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5

"내 경계 넘어오면 부모라도 끊어내야" | Daum 뉴스

"내 경계 넘어오면 부모라도 끊어내야" | Daum 뉴스

"내 경계 넘어오면 부모라도 끊어내야"정은주 입력 2020.01.04.




댓글 654개


[토요판] 커버스토리
'거리의 치유자' 정혜신·이명수 부부
1년간 170회 전국 워크숍
1만여명 속마음 주고받아
'당신이 옳다' 25만권 판매
"공감은 감정노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가 본질"
"공감은 나한테 먼저 적용
갑질 상사 맞추려다 '나' 상실"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전파 중인 정혜신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씨 부부를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다.”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 것이다.” 심리치유서 <당신이 옳다>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씨는 이렇게 썼다. 30여년간 1만2천여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던 정혜신씨는 현장 치유 경험을 바탕으로 소멸해가는 사람을 구하는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내놓았다. 충조평판 하지 않고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하는 것,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묻고 또 묻는 것이다. 이 간단한 방법으로 심정지 상태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뛴다. 그 심리적 심폐소생술의 원리를 정혜신·이명수 부부가 설명한다.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도움이 돼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만만해서 하는 거다. 명확한 자의식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 의식하고 존중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정혜신)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 충조평판을 해서 좋아지는 경우를 단 한차례도 보지 못했다. 사람은 그런 것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이명수)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가 30여년의 현장 치유 경험을 집대성해 펴낸 심리치유서 <당신이 옳다>(2018·해냄)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충조평판 하지 않고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하라’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감정, 내 느낌이므로, ‘지금 마음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렇게 시작된 공감으로 소멸 직전에 사람을 소생시킬 수 있다고 해서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교육을 받으면 초등학생도 심폐소생술로 길 가다가 쓰러진 성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듯이, 그 존재 자체에 눈을 맞추고 존재의 안부를 물으면 ‘나’에 대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일상에서 소리 없이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심리적 심폐소생술을 전파 중인 정혜신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씨 부부를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난 한해 동안 제주도부터 전남 해남까지 동네서점과 도서관 등에서 ‘심리적 심폐소생술 워크숍’을 170회 넘게 열어 1만여명과 질문응답하며 속마음을 주고받았다. 이틀에 한번꼴로 전국을 돌아다닌 셈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40쌍 정도)이 공감자(들어주는 사람)와 화자(말하는 사람)로 나뉘어 100분간 서울숲을 걸으면서 속마음을 나누는 ‘속마음 산책’도 했다. 2018년 10월에 나온 <당신이 옳다>는 25만권 팔렸고, 지난해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비문학 분야)으로 꼽혔다.

자녀한테 하는 말 99% 충조평판

―충조평판을 왜 하면 안 되나?

“관계란 나도 있지만 너도 있는데 충조평판은 나만 있고 너는 없는 관계다. 나는 아는 자, 너는 모르는 자, 나는 깨달은 자, 너는 어리석은 자라는 게 깔려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의심은 추호도 하지 않을 때, 상대를 개별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을 때 나올 수 있는 게 충조평판이다. 평사원이 사장한테 충조평판 하지 않는 이유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관계를 파괴하는 비수이자 표창이기에 충조평판을 하면 부작용만 남는다. 가닿지도 않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더 열심히 해서 결국 관계를 짓밟아놓는다.”(정혜신)

“사람들이 하는 말의 90%가 충조평판이고, 부모가 자녀한테 하는 말은 99.9%가 그렇다. 직장에서 업무적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일상적 관계에서는 충조평판 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게임만 하는데도요?’라고 묻는데 되물어보자. ‘충조평판을 한다고 해서 그 문제 행동에 변화가 생기나?’ 충조평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허벅지에 십자수를 놓는 심정으로 참아야 한다.”(이명수)

고통을 마주할 때 우리의 언어는 벼랑처럼 끊어지고 길을 잃게 되는데 그때 노느니 장독 깬다고 충조평판이라도 날린다. 그 바른말은 어김없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책 107쪽) 아팠던 얘기를 꺼냈는데 그 위에 충조평판이라는 소금이 뿌려졌으니 또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상대는 더 이상 상처를 꺼내지 못하게 된다.(책 284쪽)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 내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그렇게 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을 물어봐야지. ‘어떤 마음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계속 물어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공감이 된다. 묻기 전에는 모른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이니까. 5살 아이한테도 충조평판 하지 않는 이유가 그에게도 자의식이 있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이 경험했으니까 두려워서 멋대로 판단하고 규정하지 못하는 것이다.”(정혜신)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마음이 어때’ 하고 서로 묻는다. 만날 보는데 왜 묻나 싶지만, 마음은 날씨와 같아서 계속 변하니까 어젯밤과 오늘 아침이 다르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인 동시에 완전하게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함부로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 여기(here and now) 마음이 어떠냐’고 묻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이명수)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때 필요한 것은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지금 그의 상태를 모르는 나는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한다면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자연히 떠오른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떤 거니?”

―그렇게 마음을 물으면 공감하는 건가?

