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5

알라딘: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 명법 스님이 미국 유학 생활에서 발견한 미국불교 이야기

알라딘: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 명법 스님이 미국 유학 생활에서 발견한 미국불교 이야기
명법 (지은이)아름다운인연20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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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요?

268쪽
책소개
미국 유학 생활에서 발견한 미국불교 이야기. 저자는 이 책에서 2007년 겨울, 김치, 된장,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이 가득 담긴 짐을 끌고 우여곡절 끝에 스미스 칼리지가 위치한 미국의 노샘프턴에 도착한 이야기, 그곳에서 지도교수인 피터 그레고리 교수의 소개로 한국의 혜민 스님을 비롯해 여러 명의 미국 불교학자들을 만난 이야기,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이야기, 여러 수행 단체를 방문한 이야기 등을 현장감 넘치는 언어로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미국에 있을 때 [미디어붓다]에 기고한 「서양문화에 나타난 불교 코드」연재 글과 귀국 후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겨울까지 [법보신문]에 기고한「세계 속 한국불교」연재 글 중 일부를 추린 뒤 원래 계획했으나 메모만 해 둔 글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써서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_백조는 왜 파라다이스 연못으로 갔는가

1.스미스 칼리지 유학 생활
짐은 이미 중량 초과, 미국에 홀로 서다 … 18
김치, 된장, 고추장을 안고 스미스 칼리지에 도착하다 … 24
피터 그레고리 교수와 제이미 허바드 교수의 불교 수업 … 32
달라이라마께서 나를 부탁하셨다고? … 42
스미스 칼리지에서 만난 학생들 … 50
한문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 … 58
그 많던 히피는 어디로 갔나 … 64

2.미국에서 불교를 만나다
평화를 위한 노래 … 74
여성을 위한 안거 … 84
한국 비구니 스님에게 묻다 … 94
현대 사회 속에서 불교를 찾는 사람들 … 102
한국의 쑥갓이 미국에서 데이지가 되듯 … 108
버니 그래스만의 회고 … 116
미국에서 불교지도자가 되는 방법? … 126
How old is the Buddha? … 132
한인 교회, 한인 사찰 … 142
정지된 시간, 상상 속의 한국불교 … 152

3.서양 현대예술과 오리엔탈리즘
뉴욕의 별이 빛나는 밤 … 162
고흐의 자화상에 나타난 자포니즘 … 170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으로 … 178
미국 속의 일본, 그리고 선불교 … 184
부정의 미학, 뒤샹과 선 … 192
춤과 춤이 아닌 것의 경계 … 198

4.스님의 눈으로 본 미국 문화
미국에서 스님으로 산다는 것 … 208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 218
시카고 종교회의와 일본불교의 세계화 … 226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 234
그들은 왜 사랑을 갈구하나 … 240
노샘프턴의 호랑이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 248
미국은 불교의 나라가 될 수 있을까? … 254
파라다이스 연못에 부는 바람 …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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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1 한국 사람은 어딜 가나 밥과 김치, 된장찌개가 있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가져간 김치, 된장, 고추장과 기막힌 인연으로 구입한 전기밥솥 덕분에 미국에 머무는 동안 맛있는 된장찌개와 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P. 41 일 년 반 동안 어린 학생들과 섞여서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예전만 하진 않지만 아직도 승려가 되려는 학생들이 있다. 스미스 칼리지 학생 중 비구니 스님이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다.
P. 45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필드 교수가 달라이라마께서 나를 부탁하셨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중에 피터 그레고리 교수도, 혜민 스님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기까지 했다. 달라이라마 스님의 소개로 가필드 교수 역시 나를 각별하게 대해 주었다.
P. 85 서양 여성들은 불교를 수용하는 데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이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불교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남성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여성 종교지도자에 대한 호감은 매우 높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받았던 많은 호의와 특별한 배려도 따지고 보면 ‘동양에서 온 비구니’라는 ... 더보기
P. 115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서 스님이 된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신도들의 시주가 얼마나 고마운지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출가승단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P. 141 부처님의 법은 살아있는 체험으로써만 전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승보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삼보의 하나인 것이다. 불교의 오랜 역사가 보여 주듯이 철저하게 자기화 될 때에만 자신의 전통이 될 수 있다.
P. 150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한 한인들을 가까이에 두고서도 아직까지 서양인에 대한 포교만 생각하고 있다. 해외 한인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소중한 자원들이다. 대만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 238 안타깝게도 한국불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불교 연구자가 없으니까 한국불교에 관한 영문 서적도 출판되지 않고, 한국불교가 알려지지 않으니까 연구자도 줄어든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P. 250 그 후 알고 지내던 몇몇 불교지도자들과 불교학자들이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친절하고 지적이었지만, 상처도 많았다. 오래된 동성연애 커플일수록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지금도 조심스럽고 쉽게 상처를 받았다.
동양이 서양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만남은 서세동점의 현실적인 위협이었다면, 서양이 동양을 처음 만났을 때 그것은 끝을 알 수 없는 무의 심연으로 간주되었다. 이 만남은 오해와 충격, 공포와 갈등 그리고 충돌과 침략으로 이어졌다. 현실은 서양의 승리로 끝났지만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주체로서의 자아를 발견했던 서양 근... 더보기 - b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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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명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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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미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논문을 쓴 후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했다. 산사에서 엄격한 수행의 시간을 보낸 후, 학교로 돌아가 박사논문을 마쳤다.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 대안연구공동체 같은 교육기관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2016년, 오랜 도반들과 함께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공동체인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은유와마음연구소에서 은유이야기를 통한 치유 프로그램인 ‘은유와 마음’을 진행하며 보통사람들이 각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서 달라진 삶을 살게 되는 감동적인 현장들을 목격하며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형식의 불교 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불교와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현실에 신선한 균열을 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위(無爲)의 공동체’, ‘불교사상의 현대적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저서로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미국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미술관에 간 붓다』가 있고, 논문으로 [심리치료의 언어로서 은유와 그 불교적 의미], [자아의식에 대한 두 가지 해석 ― 유식의 말나식과 라깡의 거울단계],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등이 있다. 2007년 제3차 한국불교학결집대회 학술상, 2009년 제4회 불교소장학자 지원사업 우수박사논문상, 2011년 원효학술상, 2014년 제11회 불교출판문화상 올해의 불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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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은유와 마음>,<미술관에 간 붓다>,<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 총 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명법 스님의 미국 유학 생활 이야기를 통해
이제까지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미국을 만나다

