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망중한담 2016 1 21 1926
우리 역사상 풍부하고 위대하며 심오한 사상의 맥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통하여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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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7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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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올바로 안다는 것은 이렇게 잃어버린 위대한 것들에 대한 회복의 가
치도 지닌다
삼권분립의 개념은 몽테스키외(C.S.Montesquieu 1689~1755)의 <법의 정신>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국회의 독립된 기능
은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수준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국회는 대화와 설득의 장이지 투쟁의 장이 아니다.
한영우(韓永雨 1938~)
서울대학교 사학과 출신의 역사학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을 거쳐 현재 명예교수. <정도전 사상의 연구 1973>로 삼봉학 개척
이익주(李益柱 1962~)
서울대학교 국제사학과(졸). 박사학위논문 <고려 원 관계의 구조와 고려 후기 정치체제>.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정도전 관련
논문 발표
공민왕(恭愍王 1330~1374)
고려 제31대 왕 재위 기간은 1351~1374년. 왕위에 오른 뒤 신돈을 등용하여 원나라를 배척하고 친원파인 기씨(奇氏) 일족을 제거하였고, 쌍성총관부를 폐지하
였으며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였으며 경제를 개혁하고 성균관을 중심으로 유교를 진흥시킴. 노국공주와의 로맨스로도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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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 통치 당시는 원나라(몽골)의 지배 하에 있었다. 1356년에 공민왕은 정동행성(征東行省)을 폐지하고 쌍성총관부를
무력으로 철폐한다. ㅇ 때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신돈 (辛旽, ? ~ 1371)
승명은 편조(遍照). 공민왕 14년에 국사로 등용되어 토지와 노비를 돌려 주는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폈다. 그에 관한 항간의 나쁜 소문은 모두 그의 개혁을 왜
곡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정도전 개혁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개혁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고 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 즉 개혁담당의 주체세력이 확실해야 한다.
공민왕은 과거를 통하여 임박, 정몽주, 김구용, 이숭인, 윤소동, 박상충, 정도전 등 젊은 엘리트를 대거 진출시켰다.
말하자면 신진 유생(성리학자)들을 개혁의 주체세력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로 만들게 되었다.
이색(李穡 1328~1396)
고려말 성리학의 대학자. 원나라 국자감에서 공부하였고 한림원에까지 등용되었다.
고려말 개혁을 주도한 엘리트들의 큰 스승이었다.
신진 유생들은 상대적으로 고려사화에서 확고한 토지기반을 가진 계층이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개혁에 보다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개혁을 시도한 사람은 그 개혁이 완성됨으로써 역할을 다 하는 것.
홍윤 등에 의해 공민왕이 처참한 최후를 맞은 후, 우왕을 옹립한 권세가들은 기존의 배원친명(排元親明)정책을 파기하고
다시 원나라와의 관계를 도모하였고, 이 것은 결국 개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신진 유림 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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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전보答田父 14>
당시 유림들 중 가장 개혁의 목소리가 높고 강직했던 정도전의 나주 유배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정도전의 배원 성향은 우왕 원년의 원나라 사신 영접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원의 사신을 영접하라는 명을 받자 정도전
은 "내가 사신의 목을 베어 오거나 아니면 체포하여 명나라로 보내겠다"고 할 정도였다.
조선 개국 혁명의 주도자가 누구인가의 문제가 잠재된 채로 겉으로 드러난 이방원과 정몽주의 갈등은 '사병혁파' 과정에
서 극을 달리다가 결국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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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년 태조 7년 8월 26일 서울 송현(松峴)의 늦은 밤에 정몽주가 피살되고 만다,
고려사회는 다양성을 추구했다. 유교, 불교, 도교 등 모든 사상에 대해 관용적이었다. 고려말 지식인들의 사상적 깊이는
조선왕조 성리학 일변도의 사상가들 보다 더 심오할 수도 있었다.
그 중 삼봉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패러다임을 창출한 위대한 사상가이다.
이 위대하고 풍부한 사상의 맥은 안타깝게도 식민지배라는 과정을 통하여 단절이 생기게 된다.
일제식민지 역사는 우리사회의 많은 근대적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가 가치적으로 긍정될 수는 없다.
그것은 자기 배반의 역사이고 단절이며, 반성되어야만 하는 왜곡의 역사였다.
답전보(答田父) 해설 계속
"네놈은 필시 장수라, 평시에는 거드름과 공갈로 지새우며 상전의 비위나 맞추다가 전쟁이 나면 접전이 되기도 전에 도망
쳐 백성의 생명을 적의 칼날에 버려두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는 놈이로구나"
"그게 아니라면 네 놈이 재상의 신분이지만 괴팍하여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아첨하고 추종하는 놈은 벼슬을
주고 바른 소리는 듣지 않고 바른 사람은 배척하고.."

답전보(答田父) 전문(全文) 해설
寓舍卑側隘陋(우사비측애루) :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心志鬱陶(심지울도) :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다
一日出遊於野(일일출유어야) : 하루는 들에 나가 노닐다가
見一田父(견일전부) : 농부 한 사람을 보았는데
厖眉皓首(방미호수) :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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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9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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泥塗霑背(니도점배) : 진흙이 등에 묻었으며
手鋤而耘(수서이운) : 손에는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予立其側曰(여립기측왈) : 내가 그 옆에 다가서서 말하기를
父勞矣(부노의) : 노인장 수고하십니다
田父久而後視之(전부구이후시지) : 농부는 한참 후 나를 보더니
置鋤田中(치서전중) : 호미를 밭이랑에 두고는
行原以上(행원이상) : 언덕으로 걸어올라와
兩手據膝而坐(양수거슬이좌) :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으며
頤予而進之(이여이진지) : 턱을 끄덕이어 나를 오라고 했다
予以其老也(여이기노야) : 나는 그가 늙었기 때문에
趨進拱立(추진공립) : 추창해 가서 팔짱을 끼고 섰더니
田父問曰(전부문왈) : 농부가 묻기를
子何如人也(자하여인야) : 그대는 어떠한 사람인가?
子之服雖敝(자지복수폐) : 그대의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長裾博袖(장거박수) :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行止徐徐(행지서서) :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其儒者歟(기유자여) : 혹 선비가 아닌가?
手足不胼胝(수족부변지) : 또 수족이 갈라지지 아니하고
豐頰皤腹(풍협파복) : 뺨이 풍요하고 배가 나온 것을 보니
其朝士歟(기조사여) : 조정의 벼슬아치가 아닌가?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吾老人(오노인) : 나는 노인이며
生於此老於此(생어차노어차) : 여기서 나서 여기에서 늙었기 때문에
荒絶之野(황절지야) : 거친 들과
窮僻瘴癘之鄕(궁벽장려지향) : 장기(瘴氣)가 가득찬 궁벽한 시골에서
魑魅之與處(리매지여처) : 도깨비와 더불어 살고
魚鰕之與居(어하지여거) : 물고기와 더불어 사는 처지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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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조사비득죄방축자부지) : 조정의 벼슬아치라면 죄를 짓고 추방된 사람이 아니면 여기에 오지 않는데
子其負罪者歟(자기부죄자여) :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인가?
曰然(왈연) : 그러합니다
曰何罪也(왈하죄야) : 무슨 죄인가?
豈以口腹之奉(개이구복지봉) : 아니 구복(口腹)의 봉양과
妻子之養(처자지양) : 처자의 양육과
車馬宮室之故(차마궁실지고) : 거마(車馬)ㆍ궁실(宮室)의 일로써
不顧不義(부고부의) : 불의(不義)를 돌아보지 않고서
貪欲無厭以得罪歟(탐욕무염이득죄여) : 한없이 욕심을 채우려다가 죄를 얻은 것인가?
抑銳意仕進(억예의사진) : 아니면 벼슬을 꼭 해야겠는데
無由自致(무유자치) : 스스로 이를 능력이 없어서
近權附勢(근권부세) :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도에 붙어
奔走於車塵馬足之間(분주어차진마족지간) : 거진 마족(車塵馬足)의 사이에 분주하면서
仰哺於殘杯冷炙之餘(앙포어잔배냉자지여) : 찌꺼기 술이나 먹고, 남은 고기 같은 것을 얻어 먹으려고
聳肩謟笑(용견도소) : 어깨를 움츠리고 아첨을 떨며
苟容取悅(구용취열) : 구차하게 즐거움을 취하는 데에
一資或得(일자혹득) : 애를 썼기 때문에 어쩌다가 한 자급(資級)을 얻으니
衆皆含怒(중개함노) : 여러 사람이 모두 성을 내어
一朝勢去(일조세거) : 하루 아침에 형세가 가버려서
竟以此得罪歟(경이차득죄여) : 결국 이렇게 죄를 얻게 된 것인가?
曰否(왈부) : 그런 게 아닙니다
然則豈端言正色(연칙개단언정색) : 그러면 어찌 말을 단정하게 하고 얼굴 빛을 바르게 하여
外示謙一本作廉(외시겸일본작염) : 겉으로 겸손한 체하여 (어떤 본에는 겸(謙)이 염(廉)으로 되었음)
退盜竊虛名(퇴도절허명) : 물러나서는 헛된 이름을 훔치고
昏夜奔走(혼야분주) : 어두운 밤에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作飛鳥依人之態(작비조의인지태) : 새가 사람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지어
乞哀求憐(걸애구련) : 애걸하고, 가엾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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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邀橫結(곡요횡결) : 굽게 결탁하고 횡으로 맺아
釣取祿位(조취록위) : 녹위(祿位)를 낚아서
或有官守(혹유관수) : 혹 관수(官守)에 있거나
或居言責(혹거언책) : 혹 언책(言責)을 맡거나
徒食其祿(도식기록) : 녹만을 먹고
不思其職(부사기직) : 그 직책은 돌아보지 않으며
視國家之安危(시국가지안위) : 국가의 안위와
生民之休戚(생민지휴척) : 생민(生民)의 휴척(休戚)과
時政之得失(시정지득실) : 시정(時政)의 득실과
風俗之美惡(풍속지미악) : 풍속의 미악(美惡)에 있어서는
漠然不以爲意(막연부이위의) : 막연히 뜻을 두지 않아
如秦人視越人之肥瘠(여진인시월인지비척) : 진나라 사람이 월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원 것 보듯이 하며
以全軀保妻子之計(이전구보처자지계) : 자기 몸만 온전히 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偸延歲月(투연세월) : 세월을 보내다가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여견충의지사부고신려) : 만일 충의지사(忠義之士)가 있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以赴公家之急(이부공가지급) : 국가의 급한 일에 나아가
守職敢言直道取禍(수직감언직도취화) : 직분을 지키고 바른말을 하거나 곧은 도를 행하다가 화를 당하게 된 것을 보면
則內忌其名(칙내기기명) : 안으로는 그 이름을 꺼리고
外幸其敗(외행기패) : 밖으로는 그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誹謗侮笑(비방모소) : 비방하고 비웃으며
自以爲得計(자이위득계) : 스스로 계책을 얻은 듯하였다
然公論諠騰(연공론훤등) : 그러나 공론이 비등하고
天道顯明(천도현명) : 천도가 무심하지 않아
詐窮罪覺以至此乎(사궁죄각이지차호) : 그만 간사한 것이 드러나고 죄가 발각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가?
