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4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장화 외 | 알라딘

[전자책]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장화 외 | 알라딘

[eBook]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장화,불가살이,김민지,정인,희망,최예원,엘브로떼,명아,푸른나비,평화,조제 (지은이)
글항아리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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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을 쓴 11명의 생존자는 현재 20대, 30대, 40대, 50대로 다양한 나이대에 걸쳐 있다. 즉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그리고 가족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가 바로 ‘친족 성폭력’이다.

피해자들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일반적인 폭력이나 성폭력보다 친족 성폭력은 훨씬 더 강력한 상흔을 남겨 일정 기간 기억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강력한 돌풍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의 몇몇 저자가 30~4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폭력을 떠올리고 여기에 맞서게 된 이유다.

저자들이 책을 내면서 독자들과 사회에 바라는 것은 이 문제를 직면하길 꺼려하지 않고, 입에 담길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함께 내야만 그들이 살아온 현실과 세월이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목차


추천 서문_미투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여성 사물화의 극단화 |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추천 서문_죽고 싶은데 살고 싶어서, 광장을 여는 사람들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추천 서문_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본다 | 김영서,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저자

프롤로그: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

1장 생존자의 글| 장화
2장 무제| 불가살이
3장 그때 난 일곱 살이었다| 김민지
4장 늘 같은 오래된 이야기| 정인
5장 오이디푸스 패밀리| 희망
6장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최예원
7장 터널을 빠져나와 세상으로 시선을 향한다| 엘브로떼
8장 가해자 사후에 내린 판결: 세상에 대한 소고溯考, 訴告 | 명아
9장 나는 아동 친족 성폭력 생존자다| 푸른나비
10장 새| 평화
11장 내가 살아남은 이야기| 조제

에필로그
함께 보면 좋은 자료


책속에서


P. 23 ‘아빠가 나를 만졌어. 오빠는 내가 꽃뱀이라 비난했어. 내가 그 일을 성폭력이라 말하니 엄마는 죽어버리겠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게 만들었어.’
그런 순간은 내가 다시 그날,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숨을 쉴 수 없고, 두려운 당시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이 내 모든 고통의 원인이며 날 죽이려고 하는 이들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접기
P. 62 생존자가 약자일 수는 있지만 약한 사람은 아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온 전사들이다. 우리가 너희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를 보고 스스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행복한 거라고 자위하지 마. 우리를 그런 불쏘시개로 사용하지 마. 우리를 측은하게도 여기지 마. 나와 너는 동등하다. 접기
P. 64 바란 것은 그저 내가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하지 않는 것뿐. 잠을 자고 싶을 때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잠들고만 싶었다. 이웃집을 전전하고 싶지 않았다. 흐린 눈으로 나를 보지 않기를 바랐다. 축축한 손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런 느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내 몸과 영혼에 남는다.
P. 73 가해자를 이해하고 사건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사람으로서 뭔가를 말한다면, 가해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의 원인을 아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나. 그 사고 때문에 아픈데 원인을 알고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서 아픈 게 낫는가.
P. 180 만약 신이 내게 생을 되돌릴 기회를 준다 해도 내 삶에는 되돌아가고 싶은 지점이 없다. 그 일을 겪기 이전의 나 자신을 나는 알 수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것은 기억 이전과 그 이후뿐이다. 결코 기억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다.
P. 142 너의 잘못이 아니야 - kf21
그리고 두렵다고 말하면
우리 말은 들리지도
환영받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침묵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두려울 테지
그러니 말하는 편이 낫다.
- 오드리 로드, 생존을 위한 탄원」 - 우민(愚民)ngs01
미투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여성 사물화의 극단화 - 우민(愚民)ngs01
나는 고통받는 이들의 호소에 ‘놀라는 이들이 싫다. 인간 성숙함의 첫 번째 지표는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수용력이다. 피해자‘는 피해그 자체로서 역할을 다한 이들이다. 나미지는 모두 사회의 몫이다. 피해 여성이 범죄를 증명하고 싸워야 할 의무는 없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 우민(愚民)ngs01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본다. - 우민(愚民)ng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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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장화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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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 당시에는 못 견디게 괴로웠지만, 치료과정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현재는 상담을 마쳤고, 대학생으로서 제법 즐겁게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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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살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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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원이다. 환자 중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면 인근 해바라기 센터로 이송하는 일을 돕고 있다. 현재 강박과 불안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 ‘불가살不可殺이’는 학대 속에서도 잘 자란 어린 나에게 죽일 수 없는 존재라는 뜻으로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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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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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생. 사회복지,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경찰학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수료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로서 다수의 매체에 목소리를 내고 있고, ‘공폐단단’으로 활동하면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일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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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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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생.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매달 마지막 토요일 ‘공폐단단’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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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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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생. 심리학을 전공했다. 중학교 상담사이며, 성인 상담도 하고 있다. 친족 성폭력 기억이 올라온 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1년간 상담을 받았고 작은말하기 모임에 참석했다. 더 많은 생존자가 가해자와 방관자에 의한 피해 경험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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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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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미술치료, DBT 행동치료, 트라우마로 인한 조울증 약물치료 등 수많은 치료를 받아왔다. 2017년부터2년여간 한국성폭력상담소 내 집단 심리치료를 받았고 현재는 성매매 피해 여성 기관에서 집단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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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로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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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 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부설 상담센터 전문 상담사이자 준법지원센터 성폭력수강명령 강사 및 전자발찌사범 개인상담을 하고 있다. 교도소 성폭력 사범 집단상담과 성폭력 전자발찌사범 집단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작 :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명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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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피해의 여파에서 막 벗어나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재 대학생으로 상담심리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유튜브 ‘성피당당’과 생존자 모임 ‘말하다’를 통해 친족 성폭력 피해에 대해 알리고 있다. 언젠가 ‘반성폭력 활동가’로 불리는 것이 꿈이다.


