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6

언제나 한발짝 앞서 ‘저항 현장’ 나섰던 임보라 목사 별세



언제나 한발짝 앞서 ‘저항 현장’ 나섰던 임보라 목사 별세


등록 :2023-02-05
조현 기자 사진
조현 기자

성소수자 차별 반대·평화운동 앞장
“큰 언덕 잃었다” 곳곳 애도 분위기

고 임보라 목사. <한겨레> 자료사진

성소수자 차별 반대와 여성인권, 평화 운동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던 임보라 목사가 4일 별세했다. 향년 55.

임 목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시민운동계와 진보 개신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성소수자들과 차별철폐운동가들은 “큰 언덕을 잃었다”며 비통해하고 있다.


고인은 1987년 한신대 영어영문과를 입학하고 마친 후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1993년 향린교회가 강남향린교회로 분립할 당시 전도사 신분으로 어린이부를 맡아 목회를 시작했다. 이어 캐나다 유학 도중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했고, 2003년에는 귀국해 향린교회 부목사로 사역했다. 민주화운동의 개신교계 본산 격인 향린교회에 몸담은 고인은 약자들을 위한 사역에 몸을 던졌으나, 그 누구도 아닌 기독교인들에 의해 가장 박해받고 비난받고 상처를 입었다.

고인은 2010년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교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뒤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만드신 이가 하나님이신데 누가 누구를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며 일부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동성애를 혐오하는 근거로 삼아 폭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을 회개해야 한다”고 외쳤다. 2012년 무지개인권상을 수상한 고인은 수상 소감에서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출판을 기념하며, 먼저 간 벗들을 애도하는 예식에서 함께 목 놓아 울었던 그 자리를 기억하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농성장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 10대 퀴어들의 울음소리를 기억한다”며 “당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방해하는데 앞장섰던 기독인들이 ‘형제님, 자매님’이라며 서로를 부르면서도 저를 밀쳐내고 ‘자매님, 더러우니 얼른 가서 손을 씻고 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기도 했던 그 농성장에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13년 향린교회가 60주년 기념으로 섬돌향린교회를 분립하면서 담임 목회자가 된 고인은 섬돌향린교회를 성소수자 크리스천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피난처로 만들어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섰다. 고인은 일부 목회자·신학자들과 함께 2017년 <퀴어성서주석>(무지개신학연구소) 번역본 발간을 위해 출판위원회를 꾸렸다. 이후 개신교계 대형 교단들은 임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 개신교계 최대 교단 가운데 하나인 예장합동교단과 고신, 합신 등이 2017년 9월 총회에서, 예장통합과 백석대신 교단은 그다음 해 9월 총회에서 각각 임 목사를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다. 고인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자신을 이단시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탄압에도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서 “성소수자는 성경적으로도 죄인이 아니고, 사회에서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항변해왔다.



고 임보라 목사. 이정아 기자 chang@hani.co.kr

고인은 성소수자들뿐 아니라 신학교와 교단 내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해서도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애쓰고, 제주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 등 평화운동과 동물권 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누적된 삶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비통해했다. 며칠 전 한백교회에서 열린 교육 강사로 온 고인을 보았다는 한백교회 이상철 목사는 “평소 그가 지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만큼 지구와는 다른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성소수자와 동물과 장애인과 생명 일반에게 보여준 분이었다”면서 “늘 언제나 한 발짝 앞서 고통의 현장에 서 있었던 그의 뒤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숨어서만 겨우 체면과 위신을 유지했는데 큰 벽이 무너졌다”고 애통해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여러 인권 단체의 추모가 이어졌다. 비온뒤 무지개 재단은 페이스북을 통해 “성소수자들을 향해 축복을 아끼지 않았던 임보라 목사님을 추모”한다며 “무지개를 두르고 환하게 웃던 고인의 밝은 미소와 연대의 마음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그의 인터뷰를 공유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연대가 필요한 어디에서나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시던 당신의 미소가 벌써 그리워집니다”라고 애통해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혐오와 차별, 불평등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먼저 나와 곁이 되어 주신 덕분으로 우리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습니다. 이 때문에 떠난 자리가 오래 시릴 것도 같습니다”라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남편과 딸 2명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2호실이며, 발인은 2월7일 화요일 오전 7시,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5일 일요일 오후 4시에는 임 목사가 소속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예배가, 5시에는 향린공동체협의회 주관 부활증언예배가, 7시에는 강일교회 예배가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 <한겨레>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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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선 사람, 임보라 목사님 < 교계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곁에 선 사람, 임보라 목사님
[기고] 임보라 목사님을 추모하며
기자명 황용연
승인 2023.02.05 


곁에 선 사람,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가 2월 4일 별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소수자부모모임 월례 모임에 가면 항상 가톨릭 사제·수녀님 10여 분 정도가 참여하십니다. 특히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계신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성소수자와 부모님들이 누군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 자신들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겠구나. 특히 가톨릭을 비롯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이나. 한번은 제가 목사라고 밝혔더니, 모임이 끝난 뒤에 교회에서 오래 봉사하셨다는 성소수자 부모님 한 분이 저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지요.

