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1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 이제 멈추고 돌아봐야 할때다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 이제 멈추고 돌아봐야 할때다







이제 멈추고 돌아봐야 할때다

보내기



조현 2020. 03. 05

조회수 3831 추천수 0









‘우리는 너무도 바삐 살았습니다. 이제 잠시 멈추고, 고요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우리는 너무 혼자만 생각했습니다. 고통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너무 인간만 생각했습니다. 다른 생명과 자연,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너무 물질만 생각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생명이 소중한 것임을 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권장되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그냥 허비하지 말고 ‘멈추고 돌아보기’를 하자는 캠페인이 등장했다. 이번 사태로 값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잠시 멈추고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점검해 전화위복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제안자 유정길(60)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을 지난 4일 만나 왜 지금 ‘멈춤과 돌아봄’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이 사태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바이러스를 매개로 한두 다리만 건너면 전 세계가 연결된다. 다른 나라 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다. 중국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31번 확진자로 인해 엄청 퍼졌다. 이는 한명의 선한 영향력도 엄청나게 클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는 환경운동가다. 너와 나, 나와 세상이 둘이 아니므로 환경이 죽으면 나도 살 수 없다는 자타불이의 깨달음을 현실화해서 펼쳐가는 운동가다.





그는 27년간 정토회에서 에코붓다 대표 등을 지냈다. 또 수경 스님이 초기에 이끈 불교환경연대와 도법 스님이 주도하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둘 다 준비위원장을 해 탄생시켰다. 불교계의 3대 환경생명운동 단체가 모두 그를 거쳐 태어난 셈이다. 또 평화재단 초기 기획실장을 했고, 9·11 사태 이후엔 정토회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4년간 고도 3000m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은 생산소비자협동조합 한살림 산하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와 전국귀농본부 귀농정책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우리는 너무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해 지금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더는 돌이키기 어렵다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바이러스도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지구 위 400만~500만종의 바이러스 가운데 밝혀낸 것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원래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에 자연이란 완충공간이 있었는데 산림과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잠식당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이 만나게 되어 인수공통전염병이 증가하고 있다. 항생제나 농약 때문에 바이러스 저항력도 강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와 남극 등 언 땅이 녹으면 수만 년 동안 갇혀있는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메탄이 발생해 온난화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다. 이런데도 더 빨리 성장해야만 하는가. 어디로 가는지가 분명해지는데도.”



 그는 그러면서 그가 대학 학생운동으로 1년간 옥살이를 하고 법륜 스님과 함께 정토회에서 사회운동을 벌이다가 1990년 사회주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3년 동안 근본부터 성찰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법륜 스님과 정토회 초기 멤버들이 ‘내 생각만이 옳다’는 것을 다 내려놓고 새로운 관점과 안목들을 공부해봤다. 해오던 운동을 다 접고 3년간 폐문 정진했다. 사회주의의 비효율성과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으면서 협동조합과 생태와 환경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만을 과신하면서 분노의 에너지까지 이용해 상대를 의식화시키고 변화시키는 기존 사회운동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봤다. 변화는 남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변화와 함께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불교가 대안이 안 된다면 불교조차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불교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불교를 기반으로, 적어도 만일은 가보자는 만일결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무색하게 ‘코로나19’에도 근본을 돌아보자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계속 치지 않으면 팽이가 쓰러진다고 한다. 그렇게 더 불안하게 하고 경쟁하고 소비하게 하는 게 자본주의 방식이다. 그래서 더 많이 소비하고 소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공유를 해보면 덜 소비하고 덜 소유해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어려울수록 지역 커뮤니티에서 공유경제가 필요하다.”









 그는 늘 말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6월에는 조계사에서 ‘거저의 축제’란 나눔 장터를 기획 중이다. 이를 전국 사찰로 확대해서 자기에겐 필요 없지만 남에게 필요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나누는 공유행사를 확대해 갈 생각이다.



 그는 공유의 선구자다. 2014년엔 그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에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누구든지 지혜와 재능을 기부해 나눠주고, 이를 배우게 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불교계와 스님들이 세상변화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만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며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할지 몰라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선의를 끌어내 지난해부터 35개 사찰을 녹색사찰로 등록시켜 환경운동 사찰로 변화시켰고, 2015년 150명에 불과하던 불교환경연대 후원회원도 500명으로 확대했다. 사무실 하나 없이 전전하던 불교환경연대 사무실 마련을 위해서도 동분서주했다. 평생 월급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환경운동’만 해왔으니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는 건 기우다.



중·고교 때 교회에서 어깨너머로 피아노를 배워 못 치는 곡이 없을 정도다. 클래식 기타와 클라리넷 등으로도 끼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가 기획한 워크숍과 프로그램에선 즉흥 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그가 있는 곳은 비장하기보다는 ‘기쁨의 운동판’이 된다. 그는 2009년 병을 치료하러 정토회를 잠시 떠난 것을 계기로 불교 엔지오 일을 하고 있지만 그의 아내 이지현 전 좋은벗들 사무국장은 정토회의 본부 격인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덕생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아이 없이 평생 수행을 하며 세상을 돕는 보살의 삶을 자청한 도반이다.



그는 “소유한 것이 거의 없지만 선의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멈추고 돌아보기’를 해보면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그의 얼굴이 누구보다 밝고 평화롭다.





관련글

불교공동체 세미나가 열린다

함께 사는 행복이 공동체 성패 좌우

자본주의에 맞설 불교의 힘은

법일스님이 암자로 들어간 까닭은

어두운 방안에서 느끼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