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2

영산성지 스테이 2박 3일

월간원광

영산성지 스테이 2박 3일
열린 마음, 열린 사람들의
종교 간 대화



‘이제는 원불교를 알고 싶습니다.’
막바지 여름 장마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던 날. 종교도 다르고, 연령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원불교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데 모였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다지기 위해 마련한 이웃종교 스테이. 천주교, 민족종교(수운교), 천도교, 유교, 개신교를 거쳐 여섯 번째 원불교 스테이가 진행된 지난 8월 24일. 40여 명의 참여객들이 영산성지를 찾았다.
영광에 원불교 성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 그 자체라는 한창현 씨(한신대 2년), 원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휴가를 대신하여 왔다는 강성임 씨(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종교(천주교)가 아닌 다른 종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왔다는 김영현 씨 가족 등 모두 타 종교에 대한 수용력이 남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하게 될 2박 3일의 영산성지 스테이, 그 시작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정관평, 생활종교로의 면모
여장을 푼 참여객들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가 법설을 했던 대각전. 그곳에서 영산성지 스테이를 총책임 맡은 오광선 교무(영산성지사무소)는 참여객들에게 “지내는 동안 조금 불편할지 모르나, 원불교의 초기교단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성지라 곳곳에서 교조의 정신을 읽을 수 있을 거”라며 이들을 환영했다.
뒤이어 진행된 영산성지 순례. 김형진 교무의 안내를 따라 영산원-대각터-탄생가-구간도실터-정관평-연꽃방죽-원불교 창립관 순으로 성지를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내에 잘 따라준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보며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열린 마음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정관평 앞에서 참여객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성지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성직자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도 의아했지만, 교조가 생전에 제자들과 함께 간척사업을 해서 교단을 이뤘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은 민족종교로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참여했다는 갱정유도의 오동춘 군(18세)도 순례 코스 중 정관평을 제일로 꼽았다. 그는 “출가·재가가 함께 자급자족하여 영육을 쌍전하자는 가르침은 같은 민족종교로서 닮고 싶은 점”이라 했다.





사회 정화의 하모니
어스레한 저녁,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빽빽한 여정을 잠시 놓고 참여객들이 다실에 둘러 앉았다. 정관평 연꽃방죽에서 채취한 부드러운 연꽃 차와 영광의 명물 모시잎 송편을 나누며 시작된 이경옥 영산성지사무소장과의 대화.
제일 먼저 터져 나온 질문은 “원불교는 어떻게 마음공부를 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이 소장은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이 마음에서 죄와 복이 나오므로 자기의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마음공부의 핵심이다.”고 했다. 이 외에도 성직자 양성과정, 원불교와 불교의 차이, 성직자의 생활과 원불교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서서히 원불교 정신에 젖어든 이들이 저녁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도에 일심을 모아 합장도 해보고 영주도 따라 해본다. 모든 게 어설프고 생경하지만 마음만큼은 원불교와 하나가 되고픈 이들. 그 마음이 고맙다는 듯 정답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비 개인 영산성지를 평온히 잠들게 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이른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린 꼬마들까지 모두 대각전에 모여 선을 했다. “고요한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좋다.”는 손금숙 씨(천주교). 함께 참석한 두 친구가 있어 더 즐겁다는 듯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날은 연잎차 만들기와 다도, 우리삶문화 옥당박물관과 백수해안도로 도보체험으로 이어졌다. 그 중 제일 인기는 연잎차 만들기. 연잎 채취부터 차를 덖는 과정까지 참여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덤으로 연잎차 선물까지 받았다. 이들과 함께한 변진흥 KCRP 사무총장은 “종교를 떠나 온 마음으로 즐기는 모습이 결국은 종교화합으로 가는 힘이 아닌가 싶다.”면서 “KCRP에서 진행하는 일들이 서서히 용트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오후 내 백수해안도로를 걷고도 지칠 줄 모르는 이들. 원불교를 알기엔 너무나 짧은 이틀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늦은 밤 두 시간이 넘게 스테이에 참여한 소감을 나눴다. 그 중 정년퇴임을 하고 오랜만에 부인과 함께 여행하듯 참여하게 되었다는 김병채 전 한양대 교수는 “종교화합은 웅대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며 “앞으로 종교가 하나의 하모니가 되어 아름답고 장엄한 소리로 사회를 정화시켜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서로의 종교를 떠나 가슴으로 만난 이웃종교 스테이. KCRP는 ‘2012이웃종교화합주간’으로 펼친 이번 이웃종교 스테이의 힘을 모아 10월 20일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전국종교인화합대회’를 열기로 했다.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종교 역시 가까운 내 이웃처럼 자주 만나야 화합이 된다. 이제는 서로가 만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