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처음으로 문명을 본 남태평양 티아베아 섬마을 추장 투이아비 연설집
투이아비 (지은이),에리히 쇼이어만 (엮은이),강무성 (옮긴이)열린책들2009-12-30



























책소개
남태평양의 섬마을 추장의 문명 비판서. 남태평양 사모아의 섬들에서는 문명세계 사람들을 '빠빠라기'라고 불렀다. 이 빠빠라기의 세상을 보고 온 투이아비 추장은 부족민에게 문명인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연설을 한다. 이 책은 독일인 에리히 쇼일만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문명세계에 공개된 원주민 추장 투이아비의 연설집이다.
목차
역자의 말 - 이 책은 우리를 웃게 만든다... 싸늘하게
서문 - 그가 우리를 깨닫게 한다
빠빠라기의 몸을 감싸는 두렁이와 거적에 대해서
돌상자, 돌이 갈라진 틈, 돌 섬, 그리고 그 가운데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해서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에 빠뜨리고 있다
빠빠라기에겐 한가한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마음은 기계보다도 억세다
빠빠라기의 직업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속임수 생활이 있는 장소와 종이 무더기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이름의 심각한 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그들과 똑같은 어둠 속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한다
책속에서
P. 32 게다가 물고기 뼈와 철사와 끈으로 만든 아주 단단한 거적이 여자의 목에서 허리까지 드리워져 가슴과 등에서 졸라맨다. 이 거적이 너무 세게 옥죄는 바람에 여자의 유방은 납작하게 눌려지고, 이제 와서는 한 방울의 젖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개의 어머니는 아기에게 '밀크'라는 것을 준다. 밑이 막혀 있고 위에는 가짜 젖꼭지가 달려 있는 유리통에 그것을 담아 아기에게 먹인다. '밀크'는 어머니의 젖 이 아니고 뿔이 나 있는 빨갛고 보기 흉한 짐승에서 짜낸 것이다. 접기
P. 44 아이가는 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웃집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치 집과 집 사이에 마노노 섬과 아폴리마 섬과 사바이 섬, 그리고 넓고 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 대부분은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하며, 입구에서 만나는 일이 있어도 마지못해 가볍게 인사를 하거나, 적의를 품고 있는 곤충들이 서로 맞부딪혔을 때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주고받을 뿐이다.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접기
P. 66 너는 태어날 때에도 돈을 치러야 했으며, 네가 죽을 때에도 단지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의 아이가(가족)는 돈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몸뚱이를 대지에 묻는 데에도, 추억을 위해서 네 무덤 위에 큰 돌을 굴려다 놓는 데에도 돈이 든다.
P. 83 빠빠라기는 가난하다. 그래서 물건에 홀려 있다. 물건없이는 이제 살아가지 못한다. 빠빠라기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기 위해서 거북의 등딱지로 그 도구를 만든다고 하자. 다음엔 그 도구를 넣기 위한 가죽 주머니를 만든다. 다음엔 또 그 주머니를 넣기 위한 작은 상자를 만든다. 작은 상자를 담기 위해 또 큰 상자를 만든다. 빠빠라기는 뭐든지 주머니와 상자에 넣는다. 두렁이를 넣어 두는 상자가 있다. 윗도리 도롱이를 넣어 두는 상자, 아랫도리 도롱이를 넣기 위한 상자. 속껍질, 입 닦는 거적, 그 밖의 거적을 넣어 두는 상자. 손껍질과 발껍질을 넣어 두는 상자,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를 담아 두는 상자, 먹거리를 갈무리해 두기 위한 상자, 성스러운 종이 묶음을 위한 상자, 상자, 상자, 상자…. 하나면 너끈할 텐데도, 온갖 것들을 사용해서 많은 물건을 만든다. 접기
P. 105 시간이란 젖은 손으로 쥐고 있는 뱀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히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미끄러져 빠져나가 버린다. 정작 자기 자신이 시간을 내몰고 있다. 빠빠라기는 언제나 손을 뻗어 시간을 붙잡으려 뒤쫓아 간다. 시간에게 양지에서 햇볕 쬘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시간은 언제라도 빠빠라기에게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P. 135 빠빠라기는 언제나 빨리 도착하는 일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기계의 대부분은 목적에 빨리 도달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빨리 도착하면 또 다시 새 목적이 빠빠라기를 부른다. 이리하여 빠빠라기는 한평생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린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헤매는 즐거움을, 또 예기치 않았던 목표와 맞닥뜨리게 되는 기쁨을 그들은 완전히 잊고 말았다. 접기
