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0

Global Network - Outreach Coordinator Trip to New York Report -03/08

Global Network - Outreach Coordinator Trip to New York Report -03/08



Global Network Outreach Coordinator Trip to New York Report

10 March 2008

From: Mary Beth Sullivan


For the two weeks leading up to International Women’s Day (March 8), the United Nations held its annual meeting of the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in New York City.  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 WILPF) was one of many Non-GovernmentalOrganizations (NGOs) to participate in parallel meetings across the street from the U.N. 

Carol Urner, active in both WILPF and the Global Network, arranged to have both Frida Berrigan and me speak on a panel that looked at “Women, War and Budgeting for Peace.”  Kersin Greback from Sweden, co-president of WILPF International, moderated the panel.  We were joined by another Swedish WILPF member, Eva, who has been involved post-war reconstruction of the former Yugoslavia with a role of assuring a gender perspective is included in rebuilding activities.  Sam Cook and Ray Acheson, WILPF staff members, discussed their work on two ongoing projects:  Peace Women, and Reaching Critical Will.

My job was to discuss the United States’ dependence on a permanent war economy; the excesses and folly of space weaponization; the military mindset of control and domination; and the need for conversion away from war economies to peace economies.

At least 45 women (and a few men) from many nations attended the panel discussion.  The information was well received.  After the meeting, two women approached me with great interest in attending the Global Network’s annual space organizing conference next month in Omaha. 

While I was in New York, the U.S. Air Force had a full page advertisement into the New York Times.  It is a mock-up of a newspaper with headlines and stories that U.S. citizens should most fear: cyber attacks; threats from rogue leaders; shifting world powers; hurricanes displacing thousands; terrorist threats.  In the bottom right corner of the full page is the U.S. Air Force logo with it's new motto: "Above All."  When I showed this ad to the women gathered to hear our talk, we shuddered together remembering Nazi Germany's slogan:  "Germany Over All."

I must mention that I attended a moving presentation by two women from Colombia representing the Women's Network for the International Action Network on Small Arms (IANSA).  They shared a desperate picture of the situation for women and children in Colombia.  Given it's rich natural resources, Colombia's land is being devastated as multinational corporations extract for their own benefit. Meanwhile three trades dominate in this war-weary nation:  the arms trade; the drug trade; and the sex trade.  The US supplies weapons to the Colombian military; Israel supplies weapons to the rebels; and of course, the US supplies weapons to Israel.

It is a corrupt, stinking mess, and the suffering and despair in that country runs deep.

I was fortunate to be able to spend a few days with Carol Urner.  I am grateful to her for doing a great job of networking and introducing me to the wonderful women working in WILPF-International's New York Office.  I hope this is the next step in a long and deepening colaborative relationship with them and the good work they do.

The last evening we were in New York, the Global Network's great friend Sung-Hee Choi from South Korea invited us to join her and Haeng Woo Lee for dinner.  Mr. Lee is also Korean; he is 77 years old, and has lived in the United States for forty years.  He is a Quaker who has been active in the work of the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Mr. Lee is a founder of the 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Americans. He has a strong interest in the work of the Global Network, and proposed that the next GN Annual Conference be held in South Korea.  He has close ties with the Solidarity for Peace and Reunification of Korea (SPARK), and promised to work with them to help host next year's events.  I promised him we would discuss this at our annual meeting in Omaha.

Mary Beth Sullivan
Outreach Coordinator
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 Nuclear Power in Space
PO Box 652
Brunswick, Maine  04011
(207) 443-9502
www.space4peace.org

 




2016/12/08

기독교인인 우리는 왜 예비군을 거부하는가 - 뉴스앤조이

기독교인인 우리는 왜 예비군을 거부하는가 - 뉴스앤조이



 교인인 우리는 왜 예비군을 거부하는가
[인터뷰] 김형수·조성현 씨 "8년짜리 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승인 2016.12.08 17:22이 기사는 23번 공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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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남자라면 제대 혹은 공익 근무를 마친 후 8년차까지 예비군 소집에 응해야 한다. '예비군'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박 대통령은 '향토예비군'을 만들어 유사시 현역 군부대 동원에 응할 수 있도록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예비군이 "국방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 씨 독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필요 없는 것"이라며 예비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뒤로도 한국에서 예비군은 당연한 제도로 유지돼 왔다. 오히려 예비군법은 개정을 거칠 때마다 강화됐다.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마친 젊은 남성은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군사 문화에 노출된다. 예비군은 개인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는데 동원 지정자는 4년차까지 2박 3일 동안 받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법은 똑같이 적용된다. 국가가 불렀기 때문이다.

국가가 부른다고 무조건 가야 하는지, 예비군은 국방의 의무에 포함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법도 하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숙제처럼 떠안은 두 남자를 만났다. 김형수 씨(28)와 조성현 씨(29). 두 사람은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다. 자의로 예비군 소집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예비군 소집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그들의 입을 통해 들었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 김형수 씨(왼쪽)과 조성현 씨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벌금 아무리 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을 들으면 여호와의증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조성현 씨와 김형수 씨는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대학생 선교 단체 IVF(한국기독학생회)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이 예비군 소집에 응하지 않은 시점은 2014년경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성현 씨는 제대 후 2년은 예비군 소집에 응했지만 3년 차부터 거부했다. 형수 씨는 제대 뒤 첫 해부터 예비군을 거부했다.

예비군을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형수 씨 경우만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형수 씨는 2014년 소집 훈련에 응하지 않았다. 1년에 한 차례씩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2014훈련'이라고 부르자. 2014훈련에 응하지 않으면 그 훈련은 다른 날짜로 편성, 1차 보충이라는 이름으로 부과된다. 이마저 응하지 않으면 또 다른 날짜에 편성되고, 이게 2014훈련에 해당하는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 훈련에도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된다. 형수 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돼 벌금 30만 원을 부과받았다. 벌금을 받았으니 2014훈련은 없어질까? 천만에. 벌금형을 받았다고 해도 훈련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음 해 또 한 번 배정된다. 벌금까지 냈는데도 2014훈련은 없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무한 반복이 시작된다. 2015훈련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벌금을 낸 2014훈련은 아직 살아 있고, 2015훈련을 거부하면 전자와 같은 전철을 밟는다. 무한 반복되는 현실이 그나마 끝날 수 있는 시점은 제대 후 9년째 되는 해다. 예비군 소집 기간이 끝나야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형수 씨에게 5년이, 성현 씨에게 3년이 남았다.

형수 씨는 올해만 벌써 다섯 차례 경찰서에 다녀왔다. 경찰에 고발 조치가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서 조사에 응해야 했다. 딱히 심각한 내용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소집 통지서 받았느냐, 왜 안 갔느냐 등 형식적인 질문을 받았다. 예비군 소집, 불응에 대한 것은 법리를 가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약식기소된다. 처음에는 30만, 50만 원 벌금형으로 시작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수백만 원까지도 간다.


형수 씨는 올해만 다섯 차례 넘게 경찰서에 다녀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형수 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금은 소집 기간이 아니라 조금 한가하지만 내년 봄이 되면 또다시 소집에 응하라는 전화, 경찰 조사, 재판 등에 응해야 한다. 예비군 훈련 여섯 시간을 거부했을 뿐인데 돈·시간·에너지는 훨씬 많이 든다. 언제 또 벌금이 부과될지 모르고 몇 번을 더 경찰서에 불려 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형수 씨는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상이 거대한 감옥 같다. 8년짜리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은 사랑하면 안 되는 원수인가
성현 씨는 올해 자신이 가르치는 대안 학교 학생들과 베트남에 갈 일이 생겼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벌써 50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전쟁의 상흔은 참혹했다. 역사적으로 누가 전쟁에 책임이 있는지 묻는 게 아니다. 전쟁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혹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예비군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을 뜻한다. 성현 씨는 카투사로 복무했다. 용산 미군 기지에서 근무했는데 오히려 부대 안에서 더 전쟁의 위험성을 느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접는 것이 좋았다.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연평도 사건이 일어난 뒤 미군은 실제로 가족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군장을 쌌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미군이 진지하니까 진짜 전쟁 날 것 같았다.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포를 쏘고 사격도 해야 한다. 만약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거기서 '양심에 따라 총을 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군대 있을 때 내 몸은 철저히 통제받는 느낌이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해도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경험은 오히려 더 큰 고민으로 이어졌다. 병역을 거부한 친구를 보면서 더 이상 고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직면한 문제에 대답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성현 씨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꽂혀 여기까지 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현 씨는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이 오히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더라면, 군대나 전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현 씨에게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이 인생 말씀처럼 가슴에 깊게 박혔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서 '원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예비군 훈련 가서 듣는 안보 교육에서 북한은 주적이고 때려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보면 북한을 원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전쟁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이지 않나. 배우기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배우는데 정작 북한과는 싸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빨갱이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사랑의 방식은 절대 총을 들고 서로 대적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거다. 총을 쓰기 위해 연습하고 실전에 행하기 위해 훈련받는 것인데 신앙이 없다면 차라리 고민 없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나에게 영혼의 낙인 같은 것이라 떨치고 싶어도 떨칠 수가 없다."

"깨진 관계 회복 보여 주는 예수님 삶 따르겠다"

사람마다 신앙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 형수 씨에게는 전쟁 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다가왔다. 그는 전쟁이 하나님나라 가치와 충돌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역시 기독교인으로서 예수님을 롤모델로 설정하고 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삶이야말로 깨어진 모든 관계를 회복하는 열쇠라고 믿는다. 억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눈 먼 자를 눈 뜨게 하는 삶 말이다.

형수 씨에게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단어는 '평화'였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평화 즉 샬롬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 중 군대가 주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 사회에는 전쟁-반공주의-군대라는 연결 고리가 파생한 부작용이 많다. 전쟁이 체제를 보호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전쟁은 자본주의를 보호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형성한 거다. 한국전쟁은 지금 한국 사회를 형성했다. 하나님나라를 방해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전쟁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것이 나는 오히려 궁금하다. 여기에 문제 제기하고 질문하고 싶었다."

형수 씨는 상근예비역으로 예비군 관련 업무를 보며 군 복무를 마쳤다. 이때 예비군을 운영하는 목적과 예비군법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일용직은 일당을 포기하면서 예비군 복무를 마쳐야 하고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못해 영업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예비군은 정규직으로 사무 업무를 보는 남성에게 맞춰진 제도였다.


성현 씨와 형수 씨는 얼마 전 공개적으로 예비군 거부를 선언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문제점의 근원이 군대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말하고 싶었다. 물론 군부대에서도 전우애가 있고 사람 사이에 관계가 있고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반대 작용도 만만치 않다. 형수 씨는 여성 혐오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책임감을 최소화하고, 사람을 공격하는 기술을 연마하고 잘했을 때 쾌감을 느끼게 하는 군대 문화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 함께 이 길을 가자는 건 아니다
일상생활에 제약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념을 행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어떠한 확신에 차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에 임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신앙인으로서 자신들이 믿는 바를 다른 이들에게 설득하고 싶지만 이 길만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성현 씨가 불확실한 길을 가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독교인들도차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세상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독교인이니까 거꾸로 이런 의견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 '기독교인으로서 군대에 왜 갈까?'라는 질문을 해 보면 어떨까. 나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예비군 거부를 하는 것이다. 8년 끝날 때까지 거부할 수 있을지,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비군 훈련에 가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고민의 결과라기보다 과정에 있다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기독교인 여성들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한국 사회 뿌리 깊은 남성주의는 어디에서 오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약에는 전쟁이 많이 나오는데 하나님은 계속 전쟁을 하라고 하신 걸까 등등 무수한 질문이 파생될 수 있다. 정해진 답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같이 질문하고 같이 고민해 보면 좋지 않을까."

형수 씨도 성현 씨와 비슷한 생각이다. 자신이 선택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가 온전히 옳은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여호수아서에 전쟁 이야기가 많다. 그 많은 전쟁이 끝난 후에 '그 땅에 전쟁이 그쳤더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는 신학적으로 정밀하지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하나님의 큰 그림은 전쟁을 그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힘의 균형을 이뤄서 전쟁을 멈출 수도 있지만 전쟁을 하지 않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행동은 조금 다른 방향,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무엇이 딱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평화적 행동이나 실천, 비폭력 운동에 날이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목소리만 요구하는 것 같다. 조금 다르고 이질적인 목소리가 내는 균형과 긴장으로 사회 공동체가 굴러가면 좋겠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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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지지율 급상승… 이재명 성남시장이 뜨는 이유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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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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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 이재명(52) 성남시장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치고 차기주자 선호도 2위에 올랐다. 지난 11월 30일 리서치뷰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은 17.2%를 기록해 반 총장(15.2%)을 3위로 밀어냈다.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3.8%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말만 해도 3%대에 머물던 이 시장 지지율은 10월 마(魔)의 5%를 돌파하더니 11월에는 두 자릿수 진입에 성공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을 제치며 3위로 올라섰고, 드디어 반기문 총장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무서운 질주’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상승세다.

지난 11월 30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이 시장을 만났다. 직접 만난 이 시장은 최근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분노에 찬 대중연설가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평소 소신대로 거침없이 답을 이어갔지만 쾌활하고 유연했다. 숫자에도 밝았고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그 역시 “나를 이념의 잣대로 규정하지 말아 달라. 나는 좌파 정책도 우파 정책도 다 갖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무엇보다 달변이어서 TV토론에서 맞붙으면 상대방이 꽤 고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시장은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도 성공해 2기 시장직을 수행 중이다.

- 최근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종전에는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면서 답안지를 주면 대중은 골라야 했다. 정치가 주고, 대중은 종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은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 나는 대중 속에서 대중을 서포트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고 대중의 언어로 대중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것이 이번 기회에 평가받게 된 것이라고 본다.”

-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이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대통령을 향한 강성 발언 선점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다. 이번 게이트가 대한민국 정치판을 통째로 흔들면서 국민들이 더 빨리 나를 캐치하게 됐다고 본다. 이번에 나는 정치인 중 제일 먼저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동시에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초 정치권은 ‘튄다’ ‘오버한다’고 비난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나. 나는 정치인들과의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네트워크 속에서 대중의 의사를 빨리 읽는다.”

- 나쁘게 얘기하면 대중 추수주의, 포퓰리스트로 비친다. “대중이 자기 이익을 따라 움직일 때 정말 잘못 가고 있음에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때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판단은 틀리지 않는다. 대중 추수주의를 나쁘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치의 본질,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치와 대중이 괴리되어서 대중으로부터 불신과 실망을 사는 게 문제다.”

- 최근 이 시장 지지자들의 댓글을 보다가 ‘문재인도 좋지만 시대정신은 이재명’이라는 구절을 봤다. 지지자들의 이런 인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나는 지금 시대정신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있다고 본다. 저개발 단계에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해 성장할 때는 불평등을 피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를 들면 재벌 대기업들의 부당한 지배구조,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착취나 단가 후려치기 같은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소득 분배율도 과거 80%에서 지금은 62%까지 떨어졌다. 총량 성장은 할지 몰라도 노동자들이 받는 몫의 비율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불평등 때문에 국가가 활력을 잃었다.”

- 누구는 이 시장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누구는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부른다. “두 사람 다 나처럼 변방 출신으로 정치 기득권자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 대중과 호흡하는 사람들인데, 성공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결국 미국의 국가권력을 차지했다. 물론 두 사람의 지향은 다르다. 트럼프는 경제에서는 성공한 기득권자지만, 샌더스는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온 사람이다. 굳이 말하면 나는 ‘성공한 샌더스’가 되고 싶다.”

-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를 어떻게 봤나. “발표 후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니 ‘사기다’ ‘싸움시키려 한다’ ‘잘못을 인정 안 한다’ 등 반발이 대단했다. 나보다 훨씬 잘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는 대중의 집단지성이 어떤 정치 집단보다도, 똑똑한 개별 정치인보다도 낫다고 믿는다. 조건을 여야가 결정해 달라고 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언제까지 그만두겠다고 했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 담화는 반성이 없고, 합의 불가능한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제3의 국민 기만책이다. 그래서 괘씸죄, 국민 우롱죄가 추가될 것이다. 탄핵과 국정조사와 특검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 다행히 질서 있는 퇴진을 하게 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해야 한다고 보나. “누가 사람을 막 때리고 난 다음에 더 안 때릴 테니까 이제까지 때린 거 봐달라고 하면 되나. 그러면 다음에 또 때리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패악질을 많이 저지른 부당한 기득권층이 이런 방식으로 대충 넘어간 게 대한민국 역사다. 이제는 적폐를 청소하고 정리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정신과도 맞는다.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공화국을 완성하려면 그런 단계를 거쳐야 한다.”