“속으로는 한심해 죽겠는데 ‘너 마음이 어떠니’라고 묻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공감은 대화의 기술도, ‘그래그래’ 끄덕이는 것도, 좋은 말 대잔치도 아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따뜻해서, 착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에 대해 믿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이다.”(정혜신)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이 옳다’는 말의 본뜻이라고 했다. 이런 정서적 내 편은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원과 같다.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주는 그 한 사람이 바로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정혜신씨에게는 남편 이명수씨가 그 한 사람이다. 12살 때 7년간 암으로 투병하던 엄마를 떠나보낸 그의 어린 시절은 잿빛과 결핍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나만 고립된 것 같은 느낌들에 한없이 외로웠던 그 우울한 나날이 정신과 의사가 돼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는 중에도 걸핏하면 치고 올라왔다. 상처를 공감받지 못했던 시간 동안 그는 그 직업에서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큰 고통을 겪었다. 그를 바꾼 것은 일상에서 남편에게 남김없이 공감받은 경험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끝까지, 모든 게 바뀌었다. 그리고 내 직업은 고통이 아닌 희열로 바뀌었다.”(책 188쪽)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정혜신씨는 지난 15년간 ‘거리의 치유자’로 살았다. 2004년 진도 간첩조작 고문 피해자 박동운씨의 깊은 심리적 아픔을 보고 치유상담에 나선 이래 사회적 재난 피해자를 최전방에서 만나왔다. 고문생존자를 돕는 ‘진실의 힘’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및 가족을 돕는 ‘와락’, 세월호 피해자를 돕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상담했다. 이런 상담 현장에서 이명수씨는 어떻게 심리적 심정지 상태에 있던 이들의 심장이 다시 뛰는지 지켜본 증인이다.

세월호특별법 서명을 받던 곳에서 노인들이 집기를 부수고 유가족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다. 소동이 끝난 뒤 정혜신씨는 한명의 노인과 얘기를 나눴다. “고향이 어디세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세상을 떠난 아내와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참 만에 노인이 불쑥 말했다. “내가 아까 그 아이 엄마(세월호 유가족)들한테 욕한 것은 좀 부끄럽지.”(책 45쪽)

정혜신씨는 분노 가득한 사람도 만났다. 남편이 인권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했고, 그 뒤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생계를 도맡았다. 30대 초반의, 아이가 셋인 아내는 “운전면허가 있었다면 트럭을 몰고 경찰청 정문을 들이받고 나도 죽고 싶다”고 했다. 정혜신씨가 대꾸했다. “운전면허가 왜 필요해요. 들이받고 말 건데. 면허 없어도 돼요!” 그의 말에 아내는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 비장한 분노를 표출했다가 순간 긴장이 풀어졌다.(책 166쪽)

“자기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로 돌아온다. 자기도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갖고 보게 되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작용도 없이 문제 해결이 저절로 된다.”(정혜신) 행동이 옳다는 게 아니라 감정이 옳다고 하면, 거기서부터 성찰과 화해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나’와 ‘너’가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나?

“공감은 나한테 먼저 적용되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착취적 관계에서는 공감하는 게 옳지 않다. 갑질 상사한테 맞추려 한다면 나는 점점 지워지고 그는 괴물이 될 것이다. 계속 고통을 당하고 있으면 경계를 명확히 세우고, 필요하다면 관계도 끊어내야 한다. 엄마나 남편, 아내가 내 삶에 너무 관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이명수)

“공감은 감정노동이 아니다. 너와 나는 다르고, 개별적 존재라는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나는 희생하고 헌신하고 망가져도 상대방은 떠받치는 게 공감이 아니다. ‘나’는 없고 ‘너’만 있는 것은 병적인 관계다.”(정혜신)

심리적 심폐소생술(CPR) ‘당신이 옳다’가 열리면 참석자들이 메모지에 궁금한 점을 적어 붙여놓는다. 해냄출판사 제공

수만번 지옥에 빠지는 게 삶

전문직에서 일하는 40대 미혼 여성이 동갑내기 남성과 결혼을 결심했는데 홀로 사는 엄마가 반대해 상담했다. 엄마는 사윗감이 전문직이 아니라서 나중에 딸한테 얹혀살지도 모른다며 반대한다고 했다. 딸은 엄마가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며 결혼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정혜신씨는 “딸은 국경수비대가 하나도 없는 나라 같다”고 진단했다. “엄마가 경계를 허물고 침략군처럼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의사 결정 영역까지 쳐들어왔는데 나가라는 말도 못 하고 맞서 싸우지도 못”하는 탓이다.(책 182쪽)

―충조평판 하지 않고 공감하려는 결심이 자꾸 무너지면 어쩌나?

“우린 일상에서 여러번 패하고 아직 채 일어서지 못했거나 어제 패하고 오늘 다시 일어서는 중인 사람들이다. 치유자라고 해서 지옥에 빠지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일어나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기에 ‘또 빠졌구나, 빨리 나와야겠다’ 이렇게 담백해지는 거다.”(이명수)

“무너지면 풀썩 주저앉게 되잖나. ‘내가 알았던 게 아니구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근데 그것이 삶이다. 조금 잘되다가도 다시 떨어지고, 그렇게 뭉개다가도 다시 나아가고. 지옥이 일상이고, 일상이 지옥이라는 걸 순하게 받아들이면서 죽는 날까지 수백, 수천, 수만번 무너지는 게 삶이다. 깨달음을 얻는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것은 가짜다.”(정혜신)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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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빈19시간전

당신이 옳다는 시대적 흐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린 친구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 때문에 얼마나 남을 무시하고 사는지 모를 것이다. 어떤 인간은 좋은 것을 주어도 나쁘게 사용하고 어떤 인간은 빈손으로 스스로를 일구기도 한다. 인생은 단순치 않고 사회는 복잡해서 한두 마디 말로 정의되기 어렵다.
답글57댓글 찬성하기1859댓글 비추천하기179
우일신19시간전

