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9

한국에서 그리스도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 특집 | (재)기독교서회



한국에서 그리스도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 특집 | (재)기독교서회



한국에서 그리스도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특집 (2013년 3월호)






한국 여성신학과 여성목회현장의 만남







한국 여성신학의 오늘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신문의 한 칼럼에서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라는 글을 읽었다. 이 문장을 빌어 한국기독교 여성들의 활동을 말한다면 한국 여성신학은 여성들의 소중한 역사(herstory)에 기여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을 억압하던 시대적 현실은 내일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었고 절망 가운데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정의를 갈망하고 기대하는 여성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여러 가지의 변화를 선물로 주었다.
서구의 여성신학이 1970년대 한국에 소개된 이후 몇 몇 여성신학자들의 책이 번역되고 그 이론이 확산되었다. 이후 한국의 상황에서 다양성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여성 신학적 이론화에 대한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1) 한국 여성신학은 한국교회의 성차별상황을 신학적 차원에서 도전하고 비판해 왔다. 90년대부터 근래까지 여성안수를 위한 노력들이 각 교단별로 이어져 온 것은 교회 내 성차별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표적인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회여성들의 의식전환에 여성신학이 미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가를 질문할 때에 최근 교회여성들의 의식 전환에 여성신학의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뚜렷한 통계 자료는 없다. 다만 2008년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이하 한교여연)의 좪교회문화에 관한 교회여성 의식 실태조사좫는 ‘교회여성’들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조사에서 여성들은 성서 안에 있는 남녀 차별적 구절들은 여성의 시각에서 새롭게 연구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55.3%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또 구체적인 창조설화로 들어가 하와가 아담에게 종속되었다는 성서 구절에는 58.1%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이렇게 구체성을 띤 질문에 대해서 구미정은 그간의 여성신학의 노력에 비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2) 그러나 이 역시 2013년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5년 전 통계 자료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에 의하면 교회여성들의 의식이 변화되는 데 여성신학 운동의 영향이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30년 한국여성신학 운동의 값진 성과라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여성신학 연구 및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여성신학회’를 들 수 있다. 교회 여성들의 본격적인 역사적 정황의 참여로 한국 여성의 억압의 문제는 서구 여성들의 억압문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자각을 불러왔고 1980년 ‘한국여신학사협의회’가 창설되었다. 이후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이하 여신협)로 명칭을 변경하고 여성신학 발전에 기여해왔다. 또한 1984년 여성신학회의 발족으로 한국 여성신학의 발전에 박차를 가했는데 이러한 여성신학자들의 노력은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아래 있는 한국교회 여성들의 의식을 전환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해 왔다.
여신협과 여성신학회는 여성들의 억압된 현실을 보며 여성해방을 향한 몸부림에 대한 현장의 신학화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신학화 작업은 다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교회 현장의 여성들을 교육시키고 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 글에서는 여신협과 여성신학회에서 최근 펴낸 책을 중심으로 여성신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서 살펴본다. 그리고 여성신학의 연구 활동이 목회현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반성과 제언을 할 것이다. 즉 여성신학의 연구 활동의 영향력이 목회현장에서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본다. 아울러 현장에서 목회하고 있는 여성목회자의 인터뷰 내용도 참고하여 여성신학의 과제를 살피고자 한다.

