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4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 경향신문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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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2


<난 야르>타밀어 원서

명상은 힘이 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이 세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뜻이다. 세계 곳곳에서 명상은 아주 잘 팔리는 상품이 됐다. 아마존에서 명상을 검색하면 3만권 이상의 책과 100만종이 넘는 유관 상품이 나오고, 국내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명상 관련 서적은 4000종 가까이 검색된다. 유튜브에서도 명상은 인기가 높아 1700만개 이상의 영상물이 선보이고 있다. 가히 버거운 결과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상은 명상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열심히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 책은 체계적 내용이 풍부하게 축적된 분야다. 명상서적 출간에 매진하는 국내 출판사 관계자는 “자기계발과 힐링이 한동안 출판가의 이슈였다. 명상서적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주제다. 책은 주로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과 명상 관련 유명인의 저작을 중심으로 기획한다”고 설명한다.


국내 명상서적붐을 이끈 선도자는 오쇼 라즈니쉬와 크리슈나무르티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라즈니쉬는 기존의 종교서적을 명상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파격적인 저작들을 연이어 발표해서 한동안 국내 명상출판계의 옹달샘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작고한 이후 더 이상의 신간이 나오지 않아 명상의 스승 라즈니쉬와 크리슈나무르티, 비베카난다, 아잔 브람 등의 책들은 고전으로 남아있다.


1] ■라마나 마하리쉬의 <난 야르>


명상의 고전 중에서 딱 한 권만을 고르라면 명상인들은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의 <난 야르>를 꼽는다. ‘난 야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문이다. 이 단순하고 간단한 질문은 가장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명상의 본질은 세상을 향한 눈길을 내면으로 돌려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야말로 명상의 출발이자 도착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주장도 그렇다. 우리는 진실한 자신이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마나 마하리쉬는 인도 남부 브라만 계급 출신의 성자이다. 오쇼 라즈니쉬는 그를 최상의 성자로 꼽았다. 마하리쉬는 어릴 적부터 종교적인 교육을 받았고, 특히 인도 중세 신비주의 시인인 카비르의 생애와 시집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환상 같은 현상과 진리의 실상이 둘이 아니라는 견해를 가졌고, 깨달음을 체험한 후 인도 남부 아루나찰 산으로 가서 맨몸의 수행자로 살았다. 아루나찰 산은 지금도 명상인들의 성지가 되어 순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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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야르>에서 들려주는 그의 가르침은 “우리는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야 한다. 육체는 결국 사라져가므로 나는 육체도 아니다. 두뇌 또한 썩어 없어질 것이므로 정신 또한 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인격도 감정도 아니다. 죽음이 그것들을 사라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실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라는 것이다. 자아에 대한 탐구야말로 삶과 죽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신과 모든 생명에 대한 헌신은 집착을 떠나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난 야르>는 국내에도 두세 차례 번역되어 출간된 바 있지만, 현재는 절판 상태이다.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할 것들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명상 책들


국내에서 명상 관련 서적으로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 여럿 있다. 현각스님·혜민스님 등 국내 작가의 책이 100만부의 벽을 넘었고 틱낫한·달라이라마의 명상서적이 잘 팔린다. 그 중에서 달라이라마의 책은 국내뿐 아니라 서구에서도 높은 인기와 지지를 받고 있다. 2]  달라이라마의 명상서 중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2018년 불광출판사)이라는 긴 제목의 책은 최근 국내에 소개됐지만 이미 10여년부터 아마존의 스테디셀러다. 명상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책이 특별한 것은 그가 말하는 내용들이 특정 종교나 문화를 벗어나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종교나 특정한 문화적 전통의 영향력은 점차 힘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학과 이성의 발달로 인간은 무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종교적 신비를 떨쳐버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신 합리적 이성과 보편적 윤리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됐을 때 명상은 종교를 대신하여 인간 내면의 가치에 눈을 뜨는 방법을 일깨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육체적인 단련을 위해 우리는 러닝머신을 달리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다. 명상은 마음의 러닝머신이라는 것이 달라이라마의 주장이다. 하기 전에는 어려워하지만 일단 하고 나면 그 효과를 느끼고 하길 잘했다고 절감할 것이다. 고통스런 삶의 본질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자신의 본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명상을 권한다. 달라이라마에 따르면 우리는 명상을 통해 지혜에 이르게 되고, 어떤 고통이라도 영원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유용한 것은 주의·주장 이상의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으로 오랫동안 내면을 살피고 세상의 고통을 어루만져온 달라이라마의 경험과 전통적 가르침이 마음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실제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돼 있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착각이며, 그 착각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예증을 들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우리는 분명히 변할 수 있고, 그것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바뀔 수 있는 방법이 명상에 있음을 확실히 설명한다.