이 책의 저자 명법 스님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문학도’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대학 시절 누군가가 미국으로 유학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학도거나 경제학도거니 생각하거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국병이 든 환자쯤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2007년 겨울, 미국행을 결심한다.

세월 탓인지, 수행 덕분인지, 나는 그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담대해져 있었다. 젊은 날의 동경이 사라졌으니 낡은 유럽을 위해 엘레지를 부를 필요는 없으리라. 미국이면 어떠랴,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면. 그들에게 타자인 내가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세계의 중심에서 나를 바라보자. 그것은 또한 다시 나를 비추는 거울일 테니 말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미국에서 승려이면서 방문학자라는 조금 특별한 신분은 저자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학위과정도 아니고 한인 사찰에 매여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 있을 때 <미디어붓다>에 기고한 「서양문화에 나타난 불교 코드」연재 글과 귀국 후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겨울까지 <법보신문>에 기고한「세계 속 한국불교」연재 글 중 일부를 추린 뒤 원래 계획했으나 메모만 해 둔 글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써서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7년 겨울, 김치, 된장,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이 가득 담긴 짐을 끌고 우여곡절 끝에 스미스 칼리지가 위치한 미국의 노샘프턴에 도착한 이야기, 그곳에서 지도교수인 피터 그레고리 교수의 소개로 한국의 혜민 스님을 비롯해 여러 명의 미국 불교학자들을 만난 이야기,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이야기, 여러 수행 단체를 방문한 이야기 등을 현장감 넘치는 언어로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처음 밟아 보는 미국 땅에서
미국불교의 시선으로 한국불교를 다시 바라보다

저자는 불교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풍토에 맞게 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변화 중 하나가 출가승단의 부재이다. 사실 미국처럼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나라에서 세속적 쾌락을 버리고 승가의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일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수행에는 재가와 출가의 차이가 없지만 만약 불법을 오래 전하려면 출가승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또한 미국불교에는 재가신도가 스님들에게 보시한다는 개념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들에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언가 구체적으로 제공될 때에만 보시한다는 것이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모든 것은 환경과 토양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쑥갓이 미국에서 데이지가 되듯 불교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풍토에 맞게 변했다._본문 111쪽 중에서

이처럼 이 책은 미국불교에 대해 우리가 이제껏 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제공함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한국 승려의 신분으로 미국불교를 접한 경험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미국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일반 독자들, 미국이나 서양에서 불교를 공부하거나 포교를 하려는 이들, 한국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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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스님들 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감칠맛나는 논리정연함, 구체적인 사유의 방향 제시, 지적 즐거움이 함께 아우러져 있는 글이다. 단순한 미국 문화기행 또는 불교의 재발견이 아니라 동양과 서양 그리고 지구상의 관계에서 불교라는 큰 틀에서 사상적, 학문적, 문화적 재해석을 해주고 있다.
baru 2013-06-09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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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baru 2013-06-0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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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




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

아름다운 인연

글, 사진 명법스님



혜민스님 책이 생각이 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생각이 난다는 것이지요.

마침 시기도 비슷한지 책에서도 혜민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옵니다. 명법스님도 생각을 하신건지

혜민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이름뿐입니다.

스님들도 유학을 가는구나하는 생각을 앞세우면 책을 읽기 사작했습니다. 유학을 가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것이고 그렇다고 스님이 석사 박사자격을 딴다는 것도 어불성설인것 같아서 더욱더 궁금해 지는 책입니다.

스님이라는 장점으로 미국활동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도 좋고 미국에 대한 한국불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중국불교는 그렇다고 치지만 미국땅에 일본불교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놀라웠습니다.

국화전회에서 일본의 기모노가 전시되어져 있는 사진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명법스님도 놀라워 했던 내용이 나오면서 제대로된 불교를 전파시킬 방법을 찾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한인들도 많이 찾지 않게 되는 불교 미국생활에 적응하려면 기독교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설명합니다.

많은 한인들이 기독교로 전향하게 됩니다.

보시라는 개념또한 한국에서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불자들은 대부분 불교에 집중하지

못하고 투잡으로 종교를 이끌어 가면 결혼도 합니다.