여성의 시각으로 신학의 길을 넓히다
여성신학회는 매 분기 학회의 심포지엄에서 신진 여성신학자들의 글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의 경험과 관점에서 기존의 신학을 비판 해체하고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의 신학에 대한 다양성을 열어놓는 것이다.3) 또 매년 열리는 기독교공동학회에서 여성신학자들의 글이 발표될 때, 한국 기독교계의 이슈에 대한 여성주의적 시각을 선보여 균형을 이루게 하고 있다. 여성신학회는 학술지 출판에도 열의를 다하고 있다. 1994년 제 1집을 출발로 여성신학사상 시리즈는 성서신학, 조직신학, 기독교 윤리, 기독교 교육, 실천신학 등 신학의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여성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 출간된 시리즈는 ‘한국여성의 경험’, ‘성서’, ‘교회’, ‘영성’, ‘성’, ‘민족’, ‘다문화’, ‘선교’ 등이었다. 최근에는 미디어를 주제로 제 9집 『미디어와 여성신학』(2012)이 출간되었다. 미디어는 과거 여성신학에서 다루어온 신학의 언어와 상징의 문제를 넘어 대중매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오늘날 다양한 소통의 도구인 미디어 일반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현대 기독교인들이 미디어 생태계 속에 살아가면서 미디어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성찰이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여성신학자들의 연구는 변화무쌍한 미디어의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것이다.4)
그런데 이러한 연구물들은 이론적 논의로만 국한할 수 없을 만한 실재적인 현장을 담고 있다. 가령, 김수연의 “사이보그 시대에서 여성신학-하기: 여성의 ‘주체’ 문제와 ‘연대’를 중심으로”에서 김수연은 여성은 전자적 정보에 의해 어떤 주체로 서야 하는지를 묻는다. 남성 중심적인 거대 자본 중심의 세계화 속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열린 1인 미디어 시대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들은 타자를 인정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연대하고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주아는 “전자미디어를 통한 여성신학의 유통과 여성 주체의 생성 가능성”에서 지금까지 한국 여성신학이 교회 여성들의 해방과 주체성 형성에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을 평가하면서 그 노력과 공헌들을 확대 재생산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한 유용한 전자미디어 매체의 확산 보급을 위한 목회현장의 개방을 역설하고 있다.
대중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분석한 백소영의 “여성신학적 시각에서 본 한국 드라마”는 여성 억압과 해방의 욕구가 혼종적으로 공존하는 공간의 대표적인 예임을 지적한다. 드라마의 콘텐츠로 제공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전문가 능력있는 남자주인공과 여성성/모성을 가진 여주인공)는 현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전형적인 증거라고 지적한다. 더불어서, 최근 ‘집 나간 전업주부 출신 여주인공’의 반란(남성중심적 시각에서 표현되는)을 담은 판타지 형식의 분노 표출 드라마는 현 제도의 사회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한다. 백소영은 여성신학적 시각에서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보지 못하는 주류 한국교회의 신학과 실천에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무한 경쟁의 전문가 개인을 양산하는 21세기 신자유주의 사회의 대안으로 흡수되어 한국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는 ‘여성되기’에 대해 인식론적 재성찰과 ‘공적 모성’ 담론을 제안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여성신학회는 첨단 미디어 매체의 급속한 발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신학적 의미를 다층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교회의 현실과 과제를 함께 고민해 나가고 있다.
여신협은 1980년 창립 이래 교회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신학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여신협이 최근 출간한 『한국여성, 세계와 신학을 논하다』는 여신협의 연 2회 정기간행물인 「한국여성신학」 창간호(1990년)부터 70호까지 각 호에 대한 분석과 정리를 한 것으로 여성신학 발전을 일괄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살아있는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생동감 있는 여성신학의 흐름과 역사를 볼 수 있으며, 교회 여성들에게 여성신학의 내일을 향한 희망을 주고 있다.5)
아래에서는 여성주의적 성서해석, 최근 몇 년 동안 여신협이 주제로 삼아 한국여성신학지에 게재하면서 운동을 전개했던 이슈들을 분석한 내용들 그리고 여성들의 자매애가 단합하여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연대 활동을 바탕으로 여성신학의 흐름을 짚어보겠다.

한국 여성, 성서와 대화하다
한국의 여성신학은 이론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현장의 신학화 작업을 끊임없이 해 왔다. 이것이 바로 한국 여성신학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신약성서학자인 최영실은 한국 여성신학자들은 ‘성서’를 텍스트로 보고 그것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 현장을 ‘텍스트’로 보면서 성서를 우리의 ‘텍스트를 위한 하나의 컨텍스트’로 보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성서를 뛰어 넘어서 전통적인 서구 신학의 그리스도와 신, 구원자의 모습을 한국적 정황에서 새롭게 증언하는 방식은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 성폭력의 문제를 성서연구의 큰 과제로 삼았으며 우리의 이야기와 성서 이야기의 합류를 시도한다. 성서를 뛰어넘어 숨겨지고 왜곡된 ‘여성사’를 재건해 낸 한국 여성신학자들의 성서 연구 방법론의 특징에 대해 최 교수는 ‘생명의 해석학’, ‘살림의 해석학’이라고 명명한다.6)
물론 여신협의 회원들이 주로 필자로 나서는 한국 여성신학지의 분석이 한국 여성신학의 흐름을 대변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성으로서,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해내는 목회자, 현장 활동가, 신학생, 학자 등 다양한 필자들의 참여가 있기에 이는 곧 여성신학이 추구하는 여남 평등의 변혁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은 여성주의적 성서해석을 통하여 얻은 성과는 성서와 적극 대화하는 여성신학을 통해 한국의 학계와 교계의 현실을 반추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유연희가 지적한대로 여전히 한국교회가 여성 억압적이기에 성서 여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화자의 가부장제 관점을 지적하며 해석하게 하는 현실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7)