曰否(왈부) : 그것도 아닙니다
然則豈爲將爲帥(연칙개위장위수) : 그렇다면 장수가 되어서
廣樹黨與(광수당여) : 널리 당파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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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驅後擁(전구후옹) :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며
在平居無事之時(재평거무사지시) :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大言恐唱(대언공창) : 큰 소리로 공갈을 쳐서
希望寵錫(희망총석) : 왕의 은총을 받아
官祿爵賞(관록작상) : 관록(官祿)과 작상(爵賞)을 뜻대로 이루어
惟意所恣(유의소자) : 자만심이 가득차고
志滿氣盛(지만기성) : 기운이 성하여
輕侮朝士(경모조사) : 조사(朝士)들을 경멸하다가
及至見敵(급지견적) : 적군을 만나게 되면
虎皮雖蔚(호피수울) : 범 가죽은 비록 아름답지만
羊質易慄(양질역율) : 본질이 양이라 겁을 잘 내어
不待交兵(부대교병) : 교전을 하지 않고
望風先走(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棄生靈於鋒刃(기생령어봉인) : 생령(生靈)을 적의 칼날에 버리고
誤國家之大事(오국가지대사) :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였는가?
否則豈爲卿爲相(부칙개위경위상) : 아니면 경상(卿相)이 되어서
狼愎自用(낭퍅자용) : 제 마음대로 고집을 세우고
不恤人言(부휼인언) :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며
佞己者悅之(녕기자열지) :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즐거워하고
附己者進之(부기자진지) : 자기에게 붙는 이는 들어 쓰며
直士抗言則怒(직사항언칙노) : 곧은 선비가 말을 거스르면 성을 내고
正士守道則排(정사수도칙배) :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하며
竊君上之爵祿爲己私惠(절군상지작록위기사혜) : 임금의 작록(爵祿)을 훔쳐 자기의 사사 은혜로 만들고
弄國家之刑典爲己私用(농국가지형전위기사용) : 국가의 형전(刑典)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으로 삼다가
惡稔而禍至(악임이화지) : 악행이 많아 화가 이르러
坐此得罪歟(좌차득죄여) : 이러한 죄에 걸린 것인가?
曰否(왈부) : 그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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然則吾子之罪(연칙오자지죄) : 그렇다면 그대의 죄목을
我知之矣(아지지의) : 나는 알겠도다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부지기시지부가이호직언) : 그 시기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바른말을 좋아하며
生乎今而慕乎古(생호금이모호고) : 지금 세상에 나서 옛사람을 사모하고
處乎下而拂乎上(처호하이불호상) : 아래에 처하여 위를 거스른 것이라면
此豈得罪之由歟(차기득죄지유여) : 이것이 어찌 죄를 얻은 원인이 아니리오
昔賈誼好大(석가의호대) : 옛날 가의(賈誼)가 큰소리를 좋아하고
屈原好直(굴원호직) : 굴원(屈原)이 곧은 말을 좋아하고
韓愈好古(한유호고) : 한유(韓愈)가 옛 것을 좋아하고
關龍逢好拂上(관룡봉호불상) : 관용방(關龍逄)이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했다
此四子皆有道之士(차사자개유도지사) : 이 네 사람은 다 도(道)가 있는 선비였는데도
或貶或死(혹폄혹사) : 혹은 폄직(貶職)되고 혹은 죽어서
不能自保(부능자보) : 스스로 자기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거늘
今子以一身犯數忌(금자이일신범수기) : 그대는 한 몸으로서 몇 가지 금기(禁忌)를 범하였는데
僅得竄逐(근득찬축) : 겨우 귀양만 보내고
以全首領(이전수령) : 목숨은 보전하게 하였으니
吾雖野人(오수야인) : 나 같은 촌사람이라도
可知國家之典寬也(가지국가지전관야) : 국가의 은전이 너그러움을 알 수가 있도다
子自今其戒之(자자금기계지) : 그대는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庶乎免矣(서호면의) : 화를 면하게 될 것이오
予聞其言(여문기언) : 나는 그 말을 듣고서
知其爲有道之士(지기위유도지사) : 그가 도가 있는 선비임을 알았다
請曰(청왈) : 그리하여 청하기를
父隱君子也(부은군자야) : 노인장께서는 은군자(隱君子)이십니다
願館而受業焉(원관이수업언) : 객관(客館)에 모시고 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父曰(부왈) : 노인이 말하기를
10/10/23, 3:29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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予世農也(여세농야) : 나는 대대로 농사짓는 사람이오
耕田輪公家之租(경전륜공가지조) : 밭을 갈아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餘以養妻子(여이양처자) : 나머지로 처자를 양육하니
過此以往(과차이왕) : 이 밖의 것은
非予之所知也(비여지소지야) : 나의 알 바가 아니오.
子去矣(자거의) : 그대는 물러가서
毋亂我(무란아) : 나를 어지럽히지 마오
遂不復言(수부부언) : 다시 말하지 않았다.
予退而歎之(여퇴이탄지) : 나는 물러나와 탄식하기를
若父者(약부자) : 저 노인 같은 분은
其沮溺之流乎(기저닉지류호) : 장저와 걸익 같은 사람이라고 하며 탄식하였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행동하는 지성  역사역사 바로알기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망중한담 2016 1 29 2145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신민(在新民)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
대학(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 인류가 지극한 선함에 이르
게 하는데 있다.
정도전의 조선건국 구상은 위성지학(僞聖之學 전 백성을 성인으로 만듦)이었다.
최불암 (1940년)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졸업.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 <수사반장>,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 잡음.
'최불암 시리즈'는 매우 수준 높은 해학이며 유머다.
최불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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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2/13
지난주, 답전보의 바람만 불어도 도망가는 자(望風先走 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그리고 자기
의 부족함을 모르는 자(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에 대한 반성을 깊이 했습니다.
살아있는 대중의 삶 속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지식은 참된 지식이 아니다.
<1/4>
정도전의 글 가운데는 <맹자>에서 인용된 부분이 많이 있다.
呼寒啼飢(호한제기)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3/13
춥다고 소리 치고 배고프다고 울고
黎民不肌不寒(여민불기불한), 然而不王者(연이불왕자), 未之有也(미지유야)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아니 한데, 왕 노릇 하지 못한 자가 있지 않았다.
정도전에게 세 아들, 진(津), 유(游), 영(泳)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들 중 두 아들 游와 泳은 이방원의 기습군에 참
살되었다. 그러나 큰 아들 진(津)은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이태조가 창건)로 가는 중이었으므로 목숨을 건졌으며 진(津)
의 아들 래(來)가 경기도 평택에서 은거하여 그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다.
정도전(鄭道傳) 自嘲(자조) - 三峯(삼봉)의 절명시(絶命詩)
操存省察兩加功 (조존성찰양가공)
스스로 가꾸고 성찰하며 두 왕조에 공을 다해 살면서
不負聖賢黃券中 (불부성현황권중)
책 속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았네
三十年來勤苦業 (삼십년내근고업)
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아 온 업적
松亭一醉竟成空 (송정일취경성공)
송정(남은의 집) 한 잔 술에 그만 허사가 되었네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譸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慞惶(실가장
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4/13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
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
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
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
(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瘴毒)이나 들
어 마시고
兄弟顚踾(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
호)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2/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5/13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반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나라가 되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절
대로 주례 안 섭니다. 섰다가 절반이 이혼하면 학자의 체면도 안 섭니다.
100%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도 나쁜 놈이 있고, 여자도 이상한 여자가 있습니다.
다만 이 남자가 저 남자보다 낫다, 이 여자가 저 여자보다 낫다는 믿음은 개똥입니다. 인간의 깊이는 무궁무진하
기 때문에 그 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인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천박해서는 나라가 망합니다.
결혼은 하면 자녀를 셋은 두어야 합니다.
둘이 만나서 애를 하나만 낳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인구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급격하게 국력이 약해집니다. 인구는 기하
급수적으로 감소합니다. 자녀를 셋을 두어, 둘은 반드시 이공계, 하나만 문과로 보내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를 이공계로
보내야 합니다. 문과는 머리 나쁜 놈이 해도 됩니다. 기초과학부터 공부해야 됩니다. 철학자는 많으면 안 됩니다. 철학자
가 많으면 말만 많아집니다.
국민 개개인이 깨어야 하고 나라 전체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모두가 한의대, 의대 법대에 간다고 하면 대학
의 나머지 모든 과가 망합니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6/13
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을 단단히 해 나가지 않으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
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
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 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 받는 예 =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
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
리오
맹자에,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 항상된 재산이 없으면 항상된 마음도 없는 것이니 국가가 백성을 가난
하게 하고 법망을 깔아 백성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罔民 백성을 그물질한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7/13
또한 선비란 무항산(無恒産)이더라도 유항심(有恒心)인 자를 일컫는 것이니, 즉 재산이 없어도 한결 같은 마음을 갖는 것
이 선비라는 것입니다.
여기(삼봉집)에 나와 있는 천(天이라 함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려 있다. 하늘에 대한 그의 소망은 결국 혁명까지 치닫고 만
다.
<3/4>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역사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역사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왕조 5백년을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삼봉의 사상들이..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8/13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1394년(태조 3) 3월에 판삼사사(判三司事) 정도전(鄭道傳)이 왕에게 지어 바친 상하 2권의 사찬 법전.
이 조선경국전의 정보위(正寶位) 사상을 이해하여야만 유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유교의 한국적 적용을 이해할 수 있습
니다. 조선왕조는 공자가 꿈에 그렸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유교적인 국가입니다.
인류 역사상 장구한 5백년의 왕조를 유지한 조선의 국가 철학은 바로 조선경국전의 정보위 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4/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9/13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譸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慞惶(실가장
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
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
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
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
(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瘴毒)이나 들
어 마시고
兄弟顚踾(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
호)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10/13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
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의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
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받는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
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
겠소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망중한담 2016 2 4 2102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맹자와 이성계 소개
맹자(孟子)의 사상은 공자(孔子)의 사상하고는 매우 다르다.