한문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에 대해서 나오는데 저는 생각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한문으로 통한다고

생각을 했지 그것을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못해서이다. 또 원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는 번역하려는

의미가 바꾸어지기때문이다. 번역은 곧 오역이라는 말도 있다며 힘들다고 표현한다.

여러기지 안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여성안거나, 사회참여 안거를 들수가 있다. 사회참여 안거는 노숙자를

위해서 하는 활동이며 위험하기도 하여 눈에 띄는 승복을 입지말라고 하기도 한다. 여성안거는 미국불교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형식이라고 표현한다.

승복에 대해서도 많이 나온다. 고흐의 자화상중에 승복의 브이자 옷을 입은 모습이나 승복이 이쁘다며 어디서

구입할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스님인줄 알아보고 합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승복만으로도

다양한 체험을 할수 있었던것 같다.

비구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불교가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있는줄 알았던 비구니가 한국과 일본, 대만에만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여성들만 더 챙기는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승려로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고 것이

기본이며 여성이 더 열악한 상황이기에 좀더 관심을 가질뿐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처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개눈에는 개만 보인다고 했다.

부처님의 나이는 몇살이냐고 물어보았다는 질문이 놀라웠고 또한 대답도 부처다운 대답이다.

우리 모두 부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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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팅이 2013-07-3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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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처님은 정말 몇살일까?




지금은 좀 조용해졌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님이 생각났다. 사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책 속에서 언급되어지는 바람에 다시 생각난 거다. 그 때 그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스님들이 왜 자꾸만 세상속으로 들어오려 하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불교의 속성과는 조금 다른 행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내가 무슨 불교신자도 아니니 따따부따 뭐라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런 상황들이 씁쓸하게 다가왔던 건 사실이다. 나쁘다 좋다를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 시대에 정신인 지주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어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어떤 이의 말을 들으면서 역시 요즘의 종교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에 평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확실하구나 새삼 느꼈을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지금의 불교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이채로웠다.



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 글쎄... 나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참으로 愚問이었구나 싶게 만드는 문장을 보며 그냥 웃고 말았다. 우리 모두 본래 부처니까, 열 살 먹은 꼬마에게 부처님은 열 살이고 스무살 청년에게는 스무살이며 칠순 노인의 부처님은 칠순이라는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렇지, 굳이 그런 걸 뭐한다고 따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처님이 몇살이냐고 묻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미국속의 불교에 대해 알고 싶은 욕심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들어와 있다는 불교의 모습은 내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얼마전인가 다큐프로그램에서 불교의 禪이나 명상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교회에서까지 그런 프로그램을 응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놀라웠다. 하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단순히 달라이라마라거나 틱낫한 스님과도 같은 사람의 이름으로 해석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본불교의 위상이 그토록이나 높다는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었다. 일전에 읽었던 <송강스님의 인도성지 순례>라는 책 속에서 한국사찰이 덜렁 형체만 있고 상주하는 이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 미국속의 한국불교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더듬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같은 종교여도 자리잡은 곳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걸, 그리하여 저마다 추구하고자 하는 것 역시 다르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시대에 맞게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에 종교가 포함되었다는 건 인간이 얼마나 오만과 편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은 그랬다.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았다. 대중을 위해 작정하고 쓰신 글이 아닌탓인지 어려웠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세가지의 주제로 이 책을 구분하여 읽었다. 종교, 예술, 문화다. 예술작품을 통해 거기에 밴 종교의 어떤 것을 찾아내려했던 부분은 내게는 너무 먼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어떻게 미국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미국속에 살아남은 불교의 여러면을 만나는 시간은 즐거웠다. 더구나 스님께서 소개해주는 미국문화의 한 단면들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불교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두가지 길은 일본을 통해서라거나, 아시아계 이민이나 난민을 통해서였다. 첫번째 형태를 개종불교라 하고 두번째 형태를 에스닉불교라고 한단다.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중산층이 중심이 된 개종불교는 무엇보다 명상에 관심을 갖는데 일본의 禪문화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에스닉불교는 캄보디아 절이나 한국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외에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흥불교가 있다고 한다. 그들 조국의 비극적인 상황이 달라이라마나 틱낫한 스님을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조금 아프게 다가왔지만 어찌보면 불교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되니 참 알 수 없다. 좌충우돌 겪어내는 스님의 미국방문기는 재미있었다. 아울러 불교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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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2013-07-0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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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미술과 승려, 그리고 미국.

미국의 불교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한국의 불교 문화을 다시금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불교가 동양적이긴해도, 명상과 자기수련에 슬슬 눈떠가는 서양인에게 불교는 점차 매력적인

종교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 땅으로 떠난 여러 젊은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나라의

주종교인 기독교를 믿어야 했다. 한인 교회가 성행하면서 많은 이점을 갖게 되자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사람은 지역 교회를 나가야만 했다. 미국인이 한국인의 20%가 불교를 믿는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현상과 맞닿아있는 듯하다. 게다가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단 기독교를 믿는 상태인 경우도 많다. 특히 유학생은 정말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다.

안타까울 것까진 없지만, 무언가 한국적인 색채가 없어지고 맥도날드의 판세처럼 느껴져서 좀

그렇다. 롯데리아도 있고 모스버거도 있어야 건강한 건데, 미국땅으로 건너가선 죄다 맥도날드가

되버리는 게 아쉽다.