- 과거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는데 지금은 왜 개헌에 부정적인가. “나는 평소 4년 중임제 대통령제와 지방분권을 강화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적폐를 청소하자고 불을 끄는 중인데 불을 끄다 말고 곳간을 누가 차지할 것이냐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또 한 번 배신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 몸통이 새누리당인데 자기들은 관계없는 것처럼 세탁을 한 다음 다시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작전의 깃발이 개헌이라고 본다. 대선에 나설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내용과 일정을 제시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좋다고 본다.”

- 이 시장이 현행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임기를 줄여가면서 개헌을 할 용의가 있나. “물론이다.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당내 기반이 거의 없는 이 시장이 문재인 전 대표와 경선에서 맞붙어 승산이 있겠나. “우리 당은 당직은 당원이, 공직후보는 국민이 결정하자는 국민경선 관행이 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현장에 와서 투표하느냐로 후보가 결정될 텐데 그럴 경우 자신이 있다.”

이 시장은 “현재 SNS상 팔로어 숫자가 80만~90만명 정도로 정치인 중에서 세 번째 규모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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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경기 성남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성남시민대회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재명 시장.photo 뉴시스


- 다른 야권 주자들과 비교해 정책적으로 차별화된 면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대중을 기만하거나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우아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이 이 시대 화두는 불평등 해소이기 때문에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거기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경제 담론에서도 성장은 이제 함께 잘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기회의 균등, 경쟁의 공정성, 합당한 배분, 이 3가지가 잘 이루어지면 성장도 잘될 것이라 본다.”

- 기성 정치인들이 쓰는 언어를 기만의 언어로 규정했는데. “나는 적극 검토, 긍정 검토, 장기적 검토, 함께 갑시다, 뭐 이런 말들 진짜 싫어한다. 대중은 그런 말을 들으면 ‘가능하다’고 받아들이지만 결국 안 된다는 뜻 아닌가. 일종의 정치적 기만 행위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안 되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품격을 따지는 기성 정치인들이 들으면 생경한 언어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금 삐끗하면 내가 막말을 했다고 비판한다. 주인인 대중이 막말이라고 하면 받아들이겠지만, 머슴인 정치인들이 주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 나보고는 막말한다고 하면 웃긴다.”

- 과거 인터뷰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라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규정한 걸 봤다. 이 시장이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점은 뭔가. “과학적으로 현재의 바람직한 가치를 지키려는 게 보수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게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많이 비정상이다. 사회악을 척결하고 불공정한 시스템을 고쳐서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당시 합의했던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걸 진보라고 할 수 있나. 그건 교과서적으로 보수가 맞다. 나는 기회가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지, 결과를 똑같이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당한 기득권자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변장을 하고 있는데 나는 진짜 보수하고 그런 사회악을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진짜 보수라면 나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패 구악들이 보면 내가 진보로 보일 테지만.”

-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시장을 문재인 전 대표보다 더 과격한 좌파로 부르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것 아닌가. 죽 줄을 세워놓으면 우리 사회 오른쪽에 있는 게 부패 구악들이다. 그걸 다 제거하고 나면 사실은 나 정도가 중도우파가 된다. 유럽을 한번 봐라. 핀란드는 1인당 100만원 주는 것을 확정했고, 스웨덴은 청년 1인당 300만원을 받는 것에 대해 국민투표를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좌파가 아닌 우파다. 비정상인 상태에서 정상을 바라보니까 비정상으로 보일 뿐이다. 나 같은 사람들을 중도우파로 분류하는 사회가 된다면 비로소 정상적인 사회다.”

- 유권자에게 걷은 세금을 아껴서 돌려주는 게 선출직 공직자의 의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성남시에서 실시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펼 작정인가. “나는 무상복지도 보수의 가치라고 본다. 우리 헌법 34조 2항을 보면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등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아껴 쓰고, 나머지 돈으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게 국가의 의무다. 이것은 많을수록 좋다. 이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 안 된다. 성남시의 경우 증세를 한 것도 빚을 낸 것도 아닌데 엄청난 부채를 다 갚아가면서 복지를 늘려왔다. 쓸데없이 땅 파고, 건물 짓고, 부정부패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성남시는 잘 알려진 청년배당, 무상교복 말고도 노인 복지, 국가유공자 복지, 보육 복지 등 여러 복지 정책들을 시행 중인데 이걸 다 합해봤자 시민 한 사람에게 10만원 정도 더 쓴 셈이다. 성남시 전체로는 900억원 정도 된다. 만약 이 수치를 나라 전체에 대입하면 5조원 정도 더 쓰자는 말인데, 이건 국가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정성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다.”

이 시장과 성남시는 2010년 이 시장 취임 당시 공식 비공식 부채가 7285억원에 이른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언한 후 3년6개월간 살림을 아껴 현금으로 4572억원의 부채를 청산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전임자에 비해 토목공사 등에서 매년 예산 7%를 아껴 빚을 갚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당초 주장한 7200여억원의 부채 중 5400억원이 아직 정산되지 않은 판교특별회계 예산이어서 빚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반박도 있다.

- 성남시의 복지 예산 비율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높은가. “전체 예산 1조6000억원 중 7~8% 정도 쓰는데,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시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설계해서 집행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 간섭을 따르다 보니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 정책을 펴지 못한다. 우리는 죽어라 아껴서 정부 보조금도, 통제도 받지 않고 우리 색깔의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비교하면 우리가 방만하게 쓰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최대 30%까지 살림을 아낀다. 정부는 관급 공사비도 지금보다 7~8% 높게 책정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거부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하다 보니 만족도가 높고 내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걸 못 하는 다른 지자체들이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한다.”

그는 “작년 조사에서 시정만족도가 79.9%로 나왔는데 이른바 강남벨트라는 분당만 떼어 보면 87%로 더 높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보수층들도 2기부터는 나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재선 때도 분당에서 8% 넘게 새누리당 후보를 이겼다. 나는 중도층 확장에도 자신이 있다. 중도는 마음에 드는 데가 없어 표를 던지지 않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흔히 보수는 유능하지만 부패하고 진보는 무능하지만 깨끗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 진보로 비치는 나 같은 사람이 시정을 통해 유능하고 깨끗하다는 걸 보여주면 표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과거 서울시 무상급식 논란에서 보듯 결국 무상복지가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 “성남시는 4년째 재정건전성 1위다. 행자부가 우리를 맨날 괴롭혀도 객관적 수치가 그렇게 나온다.”

- 대북 정책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승계하자는 입장인데 당시와 비교해 북한 핵이 현실적 위협이 됐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그걸 제거하는 방법을 굳이 두 개로 나눈다면 제재와 압박, 교류와 협력일 텐데 어떤 게 절대적으로 좋은 정책이고 나쁜 정책일 수 없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구사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국가 안보에는 감정이나 정파 이익이 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 이익이란 측면에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고 보나.

 “북한과의 교류를 다 끊고 제재 압박을 한 결과 과거 몇 년에 한 번 하던 핵실험을 1년에 두 번 하게 되지 않았나.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핵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도록 동결시키는 정책을 취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재 압박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저쪽이 득을 덜 보고 우리가 더 득을 보는 쪽으로 상호 윈윈하면 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는 협상이 안 된다.”

- 햇볕정책을 절대시하는 ‘햇볕 지상주의자’로는 보이질 않는다. 

“나는 철저하게 야전에서 살아왔다. 어느 편 이런 것 없다. 무슨 주의자로 나를 규정하려 하지 말아 달라. 나는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우파, 좌파 정책 다 갖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다. 사실 나보고 햇볕정책 계승자라고 부르는 것도 100% 옳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핵 개발이 거의 성숙단계에 왔는데 새로운 강온전략을 유연하게 써야 한다.”

- ‘송민순 회고록’에서 밝힌 유엔 대북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란을 어떻게 보나.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 다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일단 문 전 대표를 종북으로 유치하게 몰아 공격하는 건 구태다. 하지만 방어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 사실 그때는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총리가 서울에서 회담을 하는 등 남북 교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아닌가. 나 같으면 그런 시대인데 상대방한테 말도 안 하고 찬성해서 뒤통수를 쳐야 했느냐고 당당하게 반박했을 것 같다. 그런데 기억 안 난다, 국가 기밀 사항이다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자꾸 의심하는 것 아니냐. 종북몰이 측에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 종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없나. “나는 종북몰이를 허깨비라고 본다. 허깨비를 무서워하면 더 큰 허깨비가 나온다. 그냥 딱 뒤돌아보고 ‘너 뭐냐’ 웃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항상 당당하게 얘기하고 정면 돌파한다. 난 북한을 싫어하는 민주주의자라고.”

- 다른 주자들처럼 이렇다 할 싱크탱크가 없는데 이유가 있나.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소규모로 분산돼 있다. 하지만 그걸 다 모아 기자회견할 만큼 대규모는 아니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도 기만행위라고 본다. 사실 우리 사회에 정책이 없어서 못 했나. 정책은 차고 넘친다. 미세한 조정을 하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집행할 용기와 결단이 문제다.”

- 소규모로 분산돼 있더라도 도와주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있지 않나. “한 20여명 된다. 교류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금 하는 이야기도 즉흥적인 내 얘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다진 것들이다. 결국 내실이 문제이고, 싱크(think)가 아니라 액트(act)가 문제이다. ‘액트탱크’가 필요한 것이다.”


이재명 시장이 인터뷰 도중 집무실을 찾은 초등학생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문답을 하고 있다.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있었나. “날짜도 기억하는데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였다. 당시 수배를 피해 숨어 있던 교회 지하방에서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선거에 15% 득표만 하면 선거비용을 돌려준다고 관련법이 바뀌어서 해볼 용기를 냈다.”

- 그때 왜 숨어다녔나. “성남시에서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을 할 때인데 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세게 했다. 당시 인구 55만명인 본시가지 쪽에 있던 대형병원 두 군데가 장사가 안 된다면서 문을 닫았다.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자가 난다고 새 병원은 안 들어오고. 그래서 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벌여 10만명 서명을 받아 법안까지 시의회에 냈다. 그런데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47초 만에 날치기 부결처리했다. 의사당 들어가 의원들 멱살 잡고 명패 걷어차고 점거하고 울고 그랬다. 그러다 공무집행방해로 수배돼 구속될 처지에 몰렸었다. 교회 지하방에서 6개월간 숨어지내다가 시민운동만으로는 새로운 걸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깨달았다. 그때 다행히 구속은 안 되고 500만원 벌금형만 선고받았다.”

이 시장은 “당시 나를 정치로 내몰았던 시립의료원은 내년에 드디어 완공이 된다”며 “그걸 짓자는 법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된 날, 그것 때문에 수배돼 지하방에서 정치하기로 결심한 날, 그리고 2013년 내가 시장이 돼 그걸 착공한 날 다 울었다. 세 번씩 울린 의미 있는 존재가 시립의료원”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부터 성남시에서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옥살이도 했고 협박도 여러 차례 당했다.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2년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분당 정자동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을 파헤치다가 공무원 사칭방조죄로 구속당하기도 했다. 당시 사무실에 찾아온 KBS PD가 검사를 사칭하면서 당시 김병량 시장과 통화한 것이 빌미가 됐다. 이 시장은 “당시 통화 내용이 ‘추적 60분’에 보도되면서 이재명이 PD에게 검사 이름과 질문사항을 알려주고 검사 사칭 전화를 도왔다는 혐의를 뒤집어썼다”고 했다. 이 시장은 “내가 그 일 때문에 평생 처음 구속됐고 그동안 선거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은 4번 선고받았다”며 “다른 건 몰라도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명백한 내 잘못”이라고 했다.

파크뷰 사건 당시 그는 가족들의 신변도 위협받았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킨 쪽에서 처음에는 지역신문을 차릴 20억원을 주겠다며 의혹 파헤치는 걸 그만두라고 회유했다. 그걸 거부하니까 ‘부모를 버린 패륜아’ ‘재판만 하면 지는 사람’ 등 나를 음해하는 ‘지라시’를 20만장이나 찍어 성남시에 쫙 뿌렸다. 그래도 안 되니까 이번에는 밤마다 집에 전화해 초등학생이던 우리 아이들 학교를 안다며 협박을 해왔다. 그때 아이들 지키려고 총기면허소지증을 발급받아 6연발 가스총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를 계속 지원해준 시민들을 믿기 시작했고 용기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면서 “2010년 시장 선거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경선 당시 지역 호남향우회 등 대부분의 민주당 조직이 나를 반대했지만 시민의 힘으로 뚫고 나갔다”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이 시장은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입지전적 인생 스토리를 써왔다. 그의 고향은 경북 안동 봉화 영양군의 꼭짓점 경계인 청량산 아래 안동군 도촌리 지통마을이다. 지금도 버스가 하루 한 대만 다니는 두메산골이다. 그는 이곳의 삼계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과 함께 성남으로 이사왔다. 화전을 일구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자 도시로 이주한 것이다. 7남매 중 다섯째인 그는 가족이 성남시 상대원 공단의 달동네에 자리 잡은 후부터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생계 전선에 내몰렸다. 또래들이 중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을 때 작업복을 입고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 젊었을 때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들었다. 언제가 가장 힘든 때였나. “목걸이 공장에서 납땜을 하다 야구 글러브 공장으로 옮겼는데 프레스에 왼팔이 끼었다. 산재로 인해 장애가 생겼는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때 중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했지만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두 번 자살을 시도했다. 한 번은 연탄불이 문제가 생겨 실패했고 두 번째는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자형한테 발각이 됐다.”

이 시장은 이 말을 하면서 왼팔을 보여줬다. 팔꿈치 약간 아랫부분이 양복 위로 불룩하게 솟았고 팔이 확연히 뒤틀려 있었다. 그는 “성장판 손상이 와서 팔이 점점 뒤틀려 버렸다. 지금도 팔을 잘 못 굽히고 힘을 못 쓴다. 비가 오면 저리다”고 했다.

- 어떻게 대학은 가게 됐나.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학 본고사를 없애고 학력고사를 도입했다. 또 대학들이 성적우수자에게 학비 면제뿐 아니라 돈도 준다고 했다. 그래서 1년 정도 독학으로 학력고사 준비를 했다. 그때가 병목 통과였는지 제일 어려운 공부였다. 공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졸음을 막기 위해 책상에 압정을 놓고 공부를 했는데도 압정 위에서 잠들곤 했다. 결국 꽤 괜찮은 성적을 받았는데 장학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82학번이다.”

- 386이긴 한데 운동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시위에 나가 돌은 던졌지만 행동대장 정도였지 언더서클 활동은 안 했다. 같이 하자고 1년 동안 설득한 친구가 있었는데 깊이 안 들어갔다. 가는 길이 제적, 구속, 위장취업 등으로 빤히 보이는데 그렇게 소진되기가 아까웠다. 어느 정도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후 좀 더 크게 기여하자고 생각했다. 대신 나중에 같이 하자고 친구들한테 말했다. 나를 설득했던 그 친구는 내가 변호사 사무실을 열 때부터 합류해 지금도 같이 일한다.”

그는 2학년 때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해 3학년 때 1차 합격했지만 4학년 때 최종 떨어지고 졸업하던 해 1·2차 동시에 합격했다. 그는 대학 시절 학교에서 매달 받는 20만원은 집에 생활비로 부치고 교련복 한 벌, 고무신 한 켤레, 코트 하나로 1년을 버텼다면서 “내성적 성격을 고치고 얼굴을 두껍게 하려고 그러고 다녔다”며 웃었다.

- 왜 판검사가 안 되고 변호사가 됐나. “사법시험 합격하고 보니 나만 탈출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 형제 자매들, 성남의 이웃들은 내가 겪었던 그 부당한 곳에 그대로 있는데. 공장 다닐 때만 해도 광주항쟁을 폭도라고 욕했는데 대학 다니면서 뒤늦게 그게 민주화운동인 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내 자신을 욕하게 됐고 빚진 감정이 생겨 공익적 삶을 살기로 맘을 먹었다.”

그는 “사법연수원과 사시 성적을 합하면 동기 300명 중 110등 정도로 충분히 판검사를 지원할 수 있었다. 연수원 시절 안동지청에서 시보를 하는데 이동근 당시 지청장도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검사직을 권유했었다. 하지만 1986년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임관받고 싶지 않았고 내 삶의 방향은 정해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 변호사는 성남에서만 했나. “인권변호사를 성남에서 죽 했는데 돈벌이도 못했다. 생맥주집 외상값 20만원이 없어 도망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술집 주인들이 지금도 가끔 연락한다.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도 모임을 만들어 계속 만나고 있다.”