공자는 체제의 변혁 보다 인간의 심미적 완성에 관심이 컸던 반면에
맹자는 철두철미한 사회적 관심 속에서 혁명(革命)을 논한다.
정몽주로부터 맹자를 받은 정도전은 하루에 반쪽 이상을 읽지 않는 정독을 하며 맹자를 공부했다. 정도전의 혁명
에 대한 의지는 이 때에 시작된 것이다.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고려 말기 문신 겸 학자. 의창을 세워 빈민을 구제하고 유학을 보급하였으며, 성리학에 밝았다.《주자가례》를 따라 개성에 5부 학당과 지방에 향교를 세워 교
육진흥을 꾀했다. 시문에도 뛰어나 시조〈단심가〉외에 많은 한시가 전해지며 서화에도 뛰어났다.
경제적 토대가 빈약하면 그 나라는 흔들린다. 정치라는 것은 경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고려 말의 경제상황은 매우 불합리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관리도 퇴임 후에 수조권(收租權)이
계속 유지되는 불법적 관행이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심지어 한 토지에 9명이 불법 수조권을 주장하며 수탈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므로 소작농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
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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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2/11
고려말의 불합리한 정치 및 경제구조에 대한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개혁파의 중심에는 정몽주가 있었다. 정몽주
는 남달리 비상한 정도전을 이성계에게 소개하고, 정도전은 함경도 함주의 막사로 이성계를 찾아 가서 구체적인 혁명안을
제안한다. 위화도 회군 5년 전인 1383년 가을이었다.
조준(趙浚 1346 ~ 1405)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 고려 말 전제개혁을 단행하여 조선 개국의 경제적인 기반을 닦고,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공신이 되었다. 제1차 왕자의 난 전 후로 이
방원의 세자책봉을 주장했으며, 태종을 옹립하였다. 토지제도에 밝은 학자로 《경제육전(經濟六典)》을 편찬하였다.
정도전은 사전을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공전으로 하는 균전제를 주창했는데, 모든 자영농자가 땅을 골고루 분배 받는 개
인수전(個人授田)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것은 최초의 완벽한 토지공개념이었다.
이에 대하여 조준은 토지에 대한 수조권만을 문제시하여 수조권을 현직관리에만 한정시켜서 권문세가의 모든 불법적 수
탈을 박탈했다. 과전법(科田法)의 시행이었다.
과전법(科田法)
고려 말기에 정도전(鄭道傳)·조준(趙浚) 등 개혁파 사대부들이 사전(私田)의 폐단을 없애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391년(공양왕 3)에 제정한 토
지제도이다. 조선이 건국된 이후에도 계승되어 1556년(명종 11) 직전법(職田法)을 폐지하고 녹봉제(祿俸制)를 실시할 때까지 조선의 양반관료사회를 유지하는
제도적 기초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3/11
정몽주는 고려왕조를 유지하는 개혁사상을 구상했다. 혁명노선에 반대했던 정몽주에 의해 정도전은 영주 봉화에서 체포
되어 보주(甫州 예천)의 감옥에 갇힌다.
그러던 중 이성계가 해주에서 사냥 중에 낙마하여 부상을 입자 혁명파는 크게 타위축되고 정몽주가 득세한다. 바로 이 때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의 활약이 시작된다. 이방원이 26세 때였다.
방원이 이성계를 개성 집으로 모셔 들이자 정몽주가 문병을 한다.
이 때에 방원은 하여가(何如歌)를 불러 정몽주의 속 마음을 떠보려 했고, 정몽주는 역성혁명의 뜻이 없음을 단심가(丹心
歌)로 화답한다.
하여가(何如歌)
此亦何如 彼亦何如 城隍堂後垣 頹落亦何如 我輩若此爲 不死亦何如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4/11
이런들 엇더 며 져런들 엇더 료, 만수산(萬壽山) 드렁○이 얼거진
들 엇더 리, 우리도 이 치 얼거져 백년(百年)
지 누리리라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5/11
단심가(丹心歌)
此身死了死了 一百番更死了 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也歟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역사의 아이러니, 비정함이란 여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선 건국에 성공한 이씨왕조는 충절의 표상으로써 정몽주를 우대하고 혁명의 1등 공신이며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정
도전을 '역적' 내지는 '권력투쟁의 패자'로 각인시키고 만다.
조선 초기부터 진행된 정도전에 대한 이런 작업들로 인해서 조선은 진취적이지 못하고 낙후되어 갔으며 보수적인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것이 바로 지배자의 역사왜곡이며 민중의 불행이었던 것이다.
정몽주가 자기 신념에 따라 충절을 지킨 비장한 인물로 평가되듯이 정도전 또한 자기 이념에 따라 비장한 최후를 맞은 성
공적 혁명가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삼봉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철저하게 민본주의적이며 철저하게 개혁적인 것이었다. 성종
때에 편찬된 경국대전은 지배력 유지와 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일 뿐, 이러한 철학이 빠져버린 것이다. 위대한 혁명가를 배
척한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광범위한 노예제도를 배제한 그리스의 민주주의 사상과 달리 동양의 공자와 맹자의 민본주의는 신분의 차별이 없는 진정
한 민주주의였다. 다만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을 뿐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6/11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1215년의 대헌장. 이것은 왕권으로부터 귀족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귀족헌장에서 발전한 것이 17세기에 이르러 왕권
과 의회의 대립에서 왕의 전제(專制)에 대항하여 국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최대의 전거(典據)로서 이용되었다.
한국은 서구의 선거제도가 가장 빨리 정착된 나라다. 이것은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인
데, 그 이유는 한국민에게는 이미 유구한 민본, 민주의 사상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라는 개념에 있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민족이고 전통을 가진 민족이다.
하지만 민주라는 용어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애매하고 국민을 기만하기 쉬운 용어다. 여기에 속으면 안된다.
민주는 치세(治世)의 방법에 관한 것이며 역사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말하자면 민주는 그것 자체로 목표가 될
수 없고 항상 무엇인가를 위해서 존속하는 정치방법론일 뿐이다.
포은이나 삼봉이 가장 고뇌하고 가장 이루고자 했던 역사의 목표는 '반부패'였다. 역사의 목표는 '반부패'인 것이다.
동학의 이념은 보국안민이었다. 외세로부터 나라를 보호하자는 보국(保國)이 아니라 그릇된 것을 바르게 하고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한다는 보국(輔國) 안민(安民)이었던 것이다.
조선경국전 정보위 (正寶位)에서 인용한 주역(周易) 계사(繫辭) 하전(下典)의 인용문에 정도전의 혁명사상이 드
러나 있다.
天地之大德曰生이요 聖人之大寶曰位니 何以守位오 曰仁(人)이요 何以聚人고 曰財니 理財하며 正辭하며 禁民爲非曰義라
천지(天地)의 큰 덕(德)을 생(生)이라 하고 성인(聖人)의 큰 보배를 위(位)라 하니, 무엇으로써 지위를 지키는가? 사람이
며, 무엇으로써 사람을 모으는가? 재물이다. 재물을 다스리고 말을 바르게 하며 백성들의 비행(非行)을 금함을 의(義)라
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7/11
정도전은 주역 계사 하전 본문의 순서를 바꾸고 편집하여 인용했다.
즉 조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서 국가 보다도 군주를 앞에 두고(聖人之大寶曰位), 뒤에 군주의 자리를 지키는 덕목으로
서 백성의 마음을 생생하게 하는 인(何以守位曰仁)을 두었으며 그 사이에 천지 대덕인 생(天地之大德曰生)을 배치함으로
써 위(位)→생(生)→인(仁)의 '국가통치철학'을 정리한다.
통치자는 언제 새롭고 새로와져야 하며, 민중의 마음도 언제나 새롭고 새로와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도전이 세운 조선
의 통치이념이자 국가철학이었다.