최근작 :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푸른나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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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들어선 직장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작은말하기 자조모임을 시작으로, 친족 성폭력 생존자로서 피해 사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족 -학대-성폭력 현장에서 일어나는 친족 성폭력에 맞서 언젠가 우리의 ‘광장’을 여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많은 사람과의 연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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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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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을 막 지났다. 한때 여러 방송에 나가 목소리를 냈지만 요즘은 조용히 지낸다. 상담, DBT, 병원치료, 약물치료, 입원까지 안 해본 치료가 없으나 이제는 같이 사는 강아지 등을 몇 번 쓰다듬으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바다를 사랑해서 지금은 물에서 하는 온갖 일을 한다.

최근작 :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조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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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상처와 화두를 글로 쓰고 책으로 만들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심한 불화와 알코올중독을 동화 『엄마아빠 재판소』에, 우울증 경험을 에세이 『살아 있으니까 귀여워』에 담았다. 앞으로도 읽고 쓰고 그리며 계속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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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에 선의란 없었다
우리는 기적의 산물이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11명의 이야기
할아버지, 아빠, 오빠, 동생, 사촌오빠, 삼촌…
그들은 어떻게 한 인간의 삶에 되돌릴 수 없는 폭력을 가했나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을 당한 11명의 생존자

가족 간의 성폭력은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다. 인류 역사는 근친 간의 성행위를 금기시하는 데서 쌓아 올려졌고, 인간이 금수와 구분되는 점은 성욕과 번식만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거라고 우리는 배워왔기 때문이다. “근친상간 금지는 자연이 자신을 초월하는 곳”이라고 레비스트로스가 말했듯이(요즘은 근친상간이란 단어에 문제 제기를 하며 쓰지 않고 근친 성폭력 혹은 친족 성폭력이라고 한다), 인간 정신의 초월적 지향이 문명·문화를 낳았다. 하지만 가족 간의 성폭력은 이를 전면적으로 거스르며 피해자를 문명 이전의 세계로 추락시킨다.
여기, 한 가족의 자녀인데도 돌봄을 받기는커녕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은 11명의 몸, 파괴, 기억 혹은 기억상실, 그 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들은 어려서 자기 몸을 자각하기도 전에 가족이나 친지들의 성폭력에 노출됐다. 이것은 생애사가 형성되기도 전에 미리 박탈해가는, 돌이키기 불가능한 폭력이다. 아빠가 딸에게 같이 잠자리를 갖자고 했고, 오빠가 벗기고 만졌으며, 할아버지가 손녀 몸의 성장점검을 했고 그의 아들이 뒤이어 딸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폭력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고, 같은 공간에 살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피해자(생존자)들은 가해자에게 거부의 뜻을 강력히 나타내기도 했고,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대부분은 엄마에게 구조 요청을 하거나 털어놨는데, 이들의 엄마는 가해자 또한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쌌다.
