나옹은 염불 또한 강조했다. 하나는 염불선이요 다른 하나는 칭명염불이다. 염불선에 대한 나옹의 안목은 우리 사찰의 주련에서 자주 만난다.

“아미타부처님 어느 곳에 계시온가/
간절히 마음속에 새겨 잊지 말지어다.//

생각하고 생각하여 마음 다한 곳에 이르오면/
이 몸에서 자금색 광명 항상 빛나리.”

나무아미타불. 그 명호를 부르고 불러 그 생각마저 끊어지면, 바로 그 자리에 부처님이 현신한다는 말이다. 마음에 달이 뜨는 것이다. 생각이 다하도록 염불해 보시라. 감흥과 체험 깊을 것이다. 그는 ‘서왕가’에서 타력염불 또한 강조한다.

“백년 탐한 재물 하루아침 티끌이요/삼일 염불 백천만겁 다함없는 보배로다//아아! 이 보배는 천겁 지나도 낡지 않고/만세를 지나 언제나 지금이로다.”

나옹은 말년에 왕사를 책봉 받아 송광사 주지를 거쳐 회암사에 머물러 그 사세를 확장하고 낙성법회를 연다. 그곳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백성들이 밤낮없이 구름처럼 물밀 듯 몰려왔다. 위기의식을 느낀 사대부들의 모함으로 우왕은 그를 회암사에서 물러나게 한다. 영원사로 향하던 중 나옹은 신륵사에 잠시 머물다 열반에 든다. 그의 나이 57세였다. 하지만 그의 법맥은 무학자초, 함허득통으로 이어져 조선시대 불교의 등불을 이어간다. 또한 나옹은 한때 환암혼수와 오대산에 머물며 그와 법을 나눈다.

여주 신륵사에 가면 남한강을 바라보며 강월헌이 서 있다. 회암사 강월헌이 그곳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를 보러 빛깔 좋은 날, 달 밝은 밤 강월헌에 가 보자.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kmss60@naver.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2020/10/17

불교언론-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 법보신문

불교언론-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 법보신문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승인 2012.11.27 14:12

‘오온’ 명확히 모르면 ‘아트만’ 세울 가능성 높다
확철대오 자신에 중퇴 후 출가
7년 정진 속 진전없자 인도행

먹이 찾는 돼지새끼 몸부림에
‘윤회’ 무서움 알고 교학 매진



▲각묵 스님


화두가 끊이지 않았다. 자다가 깨어나면 화두부터 챙겨졌다. 남모를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화두 하나만 타파하면 깨달음에 이른다 하지 않았는가!’ 선방에서 한 달만 밀어붙이면 생사는 곧바로 뛰어 넘을 것만 같은 충만감이 전해져 왔다. 대학교 3학년 1학기 때의 일이다. 송광사 여름수련대회 참가 후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삭발염의 했다. 부산대학교의 여정은 그걸로 끝이다.

화두타파 원력이 출가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단초는 중학교 3학년 때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허망감에 갈 길을 잃었다. 당장 의지해야 할 게 있어야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철학책을 뒤적였다. 그러던 중 불교를 만났다. 사막에서 쓰러지기 직전에 찾아 낸 오아시스와 같았을 터!

대학 불교학생회에 가입해 불자로서의 삶을 지어가기 시작했다. 교화부장을 맡았던 그는 수업 전에 매일 예불과 함께 금강경을 독송했다. 회원들의 교리공부도 그의 몫이요, 법사 초청도 그의 몫이었다. 자연스럽게 부산과 경상남북도의 ‘큰스님’을 친견하게 됐다.

어느 날 삼묵 스님을 친견했다. 전율이 일었다. ‘도인이란 이런 모습이구나!’ 그의 법기를 이미 간파했던 것일까? 삼묵 스님은 신심명과 증도가, 육조단경을 가르쳤다. 기본 교리는 이미 터득했을 것이라 본 삼묵 스님은 선의 세계로 그를 안내했던 것이다. ‘무(無)’자 화두를 받았다. 화두는 수지 직후부터 성성하게 들렸다. 전생 인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전공하고 있던 수학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법담’이 아닌 일반적인 ‘대화’는 식상했다. ‘뭔가 그 동안 속고 살아온 것’만 같았다. 출가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구산 스님이 주석하고 있던 송광사 선원에 입방해 가부좌를 틀었다. 벼르고 벼르던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된 것이니 그 선열감은 각묵 스님 자신만이 감지했을 터.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화두가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화두는 들리지 않고 졸음만 쏟아져 내렸다. 구참 수좌에게 물어보니 오후불식 하면 좀 나아질 것이라 해 실행에 옮겼다. ‘배고프니 잠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7년의 세월이 다 되어 갔지만 확철대오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 즈음, 활성, 철오, 함현 스님을 만났다. 초기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기 시작했다. 이원섭 시인이 번역한 마쓰다니 후미오의 ‘아함경’과 ‘불교개론’을 접한 것도 세 스님의 인연 덕이었다. 어느 날 함현(현 청주 관음사 주지) 스님이 가져온 월폴라 라훌라의 ‘부처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접했다. 이 책은 팔리 삼장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명료하게 서술해 놓은 명저다.

활성 스님은 각묵 스님에게 초기불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함현 스님 또한 초기불교 경전 번역의 원력을 세워보라 권했다. 철오 스님과의 토론을 통해 초기불교의 일면이나마 맛을 보고 있었던 각묵 스님은 자신을 다시 한 번 추스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물음에 접근했다. ‘부처님 가르침에서 불교를 갈무리 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자연스럽게 초기불교로 발길을 돌렸다. 1987년 칠불암 운상선원 하안거로 7년 동안의 선원 여정은 일단락 됐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인도유학을 결심한 각묵 스님은 서울 법련사에 머물며 영어공부에 매진한 후 1989년 3월 인도 유학길에 올랐다.

10년의 유학 내공은 최근에 와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미 ‘금강경 역해’를 비롯해 대림 스님과 함께 4부 니까야를 완역했다. 번역 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팔리 삼장을 모두 완역해 내겠다는 그의 원력에 비춰보면 말이다. 세미나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내 보인다. ‘나는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서로의 ‘앎’을 공유하며 부처님의 진의를 함께 찾고 정립해 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승불교권에만 머물러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불교계에 젊은 각묵 스님의 이러한 왕성한 활동은 부처님 법에 좀 더 상세히 접근해 보려는 불자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이 단비가 한국불교사의 한 축을 흐르는 ‘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각묵 스님을 친견했다.

궁금했다. 화두를 내려놓고 초기불교라는 교학의 숲에 들어 간 각묵 스님이 진정 얻은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청정도론’을 통해 전한 붓다고사의 일언을 전했다. ‘윤회에서 두려움을 본다고 해서 비구라 한다.’

“강의 중에 이 말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윤회 또한 본래 없는 줄 알아야지, 윤회에서 두려움을 보는 게 비구라니요! 이러니 ‘소승’이라는 말을 듣는구나 했지요.”

이 때가 유학 3년째라고 한다. 한 때 화두를 들었던 선사의 기백으로도 들린다.

“그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돼지새끼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우기철이면 길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 길 위에서 오물범벅이 된 채 먹이만을 찾아 이리저리 허우적대는 돼지새끼 한 마리. 나도 저렇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뭐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단물만 쪽쪽 빨아 먹고는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 들 저 돼지새끼와 뭐가 다른가!”

이 사념에 이끌린 각묵 스님은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발심했다. ‘공부하자. 제대로 해야 한다.’ 각묵 스님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음을 곧 알았다.

“우리 간화선 수행인 중에도 돈오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돈오 논의의 핵심은 깨달음이 실현되는 바로 그 시점입니다. 그 시점만 놓고 보면 ‘즉각’적입니다. 그 전에 몇 년을, 아니 몇 겁을 닦아왔든 깨달음의 실현 시간은 순간적인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행과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를 무시한 채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하는데 이는 단편적인 사고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윤회에 대한 교학적 접근을 철저하게 해 보지도 않고 ‘윤회 또한 본래 없는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자신과 유사한 간화선 수행인이 지금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무상, 무아, 고든, 무상, 무아, 공이든 이를 통찰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으면서 횡설수설하며 생과 세상의 찬미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깨달은 체 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초기불교 해체적 방법론 통해

무상·고·무아 철관 노력 해야



불연 있어도 공부는 자기 몫

불법·수행방법 자신이 찾아야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는 불교의 뿌리”라며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대승불교 이해도 높아질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교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음이다. 초기불교 프리즘이든, 대승불교 프리즘이든 나름대로의 불교 갈무리가 있어야 설법을 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다. 현 간화선 수행인들에게는 뼈아프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선원에서 7년 공부한 수행인의 일언이라면 귀 기울여 보아야 한다.



“초기불교의 핵심은 일단 해체해서 보기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궁극적 지향점은 개념 해체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고, 일체 존재는 12처로 해체해서 보는 겁니다. 세계는 18계로, 생사문제는 12연기로 해체해서 보는 겁니다. 왜 해체해서 보는가? 무상, 고, 무아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수행이라는 직관을 통해 무상, 고, 무아를 체득할 수 있겠지만, 일단 교학적 접근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 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불교는 그 방법으로 ‘해체’라는 무기를 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부처님은 ‘오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 ‘자아’, ‘아트만’이라는 고정불변 하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오온을 설하신 겁니다.”



오온은 ‘반야심경’에도 나와 있는 대목이다. 무아를 설명하는 데 오온은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 아닌가. 초기불교에서의 오온 설명은 대승불교에서의 오온 설명과 다르다는 것인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 많다고 봅니다. 무아라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자아’를 전제한 ‘참 나’, ‘주인공’ 같은 개념들이 난무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핏 보면 이는 또 다른 자아, 즉 아트만을 연상시킵니다. 대중설법을 위한 방편으로 이 말을 썼다 해도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말들은 아예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각묵 스님은 ‘마음’에 대한 이해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초기불교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이 또한 ‘오온’을 통해 여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색(色)은 ‘물질’이고. 수(受)는 ‘느낌’입니다. 단, 탐욕과 성냄은 여기에 속하지 않습니다. 상(想)은 인식입니다. ‘푸른 것도 인식하고 빨간 것도 인식’하는 그러한 인식입니다. 행(行)은 심리현상들의 무더기입니다. 복수로 표현됩니다. 단, 느낌과 인식(오온의 수와 상)은 제외합니다. ‘청정도론’에서는 52가지 심소법 중 느낌과 인식을 제외한 50가지 심소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식(識)은 무엇일까요? 번역하기 참 어려운 대목입니다. 분별하는 식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신 것도 식별하고 쓴 것도 식별하는 식’입니다. 따라서 저는 ‘알음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식’은 마노(意), 마음과 같은 겁니다.”



교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오온의 마지막 ‘식’이 ‘마음’과 같다는 대목에서는 아연해지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식’ 즉 ‘아는 작용’은 반드시 느낌의 인식과 심리현상(行)들과 같은 심소법들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용도는 차이가 납니다. 우리의 마음을 나타내는 술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역할이나 문맥에 따라 엄격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라고는 쓰지만 안심, 이심, 비심, 설심, 신심, 의심 등의 합성어는 팔리 삼장 어디에도 없습니다.”



각묵 스님은 ‘컵’하나로 이를 설명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가 컵 하나를 보았을 때 오온은 동시에 일어난다. 컵이라는 대상의 물질을 본 순간, 즐거운 느낌(受)이 일며 파란 컵(想)임을 인식하고, 소유해야(行) 한다는 것과 함께 ‘소유’의 식(識)을 최종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식’은 갖겠다는 ‘마음’을 낸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이 ‘마음’도 조건발생이라는 것입니다. 감각이나 대상이라는 조건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거나 일어나는 마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마음 또한 찰나생, 찰나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것과 다른 어떤 단 하나의 법도 이렇듯 빨리 변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나니,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하셨습니다. 더 이상의 마음에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불교적 측면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찰나생 찰나멸 하는 마음, 더욱이 그 변화 속도가 그 무엇보다 엄청나게 빠른 마음, 오온의 한 일부일 뿐인 마음을 두고 ‘닦고’, ‘찾고’할 게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참 마음을 찾자’, ‘청정심을 회복하자’고 한다. 방편으로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대중에게도 이러한 설명이 있은 뒤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묵 스님의 지적처럼 ‘마음’이 어디 우리 몸 한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기불교는 불교의 뿌리입니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대승불교 이해도 역시 높아질 게 확실합니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 전파가 ‘너무도 즐겁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늘 웃고 다닌다. 주위에서 ‘그만 좀 웃고 다니라’라는 핀잔(?)을 들을 정도란다. 각묵 스님을 친견하며 초기불교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부처님 뜻을 헤아려 보려 스스로 찾고 가름한 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각묵 스님의 모습!