P. 184 많이 생각하지 않고서도 자기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시원찮을 텐데, 빠빠라기는 거꾸로, 자기 길을 못 찾아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빠빠라기의 세계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파레아(바보, 멍청이)로 취급된다. ……발을 휘감으며 아무리 솜씨 좋게 야자나무를 타고 올라가도, 아직 야자나무보다 더 높이 올라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무 꼭대기에서 되돌아올 뿐이다. 접기
원래 빠빠라기(백인)는 진짜 태양을 그다지 소중히 여기고있지도 않다.
이것으로 빠빠라기의 살갗이 어째서 우리들처럼 기쁨의 빛깔, 햇볕의 빛깔, 검은 빛깔이 아니고, 허여멀겋고 핼쑥한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빠빠라기는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 정말이다. 여자들, 특히 처녀들은 살갗을 보호하는 일에 기를 쓰고 있다. ... 더보기
- 최선인논술
돈을 건네지 않으면 안 된다. 비둘기 한 마리를 쏘아 맞히는 데에도, 하천에서 몸을 씻는 데에도, 노래 부르고 춤추는 즐거움이 있는 장소에 가고자 하여도, 다른 형제들에게 조언을 얻고자 하여도, 너는 많은둥근 쇠붙이나 묵직한 종이를 건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사건건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곳곳에서 너의 형제가 손을 내민다. 그 손 안에 아무것도 넣어 주지 않으면, 너를바보 취급 하거나 화를 낸다. 아무리 공손하게 굴며 웃어보여도, 별나게 다정한 눈짓을 해보여도,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는 입을 크게벌리고 호통을 친다.
「비렁뱅이! 부랑자! 게으름뱅이!」어느 것이나 다 똑같은 뜻이다. 사람에게 욕을 퍼붓는데에 이 이상의 말은 없다. 지독한 모욕이다. 접기
- 최선인논술
조가비를 많이 걸치고 있다고 해서 더 맵시 있고 더 훌륭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돈을 산더미처럼 껴안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숨을 쉬는 데에도 힘이 들 것이고, 손발의 자유도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빠빠라기 중 어느 한 사람도 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도, 돈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파레아(바보 ... 더보기
- 최선인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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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자… 더 늦기 전에
2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정신적 자유를 가지고 인생을 다시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빠빠라기>는 원래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문명세계의 백인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90여 년 전, 처음으로 유럽 문명세계를 둘러보고 돌아온 원주민 추장 투이아비는 사모아 섬의 동포들에게 빠빠라기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초적이고 순수한 자연의 눈에 비친 문명사회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경이롭기보다는 무척이나 괴상하고 염려스러운 것이었다. 온갖 문명의 이기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그의 투박하고 천진한 표현의 이야기 속에서 앙상하게 드러나는 순간 우선 입가에 웃음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문명 속에 오염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극을 달리는 첨단 기계문명, 물질만능주의, 환경파괴…… 어느덧 우리는 90년 전 투이아비 추장이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그 빠빠라기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빠빠라기가 되어 살고 있다. 투이아비의 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 강석진 (전 GE-KOREA 회장, 도산아카데미 이사장, 경영학 박사)