글을 쓴 11명의 생존자는 현재 20대, 30대, 40대, 50대로 다양한 나이대에 걸쳐 있다. 즉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그리고 가족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가 바로 ‘친족 성폭력’이다.
피해자들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일반적인 폭력이나 성폭력보다 친족 성폭력은 훨씬 더 강력한 상흔을 남겨 일정 기간 기억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강력한 돌풍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의 몇몇 저자가 30~4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폭력을 떠올리고 여기에 맞서게 된 이유다.
저자들이 책을 내면서 독자들과 사회에 바라는 것은 이 문제를 직면하길 꺼려하지 않고, 입에 담길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함께 내야만 그들이 살아온 현실과 세월이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아빠도 오빠도 엄마도 가해자다

불가살이는 친오빠를 잘 따랐다. 둘은 어려서 같이 운동도 하고 여느 남매들처럼 친하게 지냈다. 그런 오빠가 어느 날부터 동생 불가살이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맞벌이하느라 집을 비우면 오빠는 자기 성기를 동생 몸에 대고 비비거나 동생 목덜미의 냄새를 맡았고, 그런 행위는 늘 사정으로 끝났다.
정인은 첫째 오빠와 둘째 오빠 모두에게 성폭력을 겪었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동생의 몸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했다. 희망은 남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남동생은 친족 성폭력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희망의 엄마가 남동생과 먼저 성관계를 가졌고, 그 현장을 딸에게 들키자, 엄마가 입막음하려고 남동생에게 누나를 성폭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명아는 예쁨받고 자란 딸로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이 세상을 뜨면서 명아의 삶도 지옥으로 성큼 끌려 들어갔다. 아빠가 딸에게 강제로 성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아는 “인생이 그저 비극이었다. 나는 내가 누군지 아직도 잘 모른다”고 말한다.
예원은 여덟 살 때 오빠가 구강성교를 강요했고, 이후 4년간 강간을 당했다. 예원에게는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는데, 오빠는 예원과 동생을 때리면서 예원이 “몸을 대주면 때리지 않겠다”고 했다. 어느 날 예원은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엄마는 이렇게 되물었다. “왜 처음부터 말 안 했어? 너가 오빠 꼬신 거 아냐?”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빠가 아들을 꾸짖은 뒤 스스로 그다음 가해자가 된 것이다. 그는 주로 자기 사무실에 딸 예원을 불러내 옷을 벗기고 물티슈로 딸의 몸을 직접 닦고 성관계를 가졌다.
손녀(엘브로떼)의 하의 속으로 손을 넣어 한참 만지던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그 범죄 행위를 들키지도 않은 채 평화롭게 삶을 마감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그의 아들인 아버지가 딸을 범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엘브로떼가 고2 때까지 계속됐고, 잠시 휴지기를 두다가 이후 또다시 씻을 수 없는 악몽으로 그녀를 밀어넣었다.
할아버지, 아빠, 오빠, 사촌, 남동생……. 이들이 벌인 일을 생존자들의 엄마는 딸의 고백으로 알게 된다. 그때 엄마들이 보인 반응은 거의 같았다. “가족인데 어쩌겠니.” “너가 먼저 꼬신 것 아냐.” 그들은 또 가해자에게는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그쳤다. “적당히 해.”
그날로부터 피해자들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기도 했다.