- 반대자들과 멱살잡이랑 소송전도 벌이는 등 별명이 ‘싸움닭’이다. 또 인터넷에 이른바 ‘형수 쌍욕’이라며 형, 형수와 싸우는 통화 녹음 파일도 돌아다닌다. 그걸 들어 보면 이 시장이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내가 7남매인데 다들 소시민으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유독 세 번째 형이 나랑 갈등을 빚고 있다. 그 형도 나처럼 뒤늦게 공부해 공인회계사까지 된 분인데 욕심이 지나쳐서인지 시장이 된 후 나를 이용해 이권개입이나 청탁을 하려 했다. 내가 그건 절대로 용인하지 못해서 공무원들에게 형 전화도 받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법원이 어머니 집 100m 안에는 접근하지 말라는 금지명령까지 내렸겠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통화 녹음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전화로 싸우던 내용 중 일부다. 아마 형수가 녹음한 것 같다. 형도 문제지만, 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도 문제다. 형은 박사모, 일베 활동을 하고 지금도 나를 종북이라며 비판하고 다닌다.”

그는 ‘싸움닭’이라는 이미지와 관련해서는 “정치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악들이 분명 있다고 본다. 사익을 목표로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은 타협이 아니라 제거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정치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시민운동을 하고, 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시장이 된 것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대권 도전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바꿀 수 있는, 더 나은 수단이라는 판단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재명을 보는 성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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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더 관심” vs “일은 잘한다”
김태형 기자 h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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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경기도 성남시청 입구에 마련된 벤치에 시민들이 앉아 쉬고 있다.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29일 찾아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의 한구석에는 각종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빨간 글씨로 ‘성남시는 모란전통가축시장 말살행정 당장 중단하라!’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자!’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모란장의 장소 이전 문제를 두고 시장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모란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예전과 달리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모란장에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를 다른 곳으로 내쫓을까봐 상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이재명 시장은 모란시장 상인들과 직접 대면해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종호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말이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당장 모란장 이전 문제를 두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섭섭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장 이전 문제는 아직 결론이 안 난 것뿐이기 때문에 결국 잘 해결되리라고 본다.”

시장 상인 이월순씨는 “시장 이전 문제는 이재명 시장이 당선도 되기 전인 10년 전부터 나온 얘기라 이 문제로 이재명 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성남시의 부채도 해결하고 재정자립도를 높인 이재명 시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시장에 대한 상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 상인은 “시국이 불안정한 만큼 촛불시위 등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시장의 행보는 국민으로서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상인은 손사래를 치며 “성남시의 행정보다 정치적인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시민으로서 섭섭한 점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을 향한 시장 상인들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10명 가운데 7명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오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이 지역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당선되기 전에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었다. 20년 넘게 분당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 이씨의 말이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이 성남시의 부채를 높이고 행정을 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게 바로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정치적으로 간을 보지 않고 옳고 그른 일에 대한 판단력이 정확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시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내 친구들이 성남시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좋은 평가를 할 정도다.” 사실 이씨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뽑지 않았다. 그는 2014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지금까지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씨가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바로 이재명 시장의 행정력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2010년 당시, 성남시는 전 시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 상황이었다. 판교 특별회계 부당 전입금 5400억원과 청사 미지급금 1152억원으로 성남시 부채가 6552억원에 달했다. 이재명 시장은 결국 재정 정상화를 위해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3년6개월간 현금으로 총 4120억원을 갚았다. 그 기간 동안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 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불필요한 행사도 중단했다.

또 다른 아파트 주민은 “아들이 내년이면 성남시가 주는 청년배당금을 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며 “이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복지의 개념으로 보면 분명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하는 만24세 청년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다른 아파트의 경로당 노인들의 얘기도 들어 봤다. L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구일완씨의 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은 이재명 시장이 속한 정당은 아니다. 다만 인물로서 이재명 시장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성남시의 부채를 정리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70대 이상 노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다른 한 노인은 “이재명 시장이 잘하는 바는 분명 있지만 대권주자로는 아직 힘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구일완씨는 “‘노인들은 보수적이다’라는 말이 공식처럼 사용되고 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은 투표를 할 때 우리 아들, 더 나아가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에 도움이 될 후보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 노인들도 합리적인 투표를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을 학연·지연·정당에 얽힌 이해관계가 아닌 인물로서 온전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분당구 판교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홍윤기씨는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했던 어머니조차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매번 선거 때마다 다른 정치적 의견을 내놓는 가족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한결같이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회사원은 “출퇴근길에 유튜브로 이재명 시장의 연설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다”면서 “요즘같이 답답하고 혼란한 상황에서 이재명 시장의 발언을 들으면 속이 후련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성남 시민들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성남 시민들은 “이재명 시장 때문에 성남시가 유명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 후보가 된다면 뽑겠다는 시민들도 절반이 넘었다. 기자가 만난 성남 시민들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평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성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재명 신드롬이 일어난 이유가 있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벗어나 국민 모두가 부정부패 척결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이재명 시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정장열 부장대우 jrchung@chosun.com

2016/12/07

<야생초 편지> "황대권"이 전한 '생태 공동체' - Daum 카페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 | <야생초 편지> "황대권"이 전한 '생태 공동체' - Daum 카페

"황대권" 선생님 강연 오마이뉴스 기사
<야생초 편지> "황대권"이 전한 '생태 공동체'
"대전충남녹색연합" 주관 강좌..."미국의 패권은 비극"

▲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
ⓒ2004 박병춘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유학 생활 중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완전히 발가벗긴 채 물고문과 몽둥이 구타를 당했습니다. 이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형되어 13년 2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하면서 야생초를 키우며 자신을 다스렸던 사람입니다. 감옥을 나와 이제는 '생태 공동체'를 지향하며 또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는 그가 지난 5월 11일 저녁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주관하는 강연을 하기 위해 대전에 왔습니다.

지독한 선민의식, 정복자 의식을 가진 미국의 패권은 비극이다

황씨는 자신이 "간첩의 "간"자도 모른 채 고문을 당한 것은 동족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라크의 경우는 미국이라는 타종족에 의해 당하는 유린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고 말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반체제 운동을 하고 약간은 정치 지향적이었다는 황씨는 젊은 시절 미군 부대 카투사에 근무했습니다.

그가 카투사 이등병 시절, 미군과 함께 택시에 동승했다가 미터기 요금이냐 대절 요금이냐를 놓고 미군과 택시기사가 실랑이를 했는데, 억지를 펴는 미군을 보며 택시 기사에게 요금을 줄 것을 말했다가 무장 해제를 당하고 헌병대 영창으로 끌려갔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1970년대 중반 그의 군생활은 미군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바른 소리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벌로 지독하게 추운 겨울날 연병장에 참호를 두 개 파고 다시 묻으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미군 병사들이 자신을 조롱하는 가운데 단단하게 얼어버린 땅이 곡괭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를 악다물고 울면서 꽁꽁 언 땅을 팠습니다.

자기 나라 땅에서 자기 나라 택시 기사를 위해 한 행위가 명령불복종 죄가 되어 벌을 받아야 하는 울분을 삭이며 참호를 팠고, 무덤 두 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원상복구를 했습니다. 그는 수첩을 꺼내 "양키고홈"이라는 문구를 쓰고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200년 역사에 전쟁 150회, 베트남전을 빼고 패배을 맛보지 않은 종족, 그토록 지독한 선민의식과 정복자 의식을 가진 종족이 지구상에 패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인류의 비극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라크 전 포로 학대는 그들의 그러한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면이라고 안타까와합니다. 더구나 우리가 그들의 문명을 뒤쫓고, 패권주의를 뒤쫓고, 선민의식을 닮아가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한국 문화는 구원 받은 문화

그가 출옥하여 1년 남짓은 산속에서 농사를 지었고, 2년 정도는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머물렀습니다. 공원이나 박물관으로 유명한 영국에 머물면서 수많은 박물관을 견학했는데, 세계 각국의 유물을 보며 우리 한국 문화는 구원을 받은 문화임을 느꼈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의 현란한 문화 유물들이 전시된 대영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그것은 그들 나름의 제국적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파르테논 신전 유물을 비롯하여 이집트 문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각국 유물을 보며 정복자나 착취자의 자기 전시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전세계의 소소한 유물을 다량으로 전시하고 있는 한 박물관에 갔을 때, 다양한 다른 나라 유물에 비해 우리 한국관은 한 기업에서 협찬한 정도의 소규모 유물이 전시된 것을 보며 그는 희망과 구원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우리 문화 유산은 드러나지 않은 듯 드러나 있으며, 멋이 없으면서도 멋이 있는 것이어서 지배자나 정복자의 문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세계 문명은 지배와 정복, 착취가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문명의 양태가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자가 치유"는 21C 문명의 키워드

그는 박정희 정권때부터 대한민국의 유니폼을 다 입어 보았습니다. 교복, 교련복, 군복, 예비군복, 민방위복, 죄수복 등 군사주의와 전체주의, 싹쓸이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농학도로 출발했으나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학에 심취했습니다. 그는 미국 유학 중 어느 날 갑자기 간첩이 되어 온갖 고문으로 골병이 들었고 수감 생활 6년만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죽지 않고 사는 법은 없을까? 그는 망가진 몸을 추스리기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가 치유"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이 자가 치유를 통해 병든 몸을 고쳤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야생초를 기르며 자가 치유를 하였습니다. 수많은 야생초꽃에 벌과 나비가 어우러져 새끼를 치고 번식하는 과정을 보며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야생초로 물김치를 해먹고, 차를 달여 마셨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야생초를 그리면서 스스로 야생초가 되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무아의 경지를 느꼈습니다. 파리와 모기 등 작은 생명체의 세계관을 인식하면서 생태학 교과서 한 권 읽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태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생태주의란 우주의 축소판인 자기 자신의 몸부터 다스리는 일입니다. 이 우주 안에서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과정에 야생초는 존재했습니다. 그는 그러한 자가 치유를 통하여 단 1년만에 그 많던 병치레를 극복하였습니다. 그리고 1991년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알의 약도 몸에 넣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맑게 하고 몸으로 견디다 보면 자연 치유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자연 치유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문명은 갈수록 자연 치유력을 떨어뜨립니다. 현대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병 주고 약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 전체가 문명에 의해 깨지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 속에 끊임없는 재생산을 반복하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입니다. 지구 자원의 한계 속에 지구 멸망은 시간 문제인 것입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생태 공동체"는 문명의 대안이다

그는 인류 문명의 발전은 생태주의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생태주의는 인간의 기본 이념이며 인간이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한 생태주의는 기본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생태주의적 사고 방식을 토대로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희생과 파괴를 강요한 것이 국가주의입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 결국 힘센 사람이 독식하게 되는 것이 개인주의입니다. 그는 국가주의와 개인주의의 중간 단계를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마을(Village)"을 사회 발전의 기본 단위로 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공생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도시 안에서도 아파트 공동체, 생태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 공동체를 건설함에 있어 걸림돌이 있다면 토지 구입의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진정으로 땅이 필요한 사람들이 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미 투기꾼들의 발길이 닿아 있고, 토박이 마을 사람들의 배타적인 감정도 문제라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생태 공동체는 이상향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꿈꾸는 생태 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을 아직 볼 수는 없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야생초 편지를 쓰며 터득한 생태주의가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깨끗이 몸을 다스려 오줌을 받아먹었다는 요로법으로 유명한 그가 감옥에서 나온 후 잠시 오줌 먹는 일을 멈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도시 생활 속에서 더러워진 몸을 추스려 요로법을 이어가고, 하루라도 빨리 그가 꿈꾸는 생태 공동체를 건설했으면 합니다.

차디찬 감옥 안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 한 송이, 고문 후유증과 감옥 스트레스, 내면의 화로 인해 망가진 몸을 고쳐준 야생초는 그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생명 안에 깃들어 있는 신성을…. 이제는 감옥을 벗어나 생명 공동체 운동가로 살아가는 그의 녹색꿈을 엿봅니다.

* 생태공동체센터 홈페이지 www. commune.or.kr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 | 한국 생태공동체의 오늘과 내일 /새마갈노 펌 - Daum 카페

한국 생태공동체의 오늘과 내일 /새마갈노 펌 - Daum 카페

한국 생태공동체의 오늘과 내일 /새마갈노 펌|세계생태공동체순례
권술룡|조회 11|추천 0|2010.01.25. 08:38http://cafe.daum.net/kwonsay/JRO0/411

한국 생태공동체의 오늘과 내일
‘오래된 미래마을’,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
2010년 01월 18일 (월) 12:37:26 정기석 tourmali@yahoo.co.kr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은 1990년대 부터 본격화됐다. 사회의 민주화, 경제의 선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대안을 찾으려는 요구가 분출했다.
다만 오늘날 대표적인 생태공동체의 사례들은 그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경우가 많다.

▲ 사찰과 지역사회, 자연과 인간,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 ‘남원 실상사 들녘 지역공동체’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경향실현지,
경남 함양 두레마을,
전북 변산 변산공동체,
경북 울진 한농복구회 등의 정주형 생태공동체들과,
홍성 문당리,
남원 실상사 들녘공동체,
장성 한마음공동체
등의 지역공동체들이 대표적 사례다.

사실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은 미국이나 유럽 등 이른바 선진국에 비해 30년 이상 뒤져 있다. 역사적으로 유럽에서는 신사회운동의 기폭점이라 할 68혁명 이후 공동체운동이 유행했다. 한국이 국가주도의 경제일변도 개발정책을 통한 조국 근대화에 여념이 없던 시기다. 먹고 사는 게 최고의 목표이자 최선의 가치기준이었다. ‘생태’니 ‘공동체’니 하는 철학이나 비전이 생활전선에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국가 내부적으로 이제 한국도 자본주의 경제가 발달해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전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로 지구생태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더 이상 '생태공동체'라는 화두와 숙제가 서구 선진국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과 인간적 각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 친환경농업, 적정기술, 대안학교가 어우러져 영성의 원형을 찾는 ‘산청 민들레공동체’

한국적 생태공동체 한국의 생태공동체(Ecological Community)는 저마다 정치, 영성, 교육, 치유, 과학 등과 같은 특정 목적을 중심에 놓는다.
그리고 그 가치체계를 지향한다. 생태공동체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자아실현은 물론 사회에 특별한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헌신적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태공동체를 하려면 애초에 정체성 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 목표와 존립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한 자기확신과 미래비전을 설정해두어야 한다.

한국적 생태공동체의 전형이자 생태공동체운동의 기본단위인‘마을공동체(Eco-Village)’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본디‘마을’이라고 하면 이미 ‘생태’니 ‘공동체’의 의미까지 내포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생태’니 ‘공동체’니 하는 수식이 굳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하지만‘현대 대한민국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고 포위된 마을’은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일개 관료적 행정 단위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러 마을을 동일한 생활권, 경제권 또는 생태적이고 인문지리적인 동질성으로 한데 묶은 면, 읍, 시․군 단위의 지역공동체도 공동체로서의 진정성이나 지향점이 약화된지 오래다.

결국“공동체란 공동의 관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마음상태’로서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와 지향에 따라 특정한 장소나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국내 생태공동체운동가들의 정의는 적절해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상적인 한국적 생태공동체의 원형은 마을공동체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말은 반드시 전통적인 농경시대의 마을로 복귀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역성, 구성원끼리의 인간적 유대감이 살아있는 마을공동체의 특성을 현대적 조건에서 생태공동체의 전범으로 새롭게 구현해내자 주장이다. 이처럼 마을공동체가 한국적 생태공동체의 전범으로 계획되고 건설되려면 지켜져야할 몇가지 근본적인 원칙이 있다.

▲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야생초편지 작가 황대권씨가 추진하는 ‘영광 생명평화마을’ 

첫째, 사회구성원은 신분, 인종, 성, 지식, 자본, 기술에 상관없이 평등하다.
둘째,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자율을 지향한다.
셋째, 사회의 규모를 가급적 작은 단위로 나눈다.

이는‘자립과 다양성이 확보될 만큼 충분히 크고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자치를 실현할 만큼 충분히 작은 규모’를 말한다
넷째, 지역 내 재생가능한 에너지와 자원을 활용한다.
다섯째,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생태적이고 인간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여섯째, 일터와 살림터를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다.
일곱째, 일과 놀이, 교류를 공동체적으로 풀어나간다.
여덟째, 일상생활에서 조차 영성을 추구한다.

이로써 생태공동체는 현재의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대체할 새로운 미래의 대안사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생태공동체의 현황 한국의 생태공동체는

유통(네트워킹)중심 공동체,
생산 중심 공동체,
치유 중심 공동체,
교육 중심 공동체,
종교 영성 공동체,
사회복지 공동체,
생태
지역공동체 등
으로 대별할 수 있다.