저자 및 역자소개
투이아비 (Tuiavii) (지은이)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 작은 섬의 추장. 젊은 시절 선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서양 문물에 눈뜬 그는 성인이 되자 문화 사찰단 일원으로서 유럽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자신이 목격한 문명 세계를 폴리네시아의 형제들과 원주민들에게 문명 발달의 폐해를 경고하기 위해 연설문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 글은 문명에 대한 비문명인의 적나라한 질타로 평가되어 문명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고전으로서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13종 (모두보기)
에리히 쇼이어만 (Erich Seheurmann) (엮은이)
187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화가, 작가,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때 헤르만 헤세와 교유하기도 했다. 1911년 <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1914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사모아로 이주해, 거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 소식을 듣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절망을 느꼈다. 한동안 미국에 억류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 독일로 귀환했다. 1920년 <빠빠라기>를 출판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동안 잊혔던 이 책이 부활한 것은 그의 사후,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1977년 다시 출판되어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쇼이어만은 1957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접기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5종 (모두보기)
강무성 (옮긴이)
진주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 겸 디자이너로 대학문화사, 정신세계사 등에서 일했으며, 전자책용 폰트를 개발하는 투바이트폰트연구소 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열린책들 편집주간으로 있다. 짓거나 옮긴 책으로는 『자유라는 화두』(공저), 『당신의 소원을 이루십시오』, 『빠빠라기』(번역) 등이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처음으로 문명을 본 남태평양 티아베아 섬마을 추장 투이아비 연설집
이 책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빠빠라기Papalagi」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백인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그 뜻은 「하늘을 찢고 온 사람」이다. 이 이상한 뜻의 연원은 바다와 하늘이 분간되지 않는 사모아의 풍경, 그리고 최초로 서양인 선교사가 타고 온 돛배와 관련이 있다. 그 옛날,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커다란 흰돛이 나타났고, 그것이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른바 문명에 오염된 적이 없는 추장 투이아비는 처음으로 그들 빠빠라기의 나라, 즉 유럽 문명세계를 여행하게 됐다. 그러나 문명의 본고장을 둘러본 그의 소회는 경이와 찬탄이었다기보다는 우려와 환멸이었다. 그가 본 것은 문명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였다. 그는 문명의 유혹에 빠질 위험 앞에 놓인 자신의 동포 원주민들에게 그 실상을 전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연설을 결심한다.
빠빠라기의 생활상을 전하는 그의 언어는 원초적이고 소박해서 문명이 내뱉는 복잡미묘한 변명 따위는 그 앞에서 모두 무색해지고 만다. 문명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없는 원시의 언어가 오히려 문명을 앙상한 본질의 차원으로 환원, 혹은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추장 투이아비에게 돈은 한낱 <둥근 쇠붙이>에 불과하고, 신문은 한갓 '종이 무더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상 돈과 신문의 본질이 그 이상일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의복, 주거, 여행, 이윤, 능률, 자유, 노동, 환경 등 유럽의 모든 문물이 자연의 눈으로 해부된다. 그렇게 해부된 뒤에 남는 문명의 앙상한 본질에도 의미나 가치는 별로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연설이 뜨끔한 경고로 읽힌다.