그래서 환자로 온 다른 사람 남편 이혼시켜서 본인도 이혼하고 새삶 시작하셨나요 ? 내 삶의 경계선을 넘은 사람은 부모라도 쳐내야 한다면서 어쩌면 그렇게 남의 삶의 경계는 쉽게 넘나드시나요
답글44댓글 찬성하기948댓글 비추천하기131
작가의꿈21시간전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라는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보이는 사람들 특히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먼저 내 마음에 아른 거립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람들은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행복합니다"라고 답할 것 같은 생각이듭니다. 반대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미혼모들과 만18세가 되면 보육원을 졸업해야 하는 애들에게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희망과 즐거움이 없습니다" 라고 답하는 경우도 단 몇 사람이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 마음이 행복하다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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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은이)해냄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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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0원 14,220원 (7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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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28.88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316쪽



주간 편집 회의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여 이른 결과가 적정심리학이다.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 그 핵심은 공감인데, 그가 말하는 공감에는 경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라는 이해 위에서 자기 보호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에게 모자랐던 건 '너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나에 대한 공감'이고, 이런 상태에서 공감을 아무리 강조해봐야 어떤 이해와 위로도 나눌 수 없다. 결국 나를 구해야 너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모두를 살리는 '공감 행동 지침서'가 상비약처럼 곳곳에 놓여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2018.10.12)


북트레일러



책소개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갑질 하는 조직에서 억지 미소로 참아내고, 성공과 효율을 좇는 사회의 기준에 허덕이고, 관계의 고단함 속에 내 마음은 뒷전이 될 때… 우리는 존재 자체로 존중받지 못한 채 각자의 개별성은 무시된다. 이처럼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겪고 있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 우리, 괜찮은 것일까?

이에 사회적 재난 현장부터 일상의 순간까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해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우리에게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15년 간 진료실을 벗어나 보통 사람들은 물론 트라우마 피해자부터 CEO까지 다양한 이들의 속마음을 만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무너지고 상처받고 있음을 확인한 결과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에 저자는 신간『당신이 옳다』를 통해 누구라도 심리적 CPR의 행동지침을 배울 수 있게 안내하고자 한다. ‘나를 구하고 너를 살릴 수 있는’ 실전 방법을 세밀히 담은 이 책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거리의 치유자로 현장에서 쌓아 올린 그의 경험과 내공, 정성이 집대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목차


읽는 이에게: 내 아내의 모든 것
프롤로그: 소박한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

1장 왜 우리는 아픈가
1.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서
2.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폭력적 시선
3.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 부족할 때
4. 만성적 ‘나’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

2장 심리적 CPR_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1. 사람을 그림자 취급하는 사회적 공기
2. 공감의 외주화, 남에게 맡겨버린 내 마음
3. 우울은 삶의 보편적 바탕색
4. ‘나’가 희미해질수록 존재 증명을 위해 몸부림친다
5. 사라져가는 ‘나’를 소생시키는 심리적 CPR

3장 공감_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
1. 사람을 살리는 결정적인 힘
2.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3. 공감의 과녁 1 세상사에서 그 자신으로 초점을 맞추고
4. 공감의 과녁 2 칭찬이나 좋은 말 대잔치와는 다르다
5. 공감의 과녁 3 감정에 집중하기
6. 공감의 과녁 4 억누른 상처를 치유하는 메스이자 연고
7. 공감의 과녁 5 마음은 언제나 옳다
8. 공감의 과녁 6 감정이 옳다고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4장 경계 세우기_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1.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
2. 자기 보호가 먼저다
3. 헌신과 기대로 경계를 넘지 마라
4. 갑을 관계에서도 을인 ‘나’를 드러낼 수 있나

5장 공감의 허들 넘기_ 진정한 치유를 가로막는 방해물
1. ‘다정한 전사’가 되어
2. 좋은 감정 vs 나쁜 감정
3. 충족되지 않은 사랑에 대한 욕구
4. 내 안에 남아 있는 콤플렉스
5. 개별성을 지우는 집단 사고
6. 유형과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

6장 공감 실전_ 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1. 진심으로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
2. 상대방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3. ‘나’에 대한 공감이 타인 공감보다 먼저
4. 상처받은 아이에게 온 체중을 실어 사과하기
5. 아무리 자녀라도 충조평판하지 않기
6. 거짓 공감도 공감인가

에필로그: 삶의 한복판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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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아프다.




스타란 너(대중)의 취향에 나를 온전히 맞추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생태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다. 나를 너에게 맞추는 촉이 고도로 발달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다르게 표현하면 스타가 누리는 지위와 힘은 빼어난 재능과 고도의 촉을 바탕으로 자기 소멸의 경지에 다다른 이가 누리는 화려한 보상이다. 그게 스타의 본질... 더보기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단둘이 만난 자리뿐 아니라 여럿이 만나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렇다. 어떤 모임이어도 이 뜬금없어 보이는 말이 끼어들 틈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이야기가 공허하거나 무의미하게 맴돈다고 느낄 때 묻는다. 이 질문을 던지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더보기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더보기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심장 압박을할 때는 두꺼운 옷을 젖히고 옷에 붙은 액세서리도 다 떼고 정확하게 가슴의 중앙 바로 그위 맨살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심리적 CPR도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 더보기
공감에 대한 통념이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처나 고통을 대면했을 때 그 즉시 감정 이입이 되어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이 공감력 넘치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다면 공감력이 부족한 냉정한 인간이다, 노력하는 공감은 진짜 공감이 아니며 공감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등. 사람들은 공감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한 무엇...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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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혜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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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5년 전두환정권에서 무고하게 고문을 당하고 18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던 박동운 선생을 만난 이후로 1970~80년대 고문생존자,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자로 살았다. 최근에는 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잠수사들을 치유하는 일을 했다. 지은 책으로 『정혜신의 사람 공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공저) 『당신으로 충분하다』 『홀가분』 『사람 vs 사람』 『남자 vs 남자』 등이 있다.


