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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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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시집 3야마오 산세이 (지은이),
최성현 (옮긴이)
상추쌈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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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자연으로 더욱 깃드는 삶 속에서 발견한 깊은 진리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흙의 아나키스트, 야마오 산세이의 평생이 담긴 단 한 권의 시선집. 야마오 산세이는 마흔을 앞둔 1977년, 가족과 함께 낮밤 없이 반짝이는 도쿄의 빌딩 숲을 떠나 야쿠섬 시라카와강 가의 칠흑처럼 묵묵한 숲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풍요를 단일한 잣대로 재단하는 사회에 맞서 외롭고도 풍요로운 자기만의 '존재의 길'을 평생에 걸쳐 걸었다.
숲은 그에게 진보라는 숙명과 동시에 순환 내지 회귀라고 하는 또 하나의 숙명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쉼 없이 가르쳐 주는 곳이기도 했다. 야마오 산세이는 낮에는 농사일에 힘을 쏟았고, 가족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 뒤, 늦은 밤에야 서재에 들어 글을 써 내려 갔다. 한 발도 나아가지 않는 자연으로 더욱 깃드는 삶 속에서 발견한 깊은 진리가 간결한 말들 속에 차곡차곡 담겼다.
그는 모든 조용하고 충실한 것들의 신도로서 산을 바라보며 구름을 바라보며 물을 바라보며 도토리가 열리는 모밀잣밤나무를 바라보며 개여뀌의 붉은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었다. 산에 오르며 산에 잠기듯, 섬에 깃들어 섬의 삶 속으로 하루하루 잠겨 갔다. 그의 일생은, 그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거기"세상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조용한 기쁨을 발견하며, 생명과 생명의 말없는 기적을 끝도 없이 마주하는 삶이었다. 꽉 차 있으나 비어 있고, 비어 있으나 누추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걸작은 결국 삶이었다.
목차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에 부쳐 | 야마오 하루미
1부 성스러운 노인
동지
해 질 무렵 1
초승달
태풍
산에 살다 보면
어린아이 마음 할아버지 마음
저문 강변의 노래
말굽버섯
왜—아버지에게
베짱이
달밤 2—하야시 겐지로에게
자두나무꽃
산딸기
칠흑
빗속에서—돌아가신 하세가와 큰스님께
성스러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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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1970년대 중반, 야마오 산세이는 섬으로 들어가서 버려져 있던 집 한 채를 고치고 흙을 만진다. 일본인들이 졸업장과 ‘스펙’으로 놀라운 경제성장에 동원되고 있을 때 그는 숲으로 들어갔다. 이 시집에는 우리가 바깥으로 멀리 떠나오기 전, 저 숲 안쪽의 이야기가 있다. 저 안쪽의 소리가 있다.
우리를 대지의 품으로 불러들여 조곤조곤 달이 뜨는 밤을 보여 주고 골짜기의 물소리를 들려주는 시인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의 잡다한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고대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행복의 범위와 실체를 아주 작고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 찾으려고 했다. “괭이밥의 작은 황금색 꽃도 하나님으로 보인다”는 성찰은 야마오 산세이의 눈이 성스러운 것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생강나무꽃, 괭이싸리, 개여뀌, 누리장나무꽃, 산벚나무, 엉겅퀴, 짚신나물과 같은 별것 아닌 식물에서 시인은 영혼을 읽는다.
일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하루 하루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맡기고 덜어 내고 그대로 두니 넘치고 과한 것이 없다. 신비로운 일이다.
- 안도현 (시인)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2년 11월 4일 문학 새 책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2년 11월 30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야마오 산세이 (山尾 三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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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1960년대 후반, ‘부조쿠部族’라는 이름으로 자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1973년에는 가족과 함께 순례 여행을 떠나 인도와 네팔을 다녀왔다. 그 뒤로 부조쿠 공동체의 동료와 함께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유기농 채소 가게를 열었다. 또한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삶을 소개하는 대항문화 잡지 〈부드러운 혁명 시리즈〉의 편집을 맡아 일을 하고, 도쿄 시내의 작은 건물에서 ‘호빗토 빌딩 공동체’를 꾸렸다.
그리고 1977년에 식구들과 함께 규슈 남쪽 야쿠섬... 더보기
최근작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어제를 향해 걷다>,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 총 24종
(모두보기)최성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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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라는 아호를 쓰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다. 20대 후반에 자연농법을 만나 인류가 갇혀 있는 거대한 우물을 보는 경험을 황홀하고도 강렬하게 하며 인간 편에서 자연 편으로 건너온다. 30대 초반에 귀농, 그 뒤로 30년이 넘게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 규모의 논밭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글과 번역, 그리고 ‘자연농 교실’ 등으로 자연농법의 세계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 한편, 하루 한 통의 손글씨 엽서로 자연생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자연농법』 『자연농 교실』 『신비한 밭... 더보기
최근작 :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큰글자도서] 그래서 산에 산다>,
<살자편지> … 총 43종
(모두보기)출판사 소개
상추쌈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농사 연장>,
<조약돌 할아버지>,
<안녕, 모두의 바다>등 총 20종
대표분야 : 환경/생태문제 23위 (브랜드 지수 5,279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자연으로 더욱 깃드는 삶 속에서 발견한 깊은 진리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흙의 아나키스트, 야마오 산세이의 평생이 담긴 단 한 권의 시선집
이 시집에는 우리가 바깥으로 멀리 나오기 전, 저 숲 안쪽의 이야기가 있다. 저 안쪽의 소리가 있다. …… 맡기고 덜어 내고 그대로 두니 넘치고 과한 것이 없다. 신비로운 일이다.