우리가 정도전을 공부하고 논하는 것은 역사의 생명력을 새로 느끼자는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해야만 할 일은 역사의 혁명, 가치관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8/11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망중한담 2016 2 11 1801 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 한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SHOP NOW SHOP NOW SHOP NOW SHOP NOW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2/16 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 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 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3/16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 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 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 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4/16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 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5/16 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 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 이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6/16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 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 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7/16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 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 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8/16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 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 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9/16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 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 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 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 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0/16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 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1/16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 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 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2/16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 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 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 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 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 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3/16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 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 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 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망중한담 2016 2 11 1801
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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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
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
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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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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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
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
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
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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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ablife.tistory.com/245 4/16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
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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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
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
이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6/16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
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
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7/16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
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
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8/16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
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
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9/16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
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
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
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
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0/16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
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1/16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
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
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2/16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
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
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
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
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
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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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
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
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
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7강 ' 조선경국전 '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7강 ' 조선경국전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망중한담 2016 2 25 2221 음양의 세계 목욕탕이야기 목욕탕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왼손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오른 손바닥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더라. 이 돌멩이만 옮기면 세상이 다 끝날 텐데 이것을 옮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라고 했다. 나는 그 손바닥의 돌을 집어서 다른 손바닥으로 옮겨버렸다.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것이 종교적 진리인가? 종교가 존재하는 의미가 인간의 어떠한 기적을 과시하고 어떠한 신적인 세계를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논리이다. 종교적 진리는 이적을 행함에 있지 않다. 종교가 건강한 상식으로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인간을 독려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SHOP NOW SHOP NOW SHOP NOW SHOP NOW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2/10 불씨잡변 정도전의 불교비판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의 저서 불씨잡변(佛氏雜辯)은 불교의 잡스러운 것을 변별해서 비판한다는 책이다. ※불씨잡변 정도전이 지은 불교비판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살해되기 3개월 전에 요동정벌 준비로 바쁜 와중에 완성한 최후의 유작. 불씨윤회지변(佛氏輪廻之辯) '불씨잡변'의 제1장 '불씨윤회지변'에서 윤회설을 비판했다. 윤회는 인도어로 Samsara, 영어로 Transmigration이다.(중국어 輪廻) 윤회설에서는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다. 輪廻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body-mind dualism), 영혼불멸론(靈魂不滅論 the immortality of the soul)을 전제 로 한다. 즉,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썩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천당에 한 번 가면 그곳에 계속 사는데 비해 불교의 윤회는 그곳에서 다시 살아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동일하게 사후세계(死後世界 afterlife)와 영혼불멸(靈魂不滅 immortality of soul)을 인정한다. 기독교는 희랍어를, 불교는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데, 둘 다 동일한 인도유러피언(Indo-European) 어군(語群)의 언어 문화권이다. 그러나 유교문명은 전혀 이질적인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에서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물(水)이 생명(Life)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근대인 들의 세계관에 있어서 윤회의 주체는 영혼이 아닌 물이다. 천(天) 복야(覆也) 지(地) 재야(載也) 즉 하늘은 덮는 것이고 땅은 만물을 싣는다. (중용 中庸) 이것은 마치 하늘인 남자가 비를, 즉 정액을 내려, 땅인 여자의 자궁에 생명을 잉태케 한다. 우주를 천지의 교감으로 보았던 것이다. 고대인의 유기체적 우주관은 항상 인간의 생식과정과 비유된다. 주역(周易)에서 천(天) 건(乾) 양(陽) 혼(魂)→기의 무형적 상태, 지(地) 곤(坤) 음(陰) 백(魄)→기의 유형적 상태로 말 한다. 하늘(天) 건괘(乾) 양(陽) 혼(魂) 땅(地) 곤괘(坤) 음(陰) 백(魄) 동양 사람이 말하는 하늘은 기(氣)의 무형적 상태, 즉 무형(無形)이고 땅은 기(氣)의 유형적 상태, 즉 유형(有形)으로 생각했다. 하늘(天) 기의 무형적 상태 無形 땅(地) 기의 유형적 상태 有形 無形은 비존재(非存在)가 아니다. 단지 우리 감관에 포착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기의 충만함이다. 無形은 기의 입자가 미세하고(細), 有形은 기의 입자가 굵다(粗). 주역(周易) 계사(繫辭) 형이상자위지도(形而上者謂之道) 형이상자를 도라 하고 무형인 것, 초월적 세계를 말하며 형이하자위지기(形而下者謂之器) 형이하자를 기라 하여 구체적 사물의 형태. 유형인 것, 감성적 세계를 말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3/10 형이상자와 형이하자는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형(形)이 있고 나서 위에 있는 것을 상(上)이라하고 아래 있는 것을 하(下)일 할 뿐이다. 형이상자=도(道)=하늘=무형 형이하자=기(器)= 땅 =유형 이 양자는 모두 形이고 氣이다. 형이상자와 형이하자가 잘 섞여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형이상자와 형이하자, 말하자면 하늘과 땅이 잘 배합되어 있는 존재이다. 인간생명 하늘 혼 형이상자 + + + 땅 백 형이하자 혼백(魂魄) 인간의 존재는 하늘 쪽인 혼과 땅 쪽인 백이 만날 때 비롯되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유형적인 부분은 백 이고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무형적인 존재는 혼이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인간 관념은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1/4> 우리가 정신(精神)이라는 말을 쓰는데,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현대 한국어는 한자를 빌리고 있어도 서양어의 번역일 뿐이다. 현대 한국어의 정신은 Soul, Mind, Spirit일 뿐이다. 한자의 원뜻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정(精)=쌀. 즉 우주의 생명력이 우리 몸의 하초(下焦)에 저장된 것. 땅이 쌀이 되었다. 쌀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의 근원, 정자(精子)가 된다는 것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력을 내는 것처럼 내 몸의 정자도 생명력을 낸다고 믿은 것이다. 쌀은 우리 몸에서 유형적인 존재인즉, 백(魄)에 해당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4/10 신은 아주 미세하고, 우리가 신적이라는 것은 혼(魂)적이고 하늘적이라는 것이다. 신(神)=하늘=혼 정(精)= 땅 =백 한문의 언어는 음양론적으로 간결하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 요점을 깨닫지 못하고 신비함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 에서 벗어나야 한다. 귀신(鬼神) 또한 서양의 고스트(Ghost)가 아니다. 그것은 음양론적으로 해석되는 우리 고유의 세계관의 소산이다. 귀신(鬼神) 귀(鬼)=귀(歸 돌아간다)=땅으로 돌아간다. 신(神)=신(伸 펼친다)=하늘로 펼친다. 귀신이라는 말 또한 음양론적으로 따져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육신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귀(鬼)라 했고, 혼은 하늘로 펼쳐간다고 봐서 신(神)이라 하여 귀신이라 했다. 인간의 영혼(형이상자)은 신체(형이하자)와 분리될 수 없다. 영혼은 초월적 실체(Supernatural Entity)일 수가 없다. 그것은 몸의 일부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천지 전체가 하나의 형의 세계이고, 하나의 기의 세계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동양인에게는 이 천지 바깥에 천당이 있을 수 없다. 천지(天地)의 밖에는 어떠한 초월적 실체도 상정(想定)할 수 없 다. 천당도 신(神 God)도 천지내적 존재일 뿐이다. 죽음이란 혼과 백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죽은 뒤에 육신은 백(魄)이므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도 백이다. 혼(魂)은 육신을 떠난다. 늙는다는 것은 백이 노쇠 해짐에 따라서 혼도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급사하는 경우 혼은 절별(絶別)했다가 액귀(厄鬼)가 되는 것이 다. 액귀란 불의의 죽음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영혼을 말한다. "혼이 났다."라는 말은 혼이 잠깐 나갔다 돌아 온 것이다. 급사(急死)의 경우는 백이 급작스럽게 완전히 망가져서 혼 이 돌아오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백을 찾지 못하는 혼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굿은 진혼(鎭魂), 위혼(慰魂)의 의미가 있다. 즉 혼이 서서히 백을 떠나게 하는 것이 진 혼이다. 동양사상, 즉 중국적인 세계관에서는 혼과 백은 하늘과 땅으로 각기 돌아갈 뿐, 초자연적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 니다. 즉,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지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백(魄), 즉 육체는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는데, 혼(魂)은 하늘로 흩어지는 것이다. 육체는 땅에 묻혀서 썩어 가고 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해지다가 소멸된다. 단지, 혼은 영활(靈猾)하므로 스스로 존재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어서 소멸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주를 모셔두고 사대봉사(四代奉祀) 하는 제례가 생긴 것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하면 4대는 120년이 된다. 동양 의 합리적인 사상에서는 4대의 봉사를 받으면 혼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대봉사를 받고 있는 동안은 가족의 일 원으로 간주되고 봉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윤회설과 같이 생명이 태어날 때 원래 혼의 모습이 딴 개체(魄)로 갈 수가 있겠는가? 우리 동양 사상의 천지 대자연의 생생지덕(生生之德)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천지는 끊임없이 기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이다. 여기서 동일 한 영혼의 지속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윤회설 비판에서 정도전은 "어떻게 인간의 아이덴티티(Identity 동질성)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황 당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했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의하면 공중에 혼이 흩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계 속 떠다니면 수천수만 명의 혼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억겁(億劫)년을 윤회하게 되면 공중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니 교통순경이라도 세워두어야만 할 것인데, 그런 이치가 어디 있는가? 