유통 중심 공동체는 원주의 한살림, 홍성의 풀무생협, 남양주의 팔당생명살림 등을 비롯한 지역의 각종 생협을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생협이란 이웃과의 협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로서 식품안전, 교육, 육아, 여성, 환경, 농업 등 일상 생활문제에 대해 구성원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 조직이다. 또 자신의 삶과 사회를 개선해 나가는 협동조합 운동체이다.

생산중심 공동체는 장성의 한마음공동체, 경기 화성의 야마기시 경향실현지, 울진 한농복구회, 부안 변산공동체, 괴산의 솔뫼농장, 창녕 공생농두레 등이 있다. 귀농인 중심의 철저한 유기농업에 기초한 자급자족 경제, 도농직거래 유통구조가 특징적인 운영방식이다.

치유중심 공동체는 원주, 안성 등의 의료생협, 교육 중심 공동체는 각종 대안학교를 말한다. 특히 교육 공동체는 학교라는 하드웨어,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공동체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관문이자 방법으로 삼고 있다.

종교 영성 공동체는 태백의 예수원, 함양의 두레마을, 단양의 산위의 마을, 산청의 민들레공동체,

사회복지 공동체는 화천의 시골교회, 서울의 다일공동체 등을 꼽을 수 있다.

생태마을은 산청의 간디학교 배후 안솔기마을, 영주의 에듀코빌리지 교육생태마을, 함양의 녹색대학 배후 청미래마을, 장수의 유기순환농업 하늘소마을, 진안의 새울터 귀농전원마을, 서천의 산너울 생태전원마을, 무주의 진도리 광대정마을 등이다.

마을과 마을을 묶는 지역공동체로는 홍성 문당리, 부산 물만골공동체, 서울 성미산주민공동체, 남원 실상사 들녘공동체 등이 있다.

▲ 100년 발전계획을 실천해가고 있는 생태마을의 표본, 홍성‘문당환경농업마을’

한국 생태공동체의 추진전략 한국의 생태공동체 만들기는 기존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생태마을로 전환해 나가는 방법, 빈 터에 고도의 기획을 통한 계획공동체를 만드는 두가지 방법이 채택되고 있다.

또 생태마을 추진 전략은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정부 주도 또는 하향식 전략의 경우,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농촌체험관광을 비롯한 농촌지역 소득증대 사업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

반면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주도하는 계획공동체 생태마을 전략은 생태사회 또는 미래 대안사회로 나가기 위한 진지한 철학과 실천을 담보하고 있어 역사적 진정성과 사회적 사명감을 띄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에서는 민간 주도의 계획공동체 전략이 주류가 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계획공동체를 시도한다고 할 때 마을부지 매입, 주택 건축 등을 위한 적지 않은 자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 초기에 농사를 지어서 공동체 집단을 유지하는 일은 난이도가 높고 지난한 일이다. 그렇다고 수익을 좇는 상업적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도 생태공동체의 존립목적이나 이상과 배치된다.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획공동체 전략에는 개별귀농, 또는 정부 주도 마을만들기 사업에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생태주택이나 생태하수처리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디자인하는 등 미래에나 볼 수 있는 대안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실행해볼 수 있다. 또한 대안학교, 연구소, 전시관, 공연장, 도서관 등의 대안 프로젝트를 독자적이고 주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계획공동체에서의 생존과정 자체가 영성수련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동강을 지키고 생태마을 만들려고 매입한 시민유산‘정선 제장생태마을’

한국 생태공동체의 성공조건 성공적 생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 우선 명확한 비전과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심리를 가지고 온 사람들에 의해 공동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
- 둘째, 토지문제에 대한 법적 소유권의 확인이 중요하다. 계획공동체의 경우 토지는 대체로 공동소유로 하고 회원들에게는 점유권만 주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개인소유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부동산매매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이다.
- 셋째, 권한과 책임, 재정에 대한 협약이 정해져야 한다. 공동체의 생활에 대해 반드시 구성원들과 충분히 상의를 한 다음 약정서를 써 두는 것이 중요하다.
- 넷째, 공동체적 의식을 개발해야 한다. 의식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적 행위가 된다. 특히 비종교공동체의 경우 집단 활동, 모임 전후에 함께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을 개발해야 한다.
- 다섯째, 회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해야 한다. 특히 공동체 운동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프로그램은 갈등해결과 영성개발에 관한 것이다. 공동체가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은 회원들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했거나 영성 개발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 여섯째, 생태디자인 및 생태적 집짓기를 실천해야 한다. 생활공간과 주변환경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단기간에 결정될 일이 아니다. 이는 생태적 구상(주택 건축, 친환경농장, 하수 및 쓰레기 처리, 생활용수관리, 에너지, 토지이용 계획, 주변식생 영향력 평가 등)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생태공동체에서는 생태적 디자인 및 생태적 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집은 스스로 지어보는 게 어떨까.
- 일곱째, 대안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대안기술 또는 적정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 자체가 대안적 삶이자 운동이다. 특히 지역의 공동체들이 해당 지역의 토착 전통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계승하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 되어야 한다.
- 여덟째,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농업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하고 안정된 소득원을을 창출해야 한다. 생태공동체는 창의적인 소규모 그린비즈니스(Green Business)를 개척하고 영위해야 한다.
- 아홉째, 제도와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토지와 건축에 대한 법률과 조례가 중요하다. 기존 NGO 및 사회단체들과의 연대와 네트워크 운동을 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 아홉째, 공동체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공동체가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주위의 끊임없이 후원과 지원이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열번째, 지역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공동체 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지역성 때문이다.
공동체 운동은 중앙의 견제를 받지 않는 지역강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봉사에도 앞장서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지역에서 순환하는 유통구조를 만들려면 연대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열한번째,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화는 세계화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연대를 통한 일상적인 교류와 협력은 국내 공동체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공동체운동의 세계적 확산을 촉진한다.

▲ 농림수산식품부 지원으로 도시민 31가구가 귀농해 새로 조성한 ‘진안 새울터 전원생태마을’

한국 생태공동체운동의 전망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은 한마디로 ‘호시우행(虎視牛行)’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농촌생태마을, 귀농학교, 생협, 대안학교, 도시공동체 등 다양한 생태공동체의 사례가 산재해 있다. 토지와 자본 문제, 공동 생존의 어려움 때문에 최선의 생태공동체마을 모델인 계획공동체의 숫자나 성과는 현저하지 않지만 종교단체, NGO 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준비되고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상, 예술, 전통, 치유 등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테마공동체를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시에서도 생태육아공동체처럼 그 성격과 지향이 분명한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공동화된 농촌을 회생하려는 농촌 정책 당국이나 각 지방자치단체들 마다 도시민유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귀농인들의 전원마을을 유치하거나, 기존 농촌마을을 생태마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성공적인 또는 완성된 생태공동체마을 사례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주장이 많다. 과연 그 성공의 기준과 척도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대한 논의도 여전히 분분하다.

어쩌면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들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지난한 실험이나 모험은 아닐까. 이상이나 환상은 아닐까. 결국 과정만 있지 결과는 없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은 아닐까. 하지만 명백한 것은 생태공동체마을이란 국가나 정부가 주도하는 정치혁명이나 제도혁신의 산물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이 ‘사람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방식에 작은 변화를 주려는‘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자연인들’의 낮고 느린 움직임, 그게 ‘오래된 미래마을’로 나아가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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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샨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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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 | 새해맞이 생명평화 공동단식 안내 - Daum 카페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 | 새해맞이 생명평화 공동단식 안내 - Daum 카페

새해맞이 생명평화 공동단식 안내|영성공동단식 20여년
권술룡|조회 7|추천 0|2016.12.01. 01:58http://cafe.daum.net/kwonsay/AXyr/465
첨부파일 공동단식 참가 신청서.hwp

첨부파일 비움의 잔치.hwp

■"비움의 잔치"새해맞이 생명평화 공동단식 안내

♠ 25년차 한결같이 매년 2차례‘새해맞이’와 ‘여름맞이’로 이어온 <샐명평화공동단식>은
이번 새헤에도 산천경개가 빼어난 경북 문경의 오지마을 농암의 대안학교인 ‘샨티학교’의 넉넉한 공간에서 열립니다. ‘생명평화 공동단식’은 전국에서 소중한 이들이 모여들어 한 지붕아래에서 한해를 돌아보고 세해를 다짐하고 깊이 사귀는 환상의 자리입니다.
효소단식으로 힘들지 않으며 누구나 신비한 체험의 즐거운 공동체단식입니다,

♠ 우리의학대학원(정호진원장) 교수진과 함께하는 우리의학 이야기, 우리몸 바로알기, 바로살기.
♠ 요가/명상/호흡/건강훈련 등
♠ 대안 에너지/탈핵/동터오는 새시대 바라보기...
♠ 경청/소통의 이야기 한마당
♠ 고장의 명인 명사들과의 만남/공동체 탐방
- 귀농 ․ 귀촌인과 어울림 : 귀농귀촌인연합회/희양산귀농공동체/청화원...
♠ 문경의 명소와 비경 접하기/전통문화와 풍류체험
- 맑은 물과 공기, 빼어난 자연경관 쌍용계곡 물놀이/문경새재 걷기/온천욕...
♠ 생명/평화/영성/생태 사부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야기...
♠ 늙은 전사의 이야기 나눔
♠ 그 외 ...단식기간 중 한두어 차례 환경정리/김매기 등 소중한 땀방울 체험...

■ 공동단식 일반사항
1. 때 : 2016.12.31.토.15:00—2017.1.5.금.13:00 (5박6일간)
2. 곳 : 경북 문경시 농암면 청암 1길 23 (농암면 농암리 164) <샨티학교>
3. 누가 :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려는 이들 30여명 내외
4. 함께: 국제NGO생명누리/생명평화결사/사)샨티교육공우체/우리의학대학원
문경귀농․귀촌 연합회, 청화원

5. 주제 : ‘뫔’ 바로 알고 사랑하기
6. 강사:
- 생명/평화/영성/생태 사부님들 초청
- 정호진대표등 우리의학대학원 교수진 등
- 애미쉬공동체 탐방기/ 말라위 마을세우기/귀농/귀촌/지역인사 /명인 등

7. 내용 : (뫔)바로알기․‘뫔 비우기/치유/영성훈련/‘소통’/ 생명․평화․영성․생태

8. 이야기 마당 : 참여한 자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시간/우리들의 풀어놓아야할 이야기 보따리/경청/소통/우리들의 노래/웃음/음악/놀이/춤사위/나도 한마디/걷기 등

9. 참가신청 : 참가신청서(이-메일)/참가비 납부, 신청순,
10. 참가비 : 20만원(농협, 351-0747-9147-23 샨티공동단식)
** 참가비는 최소한의 운영비(장소/강사/교통비/야채효소 등)로 이해 바람
** 가족참가, 부담이 어려운 학생 등 감면

11. 준비물 : 오지마을이므로 일교차에 대비가 필요합니다.

▶ 개인 : 한겨울 차림새...침낭/평상복(모자 신발 양말 장갑 덮개)/개인컵/PET병 2개(1,5리터/관장용 효소용)/베개/요가매트/세면도구/온수병/컵/화장지/노트/필기구/사혈침/부항기/침/뜸/개인스푼/자기 나름의 건강법 관련 자료(책/비디오/CD/기구 등)
▶ 공동 : 천일염 2되/효소2말/페트병20개/생수나 정수기/ 컵30개/해바라기유 2병/스푼10개/구충제40알/자료집50부/명찰50개/매직2개/100배명상CD/CD플레이어/요가매트40개/방석40개/컴퓨터/스피커/프로젝트/화이트보드/보드마커/카메라/인도영화(조다악바르/파/세얼간이들/내이름은칼람)건강관련 비디오(KBS방영비디오 2/해부학비디오) **현수막 2개/단식 안내자료집 50부

12. 참가신청 : kwon-say@hanmail.net
13.문의 : 010-5452-4982(권술용)/010-3281-9336(정호진)
** "늙은 전사의 노래 권총이야기" 권술룡 http://cafe.daum.net/kwonsay

미국에서 남북을 잇다 -재미동포 평화운동가 이행우 선생-

네트워크>한평consensus - [피스앤피플 15] 미국에서 남북을 잇다 -재미동포 평화운동가 이행우 선생-

[피스앤피플 15] 미국에서 남북을 잇다 -재미동포 평화운동가 이행우 선생-
평화포럼
http://koreapeace.co.kr/xe/485212016.12.06 13:59:28 (*.109.143.21) 28
미국에서 남북을 잇다
-재미동포 평화운동가 이행우 선생-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작하면 돈은 따라옵니다. 남북이 화합하고 통일해서 평화로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일과 평화를 위한 활동가로 일생을 매진한 이행우 선생은 올해 8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였다. 한반도의 중요한 고비마다 막후에서 미국과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던 이 선생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살아있는 활동가였다.

이행우 선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퀘이커(Quaker)다. 이 선생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60년 동료 교사의 소개로 퀘이커의 존재를 알게 됐다.

"고향인 전라북도 익산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재직 중이었어요. 그런데 같이 근무하던 영어 선생님이 퀘이커교를 믿고 있었어요. 익산에서 2년 있다가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그 영어 선생님도 비슷한 시기에 서울로 올라와서 저랑 같은 학교에 부임했어요. 그러더니 느닷없이 퀘이커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저는 처음에 '예수쟁이들 모이는 거 아니야? 안 갈래'라고 했는데 이 선생님이 다른 예수쟁이들이랑은 다르다면서(웃음) 살살 꼬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가게 됐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좋더라구요. 목사가 없는 것도 특이했구요. 그리고 제가 원래 한 번 시작하면 좀 오래하는 편이라서 모임에 꾸준히 나갔어요. 그러다보니 한국 퀘이커 모임 창립 멤버까지 됐죠. 지금 창립 멤버 중에 남은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1960년 서울에서 한국 퀘이커 모임을 창립하는 데 함께했던 이 선생은 퀘이커가 한국전쟁 당시에도 다른 기독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호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퀘이커들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두 진영의 중재 역할을 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퀘이커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퀘이커는 양쪽이 갈등을 보일 때 중재 역할을 해왔어요. 전쟁 이후 구호활동을 벌이더라도 양쪽 모두에 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죠. 실제 한국전쟁 때도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들어가려고 했어요. 북쪽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요.

구호활동 자체가 다른 종교나 기관이랑 좀 다르기도 합니다. 구호활동, 지원활동을 하겠다고 목사가 오면 큰 집을 차지하고 자기 집에 울타리를 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퀘이커는 일단 목사가 없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더라구요.

최대한 현지에 맞추려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이랑 똑같이 살고 구공탄 떼서 밥 해먹고, 봉사활동하고 그러더라구요. 또 한국전쟁 당시에는 한국에 차가 별로 없어서 자동차가 지나가다가 클랙숀을 누르면 놀라는 사람이 많았대요. 그래서 아예 클랙숀을 떼버리고 운행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것에 정말 놀랐죠.

이런 모습을 보고 퀘이커들이 한반도 문제에도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퀘이커들의 중재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선생은 퀘이커 모임에 나가면서 사상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함석헌 선생과 본격적인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8년 함 선생의 추천으로 미국에서 1년 동안 퀘이커의 역사를 공부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제가 원래 전공은 수학이에요. 한국에서 아이들도 가르쳤고. 그래서 미국에 가게 된 김에 퀘이커 역사 공부를 마친 뒤에 수학공부를 더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학비가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제가 당시 나이가 39이었어요. 장학금은 35세 이하한테만 주더라구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서 수학공부는 하기 힘들 것 같았고, 그래서 컴퓨터를 공부해서 취직을 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때만 해도 컴퓨터 기술이 막 발전하기 시작할 때라서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렇게 미국에서 10년을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에 한 번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국을 떠나온 지 12년 만인 1980년, 그는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그가 목도한 한국은 '아름다운 조국'이 아니었다. 1980년 5월, 5.18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동포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무참한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행우 선생은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운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우선 갈라져 있던 동포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만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동포 사회는 통일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두고 좌와 우로 갈라져 있었어요. 먼저 민주화를 한 뒤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선민주 후통일'과 통일을 한 뒤에 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선통일 후민주'로 나뉘어져 있었죠. 의견이 갈라지면서 서로 잘 만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동포사회의 화합을 위해 194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퀘이커 평화단체 '미국친우봉사회(AFSC,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의 도움을 받았죠. 이 단체의 이름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컨퍼런스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1981년 5월 필라델피아에서 첫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이후 3년 동안 매년 컨퍼런스를 열면서 동포사회의 화합에 주력했죠"

이행우 선생의 노력에 진보와 보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남북의 평화 통일을 위해 동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이를 <코리아 리포트>로 묶어냈다. 또 1985년에는 미국의 한국 문제 전문가들과 함께 <두 개의 한국, 하나의 미래>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는 여전히 전두환 정권의 독재가 이어지고 있었다. 동포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현실에서 그는 재미동포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선생은 동포들이 미국 의회와 정책 담당자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이를 통해 평화통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모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하면 풀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재미동포들은 미국이 제대로 된 한반도 통일 정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994년 미 교회협의회(NCC) 회장 이승만 목사와 함께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Americans)를 창립했어요"

NAKA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운동을 비롯해 재미동포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목표로 삼았다.

