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광순 기고 1) 여성동학다큐소설 기획을 소개합니다 – 마고 아카데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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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광순 기고 1) 여성동학다큐소설 기획을 소개합니다
[고은광순은 주니어 김영사에서 <펄루, 세상을 바꾸다><내일은 희망>등의 역서를 낸 바 있고 웅진 등에서 5권의 청소년을 위한 번역서를 낸 바 있음.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함께하는 교육시민 모임 활동 등을 했음. 이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다가 민주화운동으로 투옥, 제적되고 후에 한의학을 전공하여 현재 명상치유 한의사로 활동. <어느 안티미스코리아의 반란>,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인물과 사상사. <시골한의사 고은광순의 힐링>-유리창]
15인의 동학언니들이 쓴 13권의 여성동학다큐소설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동학언니들은 지난 4월 30일 대학로 벙커1에서 13권 출판을 위한 펀딩 협약식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13권의 소설은 인터넷을 통해 일부 내용공개와 펀딩이 진행중이며 출판비용이 마련되면 가을에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이것은 동학언니들의 소설쓰기 프로젝트에 궁금증을 가진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여성동학다큐소설의 시작 계기와 13권이 된 이유?>
2012년 충북 옥천 청산에 명상공동체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지을 때 도종환 의원이 인편에 청산에 정착하는 것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적어 넣은 ‘정순철 평전’을 보내주셨다. 청산에서 태어났다는 정순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청산에 숨겨진 엄청난 동학관련 이야기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학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원광대학의 박맹수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약속 받았다. 작가를 물색했으나 마땅하지 않아 다큐소설 형식으로 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왕 동학에 대한 글을 쓰는 김에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동학의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지역을 나누어 십여 권을 쓰기로 하고 인연 닿는 대로 교사, 시민인권활동가, 명상지도사 등 글 쓸 여성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15명의 동학언니들이 탄생했다.
2013년 말 최제우가 살았다는 용담정에서 1주일간 합숙을 하며 박맹수 교수로부터 동학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들었다. 조선사회 일반에 대해, 소설작법에 대해 공부를 한 뒤 각자 담당지역을 선정했다. 중간에 포기하는 이도 있어 결과적으로 현재 정리된 것이 전라도 2.5권, 경상도 1.5권, 충청도 6권, 강원도 1권, 서울 1권, 북한 1권 총13권이다.
해월이 상제문답을 통해 득도한 1860년부터 해월이 처형당한 1898년까지 동학1세대의 이야기는 38년간이나 이어진다. 우리 역사 중 가장 오랜 기간 수배자였던 해월이 1894년 기포하기 전까지 제일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투쟁을 위한 조직사업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개벽세상을 일구기 위한 조직사업이었다. 수운 처형 후 해월은 강원도, 충청도로 피신하며 동학조직을 일구었고 전라도는 1890년대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인 포덕을 했다. 1894년 봉기 이전 2년간 공주취회, 보은취회를 비롯해 합법적인 투쟁을 도모한 곳이 충청도였고 단양, 보은 등 충청도에서 오랫동안 거처했으며 혁명 당시의 본부는 옥천의 청산이었다. 대규모의 접전이 이루어진 것도 충청도였다. 전체 13권 중 6권이 충청도에 집중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보통 전라도, 전봉준을 동학의 핵심단어로 생각하지만 전봉준은 해월이 임명한 수천 명의 접주 중 한 사람이었으며 해월이 산맥이라면 전봉준은 그 중 하나의 빼어난 봉우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용담정 합숙 이후 본격적인 답사와 공부가 시작되었고 비공개 게시판을 만들어 수시로 박맹수 교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워크숍을 통해 부족한 공부를 채우며 진도를 맞추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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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작가팀을 짜고 박맹수 교수와 작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
‘동학에 미친 교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박맹수의 책과 동영상을 찾아본 뒤 동학과 관련된 청산의 사연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을 상의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 만났다. 처음에는 그가 일본에서 4년간 동학을 연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동학군의 해골이 그 중간다리역할을 했다고 한다. 1995년 일본의 훗카이도 대학에서 동학지도자 두개골이 발견되어 백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1905년 일본인이 민족적우수성을 비교연구하기 위해 진도에서 채집해 갔던 것으로 박맹수교수는 유골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일본에 엄청난 양의 동학관련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일본유학을 결심했다. 일본은 조선침략을 위해 오래전부터 세밀하게 한반도 전역지도를 만들어놓고 무기를 연구해서 성능 좋은 총을 생산해놓고 있었다. 텐진조약을 구실로 쳐들어온 일본군은 ‘모두 살육하라’는 명령 하에 두 달간 동학혁명군 3만~5만을 살해하여 동학도들은 거의 전멸하게 되었다. 일본은 아직도 동학군 섬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고, 우리는 박맹수교수가 밝혀낸 새로운 많은 사실들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사실들을 많이 녹여내자니 다큐소설의 형식을 띠게 되었다.