그런 이유는 여럿있다. 일단 미국문화, 미국사회형 불교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심지어 한국불교는

중국와 일본불교에 밀려 아주 작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출가의 개념이 없어서 불교가

자랑하는 참선과 수행이 현실적으로 퇴색될 우려도 있다. 가정도 있고, 직업도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의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교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유는 각 나라별 종교의 색채는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점이다. 일본이 세계대전을 저질러놓고 자폭 후, 미국에 문화외교는 한답시고

건넨 것이 벗꽃나무다. 그리고 선불교를 미국인이 접하기 쉽도록 스타일링했다. 그런 까닭에

영화를 봐도 정적이고 단색의 동양적 스타일은 최근까지 일본의 불교를 따랐다. 지금은 중국도

많이 보인다. 역시 한국의 불교도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는 장면이다. 세계는 점차

통합되고 있다. 불교의 좋은 가르침과 믿음을 세계인이 교류를 통해 함께 나눈다면 속도가 빠르고

변화무쌍한 세상 살이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을 더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를 배척하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지만, 기독교를 종교로 삼고 미국생활을 한 세대의 자녀 혹은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기독교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불교도 한국의 문화다. 한국에 살고 있는 기독교에 친숙한 세대도 종교의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신적 문화인 불교를 미국 한인사회의 행태처럼 폄훼하거나 구태의연한 종교쯤으로

치부해서는 안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 불교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되어 너무나도 뜻깊었다.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나에겐 미국부처님이나 한국부처님, 그리고 한국예수님과 미국예수님은 다 똑같은 나이다.

나에게 눈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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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팔 2013-08-0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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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




미국 부처님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

본디 부처님은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것이니

미국이든 한국이든 간에

우리의 부처님의 나이가 몇 살인가요?

라고 묻고 대답하는 것에 답이라는 지혜를 깨어준

미술을 전공한 젊은 비구니 스님의 미국 유학기를 보았습니다.

미국으로 어렵게 유학 가면서도

우리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의 토종 스님이

책보다는 먹걸이를 가득 쌓아 갔던 짐의 무께 초과로 인하여

좌충우돌하던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한국과 미국의 정신적인 문명 종교에 관한 이야기 까지

사실적인 표현을 통하여

미국에서의 한국 불교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을 통하여

우리의 내일과 한국 불교의 가야할 방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막연히 물질문명만 앞선 이기주의가 팽배한

서구의 큰 나라로 알았던 미국에 대하여

명법 스님을 통한 부처님의 마음, 지혜로 보았더니

오히려 청교도의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로

약속과 신의 그리고 믿음을 우리보다 더 잘 지키며

신뢰와 화합으로 지혜로운 내일을 만들어 갈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되어 있는

기울어져만가는 경제대국이 아니라

계기와 여건만 갖춘다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기회의 나라임을 알 수 있었으며

반면 우리는 개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뛰어 나면서도

조급함과 사촌의 땅을 사면 배가 아파하고 이기심으로

나만 아니면 되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버리고

다함께 상생할 수 있는

나눔과 배려, 화합을 통하여

부처님의 품안처럼 더욱더 큰 민족으로

거듭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읽었습니다.

미국의 불교는 미국인 들이

그들의 불교가 승려라는 특권 계층을 배제한

민주적인 불교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권위는 인정하지만 권위주의를 배제하는

그들의 합리적이고 평등적인 정신을 가진

피터 그레고리 교수님의 법문을 통하여

“부처님께서 어머니를 통해 이 세상에 오셨듯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도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왔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몇 살일까요?

우리 모두 본래 부처니까.

열 살 먹은 꼬마에게 부처님은 열 살이고

스무 살 청년에게 부처님은 스무 살이며

칠순 노인의 부처님은 칠순이지요

그러니까 여기 모이신

모든 어머님들은 부처님의 어머니입니다.”

라는 법문처럼

미국의 부처님 나이를 통하여

우리의 현재 다시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책의 말미인 스님의 눈으로 본 미국문화를 통하여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객관적인 사례를 통하여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게 했던 소중한 지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명법스님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출간
 이길상 객원기자 (bohwa@newscj.com) 승인 2013.07.16 14:49 댓글 0기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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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법스님이 지난 6월에 열린 불교여성개발원 초청 강연회에서 신간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미국 유학 생활에서 발견한 미국불교 이야기를 담은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명법스님으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출가했다.

