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명 실현하는 북의 농축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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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선생 ‘북의 과학기술정책’
“지속가능한 문명 실현하는 북의 농축산정책”
기사승인 2019.01.10 14:42:18
- 김수복 선생의 ‘북의 과학기술정책’ -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후방산업(1)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김수복 선생(6.15뉴욕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북제재 원유 공급 중단으로 조성된 전력난을 이겨낸 북 특유의 ‘자연흐름식 물길공사’에 이어 공장·기업소와 주거단지에 농축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closed loop)에 의한 후방사업’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지속가능한 문명 실현하는 북의 농축산정책”
기사승인 2019.01.10 14:42:18
- 김수복 선생의 ‘북의 과학기술정책’ -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후방산업(1)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김수복 선생(6.15뉴욕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북제재 원유 공급 중단으로 조성된 전력난을 이겨낸 북 특유의 ‘자연흐름식 물길공사’에 이어 공장·기업소와 주거단지에 농축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closed loop)에 의한 후방사업’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선생은 앞으로 북의 자연개발과 과학기술분야를 주로 다룰 예정이어서 연재 제목을 ‘북의 과학기술정책’으로 바꾼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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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은 평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승용차이다. 지난 2013년 5월17일 화창한 봄날 휘파람을 몰고 신의주 고속도로를 달렸다.
최첨단 새 기술에 의해서 무연탄만 있으면 비료를 뽑을 수 있다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방문하는 날이었다. 당시 유튜브에는 북은 비료가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다며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들이 많이 퍼져있었다. 공장 포장반으로 들어서자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요소비료를 재빠른 동작으로 포장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얼른 달려가서 금방 생산한 하얀 비료알갱이를 내손에 한 움큼 쥐어보니 아직 따끈한 온기가 내 심장까지 스며왔다. 유튜브에 날조한 거짓들이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방문 기록을 보니 공장 종업원이 1만2000명인데 기술직은 3000여명이고 나머지는 후방사업에 종사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다. 뉴욕에 돌아와서 한참 뒤 남흥청년화학을 소개하는 동영상의 후방축산기지 편을 보고서야 이러한 엄청난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북의 공장들에는 제품 생산부서와 별도로 공장 일군들과 가족은 물론이고 인근 애육원, 육아원, 양로원과 초등학원, 중등학원과 인근 주민들에게 공급할 육류단백질, 채소, 버섯과 심지어 과일을 생산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약 4000개의 농업협동농장과 축산전문조합은 당연한 것이고 전국의 모든 공장, 기업소, 군부대도 자체적으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다. 대부분 육류, 야채, 과일, 버섯 등의 부식을 생산하지만 남흥청년화학과 같은 대규모 공장에서는 벼농사까지 지어서 주식까지도 해결하는 단위가 많이 있다.
이러한 사업을 후방사업 또는 후방축산사업이라고 한다. 농축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진행하게 되므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closed loop)에 의한 후방사업이라고도 한다. 후방사업은 북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당 정책으로 시행되었고 김정은 시대에 와서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15년 5월 다시 평양에 가서 국가과학원 참사실장 리문호 박사로부터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비롯해서 북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가졌었다. 리문호 박사는 미국의 아라모스 핵연구소 책임자였던 핵공학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평양에 왔을 때 3번이나 안내한 핵분야 전문가이다.
▲ 리문호 국가과학원 참사실장(박사. 왼쪽)과 함께
이와 같이 전국의 모든 기본 단위에서 자기들에게 적합한 축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단지와 공사 기간이 장기화되는 자연흐름식물길공사장이나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도 집짐승을 기르고 야채밭과 겨울철을 위한 남새온실까지 건설해 자기 단위 일꾼들에게 1년 내내 신선한 야채는 물론 육류 단백질 공급을 해결하고 있다. 양어장까지 함께 묶어서 진행하는 곳도 많이 있다.