‘나는 지금 무엇을 가름하고 있는가?’ 불교와의 인연이 맺어졌다 해서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부처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수행방법도 자신이 찾아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면 아닌가.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각묵 스님
경남 밀양 출생. 1979년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 수지. 1982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7년 제방 선원 안거 후 인도로 유학. 10여년 간 산스크리트, 팔리, 프라크리트 수학. 인도 뿌나대학교 산스크리트어과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사 및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역·저서로는 ‘금강경 역해’, ‘초기불교 이해’, ‘아비담마 길라잡이’(대림 스님과 공역),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 ‘디가 니까야’, ‘쌍윳따 니까야’ 등이 있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2020/10/16

도윤 기공과 함께 살다

기공과 함께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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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기공과 함께 살다
마음과 의식과 몸을 합일시켜 삼진(三眞)을 이루는 공법과 천도와 합일시킨
중국 3대 도가기공(지능기공, 원극기공, 정일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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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과 함께 살다
마음과 의식과 몸을 합일시켜 삼진(三眞)을 이루는 공법과 천도와 합일시킨 중국 3대 도가기공(지능기공, 원극기공, 정일기공)

도윤



동학 21자 주문을 해보니至氣今至願爲大 降 지기금지원위대 강 侍 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시 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밤에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온몸의 감각을 깨워 온몸에서 마음을 멀리 내보내 주위와 통해 몸 전체를 연 다음 21자 주문을 한 시간 이상 해보았다. 몸안에 빛과 기운이 가득차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보니 집안에 온갖 빛과 기운으로 가득하다. 온몸이 남김 없이 풍선처럼 가벼워지면서 냉기가 빠져나간다. 21자 주..도가(선가)기공소개/동경대전2020.10.15댓글수00

2020/10/11

알라딘: [전자책] 모든 것의 역사

알라딘: [전자책] 모든 것의 역사



[eBook] 모든 것의 역사 - 마음과 세계는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진화하는가  epub

켄 윌버 (지은이),조효남 (옮긴이)김영사2016-01-12 원제 :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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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497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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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켄 윌버 대표 저서들의 핵심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낸 유일한 대담집. 저자가 사상의 완숙기에 접어들어 집필한 책으로, 인간과 세계에 관해 수많은 학자들이 창안한 거의 모든 이론과 해석을 종합하여 인간의식과 물질우주의 진화 과정을 밝힌다. 물질.생물.정신.신성을 아우르는 저자 특유의 통합적 체계를 통해 범우주적 진화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속의 인간의 위치를 조망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변용을 위한 우리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의 저서들 중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알기 쉽게 쓰여진 대표적인 책이며, 대담집 특유의 생생함과 가독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목차

옮긴이의 글

추천사

제2판 서문

독자에게 드리는 글

서론



1부 활동 중에 있는 영



1장 존재의 연결 패턴

온우주|20가지 원칙: 존재의 연결 패턴|작인과 공존적 교섭|초월과 소멸|모든 홀론의 네 가지 추동|창조적 창발|홀라키|전면적 포섭의 길



2장 비밀스러운 충동

더 높고 더 낮은 수준|존재의 깊이와 폭|온우주의식|의식의 스펙트럼



3장 모두 너무나 인간적인

수렵채집 단계|원예농 단계|농경 단계|산업화 단계



4장 포스트모던 대혁명

포스트모던 분수령|탈근대성에서의 두 경로|내일의 끄트머리에서|초월과 억압



5장 온우주의 네 코너

4분면|의도적 대 행동적|문화적 대 사회적|하나의 실례|미래에 올 것들의 모습



6장 신의 두 가지 손



마음과 뇌|좌측 경로와 우측 경로|독백적 주시: 우측 경로로 가는 열쇠|해석: 좌측 경로로 가는 열쇠|그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사회과학 대 문화적 이해|해석학|모든 해석은 맥락 지향적이다|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한 해석|영적 해석



7장 온우주에 조율되어

명제적 진리|진실성|공정성|기능적 적응성|결론: ‘영’의 네 가지 얼굴



8장 진.선.미

3대 가치|좋은 소식 : 3대 가치의 분화|나쁜 소식 : 3대 가치의 분열|탈근대성의 과업 : 3대 가치의 통합|영적인 3보



2부 활동 중에 있는 영의 더 상위 영역



9장 의식의 진화

발달의 상위적 단계들|사다리, 오르는 자, 관점|기본수준 : 사다리|자기 : 사다리를 오르는 자|분기점|새로운 세계의 출현 : 변화하는 관점들|병리 현상|상태와 단계|평원적 세계의 종교|프로이트와 부처



10장 글로벌로 가는 길 1

일차적 모체|출생외상|거짓 자기|분기점-1 : 신체적 자기의 부화|분기점-2 : 정동적 자기의 탄생|분기점-3 : 개념적 자기의 탄생|모든 신경증은 생태적 위기|초기의 세계관 : 태곳적, 마법적, 신화적|분기점-4 : 역할적 자기의 탄생 320|패러다임 전이|악마적 학대와 UFO



11장 글로벌로 가는 길

진화 대 자아중심주의|분기점-4(계속) : 삶의 사회적 각본|분기점-5 : 세계중심적 혹은 성숙한 자아|다양성과 다문화주의|분기점-6 : 켄타우로스의 심신 통합|무조망적 광기|트랜스퍼스널 영역의 가장자리에서



12장 초의식의 영역 1

마음이 떨어져 나가는 곳|트랜스퍼스널 단계들|분기점-7 : 심령적 단계|심층생태학과 에코페미니즘|에니어그램과 기본 골격|분기점-8 : 정묘 영역|융과 원형



13장 초의식의 영역 2

분기점-9 : 원인적 영역|비이원적 영역|순수한 현존의 즉각성|깨달음



3부 평원적 세계를 넘어서



14장 상승과 하강

간결한 요약|대홀라키|현세적 대 내세적|지혜와 자비|신과 여신|서로 다른 두 신들|하강적인 격자



15장 온우주의 붕괴

근대성의 존엄|근대성의 재앙|도구적 합리성 : ‘그것들’의 세계|근본적 계몽주의 패러다임|영도 없고 마음도 없고 오직 자연만|산업적 격자의 목소리



16장 에고주의와 에코주의

에고 대 에코|평원적 세계의 쌍둥이|에고주의의 진리|에고주의의 문제|에고주의와 억압|다시 황홀해진 세계|자연으로의 회귀|에코주의와 퇴행|실낙원|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근대성의 대전투 : 피히테 대 스피노자



17장 하강자의 지배

진화 : 시간 속에서 전개하는 대홀라키|진화 : 활동 중에 있는 영|비이원성의 희미한 빛|언제나 이미|비전의 퇴색|하강론자들의 지배|인터넷|가이아 종교



18장 통합적 전망

벽 위에 글쓰기|슈퍼맨 자기|대그물망 가이아 자기|포스트모던 마인드를 넘어서|세계의 변용과 문화적 격차|환경윤리 : 홀론적 생태학|기본적인 도덕적 직관|통합적 전망



부록: 홀론의 20가지 원칙

켄 윌버의 사상과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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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25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독자들은 독자 자신의 더 심층적이고 더 상위적인 잠재력의 비범한 스펙트럼-을 발견할 것이다. 이러한 지도는 단순히, 독자들이 자신의 의식의 방대한 지형, 자신의 존재와 생성 과정의 거의 무제한의 잠재능력, 즉 자신의 원초적 자각의 거의 무한대의 팽창을 탐구하도록 하기위한 초대일 뿐이다. 그리하여 독자가 결코 떠나본 적이 없는 장소, 즉 독자 자신의 가장 심층적인 본성과 독자 자신의 본래면목에 도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접기

P. 47 우리는 세계의 위대한 전통지혜에 따라서 이 진화적 전개의 상위적인 단계들-말하자면 ‘영’이 그 자신에 대해 의식적이 되고 그 자신으로 깨어나고 그 특유의 진리의 본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상위적인 더 심층적인 단계들-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위적인 단계들은 흔히 신비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상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들은 한층 더 높은 발달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매우 명료하고 매우 실제적인 단계들-말하자면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가용한 단계들, 우리 자신의 심층 잠재능력인 단계들-이라는 것입니다.  접기

P. 102 아마도 결국 진화의 순차적 순서는, 정말로 사물로부터 신체로 마음으로 혼으로 나아가 영에 이르기까지 각각 더 깊은 깊이와 더 깊은 의식으로, 그리고 더 폭넓은 포섭으로 각각 초월하고 내포하는 그런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진화의 최고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아마도 각 개체의 의식은 무한성-전체 ‘온우주’와의 전면적인 포섭-을, 다시 말해 그 자신의 참된 본성에 따라 깨어나는 ‘영’으로서의 ‘온우주’의식을 정말로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접기

P. 103 당신의 정체성이야말로 진정한 ‘전체자’이고, 당신의 주변이 아닌 바로 당신 속에서 전개하는 ‘전체자’와 더불어 당신은 더 이상 그러한 진화적인 흐름의 일부가 아니라 당신이 바로 그 조류입니다. 별은 더 이상 저 밖에서 빛나지 않고 여기 이 안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초신성超新星은 당신 가슴속에 존재하게 되고 태양은 당신의 자각 안에서 빛납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것을 포섭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궁극의 ‘전체’란 없고 오직 끝이 없는 과정만 있을 뿐이고, 당신은 곧 전체 과정이 전개하는-끊임없이 불가사의하게, 항구적으로 경쾌하게-통로이거나 소통로이거나 순수한 ‘공’인 것입니다.  접기

P. 443 그리하여 우리는 그러한 분면들이 인간의 형태에 이르기까지의 4분면의 진화를 따라왔고, 그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간들은 스스로 이러한 분면들에 관해 성찰하고 그것들에 대해 사고하고 그들 자신이 그것들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이제 막 알아차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려고 하는 이런 시도 속에서 다양한 지식의 탐구와 진리의 탐구를 창출해내고 있습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켄 윌버 (Ken Wilber)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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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스널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대가이자 통합심리학(Integral Psychology)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 ‘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도덕경》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심리학·종교·영성에 대한 동서양 사상에 심취했다.

23세에 쓴 첫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은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은 책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20여 권의 저서를 통해 심리학과 철학, 인류학, 동서양의 신비사상,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총망라하여 인간 의식의 발달과 진화에 대한 통합이론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업적은 프로이트나 융, 윌리엄 제임스의 업적에 비견되기도 한다. 선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수행법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수행자이기도 한 그는 통합이론과 수행법을 연구하는 통합연구소(Integral Institute)를 설립 및 주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켄 윌버의 통합비전》 《모든 것의 역사》 《의식의 스펙트럼》 《무경계》 《에덴을 넘어》 《아이 투 아이》 《켄 윌버의 통합심리학》 《켄 윌버의 일기》 《모든 것의 이론》 《성, 생태, 영성》 《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 《내일의 종교(근간)》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켄 윌버의 통합명상>,<켄 윌버의 통합영성>,<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 … 총 177종 (모두보기)

조효남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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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구조공학박사를 취득,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역임한 후 한양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공대 학장과 대만국립과학기술대 초빙 석좌교수를 역임하였으며, 2000년 이래 한국트랜스퍼스널(자아초월)학회 공동회장, 한국건강연대 공동상임대표, 미래사회와종교성연구원 이사, 한국정신과학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 불교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이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공학한림원 명예회원, 한국정신과학학회 명예회장이다. 지난 30여 년간 도가기공, 불교 심신 수련과 함께 켄 윌버의 통합 사상을 국내에 소개하며 자아초월심리학, 통합철학, 불교, 윤리학, 기학氣學, 정신과학 분야의 학술 활동을 해왔다. 오랫동안 한양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공학윤리와 과학기술윤리를 강의해왔고, 지난 8년간 서울불교대학원에서 통합이론, 통합치유리더십, 핵심통합수련, 몸에너지동작치료, 통합에너지치유, 양자치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저서로 《의식, 영성, 자아초월 그리고 상보적 통합》 《역동적 통합변혁리더십》 《현대과학기술윤리》 《공학윤리》 등이 있고, 역서로 켄 윌버의 《감각과 영혼의 만남》 《모든 것의 역사》 《켄 윌버의 ILP》 《의식의 변용》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통합심신치유학 이론 편>,<통합심신치유학 실제 편>,<상보적 통합> … 총 2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물질, 생명, 마음, 의식이 출현하고 진화해온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본래면목으로 안내하는 정밀하고 풍부한 지도!

켄 윌버 대표 저서들의 핵심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낸 유일한 대담집



★ 소설가 김연수와 혜민 스님이 극찬한 학자, 켄 윌버!

★ ‘인간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석학 켄 윌버 사상의 정수를 담았다!



인간과 세계는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하여 어디에 도달해 있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저자 스스로 “가장 인기 있는 책”이라 소개하는 ≪모든 것의 역사≫는 저자가 사상의 완숙기에 접어들어 집필한 책으로, 인간과 세계에 관해 수많은 학자들이 창안한 거의 모든 이론과 해석을 종합하여 인간의식과 물질우주의 진화 과정을 밝힌다. 물질.생물.정신.신성神性을 아우르는 저자 특유의 통합적 체계를 통해 범우주적 진화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속의 인간의 위치를 조망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변용을 위한 우리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의 저서들 중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알기 쉽게 쓰여진 대표적인 책이며, 대담집 특유의 생생함과 가독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출판사 서평]



소설가 김연수와 혜민 스님이 극찬한 학자, 켄 윌버!