최근작 : <당신이 옳다 (들꽃 에디션)>,<정혜신의 사람 공부 (큰글자도서)>,<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큰글자도서)> … 총 39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mindjj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예요?”
공감과 경계의 기술로 짓는 소박하지만 든든한‘집밥’같은 심리학!
만성적인‘나’기근과 관계의 갈등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책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갑질 하는 조직에서 억지 미소로 참아내고, 성공과 효율을 좇는 사회의 기준에 허덕이고, 관계의 고단함 속에 내 마음은 뒷전이 될 때… 우리는 존재 자체로 존중받지 못한 채 각자의 개별성은 무시된다. 이처럼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겪고 있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 우리, 괜찮은 것일까?
이에 사회적 재난 현장부터 일상의 순간까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해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우리에게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15년 간 진료실을 벗어나 보통 사람들은 물론 트라우마 피해자부터 CEO까지 다양한 이들의 속마음을 만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무너지고 상처받고 있음을 확인한 결과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에 저자는 신간『당신이 옳다』를 통해 누구라도 심리적 CPR의 행동지침을 배울 수 있게 안내하고자 한다. ‘나를 구하고 너를 살릴 수 있는’ 실전 방법을 세밀히 담은 이 책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거리의 치유자로 현장에서 쌓아 올린 그의 경험과 내공, 정성이 집대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공감, 나와 당신을 살리는 심리적 CPR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적정심리학’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강력한 치유 원리와 구조를 제시한다. 이는 간단하지만 본질을 건드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적정기술처럼, 사람의 마음과 존재의 본질을 움직여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시키는 심리학을 뜻한다. 복잡한 이론과 전문가의 진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나와 남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치유법, 집밥 같은 치유법이다. 그 핵심은 바로 ‘공감’이며, 스스로는 물론 한 사람의 고통에 마음을 포개려는 섬세한 시선과 지지에 바탕을 둔다.
공감은 다름 아닌 치유자 정혜신이 극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린 결정적 무기이다. 십수 년 동안 ‘거리의 치유자’로서 국가폭력 피해자를 비롯,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에 힘써오며, 저자는 공감이야말로 어떤 치료제나 전문가의 고스펙 자격증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되살리는 힘을 발휘함을 확인했다.
외형적 조건이나 삶의 내력이 아닌 사람의 존재 자체에 초집중하고, ‘내 감정’을 묻는 질문과 지지를 통해 존재의 핵심을 정확하게 자극하는 심리적 CPR은 공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누구라도 짓눌려 있던 ‘내’가 되살아나고 자신의 상황과 문제를 스스로 조망할 수 있는 힘과 호흡을 회복할 수 있다. 그래야 전문가에게 내 마음을 외주 주지 않고도 응급 상황에서 벗어나고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살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공감 행동지침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1장에서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픈 이유를 들여다본다. 2장에서는 우울증 등 진단이 남발되고 일상이 외주화 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심리적 CPR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장에서는 ‘공감’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공감의 방법을 제시한다. 4장에서는 사람은 모두가 개별적 존재임을 환기시키고, 공감의 정확성을 높이는 경계 짓기를 제안한다. 5장에서는 사랑에 대한 욕구, 콤플렉스, 집단 사고 등 진정한 치유를 방해하는 공감의 허들을 짚어준다. 6장에서는 존재를 살리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유념해야 할 실전 치유 팁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배워야 할 공감과 경계의 기술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로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무조건 긍정하는 것, 금세 감정이 동화되도록 타고나는 것,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을 깨며, 정확하게 도움 되는 공감이 향해야 할 6가지 과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공감의 과정에서 대상의 마음에 앞서 자신의 상처를 만나면 자기 보호가 우선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을 용감하게 넘어설 때, 나와 너가 모두 공감받는 홀가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누구나 한 권쯤 가지고 있어야 할 상비 치유서
이 책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 내공을 밀도 높게 담고 있다. 이론과 통계, 정형화된 사례에 의존하는 기존의 심리학 책과 달리, 풍부한 현장 경험과 육성을 통한 사례로 뒷받침한다. 또한 단호하면서도 깊숙이 마음을 움직이는 저자 특유의 언어는 읽는 과정 자체를 진한 공감의 순간으로 만든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상처 입을 때, 이 책은 당신 마음에 눈 맞추고 ‘당신이 옳다’고 세심하고 과감한 지지를 전해줄 것이다. 또한 주변 사람과 삶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집밥’ 같은 힘을 실어주고, 우리 사회에 공감의 중요성과 방향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줄 것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의 과녁