이제는 밥만을 주식으로 하지 않고 축산물, 수산물을 더 많이 먹자는 당 정책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우량종자를 펼치며 짐승 먹이풀을 개발해 알곡먹이를 대폭 줄이면서도 집짐승의 숫자를 확대하고 있다. 리문호 실장에 의하면 스위스의 파울 염소와 잔앤종 염소와 또 3원 교잡 원원종돼지 우량종자를 대대적으로 전국으로 펼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비료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땅이 산화되어 지력이 떨어져 생산성도 떨어지며 농산물에 있어야 할 필수 영양소도 결핍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가혹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반공화국 세력들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원유 공급이 급락하자 농사에 필요한 화학비료 생산도 영향을 받았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유기질비료 생산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화학비료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식물성장활성제 등을 많이 개발했다. 이것들은 이미 이용하던 흙보산비료와 함께 알곡생산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북에서는 각 지역의 토양 특성에 맞는 유기질거름과 흙보산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각 군에 한군데씩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유기질비료 원료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축산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돼지, 닭, 오리, 거위(게사니)의 배설물을 볏짚, 콩짚, 옥수수대와 야채 부산물에 섞어 발효시키면 질이 좋은 유기질거름이 된다. 그러나 볏짚과 콩짚 등은 가을에는 흔하지만 겨울과 봄에는 귀하고 양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영양가 높은 짐승먹이용 풀 육종에 힘을 넣어 이제 우수한 새로운 풀들이 등장했다. 비름, 토끼풀, 자주꽃자리와 같이 종전부터 있던 풀들에 더해서 단백풀, 애국풀이 나왔다.
단백풀은 연못처럼 얕은 물위에 떠서 자라는데 흙탕물이나 썩은 물에서도 잘 자라며 물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 이 풀에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돼지, 닭의 식성에 잘 맞아 집짐승 알곡먹이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단백풀은 잘 자라므로 계속 걷어내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
▲ 물웅덩이에서 자라는 단백풀(위성과학자살림집 남새온실. 2015년)
새로운 종자인 애국풀은 수수대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성장이 빠르고 5m까지 자라며 넙적한 잎이 28개까지 돋아 많은 양을 거둬들일 수 있다. 소, 염소, 돼지가 좋아하고 영양가도 높아 알곡먹이를 대폭 줄여주고 있다. 겨울나기를 위해서 절여 보관한다. 우리가 김치를 먹듯 가축에게도 겨울철에는 풀조림을 먹여서 건강을 증진시킨다.
애국풀을 개발한 원산농업종합대학 생물공학연구소의 동영상(아래)이 잘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대동강 과수종합농장, 은정구역 위성과학자거리 살림집 단지에 이어 휴전선 접경 세포지구 대단위 축산기지에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소개하겠다.
1. 대동강 과수종합농장
▲ 끝이 보이지 않는 대동강 과수종합농장 1000정보. 멀리 살림집들 너머에도 사과밭이 있다.
1000정보에 달하는 대단위 사과전문농장인 대동강 과수종합농장은 2009년 11월에 완공되었다. 평양시 동북 외곽에 있다. 작업에 편하도록 키 작은 사과 종자를 육종한 사과밭이 끝이 보이지 않는 무릉도원이 되었다. 사과 가공공장은 거의 무인화로 돌아가는데 사과과자, 단물 사이다, 사과술, 식초, 향수, 비누, 샴프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서는 규모가 대단한 대동강 돼지공장과 양어장도 운영하고 있다. 각 부위별로 포장한 돼지고기제품과 여러 가공품과 양어장에서 키운 잉어, 왕새우, 왕개구리, 자라도 판매하고 있다.
돼지공장과 양어장에서 나온 배설물은 다시 위생처리를 거쳐 질 좋은 유기질거름이 되어 사과밭에 뿌려진다. 비옥해진 토양은 사과 풍년을 약속한다.
대단위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쓰레기가 거의 없는 청정 순환생산체계를 실현하고 있다. 이것을 북에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에 의한 농축산이라고 부른다.
▲ 사과제품 가공공장. 거의 무인화된 자동흐름생산체계이다.
▲ 대동강 과수종합농장 매점 봉사원들이 우리 일행을 배웅하고 있다.
▲ 매점 내부
▲ 부위별로 포장된 돼지고기제품
▲ 사과 찌꺼기로 기른 자라, 잉어, 왕개구리, 새우도 판매한다.
2. 은정구역 위성과학자거리 살림집 단지
북의 과학중시정책의 핵심기관 중 하나인 국가과학원은 평양시 북쪽 은정구역에 분원을 두고 있다. 은정구역은 평성시에 속했는데 얼마 전에 평양시로 편입되었다. 평성시는 평안남도 도행정소재지이며 평양에 들어오는 길목이다.