미국에서 승려이면서 방문학자라는 조금 특별한 신분은 저자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학위과정도 아니고 한인 사찰에 매여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7년 겨울, 김치·된장·고추장 등 한국 음식이 가득 담긴 짐을 끌고 우여곡절 끝에 스미스 칼리지가 있는 미국의 노샘프턴에 도착한 이야기, 그곳에서 지도교수인 피터 그레고리 교수의 소개로 한국의 혜민스님을 비롯해 여러 명의 미국 불교학자를 만난 이야기,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이야기, 여러 수행 단체를 방문한 이야기 들을 현장감 넘치는 언어로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불교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풍토에 맞게 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변화 중 하나가 출가승단의 부재이다. 사실 미국처럼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나라에서 세속적 쾌락을 버리고 승가의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일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수행에는 재가와 출가의 차이가 없지만 만약 불법을 오래 전하려면 출가승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또한 미국불교에서는 재가신도가 보시한다는 개념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들에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언가 구체적으로 제공될 때에만 보시한다는 것이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모든 것은 환경과 토양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쑥갓이 미국에서 데이지가 되듯 불교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풍토에 맞게 변했다.” -본문 중에서

이처럼 이 책은 미국불교에 대해 우리가 이제껏 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제공함과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한국 승려의 신분으로 미국불교를 접한 경험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일반 독자들, 미국이나 서양에서 불교를 공부하거나 포교를 하려는 이들, 한국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명법스님은 현재 조계종 교수아사리이며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미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명상상담학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불교와 미학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불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명법스님은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스님을 은사로 득도하고 운문승가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운문승가대학 회주 명성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마존', 사랑하는 우리의 교회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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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마존', 사랑하는 우리의 교회[서른 살에 읽는 사회교리]

정다빈 ( editor@catholicnews.co.kr )
승인 2020.07.10



아마존 주교 시노드의 결실을 기억하며 바치는 대림 제4주일 기도 지향 카드. (사진 출처 =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 교회가 열어 갈 새로운 길 위에서 사랑과 헌신으로 함께하는 모든 여성을 기억하시어 더욱더 풍요롭고 복된 교회 공동체를 이룩하는 길 위에서 더 많은 여성의, 더 다양한 참여로 나아가는 여정에 부디 함께해 주소서.”

아마 모두에게 낯설 이 기도는, ‘교회와 통합적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열린 아마존 주교 시노드의 결실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 겨울, 필자가 근무하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에서 만들어 배포한 기도문이다. 당시에는 아직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이 발표되기 전이어서, 의안집과 시노드 최종문서를 참고해 기도문을 쓰고, 기도카드를 만들었다.

대림 주간에 맞춰 각각 생물 다양성의 보호, 다양한 문화의 공존, 토착민을 향한 부정의와 폭력에의 대항, 여성들의 역할 등을 주제로 짧게 청하는 기도를 썼다. 직접 기도문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문장은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기도문에서 차용했다. 하지만 새로이 만든 문장도 있었고, 왠지 그 표현들에 대해서는 내내 자신이 없었다.

“기도문에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나?”, “이렇게 마무리하는 편이 자연스러운가?” 이미 기도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난 뒤에도 검색은 이어졌다. 그리고 특히 자신이 없었던 대목이 앞서 인용한 기도문에 등장하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이라는 하느님을 부르는 수식이었다. 기도문을 쓰면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이라고 불렀지만, 카드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왠지 이질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하느님 아버지’라는 표현에, 남성성으로 하느님을 그리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존, 교회가 마주한 특별한 도전

그리고 지난 2월 2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이라는 이름의 주교대의원회의 범 아마존 특별 회의 후속 교황 권고를 발표했다. 아마존 시노드는 기혼 남성 사제 서품과 여성 부제 제도 복구로 숱한 화제를 낳았지만, 시노드의 본질은 생태적, 신앙적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친 아마존 주민들과 더불어 훼손되는 생태와 불의에 대항하며 원주민 사회와 우리의 지구를 보호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혼 남성 사제와 여성 부제 제도는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마존을 비롯한 오지 주민들의 신앙생활, 특히 성체성사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었을 뿐이다.

시노드 최종문서에 응답한 ‘사랑하는 아마존’은 획기적인 진보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지역 주교들이 더 많은 성소가 나오도록 기도하고, 선교 성소를 보이는 이들이 아마존을 선택하도록 독려하고, 사제양성 과정을 개혁해야 한다는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권고는 아마존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사제 직무를 보장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종신 부제를 비롯한 수도자, 평신도 역시 공동체 성장을 위한 중요한 책무를 맡을 수 있고, 이들도 적절한 동반을 통한 도움이 있다면 이러한 직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공동체에 주시는 은총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는 오직 사제만이 가능하며, 따라서 더 많은 사제가 아마존을 향할 것을 요청한다.

2019년 10월, 3주간의 아마존 주교 시노드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주일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지역 원주민의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Vatican Press Office)


아마존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지켜온 여성의 자리

‘사랑하는 아마존’은 아마존 신앙 공동체를 지켜 온 여성의 힘과 은총에 대해 말한다. “아마존 지역에는, 들러 주는 사제 없이도 오랫동안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신앙을 보전하고 전수해 온 공동체들이 있습니다. 이는 강인하고 관대한 여성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각별한 헌신과 깊은 신앙으로 교회를 든든히 지켜 온 것입니다.”(99항)

권고는 아마존 지역에서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은총을 계속 장려해야 하며, 우리가 마주한 역사적 순간에 구체적인 필요에 부응하는 여성의 다양한 직무와 은사가 생겨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존 공동체 안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은 성품성사의 품계를 요구하지 않는 교회 직무나 역할에 받아들여져 여성 고유의 위상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103항)고 말하며 여성의 성직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권고는 이처럼 여성 성직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는데, ‘여성이 성품에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교회 안에서 여성에게 더 큰 위상과 참여가 허용될 것이라는 생각과 접근은 오히려 우리의 시각을 더욱 좁혀버리고, 그동안 여성들이 일구어 온 성과에 담긴 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요지다.(100항)