- 안도현 시인, 추천사 가운데
자연 속에 놓인 자신이라는 작은 존재를 바라보며 깊은 기도와 같은 말들을 그는 길어 올렸다.
-〈아사히 신문〉 2018년 7월 29일자
시 혹은 노래는 절망을 견디는 희망 혹은 기도로서 옛날부터 계속해서 지어지고, 불려져 온 것이다. 나의 희망과 기도는 변함 없이 대지 그 자체에 있고, 대지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 야마오 산세이
야자잎 모자를 쓰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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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27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23.
노래책시렁 427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시골에서 살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는 서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서울만큼 시끄럽지는 않더라도 부릉부릉 매캐한 기운이 가득할 뿐 아니라, 밤에 별을 못 봅니다. 그러나 온나라를 통틀어서 ‘서울·큰고장·읍내·면소재지’가 아닌 곳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몇일까요? 이런 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하루를 누리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얼마쯤일까요?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돌아봅니다. ‘물러난다’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덜 어울립니다. 숲으로 물러날 수 있을까요? ‘간다’나 ‘들어선다’라 해야 알맞지 싶습니다. 숲에서는 스스로 살피고 헤아리고 짚고 생각합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스스로 지피고 일으킵니다. 바람은 노랫가락을 베풀고, 풀벌레와 새는 노랫소리를 펴고, 별과 해는 노랫자락을 내놓습니다. 이윽고 사람도 노랫말을 여미어 스며들어요. 그런데 일본글을 옮긴 꾸러미는 영 서울스럽습니다. 숲빛을 누린 하루를 옮긴 글일 텐데 숲말로 옮겨야 할 텐데요. 숲은 멋부리지 않습니다. 서울이라면 멋부리고 꾸며서 허울스럽겠지요. 숲사람은 아이 곁에서 어른스레 수수히 말하고 생각하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울 노릇입니다. 숲에서 오지 않은 말이라면 죽음재 같습니다.
ㅅㄴㄹ
산에 사니 때로 / 아름답거나 신비한 일과 만난다 (산에 살다 보면/22쪽)
왜 너는 / 도쿄를 버리고 이런 섬에 왔느냐고 / 섬사람들이 수도 없이 물었다 / 여기에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 무엇보다도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 대답했지만 / 그것은 정말 그랬다 (왜-아버지에게/30쪽)
#山尾三省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
흐려 있던 하늘에서 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흐린 하늘이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 하늘은 흐리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4쪽
수많은 수술을 매단
→ 수술을 잔뜩 매단
→ 수술을 숱하게 매단
4쪽
세계와 하나가 됐을 때 찾아오는 조용한 기쁨을 기록한 것입니다
→ 오롯이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마음을 적었습니다
→ 둘레와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빛을 옮겼습니다
5쪽
내달리는 걸 좋다고 여기는 현대에서 물러난다고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보입니다
→ 내달리려고 하는 오늘날 물러난다고 하면 씩씩해야 하는 듯싶습니다
→ 내달려야 한다는 요즈음 물러난다고 하면 의젓해야 하는 듯합니다
5쪽
비의 계절에
→ 비철에
→ 비달에
5쪽
태양 덕분에 사는 존재란 걸 알게 된다
→ 해가 있어서 사는 줄 알아챈다
→ 해가 떠서 살 수 있다고 깨닫는다
14쪽
세계는 잠잠해지고 대지는 깊어진다
→ 둘레는 가라앉고 땅은 깊어간다
→ 온누리는 고요하고 땅은 깊다
16쪽
지적인 것도 하나 없다
→ 하나도 깊넓지 않다
→ 하나도 안 밝다
→ 하나도 안 빛난다
18쪽
삼 주 동안 태풍 세 개가 이어 덮쳐 와
→ 세이레 동안 돌개바람 셋이 덮쳐서
→ 세이레째 회오리바람 셋이 잇달아
20쪽
말굽버섯을 다시 그 위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이곳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여기에 놓지 않으면
27쪽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그것은 정말 그랬다
→ 나이테가 일곱즈믄두온 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 멧골에 절로 나서 자란다고 얘기했지만 참말 그랬다
30쪽
베짱이가 파란 날개를 펼치고
→ 베짱이가 푸른 날개를 펼치고
32쪽
산딸기 줄기를
→ 멧딸기 줄기를
35쪽
옛사람이 정토라고 불렀던 것이 그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하늘이라 하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꿈터라 이르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37쪽
엷은 초록빛 현자의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 옅푸르고 어진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46쪽
올해의 첫 북서풍이 휘잉휘잉 불며 산을 거칠게 흔들고 있다
→ 올해 첫 높하늬바람이 휘잉휘잉 멧골을 흔든다
50쪽
나의 둘도 없는 아들이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을 떠나 버린 것이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오롯이 마음마실을 떠나버렸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그저 마음 깊이 떠나버렸다
61쪽
그것은 사실 참으로 축하할 일이었다