여성신학적으로 살아내기 : 성폭력에 대한 여성신학적 성찰과 그 대응
여성주의적 성서해석을 통해 여성신학자들이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신학적 삶을 살아내고자 한 것처럼 「한국여성신학」지에는 매호 특집이 실렸다. 그 내용은 연 2회 의 정립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한 해의 주제로 설정된 신학적 과제들이다.
김정숙은 특집에 대한 분석에서 90년대 중 후반에 흐르는 주제는 “민족·가족·여성”이라는 주제가 반복되고 있어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여성의 문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여성신학자들은 민족, 여성, 가족의 관계 정립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또 신자유주의의 횡행과 IMF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아픔과 지구화의 문제, 그리고 생태계의 문제가 밀려오면서 어찌하면 정의실현을 위해 여성들이 기여할 수 있는가를 찾는 여성들의 삶의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았다.8)
2000년대 들어서 특집에서 주로 다루어진 이슈는 폭력에 대한 여성신학적 성찰과 그 실천이다. 2000년 이후 한국교회 내 성폭력 추방운동이 구체적으로 시작되었고 여신협은 ‘기독교여성상담소’ 개소를 통해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 김은혜 교수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중대한 여성신학의 잇슈로 본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선 여성신학적 차원의 실천행동의 첫걸음은 기독교여성상담소 개설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교회 내 성폭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상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성신학이 운동적 차원을 넘어 실천적 차원의 이론이라는 점을 각성시키는 중요한 실체가 되고 있다.9) 세계교회협의회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폭력극복을 위한 에큐메니칼 10년”으로 정하였다. 이 시기에 발발했던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국가폭력과 사회, 경제적 폭력, 교회 내 양성불평등으로 인한 교회폭력 등은 여성신학이 주목한 주제였다.10)

여성신학의 실천, 자매애로 함께 나아가기
그렇다면 여성신학자들의 협의체인 여신협의 연대 활동은 어떠했는가? 이은주는 여성신학자들의 연대정신을 크게 세 가지로 구별하면서 연대활동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중심으로 여성신학의 실천성에 대해 평가한다.
첫째, 보고서의 내용들은 ‘생명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때로는 현장에서 혹은 연대하는 단체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불의의 희생자들을 대변하기도 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변혁을 촉구하는 예언자적 정신을 표출하였다.
둘째,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추구했다. 특히 종교·교단의 차이와 장벽들을 넘어서고자 한 노력들이 있었다. 타종교 여성들과의 만남과 경계 없는 교류의 실현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의 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한국적 여성신학의 신학적 깊이를 더하는 기회로 삼았다.
셋째, ‘연대책임의 정신’을 지니고 여성의 권익에 국한된 활동에만 제약하지 않았고 다양한 정치적 사안들에 적극적인 참여 목소리를 내었다.11) 특별히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활동은 여신협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아래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억압받는 여성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앞장선 여성신학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실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여성신학자들의 연대활동은 몇몇 여성신학자들의 학문적 노력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이은주 박사는 치하한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의 대다수 기성 교회들이 교회의 사회 정치적 실천을 등한시하고 있는 현실 상황 하에서 교회와 신학이 걸어야 할 가장 모범적인 길을 성실히 개척해 간 여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12)
이상과 같이 오늘의 여성신학은 신진 여성신학자들의 현대 미디어 생태계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신학적이고 실천적으로 해결하려는 성찰이 있다. 또 과거 30년 여성신학의 역사를 오늘의 귀한 선물로 여겨 정의와 평화를 향하여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인내와 끈질김이 있다. 그러면 여성목회의 현장 일선에서 느끼는 현실은 어떤 자리를 드러내고 있을까?