기억의 지배에서 벗어나 출구를 향해 걷다

생존자들은 친족 성폭력의 피해를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다니며 상담을 받기까지 적응장애, 우울장애, 수면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조울증, 기억상실 등을 겪었다. 이들은 병원, 한국성폭력상담소, 관련 센터, 자조모임 등을 통해 치유 과정을 밟았고, 그중 몇 명은 상담학을 전공해 현재 상담사로도 활동 중이다. 다시 말해 자기 치유를 위해 상담을 받는 동시에 직업 상담사로서 다른 이들을 상담해주고 있기도 하다.
폭력의 상흔은 결코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다. 예원은 오빠와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집을 나와 고시원 등을 떠돌고, 극심한 우울증과 빈곤에 시달리다가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을 심하게 겪었다. 이런 일은 가족 밖으로 누설하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피해자가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고립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한편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시도한 이들도 있다. 아빠나 오빠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가족과 화해한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생존자는 가족과 인연을 끊고 지내다시피 한다. 가해자들은 과거에도 침묵했고 지금도 침묵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존자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생각에서는 꽤 많이 벗어났다. 지금 이들은 자신을 가해한 대상에게 ‘당신의 잘못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는 누구보다 용감하다”고 외친다. 푸른나비 등 여러 생존자는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안’을 청와대 민원에 올리고 매달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정인은 “내 인생 자체가 친족 성폭력과 성폭력의 역사다. 이것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희망은 “이 상처로부터 치유되고 회복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예원은 “내가 살아야 하는 삶에 선의란 없었고, 그 길은 외롭고 험난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이처럼 치유는커녕 어둠 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해 헤매는 이들의 것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겨자씨만 한 희망을 갖고 자기 인생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며 생존자들끼리 서로 응원하자고 격려한다. 추천사를 쓴 또 다른 생존자 김영서 작가는 “독자들이 읽기 힘들더라도 천천히, 쉬엄쉬엄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이것은 끔찍한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연대해서 해결해야 하는 ‘평범한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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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말하기 대회’. 생존자들의 피해 경험에 대한 의미투쟁의 공간으로서, 이들의 명제화되지 않은 경험과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공간으로서 이러한 말하기 대회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
적막 2021-11-10 공감 (1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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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후원했던 프로젝트가 정식출간되었네요. 더 많은 분들이 생존자분들의 이야기를 읽을수 있어 잘 되었습니다. 강추합니다
우주은하 2021-08-24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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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읽어야 할 책!
2021-09-12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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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으로 보았을때 힘든 이야기 맞지만 정말 알아야 할 이야기였어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전합니다
생존, 그 자체로 멋지다 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호호달팽이 2021-08-29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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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수기. 읽다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를 몇번이나 했다. 쓰는 분들은...그들의 삶은? ㅜㅜ
좋음 2025-06-1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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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39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숲노래 책읽기 2022.10.4.

인문책시렁 239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는 책이름 그대로 두 마음이자 두 삶을 걸어온 사람들이 갈무리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서 목소리를 낸 열 사람은 열 가지로 다르게 피멍이 맺혔습니다. 피멍을 낸 이들은 한집에서 살아왔습니다. 바깥에서 가싯길을 걷거나 피멍이 맺힌 이를 품을 곳이 보금자리일 텐데, 거꾸로 집이란 곳이 보금자리 구실을 못 했다지요.




왜 주먹부터 휘두를까요. 왜 아랫도리를 응큼하게 노릴까요. 어릴 적부터 집에서 어버이하고 한또래는 무엇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삶인가요. 집이 헝클어졌다면, 마을하고 배움터는 사람들을 붙잡아 주거나 이끄는 몫을 할 수 없는가요.




제가 나고자란 인천에서도, 오늘 살아가는 전남 고흥에서도, 둘레를 보면 노닥술집(유흥주점)이 끔찍하도록 많습니다. 시골 면소재지조차 노닥술집이 있고, 흥청망청입니다. 술 한 모금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만, 왜 나눔술이 아닌 노닥술이어야 할까요? 왜 숱한 사내하고 벼슬꾼하고 돈바치는 어디에서 돈이 쏟아지기에 노닥술집에서 흥청망청일 수 있을까요?