"NAKA를 만들고 난 뒤 미국 국무성과 의회를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그동안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서 아주 반가워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활동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죠"

이후 이 선생은 2004년 남한과 북한, 미국 의원들이 모두 모이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2004년 7월 20일 이행우 선생은 미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안전 포럼'을 열었다. 남한·미국의 국회의원과 북한의 유엔 대사가 이 자리에서 만났는데, 남한과 북한, 미국 인사가 한 자리에 마주 앉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는 당시 열린우리당 장영달, 강혜숙, 김재윤, 선병렬 의원과 이창복 전의원 등이 참석했고 북한에서는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와 한성렬 부대사, 미국에서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등이 참석했다.

이행우 선생은 이 포럼의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이자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움직여 공동주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레그와 만나서 한 말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의 첫 말이 요즘 퀘이커가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고, 나의 답은 당신은 명문 윌리암스 대학을 나오고 CIA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으로서 좋은 일을 많이 하니 감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이번 포럼이 당신의 아이디어냐, 바이든 의원의 아이디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내가 우리 아이디어인데 바이든이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레그가 자금이 있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돈은 없다고 했더니 '오케이, 같이합시다'라고 말하더라구요.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게 이야기가 끝났어요"

이 선생은 이전에 그레그 회장과 안면은 있었지만 한 번도 진지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레그는 비교적 쉽게 이 선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레그의 협조로 포럼은 순조롭게 치러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중간에 실무적인 단계의 난관도 적지 않았다. 당시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맨해튼 콜롬비아 스퀘어에서 25마일 밖으로 나가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당장 이 허가를 받아야 북한 인사들이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전까지는 국무부 허가 사항이었는데 부시 정부에서는 백악관 전결사항으로 되어있어 허가를 받는데 더 많은 시일이 필요했지요.

백악관에서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우선 국무부에서 결재가 나와야 하는데, 결재가 콜린 파월 국무장관한테까지 올라가지를 않는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간에 결재가 막혀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결국 행사를 나흘 앞두고 국무장관 결재를 받았죠. 행사가 화요일에 있었는데, 그 전주 금요일 오후 5시 5분 전에 백악관 허가가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주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포럼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포럼 이후 그레그 회장은 북측 인사들의 태도가 아주 인상 깊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다른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북한의 핵 폐기가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좁혀 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이를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 포럼에서 이행우 선생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찾기는 어려웠다. 사실상 포럼을 기획하고 포럼 성사를 위해 뛰어다녔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은 셈이다. 이렇게까지 묵묵히 목표한 바를 위해서 열심히 움직인 이유를 묻자 이 선생은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면 됐지 내 이름이 나고 안 나고는 관심 밖입니다. 사실 여러분이 함께 했지 나 혼자 한 일도 아니고요"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저는 일단 시작하는 사람이에요. 좀 미련하기도 하지만 안 되더라도 일단 합니다. 또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자금도 없이 포럼이나 컨퍼런스 등을 주최해왔는데 신기하게도 적자를 보거나 자금에 문제가 있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 돈이 없다고 아무 것도 못하는 건 아니라고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합니다"

그 포럼을 마치고 난 며칠 후 그레그 회장한테 전화가 왔다. 그레그는 이 선생에게 "나는 처음에는 매우 회의적이었는데 당신이 밀어붙여 일이 성공했는데도 결국 내가 주목을 다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선생은 "이번은 다만 시작이고 나는 앞으로 매년 계속하려고 하는데 당신도 나와 함께 계속 하겠느냐?"고 물었고 그레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그레그 회장은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설득의 기술, 묵묵한 실천

이후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뒤 이행우 선생은 한국의 시민 사회와 미국 의회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오재식 전 월드비전 회장, 이문숙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 등이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과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 참가하는 이들은 새로 출범한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2011년 독일의 에버트 재단을 알게 된 이 선생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통일의 경험이 있는 독일을 함께 묶으면 의미 있는 세미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2012년 3월 세미나를 준비했다.

"독일이 통일도 했고 유럽연합도 만드는 등 좋은 경험이 있는데,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독일 당신들의 경험을 좀 나눠 주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한 달 후에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저는 북한 참석자들이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하려면 베이징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더군요. 중국 쪽에서 그런 큰 국제회담은 뉴욕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뉴욕에서 하면 자기들도 꼭 참석하겠다고 해서 결국 미국에서 하는 것으로 밀어부쳤습니다"

이 세미나는 북미 간 2.29 합의를 이룬 직후였고 6자회담이 멈춘 지 햇수로 4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동북아를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이 세미나에 미국 측에서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제임스 레이니·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북한에서도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부국장 등 6자회담과 관련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 손학규 의원과 함께 정부 인사로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현동 평화외교기획단장 등도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서도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등 6자회담 참여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었다. 여기에 독일과 유럽연합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국제포럼이었다.

키신저 전 장관과 그레그 전 대사, 존케리 상원위원장까지 미국 내 대표적인 인사들을 이 선생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을까? 그는 원래 이 인사들과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분들은 자기 휘하에 각 분야 담당 보좌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담당 보좌관을 설득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직접 이야기한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 본인의 보좌관에게 물어보지요. 결국 주요 인사들을 설득하려면 이 사람이 어떤 문제를 누구한테 물어보는지를 파악하여 그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사실상 반 이상은 설득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존 케리 외에도 키신저 전 장관이나 북한의 외무성 부상 등 6자회담 및 북핵 문제와 관련된 인사를 한 자리에 모이도록 섭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선생은 마치 그런 일에는 도가 튼 듯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북한이 나와야 세미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 대표부에 갔죠. 세미나 참석여부 관해서 본국(평양) 의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열흘 만에 참석하겠다는 답변이 왔지요.

그 다음에는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북한의 답을 알려주며 협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케리 위원장은 북한에서 고위급이 올 경우 참석하겠다고 했고 결국 세미나에 함께 하기로 했죠. 이러다 보니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생각났습니다. 키신저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북한 사람들은 그의 발언을 열심히 듣고 기록한다는 점에 착안, 키신저가 참석하면 북한에서 더 고위층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키신저를 움직였고 참석 승낙을 받아냈지요.

그러다 보니 한국 내 국회의원이나 전직 관료, 그리고 외교부에 있는 현직 관료까지 참석을 하게 된 겁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서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북미 양국의 2.29 합의 직후로 날짜를 일부러 맞춘 것이냐는 질문에 이 선생은 "의도적으로 맞춘 건 아니었고, 키신저와 또 한 사람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한 푼도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좋은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완전히 단절된 남북, 민간이 적극 움직여야

남한과 북한, 미국과 북한 간의 다리를 놓으며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던 이행우 선생에게 2016년 현재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정세 완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남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그리고 7월 남한 내 사드배치와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점점 더 엄혹해져 가고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을 때는 민간이 적극 다리를 놓고 만나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에 말레이시아에서도 북한의 한성렬 부상과 미국의 전직 관료들이 만났습니다. 로버트 갈루치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경험이 있고, 조지프 디트라니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왔을 때 미국 측 차석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것처럼 자꾸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베트남이 국교 정상화에 성공했듯이 북한과 미국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서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과 미국은 국교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단계별로 국교정상화까지 가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단계별로 시한을 정해둔 것은 아니었고, 한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단계에 따라 진행하는 건데,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체계적인 관계 수립이 가능합니다.

북한과 미국도 이처럼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마지막 단계가 끝났을 때 핵도 없어지고 평화협정을 맺고 양측이 국교 정상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한과 미국 또는 6자회담 참가국 등 관련한 국가들의 만남이 있다면 북미 간 국교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2016년, 남북한은 핵실험과 각자 억지력의 구축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어떤 대북정책을 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일본은 재무장의 날개를 달았고 러시아는 호시탐탐 동쪽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렇듯 동북아와 한반도는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선생의 삶과 조언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국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사국 간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던 이행우 선생,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의 삶이 제시하고 있다.

이재호(프레시안 기자)

(23) Jinsoon Park 스즈카

(23) Jinsoon Park

(23) Masanobu Na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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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Yoshiko Na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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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알라딘: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l 청년지성 총서 5
장회익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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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 들어 있을까? 다시 말해 생명이란 것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것인데, 이것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할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체계의 모습을 그려보자고 말한다. 우리가 만일 이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이 지닌 바른 모습이자 우리가 생존해가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이라 불릴 현상이 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생명의 모습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이것만으로 생명 현상을 이루어내게 될 그 전체를 묶어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책을 내며

제1장생명이라고 하는 물음
1-1슈뢰딩거의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
1-2슈뢰딩거의 책에 담긴 내용
1-3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
1-4DNA 분자는 정보를 담고 있는가?
1-5생명은 어디에 들어 있는가?

제2장사람들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해왔나?
2-1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
2-2베르나드스키의 생물권 이론
2-3라세브스키의 생명 연구
2-4로젠의 관계론적 생물학
2-5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체생성성

제3장생명의 정의 문제
3-1생명의 정의에 관한 여러 의견들
3-2자체생성성 개념을 활용한 생명의 정의
3-3생명의 정의가 어려운 이유
3-4생명의 정의를 위한 최근의 시도들

제4장열역학의 법칙과 자유에너지
4-1생명과 엔트로피
4-2윷의 미시 상태와 거시 상태
4-3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4-4온도와 자유에너지
4-5질서와 정연성

제5장우주와 질서
5-1우주 안에서 관측되는 형상들
5-2우주의 출현과 ‘힉스 마당’
5-3우주의 초기 질서
5-4평형 질서와 비평형 질서
5-5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와 군집의 형성
5-6자촉 질서의 한 모형

제6장온생명과 낱생명
6-1이차 질서의 형성 단계
6-2생명을 어떻게 규정할까?
6-3생명의 온생명적 구조
6-4온생명과 여타 유사 개념들

제7장의식과 주체
7-1복합 질서와 정신세계
7-2지식과 정보
7-3학습과 질문
7-4인간과 온생명적 자아
7-5우주사적 사건과 우주사적 비극

제8장몇 가지 물음과 잠정적 해답
8-1온생명의 주체가 당면하는 큰 물음들
8-2온생명의 정상적 생리
8-3온생명의 병리적 상황
8-4생물종의 멸종과 온생명의 생존 위기
8-5새 생명 윤리의 모색
8-6궁극적 의미와 궁극적 지향

맺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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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41 : 그렇다면 생명의 본질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이 바로 이 책 전체를 통해 추구할 내용이지만, 우선 이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유전자와 함께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여건이 유전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리만큼 평범한 이 사실이 학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우리 모두의 눈과 귀도 가리고 있다. 이러한 과오는 유전자가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데서 이미 나타난다. 마치 상자가 구슬을 담고 있듯이 DNA 분자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아마도 DNA 분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한 착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물리학적 시각을 다소라도 지닌 사람이라면 그러한 착각을 할 수 없다.


P.56 : 생명체의 ‘살아 있음’이라고 하는 성격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어떤 특정한 물질 단편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많은 물질들이 함께 모여 정교한 어떤 ‘동적 체계’를 이룰 때 가능하리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귀착된다. 즉, “어떤 물질들이 어떤 성격의 모임을 이루어야 그 안에 ‘살아 있음’이라고 할 특징적 면모가 나타나는가?”이다.

P.82 : 인간의 지성은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작업이라도 이를 회피하지 않고 도전할 때 뜻있는 진전을 이루었고, 그러한 점에서 생명을 이해하고 정의한다는 것은 오늘의 지성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생명을 정의하려는 우리의 과제는 단순히 이러한 지적 관심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외계의 생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탐사 작업이 현실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외계의 어떤 특이한 존재가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이 과연 생명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할 현실적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이미 인공생명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공하여 그 무엇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이것이 생명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4년 1월 27일자 교양 새책

저자 : 장회익
최근작 : <융합 인문학>,<양자.정보.생명 (반양장)>,<양자.정보.생명 (양장)> … 총 48종 (모두보기)
소개 :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0여 년 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물리학 이외에도 과학 이론의 구조와 성격, 생명의 이해, 동서 학문의 비교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공부도둑』,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 『물질, 생명, 인간』, 『공부의 즐거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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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적 물음을 파고든 생명 이해의 안내서

우리는 누구나 ‘생명’이라는 말을 알고 있다. 생명이 무엇인지를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지만, ‘생명’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 개념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지고 있기에 생명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생각하며, 많은 경우 생명에 대해 더 깊이 알아야 할 이유를 찾지 않는다. 비단 생명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누구에게 직접 배우지 않고도 우리가 성장하면서 스스로의 지적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여러 개념들이 있다. ‘시간’이나 ‘공간’ 같은 것이 그러한데, ‘자득적 개념’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러한 개념들은 누구에게 직접 배운 것은 아니지만 성장 과정을 통해 우리 관념의 틀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생명 개념 또한 안다고 여기고 때로는 이에 대해 곰곰이 파고들기를 거부하고 만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언제부터 ‘생명’을 알고 있었을까?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생명의 내용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해서 생명의 내용을 그렇게 알게 되었을까? 바로 이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스로 지적 탐구 여정을 지내온 한 물리학자가 있다. 저자 장회익은 한국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로서 자신의 전공 학문인 물리학에서 더 나아가 오랫동안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두며 과학철학 연구에 주력했고, 특히 오랜 성찰의 결과로 탄생한 그의 ‘온생명’ 이론은 우리에게 생명 본질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주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온생명 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집적물이자, 우리에게 생명 이해의 길을 이끄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온생명과 낱생명을 통해
생명의 올곧은 모습이 드러나다

‘생명’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 들어 있을까? 다시 말해 생명이란 것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것인데, 이것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할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체계의 모습을 그려보자고 말한다. 우리가 만일 이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이 지닌 바른 모습이자 우리가 생존해가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이라 불릴 현상이 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생명의 모습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이것만으로 생명 현상을 이루어내게 될 그 전체를 묶어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저자에 따르면 이것이 생명의 진정한 단위인데, 이는 기존의 생명 개념, 곧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과 달리 생명의 참모습을 나타낼 새로운 개념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반평생 동안 성찰하여 도출한 ‘온생명’이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기존에 세포, 유기체 등 개별 생명체에 속한 것으로 보아온 생명 개념을 이 개념에 대비해 ‘낱생명’이라 했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생명의 참모습은 온생명이며, 그 안에 있는 많은 낱생명들은 모두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과 적절한 관계를 맺어 개별적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물리학의 언어가 말해주는 생명의 의미
‘생명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 물리적 필연 위에 솟아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명의 참모습을 찾는 과정을 물리학의 언어로 풀어가고 있다. 자유에너지, 엔트로피, 열역학 법칙, 국소 질서 등 물리학적 원리와 각종 수식을 통해 생명을 둘러싼 수많은 현상들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종 물리학 용어나 수식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생명 이해에 접근하기 위해 한 발짝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행여 이것들을 일일이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라는 생명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그 삶을 영위해갈지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생명 이해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에 앞서 생명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열거해준다. 에르빈 슈뢰딩거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 니콜라스 라세브스키, 로버트 로젠,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 리처드 도킨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등 수많은 석학들의 학문적 궤적을 저자의 설명과 함께 읽어가다 보면 마치 우리 인류의 생명과학사를 톺아보는 재미까지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질, 생명, 인간 - 그 통합적 이해의 가능성

물질, 생명, 인간 - 그 통합적 이해의 가능성


물질, 생명, 인간 - 그 통합적 이해의 가능성 l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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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문강좌시리즈 제6권. 저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으로 논의를 시작한 후,'양립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나'와 물질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 물질, 생명, 인간에 관한 현대 과학의 논의를 거친 후, 다시 칸트의 철학으로 되돌아오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이루는 전체 체계를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를 저자는 '온생명'이라 부르며, 기존의 생명 개념과 구분되는 점은 전체 생명 그 자체를 하나의 '전일적'실체로 인정하는 데 있다. 이는 생명 보전과 생태계 보호에도 활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이 책은 이러한 온생명 개념을 중점으로 인간의 의식과 생명현상, 앎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요약하고, 이것을 현대 물리학의 메타적 구조를 이해할 이론적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2장에서는 물리학을 통해 밝혀진 물질의 존재 양상을 바탕으로, 생명이 현상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살핀다. 3장은 생명체가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물질을 마련할 때, 이에 해당하는 정신이 형성되는 과정과 지적 기능을 고찰한다. 4장에서는 나와 너, 우리의 성격을 온생명인 '큰 나'와의 관계를 통해 살펴본 후, 출발점이었던 칸트의 철학으로 돌아와 논의를 펼친다.