여성목회현장을 찾아서
여성신학이 현장에서 그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신통치 않다. 여성신학적 해석이 철저하게 실천으로 이어져 결실을 맺으려면 여러 면에서 부단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목회자들의 일상은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직면하는 하루 하루이기에 타협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만자는 한국교회문화를 유교적 기독교 문화로 보고 가족주의-혈연주의, 교파주의,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하며 남성중심주의와 복종의 윤리를 강화하여 여성의 영성 측면에 복종적 특성들을 강화시켜 왔다고 보았다. 일부 여성목회는 신비주의적, 기복적 신앙행태를 보이면서 성장제일주의와 물신주의의 지배를 보이는 목회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여성목회자들 가운데 사회의식, 역사의식이 결여된 신앙으로 오직 개인적 차원의 신앙만을 고수하고 신비적이며 기복적으로 흘러가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13)
여기서 우선 여성목회의 사전적 의미를 짚어야 할 것 같다. 여성이 목회를 하면 여성목회인지, 여성 해방을 위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교회현장에서 실천적 의지와 활동을 수반하는 목회가 여성목회인지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열악한 현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성목회에 대한 그 범위가 전자이든 후자이든 현실은 매우 가혹하고 커다란 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여성목회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인 면과 목양적인 면, 그리고 교단 내 남자동료 목회자들의 성차별 등을 들 수 있겠다. 우선 여성목회자들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여성목회자들이 겪는 문제들의 실례를 들어 보겠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인터뷰한 당사자나 정보를 제공한 목회자의 신분을 밝히지 않겠다.
여성목회자 가운데 단독 목회를 하는 경우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는 교회는 드물다. 필자가 인터뷰한 김○○ 목사는 단독목회 7년 차로 보수적인 신앙을 고수하나 하나님의 사역자로 부름 받은 소명의식이 철저한 사역자이다. 김 목사에게 여성목회자로서 여성신학적 실천 의지를 실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돌아온 답은 한숨과 함께 “나는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적 차이를 두고 목회를 할 만큼 여유로운 현실이 아니라…”였다. 그녀는 지하층에서 교회를 열었으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소속 교단 지방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적은 액수여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물질적 어려움으로 힘이 들자 목회를 지지하던 남편조차 목회를 그만두라고 권유하였다고 호소하였다. 또 최○○ 전도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카페를 빌려 주일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역시 물질적인 어려움으로 교회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최전도사는 아직 안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되지 못해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물질적인 어려움만을 여성목회자의 난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목양하는 교인들의 의식이 여성목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여성 평신도 28.7%, 여성목회자 10.4%, 남성 평신도 14%, 담임목회자 20.1%가 여성목회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을 제외한 여성들만의 통계를 볼 때 여성이 여성 목회자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음은 39.1%로 남성들보다 앞서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목회자들에 대한 교회여성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4) 김 목사의 증언에 따르면 아이러니 하게도 여성목사를 반대하는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여성 목사와 남편 사이를 질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한국의 어머니들의 잘못된 교육열이 작은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형교회로 신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가족 중심의 한국 유교문화에서 도출되어온 이기주의, 출세와 재산증식을 성공의 지표로 삼는 그릇된 신앙관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여기게 하고, 이를 적극적인 신앙인의 삶의 태도라고 가르치고 묵인해 온 한국교회 목회의 악영향을 여성목회자들은 피부로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식에 대한 실례를 더한다면 필자가 소속한 성결교회는 2000년 초 여성안수 문제가 교단총회의 주요현안 가운데 하나가 되어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여성의식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었다. 당시 헌신적으로 여성안수 운동에 앞장서서 여성안수를 추진하던 위원장 문수영 목사(당시 전도사)는 이미 교단 헌법상 여전도사의 시무연령 제한때문에 2003년 여성안수가 통과되지 않으면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 위원장은 이번 해에 여성목사안수가 통과되지 못하고 2년 후에 상정되어야 하더라도 “나는 후배들을 위해서 일한 것에 만족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교단 내 여성단체들의 의식은 여성의 권익향상을 지향하는 데 미치기보다는 일단 시작한 여성안수 문제가 통과되어야 한다는 데 비중을 실어주는 형편이었다. 다행히도 타교단으로 이적하려던 단독목회 여성 교역자들을 2005년 한시적 특별법 제정으로 -교단의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 가운데 하나인 일만 교회 달성- 안수를 주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7년부터 교단의 헌법대로 안수 절차를 밟은 여성목사가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배출된 여성목회자들의 현실은 매우 암담하였다. 소속 교회에서 목사안수 청원을 허락해주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회를 떠나야 할 형편에 봉착하자 여전도사들 가운데는 목사안수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목사고시를 치르려고 절차를 진행하던 가운데 담임목회자의 권유로 하차하기도 하였다. 