사랑으로 살림을 지어 삶을 나누는 길을 본 적도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들은 돌이순이를 안 가리고서 아랫도리를 괴롭히거나 짓밟는다고 느낍니다. 둘레를 봐요. 돌이만 우글거리는 푸른배움터는 몹시 사납습니다. 순이돌이가 함께 다니는 푸른배움터도 나날이 사납빼기로 물듭니다. 어린배움터마저 참 빠르게 사납게 뒹구는 길입니다.




옳고그름을 가리기 앞서, ‘삶·살림·사랑’부터 차분히 돌아보고 이야기하며 그릴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밀어넣기 앞서, 왜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는지 짚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꽃하고 수꽃이 없으면 씨앗도 열매도 맺을 수 없는 풀꽃나무입니다. 순이하고 돌이가 없으면 사람이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어느 길을 가야 할까요? 10월 1일을 ‘국군날’이라 하면서, 무시무시한 총칼을 희번덕일 뿐 아니라, 칼이랑 몽둥이를 쥐고서 저놈(적군)을 날렵하게 죽이거나 때려눕히는 짓을 ‘무술시범’이랍시고 아이들한테 버젓이 보여주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연속극’ 가운데 순이돌이가 서로 사랑으로 아끼면서 새롭게 짓는 보금자리를 수수하게 들려준 적은 얼마나 될까요?




피멍이 맺히는 까닭은 한둘이 아닙니다. 숱한 바보짓이 얼크러지면서 불거집니다. 언제나 오늘이 사랑할 때입니다. ‘살섞기’가 아닌 사랑을 할 때입니다. 그리고 순이 못지않게 돌이도 숱하게 노리개질(성폭력)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싸움터(군대)에 이르기까지, 또 일터(회사)에서마저 숱한 돌이도 노리개질에 시달리는데, 순이 곁에서 돌이도 목소리를 함께 내어 이 썩어빠진 나라와 틀거리를 이제부터 뜯어고칠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다수의 사람이 내 경험을 불편하게 여기는 일은 내가 나를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23쪽)




긴 침묵 끝에 내놓은 엄마의 답변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하겠니?” (34쪽)




나는 아빠가 내가 어려을 때 한 짓을 범죄라고 일갈했다. 아빠는 그저 내가 귀여워서 했던 장난이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 경험은 그저 개인의 문제일까? 사촌 오빠는 내게 왜 그랬을까? 아빠는 나한테 왜 그랬을까? 내 입을 막은 건 무엇이었을까? (46쪽)




처음 나를 강간했던 때 오빠의 나이는 고작 열네 살이었다. (89쪽)




“아빠랑 오빠가 저 성폭행하고 엄마가 아동학대 했어요”라고 말했지만 결국 내가 돌려보내진 곳은 그 가족들이 있는 집이었다. (94쪽)




성매매를 하기까지의 접근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사람들이 성매매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성폭행 가해자들뿐 아니라 방관한 어른들까지 내게는 모두 가해자와 같은 편이나 다름없었다고. (120, 121쪽)




하지만 여전한 의문은, 사회가 왜 이 극악한 범죄자들을 보호하며 피해자인 아이를 그 손에 맡겨놓는 것도 모자라, 아이가 자라서 법에 호소해도 제대로 처단하지 않고 범죄자들이 편안하게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 (154쪽)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부끄러워할 때까지, 정말로 죄 있는 사람이 응당한 책임을 다할 때까지, 정말 수치스러워해야 할 사람이 치욕에 떨며 고개를 들지 못할 때까지 나의 말하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19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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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2-10-04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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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어 말하는 어두운 그림자



용기 내어 말하는 어두운 그림자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친족 성폭력은 생각보다 많다. 여기 실린 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용기있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 오빠, 할아버지에게 당한 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니가 원해서 아들과 관계를 하고 이것을 입막기 위해 아들을 사주해서 누나를 범하는 내용도 나온다. 이렇게 성폭력에 노출되다 보니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어려운 가정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빠의 폭력과 술이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부유한 가정에서도 이러한 일은 벌어진다. 이들을 돕는 쉼터와 성폭력 상담소와 치유센타가 있다. 우리 주위에 알게 모르게 당하는 피해자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제목이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이다. 이러한 일이 아니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죽지 못해 생존하는 사람들은 작은 말하기 자조 모임을 갖고 연대하고 있다. 그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반성폭력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상담가로 심리학과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성폭력 가해자의 80퍼센트는 아는 사람이고, 그중 30퍼센트 이상은 친족 성폭력이다. 즉 가족 내 성폭력은 통념과 달리 흔하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이렇게 빈발하는 폭력이면서, 이토록 비가시화되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억압당하는 인간사가 있을까.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가장 ‘미치게 하는’ 상황은, 가족 구성원을 비롯해 피해자의 경험을 믿지 않는 사회다.(p.8)