釋氏却謂人死爲鬼(석씨각위인사위귀) 鬼復爲人(귀복위인) 如此(여차), 則天地之間常只是許多人來來去去(칙천지지 간상지시허다인내내거거) '석씨각'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귀신은 다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천지간에는 항상 혼이 넘 쳐나고 억겁년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5/10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내 영혼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곧 아집이요, 잘못된 고집이요, 잘못된 기대이 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천지, 우주 밖에는 어떤 존재도 허락되지 않는다. 동양의 천지론적 우주관에서는 천지 밖의 어 떠한 존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천지(Heaven and Earth)가 곧 신(God)이다. 즉 천당을 설정해도 이 천지 안에 설정해 야 한다. 하느님을 말해도 이 산천초목 안에서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과연 불교의 윤회론을 믿겠는가? 아니면 정도 전의 천지간의 생생지도(生生之道)를 믿겠는가? 오늘날 불교비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天地間如烘爐(천지간여홍로) 雖生物(수생물) 皆鎖鑠已盡(개쇄삭이진) 安有已散者復合(안유이산자복합) 而已往者 復來乎(이이왕자복래호) 천지간은 거대한 용광로와 같아 만물을 생하기도 하지만 모든 만물을 녹여 없애기도 한다. 어떻게 하여 흩어진 것 이 다시 똑 같이 합쳐지고 이미 떠난 것이 다시 돌아 올 수 있겠는가? 今且驗之吾身(금차험지오신) 一呼一吸之間(일호일흡지간) 氣一出焉(기일출언) 謂之一息(위지일식) 其呼而出者(기 호이출자) 非吸而入之也(비흡이입지야) 지금 내 몸으로 실험을 해보겠는데, 한번 숨을 들이 키고 한번 내품으면, 기가 한번 나간다. 이것을 일식(一息)이라 한다. 내 뱉었던 그것이 다시 흡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영혼의 윤회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그의 실험은 과학적이다. 인간의 윤회론은 이런 수준의 것이며 불가능하지 않느냐? 然則人之氣息(연칙인지기식) 亦生生不窮(역생생불궁) 往者過來者續之理可見也(왕자과래자속지리가견야) 그러한 즉 인간의 氣息은 역시 생기고 또 궁함이 없이 생기고, 가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또 이어진다는 이치를 볼 수 있다. 동일자(同一者)의 지속은 천지생성(Becoming)의 법칙에 어긋난다. 천지라는 공적인 장에 대한 믿음이 조 선왕조혁명의 성립근거였다. 이것은 정도전의 불교비판인 동시에 정치철학이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 준비 중인 그 와중에도 이 글을 썼다. 그는 당대의 위대한 정치가요 철학자였으며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다. 당대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6/10 생각해봐야 한다. 外面驗之外物(외면험지외물) 凡草木自根而幹而枝而葉而華實(범초목자근이간이지이엽이화실) 一氣通過( 일기통 과) 산천초목에서 이것을 시험해보자! 모든 초목은 뿌리로부터 시작하여 둥치로, 가지로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해서 일 기(一氣)가 통과한다. 當春夏時(당추하시) 其氣滋至而華葉暢茂(기기자지이화엽창무) 至秋冬(지추동) 其氣收斂而華葉衰落(기기수렴이화 엽쇠락) 至明年春夏(지명년춘하) 又復暢茂(우복창무) 非已落之葉(비이락지엽) 返本歸源而復生也(반본귀원이복생 야) 봄이 되고 여름에 이르면 그 기는 자양분이 극에 이르러 꽃과 잎들이 무성해 진다. 가을과 겨울에 이르면, 그 기를 수렴하여 꽃과 잎은 쇠락했다가, 명년 봄과 여름이 되면 또 다시 잎은 무성해진다. 어떻게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잎 이 원래로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에 떨어졌던 잎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엉터리 거짓말이다. 又井中之水(우정중지수) 朝朝而汲之(조조이급지) 爂飮食者(표음식자) 火煮而盡之(화자이진지) 濯衣服者(탁의복 자), 日曝而乾之(일폭이건지) 泯然無跡(민연무적) 또 우물속의 물도 매일 아침 길러내고, 음식을 만들고, 불에 삶아 끄려 물을 없애고, 의복을 세탁하는 사람이 그것 을 햇볕에 쪼여 말려, 물의 흔적도 살아지고 마는데 而井中泉(이정중천) 源源而出(원원이출) 無有窮盡(무유궁진) 非已汲水之水(비이급수지수) 返其故處而復生也(반기 고처이복생야) 우물속의 샘물은 끊임없이 솟아나서 다함이 없다. 그런데, 어찌 이미 길러낸 물이 옛 곳에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 는 말인가? 윤회라는 거짓말에서 깨여나야 한다. 생생지도의 산천초목에 우리가 참여해서 우리의 문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도전이 '주역'의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고려왕조의 정체성(停滯性:Stagnation) 에 대한 비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든 개체가 나라고 하는 개체의 지속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적 천지라는 사회전체가 끊임없 이 생생, 샘에서 물이 쏟는 것처럼 끊임없이 재화가 생산되고, 물류가 유통되고, 끊임없이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는 시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삼봉은 이러한 경제철학을 '주역'의 생생지덕(生生之德)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전의 철학은 단순히 불교비판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불교는 정도전의 비판만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이 있다. 불교적 세계관의 윤회라고 하는 것은 인도문명의 독특한 상황에서 성립한 세계관이며 윤리적 요청에 의한 형이상학 적, 신화적인 구성(Mythical Construction)이다. 신화적 구성을 사실의 체계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신화를 신화로서 해석할 때 오히려 신화의 의미가 들어 난다. 종교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신화적 체계를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종교가 인간을 기만하고 인간을 우매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불교의 윤회설은 인도의 갈마(鞨磨 karma 카르마) 즉, 업(業)과 같은 것으로써 행위와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윤회 라는 것은 윤리적인 요청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선업(善業)을 쌓으면 선과(善果 즐거운 결과)가 오고 악업(惡業)을 지으면 고과(苦果 괴로운 결과)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세상에서 보면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더 잘 사는 경우가 있다. 이 런 (카르마의) 원칙이 우리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다. 이 괴리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전생의 업보이며 지금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과가 온다고 한 것이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7/10 인도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 윤리적 인과(業 karma)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인간을 독려하고 끊임없 이 선행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윤회 이상으로 좋은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3/4> 인도문명에서 윤회설은 인륜적 요청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본다. 즉, 불교의 윤회는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윤리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왜 천당이 필요한가? 네가 비록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고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훗날 하늘나 라에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다. 천당도 현실적 인간의 선업 (善業)에 대한 보장 때문에 있는 것이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신(God)은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요청(Postulation)에 의해서 만들 어진 것'이라고 했다. 칸트의 사상은 위대한 사상이나 서양 종교에서는 그렇게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동양인의 세계관에는 윤회나 천당이 필요 없다. 동양의 윤리적 보상은 어디서 받느냐? 우리의 보상은 현실에서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받아야 한 다. 나의 존재는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도 있고, 내 제자도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당했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이 내 진실을 알았다면 누가 이 역사를 왜곡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태여 형이상학적인 천당이니 윤회니 하는 이런 요사스런 것을 만들지 않더라도 영원히 역사에 대한 믿음 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우리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삼봉 정도전에게는 이러한 확신이 있었지만 위화도회군 이전에는 불교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고려조의 지식인은 모두 불교신자였으며, 종교와 정치가 서로 엉켜 있었던 시대였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 이후부터 불교비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불교를 비판하지 않으면 새로운 왕조는 탄생할 수 없고, 여태까지 고려왕조를 유지해왔던 불교사상은 이미 썩었는 데, 썩은 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 민족에 있어서도 우리 삶을 뒤돌아보면서 20세기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8/10 잘 못 살았다면, 너무도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는 가차 없이 비판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정신문화의 뿌리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명의 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비판이며, 종교는 우리의 건강한 상식에서 비판 받지 않으면 그 종교는 금방 썩어 버린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비판을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종교에 대해서 비판하고 감시하여야만 한다. 시민단체들이 정치인들만 감시할 것이 아니라, 더 썩 고, 이 사회의 정신적 뿌리를 좀먹고 있는 종교의 무서운 해악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눈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내 강의를 더 많이 듣는 것으로 안다. 다음 시간 계속해서 정도전이 불교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 는가를 공부하기로 하자. 이러한 비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어서 유교적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망중한담 2016 2 25 2221
음양의 세계
목욕탕이야기
목욕탕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왼손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오른 손바닥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더라. 이
돌멩이만 옮기면 세상이 다 끝날 텐데 이것을 옮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라고 했다. 나는 그 손바닥의 돌을
집어서 다른 손바닥으로 옮겨버렸다.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것이 종교적 진리인가?
종교가 존재하는 의미가 인간의 어떠한 기적을 과시하고 어떠한 신적인 세계를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논리이다.
종교적 진리는 이적을 행함에 있지 않다. 종교가 건강한 상식으로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인간을 독려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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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2/10
불씨잡변
정도전의 불교비판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의 저서 불씨잡변(佛氏雜辯)은 불교의 잡스러운 것을 변별해서 비판한다는 책이다.
※불씨잡변 정도전이 지은 불교비판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살해되기 3개월 전에 요동정벌 준비로 바쁜 와중에 완성한 최후의 유작.
불씨윤회지변(佛氏輪廻之辯)
'불씨잡변'의 제1장 '불씨윤회지변'에서 윤회설을 비판했다.
윤회는 인도어로 Samsara, 영어로 Transmigration이다.(중국어 輪廻)
윤회설에서는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다.
輪廻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body-mind dualism), 영혼불멸론(靈魂不滅論 the immortality of the soul)을 전제
로 한다. 즉,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썩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천당에 한 번 가면 그곳에 계속 사는데 비해 불교의 윤회는 그곳에서 다시 살아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동일하게 사후세계(死後世界 afterlife)와 영혼불멸(靈魂不滅 immortality of soul)을 인정한다.
기독교는 희랍어를, 불교는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데, 둘 다 동일한 인도유러피언(Indo-European) 어군(語群)의
언어 문화권이다. 그러나 유교문명은 전혀 이질적인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에서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물(水)이 생명(Life)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근대인
들의 세계관에 있어서 윤회의 주체는 영혼이 아닌 물이다.
천(天) 복야(覆也) 지(地) 재야(載也) 즉 하늘은 덮는 것이고 땅은 만물을 싣는다. (중용 中庸)
이것은 마치 하늘인 남자가 비를, 즉 정액을 내려, 땅인 여자의 자궁에 생명을 잉태케 한다. 우주를 천지의 교감으로
보았던 것이다.
고대인의 유기체적 우주관은 항상 인간의 생식과정과 비유된다.
주역(周易)에서 천(天) 건(乾) 양(陽) 혼(魂)→기의 무형적 상태, 지(地) 곤(坤) 음(陰) 백(魄)→기의 유형적 상태로 말
한다.
하늘(天) 건괘(乾) 양(陽) 혼(魂)
땅(地) 곤괘(坤) 음(陰) 백(魄)
동양 사람이 말하는 하늘은 기(氣)의 무형적 상태, 즉 무형(無形)이고 땅은 기(氣)의 유형적 상태, 즉 유형(有形)으로
생각했다.
하늘(天) 기의 무형적 상태 無形
땅(地) 기의 유형적 상태 有形
無形은 비존재(非存在)가 아니다. 단지 우리 감관에 포착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기의 충만함이다.
無形은 기의 입자가 미세하고(細), 有形은 기의 입자가 굵다(粗).
주역(周易) 계사(繫辭)
형이상자위지도(形而上者謂之道)
형이상자를 도라 하고 무형인 것, 초월적 세계를 말하며
형이하자위지기(形而下者謂之器)
형이하자를 기라 하여 구체적 사물의 형태. 유형인 것, 감성적 세계를 말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3/10
형이상자와 형이하자는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형(形)이 있고 나서 위에 있는 것을 상(上)이라하고 아래 있는
것을 하(下)일 할 뿐이다.
형이상자=도(道)=하늘=무형
형이하자=기(器)= 땅 =유형 이 양자는 모두 形이고 氣이다.
형이상자와 형이하자가 잘 섞여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형이상자와 형이하자, 말하자면 하늘과 땅이 잘 배합되어 있는 존재이다.
인간생명
하늘 혼 형이상자
+ + +
땅 백 형이하자
혼백(魂魄)
인간의 존재는 하늘 쪽인 혼과 땅 쪽인 백이 만날 때 비롯되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유형적인 부분은 백
이고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무형적인 존재는 혼이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인간 관념은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1/4>
우리가 정신(精神)이라는 말을 쓰는데,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현대 한국어는 한자를 빌리고 있어도 서양어의
번역일 뿐이다. 현대 한국어의 정신은 Soul, Mind, Spirit일 뿐이다. 한자의 원뜻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정(精)=쌀. 즉 우주의 생명력이 우리 몸의 하초(下焦)에 저장된 것.
땅이 쌀이 되었다. 쌀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의 근원, 정자(精子)가 된다는 것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력을 내는 것처럼 내 몸의 정자도 생명력을
낸다고 믿은 것이다. 쌀은 우리 몸에서 유형적인 존재인즉, 백(魄)에 해당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4/10
신은 아주 미세하고, 우리가 신적이라는 것은 혼(魂)적이고 하늘적이라는 것이다. 신(神)=하늘=혼
정(精)= 땅 =백
한문의 언어는 음양론적으로 간결하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 요점을 깨닫지 못하고 신비함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
에서 벗어나야 한다.
귀신(鬼神) 또한 서양의 고스트(Ghost)가 아니다. 그것은 음양론적으로 해석되는 우리 고유의 세계관의 소산이다.
귀신(鬼神)
귀(鬼)=귀(歸 돌아간다)=땅으로 돌아간다. 신(神)=신(伸 펼친다)=하늘로 펼친다.
귀신이라는 말 또한 음양론적으로 따져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육신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귀(鬼)라
했고, 혼은 하늘로 펼쳐간다고 봐서 신(神)이라 하여 귀신이라 했다.
인간의 영혼(형이상자)은 신체(형이하자)와 분리될 수 없다.
영혼은 초월적 실체(Supernatural Entity)일 수가 없다. 그것은 몸의 일부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천지 전체가 하나의 형의 세계이고, 하나의 기의 세계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동양인에게는 이 천지 바깥에 천당이 있을 수 없다. 천지(天地)의 밖에는 어떠한 초월적 실체도 상정(想定)할 수 없
다. 천당도 신(神 God)도 천지내적 존재일 뿐이다.