책머리에

1장 | 칸트 철학과 현대 물리학
1. 인간의 앎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2. 앎의 한 모형으로의 물리학
3. 칸트 철학과 감성·지성의 구분
4. 칸트의 공간·시간론
5. 칸트 철학과 자연법칙

2장 | 물질현상과 생명현상
1. 생명이란 무엇인가?
2. 생명에 관한 여러 관점
3. 온생명의 성격과 구현
4. 온생명, 생태계, 생물권, 가이아
5. 맺는 말: 생명의 존재론적 구조
부록 1: 엔트로피와 자유에너지
부록 2: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

3장 | 물질과 의식의 양면성
1. 우주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
2. 크릭의 ‘놀라운 가설’
3. 슈뢰딩거의 의식론
4. 의식 주체로서의 온생명
5. 요나스의 생명철학

4장 | 나와 너 그리고 우리 - 삶과 앎
1. 우리 삶이 놓인 자리
2. 앎의 출현과 성장
3. 서술과 서술 주체의 문제
4. 앎의 내재적 구조
5. 다시 칸트를 생각하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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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
: 인문학은 이 사회의 정신적 자산을 생산·공급하고 관리하는 학문이다.
그러한 자산이 고갈될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되고, 사회는 결국 그 책임을 인문학에게 물을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한국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이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 연구성과를 사회의 구성원들과 더불어 나누며 문제의식을공유하기 위해 이 시리즈는 기획 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09년 11월 7일 지성 새책

저자 : 장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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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융합 인문학>,<양자.정보.생명 (반양장)>,<양자.정보.생명 (양장)> … 총 48종 (모두보기)
소개 :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0여 년 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물리학 이외에도 과학 이론의 구조와 성격, 생명의 이해, 동서 학문의 비교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공부도둑』,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 『물질, 생명, 인간』, 『공부의 즐거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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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문강좌’ 시리즈 제6권. 한국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로서 오랫동안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폭넓은 인문학적 주제들을 연구해 온 장회익 교수의 40년에 걸친 학문적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 칸트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꼭 40년 전의 일로, 그때는 물리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자는 의도에서 칸트의 철학을 학습했는데, 지금 같은 이유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논의로 이 책을 출발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존재론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 양립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나’와 물질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런 다음 그 답을 얻기 위해 물질, 생명, 인간에 관한 현대 과학의 논의를 거친 후, 다시 칸트의 철학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적 논의를 전개한다.

1장 “칸트 철학과 현대 물리학”에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여기에 몇몇 본질적인 수정을 가함으로써 이것이 현대 물리학의 메타적 구조를 이해할 이론적 토대로 활용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재해석해 칸트 철학이 지닌 현대적 의미를 찾아내고, 현대 물리학의 철학적 바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한다.
2장 “물질현상과 생명현상”에서는 물리학을 통해 밝혀진 물질의 존재 양상을 바탕으로 생명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살핀다. 또한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이 매우 불완전한 것임을 지적하고, 의미 있는 개념으로서의 생명은 낱생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생명을 통해서, 그리고 온생명과 낱생명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임을 밝힌다.
3장 “물질과 의식의 양면성”에서는 생명체가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일정한 하드웨어를 마련할 때, 이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드웨어의 내면성이라 이를 수 있는 ‘주체의식’이 출현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물질과 의식의 양면성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한다.
4장 “나와 너 그리고 우리-삶과 앎”에서는 낱생명의 주체로서 우리에게 친근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성격을 온생명의 주체인 ‘큰 나’와의 관계를 통해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성이 출현하는가를 살핌으로써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칸트의 철학으로 되돌아와 선순환적 논의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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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많으나 유익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날의 정보 홍수 속에서, 부적절한 외래어나 수사를 남발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자신의 정신세계와 학문 세계를 그려 낸 이 글의 가치가 더더욱 빛난다. 저자의 학문적 무게는 깊이 있는 통찰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생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생명’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또 이 점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로 지구상에 있는 여러 물리적 대상들 가운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살아 있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성격, 다시 말해 ‘살아 있음’을 특징짓는 성격을 ‘생명’이라 부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대상들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살아 있지 않은 상태’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고, 이를 일러 ‘죽는다’ 또는 ‘생명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뜻 보아 별 탈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생명 개념이 실제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 있는지의 여부를 통해 우리가 판단하는 ‘생명’의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생명현상, 곧 ‘살아 있음’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요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또 무엇까지 구비되면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일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이것들이 일으킬 현상이 ‘살아 있음’이라 불릴 그 무엇에 해당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생명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이루면서 그 안에 ‘생명현상’을 이루어 낼 이 전체 체계를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생명현상이 자족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기본 단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를 저자는 우리가 기왕에 지녔던 생명 개념과 구분해 ‘온생명’(global life)이라 불러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온생명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저자는 ‘온생명’은 “더 이상 분할하면 생명현상으로의 존립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생명이 갖추어야 할 필수 단위임과 동시에,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결정적인 지원이 없이도 생존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생명이 지니는 자족적 단위이기도 하다”고 역설한다. 이때 하나하나의 세포들은 ‘온생명’ 안에서 ‘온생명’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때에 한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생명의 조건부적 단위이며, 이를 ‘온생명’과 구분해 ‘낱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생명 연구가 실패를 거두고 있는 것은 온생명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생명을 낱생명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온생명’은 개별적 생명체(낱생명)가 다른 생명체와 갖는 모든 관계를 포괄하는 총체로서의 생명이며, 온생명이 기존의 생명 개념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지구상에 나타난 전체 생명을 하나하나의 개별적 생명체들로 구분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전일적(全一的) 실체로 인정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가 제시한 온생명 사상의 강점은 기존의 자연과학의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기에 인문학적 사유를 겸해 생명에 대한 일관성 있는 구도를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근대 기술 문명이 낳은 환경 위기에 직면해 생명 존중과 지구 생태계 보전이라는 절박한 문제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데도 매우 적절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바른 삶은 바른 앎을 전제로 한다

앎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삶의 세계를 정신의 차원에서 재구성해 현실 세계에서 부딪칠 여러 삶의 단편들을 예행 또는 반추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라 말할 수 있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서 앎이라고 하는 것은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가장 소중한 내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앎의 성격 또한 삶의 양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앎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눈으로 보아서 알고, 남에게 들어서 알고, 책을 읽어서 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부지런히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읽으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 알려진 학습 이론을 인용해 인간의 정신 활동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앎’의 과정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아서 알고, 남에게 들어서 알고, 책을 읽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머릿속에 설혹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완전한 것으로 여기는 내용들, 즉 ‘앎의 틀’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형성된 이러한 틀은 실제로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지적 과정을 생각할 때 기존의 ‘앎의 틀’과 ‘앎의 체계’, 곧 오감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내용(정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물리학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앎의 틀’을 바탕으로 해서 물질세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담아내는 ‘앎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와 함께 고전 물리학과 고전역학이 물질세계에 대해 일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것을 모두 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앎의 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앎의 틀’ 즉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명확한 설명은 불가능하기에, 결과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이 같은 오늘날의 과학 상황에서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철학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들이 번쩍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타난 그의 인식론은 전통적 의미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메타이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며, 실제로 칸트는 뛰어난 과학자였다고 주장한다. 이때 칸트 철학의 중요한 특징은 지성과 감성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인데,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면 지성은 ‘앎의 틀’, 감성은 ‘앎의 체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주제로 나아갈 때도 앎이라는 주제를 논의의 중심에 놓는다. 저자는 칸트 이후 우리가 얻은 중요한 교훈은 ‘앎의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물론 체계적인 학습 과정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도 근본적으로 심화된 가설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저자는 물리학에 관한 한 양자역학뿐 아니라 고전역학까지 아울러 적용하는 앎의 틀 설정이 가능함을 보였으며, 이를 더 넓은 학문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지금 가지고 있는 소신이라고 밝혔다.

인간 의식은 온생명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다

존재론적으로 보면 물질이 가장 먼저 존재하고, 거기서 생명이 출현하고, 그 가운데 다시 인간이 태어난다. 그러나 인식론적으로 보면 인식의 주체인 ‘나’가 먼저 있고, 나의 의식을 통해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와 물질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물질과 의식을 설명하는 데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대단히 문제가 많은 주장이라고 지적한 다음, 인간이 물질세계를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아주 묘한 존재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 나갈 수 있는 상황을 인간이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누리는데, 어떻게 물질이 이렇게 구성되어 자유의지대로 살 수 있게 뒷받침까지 해 주는지, 인간은 ‘굉장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여기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온생명과 낱생명 간의 긴밀한 연결망을 하나의 실체로 파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연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은 각각 세포나 조직 같은 낱생명적인 의식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전체가 서로 엮어지고 유통이 되면서 마치 온생명이라는 하나의 큰 그릇이 담긴 내용물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생명 전체로 보면 하나의 큰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하겠지만, 각각의 낱생명 입장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된 전체 의식의 한 복사본에 다시 자체 특성을 가미한 변이본을 지니게 되는 셈”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전체로서는 온생명 의식을 이루는 가운데, 그 안에 다시 서로 간에 많은 유사성을 지니면서도 또 독자적인 양상을 유지해 가는 낱생명 의식이 나타나며, 이러한 여러 층위의 의식들이 서로 간에 관계를 맺으면서 ‘의식세계’라고 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반복해서 말하면,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온생명과 낱생명 간의 긴밀한 연결망을 하나의 실체로 파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온생명 이론은 물질현상을 전제로 하는 가운데 생명현상을 이해해 보자는 것이다. 우주가 시작된 이래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태양을 비롯한 항성들이 형성되었다. 항성들은 우주 안에 가장 흔한 물질인 수소 원자핵들이 모여 에너지 면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분의 에너지를 내뿜는 거대 핵융합반응체다. 이는 천체물리학적으로 가능한 현상이며, 우리가 알다시피 우주 안의 수많은 별들이 모두 그렇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지구, 성간 물질 등 별이 아닌 많은 다른 물질들이 또 있다. 이런 보편적 현상들을 모두 인정한다고 할 때, 생명이라는 것은 이것들이 어떻게 되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우리의 관심사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얻은 것이 온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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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앎의 선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칸트 해석하기 < 물질, 생명, 인간 > 새창으로 보기
붉은구름 ㅣ 2012-02-04 ㅣ 공감(0) ㅣ 댓글 (0)
저자의 저서로는 작년 4월 <공부의 즐거움>(2011, 생각의나무), <이분법을 넘어서>(2007, 한길사)를 읽은 후 세 번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나는 '온생명'에 대한 개념을 앍고 있었다. 오래 전에 '온생명'에 대한 내용을 어떤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제목은 기억할 수가 없다.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에 남겨 놓은 서평도 없고...ㅠ)
아무튼 그 때 '온생명'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서구 중심의 현대물리학 이론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생명, 생명현상, 생명체계에대해 크게 공감했었다. 내 생각으로도 대기 중의 산소, 지구 상의 물 등 비생명체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명체'가 독자적으로 '생존'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박테리아 같은 무수한 원시생명체가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잡고서 인간의 소화작용을 돕는 등 생명활동에 영향을 끼치는데 어찌 인간이 '스스로' 또는 '혼자'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한국의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과학철학 연구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과학자의 시선으로 폭 넓은 인문학적 주제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온생명' 이론은 생명과 자연의 본질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사회와 문명 문제에 대한 혜안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존재론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 양립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나'와 물질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기 위해 칸트의 철학을 출발점으로 삼아 물질, 생명, 인간에 관한 현대 과학의 논의를 거친 후 다시 칸트의 철학으로 되돌아 오는 선순환적 논의를 전개한다.

저자가 처음 칸트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약 40년 전의 일로, 그때는 물리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자는 의도에서 칸트의 철학을 학습했는데, 지금은 같은 이유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논의로 이 책을 출발하는 것이다.

1장 [칸트 철학과 현대 물리학]에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여기에 몇몇 본질적인 수정을 가함으로써 이것이 현대 물리학의 메타적 구조를 이해할 이론적 토대로 활용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재해석해 칸트 철학이 지닌 현대적 의미를 찾아내고, 현대 물리학의 철학적 바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한다.

저자는 우리는 머릿속에 설혹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완전한 것으로 여기는 내용들, 즉 ‘앎의 틀’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형성된 이러한 틀은 실제로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지적 과정을 생각할 때 기존의 ‘앎의 틀’과 ‘앎의 체계’, 곧 오감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내용(정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물리학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앎의 틀’을 바탕으로 해서 물질세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담아내는 ‘앎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와 함께 고전 물리학과 고전역학이 물질세계에 대해 일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것을 모두 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앎의 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앎의 틀’ 즉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명확한 설명은 불가능하기에, 결과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이 같은 오늘날의 과학 상황에서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철학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들이 번쩍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타난 그의 인식론은 전통적 의미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메타이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며, 실제로 칸트는 뛰어난 과학자였다고 주장한다. 이때 칸트 철학의 중요한 특징은 지성과 감성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인데,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면 지성은 ‘앎의 틀’, 감성은 ‘앎의 체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주제로 나아갈 때도 앎이라는 주제를 논의의 중심에 놓는다. 저자는 칸트 이후 우리가 얻은 중요한 교훈은 ‘앎의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물론 체계적인 학습 과정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도 근본적으로 심화된 가설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저자는 물리학에 관한 한 양자역학뿐 아니라 고전역학까지 아울러 적용하는 앎의 틀 설정이 가능함을 보였으며, 이를 더 넓은 학문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지금 가지고 있는 소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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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물질현상과 생명현상]에서는 물리학을 통해 밝혀진 물질의 존재 양상을 바탕으로 생명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살핀다. 또한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이 매우 불완전한 것임을 지적하고, 의미 있는 개념으로서의 생명은 낱생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생명을 통해서, 그리고 온생명과 낱생명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임을 밝힌다.

‘생명’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또 이 점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로 지구상에 있는 여러 물리적 대상들 가운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살아 있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성격, 다시 말해 ‘살아 있음’을 특징짓는 성격을 ‘생명’이라 부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대상들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살아 있지 않은 상태’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고, 이를 일러 ‘죽는다’ 또는 ‘생명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뜻 보아 별 탈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생명 개념이 실제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 있는지의 여부를 통해 우리가 판단하는 ‘생명’의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생명현상, 곧 ‘살아 있음’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요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또 무엇까지 구비되면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일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이것들이 일으킬 현상이 ‘살아 있음’이라 불릴 그 무엇에 해당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생명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이루면서 그 안에 ‘생명현상’을 이루어 낼 이 전체 체계를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생명현상이 자족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기본 단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를 저자는 우리가 기왕에 지녔던 생명 개념과 구분해 ‘온생명’(global life)이라 불러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온생명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저자는 ‘온생명’은 “더 이상 분할하면 생명현상으로의 존립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생명이 갖추어야 할 필수 단위임과 동시에,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결정적인 지원이 없이도 생존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생명이 지니는 자족적 단위이기도 하다”고 역설한다. 이때 하나하나의 세포들은 ‘온생명’ 안에서 ‘온생명’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때에 한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생명의 조건부적 단위이며, 이를 ‘온생명’과 구분해 ‘낱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생명 연구가 실패를 거두고 있는 것은 온생명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생명을 낱생명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온생명’은 개별적 생명체(낱생명)가 다른 생명체와 갖는 모든 관계를 포괄하는 총체로서의 생명이며, 온생명이 기존의 생명 개념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지구상에 나타난 전체 생명을 하나하나의 개별적 생명체들로 구분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전일적(全一的) 실체로 인정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가 제시한 온생명 사상의 강점은 기존의 자연과학의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기에 인문학적 사유를 겸해 생명에 대한 일관성 있는 구도를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근대 기술 문명이 낳은 환경 위기에 직면해 생명 존중과 지구 생태계 보전이라는 절박한 문제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데도 매우 적절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3장 [물질과 의식의 양면성]에서는 생명체가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일정한 하드웨어를 마련할 때, 이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드웨어의 내면성이라 이를 수 있는 ‘주체의식’이 출현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물질과 의식의 양면성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한다.