위성과학자거리는 24개 호동에 1004개 가구가 입주할 수 있도록 2014년에 완성되었다. 국가과학원 참사실장 리문호 박사께서 내가 미국에서 제기했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질의에 대해 하나하나 해설을 해주시고 오후에는 위성과학자거리까지 동행해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여행을 하다보면 과분한 대접을 받아서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학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 나에게 방문 때마다 베풀어주신 국가과학원의 여러 분원, 인민대학습당, 김철주사범대학,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위성과학자거리 살림집 단지는 탁아소, 유치원, 소학교 초급과 고급중학교까지 있고, 체육관, 병원, 일용잡화가게, 행정관리사무소를 갖춘 종합적 아파트단지이다. 이름은 과학자 살림집이지만 모두 과학자만 입주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은퇴한 부부가 아들 손주와 함께 거주하는 한 가구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살림집 매 호동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일정한 텃밭이 붙어있어 해당 주민들이 채소를 가꾸고 필요한 만큼 뜯어다가 싱싱한 식재료로 이용한다고 한다. 겨울철에도 싱싱한 야채 공급이 가능하도록 4개 호동의 태양열남새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 매 호동 앞에 남새밭이 있다.
▲ 위성과학자거리 태양열남새온실 4개동
태양열남새온실 관리자가 마침 온실 천정에 엘이디(LED)등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매 호동 면적이 350평방미터인데 300평방미터의 남새(야채)밭 옆에 돼지우리, 단백풀 물웅덩이, 부엌과 메탄가스 발생 탱크, 영양액 탱크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여성 관리자는 첫 동에 있는 관리원실에 기거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다녀오는데 남편이 돼지냄새 난다며 놀린다고 웃는다. 위성과학자거리가 완성되면서 관리자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되어 자원했단다. 재정분야에서 일했고 남편은 지금도 재정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며 리승기 박사의 손주며느리 량혜옥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나도 리승기 박사에 관한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더니 금방 내 손을 덥석 잡고 친오빠처럼 살갑게 대해주며 토마토 3알을 선물로 주었다.
남새온실에는 여러 가지 남새를 가꾸고 바나나도 시험재배하고 있었다. 위에 실은 단백풀 소개 사진을 여기서 찍었다. 시멘트로 만든 자그마한 물웅덩이 위에 단백풀이 자라고 그 밑에는 미꾸라지가 헤엄치고 있다. 단백풀과 미꾸라지가 상생하는 평화의 현장이었다. 단백풀과 미꾸라지는 다 자라면 돼지먹이가 되고 돼지 배설물은 발효해서 남새온실의 거름이 된다. 남새 부산물과 돼지배설물을 메탄가스탱크로 흘려보내 발효되면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생긴다.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를 켜자 불이 확하며 붙었다. 또 메탄가스를 만들고 남는 찌꺼기는 유기질 거름이 되어 남새밭에 뿌려진다.
온실 북쪽 벽은 두꺼운 콘크리트로 쌓고 흙을 더해 찬 기운을 차단하고 남향은 여러 겹 박막비닐로 되어있어 태양열을 흡수하므로 겨울에도 상온이 유지된다. 필요한 전기는 옆에 설치한 태양빛전지판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크지 않은 아파트단지에서도 친환경 무공해 태양열온실을 운영하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과학지식이 일반 인민들의 생활에 그대로 이용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무엇 하나 쓸모없게 버려지지 않고 모든 것이 이웃에 유익하게 재사용되는 것이다. 고리형 순환생산체계가 생활화되고 있다. 다음에는 이런 주택단지가 얼마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지 자료를 구하려고 한다.
(계속)
▲ 오밀조밀한 남새온실 350평방미터의 구조.
▲ 온실 천정에 LED등을 설치해 놓았다.
▲ 온실 내부 돼지우리에 11마리 새끼돼지가 통통하다.
▲ 단백풀이 얼마나 크게 자라는지를 손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 남새온실 량혜옥 관리원(왼쪽)과 함께.
▲ 돼지 배설물과 버리는 남새가 발효할 때 생기는 메탄가스로 밥도 짓고 물도 데운다.
김수복 6.15뉴욕지역위 공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