열한 살이 되고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에 “오빠한테 성폭행 당했어요”라는 문구를 입력해 수없이 검색하면서 도피처를 만들고자 했다. 검색 창 안에 던진 내 질문에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절규가 몇 페이지씩이나 쏟아졌다. 그 경험들이 아파서 그들의 고민이 오물처럼 여겨졌고, 네이버는 그 오물을 받아내는 변기 같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알리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고 나는 용기 내서 4년 만에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했다.(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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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 2023-05-12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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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잘못이 아니야

친족 성폭행은 그 연령도 양상도 다양하다7살 부터 성인까지어린 자녀를 500원에 임막음 하기도 하도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면 형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병원에 입원해서 딸에게 자위를 시킨 놈은 완전 싸이코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친족 성폭행은 은밀하고 다른 가족의 비호도 상당하다사례도 다양하다 피해자들에게 집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다그럼에도 가해자를 용서하겠다는 피해자가 몇 있다 그래야만 견딜 수 있다는 것 같다 피해자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kf21 2021-10-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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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머그가 갖고 싶어서

여성의 날은 둘째 치고그냥 롱머그가 갖고 싶어서두 개 갖고 싶어서두 번 주문세 개 아니라서 다행(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사고 싶은대로 책 한 번 실컷 사고 싶다. 증말.. 그럴라고 돈 번다고!)『사나운 애착』 알라딘가 13,500원『이런 얘기 하지 말까?』 알라딘가 11,700원『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알라딘가 14,400원『당신을 이어 말한다』알라딘가 13,500원『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알라딘가 15,300원『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알라딘가 13,500원『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알라딘... + 더보기
잘잘라 2022-03-08 공감 (4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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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주 추천 (8/30 - 9/3 기준) 신간 스크랩

내일 추천 신간 합치기 전에 기록용으로 캡처.
오거서 2021-09-04 공감 (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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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자꾸 숨 쉬기 어려워져서 읽기 힘들었다. 안전해야 할 집이 지옥이다. 아빠, 오빠, 남동생, 할아버지 등등의 친족가해자들. 그가 그랬을 리가 없다며, 네가 착각한 거라며, 너만 입 다물면 된다며 2차 가해 하는 엄마, 언니, 여동생들. 그 고통을 겪어내고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moonnight 2022-10-06 공감 (1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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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2.9.22.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2.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서두를 마음이 없기에 14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왔는데 뜻밖에 일이 일찍 끝나 한 시간이 빈다. 느긋하게 다니니 나쁘지는 않되 고흥 읍내에서 쉴 곳은 없다. 900살 느티나무 곁은 할배들 술잔치에 담배냄새 탓에 지저분하다. 작은 시골조차 부릉부릉 시끄럽다. 오늘이 ‘세계 차 없는 날’이라는데, 이 시골에서 누가 알까? 시골일수록 더더욱 부릉이를 끝없이 몰고 밀어댄다. 올해에는 우리 집 감나무가 단감이며 불퉁감(대봉감)을 주렁주렁 맺는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를 읽었다. 살뜰하게 여민 책이라고 느낀다. 노리개질로 시달린 사람들은 ‘죽느니만 못한 나날’을 보내면서 ‘삶을 단단히 잡는’다고 느낀다. 숲노래 씨도 매한가지이다. 어릴 적이나 싸움터(군대)에서 겪은 노리개질은 떠올리고 싶지 않도록 몸서리칠 노릇인데, 노리개질은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으레 자주 곳곳에서 겪는다. ‘나란사랑(동성애)’을 외치며 잔치를 벌이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싸움터 노리개질(군대 성폭력)’이 거의 ‘나란사랑’을 앞세우는 뻘짓인데, 뭔가 크게 일그러졌다. 싸움터에서 중대장이나 윗내기(고참)란 놈들이 두들겨팰 적마다 ‘죽음 아닌 삶’을 마음으로 그렸기에 오늘까지 살아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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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2-10-17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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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2.5.16. 광주 ㅊ의자리



숲노래 책숲마실




글 + 그림 (2022.5.16.)