‘인간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석학

켄 윌버 사상의 정수를 담은 유일한 대담집!



물질, 생명, 마음, 의식이 출현하고 진화해온 역사를 한눈에 조망한다!

-켄 윌버 대표 저서들의 핵심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낸 대담집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 켄 윌버는 초기 트랜스퍼스널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에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고 통합심리학Integral Psychology 분야를 개척하여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천재적인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섭렵하여 제시한 통합 이론의 대가답게 철학, 종교, 신화, 과학, 인류학, 사회학, 동서양의 신비사상 분야의 대사상가로도 평가받는다. 미국의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켄 윌버를 ‘가장 명석하고 통찰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았고, 앨 고어, 워쇼스키 남매, 조지 루카스, 마이클 크라이튼, 디팩 초프라, 토니 슈워츠, 로저 월시 등 각계의 명사들이 윌버로부터 받은 영향을 술회하며 그의 책을 추천했다. 또한 물질.생물.정신.신성神性을 아우르는 범우주적 시선으로 인간의식의 발달과 진화 과정을 밝히는 윌버의 통합 이론은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21세기 비전으로 논의되고 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이원론과 이성 중심의 서구 세계관들이 해체되면서 혼미 속에 도래한 21세기는 인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윌버의 통합적 사유가 정교한 지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켄 윌버 스스로 “가장 인기 있는 책”이라 소개하는 ≪모든 것의 역사≫(2000)는 그의 저서들 중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알기 쉽게 쓰여진 대표적인 책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무경계≫(1979)와 얇은 분량에 형형색색 이미지들로 그의 이론을 집약한 ≪켄 윌버의 통합비전≫(2007)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켄 윌버 입문서로 꼽힌다. 윌버가 23세에 집필한 데뷔작 ≪의식의 스펙트럼≫(1977)을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책이 ≪무경계≫라면, 사상의 완숙기에 접어든 윌버가 이전 저작들의 내용을 종합하여 집필한 대작 ≪성, 생태, 영성≫(1995)을 알기 쉽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설명한 대담집이 ≪모든 것의 역사≫이다. 인간과 세계에 관해 수많은 학자들이 창안한 이론과 해석을 망라하여 다소 소화하기 힘들 수 있는 켄 윌버의 사상 체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이론을 어떻게 고안하고 수정하고 확장하고 체계화시켰는지도 들을 수 있다. 또한 대담집 특유의 생생함과 가독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이원론적 물질주의 시대와의 근본적인 작별을 위한 21세기 비전

-온우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켄 윌버는 근대 이후 20세기가 물질 중심의 과학주의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소외시키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으며, 물질과 세계와 주체를 분리된 것으로 규정하여 인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축소시켰다고 비판한다. 현대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음에도 우리가 불행한 것은 그 때문이며, 이는 그러한 소외와 분리로 인해 자기 존재에 대한 정체성의 경계를 넘지 못한 데서 기인한 병리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윌버는 인류의 위대한 전통지혜인 ‘영원의 철학perennial philosophy’의 개념을 받아들여 인간이 결국 도달해야 하는 지점으로 ‘영성Spirituality’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영성’이란 무엇이고 ‘영Spirit’이란 무엇일까? 윌버가 ‘모든 것’이 출현하고 진화해온 역사를 통해 드러내려는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켄 윌버는 먼저 ‘온우주kosmos’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이는 피타고라스 학파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물질권.생물권.정신권.신성의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우주’를 뜻한다. 이 책 제목인 ‘모든 것의 역사’란 바로 이 ‘온우주’의 역사를 말한다. 윌버에 따르면, 온우주는 ‘홀론hol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홀론’이란, 헝가리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아서 쾨슬러가 ‘그 자체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체의 부분인 어떤 존재’를 지칭하기 위하여 만든 용어로, 윌버는 모든 것들이 각기 하나의 전체이기만 하거나 부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체이자 부분, 즉 ‘홀론’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하나의 온전한whole 원자는 하나의 온전한 분자의 부분이며, 분자는 하나의 온전한 세포의 부분, 세포는 온전한 하나의 유기체의 부분인 것이다. 하나의 ‘상징’도 그렇고, 또한 하나의 ‘이미지’와 하나의 ‘개념’도 그렇다. 그러한 모든 현실적 존재들은 다른 어떤 것이기 전에 하나의 홀론이며, 따라서 세계는 원자나 상징이나 세포나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홀론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홀론들이 온우주의 각 영역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들 모두가 드러내는 공통 패턴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윌버가 제시하는 진화의 패턴이다.



우리 자신의 본래면목으로 안내하는 정밀하고 풍부한 지도

-마음과 세계는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진화하는가



켄 윌버는 온우주가 ‘물질matter→생명life→마음mind→혼soul→영spirit’의 단계로 진화한다고 이야기한다. 각 단계는 필연적으로 그 자체에 본래 내재된 한계에 봉착하고, 이는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동인이 된다. 즉 홀론으로서 각 단계는 하나의 전체인 자신을 초월하지만 하나의 부분으로서 다음 단계에 포함되고, 동시에 이전 단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속성을 추가한다. 그렇게 홀론의 정체성은 온우주의 더욱더 많은 것을 포함하기 위하여 확장된다. 결국 진화란 자기초월을 통해 정체성이 확장되는 과정이며, 최상위 단계인 ‘영’은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이 세계를 전적으로 넘어서지만, 그러면서도 이 세계 내의 모든 개개의 홀론을 남김없이 포섭한다. 모든 것 너머에서 모든 것을 포함하므로, 이때 각 객체의 의식은 무한성, 즉 전체성으로의 온우주의식을 접하게 된다. 무한하고 전체적인 온우주의식이란 ‘현현하는 모든 것들의 근본적인 바탕’에 다름 아니다. 모든 것들이 그려질 수 있는 흰 도화지, 불교의 개념으로 말하면 ‘공空’인 것이다. 이는 온우주가 진화를 통해 도달하게 되는 최종 목적지이자, 동시에 처음부터 모든 단계에 바탕으로서 내포되어 있는 온우주의 참된 본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가 ‘영’의 단계에서 깨닫게 될 우리 자신의 ‘본래면목’이라고, 켄 윌버는 말한다.



켄 윌버의 탁월함은 이러한 진화의 패턴과 각 단계의 속성 및 한계를 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 문화의 발달 과정을 통해서도 설명해낸다는 것이다. 즉 홀론으로서 각 단계는 개체적인 면과 집합체적인 면, 그리고 그것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개체적인 것의 내적 측면이란 ‘나’의 ‘의식과 정신’의 영역을, 개체적인 것의 외적 측면이란 ‘나’의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영역을, 집합체적인 것의 내적 측면이란 ‘우리’의 ‘문화적’인 영역을, 집합체적인 것의 외적 측면이란 ‘우리’의 ‘사회적’인 영역을 말한다. 윌버는 이러한 네 가지 영역을 ‘4분면’의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 결국 진화란 새로운 행동 패턴(개체적인 것의 외면)을 지니는 새로운 양식의 자기감(개체적인 것의 내면)과 함께 새로운 세계관(집합체적인 것의 내면)을 수반하고 새로운 기술경제적 기반(집합체적인 것의 외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발달과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개의 학문들이 상이한 진리를 말하는 듯 보이는 것은 각각의 분면에 해당하는 영역에 한정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윌버는 그 모든 것을 통합하여 하나의 지도 위에 그려놓은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포괄적인 지도가 정치, 비즈니스, 교육, 건강 관리, 법률, 생태학, 과학, 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에게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다

-온우주 진화의 최종 목적이자 최초의 동기



온우주의 진화 과정을 통해 켄 윌버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결국, ‘우리는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하여 어디에 도달해 있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우리 안에는 전적으로 새로운 변용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만나게 된 사건들 중 우연히 일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러한 필연성으로 인해 모든 사건들은 일정한 단계를 거쳐 조율되고 화해되고 끝내는 통합될 것이다. 이 과정 전체가 바로 온우주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 ‘영’이 스스로를 전개하는 방식이며, 이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이원적인 전체로서 자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들과 분면들은 단순히 온우주의 모습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들입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전체적인 요점은, 우리는 ‘온우주’의 모든 양상들과의 공감적 조율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우주 내에서 우리 자신을 편안하게 찾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각각의 분면에서 진리를 접촉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각각의 분면이 서로 다른 음성으로 우리에게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됨으로써 비로소 그렇게 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우 신중하게 듣는다면 그들이 진리를 온화하게 속삭이고 있는, 그리고 마침내 우리를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조용히 부르는 조화로운 합창에 참여하고 있는 각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

약 그와 같이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진리들을 알아보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그러한 진리들과 완전하게 동조할 수 있습니다.”(207쪽)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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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된 뒤 중고는 너무 비싸서 구하지 못했던 책인데, 이렇게 구매할수 있어 좋아요.  구매

nova154 2016-02-0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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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패턴의 모든것을 취하여 그것들을 함께 모아놓는다면? 흥미로울것 같다..  구매

두끼 2016-02-0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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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네요  구매

심심 2016-05-25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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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진화'라는 주제를 나와 우리 그리고 그것 이라는 사분면을 통해 종합적으로 통찰하고 통합할 수 있고 결국은 영(soul)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책. 책에 나오는 용어가 낯설고 어려운데다 번역마저 이해하기 힘들었음. 교양삼아 쉽게 읽을 책은 아닌 듯.  구매

조이락 2016-04-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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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윌버의 영원의 철학 새창으로 보기

나는 켄 윌버라는 이름을 1990년에 읽었던 김상일, [한밝문명론] (지식산업사, 1988)을 통해 알게 되었다. 김상일은 머리말에서 이 책의 틀을 잡는데 켄 윌버의 [Up Form Eden]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켄 윌버의 책들이 번역되면서 그를 대단한 철학자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그의 주장은 아주 평범하고 오래된 것이고 허술하다. 올더스 헉슬리, [영원의 철학] (김영사, 2014) 책소개에 보면 "고도로 발달된 종교 및 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개념(영원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는데, 20세기에 와서 올더스 헉슬리의 이 책 《영원의 철학The Perennial Philosophy》에 의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드디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동서양의 종교와 심리학을 독창적으로 통합시킨 유명한 사상가 켄 윌버가 ‘세계의 위대한 영적 스승·철학자·사색가들이 채택한 보편적인 세계관’으로 이를 즐겨 언급하고 통합사상의 기본 전제로 삼으면서 21세기에도 그 깊이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되어 있다. 영원의 철학은 perennialism이라고 하며, 의식의 진화를 통해 svabhavikakaya(청정신)의 의식단계에 도달해야만 깊은 사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주장을 연구해보면 전혀 깊은 사고가 아니고, 여러 학문과 다양한 신비주의의 몽환적 교리의 뒤범벅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과대평가를 통한 심리적, 지식적 쾌락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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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thema 2015-11-19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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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모든 것의 역사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은 켄 윌버의 다양한 지식 체계를 영성과 '공'의 지식 아래 통합하고 정연하게 정비하여 그의 사상을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그의 사유 체계를 대담이라는 형식으로 보다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려 한 점도 큰 장점이다.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동서양 사상에 선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수행법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수행자이기도 한 그는 통합 이론과 수행법을 연구하는 가장 유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선불교의 수... + 더보기

cool 2016-01-27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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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역사 새창으로 보기

























































   미국의 사상가이자 대중 연설가인 켄 윌버의 초기 대표작인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1996) 가 김영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초기 트랜스퍼널심리학에서 통합심리학을 넘어 동서양의 모든 학문을 섭렵하는 학자이며 동시에 지독한 (?) 수행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집필한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켄 윌버는 어렵고 난해한 천재 사상가로 기억된다.







   2005년 대학원 재학 중에 처음 켄 윌버를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는 2004년 대원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때 나의 식견으로는 방대한 학문의 스펙트럼에서 풀어내는 이론과 용어가 어렵고 낯설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 한 채, 책을 덮어야 했다.







   이후에도 그의 서적을 여러 권 읽었지만, 사실 켄 윌버의 이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수련 체험이나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경험했다. 그랬구나..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발달과 진화에 대한 이론은 방대하며 난해하기만 했고 그는 단지 초월 및 영성에 대한 수행 체험에 빠진 신비주의 경험주의자로 왜곡했었다.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 발달과 온우주의 진화과정을 해석하고 동서양의 수행을 직접적으로 체험해야 했다.







