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근의 <윤회와 반윤회>, 불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가 온전히 이해했다 말하기는 머쓱하지만 적어도 주요한 논지 자체는 받아들일 수 있다.
윤회가 지속된다는 건 기본적으로 '나(자아)'의 연속성과 딘일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탈(脫)윤회'를 논하는 불교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책의 기본적인 논지로 이해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저번에 고양이와 관련해서 고민했던 게 생각났다.
지젝과 밀뱅크의 <예수는 괴물이다>에서 자세하게 다뤄지지만 기독교든 불교든 시작점은 "나"라는 '개인'에서 출발하지만, 기독교가 '신'이라는 대타자를 부정하고 '믿음의 공동체'로의 귀의를 택한다면 불교는 '나' 자체를 부정해버려 무아(無我)의 상태에 이르는 걸 지향한다.
욕망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개인이 구원과 믿음을 택했을 때 그 끝에 '공동체'가 있는지, 아니면 개인조차 사라져버린 무아의 세계가 있는지에 따라 인류사의 정신세계가 갈라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입증해주는 저작 같아 읽으면서 즐거웠다.
교토학파 이래 그리스적 사유는 유의 사유로, 인도적 사유는 무의 사유로 나누는 것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종교에 있어 공동체가 남는지 무아의 세계가 남는지는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을 유와 무의 대립으로 치환하는 건 오버라 보고 유한한 개인이 무한한 세계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욕망이라는 형벌에 대응하는 두 가지 정신형태라 생각한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좀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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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윤회와 반윤회 - 불교는 왜 인도에서 사라졌는가?
정세근 (지은이)CIR(씨아이알)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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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정가
17,600원
종이책 페이지수 : 472쪽
저자의 인도철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된 이 책은 불교의 업설과 윤회설을 다루면서 불교와 인도철학의 차별성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저자는 ‘무아와 연기’에 충실하며, 버려야 할 것은 ‘윤회’라고 언급한다.
또한, 대승불교라고 불리는 여러 종파들에 숨어 있는 힌두교적 요소를 지적하며
선종 등이 가지는 불교적 의의를 드러낸다.
더불어 저자는 불교와 힌두교의 차이에 대한 성찰과 함께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까닭을 불교계와 함께 직시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 불교다움이 무엇인지,
- 한국 불교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
에 대한 훌륭한 교훈서가 될 것이다.
목차
개정판을 내면서
색인판을 내면서
지은이의 말
서장 불평등에 대하여
불교의 아킬레스건․불교 이해의 보수와 진보․싯다르타의 깨달음․업과 전생설․유비의 오류․신분제의 공고성․또 다른 국부 암베드카르․이단 불교․아잔타와 엘로라․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의 불살생․윤회와 신분제․해탈․사회적 해방․불평등으로부터의 탈출․연기설․윤회를 넘나드는 연기․무자성․반윤회
제1장 말에서 뜻으로 가는 길
1. 어려운 불교
2. 번역불교
3. 소의경전
4. 화두
5. 선종이란 무엇인가
6. 불성의 두 의미
7. 자력불교와 타력불교
8. 인도에서 불교의 소멸
제2장 힌두교의 신
1. 신을 찬양하라
2. 경전시대의 특징
3. 교차신교
4. 베다의 다신과 일신
5.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체
6. 절대화되는 아트만
7. 브라만과 계급
8. 고통의 윤회관
제3장 인도의 3대 종교개혁
1. 숙명론과 그 윤리
2. 신 없는 종교
3. 인도유물론
4. 이원론적 자이나교
5. 불교의 역사성과 법
6. 카비르와 시크교
7. 평등의 종교
제4장 불교의 발전과 쇠퇴
1. 이단불교
2. 실체론과 반실체론
3. 의식의 탄생
4. 중론
5. 유일불
6. 대승불교의 자연사
제5장 암베드카르의 신불교운동
1. 암베드카르와의 만남
2. 50만의 개종
3. 불교 서약
4. 산적 여왕
5. 달리티즘
6. 한용운의 불교유신론
7. 민족모순과 국제모순
제6장 무아와 윤회 논쟁
1. 윤호진
2. 정승석
3. 김진
4. 한자경
5. 최인숙
6. 조성택
7. 가명으로서의 윤회
제7장 윤회를 넘어서
윤회는 힌두교의 것이고, 연기는 불교의 것
한국불교계에 고함
부록1 간디와 인도에 대한 15가지 물음
부록2 불교와 노자
부록3 추천의 글
부록4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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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8윤회가 종교라면 연기는 철학이다. 윤회가 신화라면 연기는 과학이다. 윤회에는 절대자가 있지만 연기에는 절대자가 없다. 윤회는 신의 이름으로, 연기는 도덕의 이름으로 움직인다. … 윤회는 힌두교의 것이고, 연기는 불교의 것이다.