그의 연설을 통해서,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여러 가치가 근본적 부정을 당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은 이중적인 감정이다. 한편 두려움, 한편 속시원함. 발전된 문명이 그려 가는 궤적이 암담하게만 느껴져서, 반문명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빠빠라기』 독일어 초판은 1920년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동안 잠들어 있던 『빠빠라기』가 다시 깨어난 것은 1977년이었다. 단지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에서 『빠빠라기』가 반세기 이상의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 것은, 문명의 황폐상으로부터 벗어나 '되돌아가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반영이었다.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히피, 생태주의자, 그리고 현대문명의 맹렬한 진도와 비인간화에 회의를 품는 모든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접기
===
[eBook] 빠빠라기
투이아비 (지은이),에리히 쇼이어만 (엮은이),이일영 (그림),유혜자 (옮긴이)가교(가교출판)2012-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책소개
비문명인의 눈으로 바라본 문명에 대한 소박하지만 위대한 진실.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와 폴리네시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백인문명에 대해 이야기한 연설문을 에리히 쇼이어만이 엮은 책이다. '빠빠라기'란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문명 세계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목차
에리히 쇼이어만의 서문
빠빠라기의 고깃덩어리 감추기, 허리 도롱이와 거적에 관하여
돌궤짝, 돌 틈, 돌섬 그리고 돌 사이에 있는 것에 관하여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하여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하게 만든다
빠빠라기는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영혼은 기계보다 강하다
빠빠라기의 직업과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는지에 대해
거짓 삶이 난무하는 곳과 뭉치로 된 종이에 대해
'생각'이라는 이름의 중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자기들이 갇혀 있는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빠빠라기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이 습관이 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으며, 정말 강제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항상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머리는 깨어 있는데 다른 감각은 쿨쿨 자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생각하는 것, 혹은 생각의 열매인 사상이 그를 꼼짝 못하게 한다. 마치 자기의 독자적인 생각에 중독된 것 같다. 햇빛이 아름답게 비치면 그는 금방 이렇게 생각한다.
“아, 태양은 왜 저토록 아름다운가!”
이것은 잘못이다. 완전히 잘못되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태양이 비칠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야자수나 산도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요란스럽게 굴지 않는다. 야자수도 빠빠라기처럼 시끄럽고 요란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아름다운 초록잎은커녕 황금 열매는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 때문에 빨리 늙고 흉물스럽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은 채 익기도 전에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마 그것은 생각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지 않는 빠빠라기는 바보 취급을 당한다. 실제로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똑똑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그것은 단지 구실이고 빠빠라기에게는 나쁜 속셈이 있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진짜 목적은 위대한 영혼의 힘을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인식하다’라고 하지만 인식한다는 것은 사물을 코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니 푹 찌를 정도로 눈 앞에 바짝 대고 보는 것을 말한다. 사물을 그렇게 파헤치고 샅샅이 뒤져 보려는 것은 빠빠라기가 하는 멋없고 경멸스러운 욕망이다.
모든 생각을 잘 정리한 사람은 결국 자기가 여전히 어리석고,
자기가 풀 수 없는 해답은 위대한 영혼으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투이아비 (Tuiavii)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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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사모아 제도 작은 섬의 추장. 젊은 시절 선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서양 문물에 눈뜬 그는 성인이 되자 문화 사찰단 일원으로서 유럽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자신이 목격한 문명 세계를 폴리네시아의 형제들과 원주민들에게 문명 발달의 폐해를 경고하기 위해 연설문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 글은 문명에 대한 비문명인의 적나라한 질타로 평가되어 문명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고전으로서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13종 (모두보기)
에리히 쇼이어만 (Erich Seheurmann)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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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화가, 작가,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때 헤르만 헤세와 교유하기도 했다. 1911년 <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1914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사모아로 이주해, 거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 소식을 듣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절망을 느꼈다. 한동안 미국에 억류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 독일로 귀환했다. 1920년 <빠빠라기>를 출판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동안 잊혔던 이 책이 부활한 것은 그의 사후,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1977년 다시 출판되어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쇼이어만은 1957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접기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5종 (모두보기)
이일영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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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빵점엄마 백점일기 3》 《가끔은 원시인처럼 살자》 《기다리는 자는 자유롭다》 《삶은 감사하면 그것으로 OK다》 <행복한 마음》 《1분 경영》 등을 그렸다.
유혜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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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태어났다. 1981년부터 5년 동안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독일어와 경제학을 공부했다. 돌아와 한남대학교 외국어교육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다가 현재는 독일 문학을 우리 말로 옮기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백설 공주는 정말 행복했을까》,《좀머 씨 이야기》,《오이대왕》 《크뤽케》《호프만의 허기》《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등 100여 권이 있다.