“말하자면 여전히 당신은 이러한 영적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역시 마음, 신체, 물질로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지적으로 이러한 체험에 대해 자신을 바르게 적응시켜야 합니다. 당신은 그것을 해석해야 하고 설명해야 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 본문 203쪽







“조화가 찾아 갈 수 있는 것은 ‘상승’ 조류와 ‘하강’ 조류의 결합에 있는 것이지 둘 사이의 어떤 전쟁에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상승’과 ‘하강’이 통합될 때 비로소 양쪽 다 구제될 수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 본문 51쪽







   윌버는 인간의 의식 발달 및 진화에 따른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월적인 체험의 상태 보다는 단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고 이를 체계적으로 명료하게 전개시키고 해석했다. 특히 각 단계별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를 초월하며 동시에 포함한다는 것이며 새롭게 생겨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각 상위적인 수준은 그 선행하는 수준을 초월하고 내포하는 것으로서 일련의 동심원적 원화이나 겹겹의 둥지로 된 구환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실현 홀라키로, 각 단계는 겹겹한 둥지형 양상으로 선행하는 단계들을 전개하고 나서는 감싸서 품어 넣습니다.” - 본문 266쪽







   10여년이 지나 김영사에서 재출간 된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를 다시 읽었다. 예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3분의 2는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전히 쏟아지는 용어와 이론들이 버거웠지만 밑줄을 그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읽은 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해에 대한 욕구 보다는 읽어야 할 챕터에 호기심이 생겼다. 심지어 재밌었다. 켄 윌버의 책이. 그동안 내 나름으로 수련(수행)하면서 경험이 생기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으면서 이해력이 높아지기도 했겠지만 깔끔하고 읽기 편한 편집으로 가독성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길을 우리 각자는 걸어 나가야 하는가? 결국에서 가서는 이것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는지도 모른다. 인식의 굴레부터 벗어나고 각성의 깨우침 속에서 해방되면서, 경이로움이 계속 거품처럼 넘쳐흐르고 환희가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 모두는 어떻게 경탄하는지를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그 ‘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며 우리의 영원한 고향을 불가해하게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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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sun 2016-01-03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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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인문/과학/사회 신간 추천 새창으로 보기

2015년 12월 인문/과학/사회 신간 추천



































































① <이슬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아얀 히르시 알리 / 추선영 옮김 / 알마







  맞으면 아프긴 하지만 통증, 멍, 상처, 장애 등 우리의 신체를 결정해버린 징표들보다 훨씬 오래 가는 것은 맞아서 '아픈 것'이 아니라, '맞아서' 아픈 것이다. 아픔은 맞음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귀결되는 현상이지만, 나는 왜 맞은 것일까? 왜 누군가가 나를 때렸던 것일까? 때릴 수 있었던 그 환경(체제, 제도 따위)과 내가 맞을 수밖에 없었던 환경(약자, 소수 등)은 결국 하나다. 분리될 수 없는 이 폭력의 전체성이 만연한 사회는 젠더전통, 근본주의 종교, 혹은 전쟁, 경제위기 등 특수 상황을 전면에 내세워 모든 폭력적 상황을 정당화시킨다. 아얀 히르시 알리의 책 번역 제목에는 두 개의 방점이 있다. 이슬람과 여자. 이슬람교와 아랍이 최근 IS 사태로 상당히 왜곡되고 있는 분위기가 안타깝긴 하지만 이 종교적 전통이 여자의 '참여적 태도'를 억압해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미국과 네덜란드 국적을 얻어가면서 이슬람에게서 분리된 이 정치인의 목소리는 그런 전통 속에서 희생된 여성 가치의, 아니 인간 가치의 존엄을 날카롭게 관통한다. 국내에 소개된 아얀 히르시 알리의 두 번째 책이며, 앞선 책의 번역을 맡은 추선영 씨가 또 한 번 귀중한 수고를 해주셨다.



















































































② <쌤통의 심리학> - 리처드 H. 스미스 / 이영아 옮김 / 현암사









  순전히 흥미로울 것 같아 고른 책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사실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죽을 정도로 고통 받는 누군가를 본 적은 없고, 아마 그런 모습을 본다면 비위 약한 내 내장기관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적당한 고통(?)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저 정도의 고통, 그것이 신체적이든 처지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것이든, 그만한 고통이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봐줄 수가 있다. 어두운 내면이다. 부인하지 않는다. 창 틈으로 이 사회의 쇼윈도우 안에 있는 누군가의 고통이 나에게는 쾌락을 준다. 고통은 때론 전시되는 것 같다. 관음증적 변태 환자다. 왜 나는 이런 걸까? 학습된 것일까? 타고난 것일까? 여러 분야에 걸쳐 대답이 나오겠지만 이건 분명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다. 찜찜하다. 그렇다고 나의 쌤통 심리를 정당화할 계획은 없다. 책에서는 정상이라고 말한다고 이미 스포일러가 떴지만. 일단은 되도록 줄여봐야지,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우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③ <모든 것의 역사> - 켄 웰버 / 조효남 옮김 / 김영사







  사실 이 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30대에 막 접어든 나에게 정신의 영역은 피상적인 관심과 이따금 발동하는 '멋부리기' 모드로 들여다볼 수 없는 세계임이 명확해졌다. 반성하는 중이다. 세상은 더 어려워졌고, 깊게 들어가려던 예전의 거만한 시도들은 봉쇄시켰다. 나를 둘러싼 정신 사이에서 운신을 줄이는 대신 주변을 둘러본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해 다시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에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비밀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건 헤어짐과 죽음 등으로 필히 작별을 경험하게 되는 우리에게 위안을 주려는 말이지만, 실은 인간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 종교와 철학의 대가들이 한 목소리로 던진 맑은 조언이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들은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켄 웰버를 알게 된 건 길희성 씨 덕분이다. 신비사상가라는 점에서 그를 주목하진 않는다. 나는 그가 '범우주적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과연 그러할 지는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구분 없이 펼쳐져 있는 이 우주 같은 시선과 그 두 눈에서 쏟아져 나올 사상적 정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12월의 추천 신간을 쓴다고 새해 벽두부터 느릿느릿 찾아본 수많은 책들 중 오랜 시간 붙잡고 모니터 옆에 꽂아두고 싶은 유일한 책이다. 2016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④ <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 김한종 / 책과함께







  그래도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과서 문제에, 아니 교육 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해 거국적 좌우 싸움을 벌이고, 안 그래도 선거구 확정 문제 등 다른 정치권 이슈들 때문에 도무지 아물어지지 않는 상처가 이미 오래 됐는데,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위안부 관련 문제도 그렇고 연말에 참으로 속 거북한 소식만 들린다. 송구영신의 기분 뒤로 무겁게 깔리는 구름 같은 걸 걷어낼 수가 없었다. 교육 문제가 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치권은 늘 그랬듯이 그걸 가지고 싸움을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의 '생각' 자유의 문제가 정치적 카드에 든, 마치 만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카드들 속 귀여운 몬스터들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서로 공방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니, 차라리 만화의 몬스터들은 귀엽기라도 했지. 그리고 또 하나 기가 막힌 건 교육의 현장에 있지 않은 이들이 왜 역사 교육이 좌우 편향을 나눠버린다고 예단하고 '피치 못할 결정'을 내리는 분위기를 조성한 뒤 그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냐는 거다. 혹시 어린 학생들이 하나의 팩트로부터 다양한 해석을 내리지 못할 거라는, 혹 그들이 하나의 해석만을 습관적으로 외워 나중에 '그런 어른'이 되어버릴 거라고 지레짐작한 것일까? 만약 그런 거였다면 나는 이만한 국가적 실패도 없을 거라 확언한다. 왜 문제일까? 누가 모르나?























































































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리사 랜들 /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우주/과학 분야를 읽다 보면 정신의 분야를 들여다보는 착각을 한다.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은데,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사람들조차 모르는 것이 많다.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고, 확인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러니 '우주'라는 단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도 불가능하다. 전문용어, 영단어, 기호, 수학 등, 왜 하필 이런 것들에 그리도 취약할까 싶은데, 지금의 내가 범접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그 세계를 설명하는 기본 요소들인데도 나는 우주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새벽에 아파트 사이로 높이 떴다가 시계로 치면 1시에서 2시 사이의 방향으로 지나가버리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목성 보는 재미가 있다. 저기까지의 거리가 얼마일까?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그 수를 내가 이해할 방법은 없다. 작정하고 뛰어본 거리로는 10km가 최고고, 근래 맛 들린 자전거로는 42km가 최고였다. 그런데 수 억 km면... 저 행성을 작은 점으로라도 볼 수 있다는 고마운 마음이 '과학적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이 된다. 나는 과학을 그런 눈으로 읽는다.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작아지고, 안으로 들어가고, 일치와 분리, 재결합을 느낀다. 리사 랜들은 유명한 과학자다. 너무 유명해서 굳이 유명하다고 하지 않아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미치오 카쿠, (故)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등 과학 분야의 최전선에 서있는 전투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과학자이다. 쉽게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내용임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을 보라. Knocking on Heaven’s Door. 과학의 시선으로 우리가 들여다보는 건 그다지 딱딱하지 않다. 우주-인간의 관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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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기 2016-01-02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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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윌버.. 그의 작업은 너무나 방대해서 어떻게 요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보자면 그는 인간이 만든 모든 이론은 옳다고 한다. 특정 영역에서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이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정해 주려고 한다. 왜 그자리에 그 이론을 위치시켜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해와 해석 과정에 있어서 부분과 전체는 순환적인 관계에 있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을 이해 할 필요가 있으며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파악이 필요하다."



" 그러므로 이해란 전체에서 부분으로 그런 다음 다시 전체로 되돌아가는 끊임없는 순환운동이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의미의 통일성을 동심원적으로 확대시켜나가는 것이다. 전체와 부분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있는지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조화를 이루는데 실해 할 경우 그것은 이해하는데 실패 한 것이 된다." - 켄 윌버의 책중에서-



그렇다면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인간현상 자체를 관찰하는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그 시선을 설명하기 위해서 진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온다. 그가 말하는 진화는 이미 심리학쪽에서도 광범위하게 받아드려지는 개념으로 자기중심성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볼 수 있으냐는 것이다. 이 진화의 개념은 개인의 내면에서만 머물러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로 확대시켜 보면 각단계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사회시스템도 달라진다.



이러한 시선은 어떤 개념에도 동일시 되지 않는 정체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오해 받기 쉬운 용어인 "영"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간단히 요약하면 영적이라는 것은 기존에 "나" 라고 동일시 했던 개념을 넘어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든것은 "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자면 그가 말하는 진화니 영적이라는 말은 꽤나 상식적이다. 기어다니던 아기가 갑자기 뛸수 없듯이 진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누구나 그 과정을 지나온다. 그래서 그의 이론 모델에는 시간도 포함된다.



이러한 기준으로 나, 우리 , 그것, 그것들, 네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가운데 시간축이 상하좌우로 나아가는 입체적인 모형을 제시한다. 그 모습이 마치 생물체의 세포처럼 전체와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이해와 해석의 과정처럼 서로 영양을 끼치면서 순환된다.



사실 그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도 작성자의 변화를 위한것이다. 인간의 시공간, 내면, 외면, 의 레이어를 관찰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책.



김영사에서 새롭게 개정판이 나와서 반가웠음. 새로운 편집으로 가독성도 높이고 문장도 더 매끈해져서 읽기 편했음. 그의 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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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우학스님의 유튜브불교대학] ④ 사주팔자와 운명 - 불교신문

 [우학스님의 유튜브불교대학] ④ 사주팔자와 운명 - 불교신문



[우학스님의 유튜브불교대학] ④ 사주팔자와 운명

우학스님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 회주
승인 2020.09.04 


운명 탓할 게 아니라 개척해가는 불자가 되자

오늘 주제는, ‘사주팔자 믿지 말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라!’입니다. 30대 젊은 사람이 제게 말했습니다. “스님, 어디 가서 물어보면, 저는 사주가 안 좋답니다. 뭐든 다 안 된다고 하니, 제가 살맛이 안 납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주팔자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청춘의 기를 죽이는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주(四柱)란 ‘생년·월·일·시’를 말합니다. 올해가 경자년이면 경자가 연주(年柱)가 됩니다. 이렇듯이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를 세울 수 있습니다. 팔자(八字)란 사주를 세울 때 사용된 천간지지 여덟 자를 아울러 하는 말입니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이 사주팔자가 전적으로 운명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수행을 통한 마음공부라야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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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가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많은 의아스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태어난 신생아 숫자는 32만6822명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365로 나누면 하루에 895명이 태어나는데, 이 895명을 다시 12지(支)의 12로 나누면 74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즉,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이 하루에 74명이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74명이 사는 모습이 같을까요?

아주 탐구심이 강한 어떤 사람이 ‘과연 나와 사주가 똑같은 사람들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진 뒤 일일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조사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결과가 아주 딴판이었습니다. 직업이 다 다르고, 성격이 다 달랐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 복도 다르고, 부부연, 즉 부인을 얻는 것도 다르고, 공부 머리도 다르고, 용모도 다르고, 재물 복도 다 달랐답니다. 그리하여 하던 역학(易學) 공부를 다 집어치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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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리얼한 얘기를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의 일입니다. 그때 대단한 두 분, 즉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선거 당일, 오후 6시가 거의 다 될 즈음 한 방송사에서 전국의 역술인들에게 ‘이번에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겠는가?’라고 물은 내용을 발표하였는데, 그 당시 역술인들의 85%가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점쳤습니다. 그런데 개표 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더라도 사주팔자만 가지고 운명을 논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사주팔자는 선천운(先天運)을 논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은 후천운(後天運)의 요소들이 함께 작용합니다. 저 개인의 견해로, 후천운의 요소는 다음 여섯 가지입니다.