― 광주 〈ㅊ의 자리〉







푸른배움터를 마칠 무렵까지 ‘우리말처럼 보이는 적잖은 말’은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말인 줄 몰랐습니다. 둘레 어른들은 이 대목을 안 가르쳤고, 흘려넘겼고,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어린이·푸름이를 몰아넣기만 했습니다. 열아홉 살에 서울을 비로소 만나고 여러 또래나 윗내기를 만나면서 ‘우리나라에서 서울 아닌 데에서 사는 사람은 다 바보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모두 서울로 쏠리기도 했지만, 서울내기처럼 숱한 책을 마음껏 읽을 터전은 다른 고장에 없더군요.




큰고장을 아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며 돌아보노라면, ‘서울에서는 종이꾸러미로 배우는 길이 가장 넓을’ 수는 있어도 ‘종이가 온 숲을 배우는 길은 가장 막히고 좁’다고 느껴요.




총칼로 우리나라로 쳐들어와서 짓밟고 괴롭힌 일본을 나무라거나 미워하는 분은 많되, 일본사람이 지어서 이 나라에 심은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말씨를 하나하나 털어내는 분은 없습니다. ‘적지도 않고 없’습니다. 다들 그냥 씁니다. ‘사회·문화·정치·학교’ 같은 한자말도 일본사람이 머리를 굴려 엮은 한자말입니다. ‘도서관·서점·출판사’ 같은 한자말조차 일본사람이 퍼뜨린 한자말입니다.




총칼굴레(일제강점기)에서 홀로서기(독립운동)를 꿈꾼 분들은 일본말 아닌 우리말을 되찾으려 했고, 몰래 한글을 살리면서 지켰고, 우리 삶과 넋과 생각을 담을 우리말을 새로 지으려 했습니다.




그냥그냥 ‘만화책’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써도 안 나쁘지만, 굳이 ‘글 + 그림’이라는 얼개를 꽃처럼 피우는 결을 헤아리면서 ‘그림꽃책’처럼 새말을 엮어 봅니다. 그림책하고 그림꽃책(만화)은 닮되 달라요. 그림꽃(만화)을 안 읽는 사람은 그림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모를 뿐 아니라, 알 마음조차 없지 싶습니다만, 아름다운 그림꽃을 알아보고 손에 쥐기를 바라는 새 이름입니다.




광주에서 〈일신서점〉하고 〈광일서점〉을 들르고서 〈ㅊ의 자리〉로 찾아옵니다. 책집이면 그냥 가면 되리라 여겼는데, 미리 여쭈어야 한다더군요. 일본 한자말로 ‘예약제’라고 합니다. 다음에는 미리 여쭙기로 하고서 조용히 둘러봅니다.




가을은 모두 살찌우는 볕이고, 봄은 모두 깨우는 빛입니다. 겨울은 모두 꿈꾸는 밭이고, 여름은 모두 노래하는 별입니다. 철마다 다른 결을 헤아립니다. ‘이름없는(무명)’ 사람은 없듯, ‘들꽃같은’ 사람이나 ‘들풀같은’ 사람이 있고, ‘바다같’거나 ‘하늘같’거나 ‘숲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ㅊ이라는 닿소리를 혀에 얹으며 ‘철’을 생각합니다. 철마나 찬찬히 착하게 초롱초롱 읽습니다.




ㅅㄴㄹ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숨을 참는 아이》(뱅상 자뷔스 글·이폴리트 그림/김현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22.3.21.)

《아무튼, 순정만화》(이마루, 코난북스, 2020.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