최근작 : <윌리의 소방차>,<꿈꾸는 우체통>,<절반은 그리움 절반은 바람> … 총 363종 (모두보기)
투이아비 (지은이),에리히 쇼이어만 (엮은이),강무성 (옮긴이)열린책들2009-12-30



























책소개
남태평양의 섬마을 추장의 문명 비판서. 남태평양 사모아의 섬들에서는 문명세계 사람들을 '빠빠라기'라고 불렀다. 이 빠빠라기의 세상을 보고 온 투이아비 추장은 부족민에게 문명인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연설을 한다. 이 책은 독일인 에리히 쇼일만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문명세계에 공개된 원주민 추장 투이아비의 연설집이다.
목차
역자의 말 - 이 책은 우리를 웃게 만든다... 싸늘하게
서문 - 그가 우리를 깨닫게 한다
빠빠라기의 몸을 감싸는 두렁이와 거적에 대해서
돌상자, 돌이 갈라진 틈, 돌 섬, 그리고 그 가운데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해서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에 빠뜨리고 있다
빠빠라기에겐 한가한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마음은 기계보다도 억세다
빠빠라기의 직업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속임수 생활이 있는 장소와 종이 무더기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이름의 심각한 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그들과 똑같은 어둠 속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한다
책속에서
P. 32 게다가 물고기 뼈와 철사와 끈으로 만든 아주 단단한 거적이 여자의 목에서 허리까지 드리워져 가슴과 등에서 졸라맨다. 이 거적이 너무 세게 옥죄는 바람에 여자의 유방은 납작하게 눌려지고, 이제 와서는 한 방울의 젖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개의 어머니는 아기에게 '밀크'라는 것을 준다. 밑이 막혀 있고 위에는 가짜 젖꼭지가 달려 있는 유리통에 그것을 담아 아기에게 먹인다. '밀크'는 어머니의 젖 이 아니고 뿔이 나 있는 빨갛고 보기 흉한 짐승에서 짜낸 것이다. 접기
P. 44 아이가는 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웃집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치 집과 집 사이에 마노노 섬과 아폴리마 섬과 사바이 섬, 그리고 넓고 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 대부분은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하며, 입구에서 만나는 일이 있어도 마지못해 가볍게 인사를 하거나, 적의를 품고 있는 곤충들이 서로 맞부딪혔을 때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주고받을 뿐이다.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접기
P. 66 너는 태어날 때에도 돈을 치러야 했으며, 네가 죽을 때에도 단지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의 아이가(가족)는 돈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몸뚱이를 대지에 묻는 데에도, 추억을 위해서 네 무덤 위에 큰 돌을 굴려다 놓는 데에도 돈이 든다.
P. 83 빠빠라기는 가난하다. 그래서 물건에 홀려 있다. 물건없이는 이제 살아가지 못한다. 빠빠라기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기 위해서 거북의 등딱지로 그 도구를 만든다고 하자. 다음엔 그 도구를 넣기 위한 가죽 주머니를 만든다. 다음엔 또 그 주머니를 넣기 위한 작은 상자를 만든다. 작은 상자를 담기 위해 또 큰 상자를 만든다. 빠빠라기는 뭐든지 주머니와 상자에 넣는다. 두렁이를 넣어 두는 상자가 있다. 윗도리 도롱이를 넣어 두는 상자, 아랫도리 도롱이를 넣기 위한 상자. 속껍질, 입 닦는 거적, 그 밖의 거적을 넣어 두는 상자. 손껍질과 발껍질을 넣어 두는 상자,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를 담아 두는 상자, 먹거리를 갈무리해 두기 위한 상자, 성스러운 종이 묶음을 위한 상자, 상자, 상자, 상자…. 하나면 너끈할 텐데도, 온갖 것들을 사용해서 많은 물건을 만든다. 접기
P. 105 시간이란 젖은 손으로 쥐고 있는 뱀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히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미끄러져 빠져나가 버린다. 정작 자기 자신이 시간을 내몰고 있다. 빠빠라기는 언제나 손을 뻗어 시간을 붙잡으려 뒤쫓아 간다. 시간에게 양지에서 햇볕 쬘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시간은 언제라도 빠빠라기에게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P. 135 빠빠라기는 언제나 빨리 도착하는 일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기계의 대부분은 목적에 빨리 도달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빨리 도착하면 또 다시 새 목적이 빠빠라기를 부른다. 이리하여 빠빠라기는 한평생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린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헤매는 즐거움을, 또 예기치 않았던 목표와 맞닥뜨리게 되는 기쁨을 그들은 완전히 잊고 말았다. 접기