즉, ‘노력·환경·적선(積善)·성명(姓名)·조상의 음덕’이 각각 5%씩 차지하고, 다른 25%는 ‘마음의 힘’이라고 봅니다. ‘마음의 힘’은 물론,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과거의 업으로 인해 50% 선천운이 사주팔자에 나타났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마음의 힘’이 업으로 연결된 그 선천운을 충분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마음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불교적 수행입니다. 가끔, 사주팔자가 안 좋아서 출가했다는 스님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잘 사는 수가 많습니다. 예전에 송광사 방장으로 계시던 구산(九山) 대선사의 전기를 보니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당대의 유명한 역술인이 ‘세속에 살면 일도 안 되고 단명한다’ 해서 출가를 하였는데, 스님께서 오래 건강하셨던 것은 물론이고, 총림의 방장까지 오르셨으니, 이 역시 불교 수행만이 살길임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불교 수행은 ‘마음의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마음의 힘’이 운명을 통째로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운명을 감정하는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모든 불자들은 어떻게 하면 ‘마음의 힘’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마음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는 여러 가지 수행이 있습니다. 참선, 정근기도, 사경, 독송, 절 등입니다. 

우학스님이 쓴 ‘마음 부처’.

좀 더 확신을 드리기 위해서 한 가지 예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선생이 17세 때, ‘어떻게 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마의상법(麻衣相法)이라는 관상 책을 보면서 운명학에 대해 연구를 하였답니다. 수개월 동안 공부를 이어가던 중에 마지막에 적힌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라는 말에 책을 덮었다고 합니다. ‘관상은 몸상에 미치지 못하고, 몸상은 심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의 심상(心相) 역시 ‘마음의 힘’, ‘마음 에너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시 말을 만들었습니다. ‘선천운불여심상(先天運不如心相)’입니다. 선천운, 즉 사주팔자니 관상이니 하는 것은 마음의 상, 즉 마음 에너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스트레칭을 잘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긍정적 심성(心性) 견지(堅持)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보살심을 굳게 가지라는 말입니다. 저의 이론으로, 보살이 가져야 하는 여섯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즉, ‘6대 보살심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여섯 가지입니다. 이러한 보살심, 긍정적 마음이 자기 인생을 윤택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불성(佛性), 부처님의 성품이 있음을 굳게 믿고 ‘나는 긍정적으로 살겠다’, ‘나는 긍정적 인생관을 가지겠다’는 생각이 투철해야 합니다.

둘째, 우주적 심성 견지입니다. 우주적으로 심성을 굳게 지니려면, <금강경> 수행이 꼭 필요합니다. 금강경을 항상 독송하고 사경하면 좋습니다. 금강경 첫머리에 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즉 무상정등정각을 성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을 다 제도하리라’라고 서원 세우라”고 대답하십니다.

이렇게 서원을 세워야 깨달음도 얻고, 인생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적 심성 견지, 즉 우주적으로 그 마음을 굳게 지니는 것입니다. ‘일체중생을 내가 다 제도하겠다’, ‘내가 나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서 살겠다’, ‘내가 지옥 중생까지 다 제도하겠다’ 이 얼마나 스케일이 큰 일입니까. 

이처럼 우주적으로 크게 마음을 내면, 우리의 삶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근원적,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힘이라면 과거 전생의 나쁜 업도 다 녹여가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주적 심성 견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해가 되리라고 봅니다.

마지막 셋째, 이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셋째는 결정적 심성 견지입니다. 우리는 결정심(決定心)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결정심 또는 결정적 심성이란, ‘수행을 통해서 나의 업을 모두 갈아엎겠다’는 것입니다. ‘다부지게 수행하여 전생부터 쌓아온 이 업을 갈아엎고, 전혀 새로운 나로 태어나겠다’라는 서원이 결정적으로 그 마음 가운데 자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실한 결정심입니다. 다시 반복해서 말씀드리면, ‘나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과거의 업까지 녹일 수 있는 마음공부를 아주 다부지게 하겠다’라는 결정심이 있는 사람은 분명히 전혀 다른 빛깔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수행은 곧 음식을 숙성시키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중생의 나’를 잘 숙성시키면 ‘부처의 나’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숙성이란 현재 나의 기질을 완전히 죽이는 것입니다. ‘대사일번 절후소생(大死一番 絶後蘇生)’ 입니다. 즉, ‘크게 한번 죽어야 다시 태어난다’ 라는 이 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세간에 흔히 쓰는 말로 절처봉생(絶處逢生)이 헛말이 아닙니다. 막다른 길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사는 것이 좀 힘드네….’ 또는 ‘나는 업장이 좀 두텁네…’ 등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은 죽는 것을 각오하고, 삼천 배라도 수십 번 해볼 일입니다. 아니면, 무문관에 틀어박혀 몇 개월이고 스님들처럼 면벽참선도 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를 완전히 갈아엎을 수가 없습니다.

180도 달라진 삶은, 불퇴전의 용기를 가지고 부단히 정진할 때 가능합니다. 수행은 절대 일회성 내지는 말뚝 신심으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결연한 각오로 꾸준히 하기만 하면 사주팔자, 관상의 선천운은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세 가지를 마음속 깊이 잘 받아들인다면 분명히 성공적인 인생을 구가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창조주입니다. 

심시조주(心是造主)! 제가 지어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운명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운명을 창조해가는 불자 되시길 기도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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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대한 내용은 한국불교대학 유튜브불교대학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無一 우학 한자성어 ④ 柵隙狍掠(책극포략)

울타리에 구멍이 나 있으니, 고라니가 노략질 한다

무일선원 무문관이 있는 경주 감포의 연대산에는 고라니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고라니가 심어 놓은 작물을 해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절 아랫동네 한 신도는 며칠 전에 고라니가 옥수수 밭을 작살내는 바람에 농사를 다 망쳤다고 푸념하는 소리를 해댔습니다.

이 한자성어를 만들 즈음은 고구마 순이 올라올 때였습니다. 그물망으로 울타리를 쳐두었는데도, 한번 농장에 나갔더니 고라니가 고구마 순을 죄다 잘라먹었습니다. 고라니가 울타리 작은 틈새를 뚫고 들어온 것입니다. 절 사람들은 ‘고라니 이놈!’ 하고 씩씩대지만 이것은 고라니 탓이 아닙니다. 고라니는 본래 천성적으로 그렇게 살아갈 뿐이므로 울타리를 완벽하게 치지 않은 우리 잘못입니다.

우리 선가에서는 예로부터 ‘벽극풍동 심극마침(壁隙風動 心隙魔侵)’이라는 말을 씁니다.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듯,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한다’ 라는 뜻입니다. <금강경>에서는 ‘항복기심(降伏其心)’으로 표현됩니다. 그 마음이 곧 울타리 구멍이요, 벽의 틈입니다. 수행하는 우리 불자들은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먼저 자기한테 문제가 없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특히 마음을 잘 부릴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세운 ‘사역기심 팔법(使役其心 八法)’입니다. 첫째,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라(入觀其心). 둘째, 그 마음을 잘 알아라(善解其心). 셋째, 그 마음을 항복시켜라(降伏其心). 넷째, 그 마음을 흔들림 없이 하라(不動其心). 다섯째, 그 마음을 얽어매지 마라(不絆其心). 여섯째, 그 마음을 활기차게 써라(活用其心). 일곱째, 그 마음을 즐겨라(遊戱其心). 여덟째, 그 마음을 잘 유지하여 지켜라(維持其心). 

결론입니다. 마음이 자기를 다스린다고 하지만, 수행을 통하면 지혜가 나타나 마음을 다스립니다(智顯使心). 더욱더 나아가면 마음과 지혜가 원융한 자리로 들어갑니다(智心圓融). 공아(空我), ‘진리적 나’가 춤을 춥니다.

2020/10/07

불교평론



불교평론



불교적 상상, 한국소설의 여명을 밝히다 / 유한근
특별기획 - 현대소설에 나타난 불교적 세계 ①


[7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유한근 yhkpoet@hanmail.net




- 이광수 〈꿈〉 김동인 〈조신의 꿈〉과 한용운 〈박명〉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이다. 불교는 비언어적 마음을 바탕으로 성취된다. 본체는 언어 이전의 것이며 비언어적인 것은 침묵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 선(禪)은 비언어화의 시적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한 선어적 인식으로 소설이 써졌을 때, 그 소설은 불교소설의 원형이 된다. 그러나 타락한 세계가 타락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리얼리즘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국면이다. 언어화를 통한 침묵의 깨우침, 언어화 과정을 통한 비언어화 상태의 심적인 깨달음에 이르려 하는 선적 마음을 타락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양식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는 불교 혹은 불교적인 모티프로 쓰는 소설은 선방에서 지향하는 언어도단과 불립문자의 경지를 담보할 수 없다.

더욱이 불교소설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은 불교의 본체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어떤 인식논리에 의해서 현현(顯現)되고 있는가는 놓치게 되어 체(體)와 용(用)이 엇나가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불교 용어의 이해하기’에 다급한 나머지 교리의 본질을 놓치고 불전 속의 창작적 모티프 탐색에만 그치기 쉽다. 그래서 불교를 소재로 한 소설이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진정한 불교소설을 접하기는 어렵다.

불교소설은 ‘불교’와 ‘소설’이 결합된 말이다. 그런 만큼 여러 성격으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적 소설, 불교 교리를 수용한 소설, 불교 포교를 위한 소설 등 그 개념들이 여러 의미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합하는 개념으로 ‘불전(佛典) 속에 나타난 허구성’과 ‘소설작품 속에 나타나고 있는 불교사상’을 불교소설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에세이의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입장을 취할 수밖에는 없다. 이 점을 전제로 하고 한국 근대 불교소설을 일별한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불교사상을 찾는 일이 불교소설의 몫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해내야 할 몫이다. 물론 경전 속에 나타나는 허구성을 찾아내는 일도 불교문학의 몫이긴 하지만, 문학 연구가의 불교 이해 능력의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런 점에서 김운학(金雲學)의 ‘불교문학의 이론’ 연구는 문학 쪽에서 불교문학을 연구하는 데에는 소중하다. 특히 불교적 비평논리의 원형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값지다고 할 수 있다. 직관과 자오(自悟)에 의해서 창작하는 우리 문인들의 정신구조를 서구 논리로는 분석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우리 문학비평 논리를 불교의 인명논리(因明論理)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값지다는 의미다.

이를 또 다른 전제로 해서 신소설 이후 해방공간 이전(1906~ 1950)까지의 불교소설을 탐색해보려 한다. 이 시기의 불교소설은 양건식의 〈석사자상〉을 비롯한 〈한일월〉 〈아의 종교〉 〈오!〉 등, 이광수의 〈이차돈의 사〉 〈원효대사〉 〈꿈〉과 한용운 〈박명〉 김동인의 〈조신의 꿈〉 현진건의 〈무영탑〉 등이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불교소설 작가는 친일행적 문제와는 관계없이 이광수이다. 근대문학으로서 최초의 불교소설이 양건식의 〈석사자상〉이고, 한용운 선사의 〈박명〉이 있지만,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가는 이광수이다. 3편의 불교소설 중 〈이차돈의 사〉와 〈원효대사〉는 신문에 연재된 장편 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집중탐색에 적합하지 않아 이광수의 〈꿈〉을 중심으로 하여 이 시기의 불교소설 판도를 일별하려 한다. 또한 같은 모티프의 소설인 김동인의 〈조신의 꿈〉과 대비 고찰하려고 한다. 그리고 한용운의 〈박명〉을 일별하면서 이들 불교소설이 열어놓은 전망을 가늠하고자 한다.


1. 〈꿈〉의 신화 원형구조와 《삼국유사》



이광수(1892~1950)


김동인의 〈조신의 꿈〉(1935)과 이광수의 〈꿈〉(1947)은 꿈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그리고 모티프와 구조원형을 《삼국유사》의 ‘탑상(塔像) 제4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에 나오는 조신설화를 차용하고 있어 이 두 작품을 대비해서 탐색하고자 한다.