공감의 과녁 1_ 세상사에서 그 자신으로 초점을 맞추고
공감의 과녁 2_ 칭찬이나 좋은 말 대잔치와는 다르다
공감의 과녁 3_ 감정에 집중하기
공감의 과녁 4_ 억누른 상처를 치유하는 메스이자 연고
공감의 과녁 5_ 마음은 언제나 옳다
공감의 과녁 6_ 감정이 옳다고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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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다정하고 동시에 정확한가. 나는 보통 책을 읽고, 좋은 책이면 주변 사람들 중 가장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에게 나눠주곤 하는데 이 책은 도저히 줄 수가 없겠다. 대신 몇 권을 새로 사서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스턴 2018-10-20 공감 (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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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나니 나 자신이 조금은 선량해진 것 같은 느낌. 존재에 주목하기. 충조평판하지 않기. 모든 감정은 옳다. 공감과 감정노동 구분하기. 책으로 배운 적정 심리학으로 나와 누군가를 한껏 보듬어주고 싶은 저녁.
공쟝쟝 2019-02-04 공감 (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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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정혜신 선생님은 존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비슷한 주장과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드는 건 비단 저만의 느낌인가요?
radiofree 2018-12-27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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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받기보다는 위로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제목을 보고 위로를 받는 책인줄 알고 선택하였는데 그야말로 위로를 하는 사람들의 지침서 같은책입니다.
아제카 2018-12-23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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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왔다.그녀가옳다.그녀가쓴책을모두읽었다.그러다쌍용자동차가족들의아픔을끊임없이돌보던그녀를봤다.그리고..시간이흘러잠시잊었다.지금그녀의책을다시만났다.그녀의책은가벼운심리학의놀이가아니다.그녀의숨,글,공감..그진심을다시느끼고싶다.그안에서나를느끼고다시깊게만나고싶다.
김형신 2018-10-16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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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책을 다 읽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틈날 때마다 글을 썼다. A4 10페이지가 넘는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갔다. 말 못하게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쭉 써내려가다가 마지막에 싹 지웠다.
쓰면서 느꼈다. 이제 진짜 괜찮아졌구나.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나”가 없었다. 밝고 씩씩하게 자라왔지만 모든 선택의 기준은 타인이었다. 엄마한테 혼나지 않도록, 다른 사람에게 비난받지 않도록 애쓰며 살아왔다.
거절하는 법도 몰라서 거절할 일이 생기면 이래저래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엄마가 진짜 무서웠다. 어릴 적에는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 것에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썼던 것 같다. 다쳐도 혼나고 친구랑 다퉈도 혼나니까, 다치면 몰래 숨어서 나뭇잎으로 지혈을 했다. 친구랑 다툴 일이 생기지 않게 최대한 친구한테 다 맞춰줬다. 친구 맘 상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솔직한 게 너무 어려웠다. 솔직하게 말할 때마다 혼났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필요한 게 생겨도 용돈 달라는 말을 못했다. 중학생 때부터 스티커 돌리고, 전단지 돌리면서 돈을 벌어 썼고 7살 땐 엄마 지갑에 손을 댄 적도 있다.(이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비겁한 방법으로 문제를 피해갈 때마다 죄책감이 컸다.

잘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몰랐다. 어릴 땐 무조건 엄마한테 순종하고 착한 딸로, 착한 동생으로 사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다른 사람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은 화가 날 때마다, 힘들 때마다 내게 폭언을 쏟아냈고 나는 그것을 듣고 참는 것이 모두를 위한 거라 생각했다.
잘 들어줘야해. 나까지 안 들어주면 우리가족 모두 큰일날거야. 버티자 버티자 했다.
그러다보니 몸이 반응을 했다. 머리가 빠져서 원형탈모가 생기고, 대상포진과 장염을 번갈아 앓았다. 나를 챙기기 위해 나는 아이들 속에 숨었다.

어릴 때 집에 다른 집 아기들이 많이 왔다. 아기들이 왔을 땐 엄마가 화를 안냈다. 그래서 나는 아기들이 있을 때 안정감을 느꼈다. 내 마음을 아기들에게 더 많이 쏟았고 아기들을 많이 기다렸다. 커서도 그랬다. 힘들 땐 아이들을 찾아갔다. 매일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 관련된 일들만 했다.

그렇게 가족을 피해 주말에 간 곳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기대어 주말을 보냈다. 그 곳에서 정혜신, 이명수 두 분을 만났다. 아이들이랑 하루를 보내고 끝날 때쯤 부모님들 상담을 마친 두 분이 오셔서 우리를 안아주셨는데 나는 그 때 폭 안기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오늘 땀 많이 흘렸는데 나한테 냄새가 나면 어쩌지? 오늘 머리를 감았던가?” 하는 생각만 했다. 누군가 안아주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내 아이를 낳으니 엄마의 폭언을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처음엔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엄마한테 참다 참다 폭발하는 식으로 그만하시라고 말했다. 아이들 듣는다고 나도 이제 엄마라고, 못 듣겠다고 그랬다. 그런 말들은 엄마를 더 화나게 했고 참으면 적당히 혼날 일을 내가 더 키웠다고 자책했다.

그러는 와중에 변화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화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신랑이 있었고, 변화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시는 정혜신, 이명수 맘 부모님이 계셨다.