죽음이란 혼과 백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죽은 뒤에 육신은 백(魄)이므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도 백이다. 혼(魂)은 육신을 떠난다. 늙는다는 것은 백이 노쇠
해짐에 따라서 혼도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급사하는 경우 혼은 절별(絶別)했다가 액귀(厄鬼)가 되는 것이
다. 액귀란 불의의 죽음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영혼을 말한다.
"혼이 났다."라는 말은 혼이 잠깐 나갔다 돌아 온 것이다. 급사(急死)의 경우는 백이 급작스럽게 완전히 망가져서 혼
이 돌아오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백을 찾지 못하는 혼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굿은 진혼(鎭魂), 위혼(慰魂)의 의미가 있다. 즉 혼이 서서히 백을 떠나게 하는 것이 진
혼이다.
동양사상, 즉 중국적인 세계관에서는 혼과 백은 하늘과 땅으로 각기 돌아갈 뿐, 초자연적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
니다. 즉,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지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백(魄), 즉 육체는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는데, 혼(魂)은 하늘로 흩어지는 것이다. 육체는 땅에 묻혀서
썩어 가고 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해지다가 소멸된다.
단지, 혼은 영활(靈猾)하므로 스스로 존재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어서 소멸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주를 모셔두고 사대봉사(四代奉祀) 하는 제례가 생긴 것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하면 4대는 120년이 된다. 동양
의 합리적인 사상에서는 4대의 봉사를 받으면 혼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대봉사를 받고 있는 동안은 가족의 일
원으로 간주되고 봉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윤회설과 같이 생명이 태어날 때 원래 혼의 모습이 딴 개체(魄)로 갈 수가 있겠는가? 우리 동양 사상의 천지
대자연의 생생지덕(生生之德)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천지는 끊임없이 기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이다. 여기서 동일
한 영혼의 지속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윤회설 비판에서 정도전은 "어떻게 인간의 아이덴티티(Identity 동질성)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황
당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했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의하면 공중에 혼이 흩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계
속 떠다니면 수천수만 명의 혼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억겁(億劫)년을 윤회하게 되면 공중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니 교통순경이라도 세워두어야만 할 것인데, 그런 이치가 어디 있는가?
釋氏却謂人死爲鬼(석씨각위인사위귀) 鬼復爲人(귀복위인) 如此(여차), 則天地之間常只是許多人來來去去(칙천지지
간상지시허다인내내거거)
'석씨각'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귀신은 다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천지간에는 항상 혼이 넘
쳐나고 억겁년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5/10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내 영혼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곧 아집이요, 잘못된 고집이요, 잘못된 기대이
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천지, 우주 밖에는 어떤 존재도 허락되지 않는다. 동양의 천지론적 우주관에서는 천지 밖의 어
떠한 존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천지(Heaven and Earth)가 곧 신(God)이다. 즉 천당을 설정해도 이 천지 안에 설정해
야 한다. 하느님을 말해도 이 산천초목 안에서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과연 불교의 윤회론을 믿겠는가? 아니면 정도
전의 천지간의 생생지도(生生之道)를 믿겠는가? 오늘날 불교비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天地間如烘爐(천지간여홍로) 雖生物(수생물) 皆鎖鑠已盡(개쇄삭이진) 安有已散者復合(안유이산자복합) 而已往者
復來乎(이이왕자복래호)
천지간은 거대한 용광로와 같아 만물을 생하기도 하지만 모든 만물을 녹여 없애기도 한다. 어떻게 하여 흩어진 것
이 다시 똑 같이 합쳐지고 이미 떠난 것이 다시 돌아 올 수 있겠는가?
今且驗之吾身(금차험지오신) 一呼一吸之間(일호일흡지간) 氣一出焉(기일출언) 謂之一息(위지일식) 其呼而出者(기
호이출자) 非吸而入之也(비흡이입지야)
지금 내 몸으로 실험을 해보겠는데, 한번 숨을 들이 키고 한번 내품으면, 기가 한번 나간다. 이것을 일식(一息)이라
한다. 내 뱉었던 그것이 다시 흡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영혼의 윤회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그의 실험은 과학적이다. 인간의 윤회론은 이런 수준의 것이며
불가능하지 않느냐?
然則人之氣息(연칙인지기식) 亦生生不窮(역생생불궁) 往者過來者續之理可見也(왕자과래자속지리가견야)
그러한 즉 인간의 氣息은 역시 생기고 또 궁함이 없이 생기고, 가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또 이어진다는 이치를 볼
수 있다.
동일자(同一者)의 지속은 천지생성(Becoming)의 법칙에 어긋난다. 천지라는 공적인 장에 대한 믿음이 조
선왕조혁명의 성립근거였다.
이것은 정도전의 불교비판인 동시에 정치철학이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 준비 중인 그 와중에도 이 글을 썼다. 그는
당대의 위대한 정치가요 철학자였으며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다. 당대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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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봐야 한다.
外面驗之外物(외면험지외물) 凡草木自根而幹而枝而葉而華實(범초목자근이간이지이엽이화실) 一氣通過( 일기통
과)
산천초목에서 이것을 시험해보자! 모든 초목은 뿌리로부터 시작하여 둥치로, 가지로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해서 일
기(一氣)가 통과한다.
當春夏時(당추하시) 其氣滋至而華葉暢茂(기기자지이화엽창무) 至秋冬(지추동) 其氣收斂而華葉衰落(기기수렴이화
엽쇠락) 至明年春夏(지명년춘하) 又復暢茂(우복창무) 非已落之葉(비이락지엽) 返本歸源而復生也(반본귀원이복생
야)
봄이 되고 여름에 이르면 그 기는 자양분이 극에 이르러 꽃과 잎들이 무성해 진다. 가을과 겨울에 이르면, 그 기를
수렴하여 꽃과 잎은 쇠락했다가, 명년 봄과 여름이 되면 또 다시 잎은 무성해진다. 어떻게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잎
이 원래로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에 떨어졌던 잎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엉터리 거짓말이다.
又井中之水(우정중지수) 朝朝而汲之(조조이급지) 爂飮食者(표음식자) 火煮而盡之(화자이진지) 濯衣服者(탁의복
자), 日曝而乾之(일폭이건지) 泯然無跡(민연무적)
또 우물속의 물도 매일 아침 길러내고, 음식을 만들고, 불에 삶아 끄려 물을 없애고, 의복을 세탁하는 사람이 그것
을 햇볕에 쪼여 말려, 물의 흔적도 살아지고 마는데
而井中泉(이정중천) 源源而出(원원이출) 無有窮盡(무유궁진) 非已汲水之水(비이급수지수) 返其故處而復生也(반기
고처이복생야)
우물속의 샘물은 끊임없이 솟아나서 다함이 없다. 그런데, 어찌 이미 길러낸 물이 옛 곳에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
는 말인가?
윤회라는 거짓말에서 깨여나야 한다. 생생지도의 산천초목에 우리가 참여해서 우리의 문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도전이 '주역'의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고려왕조의 정체성(停滯性:Stagnation)
에 대한 비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든 개체가 나라고 하는 개체의 지속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적 천지라는 사회전체가 끊임없
이 생생, 샘에서 물이 쏟는 것처럼 끊임없이 재화가 생산되고, 물류가 유통되고, 끊임없이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는
시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삼봉은 이러한 경제철학을 '주역'의 생생지덕(生生之德)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전의 철학은 단순히 불교비판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불교는 정도전의 비판만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이 있다.
불교적 세계관의 윤회라고 하는 것은 인도문명의 독특한 상황에서 성립한 세계관이며 윤리적 요청에 의한 형이상학
적, 신화적인 구성(Mythical Construction)이다.
신화적 구성을 사실의 체계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신화를 신화로서 해석할 때 오히려 신화의 의미가 들어
난다.
종교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신화적 체계를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종교가 인간을 기만하고 인간을 우매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불교의 윤회설은 인도의 갈마(鞨磨 karma 카르마) 즉, 업(業)과 같은 것으로써 행위와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윤회
라는 것은 윤리적인 요청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선업(善業)을 쌓으면 선과(善果 즐거운 결과)가 오고 악업(惡業)을
지으면 고과(苦果 괴로운 결과)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세상에서 보면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더 잘 사는 경우가 있다. 이
런 (카르마의) 원칙이 우리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다.
이 괴리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전생의 업보이며 지금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과가 온다고 한 것이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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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 윤리적 인과(業 karma)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인간을 독려하고 끊임없
이 선행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윤회 이상으로 좋은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3/4>
인도문명에서 윤회설은 인륜적 요청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본다.
즉, 불교의 윤회는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윤리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왜 천당이 필요한가? 네가 비록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고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훗날 하늘나
라에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다. 천당도 현실적 인간의 선업
(善業)에 대한 보장 때문에 있는 것이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신(God)은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요청(Postulation)에 의해서 만들
어진 것'이라고 했다. 칸트의 사상은 위대한 사상이나 서양 종교에서는 그렇게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동양인의 세계관에는 윤회나 천당이 필요 없다.
동양의 윤리적 보상은 어디서 받느냐?
우리의 보상은 현실에서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받아야 한
다.
나의 존재는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도 있고, 내 제자도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당했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이 내 진실을 알았다면 누가 이 역사를 왜곡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태여 형이상학적인 천당이니 윤회니 하는 이런 요사스런 것을 만들지 않더라도 영원히 역사에 대한 믿음
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우리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삼봉 정도전에게는 이러한 확신이 있었지만 위화도회군 이전에는 불교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고려조의
지식인은 모두 불교신자였으며, 종교와 정치가 서로 엉켜 있었던 시대였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 이후부터 불교비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불교를 비판하지 않으면 새로운 왕조는 탄생할 수 없고, 여태까지 고려왕조를 유지해왔던 불교사상은 이미 썩었는
데, 썩은 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 민족에 있어서도 우리 삶을 뒤돌아보면서 20세기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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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살았다면, 너무도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는 가차 없이 비판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정신문화의 뿌리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명의 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비판이며, 종교는 우리의 건강한 상식에서 비판 받지 않으면
그 종교는 금방 썩어 버린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비판을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종교에 대해서 비판하고 감시하여야만 한다. 시민단체들이 정치인들만 감시할 것이 아니라, 더 썩
고, 이 사회의 정신적 뿌리를 좀먹고 있는 종교의 무서운 해악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눈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내 강의를 더 많이 듣는 것으로 안다. 다음 시간 계속해서 정도전이 불교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
는가를 공부하기로 하자. 이러한 비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어서 유교적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망중한담 2016 3 3 2152
술(酒)과 인과(因果)
윤회라는 것은 것은 불교가 생기기 전부터 인도인들이 가지고 있던 그들의 고유한 세계관이다.