임보라 목사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임보라'라는 이름을 두고 앞서 이야기한 '누군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 '자신들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리라는 것입니다. 그중 많은 사람은 누군가 자신들의 곁에 서 있는 '목사님'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을 테고요. 목사가 자신들 곁에 서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그런 목사님이 실제로 계신다는 느낌, 그래서 어쩌면 다른 이들의 지지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그런 느낌.

임 목사님은 작년에 있었던 '성소수자 교인 목회 토론회'에서 당신에게 이런 문자메시지가 자주 온다며 그 내용을 소개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교인은 아니지만, 저도 한때 그로 인해 힘들었던 입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하나님을 많은 친구들이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목사님에 대한 성소수자분들의 감사와 그 절실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임보라 목사님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섬돌향린교회 목사'라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노래 모임 '새하늘새땅',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수많은 행적을 남기셨습니다만, 어쩌면 그 모든 행적을 한마디로 응결시킨다면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임 목사님의 회고에 따르면, 향린교회가 분가 선교의 일환으로 섬돌향린교회 창립을 준비하던 시절에 향린교회 교회당에서 동성 결혼식이 가능한지 문의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교회 내부에서 격렬한 찬반 토론이 벌어졌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 목사님의 분가 선교가 '동성애자 교회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했다고 하지요.

창립되던 시점부터 그런 의심을 받으며 시작한 섬돌향린교회는 무엇보다도 '교회'였습니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교회 말입니다. 교회, 즉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곳 대다수가 '성소수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는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말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말입니다.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섬돌향린교회가 이런 교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리더십인 임보라 목사님 혼자 이끌어 왔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교인이 한 발 한 발 밟아 가며 함께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임보라 목사님이 그리스도교가, 국가가 하지 말라는 것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강인한 성향을 지닌 분으로 비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위 보수 신앙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은 임 목사님을 보며 펄펄 뛰었고, 때로는 이단을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제가 섬돌향린교회 예배에 참석했을 때 봤던 임 목사님은 그 자리에 계신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 편안하게 다가가는 부드러운 분이었습니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하나였던 분,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 있었던 분, 이것이 임보라 목사님의 참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임 목사님은 그렇게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하나 된 마음이 가는 대로, 강정마을에도 가시고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하시면서, 누군가의 곁에 서셨습니다.

임보라 목사님의 소천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애통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가 임 목사님이 자신 곁에 서서 지지해 줬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그분들 삶에 힘이 됐다는 말일 것입니다. 소천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애통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분의 삶이 아름다웠다는 말일 것이고, 그러기에 더더욱 애통하기도 한 것이겠지요.

누가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미 죽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든,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에 따른다면 하나님에게는 임보라 목사님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 터입니다. 그 말은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이 곁에 계신 모든 사람에게, 임보라 목사님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 터입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의 곁에 서셨던 임 목사님의 삶,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하나 된 마음 가는 대로 사셨던 그 삶이 허무하게 사라질 리 없다는 말일 터입니다.

임보라 목사님, 감사했습니다.

황용연 /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사회선교사, 사회적 소수자 선교 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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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Ju Kim
누가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미 죽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든,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에 따른다면 하나님에게는 임보라 목사님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 터입니다. 그 말은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이 곁에 있으신 모든 사람에게, 임보라 목사님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 터입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의 곁에 서셨던 임 목사님의 삶,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하나 된 마음 가시는 대로 사셨던 그 삶이 허무하게 사라질 리 없다는 말일 터입니다.
임보라 목사님, 감사했습니다.  - 황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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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슘 프로젝트 (지은이)
한울(한울아카데미)2018-03-30

책소개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의 진심 어린 고백과 동성애 혐오·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냉철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비단 동성애에 대한 폭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잣대에, 기준에, 취향에,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그 어떤 차별과 배제를 서슴없이 휘두르거나, ‘죄인’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사람들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간 동성애자들은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던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모쪼록 관심과 존중, 배려라는 건강함 속에 펼쳐지길 바란다. 이 책은 그러한 소통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목차
기획자 노트: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_ 한채윤

1부 목회로 만난 동성애
모태 신앙인 내 아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_ 임보라
보수 신자가 보수 신자에게: 우리가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서 살 때 _ 박총
새내기 목사, 동성애 교인들과 사랑에 빠지다 _ 유연희
동성애! 낯선 경계의 선을 넘어 _ 고성기