“사제의 직무는 다른 직무들보다 우월하지 않고, 온전히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거룩함에 예속된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설명처럼 교회 안의 모든 직무는 고유한 가치를 가진 것을 틀림없겠지만, 그동안 각별한 헌신과 깊은 신앙으로 교회 공동체를 지켜 온 여성들 역시 권고와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아마존의 특수성, 보편교회가 처한 위기의 보편성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여성의 부제 서품 가능성을 검토하는 여성부제연구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2016년 8월에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의 요청에 응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립했으나 그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아마존 주교 시노드 최종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대 교회에 존재했던 종신부제직을 계속 연구하기 위해 새 구성원으로 확대한 여성부제연구위원회를 재소집해 달라는 (아마존 주교시노드의) 요청을 환영한다”고 했고, 이번 위원회는 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여성들이 언제나 여성적 자질을 발휘하는 방식으로”(103항)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자는 권고와 여성 부제 서품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교종의 응답이 공존하는 것이 2020년 보편교회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아마존’은 아마존의 문화가 위협받고, 민족들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 꽃피는 생명이 넘치는 공동체를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권고의 모든 장이 ‘사회적 꿈’, ‘문화적 꿈’, ‘생태적 꿈’, ‘교회의 꿈’을 주제로 이어지는 것은 상징적이다.

아마존의 현실은 대단히 특수한 위기 상황이지만, 생태계 파괴와 자원의 착취, 원주민의 희생을 전제한 개발과 그 과정에서의 폭력, 공동체의 와해는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사제 성소의 감소, 교회 안 여러 직무에 관한 평신도, 특히 여성의 더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 또한 낯설지 않다.

여성을 맞이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 바티칸 미디어)


아마존의 꿈, 교회의 꿈

코로나19로 그나마 어렵게 재개했던 공동체 미사와 만남이 다시 속속 중단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의 현실은 아마존과 더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우리는 성당에 가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이상한 시기를 살고 있다. 성당에 갈 수 없는 신자들은 ‘교회의 일치를 드러내고 실현하는 위대한 성사’, ‘교회 생활의 중심’, ‘성령께서 공동체에 주시는 풍성한 은총과 은사’인 성체성사에 참여할 방안이 없다. 성사의 은총이 풍성하고 위대할수록, 또한 이 체험이 우리의 신앙에서 더 핵심적일수록 다시 ‘코로나 시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아마존’은 고통받는 아마존 공동체의 삶 안에서 오히려 함께 걸어가는 교회, 생명이 넘치는 공동체, 폭넓고 담대한 길을 향한 꿈을 길러낸다. 이 권고는 끊임없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회적 꿈은 문화적 꿈으로, 문화적 꿈은 생태적 꿈으로, 생태적 꿈은 교회의 꿈으로, 꿈에서 꿈으로 이어진다. 권고의 의의를 밝히는 7장 역시 이 권고의 꿈에 대해 말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이 다양한 방식으로 빛나는 그 탁월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전하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강과 숲을 가득 메우는 풍요로운 생명을 열렬히 지켜나가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아마존의 특성을 띤 새로운 얼굴을 지닐 수 있도록 아마존 지역에 구체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꿈꿉니다.”

이 아름다운 꿈에서 ‘아마존’을 ‘교회’로 바꿔 다시 읽길 권한다. ‘아마존의 얼굴을 지닌 교회’는 위기의 교회이자, 도전을 마주한 교회다. 곧, 지금 우리의 교회가 아닌가?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대학에서는 예술경영과 영상이론을, 대학원에서는 법을 공부했다.
인간 존엄성이 어떠한 논리로도 훼손되지 않는 세상, 모든 인간의 다름이 그대로 인정받는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 위에 싹트는 평화를 위해 오늘도 일하고 읽고 쓴다.

나의 빛나는 흑역사 – 이니고

나의 빛나는 흑역사 – 이니고

나의 빛나는 흑역사

“정다빈씨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어요?”

스물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첫 직장을 구하던 제가 수많은 면접 자리에서 답해야 했던 질문입니다. 어쩌면 모욕적일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상 질문에 침착하게 답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번번이 “그러게,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라고 스스로 되물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20대 내내 제가 몰두했던 일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대 전반기 5년은 예술학교에서, 이후 3년은 로스쿨에서 보냈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그치질 않아 결국 소위 언론고시에 뛰어든 끝에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자 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곧 지금 일하고 있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로 직장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만으로도 서른이 됩니다. 큐레이터, 변호사, 기자, 연구원. 돌아보면 20대 내내 참 다양한 꿈 안에 머물렀던 셈입니다. 때로는 제게는 절실했던 선택 하나하나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며 충실하게 살아왔는데도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다시 시작점에 서야 하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하게 나뉘는 변호사시험에서 맛본 실패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패배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돌아보면 첫 변호사시험에서 불합격했던 바로 그 순간이 제게는 전환점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더는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제 결정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아직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다고 괴롭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은 불현듯 찾아오는 번민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동기들이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가꾸며 평탄한 어른의 삶으로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로움은 있을지언정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는 믿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항상 ‘가치’를 좇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술, 법, 언론은 제게 ‘더 나은 세상, 배제 없는 세상’이라는 가치를 이루는 여러 갈래의 길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토대로 인권, 평화, 생태환경을 위해 연대하고 연구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은 기관인 만큼 정말 다양한 일을 해내야 하지만, 스스로가 믿는 가치를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조선학교에서 청년들과 함께