호주제폐지운동을 할 때 한국남성들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와 문화 속에서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상호존중, 배려보다는 우월감, 학연 지연으로 뭉친 패거리의식으로 비민주적이고 상식에 어긋난 언행들을 많이 보였다. 족보, 종중, 가문, 대잇기 등 부계혈통제는 특권의식을 가졌던 소수의 양반들이 고집하던 것인데 일제강점기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김.이.박으로 성씨를 만들거나 바꾸고 가짜족보들이 극성하게 되었다. 비굴한 대중이 역사의 진화를 방해하는 양반흉내놀이를 시작하게 된 것인데 그 너머에 평등세상, 개벽세상을 꿈꾸던 동학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꿈꾸었던 차별 없는 세상은 바로 우리 여성들이 그리던 삶이기도 했다.
동학도들이 얼마나 생명을 존중하며 하늘 닮은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동학혁명의 실패이후 허위적 가부장제가 어떻게 단단해지는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허위의식을 걷어내고 생명을 사랑하며 가꾸고 살리는 일은 여성들이 언제나 해왔던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가부장제의 허위의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여성들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고등한 철학을 가지고 실천에 옮겼던 그들을 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와 글을 쓰던 과정에 대하여>
작가들마다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들이 있지만 전체로 보면 진도 유골이 화장될 위기에 처한 것을 막아낸 일이다.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진도 동학지도자의 유골(두개골)은 화장 아니면 매장이라는 융통성 없는 현행 장례법에 묶여 전시되지 못하고 19년간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를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이 ‘유골영득및 사체유기’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동학기념사업회는 지난 2월 부랴부랴 화장하기로 결정했다. 화장 예정일 얼마 전에 이 유골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동학언니가 이 사실을 알려왔고 동학언니들이 동분서주 움직여 결국 화장예정일 나흘 전에 계획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진도에서 발견된 동학지도자 유골은 먹으로 수집자의 글씨가 적혀있고 채집시기, 이유 등 메모가 남아있는 문화재이다. 이것을 단순한 길거리의 유골 정도로 취급하는 관련자들의 안목이 아쉽다. 킬링필드나, 아우슈비츠나 중국 핑딩산 유골전시가 갖는 역사교육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일본이 동학군 몰살의 혐의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고, DNA 분석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이때에 실물을 화장해서 안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진도에서 동학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유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니 진도기념사업회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체 답사를 수차례 다녔고 각자 자기지역의 답사들을 수시로 했다. 동학식 심고와 주문기도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심정들, 절박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유하고자 했다. 답사를 다니거나 글을 쓰며 그들의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상하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동학언니들은 SNS를 통해 수시로 서로의 느낌을 공유했는데 “함께 동학 이야기를 쓰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운명적인 것 같다.”, “내 삶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들이 가장 많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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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출판에 대하여>
한꺼번에 13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을 이번 글쓰기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현재 블로그(http://www.donghakstory.net/)를 통해 매주 조금씩 글을 연재하고 있다. 페북으로도 볼 수 있다(페북 검색어: 여성동학다큐소설). 3개월간 전체의 30%정도를 공개할 것이다. 그 동안 펀딩(http://www.ohmycompany.com)을 통해 모금이 완료되면 ‘모시는 사람들’에서 책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고 연말까지 13권이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왜 120년 전 과거의 이야기를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동학은 19세기 아시아 최대의 사건이었고 이제부터 그 실천이 시작되어야 하는 역사다. 현 시대에 무너진 개인, 무너진 사회, 무너진 국가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철학이며 실천방법이다. 한국사회, 통일 한반도를 일으켜 세울 철학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젊은이들이 보아주기를 희망한다. 근대사, 현대사의 감추어진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이 보아주기를 바란다. 나 개인뿐 아니라 더불어함께 잘 살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 대부분이 아마추어지만 작가들 솜씨보다도 동학의 본질이 워낙 아름답고 뛰어나기 때문에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후원(펀딩)에 참여하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의 독자들이 모두 동학 접주가 되어 19세기에 못 이루었던 개벽세상을 21세기에 비로소 이루는 주역들이 될 것을 확신한다.
5. 동학언니들
고은광순, 김미경, 김정미서, 김현옥, 명금혜정, 박석흥선, 박이용운, 변김경혜, 유이혜경, 이장상미, 임최소현, 조임정미, 정이춘자, 한박준혜
(제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