나는 늘 운다고 혼이 났다. 울지 좀 말라고, 친구가 맞아도 울고, 내가 혼나도 울고, 누가 아파도 울고, 노래 듣다가 울고, TV 보다가 울고, 그냥 잘 울었다. 감정표현을 눈물로 했던 것 같다. 울지 말란 소리만 듣던 내게 두 분이 얘기하셨다.
너의 눈물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위로가 될 거라고, 잘 우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눈물도 공감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우는 걸로 칭찬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울어도 된다고 하니 도리어 눈물이 줄었다. 워낙 많이 울던 나라서 줄어도 많이 울긴 하지만 울지 않고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심리적 지지를 받으며 조금씩 자랐다.

그러다 엄마에게 진짜 내 마음을 얘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거의 1년 넘게 준비한 것 같다.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말로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엄마에게 진짜 내 마음을 이야기한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망가고 싶고,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지? 평생 엄마 때문에 힘들었는데 왜 이 역할까지 내가 해야 하는 거지? 그냥 엄마가 변할 때까지 기다려볼까? 연락을 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 순간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신랑과 아이들 그리고 심리적 지원군인 두 분.
해보자! 피하지 말고 얘기해보자.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을 불끈 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리는 내 몸을 추스르고 용기를 냈다.

화가 잔뜩 난 엄마 앞에 앉았다. 그 옆에 아빠도 있었다. 엄마는 내게 손가락질 하며 버르장머리 없는 나쁜 기집애라고 했다.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나는 온 몸에 힘을 주고 바들바들 떠는 몸을 진정시키며 입을 뗐다. “엄마. 오늘 하루만, 딱 한번만 내 말 끊지 말고 들어줘. 내가 두 손 모아 빌게. 내 얘기 끝까지 한번만 들어줘...” 엄만 그래.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엄마. 음..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엄마가 많이 무서워. 엄마를 사랑하는데 엄마가 무서워. 나는 그런 아이인 것 같아. 내 얘기를 하는 게 참 무서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혼내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해.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참 좋았어. 엄만 얼굴도 하얗고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어. 친구들이 너 엄마 예쁘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좋았어. 엄마가 내 엄마인 걸 여기저기 알리고 싶었어. 난 엄마한테 사랑을 많이 받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방법을 몰랐어. 근데 엄마가 반장을 하거나 공부를 잘하면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사랑받으려고 반장하고 공부했어. 반면에 다치거나 친구와 다투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다치면 나뭇잎으로 지혈하고 엄마한텐 숨겼어. 친구랑도 다투지 않으려고 뭐든 양보했어. 엄마 아빠가 돈 때문에 싸울 때도 내가 돈 벌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열심히 알바를 했어. 엄마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그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꾹꾹 참거나 엉엉 울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아. 그런 내가 싫었어. 내 얘기하나 못하는 내가 싫었어.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때리는 데 왜 때리느냔 말도 못하고, 사회생활 할 때도 온갖 안 좋은 일 당할 때도 그냥 가만히 있었어. 이젠 달라지고 싶은데 내가 엄마한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엄마한테 내 마음을 얘기하는 게 무서웠으니까. 엄마랑 나에게 시간이 많지 않잖아. 우리가 함께 할 날이 별로 없잖아. 시간은 지나가는데, 기회가 지나가는데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 생각했어. 엄마. 나 엄마 진짜 사랑해. 그리고 엄마한테 진짜 사랑받고 싶어. 우리 서로 화내고 상처주지 말고 남은 시간 사랑하며 살자. 그랬으면 좋겠어 엄마..” 엄만 내 얘기를 들으며 우셨다. 그리고 얘기하셨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지금 와서 변하라고? 나는 너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는데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 안 해봤다. 니들은 부모 잘 만나 편히 살았으면서 지금 와서 이딴 소리를 하는 거냐. 자식 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 시끄럽다 나가라~” 엄마의 얘기를 듣는데 화가 나지 않았다. 엄마의 진짜 마음을 표현 못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운 좋게 맘 엄마와 맘 아부지를 만나서 내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엄만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그때 지성이가 깼다. 그래서 달래러 밖으로 나갔는데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었다. 나는 보름달을 보며 지성이에게 말했다. “지성아 엄마 이제 살았어... 너 덕분이야 고마워..” 그 다음날도 엄만 아무 말 없었다. 그리고 3일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아.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가 내 딸들을 어떻게 키웠나싶다. 사실 엄마도 힘들었다.. 엄마도 외할아버지가 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갑자기 집이 망해서 외삼촌 집에 식모로 살면서 너무 힘들었다. 매일 싸우는 외삼촌과 외숙모 사이에서 많이 울었다. 공부하고 싶은데 학교도 못가고 조카를 키우는 엄마 인생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기필코 아들을 낳아서 나 같은 고생 안하게 해야지 했는데 딸을 낳아서 그냥 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너희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못 준 사랑 다 줄게...” 하며 엉엉 우셨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얘기한 바로 그 순간이 엄마의 인생 중 가장 마음이 편한 순간이었다고 얘기하셨다.

이 치유의 힘은 나비효과처럼 다른 가족들에게도 퍼져나갔다. 언니와도 그렇게 마음을 이야기하고 난 후 오랜 갈등을 풀었고, 늘 참기만 하던 아빠도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을 들여다보고 꺼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길을 알았으니 묵묵히 걸어 나갔다. 이제 우리 가족은 한결 편안해진 관계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려울 때마다 전화하고 이야기한다.

