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6

폐암 4기 생존률 5%를 15%로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 : 네이버 포스트



폐암 4기 생존률 5%를 15%로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 : 네이버 포스트

폐암 4기 생존률 5%를 15%로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

차병원
2018.03.26. 13:1612,576 읽음

전문적인 의료 지식에 어려움을 느끼고,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애쓰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분당차병원의 명의들이 나섰다. 각 분야의 명의를 만나 난치병의 최신 치료법(수술법)을 들어본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다. 종양선택적 살상 아데노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등, 암 유전자 치료 분야의 발전을 선도해 온 김주항 교수가 말하는 폐암 치료 이야기를 소개한다.



진단이 늦어 치료도 어려운 폐암,
환자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환 중 사망률 세계 1위,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 확률 23.5%, 4기 암 환자 생존률 5% 이하,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폐암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무시무시하다. 일반적으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유해물질에 장기간으로 노출되는 경우 또는 가족력으로 인해 걸리기도 한다. 조기 발견도 쉽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흔하다.
폐에만 암세포가 국한되어 있는 1~2기의 경우 수술 치료가 가능하지만, 암이 림프절을 통해 기관지 등 폐 주변 기관으로 전이된 3기의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간이나 뼈 등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라면 4기로 분류하며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는 폐암을 잡기 위해 수술 대신 항암제·표적치료제·면역항체 치료제로 눈을 돌린 선구자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습니다. 주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흡연을 하지 않는 여성 환자들도 곧잘 걸립니다. 특히 동양 여성에게서 이런 경우가 많이 나타납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는 폐암 유발 유전자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 환자에서 폐암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 폐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지 않은가? 질문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암은 세포에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깁니다. 그럼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를 수술로 모두 떼어내 버리는 대신,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약을 쓰는 것은 어떨까요? 아주 좋은 생각인데, 이것이 바로 표적치료제입니다.”라는 것이 김주항 교수의 설명이다.



수술 대신 표적치료제에서 희망을 찾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정상세포는 보호하면서 암을 치료한다.


표적치료제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로 등장한 표적치료제는 폐암에 적용 가능한 제제인 ‘이레사(Iressa)’와 ‘타세바(Tarceva)’로, 비소세포폐암에서 많이 나타나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 약물이다. 이 표적치료제를 복용함으로써 세포의 성장과 분열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인 ‘티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억제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폐암 4기 환자에게 처방한 표적치료제
완치 판정을 이끌다



김주항 교수는 표적치료제가 선보인 직후부터 표적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2000년대 초반, 지금으로부터 15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50대 초반의 여성 환자 한 분이 폐암 4기로 투병 중이었습니다. 좌 기관지와 우 기관지의 중심에 암세포가 발생해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2년간 항암제를 14차례나 맞아도 차도가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죠.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폐암 4기면 거의 사망한다고 여겼습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당시 막 도입되고 있던 표적치료제를 제안했습니다.”

운도 따랐다. 당시 환자에게 투여한 1세대 표적치료제는 폐에서도 모서리 부분에 생기는 선암(腺癌)에 효과적이고, 아시아계 비흡연자 여성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이었다. 다만, 1년 정도 투약하면 저항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많았는데, 다행히도 그 환자는 표적항암제를 10년 이상 복용해도 저항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적의 치료법이었던 셈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환자는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고 노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표적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건강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엿보는 치료 가능성

분당차병원 NGS 정밀 의료 검사실에서는 암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다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환자 맞춤형 암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주사제가 대부분인 일반항암제와 달리 표적치료제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복용약이 대부분이다. 표적치료제는 부작용도 적다. 가려움증이나 설사 등이 나타나면 약물로 상태를 조절할 수도 있다. 표적치료제를 처방한 환자들에게서는 70% 전후의 치료반응을 거둘 수 있다. 일반 항암제가 30% 정도의 치료반응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쯤 되면 거의 꿈의 치료제에 가깝다.

“다만 모든 환자가 표적치료제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적치료제는 환자의 암 세포 중 어떤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유전자에서 발생한 돌연변이에 한해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를 시행해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약이 있다면 시도할 수 있는 거죠.”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는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통해 암 유전자를 확인해 그 환자에서 암을 유발하거나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최신 진단기술이다. 검사에는 보통 4주 정도가 소요되는데,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암 유전체 변이 정보에 근거해 질병의 세부 진단 및 개별 환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해 진다.
다만, 아직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암을 앓는 환자의 경우 효과가 낮고 부작용이 심한 기존의 항암치료에 매달려야 한다. 김주항 교수가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암 면역 치료법에서 중요한 발전도 포착되고 있다고 김주항 교수는 말한다.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기면, 암을 없애고자 우리 몸 속에서는 암세포와 면역체계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납니다. 우리 몸의 백혈구, T세포, 자연살해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암세포 들을 공격하게 되죠. 이 전쟁에서 이기면 건강을 지키는 거고, 지면 암에 걸리는 거고요. 암세포도 나름대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면역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면역세포를 공격합니다. 오늘날 암 면역 치료제의 기본 원리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면역 억제 물질이 면역세포 들을 억제하는 과정을 차단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이 유지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주변에 방어막을 만들어 면역세포를 보호하거나, 암세포가 분비하는 면역억제물질 주변에 막을 형성해서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요.”

실제로 김주항 교수의 환자 중 한 명은 가능한 모든 항암제 치료를 다 시도해보았는데도 차도가 없어 절망하던 차에 새로운 면역항암제 임상연구를 시작하면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았고, 투약 후 3년 가까이 생존하고 있다. 기존의 항암제로 치료한 4기 암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이었던 것에 비해, 면역항체치료제를 처방한 환자는 5년 이상 생존률이 15%에 달한다. 길게는 10년 까지 생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완치에 대한 희망도 품을 수 있다. “그러니 신약 개발에 욕심이 날 수 밖에요”라는 김주항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데노 살상 바이러스의 개발자,
또 다른 신약치료제를 향한 노력은 계속된다



현재 다양한 제약사와 연구팀이 암을 정복하기 위해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신약 등에서 임상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김주항 교수도 이 중 하나다. 그는 이미 지난 2006년 바이러스를 조작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종양선택적 살상 아데노바이러스’를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암 유전자 치료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 FDA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은 암 유전자 치료제 T-Vec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제입니다. 악성 흑색종에서 효능이 있는 약품인데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 연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잘 진행되면 폐암은 물론 간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주항 교수는 이제 암 역시 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이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생각한다. 폐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률이 0%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최고 15%까지 생존률이 높아졌고, 앞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약물이 출시되면 30~4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여겨지는 환자들이 암을 다스리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완치라는 기쁜 소식을 들려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환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습니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완치의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연구에 힘쓰겠습니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

폐암 항암치료 분야의 명의인 김주항 교수는 대한 폐암학회 회장, 한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 회장, 한국임상암학회 회장을 역임했을 만큼 의사에게서도 인정받는 의사다.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NGS검사를 활용해 유전자 특성에 기반한 항암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 국가 암 관리 사업과 암 유전자 치료 분야의 발전을 선도한 부분을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 수훈(2013)
- 미국 유전자치료학회 우수 논문상 (2012)
-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우수성과상 (2008)
- 암세포만 파괴하는 신 유전자 치료(종양선택적 살상 아데노 바이러스) (2006)
- 미국 유전자치료학회 우수 연구상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