불교에서는 경계를 갖지 말라고 한다. 《장자》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장자는 심지어 현실과 꿈의 경계조차 가지지 말라고 한다. 《장자》 〈제물론〉의 “방기몽야 부지기몽야(方其夢也 不知其夢也). 몽지중우점기몽언 각이후지기몽야(夢知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차유대각이후지차기대몽야(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가 그것이다. “꿈꾸고 있는 때는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꿈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점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후에야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 문장은 장자의 유명한 ‘호접몽’의 앞 문장이다. 이 말이 지니는 의미는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없다는 말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척도를 잴 수 있는 잣대는 없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또 한편으로 불경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야심경》의 “공중무색(空中無色) 무수상행식(無受想行識)”이 그것이다. “공(空) 중에는 색(色)이 없고, ‘수상행식’이 없다. 감각과 이미지와 행위와 분별이 없다”는 의미이다. 공(空)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 무의식, 모든 인식도 없기 때문에 분별력이라거나 경계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무(無)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자》도 그러하고 불경도 그러하기 때문에, 이 소설의 경우는 결국 ‘무(無)’를 말하려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강경》에서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이라고 말한다. “일체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잠깐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 이와 같이 여길지니라”에서 ‘이와 같다’ 혹은 ‘이와 같이 여기다’는 말이 ‘여시관(如是觀)’이다. 하나의 단순한 긍정적인 언어가 아니라, 불법이 함축된 언어이다. 《금강경》의 핵심사상인 공사상(空思想)과 반야사상(般若思想)을 함축한 언어이다. 함축된 언어는 우리 삶의 표상적인 의미인 ‘꿈’이다.

김동인의 〈조신의 꿈〉과 이광수의 〈꿈〉의 원형은 《삼국유사》의 ‘탑상(塔像) 제4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의 설화이다. 이 설화는 조선조의 몽자소설(夢字小說)의 원형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입몽(入夢)→몽중(夢中)→각몽(覺夢)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원형비평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모든 문학작품을 원형이나 신화의 전형적인 형태의 재현으로 해석하고 그런 작품을 바람직한 작품으로 인정한다. 그들은 문학작품에는 어느 시대이든 어떤 공간에서든 역사적 흐름이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신화적 패턴 또는 원형(archetype)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그 원형을 신화에서 찾으려고 하고, 문학작품 분석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그래서 원형비평과 신화비평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이렇듯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데 신화(myth)를 원형으로 삼을 수 있는 자료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의 저서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1966), 제임스 G. 프레이저(James G. Frazer)의 《황금가지(The Gol-den Bough)》(1890∼1915), 그리고 카를 융(Carl Jung)의 집단무의식 이론 등이 척도가 된다. 그리고 신화 · 원형비평의 구체적 실천학자는 노드롭 프라이, 로버트 그레이브, 조셉 캠벨, 레슬리 피들러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보편적 원형을 통한 문학작품의 조망 의도는 보편성의 척도 판단이라는 국면에서 환원주의(reductionism)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동인의 〈조신의 꿈〉과 이광수의 〈꿈〉은 그 오류를 전복시킨다.



(……) 조신은 장원에 이르러, 태수 김흔(金昕) 공(公)의 딸을 깊이 연모한다. 여러 번 낙산 되었다. 낙산사의 관음보살 앞에 나아가, 남몰래 인연을 맺게 해 달라고 빌었으나 몇 년 뒤 그 여자에게 배필이 생겼다. 조신은 다시 관음 앞에 나아가 관음보살이 자기의 뜻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었다. 그리고 그리워하다 지쳐 얼마 뒤 선잠이 들었다. 꿈에 갑자기 김 씨의 딸이 기쁜 모습으로 문으로 들어오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하였다.

(本寺遺僧調信爲知莊. 信到莊上, 悅「太」守金昕公之女, 惑之深, 屢就洛山大悲前, 潛祈得幸, 方數年間, 其女已有配矣. 又往堂前怨大悲之不遂己, 哀泣至日暮, 情思倦憊, 俄成假寢, 忽夢金氏娘, 容豫入門, 粲然啓齒而謂曰)



위의 인용문은 김동인의 〈조신의 꿈〉과 이광수의 〈꿈〉의 서사 원형구조인 《삼국유사》의 조신설화의 서두 부분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그리고 그리워하다 지쳐 얼마 뒤 선잠이 들었다”는 이 설화의 입몽(入夢) 부분이다. 꿈속으로 들어가는 이 부분을 이광수 〈꿈〉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등잔불 하나에 비추어진 관음전은 어둠침침하였다. 그러한 속에 조신은 가부좌를 걷고 앉아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신의 눈은 언제나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에 있었다. 반년나마 밤이면 자라는 쇠가 울기까지 이 법당에서 이 모양으로 앉아서 이 모양으로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칭호를 하였건마는, 오늘 밤에는 특별히 관세음보살님의 상이 살아 계신 듯하였다. (……)

절에서는 대중이 모두 잠이 들었다. 오직 석벽을 치는 물결 소리가 높았다 낮았다 하게 조신의 귀에 울려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조신이 제가 치는 목탁 소리와 제가 부르는 염불 소리가 어디 멀리서 울려오는 남의 소리 모양으로 들릴 뿐이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조신이 몸이 피곤함을 느낄수록 잡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 “이거 안 되겠다.” 하고 조신은 자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사흘 동안이야 설마 어떠랴 하던 것은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조신의 정신은 차차 흐리기를 시작하였다. 조신은 무거워 오는 눈시울을 힘써 끌어올려서 관세음보살을 아니 놓치려고 힘을 썼다. 그러나 어느 틈엔지 모르게 조신은 퇴 밑에 벗어놓은 김랑의 분홍신을 보면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조신은 목탁이 부서져라 하고 서너 번 크게 치고, “나무 대자대비 서방 정토 극락세계 관세음보살 마하살.” 하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요, 또 수마(睡魔)는 조신을 덮어 누르는 듯하였다. 이번에는 앞에 계신 관세음보살상이 변하여서 김랑이 되었다. 분홍 긴 옷을 입고 흰 버선을 신고 옥으로 깎은 듯한 두 손을 내어밀어 지난봄 조신의 손에서 철쭉을 받으려던 자세를 보이는 듯하였다. 조신은 벌떡 일어나서 김랑을 냅다 안으려 하였으나, 그것은 허공이었고 불탑 위에는 여전히 관세음보살님이 빙그레 웃고 계시었다.

조신은 다시 목탁을 두들기고, “나무 관세음보살 마하살.”하고 소리높이 불렀다. 얼마나 오래 불렀는지 모른다. 조신은 이 천지간에 제가 부르는 ‘관세음보살’ 소리가 꽉 찬 듯함을 느꼈다. 김랑도 다 잊어버리고 제가 지금 어디 있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저라 하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오직, “나무 관세음보살” 하는 소리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때였다.

“똑, 똑, 똑, 똑.”

“달그닥 달그닥.” 하는 소리가 조신의 귓결에 들려왔다. 또 한 번, “달그닥 달그닥.” 하는 소리가 났다. 조신은 소스라쳐 놀라는 듯이 염불을 끊고 귀를 기울였다. 이때 용선 스님이 잠근 문이 삐걱 열리며 들어서는 것은 그 누군고? 김랑이었다. 김랑은 어제 볼 때와 같이 분홍 긴옷을 입고 흰 버선을 신고 방그레 웃으며 들어왔다.

“아가씨!”

조신은 허겁지겁으로 불렀으나, 감히 손을 내어밀지는 못하고 합장만 하였다. 조신은 거무스름한 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고 있었다. (……) 조신은 가사를 벗으려 하다가 잠깐 주저하고는 관세음보살상을 향하여 합장 재배하고,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님 고맙습니다. 제자의 소원을 일러 주시오니 고맙습니다.” 하고는 가사와 장삼을 홰홰 벗어서 마룻바닥에 내어던지고 앞서서 나온다.



이광수의 〈꿈〉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삼국유사》의 조신설화를 모티프로 해서 창작된 소설이다. 이와 유사한 모티프의 동명 단편소설이 《문장》(1939.8)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되어 있지만, 이 소설은 광복 후인 1947년 면학서관에서 발행되면서 발표된 중편 분량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사는 ‘첫째 권’ ‘둘째 권’ ‘셋째 권’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첫째 권’의 일부이다. 승려 조신은 세달사 농장일을 하다가 꽃놀이를 나온 진골 김 태수의 딸 달례(月禮, 15, 6세)를 보게 된다. 그녀에게 반해 조신은 석벽에 핀 철쭉 한 포기를 꺾어 그녀에게 준다(이 부분의 경우도 신라가요 수로부인 관련 설화 〈헌화가〉의 원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일이 있고부터 조신은 달례를 잊지 못해 고민 끝에 낙산사 용선대사를 찾아가 참회한다. 용선대사는 그에게 그저 관세음보살을 암송하라고 할 뿐이다. 그 후 김 태수 일가가 불공을 드리러 낙산사에 오게 되어, 달례와 재회한 조신은 그녀가 곧 모례라는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조신은 마음이 급해 용선대사에게 달려가 달례와 연을 맺게 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용선대사는 그에게 사흘 동안 법당에 들어가 참선하라고 명한다. 참선을 하다가 지쳐 잠깐 잠이 든 조신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난다. 놀랍게도 달례가 그를 찾아와 자신과 함께 달아나 주기를 청한다. 그로 인해 조신은 달례와 집을 나온다. 이 서사가 입몽 구조 전까지의 이야기이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김동인의 〈조신의 꿈〉도 유사한 구조를 이룬다, 이광수의 〈꿈〉이 중편 분량이기 때문에 부정적 인물인 평목 스님의 이야기가 추가로 전개된다거나 〈꿈〉에서는 조신이 세달사 승려인 데 반해, 김동인의 〈조신의 꿈〉에서 단편 분량으로, 조신을 낙산사 승려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뒤의 공간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가 다소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조신설화의 원형구조를 일탈하지는 않는다. 조선조 소설에서 몽자소설의 몽중 구조는 신선놀음과 같은 판타지 세계와 꿈이라는 것은 일장춘몽과 같은 것임을 교시하기 위해 시련과 갈등구조를 이중적으로 형성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광수의 〈꿈〉의 몽중 이야기는 조신과 달례가 태백산 깊숙한 곳에 터를 잡고 2남 2녀를 낳고 단란하게 사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낙산사 승려인 평목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들의 삶을 어려워진다. 평목이 가능하지 않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협박하자 조신은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시체를 동굴에 유기한다. 그러나 죄악은 드러나기 마련, 후일 모례가 태수의 안내로 사냥을 오게 되어 조신이 안내를 맡게 된다. 모례가 쏜 화살에 맞은 사슴이 동굴로 들어가는 바람에 평목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로 인해 조신은 교수형을 당한다. 조신이 살려 달라고 고함을 치는데, 누군가가 엉덩이를 차는 바람에 눈을 떠보니 용선대사가 웃으며 서 있고, 관음보살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부분이 각몽(覺夢)하는 부분이다. 잠에서 깬 조신은 달례에 대한 자신의 욕망이 덧없음을 깨닫고 다시 불도에 정진하여 대사가 된다는 이야기로 소설은 끝난다.



김동인(1900~1951)


김동인의 소설 〈조신의 꿈〉에서 조신은 김랑과 살림을 차리고 꿈같은 세월을 보내며, 사십여 년 동안 살게 된다. 견디기 힘든 가난이 그들을 괴롭힌다. 사랑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궁핍한 생활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 가던 길에 그들은 기아로 큰아들을 잃고, 내외가 모두 몸져눕게 된다. 조신은 어쩔 수 없이 큰딸에게 구걸을 해오게 하는데, 구걸 나간 큰딸은 개에게 물려 죽고 만다. 결국 조신은 오십 년간의 부부 생활을 접고 김랑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아내를 북으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문득 잠에서 깬다. 이것이 각몽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결말 부분은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닫고 안도하며 조신이 부처의 큰 뜻에 감복하며 삼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 소설도 《삼국유사》의 조신설화도 같은 스토리로 전개한다. 가난으로 인해 자식을 잃고 구걸하다 개에게 물린 여아의 이야기, 그 비참한 조신의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조신의 꿈〉이 그의 다른 소설처럼 문학사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서사의 중심구조를 《삼국유사》의 조신설화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는 점이다. 모티프의 원형을 살렸다는 점에서는 주목될 수 있지만, 신화원형에 창의적인 스토리를 창조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광수의 〈꿈〉은 조신이 욕망으로 파계한 후, 본래 지니고 있었던 자기 정체성이 파편화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 특히 삶에 대한 허무의식을 섬세하게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로 조신의 살인이라는 스토리로 구성하고 있는 점은 소설의 허구화 미학을 주목하게 한다. 〈꿈〉의 스토리 라인은 애욕→욕망의 성취→갈등과 파탄→자아정체성 회복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구성미학으로는 입몽→몽중→각몽으로는 몽자소설의 원형을 지키면서 허망하고 덧없는 사바세계(娑婆世界)를 환기해준다.

현실과 꿈의 세계를 교차시켜 《금강경》의 진공묘유(眞空妙有) 사상을 환기해주기도 한다. 인간 삶의 본체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가운데 묘한 것, 그것이 진공묘유이다. 조신의 몽중 이야기가 꿈속의 이야기만도 아닌 것처럼, 조신의 입몽 전과 각몽 후의 현실적인 삶이 꽉 찬 공간이 아닌 비어 있는 세계일 수 있다는 진공묘유 사상을 이 소설을 보여준다. 공(空)을 근원으로 하여 존재하는 현상인 진공묘유. 그 마음은 모든 분별이 끊어진 부처의 마음일 것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최상의 마음이고 지혜의 언어다.