물론 여전히 저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걷고 있습니다. 매일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며 살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며, 연애는 매번 지리멸렬한 결말을 맺고야 맙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스스로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물으며 자책하지 않습니다. 무수한 실패의 역사, 곧 우리의 ‘흑역사’가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더 명징하게 알게 하는 빛나는 시간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좇는 가치는 다를 것입니다. 제게는 ‘더 나은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때 모순과 역설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끊임없이 낮은 곳을 향함으로써 가장 높은 영광을 보여준 신앙전통은 큰 힘이 됩니다. 번민의 밤은 쉽게 그치지 않지만, 영원한 가치를 향하는 일상은 오늘도 저를 기쁨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2020년 6월 28일자 서울대교구 청년주보에도 동시 기고되었습니다.)

정다빈 멜라니아

대학에서는 예술경영과 영상이론을, 대학원에서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가톨릭신문 기자를 거쳐 지금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래 희망은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 존엄성이 어떠한 논리로도 훼손되지 않는 세상, 모든 인간의 다름이 그대로 인정받는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 위에 싹트는 평화를 위해 오늘도 일하고 읽고 쓰려 합니다.

2 Replies to “나의 빛나는 흑역사”

  1. 다빈쌤, 더 좋은 세상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말이 정말 좋네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는 요즘인데, 선생님 글이 마음을 뛰게 만드네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위로도 되고, 나는 잘하고 있는건가 두려움도 느껴지고 복잡한 두근거림이네요. 저도 나중에 저를 돌아봤을 때, 지금 이 순간이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속에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 올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지금까지는요 ㅎㅎㅎ 다시 같이 가고 싶네요. ^^

    1. 태훈아, 따뜻한 공감 어린 댓글 정말 고마워! 많은 변화를 앞둔 여름이겠지만, 지난겨울 내가 만나고 느낀 태훈은 분명 어떤 길이든, 어떤 모습으로든 가장 태훈답게 다정하고 풍부한 모습으로 걸어가리라 믿어. 다가오는 시간에는 더 행복하고 두근거리는 일들 많이 있길! 또 밥이나 특히 술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 인권연대로 오세요 🙂

가톨릭뉴스 모바일 사이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읽는 '진리 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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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읽는 '진리 안의 사랑'

기사승인 2020.05.29  11: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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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에 읽는 사회교리]

모든 것이 낯선 이 시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몰랐다. 지난 2월 말 나는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2월 15일 출국할 때만 해도, 확진자 수는 서른 명에 미치지 못했다.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보이진 않았고, 목적지였던 야마구치현에는 아직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2월 20일 한국 내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했고, 대구대교구에 속한 부모님은 공동체 미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나는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 앞에 닥친 봄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나는 해외 출장이 많은 편이다. 아니, 편이었다. 회의나 포럼 참가, 평화·탈핵·이주를 주제로 한 다양한 연대 활동, 현장 취재와 인터뷰 등을 위해 자주 외국을 오갔다. 특히 지난 2년은 2달에 1번꼴로 해외 출장이 있었다. 한국에서 호스트로 혹은 참가자로 외국에서 오는 동료들을 맞이하는 일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달 소위 ‘국제행사’가 있었던 셈이다. 올봄도 계획은 다르지 않았다. 3월에는 예수회 아시아·태평양 지역구 이주 네트워크 회의가 계획되어 있었고, 다음 주에는 동북아시아 그리스도인 화해포럼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다음 달에는 의정부교구 청년연구자모임 샬롬회 일원으로 한일 관계의 새로운 모색을 위해 일본에서 오는 청년들을 맞이할 계획이었다.

예상했겠지만 이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다. 4월 이후 한국의 상황은 차차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되었고 국경을 넘는 일은 특히 요원해 보인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여전히 매일 확진자가 생기고 의료진은 사투를 벌이는 이 시점에 우리가 준비하던 만남은 어떤 의미 또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성찰하게 되기도 한다. 국경을 넘고, 국경을 넘어 찾아오는 동료를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시기로부터 3개월여가 흐르자 모두가 새로운 일상에 차차 익숙해졌다. 서툴기만 했던 화상회의에 다들 적응했고, 상황을 지켜보며 일단 연기하기로 했던 행사는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항. (이미지 출처 = Pixabay)

국경을 넘은 ‘연대’는 내 일상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일이다.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이주, 평화, 환경 문제를 두고 서로의 경험과 영감을 나누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물론 그 자체로 의미 있다. 그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여러 나라 동료들과 주고받는 우정과 지지가 구체적인 변화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쉽게 지치기 쉬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여행을 싫어하는 집순이가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여러 번 오고 가며 그들과 친구가 되는 체험을 하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지난 몇 달간 겪어야 했던 새로운 상황은 우리가 이어온 ‘연대’의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직접 만나고 함께 현장을 찾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 빠른 IT 기업들의 행보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을 현실로 바꿔 나가는 중이다. 트위터는 5월 12일 “직원들이 원하는 경우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페이스북 또한 21일 “재택근무를 중심으로 회사 운영 방식을 영구적으로 재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10년 내에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손꼽아 기다리던 제35차 세계청년대회도 연기됐다. 2022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전을 고려해 2023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물론 이 결정은 세계성체대회, 세계가정대회가 순차적으로 연기되며 세계청년대회 역시 1년 뒤로 미뤄진 것이긴 하지만 2022년 행사까지 연기되는 상황은 생경했다. 그러나 조심스럽지만 우울한 전망은 어쩌면 우리는 2023년에도 리스본에 모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백만 명이 한곳에 모여 만나고, 부대끼는 국제행사는 지난 겨울이 마지막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때 우리는 그것이 마지막임을 알지 못했지만.