→ 참으로 기릴 일이다
→ 참으로 기쁜 일이다
→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61쪽
산밭에서 씨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한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챙긴다
61쪽
그루터기는 고사했지만 물이 있어 그루터기는 죽지 않는다
→ 그루터기는 말랐지만 물이 있어 죽지 않는다
82쪽
신입생들의 영혼을 당신들 교육의 희생으로 삼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친다면서 새내기 넋을 바치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칠 적에 새내기 얼을 내버리지 마라
9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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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4-10-23 공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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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4.9.8.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숲노래 오늘책오늘 읽기 2024.9.8.《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글/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노래를 쓴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서 오늘 낮에 광안바다에서 부산이웃님한테 어떤 말씨앗과 말꽃과 말숲을 풀어놓을 적에 함께 즐겁고 아름다워서 사랑으로 피어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강의·특강·수업’을 안 한다. 나는 늘 ‘이야기’를 한다. 나는 혼자 떠들 마음이 없다. 나는 여태까지 스스로 배우고 익힌 모든 살림을 말마디에 얹어서 들려... + 더보기
숲노래 2024-09-09 공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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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4.4.20. 부산 카프카의밤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이응모임 (2024.4.20.)
― 부산 〈카프카의 밤〉
얼결에 부산에서 배움모임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흐르는 말씨앗이었고, 이 말씨앗을 맞아들인 분하고 새록새록 생각을 지피자는 마음이 피어납니다. ‘이오덕 읽기 모임’을 어떻게 꾸릴 적에 즐겁고 뜻깊으면서 오래 펼 만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ㅇ으로 말머리를 열자 싶더군요. “새롭게 있고, 찬찬히 읽고, 참하게 잇고, 느긋이 익히고”라고 하는, ‘이’가 밑동인 ‘있다·읽다·잇다·익다’ 넷을 하나로 여미는 자리를 꾸미기로 합니다.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열넉걸음으로 나아가려는 이응모임 첫걸음을 떼면서 여러모로 말씀을 여쭙니다. 우리는 ‘이오덕을 배우는 자리’이기보다는 ‘이오덕을 읽으면서 나를 읽는 자리’요, ‘이오덕이 남긴 글과 읽은 글’을 살피면서 ‘나라면 나답게 어떤 눈빛으로 바라볼까’ 하고 돌아보려고 합니다. ‘이오덕 섬기기’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썰미’를 스스로 가꾸려는 작은걸음이기를 바라기에 열넉걸음으로 느슨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려는 뜻입니다.
빗질은 오늘 하루만 잘 하면 되지 않아요. 날마다 머리카락을 골라야지요. 몸씻기는 오늘만 하면 끝이 아니에요. 더워서 땀을 듬뿍 흘렸으면 하루에 두벌 석벌 넉벌 씻을 만합니다. 아름책은 한벌 슥 훑고 끝낼 까닭이 없어요. 열벌 스무벌 되읽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새겨읽으면서 스스로 빛납니다.
서로서로 빛나면서 빗질과 마음씻기로 마주하는 마음일 수 있다면, 늘 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돌보는 눈길이 만나서 새롭고 즐거우리라 봅니다. 문득 어느 분이 여쭙니다. “여기 책집에 ‘-의’가 들어갔잖아요?” 쓰고 싶다면 쓸 일이지만, 새길을 찾고 싶다면 귀띔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카프카밤〉처럼 붙여쓰기를 할 만합니다. 둘째, 〈카프카와 밤〉처럼 다른 토씨를 붙일 만합니다. 셋째, 〈카프카한테 밤〉처럼 더 다르게 토씨를 붙여서 우리 마음을 밝힐 만합니다.
영어로 가리키는 ‘스토킹·파파라치’는 “괴롭히면서 쳐다보다”를 뜻하기에, 서로 살리지 못 하고, 서로 고단합니다. 똑같은 ‘보다’라 하더라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사뭇 달라요. 우리는 ‘지켜보다’나 ‘살펴보다’나 ‘알아보다’를 할 수 있습니다. ‘둘레보다’나 ‘들여다보다’나 ‘찾아보다’를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서 마음을 틔울는지 짚으면 되어요.
누구나 마음 가득 스스로 살리는 말씨앗을 심는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오늘부터 한 사람씩 알아가면서 기쁘게 마음씨앗을 돌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열 수 있나 싶던 모임을 스무 해 만에 부산에서 엽니다. 고맙습니다.
ㅅㄴㄹ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2012.6.18.첫/2023.6.5.29벌)
《간병일기》(강희자, 카프카의밤, 2022.9.1.)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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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4-08-05 공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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