《삼국유사》의 조신 이야기는 김동인과 이광수의 소설 결말 부분과는 달리 각몽으로 끝나지 않고 후일담처럼 그 뒤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형개(形開)하니 잔등(殘燈)이 흐리게 토했다. 야색(夜色)이 점차 흐려졌는데, 또 새벽엔 수발(鬚髮, 수염과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니 망망연(惘惘然) 달리 인간세의 뜻이 없었다. 노생(勞生)을 이미 싫어하기가 백년신고(百年辛苦)에 배부름과 같고, 탐염지심(貪染之心)이 씻은 듯 얼음 풀리듯 했다. 이에 참회하여 성용(聖容)을 대하니, 이미 참회하고 씻을 것이 없었다. 해현(蟹峴) 아이 묻은 무덤으로 가서 파니, 석미륵(石彌勒)이었다. 물로 씻어 이웃 절에 봉안(奉安)하고는 경사(京師)로 돌아와 장임(莊任)을 면하였다. 사재(私財)를 기울여 정토사(淨土寺)를 창건하고 백업(白業)을 근수(懃修)했다. 후에 마친 바는 알 수 없다. 의(議)하여 말하되, 이 전(傳)을 읽고 책을 덮고 이를 거슬러 풀이해 보면, 하필 신사(信師)의 꿈에만 그러하겠는가? 지금 인간세(人間世)의 즐기는 바가 흔흔연(欣欣然) 역역연(役役然), 특히 이를 깨닫지 못한다. 이내 사(詞)를 지어 이를 경계해 말한다.



조신은 꿈에서 깨어나 참회하고 꿈속에서 잃었던 아이의 무덤을 찾아가 파 보니, 석미륵(石彌勒)이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미륵상을 잠깐 이웃 절에 맡겨 봉안했다가 사재(私財)를 털어 정토사(淨土寺)를 창건한다.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은 조신설화를 마친 뒤 설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필 신사(信師)의 꿈에만 그러하겠는가? 지금 인간세(人間世)의 즐기는 바가 흔흔연(欣欣然) 역역연(役役然), 특히 이를 깨닫지 못한다. 이내 사(詞)를 지어 이를 경계해 말한다.”라고 덧붙인다. 이 부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조신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일 것이다.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매우 기쁜 것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일연은 사(7언 배율)를 지어 제시한다.



快滴須臾意已閑 즐거운 시간은 잠시뿐 마음은 어느새 시들어

暗從愁裏老蒼顔 남모르는 근심 속에 젊던 얼굴 늙었네
不須更待黃粱熟 다시는 좁쌀밥 익기를 기다리지 말지니
方悟勞生一夢間 바야흐로 힘든 삶 한순간의 꿈인 걸 깨달았네
治身臧否先誠意 몸을 닦을지 말지는 먼저 뜻을 성실하게 해야 하거늘
鰥夢蛾眉賊夢藏 홀아비는 미인을 꿈꾸고 도적은 장물을 꿈꾸네
何以秋來淸夜夢 어찌 가을날 맑은 밤의 꿈으로
時時合眼到淸凉 때때로 눈을 감아 청량의 세계에 이르는가



이 시는 조신설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강조하는 운문으로 “바야흐로 힘든 삶 한순간의 꿈인 걸 깨달았네” 그리고 끝 구절의 “어찌 가을날 맑은 밤의 꿈으로/ 때때로 눈을 감아 청량의 세계에 이르는가”에서 진공묘유 사상을 통해 청정한 마음을 가져야 함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두 편의 소설에서는 교시적인 기능을 유보한다.

그럼에도 이광수의 〈꿈〉은 곳곳에서 불교적 진리를 접할 수 있다.



달례도 법사의 소리를 맞추어 옥같이 흰 두 손을 머리 위에 높이 들어 관음상에 주목하면서 나부시 절을 하였다. 그러고는 관음참회례문이 시작되었다.

“옴 아로륵계 사비하.” 하는 멸업장진언(滅業障眞言)은 법사의 소리를 따라서 일동도 화하였다. 달례의 맑고 고운 음성이 중들의 굵고 낮은 음성 사이에 울렸다. 조신도 전생 금생의 모든 업장을 소멸하여 줍소서 하는 이 진언을 정성으로 염하였다.

“백겁에 쌓은 죄를(百劫積集罪)/ 일념에 씻어지다(一念頓蕩除)/ 마른 풀 사르듯이(如火焚枯草)/ 모조리 사르어지다(滅盡無有餘)” 하는 참회게를 이어,

“옴 살바 못댜모리바라야 사바하. 원컨댄 사생 육도(四生六途)에 두루 도는 법계 유정(法界有情) 목숨 있는 무리 이 여러 겁에 죽고 나며 지은 모든 업장을 멸하여지이다. 내 이제 참회하옵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오니, 모든 죄상을 다 소멸하여 주옵시고 세세생생에 보살도를 행하게 하여주시옵소서.” 하는 참회 진언과 축원이 법사의 입으로 외어질 때에는 일동은 한참 동안이나 엎드려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이 모양으로 몸으로 지은 업과 입으로 지은 업과 마음으로 지은 업을 다 참회한 뒤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아니하고 불, 법, 승 삼보(佛法僧三寶)를 공경하여 빨리 삼계 인연을 떠나서 청정 법신을 이루어지이다 하는 원을 발하고는 삼보에 귀명례한 후에, “삼보에 귀의하외/ 얻잡는 모든 공덕/ 일체유정에 돌려/ 함께 불도 이뤄지다.” 하고는 나중으로, “이몸 한 몸속에(我今一身中)/ 무진신을 나투와서(現無盡身)/ 모든 부처 앞에(遍在諸佛前)/ 무수례를 하여지다( 一一無數禮)/ 옴 바아라 믹, 옴 바아라 믹, 옴 바아라 믹.” 하는 보례게(普禮偈)와 보례진언(普禮眞言)을 부르고는 용선 대사는 경상 위에 놓았던 축원문을 들어서 무거운 음성으로 느릿느릿 읽었다.

“오늘 지극하온 정성으로 재자 명주 날리군 태수 김혼공은 엎데어 대자대비 광음대 성전에 아로이나이다./ 천하 태평하여지이다./ 이 나라 상감님 성수 무강하셔지이다./ 큰벼슬 잔벼슬 하는 이 모두 충성되어지이다./ 백성이 질고 없고 시화 세풍하여지이다./ 불도 흥황하와 중생이 다 죄의 고를 벗어지이다./ 이 몸과 아내와 딸 몸 성하옵고 옳은 일 하여지이다./ 딸 이번에 모례의 집에 시집가기로 정하였사오니, 두 사람이 다 불은 입사와 백년 해로하옵고 백자 천신하옵고 세세생생에 보살행 닦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몸 죄업 많사와 아직 아들 없사오니 귀남자 점지하여주시옵소서.” 하는 것이었다.



위의 인용문은 소설 〈꿈〉에서 태수 김흔 공 가족들이 세달사에서 불공드리는 장면이다. 법당에서 법사와 스님, 그리고 달례 가족이 행하는 관음참회예문의 진언 의식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관음예문은 ‘관세음보살을 초청하여 덕을 찬양하고, 보살핌을 발원하는 관음신앙 의식’이다. 그 의식 절차는 거불(擧佛)→보소청 진언(普召請眞言)과 청사→관세음보살 도량 초청→귀의 예를 통해 관세음보살에게 참회하는 진언을 외우며 발원하면 된다.

불교를 아는 분이면 익히 알지만, 관세음보살은 현생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원해주는 보살이며,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중생들을 제도하는 보살이다. 위의 인용문의 ‘멸업장진언(滅業障眞言)’은 관세음보살 진언으로 모든 업을 소멸하기 위해 드리는 진언이다. 이에 반해 지장보살 진언은 멸정업진언(滅定業眞言)으로, 이미 잘잘못을 통해 업을 생성한 중생이지만, 그 업까지도 소멸시키겠다는 지장보살의 큰 원이 담긴 진언이다.

이러한 관음참회예문 장면을 위에서처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소설가 이광수의 박식한 불교 교리, 그리고 소설 창작에 대한 깊은 조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친일행각을 했던 자신의 과거 잘못을 참회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광복 후 파행적으로 진행되었던 우리 해방공간의 역사와 사회문제를 다루지 않고 불교소설인 〈꿈〉을 창작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도 그러하다. 위의 참회게의 “백겁에 쌓은 죄를/ 일념에 씻어지다/ 마른 풀 사르듯이/ 모조리 사르어지다”처럼 과거의 잘못을 불태워 소멸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3. 대승불교사상의 소설적 가치로서 수용



한용운(1879~1944)


이광수의 〈꿈〉 이외에 잘 알려진 불교소설은 〈이차돈의 사〉와 〈원효대사〉이다. 이 소설들은 불교 모티프 취향적 역사소설이다. 양자의 공통적인 특징은 시대적 배경을 신라시대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과 세속적인 사랑의 욕망과 불심과 불법과의 갈등, 그로 인해 성(聖)과 속(俗)의 변증법적 합일을 제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불교 역사소설인 〈이차돈의 사〉와 〈원효대사〉는 순교자의 영웅적인 삶과 대승불교의 실체가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었고, 〈꿈〉은 신화원형적 불교소설의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었다.

한용운의 장편소설 〈박명(薄命)〉은 이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불교 역사소설도 아니고, 삼국유사 신화원형 소설도 아니다. 그러나 계모설화 모티프와 인신매매 모티프 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용운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는 1930년대부터로 장편소설 〈흑풍(黑風)〉(1935년), 〈후회〉(1936년), 〈박명〉(1938), 단편소설 〈죽음〉 등 몇 편의 소설이 전한다.

소설은 장르 특성상 타 장르보다는 직접적으로 현실세계를 반영한다. 불교는 현실초극 종교이며, 초역사성과 초시대성을 지닌 영원의 종교이다. 상구보리만을 추구하지 않고 하화중생을 실천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불교소설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소설 속의 불교사상은 소승불교 사상보다는 대승불교 사상 즉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의 표상인 보살사상’을 추구한다. 또한 ‘생사즉열반’이라는 말은 불이(不二)를 실천하는 보살사상이다. 그래서 부처를 ‘초세간적(超世間的) 존재’로 본다. 깨달음에 도달했으나 중생구제를 위해 성불을 뒤로 미루는 보살을 이상상으로 삼고 속세간에 존재한다. 이로 인해 소설에서 수용할 수 있는 불교사상은 대승불교 사상이다.

한용운의 장편소설 〈박명〉은 여주인공 장순영(張順英)의 일대기를 순차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고대소설과 신소설의 전형적인 서사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개연성이 없는 구성 즉 우연성의 남발, 그리고 인물 성격 창조의 전형성 등이 근대소설의 특성을 드러낸다. 장순영, 그녀는 조실부모하고 시골에서 계모의 슬하에서 핍박을 받고 살다가, 송씨 부인과 친구 운옥의 유혹에 빠져 상경하게 된다. 수양 엄마가 되어준다는 송씨 부인과 친구의 유혹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하는 단초가 된다. 그녀는 상경 중 원산항에서 실수로 바다에 빠지게 되는데, 그때 한 남자가 그녀의 생명을 구해준다.

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보은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비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서울에 오자 송씨 부인은 약속과 달리 그녀를 색주가에 팔아넘긴다. 하지만 그녀는 색주가에서도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생명의 은인인 남자 김대철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러나 향락주의자인 남편은 경제적으로 무능력자였고 이혼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아이를 잃는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그녀는 마약중독자로 다시 나타난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다. 남편의 죽음이 임박한 순간, 그녀는 친구 운옥으로부터 원산항 앞바다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한 사람이 남편인 김대철이 아니라 환희사의 여승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그녀는 남편이 죽자 불가에 귀의하게 된다. 이것이 장편소설 〈박명〉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이 소설의 스토리 라인은 평범하고 믿음을 배반한 사람들 때문에 비극적으로 산 한 여성의 삶을 그렸기 때문에 전형적이고 진부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설에 보여주는 종교적 가치는 대승불교의 이타행의 하화중생 사상이다. 대승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관(中觀)과 유식(唯識)을 이해해야 한다. 중관사상은 용수가 확립한 이론이다. 사람들은 자기 존재의 실체성을 믿는 나머지 영원불변성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온갖 번뇌망상에 시달린다. 이러한 마음을 초극한 경지를 용수는 ‘무상정득각의 세계’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중도의 세계라고 부른다. 한용운의 〈박명〉에서 장순영의 삶은 보은한다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희생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고 부질없다는 생각 때문에 불가에 귀의하는 것은 중관과 유식설을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생(生) · 멸(滅), 상(常) · 단(斷), 일(一) · 이(異), 거(去) · 래(來) 등 이러한 여덟 종류의 극단적인 상반된 4가지의 성격을 부정한 세계가 팔부중도관(八不中道觀)인 중관과 용수의 허무주의적 사상을 보완하기 위한 사상인 미륵사상, 무엇도 집착하지 않는 무착(無着) 그리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대승 행위인 세친(世親) 등을 실천하기 위한 보살행이다.

