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1

한국 저출산, 비혼·만혼보다 ‘소득 양극화’ 탓 크다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한국 저출산, 비혼·만혼보다 ‘소득 양극화’ 탓 크다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한국 저출산, 비혼·만혼보다 ‘소득 양극화’ 탓 크다

등록 :2019-06-07

출산 비중 ‘저소득층↓ 고소득층↑’
“비혼·만혼은 세계적 추세와 같아”


그래픽_김지야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비혼·만혼 추세 요인보다는 소득·일자리에서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요인이 더 크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4일 펴낸 ‘저출산 관련 지표의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20~30대에서 임금소득이 높을수록 기혼자 비율도 올라갔다. 또 저소득층 출산 비중은 줄어들고 고소득층 출산 비중이 올라가는 등 소득 격차에 따른 혼인·출산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건강보험료 납부액 분위별(전체 가구를 소득구간에 따른 보험료 납부액 10등급으로 구분) 분만 현황을 보면, 소득계층별로 차지하는 분만 비중에서 저소득층은 축소되고 고소득층은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저소득층인 최하위 1분위(하위 10%)에선 2007년 분만 비중이 7.67%에서 2018년 5.92%로 낮아졌다. 하위 2분위는 6.42%에서 7.04%로 조금 올랐으나, 3분위는 7.7%에서 5.65%로 떨어졌다. 반면 8분위(상위 20~30%)는 2007년 12.41%에서 지난해 14.13%, 9분위(상위 10~20%)는 7.81%에서 9.72%, 최고 소득층인 10분위(상위 0~10%)는 4.96%에서 5.33%로 늘었다. 다만 분만 건수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대다수 분위에서 감소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저출산 관련 지표의 현황과 시사점’ 갈무리.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도 높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 20~30대 임금노동자 남성은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임금 취업노동자집단 월임금 기준) 기혼자 비율이 6.9%(2016년 기준)였고, 임금이 가장 높은 10분위는 82.5%였다. 최저-최고 소득 집단의 혼인율이 약 12배 격차가 난 것이다. 남성은 임금이 올라갈수록 기혼자 비율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 소득 7분위의 기혼자 비율(49%) 등 1~7분위까지 모든 분위마다 기혼자 비율이 50%를 넘지 못했다. 반면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올라 8분위는 67.3%에 이르렀다. 여성은 4분위부터 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기혼자 비율도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4분위 기혼자 비율은 28.1%, 10분위 기혼자 비율은 76.7%에 달했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보고서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혼인·출산 하락 양상은 사회계층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사회 양극화가 혼인 격차에 이어 출산 격차로 연속해 중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에서 흔히 저출산 원인으로 거론돼온 비혼·만혼 현상은 “세계적 추세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 한국’을 설명하는 우리만의 고유한 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2016년 기준 한국 여성의 초혼 연령(30.1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살)과 유사하고, 한국의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도 5.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4.8명)보다 높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외국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차이는 30대 전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 집단에서 나타나는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다. 이 같은 양상은 양육 부담으로 인한 출산 선택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고서는 “실질적인 양육 부담 완화는 양육비용 지원을 넘어 양육비용 자체를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며 “일자리 정책은 소득, 고용안정, 미래 전망이 있는 적정 일자리 창출 확대를 지향해야 하고, 신혼부부 주거정책은 저소득 가구 중심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 및 일자리에서의 사회경제적 양극화·불평등 교정을 한국 저출산 대응의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97023.html#csidx53b9e042abbea3a9d9a2d48719d0d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