또 여성목사안수가 통과된 현재 총회에서 대의원으로서 여성목회자들이 발언권을 얻고 선거권을 얻으려면 아직도 4-5년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부끄럽지만 보수교단의 목회자로서 여성목회자들이 겪고 있는 억압 현실을 지면에 실을 수밖에 없는 것은 남성중심적이며 가부장체제의 교회제도를 향한 비판과 분노가 분명히 있음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면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억압 상황들 앞에 교단 내 여성단체들의 단합된 목소리가 너무도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2000년대 들어 한국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어 각 교단마다 여성의식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일 때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여교역자회는 단 한번의 성명서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심지어는 2006년 성결교의 모(母)교회라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 목사의 성 스캔들 사태가 뉴스거리가 되었다. 파직당한 그 목사가 기도원에서 설교를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져 인터넷신문의 화제가 되었음에도 교회여성들은 침묵할 뿐이었다.15)
성결교회는 1960년대 초 교단 분열 여파로 NCCK에서 탈퇴하였다. 기성의 여성단체는 교회여성연합회 창립에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로 오늘까지 교회여성연합회 회원 단체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교회 여성은 물론 여성목회자들과의 억압된 현실들을 타파하고 성폭력에 대한 여성신학적 실천적 노력들이 연대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여성신학, 여성목회를 뒷받침하려면
한국 여성신학의 탐구와 관심은 여성신학적 성서해석과 한국적 특수 상황에 대한 인식 아래 여성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데 두어왔다. 또한 한국사회, 교회와 여성의 삶에서 폭력을 극복하는 일을 위해 주체적인 입장에서 집중하여 연구하고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여성목회자들에게 갈등을 불러오는 복잡한 목회현장의 현실을 여성신학은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적 의지를 세우도록 격려해야할 것인가? 여전히 여성억압적인 목회현장의 상황들 앞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김은혜는 한국의 여성신학이 “여성신학의 대중화”에 대한 주문을 직시하라고 권한다. 과거 여성신학 선배들이 처한 상황과는 다른 삶의 정황을 맞이하고 있는 이 시대의 주문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16) 교회 여성들은 여성신학에 대해서 학문적이며 이론에 머무는 신학으로 여기며 여성신학자들의 활동 및 그 신학의 실천에 대해 집합적(集合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여성신학이 지향하는 바와 달리, 교회 여성 개개인은 참여를 요구받고 있지 못하고 변두리인으로 여겨진다고 느낀다. 이는 여성신학자들이 교회여성들의 억압을 대변하고 그 기치를 높이 들고 있는 깃발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 여성들의 의식 속에는 여성신학자들이 지닌 엘리트 의식(elitism)도 하나의 장애가 될 수 있다. 만일 여성신학자들이 이러한 의심을 받고 있다면, ‘여성신학’은 신학과 교회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마치 교회 여성을 향해 여성신학자들은 말하고 교회 여성들은 듣는 타자로만 여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누가복음 14장에서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같은 엘리트 그룹들에게 겸손과 관대를 보이라고 요구하신다. 결혼 잔치에 가거든 낮은 자리에 겸손히 앉으라고 권고하신다. 그러므로 여성신학은 여성목회자들에게 보다 친밀한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신학은 보다 대중적으로 여남 평등의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신대원 교육과정이 여성 목회자에게 필요한 역량 개발을 위한 커리큘럼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가량(49.6%)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17) 그러므로 여성 목회자들의 역량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목회자들이 남성목회자들의 시각에서 관습적으로 내려온 목회방식을 답습하지 않도록 여성목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신학이 여성목회자들과 교회여성들의 의식전환을 위해서 보다 실재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 나갈 때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아직도 여성목사가 축도하는 것을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의 차별의식을 개선하여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하는 데 여성신학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소위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하느님 나라의 진정한 평화를 깨뜨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개선하지 않는 교회 제도의 불평등한 처우를 개선하도록 더욱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의 여성신학은 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교회 여성들의 억압현실을 대변하고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학문적 열정을 다하고 실천을 이루며 발전해 온 것을 자랑한다. 그래서 여성신학의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새로운 여성신학의 시대를 향한 발돋움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2013년 WCC 제 10차 부산 총회를 준비하는 여성신학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이번 총회의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에 맞게 한국 여성신학은 한국적 상황에서 여성신학이 추구하는 생명, 정의와 평화에 대한 연구작업을 시작했다. 세계교회에 한국의 여성들의 목소리는 생명, 정의 그리고 평화를 향한 울림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목회현장에 있는 여성목회자들의 현실은 생명의 소중함을 잊게 하고 정의를 실천할 의지를 꺽어 버리고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려 한다. 이에 여성신학은 여성목회자들과 긴밀한 자매애를 형성하고 여남평등의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의 도구로 교회가 갱신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더하여야 할 것이다.

강희수 l 목사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회원활동위원장이며, 현재 갈현성결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