소설이라는 문학 양식이 작자의 자아표현의 주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방편으로 적절한 양식이라고 할 때, 불교를 모티프로 하는 불교소설은 상구보리보다는 하화중생을 현현해내고 실천하는 데 적합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학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공간 이전의 소설인 한용운, 이광수, 김동인의 불교소설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후에 전개될 불교소설의 전망을 가늠케 해준다. ■






유한근
시인 ·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학과, 동 대학원, 명지대 대학원(박사) 졸업. 〈동아일보〉 신춘문예(평론) 당선 등단.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역임. 시집 《사랑은 흔들리는 행복입니다》 평론집 《현대불교문학의 이해》 《인간, 불교, 문학》 등 저서와 논문 다수. 만해불교문학상, 문학평론가협회상, 동국문학상, 월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인간과 문학》 주간.

2020/09/30

알라딘: 숭산행원의 생애와 사상

알라딘: 숭산행원의 생애와 사상



숭산행원의 생애와 사상 -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를 중심으로 | 프라즈냐 총서 31
최용운 (지은이)운주사2015-06-05














정가
17,000원
판매가
16,150원 (5%, 850원 할인)

292쪽
불교학의 사회화 이론과 실제 - 삶의 예술로서의 응용실천불교학
한국의 죽음 의례의식 연구 - 불교의 상장례喪葬禮를 중심으로


책소개
한국불교 역사상 승려로서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지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가장 널리 알린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숭산행원 선사에 비견할 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숭산선사는 1966년 재일 홍법원 설립을 시작으로 35년여의 기간 동안 전 세계 32개국에 120여 개의 선 센터를 개설했으며, 5만여 명이 넘는 해외 제자들을 배출하는 놀라운 위업을 남겼다.

이와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간 숭산선사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었을 뿐 아니라, 선사의 수행론 및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 기류마저 상당했다. 숭산선사가 개발했던 간화선 수행체계, 일명 “십문관”이 일본 임제종의 참선 수행체계를 수용했다는 점, 선 센터 내 조직 운영에 남녀차별, 출재가의 구분을 없앴다는 점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본서는 숭산선사의 수행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선사가 개발했던 간화선 수행체계와 일본 임제종의 참선 수행체계 간의 연관성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숭산선사의 간화선 수행체계 개발의 의의에 대한 저자만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선사의 업적이 현대 한국불교의 포교 역사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국내외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_ 5
서론_ 15

제1장 숭산행원의 선사상과 수행론_ 31
1. 도입_ 31
2. 시대적・사상적 배경_ 32
1) 시대적 배경과 그 영향_ 32
2) 사상적 배경_ 34
3. 숭산의 선사상과 그 특징_ 37
1) 조사선 중심_ 37
2) 유불회론 역설_ 40
3) 선의 실천성 강조_ 41
4) 선의 세계화_ 43
4. 숭산의 간화선 수행법과 그 의미_ 45
1) 십문관(혹은 십이문관)_ 48
2) 입실점검의 강조_ 53
3) 숭산의 간화선 수행법이 갖는 의미_ 55
5. 소결_ 60

제2장 숭산행원의 업적에 대한 포교적 관점의 연구_ 63
1. 서언_ 63
2. 승가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동국대 석림회의 창립 지원_ 65
3. 대중포교의 기틀 확립_ 68
1) 화계사를 대중포교와 국제포교의 중심지로_ 68
2) <불교신문>의 토대 확립_ 70
4. 관음선종과 세계포교_ 73
1) 관음선종의 성립 과정_ 73
2) 관음선종의 포교적 의의_ 77
(1) 한국 간화선 수행법과 일본 임제종 수행법의 통합 시도_ 77
(2) 서구문화에 적합한 불교의 토착화 시도_ 80
5. 소결_ 83

제3장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한 이론적 기반 정립_ 87
1. 도입_ 87
2. 대혜종고와 간화선_ 92
1) 대혜 당시의 시대적 배경_ 92
(1) 송대宋代의 정치적 상황_ 92
(2) 송대의 문화적・사상적 상황_ 94
2) 선종을 바라보는 대혜의 문제의식: 문자선과 묵조선의 폐해_ 97
(1) 문자선의 폐해_ 97
(2) 묵조선의 폐해_ 99
3) 대혜가 간화선을 통해 강조한 정신_ 102
4) 대혜가 간화선을 집대성한 배경에 대한 또 다른 해석에 대해_ 106
(1) Morten Schl?tter의 견해_ 107
(2) Schl?tter의 견해가 갖는 장점과 단점_ 109
3. 보조지눌과 간화선_ 114
1) 지눌과 간화선의 만남_ 114
2) 지눌이 생각하는 간화선_ 115
3) 지눌의 간화선관의 형성 요인과 이에 대한 평가_ 119
4) 선의 대중화를 위한 지눌의 노력에 대한 다양한 해석_ 125
4. 소결_ 128

제4장 한국 간화선 수행법의 변천사_ 131
1. 도입_ 131
2. 한국 간화선의 수행법적 정체성 확립_ 134
1) 간화선의 정의_ 134
2) 한국 간화선의 수행법적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과 수용 과정_ 138
(1) 한국 간화선의 수행법적 정체성 확립의 시대적 필요성_ 138
(2) 간화선의 한반도 수용에 있어서의 주요 시기 구분_ 141
3. 간화선의 한반도 수용에 있어서의 주요 시기별 특징_ 143
1) 간화선의 한반도 전래와 기초 확립의 시기_ 143
2) 고려 후기 원 간섭기에 몽산덕이의 간화선 수행법이 도입된 시기_ 150
(1) 화두와 공안 모두가 참선의 도구_ 159
(2) 화두 형태의 변화: 질문의 형식을 취하는 화두의 증가_ 161
(3) 선정禪定의 힘을 통한 화두 참구의 강조_ 164
(4) ‘오후인가悟後印可’의 강조_ 168
3) ‘여말삼사’에 의한 원나라 조선祖先계의 간화선 수용기_ 170
4) 고봉원묘의 <선요>가 한국 간화선 수행법에 변화를 주었던 시기_ 173
(1) ‘간화삼요看話三要’를 통한 참선의 체계 확립_ 173
(2) 스승 ‘본분종사’에 대한 믿음의 강조_ 175
4. 소결_ 178

제5장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_ 183
1. 도입_ 183
2. 유럽 불교수용의 시기별 특징_ 186
1) 여명기: 지적 차원의 접근과 신앙적 관점의 전환기_ 187
(1) 불교에 대한 지적 추구: 문헌학・철학적 연구_ 187
(2) “신이 없는 종교”를 통한 내면적 자각_ 194
2) 1차 부흥기: 양대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정신적 대안_ 196
3) 2차 부흥기: 전자・정보기술의 발전과 불교의 확산_ 198
3. 유럽의 불교수용 맥락에서 분석한 한국 간화선_ 201
1) 유럽의 불교수용 맥락에서 분석한 한국 간화선의 장점_ 201
2) 유럽의 불교수용 맥락에서 분석한 한국 간화선의 문제점_ 205
(1) ‘일평생 오직 하나의 화두만 참구’하는 전통_ 205
(2) 화두의 내용_ 215
(3) 입실제도(혹은 입실참문)_ 220
(4) 사제師弟관계_ 223
4. 소결_ 225

제6장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와 숭산행원이 한국불교계에 남긴 과제_ 231
1. 도입_ 231
2.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와 숭산의 간화선 수행법_ 233
1) 숭산의 간화선 대중화 관점_ 233
2)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와 숭산의 간화선 수행법_ 235
(1) ‘일평생 오직 하나의 화두만 참구하는 전통’의 측면_ 236
(2) ‘화두의 내용’ 측면_ 238
(3) ‘입실제도’의 측면_ 240
(4) ‘사제師弟관계’의 측면_ 241
3. 숭산의 해외포교 경위와 특징_ 245
1) 숭산의 해외포교 경위_ 245
2) 숭산의 해외포교 특징과 장단점_ 251
4. 숭산이 한국불교계에 남긴 과제_ 253
1) 남녀차별 및 출재가 구분 관행의 개혁_ 253
2) 일본 임제종 수행법의 수용_ 260
5. 소결_ 267

참고문헌_ 271
찾아보기_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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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용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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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에서 수학하였으며, 서강대학교에서 박사(종교학)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숭산행원의 선사상과 수행론」, 「한국간화선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제안」 등이 있다.



최근작 : <숭산행원의 생애와 사상>



출판사 제공 책소개
-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를 중심으로 -

한국불교가 배출한 세계적인 선승으로, 생존 당시 세계 4대 생불 가운데 한 사람으로 칭송 받았던 숭산행원 선사의 생애와 사상, 활동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


1.
한국불교 역사상 승려로서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지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가장 널리 알린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숭산행원 선사에 비견할 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숭산선사는 1966년 재일 홍법원 설립을 시작으로 35년여의 기간 동안 전 세계 32개국에 120여 개의 선 센터를 개설했으며, 5만여 명이 넘는 해외 제자들을 배출하는 놀라운 위업을 남겼다. 이와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간 숭산선사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었을 뿐 아니라, 선사의 수행론 및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 기류마저 상당했다. 숭산선사가 개발했던 간화선 수행체계, 일명 “십문관”이 일본 임제종의 참선 수행체계를 수용했다는 점, 선 센터 내 조직 운영에 남녀차별, 출재가의 구분을 없앴다는 점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본서는 숭산선사의 수행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선사가 개발했던 간화선 수행체계와 일본 임제종의 참선 수행체계 간의 연관성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숭산선사의 간화선 수행체계 개발의 의의에 대한 저자만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선사의 업적이 현대 한국불교의 포교 역사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국내외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서는 간화선의 한반도 도래 이후 수행법의 변천 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서구사회에 불교가 전파된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제언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 과제와 관련하여 숭산선사의 행적이 갖는 의미와 선사가 한국불교계에 주는 과제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2.
본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의 문제의식이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숭산에 대한 국내 불교계의 평가가 적절한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불교계에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이론적 토대가 형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간화선의 대중화를 천명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간화선이라는 수행법이 과연 대중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해 수행법의 개선이 필요하지는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서는 총 6장으로 나누어 숭산선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1장 ‘숭산행원의 선사상과 수행론’에서는 먼저 숭산이 활동한 시기의 시대적・사상적 배경을 고찰하고, 이어서 숭산 선사상의 특징을 다룬다. 숭산은 경허선사의 법맥인 덕숭문중의 조사선, 특히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면서 ‘오직 모를 뿐’이라는 유불회론을 역설한 데 그 사상의 특징을 드러낸다. 아울러 선의 실천성과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임제종의 수행체계를 상당 부분 도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방편으로서였다.
제2장 ‘숭산행원의 업적에 대한 포교적 관점의 연구’에서는 대중포교, 나아가 세계포교를 위한 숭산의 활동을 시기별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여기에는 승가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반으로 동국대 석림회의 창립 지원, 화계사를 대중포교와 국제포교의 중심지로 한 점, 불교 언론으로서의 <불교신문>의 토대 확립, 그리고 관음선종의 창립과 이를 토대로 한 세계포교 등이 포함된다.
제3장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한 이론적 기반 정립’에서는 먼저 간화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대혜종고의 간화선을 시대적?사상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고찰한 다음, 보조지눌의 간화선이 가지는 특징을 짚어보고, 한국불교계에서 간화선 수행과정이 지니는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제4장 ‘한국 간화선 수행법의 변천사’에서는 먼저 한국 간화선의 수행법적 정체성 확립을 제안하면서, 한국에 간화선이 어떤 배경과 경로를 통하여 수용되고 실천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려 후기 몽산덕이의 간화선 도입과 특징, 그리고 여말삼사에 의한 간화선 수용, 고봉원묘의 <선요>가 한국 간화선 수행법에 변화를 준 상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제5장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에서는 19세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특히 유럽에서 불교가 수용되어온 상황을 시기별로 면밀히 고찰하고 난 다음, 유럽의 불교수용 맥락에서 분석한 한국 간화선의 장점과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문제점의 개선 방안으로 다양한 화두 참구, 새로운 화두의 개발, 입실제도의 필요성, 사제관계의 유연성 등을 제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6장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와 숭산행원이 한국불교계에 남긴 과제’에서는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앞장에서 언급한 한국 간화선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숭산선사가 대중포교와 세계포교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방법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며, 아울러 승산이 시도한 방법들에 대해 대승적이고 통불교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3.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이 표방하고 있는 수행법은 간화선이다. 그리고 간화선의 대중화를 천명하고 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간화선이 대중화될 수 있는 수행법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어떻게 대중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화선 수행법을 활용하여 세계 각지의 서구인들에게 폭넓은 영향을 끼쳐온 숭산선사의 사상과 수행, 그리고 포교방법을 다룬 본서는 한국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일 것이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