P. 184 많이 생각하지 않고서도 자기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시원찮을 텐데, 빠빠라기는 거꾸로, 자기 길을 못 찾아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빠빠라기의 세계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파레아(바보, 멍청이)로 취급된다. ……발을 휘감으며 아무리 솜씨 좋게 야자나무를 타고 올라가도, 아직 야자나무보다 더 높이 올라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무 꼭대기에서 되돌아올 뿐이다. 접기
원래 빠빠라기(백인)는 진짜 태양을 그다지 소중히 여기고있지도 않다.
이것으로 빠빠라기의 살갗이 어째서 우리들처럼 기쁨의 빛깔, 햇볕의 빛깔, 검은 빛깔이 아니고, 허여멀겋고 핼쑥한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빠빠라기는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 정말이다. 여자들, 특히 처녀들은 살갗을 보호하는 일에 기를 쓰고 있다. ... 더보기
돈을 건네지 않으면 안 된다. 비둘기 한 마리를 쏘아 맞히는 데에도, 하천에서 몸을 씻는 데에도, 노래 부르고 춤추는 즐거움이 있는 장소에 가고자 하여도, 다른 형제들에게 조언을 얻고자 하여도, 너는 많은둥근 쇠붙이나 묵직한 종이를 건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사건건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곳곳에서 너의 형제가 손을 내민다. 그 손 안에 아무것도 넣어 주지 않으면, 너를바보 취급 하거나 화를 낸다. 아무리 공손하게 굴며 웃어보여도, 별나게 다정한 눈짓을 해보여도,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는 입을 크게벌리고 호통을 친다.
「비렁뱅이! 부랑자! 게으름뱅이!」어느 것이나 다 똑같은 뜻이다. 사람에게 욕을 퍼붓는데에 이 이상의 말은 없다. 지독한 모욕이다. 접기
조가비를 많이 걸치고 있다고 해서 더 맵시 있고 더 훌륭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돈을 산더미처럼 껴안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숨을 쉬는 데에도 힘이 들 것이고, 손발의 자유도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빠빠라기 중 어느 한 사람도 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도, 돈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파레아(바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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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자… 더 늦기 전에
2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정신적 자유를 가지고 인생을 다시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빠빠라기>는 원래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문명세계의 백인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90여 년 전, 처음으로 유럽 문명세계를 둘러보고 돌아온 원주민 추장 투이아비는 사모아 섬의 동포들에게 빠빠라기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초적이고 순수한 자연의 눈에 비친 문명사회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경이롭기보다는 무척이나 괴상하고 염려스러운 것이었다. 온갖 문명의 이기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그의 투박하고 천진한 표현의 이야기 속에서 앙상하게 드러나는 순간 우선 입가에 웃음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문명 속에 오염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극을 달리는 첨단 기계문명, 물질만능주의, 환경파괴…… 어느덧 우리는 90년 전 투이아비 추장이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그 빠빠라기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빠빠라기가 되어 살고 있다. 투이아비의 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 강석진 (전 GE-KOREA 회장, 도산아카데미 이사장, 경영학 박사)
저자 및 역자소개