마스터 게임

명상에 관한 색다른 책 중에 3] 로버트 드 로프(1913~1987)의 <마스터 게임>(2018년 좋은땅)을 들 수 있다. 저자의 전공은 특이하게도 식물생리학과 생화학이다. 그는 세상 속에서 살되 세상의 가치에서 벗어나 초월의 길을 걸으라 가르쳤던 러시아 출신의 명상가 구르지예프의 가르침을 따라 명상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후 명상공동체를 세우고 명상 관련 책 저술에 몰두하여 11권의 책을 썼다. <마스터 게임>은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부제가 ‘삶의 의미, 의식의 탐구, 깨달음의 여정’인 만큼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전공과도 관련이 있다. 과학자로서 명상과 신경계통의 탐구를 접목하여 실제적인 관점에서 명상을 단계적으로 이끌어 간다. 삶이 게임이라면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궁극적인 게임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명상의 내용을 직관적이고 체험에 의거하여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은 번역자의 자비출판 형식으로 소량만이 출판됐다. 재활의학과 의사인 번역자는 자기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친 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나와 있지 않아 직접 번역하고 출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역자는 “이 책은 절대 많이 팔릴 책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상당히 수준이 높아서 기초지식이 없이는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뜬구름 잡는 책이 아니며 아주 실용적인 책”이라고 설명한다. 로버트 드 로프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라며 그를 위해 자신의 명상 체험을 기꺼이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명상을 말하는 인물 중 가장 주목 받는 이는 차드 멩 탄이다. 구글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직원 대상의 명상수업을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에서 탁월한 효능을 경험하게 했던 일로 유명해졌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2012년 알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 전문적인 명상가의 길로 들어섰다.



내면을 검색하라 원서

■엔지니어가 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책의 대부분은 구글에서 실제로 행해진 ‘내면검색’ 프로그램에 기반한다. 신경과학자와 프로그래머, 심리학자와 선 수행자들과 공동작업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차드 멩 탄은 직장과 생활 현장에서 마주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내면의 평화를 이끌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명상을 습관의 차원에서 다룬다.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는 감정의 습관을 제어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쉽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초심자들이 명상에 대해 갖는 세세한 의문과 실질적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어 실용교과서 역할을 해낸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문학적 관점에서 삶과 명상을 바라보는 책으로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2010년 문학과 지성사)을 들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철학책, 20세기의 모비딕 등의 별칭을 지닌 이 책은 소설이다. 저자는 이 책과 후속작인 <라일라> 단 두 편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소설이지만 삶의 가치와 내면의 탐구를 명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음을 다루는 참선과 오토바이를 정비하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단순한 기술을 익힘으로써 본질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마음을 잘 관리함으로써 삶이라는 긴 여정을 쉽게 여행해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피어시그와 아들


로버트 피어시그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0대 중반에 월반으로 몇 년을 건너뛰어 대학을 졸업했다. 피어시그는 징병돼 해방 직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 우연히 들른 한국의 사찰에서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매주말 미친 듯이 절을 찾았고, 제대 후 귀국하여 총망 받던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그는 인도로 가서 철학을 공부했다. 주변으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뇌 절제 수술의 위협을 받았다. 몰이해 속에 아내로부터 이혼당한 낙오자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내면에 집중했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이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다. 오토바이에 아들을 태우고 미국을 횡단하며 경험한 내용을 내면의 탐구와 참선, 그리고 오토바이 정비 이야기에 담았다. 출간 직후부터 종교의 본질과 인간 영혼의 탐구에 관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명상이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환상에 대한 탐구라면 이 책은 그 환상 여행에 대한 보고서이다.



한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꼽혔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를 다루는 만병통치약으로 명상을 주목한다. 스트레스는 실체가 없다. 명상의 기술과 이론 또한 정해진 실체를 찾기가 어렵다. 저마다의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은 미지의 영역인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삶을 둘러싼 경제적 상황과 질병, 사회적 환경과 감각의 대상 등 우리를 지배하는 외적인 요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통제력을 되찾는 유용한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을 위한 스마트폰 앱이 각광 받고, 기업체마다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유행의 뒷면에는 스스로를 알고 싶다는 본연의 욕구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고 단박에 명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더라도, 먼저 명상의 세계를 헤매어 간 선지자들의 흔적과 경험에서 도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적인 마음의 탐구에 명상책들이 유용한 이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021126011&code=960100#csidxc78d5200de12a67ac0a2120865100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