P. 40불교의 핵심개념을 꼽으라면 무아, 연기, 무자성, 공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럼에도 모든 것의 이론적 바탕은 연기이다.
P. 44반윤회는 윤회가 우리가 벗어버릴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탈’脫 윤회야말로 불교가 제시하는 궁극적 목표이다.
P. 78더욱 강조되어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교의 힌두화’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불교가 힌두화 되지 않았다면 불교는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불교의 발전과정은 참으로 얄궂게도 자신이 부정했던 힌두교로 복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른바 대승 후기 불교의 밀교화가 그것이다.
P. 90인도의 경전이 말하는 희생은 제물이라는 타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힘들고 괴롭게 만듦으로써 종교적인 승화를 얻음을 가리킨다. … 이러한 점들이 경전읽기의 어려움을 초래한다. 대화체의 언설은 더욱 그 의미를 감추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우리가 힘든 것은 너무도 많은 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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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세근 (지은이)
충북대 철학과 교수. 국립대만대 박사. (사)한국철학회 제53대 회장. 워싱턴주립대와 대만삼군대에서 강의했고 대동철학회 회장을 세 차례 연임했으며 여러 철학회에서 연구위원장 및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철학상담학회, 한국공자학회, 한국서예학회, 율곡학회 등의 이사, 그리고 한국철학회 부회장으로 전국철학자연합대회, 남북철학자대회, 인문진흥위원장, 도덕 및 융합교육위원장의 일을 했다.
저서로는 쌍둥이 책인 『노장철학과 현대사상』 및 『도가철학과 위진현학』, 동전의 양면인 『노자와 루소, 그 잔상들』 및 『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어머니의 철학으로 읽는 『노자 도덕경』, 불교에서 윤회를 버리자는 『윤회와 반윤회』, 학계와 교육에 대한 평론집인 『철학으로 비판하다』가 있고, 편서로는 노장 이후 세계관의 변화를 모은 『위진현학』이 있다. 서예 이론의 결정판인 『광예주쌍집』(상, 하)을 해제와 도판을 넣어 번역했고, 중국어로는 대만 학생서국에서 『장자기화론(莊子氣化論)』(중국철학총간34)을 냈다. 위의 다수의 저서가 학술원과 문체부 그리고 대학출판인협회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으며, 공저를 포함하여 30여 권의 책과 100여 편의 논문이 출간되었다. 국내외에서 60회 이상 학술발표를 했고, 학술상을 수회 수상하였으며 등단한 미술평론가다.
국가온라인공개강좌인 KMOOC에서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와 세계종교 기행’(무료강의, English caption)을 진행하고 있으며, 칼럼으로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철학자의 가벼움’ 등을 연재했다. 접기
최근작 : <동양 미학과 한국 현대미학의 탄생>,<윤회와 반윤회>,<노자와 루소> … 총 19종 (모두보기)
“불교의 핵심은 내가 없다는 데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5장까지는 인도 불교와 그 소멸 과정, 힌두교․자이나교․불교의 차별성, 불교의 발전과 쇠퇴 등을 체계화하고 정리하는 개설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장의 핵심인 6장에서는 윤회와 무아에 관한 주요 논쟁점을 이야기하면서 저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또한 7장에서는 6장에서 제기되지 않은 문제를 다시 해석하고, 이 책에서 논증하고자 했던 내용을 기초로 하여 한국불교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반윤회란 윤회를 인정하지 않는 모든 이론을 가리킨다. ‘유아有我윤회’와 ‘무아無我윤회’라는 개념으로 내가 있는 윤회와 내가 없는 윤회를 구분하지만, 윤회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내가 어느덧 생겨남을 직시해야 한다. 공연히 궁색하게 무아와 윤회를 양립 가능한 것으로 설명할 필요 없이 오히려 그것을 대립시킴으로써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불교의 핵심은 내가 없다는 데 있다면서 내가 없는데 괴로움이 있을 수 없고, 나는 이것과 저것의 만남으로 생겨났을 뿐 멈추어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연기라는 위대한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데도 힌두교에서 말하는 윤회를 일컫는다면 불교는 그 정체성을 잃고 만다고 이야기 한다.
인도철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저자의 지식은 다른 인도철학과 불교의 차별성을 알기 쉽게 보여주면서, 불교가 불교다울 수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불교를 공부하는 학도들이 읽어야 할 책이며, 동시에 현실 불교가 건강하게 서기를 바라는 의식 있는 불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