투이아비 (Tuiavii) (지은이)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 작은 섬의 추장. 젊은 시절 선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서양 문물에 눈뜬 그는 성인이 되자 문화 사찰단 일원으로서 유럽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자신이 목격한 문명 세계를 폴리네시아의 형제들과 원주민들에게 문명 발달의 폐해를 경고하기 위해 연설문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 글은 문명에 대한 비문명인의 적나라한 질타로 평가되어 문명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고전으로서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13종 (모두보기)
에리히 쇼이어만 (Erich Seheurmann) (엮은이)
187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화가, 작가,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때 헤르만 헤세와 교유하기도 했다. 1911년 <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1914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사모아로 이주해, 거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 소식을 듣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절망을 느꼈다. 한동안 미국에 억류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 독일로 귀환했다. 1920년 <빠빠라기>를 출판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동안 잊혔던 이 책이 부활한 것은 그의 사후,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1977년 다시 출판되어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쇼이어만은 1957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접기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5종 (모두보기)
강무성 (옮긴이)
진주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 겸 디자이너로 대학문화사, 정신세계사 등에서 일했으며, 전자책용 폰트를 개발하는 투바이트폰트연구소 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열린책들 편집주간으로 있다. 짓거나 옮긴 책으로는 『자유라는 화두』(공저), 『당신의 소원을 이루십시오』, 『빠빠라기』(번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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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처음으로 문명을 본 남태평양 티아베아 섬마을 추장 투이아비 연설집
이 책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빠빠라기Papalagi」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백인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그 뜻은 「하늘을 찢고 온 사람」이다. 이 이상한 뜻의 연원은 바다와 하늘이 분간되지 않는 사모아의 풍경, 그리고 최초로 서양인 선교사가 타고 온 돛배와 관련이 있다. 그 옛날,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커다란 흰돛이 나타났고, 그것이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른바 문명에 오염된 적이 없는 추장 투이아비는 처음으로 그들 빠빠라기의 나라, 즉 유럽 문명세계를 여행하게 됐다. 그러나 문명의 본고장을 둘러본 그의 소회는 경이와 찬탄이었다기보다는 우려와 환멸이었다. 그가 본 것은 문명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였다. 그는 문명의 유혹에 빠질 위험 앞에 놓인 자신의 동포 원주민들에게 그 실상을 전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연설을 결심한다.
빠빠라기의 생활상을 전하는 그의 언어는 원초적이고 소박해서 문명이 내뱉는 복잡미묘한 변명 따위는 그 앞에서 모두 무색해지고 만다. 문명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없는 원시의 언어가 오히려 문명을 앙상한 본질의 차원으로 환원, 혹은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추장 투이아비에게 돈은 한낱 <둥근 쇠붙이>에 불과하고, 신문은 한갓 '종이 무더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상 돈과 신문의 본질이 그 이상일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의복, 주거, 여행, 이윤, 능률, 자유, 노동, 환경 등 유럽의 모든 문물이 자연의 눈으로 해부된다. 그렇게 해부된 뒤에 남는 문명의 앙상한 본질에도 의미나 가치는 별로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연설이 뜨끔한 경고로 읽힌다.