2부 동성애자가 만난 하느님
내 안에도 주님이 계십니다 _ 이경
다시, 기독교를 생각하다 _ 이은
크리스의 레즈비언이 된 이야기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사는 이야기 _ 크리스
나의 커밍아웃 이야기: 하나님, 나,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게 _ 양지
7년을 기다린 기억 _ 도임방주

3부 성경으로 만난 동성애
999번 들은 이야기와 한 번 듣는 이야기 _ 김진욱
성, 동성애 그리고 죄: 기독교의 불편한 진실 _ 구미정
동성애와 기독교적 세계관: 하느님의 큰 사랑은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_ 조순애
역사를 마주보고, ‘지금, 여기’를 사는 것 _ 호리에 유리
아! 사랑해 다윗, 정말…… 사랑해 - 고상균

부록 - 성적 소수자 사전

접기
책속에서

P. 35
이 글은 나와 같은 보수 신앙을 가진 이들을 향한 ‘말 걸기’다. 동성애에 대한 그들의 뿌리 깊은 반대를 바꾸는 게 목적이 아니다. 초대교회 시절 로마 황제 경배를 거부하다 사잣밥이 된 자들보다 더 결연한 각오로 동성애를 거부하는(그런 마음으로 신사참배, 군부독재, 물신숭배를 거부했으면 좋으련만) 그들에게 동성애자들을 패배시키는 것 대신, 동성애자들의 패배가 자신들의 패배가 되고 동성애자들의 승리가 자신들의 승리가 되게 하라고 설득하려는 것이다. 또한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 혐오증)를 ‘성경적’이라고 찰떡같이 믿는 그들에게 동성애보다 수백 배 더 강조되는 가난과 정의는 나 몰라라 하면서 유독 동성애에만 지옥행 티켓을 발행하는 태도가 얼마나 ‘비성경적’인지 밝힌다.  접기

P. 47
단언하건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가 교리 수호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모두 동성애자들을 위한 것(비록 그들은 억압이라고 생각할지라도)이어야 하고, 따라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의 ‘교리’가 동성애자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비치치 않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 동성애자들이 ‘아, 저 사람들이 우리를 반대하지만 속내는 우리를 위해서 그러는구나’라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 한 동성애 그리스도인이 한기총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접기

P. 115
육우당은 이 쟁점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신이 바로 청소년 동성애자였으며, 이로 인해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우당이 이 문제에 가장 집중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가진 ‘종교’ 때문이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다. 기독교인 동성애자가 보수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에 저항하는 것은 그야말로 ‘존재’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믿고 영혼을 의지하는 그리스도가 자신을 혐오하고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접기

P. 117
육우당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라고 했지만 한기총 목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육우당의 죽음에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육우당이 자신의 유서에서 “(기독교가) 수많은 성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반인륜적이고 반성경적인지” 절규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한기총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은 회개하지 않는다. 여전히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더 많은 성소수자들을 절망의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접기
P. 271~272
기독교 신앙의 알짬은 하느님의 자기 비움을 본받아 우리도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것에 있습니다. 심각한 자기 분열을 겪으며 어느새 ‘늙은’종교를 흉내 내어 급격히 보수화되어가는 한국 교회가 ‘다른 복음’에서 떠나 사랑으로 하나 되기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입술로는 사랑을 말하면서 실상은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 사랑은 결코 ...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슘 프로젝트 (지은이)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향린교회여성인권소모임, LGBT평신도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뜻있는 몇몇 기독교인들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2008년 4월에 함께 꾸린 프로젝트 모임이다. 기독교 신앙 내의 동성애 혐오와 차별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 마련과 해결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슘’은 숨과 쉼의 합성어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숨길 내기와 쉼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근작 :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차별금지법」내 동성애 항목을 둘러싼 격한 대립과
국가위원회의 ‘군 동성애차별 위헌 결정’에 대한 뜨거운 공방!

동성애 차별은 정말 신의 ‘의지’일까, 아니면 인간의 ‘의도’일까?
하느님의 이름 뒤에 숨어 우리 인간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2007년 10월,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4년여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들여 만든 「차별금지법」이 드디어 입법 예고되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인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법안은 급히 수정되었다. 반대의 핵심은 간단했다.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까지 금지하는 것이므로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금하지 않으면 동성애자가 늘어나서 사회와 가정이 파괴된다고도 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동성애는 사회악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동성애는 정말 신앙과 교리에 어긋나는 것인가? 다수의 성적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게 정당한 것인가? 신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은 동성애자에게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느님은 옳은 분인가, 과연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한 분인가? 동성애가 죄라면 죄인을 사랑하고 그들의 친구가 된 예수님은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우리는 줄곧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들었다. 동성애자들은 회개와 심판의 대상으로, 동성애는 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보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에 쓰인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종교에 대한 불경한 반란으로, 동성애자들의 고백은 죄인의 자기변명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는 하느님에게 버림받았다고 여겼고 하느님의 교회에서 모욕과 내침을 당했지만, 자신은 차마 하느님을 버릴 수 없었던 이들의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사도 바울의 외쳤던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씀을 오늘날에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갈망이 담긴 책이다.