대승불교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선불교(禪 佛敎)는 윤회조차 인간 사고의 유희로 간주할 수 있다. 윤회의 현실이 곧
열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생사즉열반 生死卽涅槃)
꼭 삼봉 정도전의 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불교의 원래 교리는 윤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동양인들은 기(氣)라는 것을 가지고 세계를 설명한다.
청탁수박(淸濁秀薄)
(氣)가 맑고(淸) 탁하고(濁) 빼어나고(秀) 천박하다(薄) 유교는 이렇게 기의 편차로 '차별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머리가 나쁜 학생과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학생 사이에는 기의 차이가 있다. 나 도올은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서 호를 '돌-도올'이라 지었다.
유교는 인간이나 만물의 차별을 기의 편차로 설명하고 있다. 윤리적 업보의 결과로 간주하지 않는다.
'주역(周易)'에
건도변화(乾道變化) 각성정명(各性定命)
하늘의 길이 변하여 각각의 성(性)과 명(命)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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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https://hablife.tistory.com/314 2/10
선유왈(先儒曰) 천도무심이보만물(天道無心而普萬物)
(그렇지만) 하늘의 도는 (특정한) 의도가 없이 만물을 두루 덮고 있다.
정도전은 이 차별의 세계가 인간의 업의 결과로 빚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교(儒敎)와 도가(道家)에서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 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자연 自然)을 본받는다(스스
로 그러할 뿐이다.
동양의 도는 서양의 하느님에 해당된다. 도(道)란 스스로 그렇게 될 뿐, 인과응보에 의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이때
의 자연을 영어의 Nature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동양적 세계관 속의 자연은 명사가 아니라 '스스로 그러하다'는 술
부적(述部的) 상태이다.
도(道)는 서양의 God에 해당되지만, '스스로 그러한 것'을 본받는 것이다. '스스로 그러한'
도의 세계는 인과응보로 설명될 수 없다.
음양의 세계는 결정론적 법칙(Determination Law)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응보의 법칙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정도전 불교비판의 핵심은 결정론 비판에 있다. 인간의 삶이 운명이나 업보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인도문명에서는 왜 윤회사상이 생겼는가?
인도에는 카스트제도(혈통, 결혼, 직업으로 규정되는 고정적 사회계층)라는 것이 있다. 이 제도는 아주 복잡하고 엄
격하다. 부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왕족, 군인), 바이샤(상인), 수드라(장인, 노예)의 4계층이 있다. 불가촉천민(U
ntouchable Human) 수드라(노예)보다도 더 하층의 천민.
이 사람들은 장사도 못한다. 그들이 만졌던 것은 다른 사람이 만지지 않고 사지 않는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들의 지
위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했다.
카스트제도를 정당화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윤회적 세계관이다.
"수드라(노예, 천민)의 신분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前生)의 업보 때문이니까 너는 그 운명에 따라 순응하면서 살아
라."
카스트의 결정론적 숙명을 정당화하는데 윤회나 업보의 이론이 사용되었다.
원래의 불교의 출발은 인과응보(因果應報)적 개념을 뒤엎는데 있었다. 싯다르타(悉達多 실달다)의 혁명은 윤
회의 숙명론을 거부하고 인간의 능동적인 계(戒), 정(定), 혜(慧)를 강조하였다. 집(執)은 멸(滅)될 수 있고, 멸(滅)하
는 데는 방법(道)이 있다.
윤회설은 불교의 핵심적 이론이 아니라 아주 통속화된 이론이다. 인도 불교의 타락한 모습을 우리는 받아들인 것이
다. 동양문화권에 이 타락한 모습이 들어와서 불교가 백성들을 종교적으로 협박하고 위협하는데 인과응보의 이론이
쓰였다.
고려왕조에서도 '너희들이 당하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업보 때문인 것이니 다 순응하고 받아들여라.'라고 했다. 고
려 때의 혹독한 농민 수탈, 소작료로 10분의 9를 수탈하면서도 '이것은 업보이므로 참고 살아라'고 했다. 불교의 이
업보론은 민중의 봉기나 혁명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데 이용되었던 것이다.
정삼봉은 불교가 이렇게 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불교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는데, 그가 전라도 나주에 귀양
갔을 때 나주 소재동(消災洞 현재 소재동 표지비가 건립되어 있다.)의 황연(黃延)의 집에서 살았다.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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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귀양 중 나주 사람들의 인심에 대하여 말하기를
거인순박무외모(居人淳朴無外慕) 역전위업(力田爲業) 연기우야(延其尤也)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순박하고 바깥으로 부러워하는 것 없이 살고, 힘들여 밭을 가는 것으로써 생업으로 하였으
며 (황)연(延)이라는 사람도 그러한 면에서 특출한, 전통적인 농부였다.
나주(羅州)란 곳은 淳朴無外慕(순박무외모) 力田爲業(역전위업), 즉 이 고장 사람들은 순박하고 다른 곳을 부러워하
지 않으며 농사에 힘쓰고 업으로 삼았다. 그래서 지금도 나주 사람들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고장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 '술과 인과' 1/4>
가선양(家善釀) 연우희음(延又喜飮) 매주숙(每酒熟) 선필상여(先必觴予) 객지(客至) 미상불치주(未嘗不置酒) 일구
익공(日久益恭)
그 사람은 술을 잘 빚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매번 술이 익게 되면 반드시 먼저 나(정도전)에게 술잔을 들고 찾아
왔다. 손님이 오기만 하면 술을 내어놓지 않는 때가 없으며, 사람들은 오래 사귈수록 더욱 공손해졌다. 지금도 나주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일제 시대에는 술 빚는 것을 밀주로 불법화시키고 양조 釀造를 전매화 專賣化하여 우리 민족을 수탈했다. 해방 후
에도 이 법을 풀지 않고 양조업자들을 보호했었다.
유김성길자파식자(有金成吉者頗識字) 기제성천능담소(其弟成天能談笑) 개역선음(皆亦善飮) 형제동거(兄弟同居)
동네에 김성길 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글을 꽤 알고 있었다. 그의 동생 성천(成天)은 담소를 잘하는 재능이 있었는
데, 두 사람도 술 마시기를 좋아했으며 형제가 한 집에 살았다.
유서안길자노위승왈안심(有徐安吉者老爲僧曰安心) 고비장면(高鼻長面) 용의궤괴(容儀詭怪) 범방언리화(凡方言俚
話) 향정여항지사(鄕井閭巷之事) 무불기(無不記)
서안길 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늙어서 중이 되고 호는 안심(安心)이라 했다. 코가 높고 얼굴은 길어 생긴 것이
궤괴(詭怪)했다. 온갖 방언과 이화(俚話)는 물론 항간에 떠도는 소문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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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김천부자(有金千富者) 조송자(曺松者) 기음역성길(其飮亦成吉) 연지유야(延之流也) 일종여유(日從予遊) 매득시
토물(每得時土物) 필지주장이래(必持酒漿而來) 진환내거(盡歡乃去)
김천부와 조송이라는 자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성길(成吉)과 연(延)처럼 술을 잘 마셨다. 날마다 나에게 놀러 오고
토산물이 생길 때마다 반드시 술을 가지고 와서 끝까지 놀다가 갔다.
여한일구(予寒一裘) 서일갈(暑一葛) 조침안기(早寢晏起) 흥거무구(興居無拘), 음식유의(飮食惟意) 금이지절이이견
자비지(今以至切而易見者比之)
나는 추울 때면 갓 옷 한 벌로 살고, 더울 때는 갈포 하나로 살면서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즐겁게 사는데 거
침이 없었고, 먹고 마시는 것을 뜻대로 할 수 있었다. 지금 가장 절실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써 비유하고자 한
다.
정도전은 천민들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연스럽고 인간답게 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불교의 인과론을 부정
을 술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酒之爲物也(주지위물야), 麴糵之多寡(국얼지다과), 瓷甕之生熟(자옹지생숙), 日時之寒熱久近(일시지한열구근), 適
相當(적상당), 則其味爲甚旨(즉기미위심지)
술의 물건 됨은 누룩과 고두밥의 많고 적음과 옹기가 성긴 것이냐 밀도가 높은 것이냐, 술을 빚는 시기가 추은 때
냐 더운 때냐, 빚은 후 오래 두었느냐 짧게 두었느냐 등등,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질 적에 그 술 맛이 매우 좋다.
조박(糟粕)=술지게미.
糟糠之妻(조강지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糟糠之妻不下堂(조강지처불하당) 貧賤之交不可忘(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는 내치면 안 되고 빈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된다.<후한서 後漢書>
약얼다칙미감(若糱多則味甘) 국다칙미고(麴多則味苦) 수다칙미담(水多則味淡) 수여국얼적상당(水與麴糵適相當)
이자옹지생숙(而瓷甕之生熟) 일시지한열구근(日時之寒熱久近) 상위이불상합(相違而不相合) 즉주지미유변언(則酒
之味有變焉)
만약에 찐 밥이 많으면 맛이 달고 누룩이 많으면 맛이 쓰고 물이 많으면 맛이 싱겁다. 물과 누룩과 찐 밥의 양이 서
로 적당하고, 옹기의 생숙(구운 정도)가 어떤가. 술을 빚은 시기의 일기가 추운지 더운지 오래 두었는지 짧게 두었
는지 이런 것들이 서로 어울려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 술 맛은 완전히 변해버린다.
삼봉은 하물며 좋은 술이 되는 데도 수 많은 변수가 있는데 결정론적인 인과업보론(因果業報論)은 잘못 된 것이라고
예를 들어 비판 것이다.
나의 불행한 현실이 나타난 것에는 수 많은 함수가 작용했을 것인데, 이것들을 따져보지도 않고 전생의 업보라고 단
정하는 것은 미친 생각인 것이다.
모든 복합적인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술 맛이 적당하게 되는 것 처럼 불행의 원인을 따져보지도 않고 업보로 단정
해서는 안 된다는 삼봉의 사고는 매우 과학적이다.
삼봉은 술을 비유로 들어 인과응보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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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술과 인과' 2/4>
此喩雖賤近鄙俚(차유수천근비리), 亦可謂明日盡矣(역가위명일진의)
나의 이런 비유는 비록 천하고 비속한 것 같지만 참으로 명료하고 잘못됨이 없는 정확한 비유다.
정삼봉은 이론적 구성을 해서 소재동(유배지)에서 느낀 생생한 삶의 체험을 이런 어마어마한 이론을 혁파하는데 쓰
고 있다.