'진리 안의 사랑' (표지 출처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2009년 반포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교황 바오로 6세가 1967년 발표한 회칙 ‘민족들의 발전’이 제시한 온전한 인간 발전에 관한 가르침에 따라 세계화가 가속되는 오늘날 세상을 반추한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리는 최근 수십 년간 적용된 발전 모델들이 바오로 6세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21항)라고 지적한다. 지난 40여 년간 세계적 부는 절대 수치에서 증가했지만, 불평등 또한 증가했으며 지구 자원의 무절제한 착취, 경제 금융 위기는 더욱 첨예하고 시급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진리 안의 사랑’은 세계화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세계화 과정 아래에서, 인류는 점점 더 서로 연결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화는 빈곤과 불평등을 증대시키며 심지어 전 세계적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회칙을 통해 세계화가 촉발한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지만 동시에 “세계화는 선험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그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한다.

‘진리 안의 사랑’이 제시하는 세계화 시대를 좋은 것으로 살아내는 방안은 ‘사고의 쇄신’이다. “민족들의 발전은 무엇보다도 인류는 단지 어쩌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참된 친교 안에서 협력하는 한 가족임을 인식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세상 민족들 간의 상호 교류는 소외가 아니라 연대를 의미하는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사고의 쇄신을 촉구합니다.”(53항) 더불어 결론에 이르러서는 “바오로 6세께서는 ‘민족들의 발전’에서 인간은 혼자 힘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혼자서는 진정한 인도주의에 이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78항)라고 말하며, 인류 공동체의 국경을 넘은 연대를 강조한다.

‘진리 안의 사랑’ 반포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세계화가 불러온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마주했다. 오직 개발과 발전의 논리로 파괴해 온 생태계는 신종 전염병을 발생시켰고, 고작 한두 달 만에 병은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생명을 빼앗았다. 전염병이 일으킨 경제위기의 여파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어느 곳도 없다. 언제든 드나들 수 있었던 국경의 문은 너무나 쉽게 닫히고, 인종과 국가 개념에 기초한 배제와 혐오가 곳곳에서 되살아났다. 상황은 어쩌면 10년 전보다 더 나쁘다. 세상 민족 모두가 친교 안에 협력하는 연대가 이런 시대에 어떻게 가능하냐고 되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모든 행사와 출장이 취소되면서 어렵게 이어오던 교류와 연대가 이대로 단절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에 시달렸다.

연대. (이미지 출처 = Pixabay)

국제 연대라는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 일시 정지되면서 내가 일하는 센터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 잠깐의 여유는 쉼이 되지만,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바심도 커졌다. 그러나 실마리는 우연히 얻었다. 평소 즐겨보던 예능프로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던 중이었다. 본래는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프로그램은 방향을 완전히 전환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곧 이주민들의 한국살이를 조명하는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주나 화해의 문제를 나누는 것만이 연대를 실천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 바로 지금이 우리 사회 안의 이민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특히 코로나19 로 인해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특별한 어려움에 함께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진리 안의 사랑’ 역시 주목할 만한 온전한 인간 발전의 또 다른 측면으로 ‘이민 현상’을 언급하며, “모든 이민은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진 인간”(62항)임을 명시한다. “세계화는 선험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그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대재앙도, 국경 폐쇄와 인종차별과 혐오도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어쩌면 영구화되며 IT 기업들이 업무 형태를 전환하듯, 국제 연대 역시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만큼 발 빠르게 대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우리들 역시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다.

각자 다른 맥락 안에 속해 있지만 그래서 더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낼 수 있었던 동료들과의 만남, 오랜만에 모여 일정 끝에 한잔하던 꿀 같은 저녁은 역시 아쉽다. 출장 전날 밤이면 짐을 싸며 “떠돌이 인생”이라 자조했지만,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매번 “역시 오길 잘했다” 느끼던 시간이 벌써 그립다. 내게는 큰 에너지가 되던 시간이기에 더 그렇다. 뉴노멀 시대, 나는 어디서 새로운 에너지를 길러낼 수 있을까? 나의 질문에 ‘진리 안의 사랑’은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개인으로든 공동체로든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가족에 속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을 인식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참되고 완전한 인도주의에 이바지할 새로운 전망을 낳을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유한하고 덧없는 것을 뛰어넘도록 촉구하고, 끊임없이 모든 이의 유익을 추구하며 일할 용기를 줍니다.”(78항)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대학에서는 예술경영과 영상이론을, 대학원에서는 법을 공부했다.
인간 존엄성이 어떠한 논리로도 훼손되지 않는 세상, 모든 인간의 다름이 그대로 인정받는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 위에 싹트는 평화를 위해 오늘도 일하고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