신간 출간의의

우리는 아무도 백인으로 태어날지 유색인으로 태어날지,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 오른손잡이가 될지 왼손잡이가 될지,
이성애자가 될지 동성애자가 될지 선택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냥 ‘주어진’ 것이다.

이 책은 슘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슘’은 ‘쉼’과 ‘숨’의 의미를 담아 만든 이름이다.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목사들과 평신도들 그리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기독교와 동성애의 만남, 기독교인의 실천과 동성애자 인권운동 간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슘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고, 그 가운데 그들의 고민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책을 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목사님이 말하는 동성애와 성경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이 들려주는 하느님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줍은 고백과 가슴 시린 통탄이 있고, 절박한 호소와 눈물겨운 아픔이 있으며, 준열한 꾸짖음과 날선 반성이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필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 다양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가슴에 다가가리라 믿는다.


편집자 서평

이 책의 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는 내게도 낯선 존재였다. 우리 사회에 분명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아픔과 번민에 제대로 귀기울여본 적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성소수자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편견과 정죄의 시선 속에서 때론 자신을 부정하며 살았을 그들을 상처가 얼마나 깊었을지 깨닫게 되었다. 미움이 죄지 사랑은 죄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이 세상에 차별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으며, 차별할 권리 또한 그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간 동성애자들은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던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모쪼록 관심과 존중, 배려라는 건강함 속에 펼쳐지길 바란다. 이 책은 그러한 소통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은이(가나다순)
고상균/ 고성기/ 구미정/ 김진욱/ 도임방주/ 박총/ 양지/ 유연희/ 이경/ 이은/ 임보라/ 조순애/ 크리스/ 한채윤/ 호리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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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 목사님께서 귀천하셨다. 임목사님의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숨가쁜 발걸음은 잠시 멈추었지만, 이제 남은 자들에게 더 많은 시대의 숙제가 주어지고 달음박질할 푯대가 새로이 게양된 듯하다.
황망한 사별의 소식을 접하며 임목사님과의 과거 만남을 반추해 보았다. 10여년 전 <기독교사상> 특집 글을 의뢰하며 처음 통화를 했다. 그렇게 두 편의 글에 대한 편집자와 기고자의 인연으로 임목사님과 소통했더랬다. 이 새벽에 문득 10여년 전 임목사님이 기고하신 글들이 떠올라 다시 꺼내 읽으며 애도의 밤을 보낸다.
임목사님, 더이상 차별도 증오도 분단도 없는 그곳에서 부디 평화를 누리시길 빕니다. (얇은돌 올림)
P.S. 10여년 전보다 더 엄혹하고 퇴행한 시대를 살고 있음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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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서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파괴되어가는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이웃 사랑과 하나님 사랑을 두 축으로 구축 되어있다.
하지만 ‘사랑’이 입에만 머물러 있을 뿐 정작 포용해야 할 마이너리티가 누구인지 조차 잘 알지 못하며, 설사 안다 하더라도 동정심을 갖고 도와주어야 할 시혜적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못하는 천박한 인식이 한국 교회를 잠식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만을 지상 최고의 교회라고 여기는 배타성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교인 뺏어오기에 지나지 않는 수평이동을 전도라고 여기는 무개념의 뿌리만을 깊게 키우고 있다.
사랑, 생명, 정의, 평화 등등 좋은 미사여구는 교회만이 소유할 수 있는 용어인양 화려하게 남발하지만, 한국교회 곳곳에는 갈등과 폭력, 차별이 도사리고 있으며, 사회의 양극화 현상 또한 교회 내에 고스란히 적용 되고 있다.
차별받는 이들을 품는 넉넉한 가슴이 아닌 차별의 근원지, 연민과 자비가 가득한 따스한 가슴이 아닌 배제의 근원지로 지목받고 지탄받는 한국교회는 더이상 개혁 그 자체를 먼 훗날에 이루어야 할 과제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시기도 하고 준엄하시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거역하는 자들에게는 준엄하시지만 여러분에게는 자비로우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분이 하느님의 자비를 저버리지 않을 때에 한한 일이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여러분도 잘려 나갈것입니다." (로마서 11:22)
- 임보라, "그렇지 못할 때에는 여러분도 잘려 나갈 것입니다! : 마이너리티와 한국교회" 닫는 글. <기독교사상>, 201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