삶의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학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所謂陰陽五行之氣(소위음양오행지기) 相推迭運(상추질운) 參差不齊(참차부제) 而人物之萬變生焉(이인물지
만변생언) 其理亦猶是也(기리역유시야)
소위 음양오행의 氣라는 것은 서로 밀고 서로 엇갈리면서 운행해 가는데, 그렇게 제멋대로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는
데 따라서 사람과 만물의 모든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그 이치 또한 옳지 않는가?
이 말은 과학적인 사고를 강조한 것이다.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은 너무도 우연적인 요소가 많고, 복합적으로 얽혀있
는 것이므로 모든 요소를 살피고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방금운화(方今運化) 현재의 당면한 천지의 변화.
삼봉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법칙을 규명하자, 즉 현실만 해도 고민하고 분석할 것이 많으므로 전생까지 분
석하는 것은 말자고 했다.(여기에 삼봉의 처절한 현실주의가 있는 것이다)
聖人說敎(성인설교) 使學者變化氣質(사학자변화기질) 至於聖賢(지어성현)
(성인이 나타나서) 가르침을 준다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과응보를 가르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기질을 배우게
하여 성현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변화기질(變化氣質) 유교에 있어서 교육의 당위성의 근거
유교의 매우 중요한 논리다. 위성지학(爲聖之學)이란 '기질을 변화시켜 성인이 되는 배움'이라는 뜻인 바, 이는 인
간을 어떻게 변화시켜 성인을 만드는 가에 관한 명제인 것으로써 동양사상의 핵심에 속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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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다닐 때 읽은 칸트(Kant)의 저서는 어려웠지만 꼭 읽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우리 때는 콤프렉스(Co
mplex)가 많아서 죽어라고 읽었다. 그리고 칸트나 플라톤(Plato)은 나와 관계가 없는 아주 대단한 학자로만 생각했
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면서 충격을 받은 것이
있는데, 중국, 당시의 대만에 갔었는데, 대만 교수들은 대륙의 사방에서 온 사람으로 대가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강
의를 할 때 이태백의 이야기, 주자 이야기를 해도 자기 친구처럼 이야기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주자처럼 될 수
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들은 주자를 자기 전통화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국에 가니까, 하바드의 대석학들이 칸트를 비판하고, 자기가 칸트 보다 나은 것처럼 강의를 했다. 그때 "아! 저 사
람이 칸트 보다 나은 사람이구나!"하고 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변화이다. 대가들 밑에
서 공부를 하면서 "이 세상의 성인이나 대단한 철학자들보다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다.
누구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
누구든지 공자가 되고 플라톤이 되고 칸트가 될 수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건방져서는 안 되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칸트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칸트 보다 더 훌륭한 사람
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하고, 나는 영원히 칸트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는 천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20세기에서 학문을 하면서 "우리는 선대의 학자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예술가는 피카
소 같은 화가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人皆可以爲堯舜(인개가이위요순) 子服堯之服(자복요지복) 誦堯之言(송요지언) 行堯之行(행요지행) 是堯而已矣(시
요이이의)
사람은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 누구든 요임금 옷을 입고 요임군의 말을 외고, 요임군의 행동을 하면 그가 요임
금이니라. <맹자>
유교적 인간관에는 인도의 카스트적인 고정성이 없다. 그래서 윤회가 불필요하다. 인간을 업보로 구속시키지 않았
다. 누구에게든지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治國者(치국자) 轉衰亡而進治安(전쇠망이진치안)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쇠락하고 망해가는 국운을 전환시키고 편안하게 다스리는 데 힘
써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쇠망해 가는 나라를 전환시켜 흥하게 하는데 인과응보로써 가능할 것이냐라고 역설하고 있다.
정도전은 불교를 비판하지 않고는 고려사회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고려의 사대부들의 사고는 불교
에 물들어 있었다. 그들 세력을 붕괴시키는 데는 무력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도전은 종교를 탄압하
지 않았다. 오직 불씨잡변(佛氏雜辯)이라는 이론으로 불교를 비판하기만 했다.
조선조에 와서 유교가 경직되어 척불숭유(斥佛崇儒)를 하면서 정도전에게 불교탄압의 책임을 돌렸던 것이다. 한 때
부처의 목을 자르는 사건도 있었다. 요즘은 단군 동상의 목을 자르는 자도 있다는데, 모두 미친 짓이다.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https://hablife.tistory.com/314 7/10
<영상 '술과 인과' 3/4>
중용(中庸) 제 22장
可以贊天地之化育(가이찬천지지화육) 則可以與天地參矣(즉가이여천지삼의)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게 되면 (인간이)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된다.
삼(參) 사람(人)이 하늘(天)과 땅(地)과 더불어 셋이 된다. 유교의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y) 사상.
此聖人所以廻陰陽之氣(차성인소이회음양지기) 以致參贊之功者(이치삼찬지공자) 佛氏因果之說(불씨인과지설) 豈
能行於企間哉(기능행어기간재)
성인은 음양지기(陰陽之氣)로 돌려서 삼찬지공(參贊之功)에 이르게 된다. 불교의 인과지설이 그 사이에 어찌 끼어
들 수 있겠는가
삼찬지공(參贊之功) 인간이 천지와 한 몸이 되고 천지의 화육을 돕는 공력. 중용의 22장의 구문을 인용한 삼봉의
인과론 비판 논리.
오늘 강의는 어려웠는데, 강의의 핵심은
모든 상황에 대해서 일인일과(一因一果), 즉 하나의 원인에 하나의 결과가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인일과(多因一果), 즉 우주의 모든 사건(Event)은 다양한 원인의 소산이다. 1대1의 대응은 과학적 사유가 아니다.
우주는 필연(Necessity)과 우연(Chance)의 복합체이다.
우리는 오늘의 사태를 항상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회음양지기(廻陰陽之氣) 즉 우리는 음양의 시간
도 창조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쇠망이진치안(轉衰亡而進治安) 즉 쇠망해가는 나라(Nation in Di
sorder)를 전환시켜 치안이 있는 나라(Nation in Order)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여기서 치안(治安)이란 나라의 안정
의 뜻이 아니고, 나라가 편안하게 다스려짐의 뜻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삶을 운명적으로,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항상 우리는 우리의 현실 속에
서 우리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모든 함수를 분석해서 역사의 목표인 미래를 창조하여야 한다. 쇠망한 나라를 치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2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9강 '술과 인과'
https://hablife.tistory.com/314 8/10
(治安)의 나라로 바꾸고, 자기가 이러한 불행한 상황에 있으면 운명을 극복해서 행복한 운명으로 바꾸고, 지식이 부
족하면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늘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인간됨을, 나의 기질을 변화시켜야 한
다는 것이다.
주자는 '인간은 기질(氣質)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금수'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여러분, 젊은이들이 최고의 사상가요 최고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여러분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을 갖고, 스스로의 기질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스스로의 인간됨을 비하시키지 말고 스스로의 기질을 변화시켜 모든 사람들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해 주기 바랍니다.
<영상 '술과 인과' 4/4>

이병철 - -부친의 기일을 지나며

이병철 - -부친의 기일을 지나며/ 어제가 음력으로 팔월 스무닷새, 아버지의 19주기 기일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와... | Facebook


어제가 음력으로 팔월 스무닷새, 아버지의 19주기 기일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사를 따로 모셔오다가 지난해부터 어머니 제사를 먼저 가신 아버지의 기일에 합쳤다.
어머니 기일 제사를 따로 모시지 않게된 것은 조상의 기제사를 모신다는 게 아마도 내 세대에서 끝나리라 싶기도 하고, 아이들에게까지 굳이 번잡스럽게 제사라는 형식으로 부모나 조상을 기리게 할 것은 아니라 싶어 그리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사후엔 제사는 지내지 말라고 미리 유언장에도 썼고 아이들에게도 그리 말해두었다.
 
어느새 아버지께서 유명을 달리하신지 19년, 참 세월이 빠르다. 이제 나도 부친이 돌아가셨던 그 나이가 되었다. 그래선지 다른 때보다 마음 한 켠이 더 착잡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양친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두 분 모두 병원에서 운명하셨는데, 부친께서 운명하셨다는 부음을 강연 도중에 받았다. 그날 내가 안동의 시민 단체에서 주관했던 강연에 초대 받았기 때문이었다.
강연은 저녁에 있었는데, 강연 중에 계속 전화음이 울려 받아보니 부친이 운명하셨다는 가족의 다급한 연락이었다.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질의 응답 시간에 양해를 구한 뒤 주최측에서 대절해 준 택시를 타고 밤길을 세 시간 넘게 달려오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이런 기억이 부친의 기일을 맞아 새삼스레 다시 떠오른 까닭이 무엇일까.

나는 부모님의 기대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부응했던 적이 있었을까. 학교에서 쫒겨나고 수감되었다가 나온 뒤로는 운동판을 나돌며 백수로 살아가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심경은 어땠을까.
아버지는 참 강직하시고 명석하신 분이셨다. 한때 공직에 계시면서 자식인 나로 인해 여러 고초를 겪으시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부당한 압력에 더욱 굳건히 맞서셨다. 내심으로는 자식이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생전에 한번도 내가 하는 일을 언짢아 하시거나 나무라신 적이 없으셨다.
어머니께서도 많이 속상해 하시기는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거나 만류한 적은 없었다. 그런 두 분을 생각하면 아직도 나는 도저히 부모님께 미치지 못함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세가 있는 지 알지 못한다. 궁금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별로 구애받지 않는다. 그건 이번 생이 끝나면 절로 알게될 것이기 때문이고, 이번 생에서는 우선 여기의 삶 자체에 충실한 것이 당면과제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 기제사나 조상의 차례를 모시는 것에도 추모 정도의 의미를 둘 뿐이다. 내세가 있다고 하고, 불멸하는 영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세는 이승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싶다. 그렇다면 몸, 육신이 없는 존재와 그런 존재가 사는 저승이란 세계에 대해 몸을 가진 내가 이승에서 미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싶다.
이승에서 지금 여기를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길이며, 저승에서도 잘 사는 유일한 길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나는 해월선사의 향아설위(向我設位 )에 십분 공감하지만, 제사형식은 여전히 유교식으로 따르고 있다. 지방을 써 신위를 모시고 벽쪽으로 제수를 진설하는 것이다. 거기에 조상신이 계신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부모님과 조상을 기리기에 내게는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생이란 그 자체가 한바탕 놀이와 같다고 했는데, 이 또한 놀이가 아니겠는가.
부모님 기일 제사를 위해 정성을 다해 애쓴 정원님께 새삼 감사드린다. 두 동생들과 조카에게도.
모두 고맙다. 부모님도 기뻐했으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