만나면 1박2일을 못 넘기고 싸우던 우리 가족은 못다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나는 엄마에게 드디어 폭 안길 수 있게 되었다. 틈날 때마다 안고 뽀뽀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이 나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도 10년 전부터 책 속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들을 수 있어서 심리적 CPR을 빨리 받았다.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울고 웃었다. 감사하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책이 나오고 가족들에게 전부 선물했다. 친정식구는 물론이고 시어머님께도 건네고, 이런 이야기를 오래 나눠왔던 지인들께도 선물했다.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참 좋다.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자기”들이 모여 “우리”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을 페이스 북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느끼고 있다.
나는 나의 이야기가 동화 속 마지막 결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나도 모르고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지금 나는 살아있고, 또 내가 언젠가 죽는 다는 것 이 두 가지 뿐이다.

두렵지만 헤어짐의 순간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려고 한다.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것이다. 사랑을 하는 일에 마음과 힘을 쏟을 것이다. 나의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이의 가족도 소중하다. 그런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다. 다정한 전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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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나비야 2018-11-01 공감(93)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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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큼은 선량한 사람 [당신이 옳다]


언제나 믿고 읽는, 정혜신 선생님의 글. 그녀의 글을 읽으면 홀가분해지고, 따뜻해지고, 몸이 편안하게 이완된다. 또르르 눈물 한방울 흐를 때도 있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 뭐랄까, 그냥 눈가는 대로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뿐인데, 나 자신이 조금은 선량해진 것 같은 느낌.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이용하거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내 상처 먼저 봐달라고 아우성치기 바쁜 요즈음의 세상에서 ‘존재에 주목’한다는 이야기야 말로 이데아처럼 들린다. ‘공감’이라는 단어도 ‘힐링’만큼이나 식상하고.

이 책은 다르다. 존재와 사람을 ‘제대로 귀중하게 대할 줄 아는’ “존재”가 세상에 있긴 있구나! 안심하게 된달까. 읽으면서 사그라들던 인류애가 바짝 불 당겨질 만큼 ‘정혜신’이라는 치유자가 고맙드라. 타인을 어루만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정말로 모/처/럼 생각했다. (😒좋은 사람?? 이 헬조선에서 그게 가능해?? 냉소하길 어언 4년째.....)

*

섬세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선생님은 ‘공감’과 ‘치유’ 노하우를 대거 전수해주신다. 존재에 주목하는 방법, 존재의 과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화도중 해볼 수 있는 질문들, 공감/감정노동의 차이, 경계에 대한 인식까지. 그 원리와 예시를 모은 내용들임에도 ‘방법서’처럼 읽히지만은 않는다. 글에 깊이 감응할 수 있었던 것은 치유자 정혜신의 기술보다 ‘마음’ 그 자체, 태도 그 자체였다.

“(249) 다양하게 깎인 수많은 입체적인 면면들 때문에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빛깔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예각의 크리스탈 조각 같은 존재가 사람이다. 그런 존재를 집단적 정체성이라는 둔각으로 뭉개는 일은 자신에 대한 폭력인 동시에 자기 은폐나 억압,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무지다.”

그러니까 위와 같은 문장은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와 애정이 없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거라. 🤔 수많은 입체적인 면면들.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빛깔과 분위기가 달라지는..(크흡, 눈물 닦고..). 아, 사람이란 정말 그렇다. 나도 그러니까!!
그러니 뭉개지 말자. 뭉뚱그리지 말자. 쉽게 “(106)충조평판(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따위 하지말자.

“(295)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계몽과 훈계의 본질은 폭력이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렇다.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 쯤은 더 많이 봤다. 사실이다.”

네네. 잘못했어요. 안하도록 노력할게요, 혜신쌤.ㅠㅠ (내가 바로 왕년에 바른 말 대장).
마음의 영역에서 계몽이란 결국 폭력과 다름없다는 말. 명심하겠습니다!

*

“(117) 공감과 관련해 일종의 클리셰가 있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 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어쩐지.......대화가 힘들더라..... 나 자신아, 그 동안 공감을 빙자한 감정 노동 하느라 고생 많았다.

“(187)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 받는 일이다. 자전하며 동시에 공전하는 지구처럼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자기도 주목받고 공감 받는 행위다. 타인을 구심점으로 오롯이 집중하지만 동시에 자기 중심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가능하다.
공감은 본래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것이다. 지구가 자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공전을 멈추거나 공전을 하느라 힘이 빠져서 자전을 쉬면 자연의 모든 이치가 깨지듯 공감도 마찬가지다. 상호성과 동시성을 잃으면 공감도 없다.”

자전과 공전원리에 입각한 ‘공감’ 해설. 넘나 적절하시다. 이해가 쏙쏙 되었다. 샘은 정말 최고 만렙힐러시다. 나같은 쪼렙은 ‘공감자’가 되기 이전에 내 상처부터 주목하기로 한다. 앗, 공전은 커녕 자전도 잘 안된다. 😨

자전할 에너지도 없다. 혜신샘에게 공감 받고 싶다. 어렵사리 벌려놓은 내면의 상처들을 평가, 구경 당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그러게 누울자리 보고 뻗었어야.... (다시 눈물 한 번 더 닦고) 그래 나야, 괜찮다. 가까운 이들에게 이 책을 읽혀서 나를 공감시키고, 내가 자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좀 받아야겠다. (이 극단적 이기주의 무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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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출판시장 트렌드는 ‘거리두기’‘포기하기’‘그만두기’등등 인 것 같다. 노오력과 자기착취를 독려하는 강박적 자기개발서들만 넘쳐나던 몇 년전의 모습보다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나는 좀 외로웠다. 물론 나를 괴롭히는 관계와 일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용기다. 그러나 상처에 겁먹어 거리두는 것에만 전전긍긍하고 싶지는 않았다. 관계에서 지혜롭게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어려워했던 관계들을 톺아보았다. 그랬구나, 나의 잘못도 많았지만 그들의 잘못도 없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밖에. 속마음을 나누기 쉽지않는 세상이니까. 나 포함 우리 모두는 다시 배워야 한다.