존재론적으로 보면 물질이 가장 먼저 존재하고, 거기서 생명이 출현하고, 그 가운데 다시 인간이 태어난다. 그러나 인식론적으로 보면 인식의 주체인 ‘나’가 먼저 있고, 나의 의식을 통해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와 물질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물질과 의식을 설명하는 데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대단히 문제가 많은 주장이라고 지적한 다음, 인간이 물질세계를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아주 묘한 존재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 나갈 수 있는 상황을 인간이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누리는데, 어떻게 물질이 이렇게 구성되어 자유의지대로 살 수 있게 뒷받침까지 해 주는지, 인간은 ‘굉장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여기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온생명과 낱생명 간의 긴밀한 연결망을 하나의 실체로 파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연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은 각각 세포나 조직 같은 낱생명적인 의식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전체가 서로 엮어지고 유통이 되면서 마치 온생명이라는 하나의 큰 그릇이 담긴 내용물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생명 전체로 보면 하나의 큰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하겠지만, 각각의 낱생명 입장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된 전체 의식의 한 복사본에 다시 자체 특성을 가미한 변이본을 지니게 되는 셈”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전체로서는 온생명 의식을 이루는 가운데, 그 안에 다시 서로 간에 많은 유사성을 지니면서도 또 독자적인 양상을 유지해 가는 낱생명 의식이 나타나며, 이러한 여러 층위의 의식들이 서로 간에 관계를 맺으면서 ‘의식세계’라고 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시 말해,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온생명과 낱생명 간의 긴밀한 연결망을 하나의 실체로 파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온생명 이론은 물질현상을 전제로 하는 가운데 생명현상을 이해해 보자는 것이다. 우주가 시작된 이래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태양을 비롯한 항성들이 형성되었다. 항성들은 우주 안에 가장 흔한 물질인 수소 원자핵들이 모여 에너지 면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분의 에너지를 내뿜는 거대 핵융합반응체다. 이는 천체물리학적으로 가능한 현상이며, 우리가 알다시피 우주 안의 수많은 별들이 모두 그렇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지구, 성간 물질 등 별이 아닌 많은 다른 물질들이 또 있다. 이런 보편적 현상들을 모두 인정한다고 할 때, 생명이라는 것은 이것들이 어떻게 되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우리의 관심사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얻은 것이 온생명이다.

4장 [나와 너 그리고 우리 - 삶과 앎]에서는 낱생명의 주체로서 우리에게 친근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성격을 온생명의 주체인 ‘큰 나’와의 관계를 통해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성이 출현하는가를 살핌으로써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칸트의 철학으로 되돌아와 선순환적 논의를 시도한다.

앎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삶의 세계를 정신의 차원에서 재구성해 현실 세계에서 부딪칠 여러 삶의 단편들을 예행 또는 반추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라 말할 수 있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서 앎이라고 하는 것은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가장 소중한 내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앎의 성격 또한 삶의 양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앎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눈으로 보아서 알고, 남에게 들어서 알고, 책을 읽어서 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부지런히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읽으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 알려진 학습 이론을 인용해 인간의 정신 활동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앎’의 과정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아서 알고, 남에게 들어서 알고, 책을 읽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의 상대성 원리'를 통하여 주체-객체의 관계에 대한 앎, 통합적 지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과정은 끊임없는 선순환적 과정을 거치겠지만...


저자는 서구 학문에 기초한 기존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인식체계와 생명체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언듯 저자의 이론을 접하면 소위 '허접'하고 단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물지식, 대생지식, 대인지식의 개념이나 낱생명, 보생명, 온생명의 개념이야말로 인간이 자신과 외부의 존재에 대해 통합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

서구의 학자들과 생태운동가, 서구의 인식방법론과 인식체계 내에서 공부한 국내 학자, 지식인들들은 나와 너와 우리, 인간과 자연과 우주에 대해 종합적으로 사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서구의 학문방법론 자체가 서로간의 연관성 자체를 무시하고 쪼개고 나누고 해석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서구의 사고체계, 프레임,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이 21세기에 새로운 방향을 찾고 창조하는 츨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보는 많으나 유익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날의 정보 홍수 속에서, 부적절한 외래어나 수사를 남발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자신의 정신세계와 학문 세계를 그려 낸 이 글의 가치가 더더욱 빛난다. 저자의 학문적 무게는 깊이 있는 통찰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라는 출판사의 추천사에 깊이 공감했다.

[ 2012년 2월 04일 ]



공부 이야기 - 장회익

공부 이야기
장회익 (지은이) | 현암사 |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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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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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 공부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seyoh ㅣ 2015-01-20 ㅣ 공감(0) ㅣ 댓글 (0)

공부이야기 -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가 재미있다. 더하여 그가 했다는 공부도 재미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져들면서 공부도 재미있게 하는 셈이다.

어떤 공부?
그가 전공했다는 물리학에 대한 매력을 담뿍 느끼며 또한 깨달음에 대한 과정을 마치 공부하듯 차근차근 해 나가는 재미, 이게 바로 책을 읽는 기쁨이 아닌가 싶다.

먼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 책의 줄기가 잡힌다.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또 하나는 창고에 갇힌 도둑이야기이다.

아인슈타인의 생애는 저자의 생애와 오버랩되며 저자가 자기 생의 고비고비마다 비교하며 따라간 멘토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생애는 많이 알려져 있기에 여기에서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둑이야기는 조금 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앎을 훔쳐내는 학문 도둑

도둑 이야기는 강희맹(姜希孟)이 쓴 도자설(盜子說)에 나오는 것으로, 저자가 공부 도둑이라 자칭하며 자기 생에서 공부를 마치 부잣집 곳간에 들어간 도둑처럼 금은보화 같은 공부를 빼내어 온 것을 비유하는 아주 적합한 비유이자,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여기 등장하는 도둑 이야기는 강희맹이 아들을 훈계하기 위해 쓴 '훈자오설(訓子五說)'중 하나로, 아들에게 스스로 터득하는 '자득(自得)'이 학문 연구에서도 중요함을 가르치기 위해 지극히 천하고 몹쓸 짓을 하는 도둑의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있다. (도둑 이야기 http://blog.yes24.com/document/7903939)

아버지 도둑이 아들 도둑에게 스스로 지혜를 깨우치도록 하기위해 일부러 아들을 창고에 가두는 이야기를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의 서사적 구성 방식을 취하여 아들에게 훈계하고자 하는 내용을 뒤에 제시하고 있다. 강희맹은 도둑의 도(道)에도 '자득(自得)'이 있듯이 학문의 도(道) 역시 자득(自得)이 있어야 천하에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자 했다.

그래서 도둑 이야기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자득의 원리’는 장회익 교수의 학문 방법을 그대로 말해주는 아주 적절한 비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자득’의 이치를 여러 군데에서 말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나는 이 기간 동안 혼자 공부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스스로 체득했고, 이후 이 것이 내 일생의 공부방식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내가 수시로 미지의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공부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대학 교육을 통한 수동적 학업에 지치고 질린 나머지 학업을 거의 포기할 상황에서 나 홀로 몇 년간 공부에 몰두 할 수 있었던 것이 평생의 학문적 자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412쪽)

<공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 이미 초판을 낼 때도 내 나이가 적지 않았지만 그간 칠팔 년이 경과하면서 공부가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다른 하나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저절로 더 아름다운 삶, 더 즐거운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내 최근의 생각이다.>(5-6쪽)

<나는 나 자신을 공부꾼이라고도 했고 때로는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고도 했다. 그저 앎을 즐기고 앎과 함께 뛰노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이 과정 자체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혹시 이러한 앎의 유희에 흥미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공감하는 바를 넓혀보자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다.>(9쪽)

깨달음 이란 무엇인가?

이해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것을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부에 관한 이야기만큼 더 의미있는 것이 바로 그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그는 어떤 스님을 방문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201쪽) 그런데 그 스님 방에 들어가니 탁자 위에 ‘지구의’가 놓여 있더라는 것이다. 이 지구의는 나중에 커다란 깨달음의 소재가 된다. (‘지구인의 눈’과 ‘우주인의 눈’ - 343쪽) 그러나 그 때는 그 지구의에 대하여 묻지 못하고 그저 깨달음을 얻는 방법만을 물었는데, 거기에서 그는 돈오와 점오에 관한 경험을 하고 - 그저 듣고 오는 경험?- 돌아 온다.
돈오(頓悟)란 그 스님의 표현에 따르면 ‘ 즉석에서 깨닫는 것’이고, 점오(漸悟)는 ‘조금씩 학습해 가면서 깨닫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해의 틀’과 그 틀 안에 넣어야 할 ‘이해의 내용’을 말해주고 있으며, ‘관념의 틀’과 ‘관심의 폭’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해 주고 있다.

그는 깨달음의 정의를 이렇게 표현한다.
<작은 돈오로 구성되는 하나의 큰 점오>가 바로 깨달음이다. (207쪽)
그러기 위해서는 물음이 필요한데, 그 물음은 꼭 명시적으로 질문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한 구석 그 어딘가 답답함을 느끼거나 찜찜함을 느끼는 형태로 오기도 한다. (207쪽)

나는 이 부분에서 우리가 어떤 현상을 대할 때에 가져야 할 자세가 어떤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으니, 그것도 하나의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종교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

공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의외로 종교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색 중 하나이다. 각 마당마다 거의 한 꼭지씩 담아 놓았다.
셋째 마당의 ‘교회에서는 왜 질문을 안받나’, 넷째 마당의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하나’, 다섯째 마당 ‘성경이 과연 하느님 말씀인가’, 여섯째 마당 ‘스님 방에서 받은 깨달음 수업’, 아홉째 마당의 ‘인간의 도’ 등이다

이중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하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게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내가 이 시험 - 서울대학교 입학시험 - 과 관련하여 하느님께 어떻게 기도를 드릴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내가 합격하면 누구 하나가 떨어져야 하는데 나를 붙여 달라는 것은 누구 하나를 떨어뜨려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가 아닌가?> (147쪽)

여기서 잠깐! 독자들 중에 위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그런 고민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다.
< 결국 나는 공정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는 길밖에 없었다.>(147쪽)

어떤가? 그런 기도가 적절한가?
이런 기도를 드린 후에 결국 그는 원하던 학교에 합격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는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다른 경우에서 발생한 일인데,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내가 가지 않고 그가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경우도 그렇게 - 공정하게 해달라고 - 기도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떻게?

공정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면 시험과정에서 실수만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283쪽)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게 더 인간적인 기도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끝으로 읽어야 할 대목은 410쪽 이하의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이다.
“뉴턴은 자기가 남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이는 그자신보다 한 세대 앞섰던 데카르트의 선구적 방법론에 힘입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414쪽) 고 말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고 있다. “ 그러나 데카르트의 방법론을 익힌 사람이 뉴턴만은 아니었을진대, 오직 그만이 멀리 보게 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이미 스스로의 공백기간을 통해 마련된 자기만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자기 어깨’ 위에 올라설 수 있었기에 그러한 일이 가능하다.”(414쪽)

그래서 그렇게 할 때에 시야가 하루 하루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요체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하여 그는 평생을 걸려 공부했고, 공부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억해 두고 싶은 말들

<아침에 도를 깨닫고 낮에 이를 적어 놓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403쪽)

<학문의 본령을 터득한 학자가 학문 전체의 내용을 재음미 해가면서 그 안에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추려내고 이것을 다시 일반 지식인들이 함께 깨우쳐내게 하는 매우 적절한 방식을 강구해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문이라는 것이 오직 이를 전문적으로 추구하는 몇몇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407쪽) <‘앎 중심’ 학문이 식품의 생산에 해당한다면 ‘삶 중심’ 학문은 음식의 마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상황은 엄청나게 많은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적절히 선택하고 배합하여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음식을 만들어줄 요리사가 부족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408쪽)

저자의 선조인 '장현광'의 우주설(宇宙說) - 303쪽 이하

'동굴의 비유'(367쪽)
이 비유는 플라톤이 말하는 동굴의 비유가 아니다.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이 녹아 있는 신선한 비유인데, 이 부분 독자들이 읽어 그 깊은 뜻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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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깊이를 더하는 공부하는 삶 《공부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인디캣 ㅣ 2015-01-19 ㅣ 공감(1) ㅣ 댓글 (0)
저자 장회익 선생님은 자신을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 지칭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공부가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 저 역시 소망하는 삶이기도 하고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고 그러면 저절로 더 아름다운 삶, 더 즐거운 삶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평생 앎을 추구하며 즐긴 놀이로서의 공부, 그 과정을 기록한 글 <공부 이야기>를 통해 앎의 유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입니다. 공부 이야기라고 해서 여느 책처럼 학업과 관련한 이야기만 있지 않고, 조상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네요. 가풍의 부재는 곧 자녀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며 집안 이야기를 쭉 합니다.





나름 성적을 잘 따는 아이였다는데 공부 냄새와는 거리가 먼 할아버지의 반대로 1년간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집안 일꾼들과 같이 들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죠. 그런데 이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강희맹의 <창고에 갇힌 도둑> 이야기처럼 공부의 길을 막아놓으니 더 공부하고 싶어 한 탓에 오히려 공부꾼의 길에 무사히 들어설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겨내면 좋은 훈련이지만 그러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며 알게 모르게 요즘 말로 자기주도학습이 되어버린 거죠. 책을 읽다 모르는 게 나와도 누구 하나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생각하며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경험을 터득하게 된 겁니다. 모든 기회를 자기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마련한 셈입니다.





정규 교육에서 얻은 것보다 직접 삶의 현장에서 학문을 수행해보는 직접적 체험을 경험하는 것. 한마디로 야외생존훈련 덕분에 고등 물리학 전체를 혼자 힘으로 학습해낼 동기와 저력을 길렀다고 하네요. 선행학습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역경을 기회로 활용한 장회익 선생님의 생각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 아버님의 영향이 아주 컸더라고요. 칭찬과 격려로 자부심을 높였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인터뷰에서도 봤었는데 아버님의 이런 좋은 영향이 진로는 물론 평생 공부꾼이 되게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부모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려서부터 익힌 독자적 학습능력은 다시 독자적 학습경험을 낳으며 수동적 교육으로는 얻기 힘든 학습의욕과 학업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궁금해할 듯하네요. 제도권 너머에서 머물던 독특한 공부방식이 제도권 내 시험에도 효력을 발휘할까요. 장회익 선생님은 자력으로 학습 습관을 익히면 놀라운 이해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얻는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건 약간의 노력을 더 해 최대 효과를 얻는 힘이 된다는 거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 후 70세까지, 상아탑 공부꾼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서의 공부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파트에서는 특히 학문의 본질을 강조하네요. 제대로 공부하라는 말입니다. 학문에서는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보다 타당성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그러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비로소 구분된다 합니다. 학문의 목적은 내 삶을 온전히 하기 위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에게 납득되도록'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하네요.

『 학문의 요체는 자유이다. 생각의 실마리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져야 하고, 성취나 보상 따위의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한다. 』 - p193




물리학 공부 이후 DNA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생명에 관해 관심이 확장되었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물리학 용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수학, 물리학, 철학, 생물학 등 제법 손댄 분야가 많지만, 물리학이란 줄기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접목하며 일찌감치 융합이니 통합이니 요즘 유행하는 그런 개념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전통학문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과학 하면 서양과학만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전통학문의 과학적 논의를 소개하는데 신선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장회익 선생님의 생명의 새로운 개념 제시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온생명, 낱생명, 보생명이라는 개념들로 생명을 파악하는데 다음에 기회 되면 관련 도서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진짜 학문의 정수는 이런 것이란 걸 알려준 <공부 이야기>. 초반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옛이야기 듣듯, 중후반부에는 멘토의 조언을 듣듯 읽어왔네요. 이 시대는 현재 정신적 기아 상태라고 합니다. 공부의 의미, 앎의 의미가 협소해져 진정한 공부꾼이 드뭅니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와 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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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배움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다 새창으로 보기
어떤하루 ㅣ 2015-01-08 ㅣ 공감(1) ㅣ 댓글 (0)

??"낼 또 학교가야해" , 울 아이가 한숨소리와 함께 무겁게 내뱉는다. 방학전에는 호기롭게 어느정도 공부(?) 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과후를 신청했으면서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벌써 어깨가 무거운가보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퇴직했기에 이제는 내 맘대로의 공부를 할 수 있어 좋고, 이제껏 알아왔던 것들이 쌓이면서 점점 넓은 세상을 보고있는 자신의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기다린다는, 희망에 차 있는 노老교수의 "공부"는 어떤 것일까 새삼 궁금해지게 된다.

2008년 칠순이 되던 해, '공부 도둑'으로 나왔던 내용도 정리했지만 후에 달라진 생각 두 가지를 첨부하셨다고 한다. 하나는 공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비교해가며 남에게 배운걸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깨닫는 기쁨을 중요시하는 장교수님은 사숙재 강희맹 선생의 도자설에 나오는 도둑 이야기를 꺼내신다.