그의 연설을 통해서,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여러 가치가 근본적 부정을 당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은 이중적인 감정이다. 한편 두려움, 한편 속시원함. 발전된 문명이 그려 가는 궤적이 암담하게만 느껴져서, 반문명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빠빠라기』 독일어 초판은 1920년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동안 잠들어 있던 『빠빠라기』가 다시 깨어난 것은 1977년이었다. 단지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에서 『빠빠라기』가 반세기 이상의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 것은, 문명의 황폐상으로부터 벗어나 '되돌아가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반영이었다.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히피, 생태주의자, 그리고 현대문명의 맹렬한 진도와 비인간화에 회의를 품는 모든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접기
===
[eBook] 빠빠라기
투이아비 (지은이),에리히 쇼이어만 (엮은이),이일영 (그림),유혜자 (옮긴이)가교(가교출판)2012-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책소개
비문명인의 눈으로 바라본 문명에 대한 소박하지만 위대한 진실.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와 폴리네시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백인문명에 대해 이야기한 연설문을 에리히 쇼이어만이 엮은 책이다. '빠빠라기'란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문명 세계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목차
에리히 쇼이어만의 서문
빠빠라기의 고깃덩어리 감추기, 허리 도롱이와 거적에 관하여
돌궤짝, 돌 틈, 돌섬 그리고 돌 사이에 있는 것에 관하여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하여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하게 만든다
빠빠라기는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영혼은 기계보다 강하다
빠빠라기의 직업과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는지에 대해
거짓 삶이 난무하는 곳과 뭉치로 된 종이에 대해
'생각'이라는 이름의 중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자기들이 갇혀 있는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빠빠라기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이 습관이 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으며, 정말 강제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항상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머리는 깨어 있는데 다른 감각은 쿨쿨 자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생각하는 것, 혹은 생각의 열매인 사상이 그를 꼼짝 못하게 한다. 마치 자기의 독자적인 생각에 중독된 것 같다. 햇빛이 아름답게 비치면 그는 금방 이렇게 생각한다.
“아, 태양은 왜 저토록 아름다운가!”
이것은 잘못이다. 완전히 잘못되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태양이 비칠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야자수나 산도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요란스럽게 굴지 않는다. 야자수도 빠빠라기처럼 시끄럽고 요란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아름다운 초록잎은커녕 황금 열매는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 때문에 빨리 늙고 흉물스럽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은 채 익기도 전에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마 그것은 생각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지 않는 빠빠라기는 바보 취급을 당한다. 실제로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똑똑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그것은 단지 구실이고 빠빠라기에게는 나쁜 속셈이 있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진짜 목적은 위대한 영혼의 힘을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인식하다’라고 하지만 인식한다는 것은 사물을 코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니 푹 찌를 정도로 눈 앞에 바짝 대고 보는 것을 말한다. 사물을 그렇게 파헤치고 샅샅이 뒤져 보려는 것은 빠빠라기가 하는 멋없고 경멸스러운 욕망이다.
모든 생각을 잘 정리한 사람은 결국 자기가 여전히 어리석고,
자기가 풀 수 없는 해답은 위대한 영혼으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투이아비 (Tuiavii)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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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사모아 제도 작은 섬의 추장. 젊은 시절 선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서양 문물에 눈뜬 그는 성인이 되자 문화 사찰단 일원으로서 유럽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자신이 목격한 문명 세계를 폴리네시아의 형제들과 원주민들에게 문명 발달의 폐해를 경고하기 위해 연설문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 글은 문명에 대한 비문명인의 적나라한 질타로 평가되어 문명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고전으로서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최근작 : <빠빠라기>,<빠빠라기>,<빠빠라기> … 총 13종 (모두보기)
에리히 쇼이어만 (Erich Seheurmann)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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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화가, 작가,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때 헤르만 헤세와 교유하기도 했다. 1911년 <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1914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사모아로 이주해, 거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 소식을 듣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절망을 느꼈다. 한동안 미국에 억류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 독일로 귀환했다. 1920년 <빠빠라기>를 출판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동안 잊혔던 이 책이 부활한 것은 그의 사후,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1977년 다시 출판되어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쇼이어만은 1957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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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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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빵점엄마 백점일기 3》 《가끔은 원시인처럼 살자》 《기다리는 자는 자유롭다》 《삶은 감사하면 그것으로 OK다》 <행복한 마음》 《1분 경영》 등을 그렸다.
유혜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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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태어났다. 1981년부터 5년 동안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독일어와 경제학을 공부했다. 돌아와 한남대학교 외국어교육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다가 현재는 독일 문학을 우리 말로 옮기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백설 공주는 정말 행복했을까》,《좀머 씨 이야기》,《오이대왕》 《크뤽케》《호프만의 허기》《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등 100여 권이 있다.
최근작 : <윌리의 소방차>,<꿈꾸는 우체통>,<절반은 그리움 절반은 바람> … 총 363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