옆에 있는 이들의 존재에 주목하고 싶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섬세해지기를 마음먹었다. 책으로 배운 적정 심리학으로 나와 누군가를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한껏든 저녁!!이었는데.. 옆에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 두 마리만.. 똥치워달라고 냐옹하고 있었다....

인간 관계.. 책으로만 배우면.... 잘해주고 싶어도 잘해 줄 사람이 없...게 되는 건가.. (현실자각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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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2-05 공감(3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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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늦은 밤, 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책 읽는 시간이 좋다. 오늘은 친정엄마가 볶아준 돼지감자 세 알을 뜨거운 물에 넣은 국산차다. 추운 겨울에는 차 소리,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함박 눈 내린 날의 묵직한 가라앉음이다. 모두 잠들어있는 한밤의 고요는 내게 또 다른 세상이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책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를 읽는데 울림을 주는 구절에 울컥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일때 담임샘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맞아 아파한다고 병원에 가봐야 할것 같다고...온순한 아이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 맞을 짓도, 싸울 일도 없던 아이였다. 그 순간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7월이었다. 나는 아이를 위로했다. 지금 생각하니 오버할 행동을 많이 했지만, 아이는 그때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꼈다.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다. 상위 0.1%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무대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몸부림하는 부모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 영재, 부모의 일그러진 교육열에 도벽을 일삼는 예빈 등 민낯도 보여준다. "엄마는 내가 왜 과자를 훔치는지 물어보지 않아"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예빈의 모습에 먹먹해진다. 도벽이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따뜻한 엄마라면 아이가 왜 과자를 훔쳤을까 고민하고, 대화를 통해 진심으로 위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공감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30년간 경험한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을 치유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우리 아이가 재수할 때 수시로 해주었던 '엄마는 너를 믿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을 주었다는 말과 연결된다.



살아가면서 친구나 지인에게 어설픈 충고를 한 적이 많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주저하며 말할때 공감하기 보다는 무언가 결론을 내주려고 조바심했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는 저자의 말에 내 충고에 상처 받았을 사람들의 원망 어린 눈길이 되돌아오는 듯하다. 그저 따뜻한 눈길, 부드러운 숨길로 감싸주면 되는데.



책에는 기억하면 좋을 보석 같은 구절이 참 많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인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인가. 은퇴 후의 무력감과 짜증, 피해 의식 등이 어떻게 우울증인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이 초래한 우울증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은 비정하고 무책임하다. 흔하게 마주하는 삶의 일상적 숙제들이고 서로 도우면서 넘어서야 하는 우리 삶의 고비들이다."



조금은 험난한 삶의 일상적 숙제들을 서로 도우면서 풀어가는 용기,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아파하며 집중해서 들어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이제는 주변사람이 나에게 힘들다고 손을 내밀면 묵직한 목소리로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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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12-18 공감(20)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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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당신이 옳다



한참동안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라마 몰아보기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내 근처 곳곳에 있는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꼼짝하기 힘들었다. 마음의 빚이 많아 편안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던 공연장도 가기 싫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넘넘 감사한데, 요만큼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모든게 맘에 안들었다.

페친들의 신간들을 하나하나 다 사긴 샀지만 정작 펼쳐보지 못하고 책상위에 쌓아두기만 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제일 좋은 때는 책이 도착한 날. 혜신쌤의 책이 도착했을때, 반가운 싸인을 보자마자 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실용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가르침을 주려고는 하는데 재밌지도 않고 감동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냥 소설을 좋아한다. 허구속에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여러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소설만 꾸준히 읽는 편이다.

약간은 실용서 같은 분위기(!)를 피우는 이 책은, 펼쳐 읽자마자 책이 너무 술술 읽힌다. 밤이 깊어 책을 덮고 자야 하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자꾸 뒷장으로 넘어간다. 첫 글은 명수쌤이, 프롤로그는 혜신쌤이 쓰셨는데, 입말로 쓰여진 듯 읽혀나간다.

책의 요지는 두 분이 김제동씨와 정동성당에서 강연하신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단 한사람이라도 진정으로 ‘당신이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라는 건데,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에 ‘온 체중을 다 실어’ 진정으로 포개어 주는 것이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힘든 사정을 들을 때 뭔가 자기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 을 하려고 하는데 그건 다 부질없고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그거 싹빼고 그저 “당신이(의 마음이) 옳다”고 긍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은 다 옳지만, 그의 행동은 나쁠 수 있다. 그건 나중문제이고 그 사람의 마음이 옳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

이 글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되었다. 그러나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두 분이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경험하신 많은 사례들이 각각 한편의 소설들이다. 가장 가까운 식구인 남편이나 딸과 말이 안통할 때,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좋은게 좋다고 다 참고 경계없이 허허거리다 탈진할 때.... 그럴때마다 곁에 두고 한번씩 꺼내어 마음을 다잡기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그간 책을 못보던 내가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옆사람에게 말해주듯이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아직도 달달하시다 못해 닭살이신 두 분께! ㅎㅎ