도둑질을 업으로 삼은 아비와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밤 도둑질하는 중에 아비가 아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건 다음 주인이 깨도록 소리를 낸 것이다. 이 위기를 재치로 가까스로 피하고 밖으로 나와 당연히 아비를 원망하는 아들에게 아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원숙하게 만드는 법이다.네가 창고에 갇히고 다급하게 쫓기지 않았던들 어떻게 쥐가 긁는 시늉을 내고 못에 돌을 던지는 꾀를 냈겠느냐. 이제 지혜의 샘이 트였으니 다시는 큰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제 천하의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후에 과연 그는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었다 -86

여러번 공부와 멀어질뻔한 일들을 공부의 창고에 자물쇠를 건 일에 비유하기도 하고, 자신은 아직도 학문의 창고에 들어가 앎을 훔쳐내는 '공부꾼'일뿐이라는 이야기에서 그의 일생 주요 흐름이 되는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공부를 즐기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를 알게된다.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채로 시골 농사일을 도울 수 밖에 없었기에 반강제로 시작된 혼자 공부는 돌아보니 스스로 앎을 찾아가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쌓이는 시절이였다는 걸, 미적분 이해하게 됐다며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어했다는 이야기에서는 공부의 다른 이름이 경쟁이 아니라 알다 이해하다 가 주는 순순한 기쁨이라는 것을, 낯선 외국땅에서의 '아는 것은 알겠는데 모르는 것은 모르겠더라"로 아는 것을 다시 음미하여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보고 알려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모르는 걸 무조건 머릿속에 많이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게 공부라 여겼기에 우리가 공부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국 몸마저도 공부에 신명을 내는 경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394
좋아하고 즐겨라, 즐기는 것보다 그 일을 계속하게 할 스스로 만든 강제요인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공부만큼은 누가 좋아하랴' 하던 우리에게 신명을 내는 경지라는 것이, 그의 인생을 열 두마당으로 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회고록이라 부를만큼 한 사람의 일생이 들어있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일생의 큰 부분이 된 공부를 '앎 중심'이 아니라 '삶 중심'으로 만들어갔기에 자연스레 넓어지고 깊어진 학문을 여전히 즐기는 분의 모습을 어느 순간에서건 볼 수 있기때문이다.

공부 잘하던 아이가, 앎을 야금 야금 한 부분씩 꺼내가던 공부 도둑이 이제는 지식의 순환고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게 된 기쁨과 깨달음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커다란 지혜의 보고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분은 알고 계실련지, 어느 페이지를 들춰보아도 자신의 이런 일들이 깨달음과 또 다른 깊이를 얻게했다는 걸 말씀하시는 분의 이야기에서 아직도 고달픈 게 공부라면서도 여전히 하고있다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되니 나 또한 나를 돌아보게 되지않을수 없다.

하나와 둘, 명확히 다른 부분이라 여긴 지식의 부분들이 이제사보니 서로 연결된다는데, 난 어디까지 왔으며 누구에게 어떤 기쁨을 말해줄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말이다. 꼭 물리처럼 어려운 과목이 아니더래도, 생명처럼 중요한 과목은 아니더래도 살아가면서 얻은 진짜 안다는 것의 기쁨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당신이나 나같은 사람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죽을 테지만,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늙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그 안에 태어난 이 거대한 신비Mystery 앞에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처럼 이것과 대면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424(아인슈타인의 친구가 그의 80세 생일에 보낸 편지 구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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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생명의 만남! 그리고 대하드라마 새창으로 보기
사랑지기 ㅣ 2015-01-03 ㅣ 공감(4) ㅣ 댓글 (0)


장회익 선생은 생명의 근원을 찾아 나선 물리학자다. 생명과 물리는 별개의 영역 같지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동반자 같은 관계다. 아니, 선생에 따르면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모든 만물이 종내는 하나의 원리로 수렴되듯이 생명 현상과 물리 법칙도 그러하다. 선생은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획득한 후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한다. 에르빈 슈뢰딩거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찾아갔듯이.

이 책은 2008년 《공부도둑》으로 나왔던 것을 새롭게 다듬어 낸 것이다. 선생은 1938년생이니 초판이 나온 2008년이 꼭 칠순이 되던 해였다. 본래 책 제목이 ‘공부도둑’이듯 선생은 앎을 훔쳐내는 도둑이 되고자 했다. 이제는 생명의 정수(精髓)를 찾아 ‘삶 중심의 학문’에 심취해 있다.

어떻게 물리학을 통해 생명의 신비로까지 나아가게 되었을까? 책에는 선생이 지적 호기심과 학자의 열정으로 우주 만물의 근원을 찾아 한 평생 달려온 대하드라마가 펼쳐진다. 초반은 조금 생뚱(?)맞고 지루하게 시작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보자. 선생 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특한 경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선생은 목차를 열두 마당으로 나누고 마당마다 이야기를 몇 토막 씩 담았다. 주요 내용은 그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30여년 재직하는 등 자신이 지나온 자취를 점검하고 생을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선생에게 이 책은 자신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만년에 쓴 『자서전적 노트Autobiographical Notes』(1949)와 같은.
내 삶이 끝없이 ‘앎’을 추구하며 지내온 과정이 아니었나 한다. 이것은 뭐 그리 대단한 탐험의 길도 아니었고 또 대단한 성취를 얻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즐기면서 함께해온 놀이로는 의미 없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앎과 숨바꼭질하며 살아온 생애라고도 할 수 있다. - 초판 서문
그는 물리학이 좋아 물리학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청주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자유로운 야생(野生)의 분위기에서 꾸준히 공부한 결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선생은 자신이 읽고 공부했던 책과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이룬 학문의 성취에 대해 마치 지층을 쌓듯 하나 하나 들려 준다. 나는 이 책을 보는 독자에게 열두 마당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책을 보면 선생은 자신의 교육관도 자세히 피력한다. 가령 물리학과를 다니던 당시 처했던 어려운 상황(강의가 체계적이지 못함, 구하기 힘든 원서 등)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았을지 조언한다. 이는 곧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부법이다.

“물리학 전체에 대해, 그리고 이와 연결해 개별 과목에 대해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그 잠정적 결론을 자기 언어로 서술하라. 그리고 학습이 진행되는 대로 이것에 대한 수정·보완을 수행해 나가되 그 핵심은 반드시 유지하라. 이렇게 할 경우 설혹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핵심은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최소한의 학점 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 161쪽

통찰과 혜안으로 학문의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것이요, 먼저 전체를 파악해서 부분을 채우라는 것이다. 한국 대학의 교육 여건과 대학생의 역량 수준에서 이를 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주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송아지 사육론’을 제창한다. 이는 ‘자동차 조립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자동차 조립론’은 물리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비롯한 개별 과목과 항목들의 지식을 먼저 다 익혀야 비로소 쓸 만한 물리학자가 된다는 것.

이에 반해 ‘송아지 사육론’은 물리학은 아무리 미숙하더라도 살아 있는 송아지 같아서 이미 전체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단지 학습이라는 것은 여기에 영양을 공급해 키우는 일일 뿐이라는 점이다. 즉 부분을 마련하기 전에 전체를 의식해야 하며, 이렇게 할 때는 항상 살아 있는 것이기에 삶의 기쁨을 맛보며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분과 전체, 어느 것이 더 큰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학문마다 내용이 다르고, 과정에서도 수준에 따라 달리 적용되거나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서구 학문은 부분의 정확성을 중시하고, 동양 학문은 전체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우리 몸과 마음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살펴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여담으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보면 양자역학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어떻게 발산되고 수렴되었는지 파악하기에 좋다.

선생에 따르면 공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그렇게 하면 저절로 더 아름다운 삶, 더 즐거운 삶으로 이어진다.

마치기 전에 선생이 제창한 생명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그는 생명을 낱생명, 보생명과 온생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생명체의 신비는 생명체(낱생명)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밖에 놓인 무엇(보생명) 사이의 관계에서 온다. 이 둘이 합쳐 완결된 실체로서의 온생명을 이루게 된다는 것. 이는 1940년대 슈뢰딩거가 설파한 생명의 원리보다 더 한층 진일보한 개념이다.

이제 선생이 생명에 관해 다룬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나도 선생이 이끄는 뫼비우스의 띠로 나서 보련다.

* 사족 하나. 본문에는 “심괄의 《몽계필담》이 국내에 한 번도 출간된 적이 없는 듯하다”(313쪽)고 언급되어 있다. 실은 2002년에 범우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희망의 인문학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7)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

[희망의 인문학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7)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

[희망의 인문학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7)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11.08.30 00:58 수정 2014.10.16 12:05 | 종합 26면 지면보기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의 삶을 이어달리기에 비유했다. ‘나’라는 개별 존재가 한 팀(온생명)의 일원으로 달리고, 그 바통을 후세에 전해준 뒤 휴식을 취한다는 뜻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당신 나이는 40억 살, 우리 모두는 지구 탄생부터 생명으로 이어졌으니 …

사람들은 나누기를 좋아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이념 문제만이 아니다. 삶과 죽음을, 인간과 자연을 구분한다. 인문학과 과학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장회익(73) 서울대 명예교수가 차지하는 자리는 각별하다. 물리학자이면서도 인문학 주제를 천착해온 그에게 삶은 앎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였고, 과학 연구는 철학적 성찰이었다. 그가 주창한 ‘온생명’은 이런 통합과 소통의 결실이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가 장 교수를 만났다. 중앙일보와 예스24가 공동 기획한 ‘희망의 인문학’의 첫 공개 대담에서다. 2003년 퇴임 뒤 충남 아산에 살고 있는 장 교수가 기차를 타고 서울을 찾았다.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열린 대담에서 장 교수는 “따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과학을 삶과 연결해 고민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나를 인문학자로 불렀다.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승=선생님의 『공부도둑』은 일반 과학자의 자서전과 달랐습니다. “학문이 담긴 창고의 열쇠를 훔치는 공부도둑이 되길 원했다”고 하셨죠. 언제부터 호기심이 왕성한 공부꾼이 되셨어요.

 ▶장회익=초등 6학년 때 중퇴를 했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학교 가지 말라”고 하셨죠. 정신이 얼얼해졌죠. 다들 학교 가는데 저는 산에 가서 나무를 했거든요. 남다른 공부를 한 거죠. (웃음) ‘그래도 공부는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중학교 때 정식 편입을 했지요.

 ▶정=『온생명에 대하여』를 읽고 놀랐습니다. 생명을 재정의하게 된 계기라면요.

 ▶장=물리학은 사물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걸로 만족이 안 됐어요. 가장 중요한 생명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등을 읽었는데,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어요.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생명은 다른 거구나 하고요.

지난 25일 독자 초대 공개대담을 하고 있는 장회익(오른쪽) 교수와 정재승 교수.

 ▶정=그게 온생명이죠.

 ▶장=한 생명이 완성되려면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연결돼야 합니다. 온생명인 거죠. 한 부분만 떼어서는 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사람을 생명이라고 하는데 공기나 물 없이 사람을 생명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 동안 많은 과학자가 생명의 한 끄트머리를 붙잡고 연구한 겁니다. 사물의 상호작용, 인과관계를 보다 보니 온생명에 도달했습니다.

 ▶정=온생명의 통찰력은 무엇일까요.

 ▶장=우리가 온생명의 일부라는, 또 내가 곧 온생명이라는 것이죠. 30~40억 년 전에 시작된 모든 생태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죠. 내가 먹는 음식은 무엇으로부터 오죠. 태양에너지입니다. 태양에서부터 나까지 모두 연결됩니다. 올해 정 교수 나이가 어떻게 되죠.

 ▶정=우리 나이로 40세입니다.

 ▶장=온생명으로 말하면 40억세에요.(웃음) 온생명 관점으로 보면 ‘나’의 의미가 달라지죠. 40억세인 내가 존재하는 동시에 개체로서의 나도 있죠. 온생명이 살아있는 한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런 뜻도 됩니다. 산다는 것은 이어달리기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달린 뒤 그것을 넘겨주고 휴식을 취하는 거죠. 그게 온생명으로서의 삶입니다. 경기장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휴식하는 거에요. 그래서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정=과학자도 인문학을 해야 할까요.

 ▶장=인문학을 따로 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기계적입니다. 앎이 나의 삶, 우리 삶과 어떻게 관계되는지 관심을 갖는 게 인문학입니다.

 ▶정=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장=인문학은 책을 읽고, 안 읽고의 문제가 아니죠.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을 파고들다 보면 철학인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어요. 저도 모르게 철학을 하게 된 것이에요. (웃음) 제가 과학과 삶을 연결 짓는 얘기를 하니까 저를 인문학자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과학을 빠뜨리고 인문학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과학은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인문학, 순수과학, 엔지니어 무엇이든 제대로 과학을 해봐야죠.

 마이크가 직장인·주부·대학생·중학생 등 공개대담에 참여한 독자들에게 돌아갔다. 질문이 쏟아졌다.

 ▶독자1=온생명론을 인식 못하는 생명도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을 이용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장=온생명 중에서 정신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인간이죠. 어떻게 보면 놀랍고, 다행인 일입니다. 문제는 그조차도 인식을 못 하고, 나 혼자 잘 살아야겠다며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온생명에 암세포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내가 조금 잘 못하면 생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독자2=과학문명만큼 정신이 함께 성숙했는지 의문입니다.

 ▶장=중요한 질문입니다. 인간은 과학을 이해하며 자연에 대한 힘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주는 눈은 공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과학이 주는 지혜를 피하고 물질적인 편리만 이용하려고 하죠. 온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과학은 더 치열하게 해야 해요.

 ▶정=앞으로 성취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장=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아요. 난 온생명에 빚을 지고 있으니, 꼭 갚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님은 ‘아침에 도를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침에 도를 얻으면 점심에 그걸 써놓고 저녁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혼자 알고 없어지면 안 되죠.

 ▶정=요즘 고민이 많은 청춘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장=삶의 목표를 되도록 높이 가지세요. 목표는 마지막 바통을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게 없으면 살아가는 힘이 없어요. 내 삶이란 가벼운 게 아닙니다. 높은 목표를 세우되 그 과정에서 진행하는 중간 목표는 낮추세요. 과정의 목표가 너무 높으면 멀리 못 갑니다. 예컨대, 꼴찌에서 일등을 하겠다가 아니라, 꼴찌에서 두 번째 하겠다는 목표를 하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어요. 앞에 닥친 목표는 작게 만들고, 그것의 달성 또는 초과달성을 즐기세요. 하지만 최종 목표는 가장 높게, 그 목표를 위해선 아무것도 양보하지 마세요.

정리=이은주 기자, 김민영 프리랜서 작가
DA 300



◆장회익(張會翼)=1938년 경북 예천 출생.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원과 루이지애나대 방문교수를 거쳐 지난 30여 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 총장을 지냈다.

장회익 교수의 책책책

◆삶과 온생명(솔출판사, 1998)=주역이나 성리학 등 동양 전통학문이 말하는 삶의 자세와 서구 과학을 통해 본 ‘온생명’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조선성리학의 자연관’ ‘온생명과 현대사회’ ‘과학문화, 재앙인가 구원인가’ 등을 논했다.

◆공부도둑(생각의나무, 2008)=스스로를 ‘공부꾼’ ‘공부도둑’이라는 부르는 저자의 70년 인생과 학문 이야기. 어린 시절 학업을 중단하고 나무하러 다닌 이야기, 청주공고와 유학시절 등 공부여정을 섬세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물질, 생명, 인간(돌베개, 2009)=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등 철학을 파고들었던 지은이의 학문적 여정을 오롯이 담았다. 인간의 앎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초해 물질과 생명현상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온생명론(Theory of global life)= 1988년 4월 유고슬라비아의 두브로브닉에서 열린 과학철학 모임에서 장회익 교수가 발표한 이론. 생명을 하나하나의 세포나 생물학적 종으로 보는 개체중심에서 벗어나 태양-지구계처럼 통합적 에너지를 품고 있는 자족 단위로 파악한다. 오늘날 생태계 위기는 인간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보생명(co-life)’으로 보지 않고, 인간을 위한 ‘환경’으로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알림

※ 장회익·정재승 교수 대담 동영상과 내용 전문을 중앙일보와 예스24가 함께하는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 홈페이지(http://inmun.yes24.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읽은 소감을 9월 18일까지 홈페이지 댓글 코너에 글을 남겨주시거나 분야별 추천 도서에 대한 서평을 올려주세요. 선정된 독자께 도서지원금을 드립니다. 9월 5일에는 주경철 교수(서울대·서양사)와 정재승 교수의 공개대담이 열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캠페인 홈페이지에 9월 1일까지 신청해 주세요.


[출처: 중앙일보] [희망의 인문학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7)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